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124화 (12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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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국 전쟁의 결말입니다. 짧지만 어쩔 수 없이 잘랐습니다. ㅡㅡ;;;;;;;;;;;;; 완전한 결말은 아니지만 다음 스토리의 연결부입니다. 본격적인 마신전쟁의 도입부이기도 합니다.

황제와 이 원로원이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집단이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합니다.

운명을 넘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격돌은..............

짠짠! 기대...기대!! ^^;;;;; 추신 : 한 편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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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펠리아 제국-새로운 대륙의 힘의 질서.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탄생하게 된 임펠리아는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 갔다. 우선 점령한 제국령 남부 지방에서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대대적인 소탕 및 회유 작전에 들어갔다. 우선 항복하고 나오는 귀족들은 일정 부분 재산을 챙겨 스카이 게이트를 통해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배려했다.

이에 대부분의 제국 귀족들은 임펠리아군에 투항을 했고 아리나스 여황(女皇)은 약속대로 그들의 재산의 일부과 가족들을 무사히 제국으로 돌려보냈다. 제국의 귀족들의 입장으로써는 계속 숨어서 항쟁을 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제국군을 기다리는 것 보다 얼마간의 재산이라도 가지고 제국으로 건너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임펠리아는 임펠리아 나름대로 지겨운 게릴라전을 끝내고 남부 지방의 안정을 위해서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이에 따라 제국의 남부, 이제는 임펠리아가 된 임펠리아 북부 지방은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아 갔고 토착 세력들과 평민들은 임펠리아에 흡수되었다.

동시에 제국군의 침략으로 초토화되었던 곳의 재건 사업도 같이 병행되었다. 아리나스의 약속대로 국가적인 지원 아래 파괴된 집과 건물의 복구가 이루어졌다. 물론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인지라 재무 대신 랑텐의 히스테리성 신경질을 피해 아리나스와 영운은 왕궁을 도망쳐 한동안 재해 복구 지역의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떠돌았다는 비사(秘事)가 있지만 역시 확인할 길 없는 궁중 비사일 뿐이다.

-다다다다다닥!

빛살 같은 빠르기로 궁중 복도를 가로질러 달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물론 그 무엇인가란 인간이다. 다만 인간이 낼 수 있는 스피드가 아니기에 '무엇'이라는 지시 대명사를 사용하여 표현했을 뿐이다.

"폐하께선 안에 계십니까? 헥! 헥!"

복도 끝, 아리나스의 근위 무장인 레미엘의 모습을 확인한 그 '무엇'이라는 지시 대명사가 붙은 존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예. 계십니다. 랑텐 재무 대신님!"

그 '무엇'이라는 지시 대명사가 붙은 존재는 다름이 아니라 랑테 재무 대신이었다.

"폐하께 제가 알현을 원한다고 전해 주십시오. 급한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레미엘이 집무실로 들어가고 잠시 후, 아리나스의 창창한 음성이 집무실로부터 흘러나왔다.

"들어오세요."

랑텐은 아리나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득달같이 집무실 안으로 몸을 던졌다. 집무실 안에는 아리나스가 책상에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오래간 만입니다. 폐하. 빠드드드득!"

능글맞은 표정으로 서류들을 읽고 있는 아리나스의 얼굴을 바라보자 랑텐은 곱게 갈리는 이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머!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래간만이로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얼굴 색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

확실히 누리끼리한 얼굴색은 랑텐의 기분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다는 증거였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랑텐은 지금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정말 이 나라의 지배자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요절을 냈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저기압이었다.

"어머? 무슨 일? 얼굴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헤헤헤! 누구 때문일까요?"

베시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아리나스. 정말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다고, 랑텐으로써는 그저 울분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허~ 말을 말죠.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그래. 무슨 일로 오셨나요?"

"무슨 일이요? 지금 폐하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십니까? 이것을 보십시오."

랑텐의 손에는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도 됨직한 두툼한 서류들이 들려 있었다. 아리나스는 그 서류들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말했다.

