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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진행이 조금 빨라져야 겠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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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전쟁 5년 후, 그리고 누라에서의 초대.
잠시 대륙의 정세에 대해 설명하겠다. 5년 전 임펠리아가 제국의 침공을 물리친 이후 역으로 제국의 남부를 침공 스카이 게이트를 봉쇄하며 남부를 병합하였다. 이 과정에서 제국 남부 귀족들은 거의 몰락했고 임펠리아는 거대한 영토를 바탕으로 제국으로써 새로이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후 제국의 반격이 예상되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제국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현재의 세력 구도가 고착화하게 된다. 대륙의 많은 나라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비록 남로군정서가 붕괴되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3개 군정서와 제국군의 정예인 황제 직속의 중앙군이 남아 있고 삼국 동맹의 연합군을 순식간에 괴멸시킨 제국의 숨은 힘 또한 남아 있기에 제국과 임펠리아의 전면전을 예상했지만, 그런 모든 예상을 뒤엎고 제국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임펠리아는 예상되는 제국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차근차근 국력을 쌓아 갔다.
마커스와 소니아를 점령한 누라 역시 스스로를 제국으로 칭하고 마도 제국 네오누라의 성립을 대륙에 공표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제국과 임펠리아보다는 그 격이 떨어지지만 마법 병단을 위시해 강력해진 누라의 전력을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몇 나라 없었다.
이로써 대륙은 신성 제국까지 포함한 4대 제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그 세력이 재편되어 갔다.
"이건 뭐지?"
오늘도 아리나스의 집무실에는 가득 쌓인 서류들과 산재한 현안들을 처리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를 벌리고 있었다. 5년 전과 별반 다른 점이 없었다. 아마도 이들은 죽을 때까지 이렇게 일에 치어 죽을 운명인 듯 싶다.
각설하고 아리나스의 집무실로 호출된 영운에게 아리나스는 한 장의 편지를 영운에게 건냈다.
"보면 몰라? 편지."
"봐서 알기는 알지만...."
"화끈한 연애 편지는 아니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아리나스는 얼굴에 장난 끼 가득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리나스와 영운의 관계가 약간은 서운해진 경향이 있었다. 서로간의 업무가 바빠 얼굴 보기도 힘든 탓도 있었지만 5년 전 레이네와의 대화 이후 영운이 의식적으로 피한 까닭도 있었다.
"마도 왕국..아니지 이제는 마도 제국이라고 불러야겠지. 네오 누라에서 이번에 황태자 조슈아가 황제로 등극하나 봐. 동맹국인 임펠리아의 사절을 요청했는데 가능하면 영운 진 가이런 임펠리아 기타 등등의 대공이 와 주셨으면 하고 써져 있더군. 그쪽의 지명이야."
"흠!"
영운은 편지를 조심스럽게 개봉해 내용을 확인했다.
"갈꺼야?"
"글쎄?"
"그런 어정쩡한 대답이 어딧어?"
"아직..할 일이 많아서...."
"할 일?"
최근 영운에게 주어진 일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최소한 아리나스가 알고 있기로는 임펠리아가 안정기에 접어든 최근 아리나스와 몇 몇 대신들을 제외한 다른 정부 요인들에게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었다.
특히 군부에 투신하고 있는 고위 요원들은 병사들의 훈련 이외에는 별다른 업무가 없었다. 임펠리아의 모든 군권(명목상 국방대신이 쥐고 있지만....)을 쥐고 있는 영운의 입장도 다른 장군들과 별반 다를 일이 없는 것으로 아리나스는 알고 있다.
"엘프들을 이용한 저격 여단을 만드는 일 말이야."
"아!"
엘프의 궁술은 인간의 궁술과 그 차원을 달리한다. 지난 내전 때에도 그렇고 제국 전쟁 때에도 임펠리아군은 적의 지휘관을 조준 사격하여 전략적으로 엄청난 전과를 올리며 톡톡한 재미를 봤다. 영운은 철각궁기병대를 주축으로 저격 여단을 구축했는데 그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좀더 멀리에서 좀더 정확하게 적의 지휘관을 판별해 저격할 만한 다른 대안을 찾다 보니 엘프에게로 대안이 모아졌다.
엘프의 신체적인 능력은 인간을 능가한다.
흔히들 가냘픈 몸매에 잘 생긴 외모를 생각해서 무척이나 약할 것 같다는 편견이 지배적이지만 실상 엘프의 능력은 인간의 능력을 훨씬 상회한다고 할 수 있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순간적인 민첩성, 하루 종일 움직이고도 체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구력, 멀리 있는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시력, 화살로 저격해도 백발백중의 실력을 보이는 섬세함, 그야말로 궁병으로써 갖추어야 할 능력들을 태어나면서 자질로써 갖추고 있는 이들이 바로 엘프들이다.
몇 몇 세바스찬과 같이 기를 다룰 줄 아는 궁수들을 제외하면 인간들의 궁수들보다 월등한 궁병들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었다.
이에 영운들은 엘븐스 퀸에게 제가를 얻어 5000의 궁수들을 조직 저격 여단, 혹은 엘프 여단이라는 이름으로 부대를 구성하고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영운이 직접 이들을 조련하기에 몸이 두 개가 있어도 견딜 수 없을 만큼 바빴던 것이다.
