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신입 스트리머가 너무 잘함 (2)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히든 루트, 그것도 최초 공개. 게다가 이경복이 보여 준 환상적인 피지컬까지.
시작부터 첫 번째 컷신까지의 아주 짧은 플레이였지만 현재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사장 문 열어! 사장 문 열어! 사장 문 열어!
-즉시 도네. 즉시 도네. 즉시 도네.
-아ㅋㅋ 안 잡아먹는다고 ㅋㅋㅋ
-해치지 않아여…… 우리 그런 사람 아니야……
다만 하꼬방송을 찾아오는 시청자들의 경우는 그 반응 정도가 좀 남다를 따름이었다.
이경복은 일단 대꾸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컷신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제게 총을 주면…….”
“당신, 이름이 뭡니까?”
“…존입니다.”
“그래요, 존. 미안하지만 저는 당신과 같이 갈 수 없습니다.”
경찰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바지를 걷어 올렸다. 그의 정강이에서 검붉은 핏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물린 상처가 분명했다.
-헐.
-이런 현실 버틸 수 없어!
-개발진, 그들은 사탄인가!
-아ㅋㅋㅋ 이정도면 사탄도 질색한다고ㅋㅋㅋ
도네를 부르짖던 시청자들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처음 들었던 비명이…….’
이경복은 충분히 상황을 짐작했다. 애당초 이 경찰 캐릭터는 구할 수 없던 것이다.
“바깥 상황은 알고 있습니까?”
“아뇨,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후, 언제 제가 저 더러운 시체들과 같이 변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존이 대답하자 경찰은 입술을 달싹였다.
“갑자기 동시 다발적으로 사람들이 의식을 잃었습니다. 덕분에 사고가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경찰, 소방, 병원…… 모두 마비될 정도였죠. 자연재해가 닥쳐도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시체들이 일어났죠.”
“그럼 바깥은…….”
“끔찍합니다. 지휘계통도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아무도 무전을 받지 않습니다. 지금 이 도시는…… 무정부상태나 다름없습니다.”
그리 말을 이으려던 경찰이 연신 기침을 했다. 단순한 기침이 아니라 피가 튀었다.
-사망 플래그 ON
-그는 좋은 경찰이었습니다……
-뭐야, 흔한 클리셰잖아
-눈물이 앞을 가리는……
우는 이모티콘이 채팅창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 사이 경찰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생각보다 남은 시간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존의 양손을 쥐었다.
“양손으로 굳게 잡고, 최대한 몸에 바짝 당기세요. 그리고 절대로 방아쇠를 당길 때 눈을 감으면 안 됩니다.”
존은 그의 말을 따라 자세를 취했다. 경찰은 절뚝이며 뒤로 물러났다.
“자, 그럼 연습해 보세요.”
연습 대상이 누구인지는 명확했다. 이경복은 상반신의 통제권이 돌아온 걸 느꼈다.
‘사격 튜토리얼이구나.’
그리 생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토리와 튜토리얼을 같이?
-다른 루트는 맨땅에 헤딩인데?
-이게 진짜 루트인 것인가……!
-센세! 빌어먹게 감사했습니다!
-감사…… 압도적 감사……!
이경복은 총구를 경찰에게 겨누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자 순식간에 컷신으로 뒤바뀌었다.
경찰이 쓰러지는 장면을 직접 보여 주는 대신 복도에 비치는 그림자, 그리고 섬광과 함께 그림자가 쓰러지는 연출이었다.
이어 컷신이 끝나고 이경복은 다시 통제권을 되찾았다.
“아쉽네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ㄹㅇㅋㅋ
-악독한 개발자 놈들.
-근데 이거 레알 찐 루트 아님?
-ㅇㅇ 지놈도 10트만에 돌파했지만 경찰은 못 살림.
-카드키도 부러진 상태로 나왔자너
시청자들은 히든 루트의 해금 조건이 단순히 도망치지 않는 것뿐만이 아니라 경찰의 생존이라 판단했다.
