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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내용의 정리가 필요해 얼마 못 올리고 있습니다. 일단 올리고는 있지만 128편과 129편은 수정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이번주까지는 매일 한편씩 올리며 이야기의 전개와 수정에 주력하겠습니다.
그럼 즐독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여 ^^;;;;;;;;;; 방랑이는 이만 물러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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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생아 트리온, 그리고 멸신자와의 영원한 전쟁.
"히이이이이잉!"
"워워워워어!"
한편 영운과 암살자들이 떠나간 공터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그들이 싸운 여파로 그렇지 않아도 건조한 산림에 불이 붙었던 것이다. 불길은 삽시간에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정도로 번져 나갔다.
말들이 불길에 놀라 투레질을 하며 날뛰기 시작했고 살아 남은 기사들과 병사들은 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침착해라. 침착해라. 불길이 이곳까지 오려면 아직 시간이 있다. 침착하게 말을 진정시키고 이곳을 떠나면 살아 남을 수 있다."
더글라스와 멕켈은 주변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사들과 병사들을 독려했다. 다행히 몇 몇을 제외한 기사들과 병사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로 구성되었기에 더 이상의 혼란은 피할 수 있었다.
"더글라스 경!"
"말씀하십시오. 멕켈 경."
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멕켈은 더글라스를 불렀다.
"희생은 얼마나 됩니까?"
경황중이었기에 정확하게는 파악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대충 파악한 숫자를 멕켈에게 알려 줬다.
"기사가 40명 정도에 병사가 200정도 희생됐습니다. 수행원들은 비전투 요원들이라 그렇게 많이 희생당하지 않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그들의 습격은 전광석화 같았다. 대충 암살자들과 교전 시간은 5분 남짓, 10여명을 넘는 숫자의 암살자에게 무려 250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많이?"
"엄청난 실력을 가진 놈들이었습니다. 대공 전하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전멸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에 멕켈은 할 말을 잃었다. 더글라스의 말대로 그들의 공격이 영운에게로 집중되지 않았다면 더글라스의 말대로 전멸을 면키 힘들었으리라.
"소드마스터 십 수명이라……."
멕켈은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옛?"
너무나 작은 음성이었기에 더글라스의 귀에까지는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목소리의 흔적을 들었는지 멕켈을 향해 되물었다.
"아…아니오. 아무튼 난 대공 전하의 뒤를 쫓아가겠소. 그대는 이곳에 남아 사절단을 추수려 숲을 빠져나가시오."
"그러나?"
"놈들의 목표는 대공 전하임이 분명하오. 더 이상의 습격은 없을 듯 싶소.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 이곳 영지의 지원을 받도록 하십시오. 놈들에게 희생당한 기사와 병사들의 시신은……."
멕켈은 차갑게 식어 버린 기사들과 병사들의 시신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임펠리아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은 대단한 재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처참한 시신이 되어 이국의 땅에 들어 누웠으니 속이 뒤집힐 만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감상에 젖어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에게 있어 지금 중요한 것은 영운의 행방과 안전이었다. 물론 그랜드 마스터에 달한 영운이 쉽게 암살자들에게 당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들의 숫자를 생각한다면 느긋하게 영운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여기에 놓아 둔 채로 철수 할 수밖에……."
"……."
멕켈은 아랫입술을 질끈 씹으며 말했다. 불길은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불길을 우선 피한 후 누라에게서 병력을 지원 받아 시신을 수습할 수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멕켈 경"
더글라스 역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밍기적 거리면 자신들 역시 화마에 휩싸여 죽음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그럼 대공 전하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더글라스 경!"
소드마스터급의 검사에게 그랜드 마스터급의 검사를 부탁하다니……. 조금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머리 속에서 지우고 멕켈은 몸을 돌려 영운이 간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대공 전하!'
-쉬이이이이익!
바람을 날카롭게 가르는 소리.
희미한 잔영(殘映)만을 남긴 물체는 가공할 속도로 숲을 가로질러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역시 맹렬한 기세로 뒤따르는 10여 개의 물체들…….
'이쯤이면 괜찮겠군.'
-턱!
영운이었다. 영운은 주변을 한번 둘러본 뒤 고속으로 이동하는 것을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영운의 뒤를 추격하던 검은 로브의 암살자들 역시 영운을 둘러싸며 멈춰 섰다.
"생각대로 전원 쫓아 왔군."
영운은 가볍게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애초에 떨궈트릴 수 있는 존재들은 아니었다. 전원이 대충 소드마스터의 경지는 가볍게 넘긴 존재들, 아니 어쩌면 더욱 측정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평범한 인간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힘으로 어찌 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하지만 영운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대단한 힘이야. 자연지기가 많은 만큼 그 힘도 강력해 지는 건가? 어둠의 트리온의 종족이여."
"……."
"……."
순간 영운의 말에 검은 로브의 암살자들은 약간의 동요의 빛을 보였다. 여지껏 영운과 전투를 벌일 때도, 영운을 추격할 때도 절대 동요의 빛은 보이지 않았던 그들이다. 특히 한 명의 동료가 영운의 일검에 몸과 목이 분리되어 죽었을 때조차도 동요하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만큼은 이들도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트리온을 알다니 역시…'그'…였는…가?"
