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134화 (13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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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황제, 음모속으로..........

-전멸...이라?

어둠뿐인 공간! 그 사이사이에 느껴지는 인기척. 그리고 불쾌감이 가득한 음성이 어둠 가득한 공간을 뒤흔들었다.

-역시 예상대로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란 말인가? 기스플랜!

-글쎄? 정보가 모자라. 아직은 단정짓기 힘들다. 호르노.

-과연 그럴까? 암천수호대 열 넷이 당했다. 한 명, 한 명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들, 그런 존재들을 소멸시켰다는 말은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지.

-......

-그렇다면 앞으로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섣불리 움직일 수 없소. 자칫 일족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을지 모르는 일, 좀더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결정할 수밖에 없소.

-그렇군! 동감이요. 일부러 벌집을 건드릴 필요는 없지.

-찬성이오.

-나도 찬성이오.

음성은 각양각색이었다.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었다. 나이 어린 소년의 미성도 있었고 나이가 많아 컬컬한 음성도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이 어둠을 방패삼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 의제를 의논할까 하는데...황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지 않으시오? 코쟉! 아니 루이퍼 크리프트 '오만의 군주'여!

루이퍼 크리프트.

공식적으로 크리프트 공작가의 가주. 하지만 비공식적으론 제국의 실세이자 어둠의 뒤편에서 제국을 지배하는 원로원의 일인이자 오만의 군주로 명명된 인물이다.

제국군을 이끌고 임펠리아를 침공했을 당시 귀족군의 수장으로써 전쟁에 참전한 인물, 하지만 영운이 지휘하는 임펠리아군에 패배하여 부시 백작을 데리고 모습을 감추었던 인물이다.

그 역시 트리온 일족의 일원이었다.

-확실히 황제의 움직임이 불온함을 보이고 있음은 숙지하고 있는 사실. 하지만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잖소. 기스플랜 '잔멸의 군주'여!

-문제는 그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는데 있소. 더구나.....

확실히 말해 원로원과 황제의 관계는 상생의 관계가 아닌 대립의 관계이다. 황제가 원로원의 간섭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음은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 다만 황제의 혼자 힘만으로는 결코 원로원의 힘을 당할 수 없음에 지금까지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대립 없이 조용했다.

다만 지금부터의 황제의 움직임이 왠지 수상해 보였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황제에게서 원로원의 원로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흑영!

어둠에 휩싸인 공간의 한복판에 어둠과 동화되어 있던 복면을 뒤집어 쓴 한 인물이 부복하며 부름에 답하였다.

"말씀하소서."

-너는 황제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존재. 최근 황제의 행동에 불온함의 편린을 발견하지 못하였느냐?

흑영은 결코 황제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존재이다. 황제의 최측근이면서 감시자. 그의 말 한마디에 황제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확신할 수 있느냐?

"확신할 수 있습니다."

추호의, 일말의 의심도 없는, 흔들림 없는 음성이었다.

-그런가? 그래 지금 황제는 어디에 있는가?

"황제 폐하의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흐음! 알았다. 원래 자리로 복귀하도록...... 그리고 황제의 행동에 변화가 감지된다면 즉시 원로원의 통보하도록.

"봉명! 어둠 속의 황제의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원로들의 명이 떨어지자 흑영은 서서히 어둠과 동화되기 시작하더니 그 자취를 감추었다. 완전히 원로원을 벗어 난 것을 확인한 원로들은 다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흑영을 믿을 수 없습니다.

선이 가느다란 것이 변성기를 지나지 않는 어린아이의 음성이었다.

-맞소. 아브룬 '황혼의 군주'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흑영은 너무 황제의 곁에 오래있었소.

이번에는 반대로 극단적인 굵고 듣기에 껄끄러운 기스플랜의 음성이 아브론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집무실이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노릇이로군. 일족의 일원으로 각성한 이후 집무실 근처에도 가지 않던 작자가 갑자기 집무실을 찾았다니......

-집무실은 흑영이 들어갈 수 없는 유일한 장소. 안에서 무슨 짓을 계획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경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황제를 폐위하고 제거할 수도 있소.

-......

기스플랜의 말에 일순 정적이 찾아 들어왔다. 지금까지 제국 황궁의 역사는 원로원과 황제간의 끊임없는 권력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이며 노골적으로 황제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없었다.

단지 황제의 유폐 정도의 의견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원로들에게는 기스플랜의 주장은 제법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제국의 권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이라면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소. 하지만 황제의 움직임은 그런 차원의 움직임이 아닌 듯 싶소.

기스플랜은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다만 그 무언가란 정보를 원로원의 원로들과 공유하지 않고 있는 듯 했다.

-기스플랜 잔멸의 군주여! 그대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 같군요.

-확실함이 모자라는 첩보 수준의 정보일 뿐이오. 언젠가는 여기 있는 이들 모두가 알게되겠지만 지금 그대들에게 알리기에는 미흡한 정보요.

원로원은 철저하게 독립된 존재들이다. 또한 철저하게 평행선상에 있는 평등한 존재들이다. 명령을 내리고 명령에 따르는 존재들이 아니다. 기스플랜이 아직 말하고 싶지 않음을 표명했기에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었다.

알고 싶다면 자신들이 알아봐야 할 사항이었다.

-알겠소. 그 정보에 대해 기대하지요.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소. 다음 회의는 따로 연통을 돌리겠소.

-......

오만의 군주, 루이퍼 크리프트 코쟉의 음성을 마지막으로 원로원들의 기척이 하나 둘 지워지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많은 의견을 나누었지만 명쾌하게 결론을 내린 것이 없었기에 모두들 마음이 어두웠다.

이제는 개별적으로 자신들의 능력이 미치는 한도 내에서 움직여야만 했다.

기척은 하나, 둘 사라지더니 이제 원로원의 어둠 속에 파묻힌 공간에는 단 한 명만의 존재만이 남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어두운 공간을 지키고 있는 인물은 기스플랜이었다. 기스플랜은 번들거리는 눈빛을 빛내며 무언가를 고심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말을 했어야 했나?

그 무언가란 바로 자신이 알고 있는 확신할 수 없는 정보였다.

-아니야. 우선은 나만이 알고 있어야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마음속으로 자위하는 기스플랜이었다. 만약 다른 원로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가는 지금의 자신의 반응 이상으로 황제를 적대시 할 것이 틀림없었다.

확실한 정보라면 모르되 불확실한 정보만으로 황제를 적대시한다면 제국은 큰 혼란 속에 빠질 것이 자명한 일, 우선은 사실 확인이 최우선이었다.

-그러나...한가지 확실한 것은......

기스플랜은 하얀 수염에 쌓인 입술을 굳게 닫았다.

-황제가 우리 일족에 있어서 멸신자 보다 더 위험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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