소설리스트

천년제국-121화 (12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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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더~

첫 전투라고 할 수 있는 알벤토 평원에서의 결전을 누라의 병력 130,000명, 마커스의 병력 70,000명의 대병이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 병력에 누라의 마법 병단이 강력한 힘을 드러 낼 수 있는 넓은 개활지, 어느 모로 보나 마커스의 절대적인 열세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마커스의 병력은 이상하리만큼 자신감에 넘쳐흘렀다. 이것은 지휘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누라의 지상군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다른 어떠한 설명 보다 3대 1이라는 표현이 그것을 여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누라의 지상군만큼 허약한 지상군은 없다.

빈약한 장비에 빈약한 훈련, '중장갑 보병만이 제역활을 할 뿐 나머지 경갑, 일반 병사들의 경우 농민에게 칼과 창을 지급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이것이 지금까지 누라의 지상군에 대한 평가이다.

"흐흐흐! 역시 급조한 티가 팍팍나는 오합지졸이 틀림없군."

마커스의 소드마스터이자 현재 마커스 70,000군세의 사령관인 루시어스는 마상 위에 앉아 누라의 진세를 바라보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현재 중앙으로부터 그가 인수받은 마커스의 7만 병력은 정예군들이다.

마커스 역시 지난 제국 전쟁에서 거의 모든 정병들을 상실했다. 그리고 4년, 그 동안 병력의 증원과 막대한 훈련양으로 과거 마커스 만큼 전력을 극대화 시켰다.

같은 수의 병력간의 전투라면 감히 '무적'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만큼 그들은 강했다. 그에 반해 누라의 병사들은 한 눈에 봐도 우왕좌왕하는 것이 마커스의 병사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하! 공격 명령을...."

부관 알데츠카는 루시어스를 향해 절도 있게 말했다.

"좋아. 저기 누라의 애송이들에게 진짜 전쟁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지."

안면에 미소를 가득 흘리며 루시어스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전군! 진격!"

루시어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커스 군은 일제히 누라군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척! 척! 척! 척! 척!

서서히, 하지만 머뭇거림 없이 전진해 오는 마커스 군을 바라보며 누라의 병사들은 마른침을 억지로 삼켰다. 장관이었다. 누라군은 전면 1열에서 3열까지 3개 열에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중장갑 보병대에 두터운 방패를 전면에 내 세웠다.

"이상하군요."

전진하는 병사들을 바라보던 부관 알데츠카는 누라군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했다. 분명 이 정도 거리까지 접근을 하며 궁수들에 의해 화살 공격이 이루어져야 할 순간이었다. 첫발이 발사되고 그것을 신호로 전군을 질풍같이 몰아 누라의 본진을 직접 타격 하는 것이 마커스의 전술이었다.

하지만 화살 공격이 없기에 무작정 마커스군은 무작정 서서히 접근하고만 있었다.

"화살의 사정 거리에 들었지만 공격이 없다니...."

"겁을 먹어서가 아닐까?"

알데츠카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루시어스는 냉랭한 음성으로 알데츠가를 향해 말했다.

"아무리 오합지졸이라도 화살을 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누라의 마법 병단의 움직임이 없습니다."

"음! 뭔가 노림수가 있다는 말인가?"

아닌게 아니라 너무 조용하다고 할 수 있었다. 루시어스로써도 이런 점을 느끼고 있었다.

"다분히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놈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자잘한 꽁수는 정공법을 이길 수 없는 법, 동요 없이 우리들의 계획대로 밀고 나간다. 중장갑 기병대를 움직인다."

"버..벌써 말입니까?"

"그럼 '나 잡아 잡숴 주시요.'하는 군대에게 사정을 봐줄 만큼 난 마음씨 좋은 지휘관이 아니다."

루시어스의 농담같은 말에 알데츠카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정말 한 나라의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에 소드마스터인 것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다. 무게라고는 찾아 볼레야 찾아 볼 수 없는 대단히 특이한 사람이었다.

성미가 급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그렇지 그렇게 무능한 지휘관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알데츠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사실 루시어스가 누라군을 공격하는데 있어 병력의 열세를 생각하지 않고 무모한 공격으로 일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누라군과 마커스군에 편제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는데 바로 누라군은 적국의 점령을 목표로 하는 점령군이고 마커스군은 방어를 위한 방어군이라는 점이다.

똑같은 군대라고 해도 마커스의 경우 본토에서 전쟁을 치루기에 많은 보급품이 필요 없다. 즉 보급을 위한 부대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마커스의 7만 군세는 대부분이 전투병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누라의 군은 원정군의 특성상 식량에서부터 자잘한 보급품까지 보급에 신경을 써야 하기에 13만 대병이라고는 하지만 25,000에 가까운 병력이 보급품과 그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한 병력으로 빠져 실상은 105,000명만이 제대로 된 전투를 치룰 수 있는 전투병이었다.

