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마가 꼈네 (1)
“경복 씨는 참 인상이 좋아. 이름도 경사 경자에 복 복자를 쓴다고 했지?”
“네, 맞습니다.”
후덕한 풍채의 사장이 말하자 이경복은 입꼬리를 올렸다.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는 입술은 그 미소가 노력의 산물임을 알려 주었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쌍욕을 박아야 할 순간에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요. 이게 삶이라는 게 이름 따라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더라고. 그런 면에서 경복 씨랑 거래 맺는 거? 나는 아주 좋다고 봐.”
“아, 그럼…….”
지난 노력의 결실이 드디어 맺는 걸일까. 이경복은 입가에 힘을 주지 않고도 미소가 나왔다.
“그런데 우리가 거래 한두 번 하고 말 것도 아니잖아?”
순간 머리가 지끈거린다.
골 아픈 게 아니라 진짜로 지끈거린다. 눈앞의 인간은 똥이란 걸 알려 주듯.
물론 회사에서 시키니 이 자리에 있다. 이 와중에 사장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게 B2B라고는 해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거든. 이거 너무 분위기가 비즈니스 위주인 것 같지 않아요?”
“아하하!”
그냥 웃었다.
어이가 없어 웃었지만, 실제론 그냥 웃었다. 거래처 사장에게서 느껴지는 불쾌함이 더욱 강해졌다.
‘결국 접대를 좀 더 해 보라 이건가…….’
말은 번지르르 하지만 더 성의를 보이라는 뜻이었다. 사장은 힐끔 시계를 확인하더니 허허롭게 웃으며 일어났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보게. 내가 너무 오래 붙들어 놓은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러네요. 꽤 늦었네요. 어쨌든 지금은 안 하신다는 거지요?”
마치 이경복이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 살짝 당황한 사장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
“크, 크음. 제안에 대해서는 실무진이랑 다시 검토해 볼게. 이거 사장이라고 내 마음대로 하면 큰일 나거든. 내가 확실히 설득해 둘 테니까 다음에는 술이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합시다.”
사장은 웃으며 이경복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태도는 부드럽지만 속내는 부드럽지 않았다.
“좀 아쉬운 게, 경복 씨는 너무 몸에 힘이 들어갔어. 다른 직원처럼 융통성을 좀 길러 보는 게 좋겠어요.”
지끈.
순간 다시 머리에 통증이 찾아왔다. 아까보다 강한 신호.
익숙한 통증. 그리고 전조.
“네. 조언,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하지만, 이경복은 끝까지 미소를 유지한 채로 거래처를 나왔다. 노을이 저무는 하늘이 보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역시나 예상을 빗나가지 않네. 이걸 하라고 지랄들을 하니…….’
사장은 물론이고 이 업장 일대 자체에서 불길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회사에서 성사시키라고 등 떠미는 일을 그의 느낌만으로 계약을 엎어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쯧, 회사에 망조가 느껴지더니.’
이경복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회사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월급봉투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그는 조용히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손목에 찬 휴대기기, 스마트 링크로 가장 빠른 상행 표를 예매했다.
‘……퇴근해도 11시는 넘겠네.’
저녁도 먹지 못해 허기가 느껴졌다. 집에 도착해 간단히 식사를 때운 뒤 씻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출근.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
‘이렇게까지 회사에 붙어 있어야 하나.’
회의감이 엄습했다.
오늘은 될 것 같았던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던 탓일지도 몰랐다. 마치 심해로 가라앉을 것 같았던 마음은 갑자기 찾아든 불안감에 부상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있었다.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돌린 곳에는 아직 신호가 바뀌지 않았는데 횡단보도로 뛰어드는 아이가 보였다.
“젠장……!”
직감과 동시에 몸이 움직였다.
그는 막 바로 뛰쳐나가려는 아이를 붙잡았다.
“지금 뭐…….”
놀란 아이의 어머니가 무어라 하려는 찰나.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배달 오토바이가 코너를 돌아 아이의 바로 앞을 지나쳤다.