실제로 경찰을 돕기로 한 스트리머도 많았고, 여러 도전 끝에 성공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 당하기 전에 성공한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뭐, 그럼 지하로 가 봐야겠네요.”
지하, 물품보관실.
카드키를 얻었으니 사용처로 가야했다. 그리 결정한 이경복이 막 걸음을 내딛으려는 찰나였다.
-잠깐!
-도네 열엇!
-돈…… 준다고……
-방장^^ 문열어^^
-ㄹㅇㅋㅋ 방제도 좀 바꿉시다!
-어그로 좀 끌자곳!
시청자들의 요구사항이 빠르게 올라왔다.
‘음…… 이건 무시하긴 좀 뭐하니까.’
해코지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를 향한 호의가 느껴지는 채팅들.
이경복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설정을 바꾸었다.
“네, 후원 열었습니다.”
[‘1등은못참치’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 ㅋㅋ 뉴들박은 못참지]
[‘최초후원자’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내가 1등인가! 엄마 나 1등했어!]
열리자마자 나온 후원메시지.
“아, 후원 감사드립니다.”
이경복은 처음 받는 후원에 감사를 올렸다. 하지만 채팅창은 그의 감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뭐임? 내가 먼전데?
-엌ㅋㅋㅋ 도네NTR ㅋㅋㅋ
-도네계의 금태양……!
-액수도 순발력도 너의 ‘패배’다.
-이거 같이 박제각이다.
-큐하!
-근데 방장 큐튜브함??
시청자들끼리도 놀리기 바빴던 것.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며 나머지 설정도 끝냈다.
“방제도 바꿨어요.”
그 말에 다시금 채팅창의 관심이 쏠렸다. 이어 ‘ㅋㅋㅋ’가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방송 1일차인 내가 알고 보니 세계 최초 히든 루트 개척자?]
그가 설정한 방제 때문이었다.
-무친 제목 ㅋㅋㅋㅋㅋㅋ
-이게 뉴비의 어그로……?
-아니 이걸 누가 믿냐곸ㅋㅋㅋ
-누가 봐도 구라자넠ㅋㅋㅋ
-보고도 못 믿겠음ㅋㅋㅋ
-어그로 성능 확실하구만?
채팅창 반응에 이경복은 짐짓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사실만 썼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반박할 수가 없다.
이경복은 헛웃음을 뱉으며 권총을 잡았다.
“일단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 * *
한편, 최병훈은 무척이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각 나왔어!’
이경복의 방송을 모니터링하면서 실시간으로 클립을 저장했다.
이경복이 경찰을 구하고 히든루트의 컷신까지. 짧은 플레이였지만 그중에서도 핵심부분만 잘라 낸 것이다.
‘역시 이 자식은 천재라니까!’
설마하니 방송 첫 시작, 그것도 초반부터 이 정도의 영상을 뽑아낼 줄이야.
최병훈은 편집자의 직감을 느꼈다.
‘물꼬가 트였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는 물이 들어올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경복이 물꼬를 텄으니, 물을 끌어오는 건 최병훈의 역량에 달렸다.
‘일단 트나잇에 올리고.’
스트리밍 플랫폼, ‘트라이’의 커뮤니티. 스트리머는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인 ‘트나잇’에 클립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사이트에는 인기 영상 순위를 집계하는 ‘핫클립’ 섹션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바크 커뮤니티 위주로.’
최병훈은 빠르게 업로드를 마쳤다. 영상 길이도 길지 않아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주 간단한 작업임에도 그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좋아, 흐름이 아주 좋아.’
비록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인기가 시들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새로운 요소가 없기 때문이었다.
공개되지 않은 히든 루트의 등장은 꺼져 가는 불씨에 기름을 들이 붓는 격이 될 터였다.
“오오…….”
최병훈은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올린 글에 댓글이 달리면 알림이 온다. 그런데 간헐적으로 떴다 사라지던 알림이 조금씩 빨라지지 않나?
그는 가장 메인인 트나잇부터 확인했다.