더구나 누라의 진형상 전면을 두텁게 쌓고 중군의 예비대를 확보하기 위해 일선에서 물러선 곳에 3만의 보병을 배치했으니 전면에 배치된 병력은 70,000정도라는 이야기다. 즉 전투를 수행하는 병력의 수는 누라와 마커스, 거의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군대의 편제 또한 누라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마커스의 70,000병력은 중앙군적인 성격을 가진 정규군이다. 그것은 특별하게 전력의 강화를 위해 다른 군의 편제보다 많은 기병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편제상 기병의 비율은 약 10%정도, 많으면 많을수록 전력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기병을 한 명 기른다는 것은 막대한 재화가 소모되는 일이기에 섣불리 늘릴 수 없는 것이 기병이다.

그런 기병을, 그것도 중장갑 기병대로 마커스는 전군의 30%에 가까운 편제로 보유하고 있으니 실제적인 전력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한가지 더 누라의 지상군은 당나라군대로 유명하다. 엄청난 차이가 아닌 약간의 숫자적 차이는 병사 개개인의 능력으로 매꿀수 있다는 계산도 이번 공격을 결심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루시어스는 전략적인 열세를 전술적 방법으로 우위를 점한 것이다.

공격을 위해 각군 지휘관들을 설득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알데츠카는 전령으로 하여금 사령관의 명령을 전달하도록 명령했다.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어리석군!"

마커스군은 누라군과 일정한 거리가 되자 미친 듯이 폭주하며 거리를 좁혀 나갔다. 동시에 마커스군의 후방에서는 대기하고 있던 17,000의 기병대가 절반씩 양쪽으로 갈라져 넓게 알벤토평야를 우회하여 누라군의 측면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또한 마커스군 후방에 자리를 하고 있던 기사단 3,000은 갈라지는 마커스군 사이를 통과하여 누라의 중추를 노리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삼면돌파! 다수의 기마병을 보유하고 있는 군이 기동성을 살려 평원에서 하는 전투의 전형적인 형태였다.

"왜 전면 후방에 중장갑 보병 30,000이 배치되어 있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멍청이로군."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전하의 예상 대로입니다."

칼스의 얼굴에는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감이 감돌고 있었다. 모든 것이 예상 대로였다. 상대는 확실하게 자신들을 깔보고 자신들의 예상대로 움직여 주고 있었다.

"칼스!"

"옛 전하!"

"우리들의 예상대로 움직여 준 마커스군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겠지."

"물론입니다. 확실하게 보답을 해 주어야지요."

서로 마주보고 있던 두 사람의 얼굴에는 살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이 전쟁은 누라의 승리다.

이렇게 두 사람은 확신할 수 있었다.

누라의 양 측면을 공격을 시도하는 8,500씩 17,000의 기병은 미친 듯이 질주하여 누라의 측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중앙에 기사단이 난입하면 누라군은 3조각으로 분해되고 그 혼란을 틈타 보병들로 공격해 누라군을 섬멸시킬 시나리오가 바로 마커스군이 짠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누라군은 호락호락 마커스군 주역, 극본, 제작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후방에 자리를 하고 있던 중장갑 보병 30,000이 갑작스럽게 전진을 하면서 누라군의 측면의 방어에 들어갔다.

커다랗고 무거운 방패를 땅바닥에 박아 넣고 고정을 시키고 완벽한 하나의 성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방패 사이사이에 장창을 돌출 시켜 기병의 돌파를 제지했다. 그 사이사이에 반마삭의 요구창병들이 강력한 방어력에 돌진을 멈춘 마커스군의 기마병의 다리를 사정없이 잘라 버리니 발목을 잃은 말들은 비명소리를 토해내며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후 돌진력을 상실한 중장갑 기병들을 향해 후위 전열에 포진하고 있던 스피어 병들이 사정없이 스피어를 던지니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갑옷을 입은 중장갑 기병들로써도 스피어 공격에 몸이 꿰뚫리며 속절없이 죽어갔다.

이것은 마치 영운이 이끌고 있는 크림슨 크루세이더 중장갑 보병들이 많이 활용하던 전법, 바로 그것이었다.

"이..이런 돌격! 돌격! 놈들의 중앙 전열을 붕괴시켜라."

측방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루시어스는 공격을 포기할 수 없었다. 공격을 포기하고 뒤로 군을 물리기에는 양군이 너무 접근해 있었다. 만약 이대로 물러선다면 누라의 궁병들의 공격과 마법 병단의 좋은 표적이 될 뿐이었다.

루시어스는 자신이 직접 선두에 서서 기사단을 이끌고 누라의 중군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거의 누라의 중군에 접근했을 무렵 갑자기 중군 사이사이에서 마법사들이 모습을 들어내며 마커스군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마법사? 이런 마법사를 전면에 배치했는가?"

루시어스는 경악했다. 지금까지 누라군의 전술을 보자면 마법사들을 전면에 배치한 예는 없었다. 중앙 깊숙이 마법사를 배치하여 보호하는 진형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까지 누라의 전통적인 전술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마법사를 전진배치 시켰다는 이야기는....

"파이어 볼!"

