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128화 (12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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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멕켈이라는 기사가 있었죠. 아마 맨 앞부분에서 잠시 나왔던 기사 입니다. 잠시 나왔다가 사라지는 엑스트라급의 인물이었는데..........

원래는 전혀 다른 인물의 등장을 생각했습니다만 워낙 작명감각이 탁월(? ㅡㅡ;;;;)하다 보니 이름을 정하지 못하겠더군요.

일단 멕켈로 이름을 정했습니다만 바뀔수도 있습니다. 좋은 이름 한번 추천해 주세여 ^^;;;; 그럼 방랑이 그만 물러갈까 합니다. 이번에도 멋있게...........

"순간이동!"

-파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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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전쟁 5년 후, 그리고 누라에서의 초대.

-슈우우우욱!

가공할 속도였다. 마치 검은 빛살과 같은 속도로 희미한 잔영 만을 남긴 채 거침없이 임펠리아의 사절단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써걱!

3선의 외각 방어선을 경비하고 있던 임펠리아군의 한 병사와 검은 로브를 둘러쓴 흑의인은 스치듯 지나갔고 임펠리아 병사는 마치 허수아비 볏단이 쓰러지듯이 조각조각 분해됐다. 자신의 죽음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는지 얼굴에는 '경악'이라는 감정만을 남긴 채 비명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이승을 하직했다.

"저..적이다."

병사의 죽음을 목격한 동료 병사는 목청이 터져라고 외쳤다.

-가가가각!

하지만 아쉽게도 병사의 외침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검은 빛살의 인영 하나가 명사의 목을 가차없이 분해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주변의 병사들은 재빨리 무장을 추수리고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암살자로 추정되는 검은 로브의 복면인들의 기습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당황하지 마라. 적은 소수다. 침착하게 시간을 끌어라."

황금 사자의 문양이 선명하게 그려진 플리에트 메일을 걸친 기사들 역시 재빨리 전투태세에 들어가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과연 임펠리아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중의 정예였다. 기사도 기사지만 병사들의 경우 거의 준기사급의 실력을 가진 일당백의 정예였다.

웬만한 기사라면 일대 일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병사들이기에 갑작스런 기습임에도 불구하고 당황하는 기색 없이 냉철하게 상황에 대처했다.

다만 한가지 불운한 점이 있었다면 이들이 상대해야 할 암살자들의 능력이 모두 소드마스터를 넘어선다는데 있었다.

-콰드드득!

"크아아악!"

"커억!"

암살자들의 숫자는 모두 13명, 전원이 모두 소드마스터급 이상의 실력자들이었다. 물론 하급 기사나 병사들이 그런 그들의 경지를 알아 볼 리 만무하다. 고도의 훈련을 거친 오라소드 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 기사들이라면 한 눈에 알아보겠지만....

당연히 3선에서 방어선을 구축한다고 해도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쳐라! 피래미들은 신경 쓸 것 없다. 표적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라."

소드마스터급의 실력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조직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 한 명, 한 명의 힘도 무시할 수 없는 판국에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갖추었다는 말은 결코 지금 있는 임펠리아의 사신단의 행렬로는 당해낼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우두머리(사실 모두가 똑같은 검은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었기에 누가 우두머리인지는 확실치 않다.)의 명령대로 3선 방어선을 돌파하고 중앙으로 뛰어든 모든 암살자들이 일제히 영운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챠아앙!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검은 로브의 암살자가 영운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뒤이어 다시 3명의 암살자들이 거의 동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의 차이를 두고 영운을 공격했다.

'뚫는다.'

한꺼번에 공격해 들어오는 소드마스터의 검은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막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것은 아니다. 소올 브래이드를 끌어 올려 검기로써 원거리 공격을 가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워낙 시간이 없었다.

영운은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냉정하게 판단을 하고 자신을 향해 쇄도해 들어오는 3명의 암살자중 중앙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암살자를 향해 오히려 쇄도해 들어갔다.

-부우우우욱!

날카로운 파공음이 허공을 갈랐다. 적들의 공격진이 완성이 되기 전에 뛰어들어 되려 위력적인 공격을 가했다.

-퍼어어억!

"...."

확실하게 영운의 판단은 옳았다. 적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느니 먼저 공격해 공격의 균형을 깨트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가운데서 공격하던 암살자의 목은 몸통과 분리되어 허공에 치솟았다. 붉은..아니 검은 색의 혈액이라고 생각되는 액체가 피 보라를 일으키며 허공을 향해 치솟았다.

-치이이이이익!

"크아아아아악! 모..몸이..내 몸이 녹는다."