암살자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검은 로브의 사내의 음성은 서서히 인간의 그것이 아닌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벙어리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군."
-묻겠다. 넌 '그'가 맞는가?
사내의 음성은 완전히 변화하였다. 마치 쇳덩어리가 긁히면서 나는 듯한 투박하고 소름끼치는 음성이었다.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이 기괴한 소리에 눈살을 찡그릴 만도 했지만 영운은 많이 익숙한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글쎄? '그'가 맞을까? '그'가 맞다면 어쩔 작정이지?"
-완전 말살!
"'그'가 아니라면?"
-제거!
"……."
표현 방법만이 틀렸지 죽이겠다는 의미만큼은 일관된 내용이다.
"확실히 일관성이 있어 좋기는 한데 이러면 협상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군."
어차피 영운 자신도 협상할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지금까지 멸신자와 그 반대편에 서는 자들의 관계는 죽거나 죽이는 관계였을 뿐 공생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협상 따위는 필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텐데.
"하긴! 협상 따위는 필요 없었지."
너무나 극명하게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질적인 존재들이다. 절대적으로 타협의 여지가 없는 존재들이다.
"잠시 망각했었어."
-…….
"확실히."
영운의 두 눈이 서서히, 그러나 확연하게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천문관 요새에서 보여줬던 강렬하지만 잔혹하기 그지없는 광기어린 눈동자로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럼 전쟁을 시작해 볼까?"
토리온의 종족!
이 세계에서는 이미 잊혀진 존재들을 말한다. 아니 이것은 전차원을 통해 잊혀진 존재들을 말한다. '신들의 잔재!' 혹은 '신들의 사생아!'라는 이름으로 더욱 많이 알려진 존재들. 그들은 버림받은 존재들이다. 그들은 인과률에 의해 탄생되지 말았어야 할 이단의 존재들이다.
이것은 지성체들이, 인간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문자로 기록하기 이전의 태고의 기억이다.
혼돈과 질서, 파괴와 창조, 소멸과 탄생의 카오스가 의지를 가지고 세상을 창조했을 때의 일이다. 카오스는 처음 수많은 차원들을 무차별적으로 창조했다. 그리고 각 차원마다 자신의 권능을 나눠준 존재들로 하여금 관리토록 하였다.
한 개의 차원에 존재 하나, 혹은 둘, 셋 이상의 관리자를 두어 차원을 관리했다. 인간들은 이들을 주신이라고 명명했고 두려움과 경외감으로써 경배했다.
카오스에게 차원을 넘겨받은 주신들은 카오스와 같이 자신들의 권능을 가진 분신들을 만들어 냈다. 이들은 수많은 분신들을 만들어 냈고 그들로 하여금 질서를 세우고 조화를 확립하여 각각의 차원에 맞는 세상을 창조해 나갔다.
인간을 창조하고 엘프를 창조하고 드워프를 창조하고 오크를 창조했다. 드래곤을 창조하고 몬스터를 창조하고 마족을 창조하고 신족을 창조하였다. 이 모든 것은 균형과 조화 속에 이루어 졌으며 방대한 작업은 수십만, 수백만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신들은 자신들의 근원인 카오스와 어버이 주신의 명령에 복종하여 보다 완벽한 세상을, 낙원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완벽한 조화와 균형은 권태를 낳는 법이다.
지루했다. 모든 것을 귀찮게 생각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자극이 필요했다.
이에 신들은 카오스와 주신들의 눈을 피해 물질계로 유희를 떠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갖지 못한 그 무엇인가를 찾아서.
과연 물질계는 자신들이 갖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기껏해야 100년의 삶도 살지 못하는 짧은 인생의 인간들이었지만, 500여년에 미치지 못하는 엘프들의 삶이었지만, 그리고 그것보다 잛고 미천한 몬스터의 삶이었지만 신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신들은 환호했다.
이 색다른 경험 속에서 자신들이 잃고 있었던 그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모두들 속속히 물질계로 향하였고 신들은 인간의 삶 속에……, 엘프의 삶 속에……, 드워프의 삶 속에……, 몬스터의 삶 속에…녹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신의 강림은 물질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주신의 눈을 피해 유희를 즐기기에 바로 보이는 질서를 파괴할 수는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인과률을 파괴하기에는 그들의 역할은 충분했다. 신의 강림 자체가 인과률을 파괴시키는 일이었지만 그것보다 심각하게 인과률을 파괴한 것은 바로 연(緣)을 맺는 것이었다.
신은 결코 물질계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존재이다. 그것은 혼돈의 카오스가 천명한 법칙으로 절대적인 권능을 지닌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의 유희로 인해 원래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연이 생겨나고 필연적으로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 인간, 엘프, 드워프, 오크 심지어는 몬스터까지 생겨난다. 문제는 이렇게 신과 관계하여 생겨난 사생아들에게는 종족의 본성을 초월하는 거대한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드래곤들도, 신족들도, 마족들조차도 어쩔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그 엄청난 힘을 이용해 물질계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어느 사이엔가 그 숫자마저 폭발적으로 늘여 하급 신들의 힘을 능가하는 무력을 갖추게 되었고 신들은 이들의 이러한 행동을 더 이상 제지할 수 없는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물질계에 사는 존재들은 이들을 신들의 사생아, 토리온 종족이라 부르며 두려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