-뭐야 이거?
-ㅁㅊ ㅋㅋㅋㅋㅋ
-경찰이 어케 살음?
-이 스트리머 누구임?
-1일차라고?
-합성이네 ㅅㄱ
실시간으로 댓글이 주르륵 달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경복의 정체에 의문을 갖기도 했고,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최병훈, 그리고 실황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과 유사했다.
-ㅁㅊㄷㅁㅊㅇ
-이게 첫 트라고?
-아직 방송 한다!
-방제 무냐고 ㅋㅋㅋㅋㅋㅋ
-당장 간다!
조회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만큼 클립 영상 순위도 수직상승을 시작.
끝페이지에 머물던 영상이 질주하듯 1페이지를 향해 달려간다.
“각이다……! 각이야!”
최병훈은 홀로 박수를 치며 전율을 느꼈다. 이경복은 각 잡고 시작하지 말자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래, 씨바. 세상은 천재를 가만 놔두질 않는다니까.”
광대가 내려가질 않았다.
하지만 최병훈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진짜야……!’
물길을 제대로 타려면 배가 튼튼해야 하는 법이었다.
* * *
이경복이 깨어난 병실은 4층이었다. 그는 비상계단을 발견해 아래로 향했다.
3층과 2층은 진로를 제한하기 위해서인지 모두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다.
“아, 지하로 가는 길은 막혀 있네요.”
1층에 도착하고 지하로 내려가려 했지만 아래층은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다.
아무래도 1층을 경유해서 지하로 내려가야 하는 모양이었다.
-아 ㅋㅋㅋ
-개꿀잼각 나왔쥬?
-스포ㄴㄴ
-훈수ㄴㄴ
-ㄹㅇㅋㅋ만 치라고
시청자들은 뭔가를 기대하는 듯 말을 아꼈다. 이경복은 뭔가 수상했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그가 다시 1층을 탐색하려는 순간이었다.
-진짜 히든 루트가는 중?
-경찰 어케 살렸어요?
-하요!
-엌ㅋㅋㅋㅋ 사람 많네
-트수들 왜케 많냐구!
갑자기 시청자수가 증가하더니 채팅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 안녕하세요.”
얼떨떨한 이경복은 잠시 멈추어 서서 상황을 지켜봤다. 채팅창이 어찌나 활발해졌는지 제대로 읽기도 힘들어졌다.
-아 킹시보기 보고 오라고!
-딱 5분만 보고 오쇼!
-클립 보고 왔는디?
-현실에서 무술 같은 거 배우심?
-목소리 뭐야……
이경복의 눈이 돌아갔다.
그래도 평일, 아직 이른 오후라서일까. 현재 시청자의 숫자는 107명이었다.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그리 크지 않지만 기존 수치를 감안하면 10배에 가까운 증가였다.
‘…일단 겜이나 하자.’
처음 시작이니 최대한 소통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답하는 건 무리였다.
이에 이경복은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들 반갑습니다. 싸우지는 마시고, 일단 게임 진행하겠습니다.”
바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게임 플레이였다.
바로 그 순간.
[‘Agent Q’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퀘스트 받으십니까?]
채팅은 무시해도 후원을 무시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후원과 동시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엌ㅋㅋㅋㅋ
-큐요원 어서오고,
-ㅋㅋㅋㅋ큐요원 아니랄까 바크 방송은 다 챙기나 보네
-ㄹㅇ루다가 뉴비냄새 맡고 바로 달려왔자너~
-바로 검증 가나요 ㅋㅋㅋㅋㅋ
-이번엔 또 뭘 하려고 ㅋㅋㅋ
이경복은 힐끗 눈에 띄는 채팅을 읽으며 감사를 표했다.
“에이전트 큐님 후원 감사합니다. 뭐, 해 본 적은 없는데 주시면 받죠.”
퀘스트.
시청자가 후원금과 함께 특정 조건을 제시하고, 스트리머가 그 조건을 만족시키면 후원금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Agent Q’, 약칭 ‘큐요원’은 그중에서도 유명한 시청자였다.