만약 이경복이 막지 않았다면 사고가 났을 상황. 아이는 놀랐는지 질겁하며 울음을 터뜨렸고 한 박자 늦게 어머니가 아이를 끌어안았다.
“지우야! 괜찮아!? 저기,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경복은 엄습하는 두통에 이를 꽉 물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 지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애들 손은 꼭 잡고 다니세요.”
“아, 네네…….”
홀린 듯 중얼거리는 어머니를 잠시 바라보던 이경복은 횡단보도를 걸었다.
‘할머니처럼 무당이 됐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수도.’
그는 어릴 때부터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모님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무당이셨던 할머니만은 이경복의 남다름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정작 할머니는 이경복이 신내림을 받지 않기를 원했다.
‘경복아, 네 안에 깃든 신력은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게 아니야. 무당 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라, 알았나? 그리 되면 신께서 너를 삼킬 것이야.’
할머니가 몇 번이고 남겼던 경고는 아직도 뇌리에 선명히 박혀 있었다.
‘신력(神力)이라…….’
할머니의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미 이경복은 ‘반동’을 숱하게 겪어 봤기 때문이었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아무 이유도 없이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약간의 현기증도 느껴졌다.
‘그래도 신병이 도지지는 않겠지.’
이경복은 의식적으로 고르게 숨을 쉬며 반동이 가시기를 기다렸다.
‘이 정도 반동이면 죽지는 않았어도 크게 다쳤겠어.’
다행히 증상은 더 심해지지 않았고 그는 대합실 벤치에 무사히 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좀 쉬나 싶었는데.
우웅하는 진동과 함께 통화 알림이 떴다.
[인간 언저리]
그의 사수였다.
이경복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녹음 어플을 켜고 통화를 받았다.
“예, 정 대리님.”
<계약 어떻게 됐어?>
목소리를 듣자마자 스트레스가 올라왔다. 그러나 그 기분을 드러내면 오히려 더 피곤해질 터였다.
“거의 다 성사됐습니다. 아마 다음에는…….”
<못 했어?>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말이 치고 들어온다. 이경복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야, 너 그거 하나 붙잡고 대체 시간을 얼마나 쓰는 거냐? 이번 달 실적 꼴랑 그거 하나만 올리고 말려고?>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다음 미팅 때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
<그쪽에서 그렇게 말했어? 다음에 보자고?>
“예.”
<하, 씹…… 야, 너 미쳤냐?>
“설마 미쳤겠습니까?”
사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을 쏟아냈다.
<뭐? 돌겠네 진짜. 이 새낀 말대꾸만 하고. 야! 영업 한두 번 해?! 될 것 같으면 더 푸시를 해야지! 거기서 다음에 보자고 진짜로 다음에 보기로 했냐?>
“예.”
이 상황에선 단답이면 충분하다.
이런 상황은 익숙했다.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게 뻔했다.
<예에? 예?>
“예.”
<하, 이 새끼. 대답하곤. 대답만 잘하면 뭐해. 어? 좀 나아지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냐! 왜? 일이 힘드냐? 너만 힘들어? 네가 일 그따위로 하면 다른 사람 힘든 건 생각 안 하냐?>
“그럼 지금 다시 갈까요?”
물론 안 갈 거다. 하지만 가라고도 하지 않을 거다.
평소 사수를 도와주던 일을 놓고 여기까지 왔으니 지금쯤 버벅거리고 있을 거다.
<됐고, 지금 기차 탔냐?>
“아뇨, 아직.”
<몇 시 기차인데?>
“10분 뒤입니다.”
<……어휴, 됐다. 마침 내가 그쪽 경유해서 가니까 넌 그냥 올라가. 뒤처리는 내가 할 테니까.>
“예?”
<아, 네 스마트 링크 ‘파인애플사’ 거 맞지?>
같이 일한 지 꽤 오래됐는데도 그걸 모른단 말인가.
“아, 네…… 그건 왜?”