"이것 때문에 재무 대신의 기분이 저기압이로군요."

"저기압이다 뿐이겠습니까? 태풍입니다. 태풍! 폐하께서 재건 현장을 돌아다니시며 사람들에게 약속한 지원입니다. 건물의 건축, 개 보수에 제국군에 피해 당한 집기들.... 이건 뭡니까? 제국군에게 잡혀 죽은 애완견까지 보상해 주라고요? 황궁의 창고에서는 땅파면 금은 보화들이 우수수 튀어나온다고 합니까? 황궁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사금 덩어리라도 됩니까? 도대체 이 엄청난 재정들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말도 되지 않는 약속들을 하셨습니까?"

"애완견까지요? 제가 그런 약속을 했나요?"

기억에 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뚱거리며 가증스럽게 내숭을 떠는 아리나스였다.

"여기 폐하께서 쓰신 친필 서류입니다."

서류를 자세히 보니 확실하게 아리나스 자신이 쓴 글이었다. 아리나스는 다시 한번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웃어 넘기시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헤~ 황궁에 그렇게 돈이 없나요? 남부 제국령을 접수하며 그곳의 귀족들의 재산을 압수한 것도 꽤 될텐데...."

언젠가 한번 이와 똑같은 경우가 있었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아리나스는 물었다.

"그것 가지고는 턱도 없습니다. 우리 임펠리아만 제건 하는 데도 모자라는 돈인데 이번에 접수하신 남부 제국령은 어쩌실 작정이십니까? 전쟁 때문에 그곳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는데 나 몰라라 하고 손만 놓고 있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더구나 60만 명이 넘는 엄청난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들어가는 자금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제국이 되었다가 최단 시간 내 파산해서 망한 나라로 기록되게 될 것입니다."

민망한 일이었지만 사실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발언이다. 아리나스 역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쓸 곳은 많지만 돈 나올 구멍이 없는걸.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대공께 혹시 숨겨둔 비자금 같은 것 없습니까?"

"설마 그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잠시 두 사람은 머릿속으로 영운의 성격을 그려보았다. 황금의 산에서 헤엄을 치며 헤헤거리고 있는 영운의 모습을 생각하자 두 사람은 고개를 가로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운이 그런 욕심을 부릴 까닭이 없었다. 최소한 그 둘이 알고 있는 영운의 모습은 지극히 물욕이 배제된 무인의 모습이었다.

"그렇죠?"

"그렇군요. 폐하! 제가 잠시 실언을 했습니다."

랑텐은 땅이 꺼져라 하고 어두운 오라를 내뿜으며 한숨을 내 쉬었다.

"남쪽의 개척마을의 보석은...."

"어렵습니다.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마을의 청, 장년들이 군대에 동원됐기에 채취량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아직 군대가 해산되지 않는 지금 본래의 생산량을 되찾으려면 족히 일년은 필요합니다."

"후휴! 그렇군요."

하늘에서 황금으로 된 우박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돈벼락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 난관을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랑텐의 암울한 오라가 아리나스에게까지 전염되어 가는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라에게 차관을 빌린다면 어떨까요?"

궁여지책이기는 하지만 임펠리아로써는 약 2년만 버티면 구제국령 남부와 임펠리아의 농산물이 생산될 것이고 세금도 순조롭게 걷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황실의 재정도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나스의 그럴듯한 아이디어에도 랑텐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일그러졌다.

"그쪽도 전쟁 때문에 엉망입니다. 누라야 전쟁에 휘말리지 않는 침략국이니 별반 피해가 없다고는 하지만 전쟁터가 된 마커스는 병합이후 누라가 재건을 도맡아야 합니다. 거기에 믿음직한 돈줄인 소니아 역시 엉망진창, 얼마 전 누라에서도 저희 황궁에 돈 좀 빌려달라고 사신이 왔었으니...."

"아!"