"파이어 에로우"

"크아아아악!"

"쿠엑!"

마법사들의 일제 공격은 비교적 정확했다. 너무 접근을 한 것이다. 파이어 볼과 파이어 에로우는 정확하게 기사들의 급소를 향해 날아갔고 명중했다.

"돌격! 돌격! 놈들은 우릴 너무 지근거리까지 끌어들였다. 놈들의 중앙으로 뛰어든다면 놈들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돌격!"

루시어스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루시어스의 판단은 비교적 정확했다. 이대로 반전하여 등을 보인다면 마법사들에게 있어 그것만큼 좋은 표적이 없다. 차라리 적의 중앙을 꿰뚫어 진세를 붕괴시키고 일직선으로 돌진하여 적의 후방을 통해 도주하는 것이 희생을 줄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루시어스가 여기서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전면에 배치된 누라군의 위용이었다.

-콰콰콰콰콱! 콰콰콱!

맹렬히 돌진하던 기사단은 마치 철벽이라도 만난 듯이 돌진을 멈춰야만 했다. 몇 몇 실력 있는 기사들은 누라군의 저지선을 돌파하여 뛰어 들어갔지만 그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는 짓이었다. 사방에 누라의 보병들에게 포위 당해 격파 당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루시어스도 끼어 있었다. 마커스의 기사들이 누라군의 저지선을 돌파할지 알고 사력을 다해 앞장서던 루시어스는 그의 뒤를 따라오던 기사단이 저지선을 돌파하지 못하자 혼자만 달랑 적의 한복판에 몸을 날린 격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아무리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다달은 루시어스라고 해도 수만의 병사들의 한복판에 뛰어 든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루시어스는 생존을 위해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둘러야만 했다. 검기에 감싸인 루시어스의 검은 주변의 모든 누라의 병사들을 조각조각 냈다.

방패도 칼도 창도 중장갑옷으로 무장한 병사의 몸도 검기를 발현하는 루시어스의 검에 닿으면 마치 두부가 베어지듯 간단하게 베어져 버렸다.

이에 병사들은 루시어스를 겹겹이 포위하면서 창을 던지거나 화살을 쏴 장거리 공격으로 공격 방법을 전환했다. 루시어스로써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수십 발의 화살이 루시어스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고 루시어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창과 화살을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걸렸군. 마커스의 소드마스터!"

루시어스를 확인한 조슈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렸다. 군에 있어서 소드마스터라는 존재는 눈에 거슬리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손 하나가 열 손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어느 정도의 군세만을 거느린다면 전략과 전술을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전쟁터에 소드마스터가 투입되어 검을 한번 휘두르면 전황이 변해 버리는 것이다. 소드마스터의 위용에 병사들이 겁을 집어먹게 되고 뒤를 따르는 군세가 공포에 의해 사고가 마비된 병사들을 도륙하면 간단하게 전투가 끝날 수 있다. 죠슈아가 가장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하지만 마커스의 소드마스터 루시어스는 그런 잇점을 스스로 버리고 너무나 간단하게 자신들의 군세의 중앙으로 말려 들어와 버렸다.

"무력은 있으나 머리는 없군. 머리가 없는 댓가는 충분히 치루게 해 주지. 준비해!"

루시어스에 대한 조슈아의 냉혹하리만큼 냉철한 평가였다. 조슈아는 루시어스를 위해 특별하게 준비해논 병력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먼 거리에 있었지만 조슈아의 신호를 받은 20여명의 마법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홍염의 불꽃이여. 마도의 위대한 힘이여. 나 그대 소환하노라. 불꽃의 아름다운 화살을.... 나 그대 명하노라. 내 앞에 서 있는 모든 적에게 불꽃의 철퇴로 응징하기를.... 파이어 애로우!"

일반적으로 파이어 애로우를 3서클의 마법사가 발현시킨다면 그 숫자는 최대 3~4개, 하나의 서클이 올라갈 때마다 파이어 애로우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간다. 대충 4~5서클 사이의 마도사급 마법사 20여명이 생성한 파이어 애로우의 숫자는 수 백 개에 달했다.

"가랏!"

마법사들의 의지에 발현된 파이어 애로우는 지체 없이 루시어스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퍼퍼퍼퍽! 콰콰쾅! 퍼어어엉!

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할지라도 동시에 날아드는 수백 발의 파이어 애로우를 한꺼번에 막는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그 증거로 루시어스의 몸에는 수 십 개의 동전 크기 만한 구멍으로 도배가 되었다. 또한 파이어 애로우가 명중되었을 때 폭발의 여파로 여기저기가 뜯겨져 나가 생존의 여지가 없었다.

마커스의 소드마스터 후안 폰 루시어스는 단발마적인 비명소리 한번 질러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어이없이 그 생의 종말을 맞았다. 그가 좀더 신중했다면 결코 이런 최후를 맞이하지 않았으리라.

이번 전투를 통해 알겠지만 그는 결코 무능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상대한 인물이 누라가 자랑하는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는 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운이 나빴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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