<쯧, 영업 뛴다는 놈이 허세는. 안드로이드를 써야지 말이야. 기본이 아주 글러먹었어. 그러니까 네가 그 모양인 거야. 응? 정신 좀 제대로 차리자?>
뚝 하고 통화가 끊겼다. 동시에 어이가 없어졌다.
‘이 작자가 내 뒤처리를 해 준다고?’
회사에서 사수라고 붙여 놨지만 덕을 본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모르는 걸 물어보면 왜 스스로 찾아볼 생각을 안 하냐, 혼자 처리하면 왜 제멋대로 하냐고 쏘아 대는 부류였다.
오히려 지 똥을 이경복에게 닦으라고 닦달하는 쪽이었다.
‘뭔가 이상한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불길함이 자라났다.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지끈.
“젠장.”
또다시 머리가 지끈거린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꽤 강렬했다.
이경복은 힐끗 시간을 확인했다. 기차에 탑승해야 할 시각이었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이경복은 눈을 감고 깊이 호흡했다. 서서히 감각이 무뎌지며 고요가 찾아왔다.
그 위로 목소리가 떠올랐다.
‘몇 시 기차인데?’
평소 관심도 없던 사수가 자신의 스케쥴을 확인했다.
‘뒤처리는 내가 할 테니까.’
구태여 뒤처리를 자처했다. 심지어 거래처 사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가 아닌가.
‘다른 직원처럼 융통성을 좀 길러 보는 게 좋겠어요.’
그런데 묘하게도 거래처 사장은 ‘다른 직원’을 언급했다. 분명 담당자는 이경복뿐일 텐데.
“계속 머리가 아프게 만든 이유가 이거군.”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
머리의 지끈거림.
이건 단순한 두통이 아니다.
일종의 신호다.
신내림을 받지 않았음에도 그에게 전달되는 신호.
불길한 신호를 지나치지 않고 단편적인 단서들을 하나씩 끼워 맞춰 그림을 완성하는 순간, 억누르고 있던 신기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경복은 반사적으로 볼펜과 노트를 꺼내 무작위로 점을 찍었다. 할머니가 신점을 칠 때처럼 쌀이 있다면 미점(米占)을 쳐 보겠지만 상황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당장은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이대로 올라간다면?’
대흉(大凶).
‘거래처로 돌아가면?’
소길(小吉).
여기에 전화위복이라는 사실도 덧붙여졌다.
점괘 결과를 본 이경복은 결정을 내렸다. 바로 올라가지 않고 거래처를 다시 한번 찾아가 보기로.
하지만 머리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걸 느꼈다.
신기 발동의 후유증이다.
“아……!”
대합실 바닥에 붉은 핏방울이 투둑 떨어졌다. 그는 빠르게 티슈를 꺼내 코피를 닦아 내고 심호흡했다.
몸에 탈력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주어진 정보와 점괘 결과를 보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게 되지 않았나.
‘실적을 가로채려고? 근데 왜 날 배제하려고 했지? 날 데려가도 자기 실력으로 해냈다고 으스댈 수 있어. 뭔가가 더 있어.’
이경복은 확신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조차 육신을 좀 먹는다며 걱정했던 신기였다. 여태까지 이 신기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통증이 가시자 이경복은 곧장 거래처로 향했다.
‘…1…저건?’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사수와 거래처 사장의 모습이 보였다. 초면이라고 보기에는 친숙한 모습.
이윽고 거래처 사장은 자연스럽게 차량에 탑승했다.
이경복의 스마트 링크가 그 장면을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었다.
* * *
늦은 저녁, 어두운 조명의 바.
“전자 담배도 좋은데 역시 제 입맛에는 그냥 담배가 더 낫더라고요.”
“그렇다니까. 정 대리랑 나랑은 어쩜 이렇게 잘 맞나 몰라.”
“아유, 사장님이야 쿠바산 시가가 어울리시니 당연한 거죠.”
한껏 오른 취기에 사수와 사장은 웃음을 흘리며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런가? 허허, 이번 계약 보면 하나 장만해도 될 것 같긴 하네. 그런데 이거 이렇게 후려쳐도 되겠어?”
“아유, 걱정 하나도 하실 거 없습니다.”