"하지만 세바스챤 경에게 맡기고 잠시 다녀오는 것도 좋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이번 황제 즉위식은 네오 누라 제국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행사야. 제국으로 격상되고 첫 황제의 즉위식인 만큼 비중 있는 인사가 와 자리를 빛내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자기를 초대한 것은 아닐까? 난 여황이니 당연히 제도에서 떠날 수 없는 몸이고...."
확실히 타당한 의견이다. 과거 임펠리아가 스스로 자신들을 제국으로 칭하고 아리나스가 여황의 자리에 등극할 때 누라에서는 황태자 조슈아가 직접 방문을 했다. 이번에 그 답례라고 하긴 뭐하지만 황제로 등극하는 조슈아를 위해서라도 임펠리아는 그만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 동맹국이 아닌가?
아리나스는 그녀의 말대로 임펠리아를 떠날 수 없지만 그에 준하는 직위를 가지고 있는 영운이 대관식에 참가한다면 임펠리아로써도 할 일은 다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보다 영운의 머리 속에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바로 아리나스가 자신을 부른 호칭이 영운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잡념이었다.
"..자기?"
확실히 아리나스의 입에서는 듣기 힘든 호칭이다. 사적인 석상에서도 영운이라는 이름을 즐겨 불렀고 공적인 석상에서는 영운 진 가이런 대공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던 것이 익숙한 영운이었다. '자기'라는 정체 불명의 호칭에 영운은 닭살로 폴리모프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잉~ 지금까지 호칭은 너무 무미 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바꿔 본 건데.... 듣기 거북해?"
"...."
결혼한 지 횟수로 치자면 9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시기이다. 아리나스는 처음 만났을 때 풋풋한 소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20대 후반의 완숙한 미를 기운을 풍기고 있는 여인이 되었다. 다만 처음부터 들어왔다면 모를까? 이제 와서 그런 호칭을 듣는다는 것은 조금 살 떨리는 일이었다.
영운이 벙찐 얼굴로 아리나스를 바라보고 있자 아리나스는 조금 무안해 졌는지 재빨리 화두를 돌렸다.
"누라의 황제의 초대에 응할 거지?"
"..좋아. 다녀오도록 하지."
"정식적인 축하단 행렬이니 대규모로 구성이 될 거야. 따라서 마법진에 의한 이동은 불가능하고 왕복 한 달 정도 생각하고 갔다 오는 편이 좋을 거야."
어차피 축하 사절단의 경우 일종의 생색내기에 가까운 형식적인 행렬이기에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해 가지 않는다. 솔직히 공간 이동 마법을 이용해 누라까지 간다면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지만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그렇게 할 수 는 없다.
그 첫 번째 이유가 고위 마법사의 부재이다.
공간 이동 마법은 고서클, 고난이도의 마법이다. 당연히 시전 할 수 있는 마법사들의 숫자에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이동시키지 못할 바에는 이렇게 원시적인 이동 방법으로써 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 두 번째 이유는 선전의 효과를 담기 위해서다.
누라와 임펠리아는 동맹국이다. 누라의 황제 등극식을 축하하기 위해선 임펠리아가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너희 황제의 등극을 축하하기 위해 이 정도 규모의 축하 사절단을 보낸다.'하고 누라의 백성들에게 내 보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거의 10년이 다 되가는 일이지만 임펠리아가 제국의 부탁을 듣고 무력으로 누라를 침공하였기에 두 나라간의 백성들의 감정은 그렇게 좋지 못한 편이다. 가능한 이런 감정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대대적인 축하 사절단을 파견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이전 아리나스가 여황으로 등극했을 때 누라가 보내 왔던 성의에 답을 해야만 했다.
당시 참가국들 중에 가장 큰 규모의 축하 사절단을 황태자 조슈아가 직접 이끌고 축하를 해 주었으니 그에 준하는 규모의 사절과 인사들을 보내 축하해야만 했다.
이런 저런 이유들때문에 영운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것으로 두 사람은 결정을 보았다.
"언제 대관식이지?"
"일주일 내로 출발하면 여유있게 도착할 거야."
"출발 준비를 할께."
영운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집무실을 나서려 했다.
"영운!"
"...."
집무실을 나서려는 영운을 아리나스가 불러 세웠다. 무엇인가를 말하려던 아리나스는 잠시 망설이더니....
"뭔가 할 말이 있어? 아리나스."
"아..아니야. 잠깐 다른 생각을 했어."
"..그럼 누라로 출발 준비를 할께!"
"그래. 수고해."
-딸깍!
집무실 문이 열리고 영운은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집무실 밖에는 영운과 아리나스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는지 많은 대신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업무상 아리나스의 제가가 필요한 사항들을 가지고 와 결제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은 영운이 집무실 밖으로 나오자 화들짝 놀라면 일제히 예를 올렸다.
"...."
영운이 바깥으로 나가자 아리나스는 자신의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피곤하고 서서히 지쳐 가는 기분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십 년 동안은 아리나스에게 있어 대단히 힘든 세월이었다.
더구나 요즘 무엇인가 모르게 영운과의 관계가 조금씩 엇나가는 기분이 들었기에 최근 기분은 그렇게 좋은 편이 되지 못했다.
'말했어야 했나?'
아리나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한편으로는 반대로 행복해 하는 감정도 한줄기 표정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리나스는 자신의 배를 두 손으로 문지르며 은은한 미소를 떠 올렸다.
'뭐! 다음에 말하지. 누라에 갔다 온다고 해도 늦진 않을 거야.'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소원해진 자신과 영운의 관계에 다시금 활력을 줄 수 있는....
'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하면 그이의 얼굴이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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