검은 색의 피는 주변의 대지에 뿌려졌고 피가 닿은 곳은 마치 산화작용을 일으키듯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위가 녹아 들어갔다. 나무가 녹아 들어갔다. 무기물도 유기물도 검은 피에 닿자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피가 허공에 솟구치면서 피를 덮어 쓴 병사 3~4명이 있었는데 그 병사들 역시 단발마적인 괴성을 지르며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뭐야? 저들은 도대체 뭐지? 꿈인가? 아니면....'

이 엄청난 광경에 병사들은 아연실색,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글러스와 멕켈 또한 별반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듣도 보지도 못한 괴사였다. 아니 끔직한 악몽이었다.

'이..인간의 피가 염산과 같다는 소린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어.'

검은 색의 피 또한 없다. 그들이 가진 지식만으로는 절대 없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결론은 오직 한가지였다.

'저들은 인간이 아니다.'

미지의 존재들인 것이다.

몬스터의 피도 초록색이다. 마족의 피 또한 초록색이다. 기타 엘프나 드워프, 다른 아인종의 피들 중 검은 색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었다. 더욱이 이렇게 강력한 산화능력을 가진 염산과 같은 피를 가진 존재가 있다는 얘기는 더욱 들은 적이 없다.

저들은 자신들의 이지를 넘어선 미지의 존재인 것이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들이 마치 집단으로 악몽 속에서, 환상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꿈이야. 현실이 아니야.'

이성은 이 현실과의 괴리를 부르짖었다. 다만 본능은 지금의 상황이 절대 악몽이나 환상이 아닌 어엿한 현실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느꼈다. 이대로 계속 환상과 악몽 속에 언제까지고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대공 전하!"

"...."

"대공 전하는 어디에?"

"...."

문득 정신을 차려 냉엄한 현실 세계로 돌아 온 두 사람은 그제서야 영운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영운을 찾았다.

-콰지지직..콰아아앙!

검과 검이 맞부딛치는 파공성이 결코 아니다. 마치 뭐랄까? 천둥번개가 지근 거리에서 휘몰아치는 듯한 굉음이 공터를 진동시키고 있을 뿐이다. 10여명의 소드마스터들은 압도적인 숫자의 우위를 이용하여 영운을 격렬하게 몰아 붙이고 있었다.

-콰콰콰쾅!

또 한 번의 격돌과 함께 격렬한 폭음이 공터를 잡아 흔들었다. 영운과 암살자들의 격돌로 인해 생겨난 불꽃의 스파크에게는 메마른 숲 풀은 그야말로 훌륭한 먹이였다. 군데군데 불씨가 되어 불을 일으켰고 한 번 붙은 불씨는 것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런 화마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영운과 암살자들은 결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격렬해 져 갔다. 검은 안개와 같은 기운이 넘실대는 암살자들의 검과 청녹의 찬연한 빛을 뿜는 영운의 소울 브래이드는 한치의 물러섬이 없이 격돌했다.

'칫 역시 그들인가?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들....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는 존재들....

역시 이 세계도 그들이 있었다. 차원 구석구석에 깔려 세상을 좀 먹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들. 다만 그 가진바 힘이 너무 강대해 물질계에 사는 존재들로써는 어찌 할 수 없는 존재들.

'역시 이들과 난 한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단 말인가?'

바랄 수 없는 소원일런지도 모른다. 어차피 영운의 존재가치는 이들 쓰레기들을 청소하는데 그 존재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악이 있어야 정의가 빛을 발한다. 영운의 존재 의의 역시 이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전력을 다해 부서 주마.'

공존 할 수 없는 존재라면 파멸적으로 괴멸시켜버리면 그만이다. 멸신의 소명을 가진 그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전 세계에서도 그랬었고 그 이전의 세계에서도 그랬었다. 다만 이번엔 영운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지켜야 할 존재들이 자신의 싸움에 말려든다면, 또 말려들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면 영운은 결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신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리라.'

영운은 아랫입술을 질끈 씹으며 결심했다. 영운의 애검 라이온 하트 역시 그런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더욱 밝은 빛을 발하며 검명을 토해냈다.

-우우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앙!

"너희들이 노리는 것은 나겠지? 그렇다면 따라오너라."

영운은 자신을 노리고 쇄도해 들어오는 암살자들을 향해 일갈하고 몸을 돌려 도주하기 시작했다. 영운의 태도에 검은 로브의 암살자들은 일순 당황했지만 곧 태세를 정비하고 영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있어 영운 이외의 사절단 일행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받은 명령은 오직 영운의 말살.

표적이 도망치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영운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도망치는 것인지, 아니면 함정을 파고 유인하는 것인지 파악할 필요는 없다.

함정이라고 할 지라도 자신들에게는 그 어떠한 위해가 될 수 없음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추격하라."

암살자들의 우두머리는 기계적인 음성으로 명령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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