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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렸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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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황제, 음모속으로..........
네오누라 제국으로부터 귀환한 영운은 즉시 각 군 지휘관들에게 자신의 부대를 장악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전쟁이 끝난지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기에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던 각 군의 지휘관들은 돌연 떨어진 영운의 명령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잔득 긴장하며 착실하게 부대를 장악해 가기 시작했다.
다만 재상을 필두로 국방장관, 아라크네의 할슈타인 백작은 영운의 의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영운의 행동에 대한 아리나스의 묵인으로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끓는 속만 애태우고 있었다.
"...그래서?"
아리나스가 가장 바쁜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 이른 아침부터 제국의 실세라고 불리는 3인방을 앞에 두고 시끈둥한 반응을 아리나스는 보이고 있었다. 아니 음성 깊은 곳에는 분노의 감정마저 일고 있었다.
"외람되옵고 불충한 말씀이오나 대공 전하의 행동이......"
"그 '분'은 제 남편입니다."
'분'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아리나스는 말했다. 영운과 아리나스의 관계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복잡한 관계이다. 군신지간이자 부부라는 관계는 특별한 서열역학이 작용할 수 없는 관계이다. 여기에 더해 영운에게는 특별한 세력이 없다.
지나가던 나그네 한 명이 운 좋게 공주를 만나 도움을 주고 결국에 결혼에 골인하는데 성공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 나쁘게 말하자면 벼락출세한 인물일 뿐이다.
물론 가진바 무력이 그랜드 마스터급에 전쟁의 판세를 읽는 능력이 출중하여 지휘관으로써 한없는 능력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 그동안 영운의 대공으로써 자질(여기서 자질은 영운의 태생적 성분이 대부분이다.)에 관해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역으로 말하자면 영운의 뛰어난 능력이 지금까지 그의 모든 약점을 커버하고 있었지만 임펠리아라는 나라가 안정기에 접어드는 그 시점에서부터는 영운의 특출 난 능력은 서서히 경계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현(現)임펠리아 황조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에게 있어 영운은, 조금 심하게 말해 아리나스에게서 모든 권력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잠재적인 적대 세력으로 비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인지 위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만 대공 전하께서 가지신 그 힘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군부에서는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대공 전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무리들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할슈타인 백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보를 관장하는 아라크네의 수장으로써 이미 여러곳에서 그런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할슈타인 백작은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리나스의 얼굴에는 고소(苦笑)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백작께서 무얼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는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도 그분의 열렬한 추종자들 중에 한 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그러나....."
"부부싸움을 해도 이 나라를 말아먹지 않을 정도로 할 터이니 걱정을 털어 버리도록 해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신이 할 말을 없사옵니다만......"
"자! 자! 그런 어두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어요. 랑텐 재무대신이 올린 올해 하반기의 예산 집행내역이지요? 재상."
"예 폐하! 일단 예산 확보현황은 좋습니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올해의 곡식의 작황도 순조롭고 세금도 무리 없이 걷히고 있습니다. 수도에서 테빌에 이르는 도로공사도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
재상의 보고는 계속됐다.
주요한 현황들만 보고하는 것이지만 나라 규모가 과거의 임펠리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기에 세세한 사항까지 듣지 않아도 한 두시간 정도는 보고가 이어질 것이다.
아리나스가 제위하고 수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사회, 경제, 군사의 모든 지표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기에 분명 기분 좋은 보고였다. 하지만 이곳에 모든 그 누구의 얼굴에도 기뻐하는 표정은 없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어두운 그늘이 얼굴을 가득 덮고 있었다.
'영운에 대한 의구심이 이렇게 깊었던가?'
이미 아리나스의 귀에는 재상의 보고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아리나스는 이 앞뒤가 꽉 막힌 늙은 신료들을 바라보며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하긴 영운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걱정도 헛튼 걱정이 아니지.'
과거 소국 임펠리아의 두 공작의 영향력 따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영운의 영향력은 임펠리아의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영운이 마음만 먹는다면 군부의 인물들 몇몇을 선동해 나라를 뒤집어 버리는 것쯤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리라.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들의 걱정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저들의 걱정을 불식시킬 카드가 나에게는 있지.'
아리나스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배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영운이 돌아 온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영운에게 말하지 못했다. 일부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기회를 잡지 못해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신료들 역시 아리나스가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애 아버지인 영운이 모르는데 다른 제 3자들이 모르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지도...... 만약 신료들이 아리나스의 임신 사실을 안다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영운에 대한 불길한 생각을 모두 지울 것이다.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며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줄곧 생각했던 즐거운 상상이다. 지금까지 영운과의 유대가 더욱 끈끈해 질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물론이고 한 여인으로써......
제국의 황도 영광의 홀.
제국 그 어떠한 지역보다 완벽한 치안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중 황제가 기거하는 황궁에 대한 경비는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철통과 같다.
-휘리리리릭!
그런 황도, 황궁의 경비를 비웃듯이 온몸을, 얼굴까지 감싼 복면인이 그림자와 같이 황궁으로 침투해 들어가고 있었다.