"방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은 절망의 한숨을 다시 내 쉬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항상 살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두 사람에게 엄청난 희소식을 가지고 온 사람이 있었으니.

"자금난을 단번에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아리나스의 집무실로 들어오는 인물에게 두 사람의 뜨거운 시선이 쏠렸다. 백발이 성성한 늙은 노장군. 바로 제 1군을 지위하여 보르세요새를 공략했던 제르만 장군이었다.

"정말입니까?"

"정말이오? 장군!"

두 사람은 광적인 오라를 두 눈에 머금고 제르만 장군에게 물었다. 수 십 년 전장터를 누빈 노련한 제르만 장군이었지만 이 두 사람의 모습에서는 공포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그렇습니다."

"어떻게요? 혹시 군부에 숨겨둔 자금이라도 있나요?"

"말도 되지 않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폐하!"

아리나스의 질문에 제르만 장군은 사색이 되어 대답했다. 임펠리아라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쌈지돈도 아끼지 않고 투자했던 제르만이었다. 지금에 와서 비자금이라도 조성했다면 횡령죄로 참수를 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히 공과 사가 분명한 아리나스라면 당장에 목을 잘라 버리라고 광분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어떻게?"

"보르세요새를 점령하고 성을 수색하던 도중에 이런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르만은 한 덩어리의 묵직해 보이는 금괴를 보여줬다. 제국 황실의 인장이 뚜렷하게 찍혀있는 것이 아마도 남로군정서의 군자금이나 귀족들이 빼돌린 공금일 확률이 높았다.

"금괴의 양으로 보아 500톤이 넘어 보였습니다. 거기에 각종 보석하며 우리 제국의 재건 사업에 투입하고도 막대한 금액이 남을 정도의 보화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아군이 남부 전역을 토벌하자 제국 남부 귀족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성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5..500톤? 거기다 온갖 보화들이.... 꼬르륵!"

-털썩!

랑텐은 더 이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안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금까지의 히스테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제국의 대신으로써 담량이 부족한 것 같군요."

제르만은 낮게 혀를 차며 쓰러져 기절한 랑텐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하지만 랑텐 대신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드물죠."

"그건 그렇죠. 저런 소심한 성격만 뺀다면 임펠리아 제국 최고의 먼치킨 케릭터죠."

"호호호 동감이예요. 그건 그렇고 제국의 귀족들이 다급했었나 봐요. 설마 보르세요새에 자신들의 재산을 쌓아 두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아마 스카이 게이트가 봉쇄되어 달리 자신들의 재산을 지킬 방법이 없었어 그렇게 했을 겁니다."

"어쩐지 압류된 귀족들의 재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것으로 지금까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던 자금문제가 해결이 됐군요. 확실한 것은 견적을 뽑아봐야 알겠지만 재건 사업에 투자하고도 남을 정도의 금액같군요."

"모두 폐하의 은복이십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정말 황금이란 마물은 알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제르만 장군은 집무실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대공께서는 여기에 안 계시는군요."

영운이 임펠리아의 수도로 귀환하자 두 사람은 오랜만에 여독을 풀었다. 지금까지 부부였지만 어디까지나 서류상의 부부나 마찬가지였다. 결혼하고 줄곧 영운은 전쟁터에서 살았고 아리나스는 임펠리아의 수도 왕궁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으니 과부도 이런 상과부가 없었다.

그리고 영운이 복귀하자 두 사람은 마치 지금까지 생이별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지남철처럼 철썩 달라붙어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된 것인지 두 사람이 함께 하고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제르만 장군은 의아함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두 사람이 부부싸움이라도 했다면 그 히스테리가 자신에게 쏟아질 것이라는 각오를 한 채로.

하지만 의외로 아리나스의 얼굴에는 씁슬한 미소가 떠오를 뿐 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는 기사단 연병장에 있어요."

"기사단의 연병장이요?"

"기사단과 무슨 트러블이 있나봐요."

"트러블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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