사수는 손사래를 치며 이죽였다.
“오늘 제가 여기 온 거 아무도 모릅니다. 직원들도 저는 못 봤잖아요?”
“음, 그거야 그렇긴 한데.”
“사장님은 그냥 이경복이랑 계약만 했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정도는 빼먹어야 저나 사장님이나 좀 배가 부르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그 새끼가 다 뒤집어쓸 겁니다.”
그의 호언장담에 사장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좋아, 좋아. 그럼 정 대리만 믿지. 아, 그런데 이경복 그 친구는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지 모르겠어. 영업일 하면 좀 알아서 모시고 그러는 맛이 있어야지. 답답해서 원. 그런 친구 데리고 일하려니 정 대리가 고생이 많았겠어.”
“아이고, 말도 마십쇼. 그 자식 허우대만 멀쩡하고 실속은 하나도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어떤 줄 아십니까? 여직원들 앞에서는 꼭 분위기를 잡는다니까요. 그 시간에 일이나 좀 더 잘할 것이지.”
“그래? 그렇게 밝히는 친구였어?”
물론 이경복은 그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시선은 공정하지 않은 법이었다.
“예. 딱 보니까 기둥서방이나 할 팔자라니까요? 말하고 보니까 이건 회사를 위한 일이기도 하겠습니다.”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런 새끼 놔두면 분명 여직원이랑 사고 친다 아닙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를 위한 거죠.”
“아, 그것도 맞는 말이네.”
두 사람은 낄낄거리며 양주병을 비웠다.
“자자, 사장님 이제 2차 가시죠.”
“아, 그래그래. 가자고.”
비틀거리며 일어난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나자 직원이 다가와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때 한 남자가 두 사람이 앉았던 자리로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스마트 링크를 떨어뜨린 것 같아서.”
“아, 네네. 플래시 필요하세요?”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남자는 어두운 테이블 바닥 쪽을 더듬는 척하다가 테이블 밑에 걸어 두었던 스마트 링크를 빼냈다.
[새로운 녹음]
[00:47:57]
남자, 이경복은 녹음 종료를 눌렀다. 그는 직원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코피 흘리게 된 대가는 비싸게 치러야 할 거야. 아주 비싸게.”
아마 내일 회사에 난리가 나겠지.
* * *
다음날 오전.
이경복은 출근과 동시에 수많은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경복 씨, 대체 무슨 일이에요?”
“부장님이 지금 난리도 아니에요.”
“경복 씨 위로 지금 다 불려 갔어.”
다른 직원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경복이 대답도 하기 전에 사수가 얼굴을 구기며 다가왔다.
“경복 씨, 대체 무슨 일이야? 재계약 건으로 완전 회사가 뒤집어졌어!”
낯짝 하나 바꾸지 않고 하는 말에 이경복은 오히려 실소가 나왔다.
이 정도면 영업이 아니라 연기 쪽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 계약은 정 대리님이 마무리하시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뭐?! 아니, 대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참으로 가증스러운 인간이었다.
평소에도 둘만 있을 때는 반말하고,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존대해 주는 척하는 걸 보고 느꼈던 바였지만, 지금은 특히 더 그러했다.
“……더 말하는 건 시간 낭비 같네요.”
이경복은 자신만만해 하는 사수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 태도에 사수의 얼굴이 진심으로 구겨졌다.
“아니, 지금 뭐…….”
“이 사원이랑 정 대리! 회의실로 당장 들어와!”
사수가 막 무어라 하려는 순간 직속 상사인 팀장이 소리쳤다. 사수는 움찔하더니 이경복을 흘겨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이경복은 그 뒤를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이 친구야?”
“예…….”
분노를 숨기지 않는 영업부장과 차장, 그리고 눈치를 보는 팀장.
숨 막히는 분위기에도 이경복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들을 마주했다.
“무슨 일로 불렀는지는 잘 알겠지?”
서슬 퍼런 부장의 물음에 이경복은 고개를 기울였다.
“글쎄요?”
순간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사수의 입가 한쪽이 슬그머니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