'황제의 집무실이 아마 저쪽이었지? 기억이 가물가물 한 것이......'
드넓은 황궁에서 어느 한곳을 꼭 찝어 찾아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황궁에서 일을 하는 고용인들조차도 길을 잃고 헤맨 경험이 몇 번씩 있을 정도이니 처음 궁에 들어오는 사람으로써, 그것도 다른 이들 모르게 숨어 들어와야 하는 이로써 길을 잃지 않고 숨어 들어간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복면인은 제법 상세하게 길을 알고 있었기에 비교적 거침없이 자신이 목표로 하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집무실이다.'
제법 화려하게 치장된 문이 보였다. 원래 황제가 집무실에 있을 때는 상당수의 로열 가드들이 문을 중심으로 복도에서 경비를 서겠지만 황제가 없는 경우에는 한, 두 명의 기사들만이 자리를 지킨다. 다만 요 근래(현황제가 황제가 되고 집무실을 찾은 적은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황제가 집무실에 온 적이 없었기에 거의 방치되다 시피 한 곳이다.
덕분에 경비를 서고 있는 기사 한 명도 없이 을시년스런 분위기만을 풍기고 있는 집무실 앞 복도였다.
'생각보다는 제법 수월하게 침투를 할 수 있겠군.'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보니 잠겨져 있지 않았다. 검은 복면의 사내는 의외의 행운에 감사를 드리며 집무실 안으로 스며들 듯이 들어갔다.
-딸깍!
그리고 문이 잠기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예전의 평화스런(?) 모습을 되찾았다.
'이곳이 황제의 집무실인가?'
의외였다. 황제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눈을 어지럽힐 정도로 화려하게 치장된 집무실을 연상했지만 의외로 집무실 안은 단촐했다. 회의실 탁자 마냥 큼지막한 책상하나에 걸상 하나, 장식용이라기 보다는 실전용에 가까운 풀 갑옷 세트, 그리고 벽면의 절반 이상을 두르고 있는 책장과 각종 서적들은 방탕한 황제의 집무실이라고 생각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아하고 고풍스런 분위기의 방이로군.'
시종들에 의해 깨끗하게 정리가 되고 있는지 먼지 한 톨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하지만 사람이 찾지 않는 흔적은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흐흐흐. 황제의 취미야 그렇다고 치고, 과연 이 방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얼마 전 황제가 은거(?)하고 있던 궁을 빠져나와 이곳 집무실에서 몇 일간의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모든 사람들의 집무실 출입이 통제되었다. 제국의 기둥이라는 3후작은 물론이고 식사를 가져 온 그의 유모마저 출입할 수 없었다.
사실 이 집무실은 제국의 역대 황제들이 대대로 사용하던 집무실이 아니다. 역대 황제들이 대대로 사용하던 집무실은 따로 있다. 이곳은 현(現)황제가 황태자 시절 때부터 사용해 오던 집무실이었는데 황제가 된 이후에도 집무실로 계속 사용했을 뿐이다. 물론 이후 수년에 한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적은 횟수였지만......
'자 그럼 보물찾기를 시작해 볼까?'
확실히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복면인은 그런 상황마저 즐기는 듯 얼굴에 가느다란 미소를 띄우며 집무실을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으...음!"
지긋이 두 눈을 감고 있던 황제는 눈을 떴다.
'침입자인가?'
느껴졌다. 누군가 자신의 집무실에 침입해 들어왔음이 느껴졌다.
'누굴까? 원로원의 늙은이들 중 한 명이겠지?'
이곳은 제국의 황도이다. 그것도 가장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는 황궁의 복판에 있다. 그런 이곳에 숨어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간단한 알람 마법에 걸리다니...방심하고 있군.'
물론 자신의 집무실에 걸린 마법은 간단한 알람 마법 따위가 아니다. 언령을 이용한, 일반적인 마법사로써는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의 마법이다. 그러나 그런 수준의 마법이라고 해도 원로원의 원로들의 안목을 속일 수는 없을 것이 틀림없다.
"흑영! 거기에 있느냐?"
-옛! 폐하!
"집무실로 갈 것이다. 채비를 하라."
-...알겠사옵니다. 폐하!
어차피 채비를 갖추고 할 것도 없다. 황궁 내에서 내로 이동을 하는 것뿐이니 그냥 일어서서 나가면 되는 것이다. 황제는 자리를 박차고 힘차게 일어났다.
'주인의 허락 없이 들어온 손님은 결코 환영을 받지 못하리라.'
황제의 얼굴에는 잔인한 미소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진언의 공간 '흠! 이것도 아니고...저것도 아니고......'
과연 제국의 황제의 집무실답게 그 넓이는 넓었다. 검은 복면인은 무엇인가를 찾아 여기저기를 뒤졌지만 목표로 하던 것은 찾을 수 없나 보다.
"에잇!"
검은 복면인은 짜증이 나는지 머리를 신경질 적으로 긁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도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긴 이렇게 쉽게 발견할 수는 없겠지. 흠!'
검은 복면인이 철수하려는 순간 누군가 황제의 집무실을 향해 다고 오고 있는 인기척을 느꼈다.
'이 시간에 누굴까?'
검은 복면인은 마치 녹아내리 듯이 모습을 감추었다.
-딸깍!
원래 잠금쇠로 잠겨 있지 않던 문이었기에 쉽게 손잡이를 비트는 것만으로 문은 열렸다. 그리고 문 사이로 들어오는 그림자. 황제였다. 황제는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마치 익숙하지 않는 곳을 들어온 듯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하긴 황제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곳 집무실은 그렇게 익숙하지 않는 곳일 수도 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황제는 성큼성큼 다리를 내딛으며 중앙 벽면에 위치한 벽난로 쪽으로 몸을 옮겼다. 제국은 대륙의 북반구에 위치한 국가이다. 특히 수도인 영광의 홀은 제국의 정중앙에서 조금 북쪽으로 치우친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한 겨울에는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조금 춥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보온을 위한 벽난로들이 발달되어 있다. 거기에 황제는 과거 황태자 시절에 유별나게 추위를 싫어해 다른 방들보다 큰 벽난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벽난로였나?'
황제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검은 복면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알 수 없는 것은 복면인 역시 그 벽난로를 유심히 살폈지만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기관이 장치되어 비밀 통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 이상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무런 장치도 되어 있지 않는 평범한 벽난로였는데.'
확실히 기관이 장치되어 있거나 마법적으로 처리한 벽난로였다면 검은 복면인이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에 그곳에 어떤 장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벽난로에 묻어 나오는 이상한 기운이 마음에 걸리는 복면인이었지만 딱히 그것이 어떤 기운이라고 정의할 수 없었기에 흥미를 끊었었다.
"라-고키드-에고즘!"
-스스스스슷!
황제의 말에 반응이라도 한 것일까? 벽난로 안쪽 끝에 있던 어둠이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둠은 서서히 벽난로를 잠식해 들어갔고 어느 순간에는 벽난로를 집어 삼기고 벽면 전체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다.
'진언(眞言)...인가?'
진언, 혹은 언령 마법이라고 불리는 마법. 마법을 모르는 일반인들조차도 그 염원의 세기에 따라 발현될 수 있는 마법. 고서클의 마법사들조차도 소모되는 힘에 비해 그 위력은 현저하게 낮은 통에 비효율적인 마법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마법.
하지만 진정으로 언령 마법의 위력을 아는 이가 없기에 희미한 기억의 저편에 묻혀버린 고대의 유산이 되어버린 마법. 그런 마법을 지금 황제가 발현시키고 있었다.
그것도......
'공간조차 형성할 수 있는 진언이라...... 이것은 마치 신급 마법이 아닌가?'
복면인은 자신의 복면 안쪽으로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 일족의 수장들도 할 수 없는 능력이다. 설마 황제가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숨겨왔다는 말인가?'
이것은 심각한 일이다. 황제가 황위에 오른 지 이십 수년의 세월이 지났다. 인간들에게 있어 자신의 일생의 1/3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이다. 그 동안 의도적으로 이런 힘을 황제가 의도저그로 숨겨 왔다면 황제의 속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위험해! 황제는 위험한 존재이다. 너무 위험한 존재이다.'
소름이 돋았다. 머릿속에는 연신 위험을 알리는 경보가 쉼 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헛!'
복면인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 소리를 토해 낼 뻔했다. 마치 아비지옥의 입구처럼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흑색 공간을 바라보고 있던 황제의 시선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마치 몸을 숨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듯.
'서...설마,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는 황제의 능력으로는 자신이 숨어 있음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해 왔다. 자신이 몸을 숨기고자 한다면 바로 곁에 숨어 있어도 일족의 그 누구도 자신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자존심은 지금 사정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황제는 분명 자신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자신이 숨은 곳을 향해, 아니 자신의 시선을 향해 황제는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황제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검은 공간 속으로 몸을 날려 사라졌다.
복면인은 그런 황제의 모습에 더욱 소름이 끼쳤다. 특히 자신의 눈에 시선을 맞추고 가볍게 씨익 웃는 황제의 얼굴에서는 귀기(鬼氣)까지 느껴지는 것이 두 번 다시 대면하고 싶지 않는 것이 그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물러설 수는 없지.'
자신이 몸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언의 공간을 열어 보란듯이 들어가는 황제의 의도는 단 한가지이다.
'따라 올 테면 따라와라. 들어 올 테면 들어와라.'
그 의도가 무엇이 되었던 간에 이는 분명 자신을 향한 도발이다.
복면인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을 벗었다. 자신의 은신을 알고 있을 황제의 능력이라면 분명 황제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이상 정체를 숨길 필요는 없었다.
"좋아! 그 도발에 넘어가 주지. 나 잔멸의 군주 기스플랜은 황제의 도발에 넘어가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