[‘Agent Q’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아무런 피해 없이 지하층 도착]
[성공 – 1,000,000원]
이경복은 눈이 크게 뜨였다.
무려 백만 원이 걸린 퀘스트였다.
-뉴비는 한 번쯤 거쳐 간다는 통과의례……
-팝콘 가져와!
-와 ㅋㅋㅋㅋㅋ 또 ㅇㅈㄹ
-킹.전.자.산
-악마, 그는 큐요원인가?
몇몇은 큐요원을 비난하고 다른 이들은 구경거리가 생겨서 흥이 돋은 모양이었다.
이경복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게 뭐가 어렵다고…….”
그가 가볍게 퀘스트를 수락하자 일순간 채팅창이 사라졌다. 혹시 버그라도 생긴 건가 싶었는데.
[퀘스트 진행 동안 ‘훈수금지’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퀘스트가 종료되면 다시 채팅창을 볼 수 있습니다.]
시청자의 도움을 원천 차단하는 기능, ‘훈수금지’였다.
‘…의외로 어려운 건가?’
그냥 지하로 가는 것뿐이지 않나. 그래도 거금이 걸린 것이니 만큼 긴장은 늦추지 않기로 했다.
“어, 일단 훈수금지 기능이라 채팅창은 안 보입니다. 양해 부탁드리고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이경복이 선언과 함께 1층, 병원 로비로 들어섰다. 처참한 시체들과 피칠갑이 벽과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돌아보니 출입구는 대기석인 벤치를 쌓아 막아 둔 상황이었다.
‘탄약은 총 17발.’
그는 권총을 붙잡고 감각을 곤두세웠다. 비상계단이 막혔으니 지하로 내려갈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엘리베이터로 가야겠네요.”
시청자를 의식하며 그가 작게 속삭였다. 로비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문이 뒤틀린 채 열려 있었다.
그리 방향을 결정하고 몇 걸음 나아간 순간이었다.
“그으으!”
단순한 시체라 생각했던 좀비들이 사방에서 일어나며 그를 덮쳤다.
-난 안 볼란다.
-아이고.
-뉴비쉑 이건 몰랐쥬?
-좀비맛좀봐라!!
-빨간색맛 났어!
-아 히든 루트 좀 보자고!
이경복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계속 채팅을 쳤다. 그들은 모두 이경복의 퀘스트 실패를 예상했다.
그러나 곧바로 채팅창은 얼어붙었다.
“아하.”
이경복은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그리고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4발의 총성, 그리고 쓰러지는 4마리의 좀비. 육감을 통해 이미 좀비의 존재를 인식한 덕분이었다.
-?
-어???
-뭐임?
-뭐가 번쩍 거렸는데?
-원샷원킬이라고?
당황하는 시청자들. 그러나 더 당황스러운 건 따로 있었다.
“이거 사격 튜토리얼이죠? 아, 대답을 못 보네.”
이경복이 태연하게 한 말 때문이었다.
-이건…… ‘진짜’다.
-윅씨 가문의 존이 바로 저자요!
-그…… 어데 존씨입니까?
-혹시 강아지 한 마리 키우시나요?
-레전드다……!
-타는 냄새 안나요? 큐요원 똥줄 타는 냄샠ㅋㅋㅋㅋ
채팅창이 난리가 났지만 이경복은 태연히 게임을 진행했다. 그가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할 때였다.
‘…뭐지?’
일순간 가라앉았던 육감이 다시금 치솟았다. 방향은 그의 뒤, 병원의 출입구 쪽.
그가 홱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와장창하며 유리가 깨졌다. 이어 들이닥치는 검은 형상.
-키따!
-바크하면 좀비견이제!
-아 ㅋㅋ 이건 못 쏘지.
-똥개쉑들 개짜증 ㅅㅂ
-이건 끝났네.
-설마 존인데 개를 쏘겠냐고ㅋㅋㅋㅋ
좀비로 변해 버린 사냥개 두 마리였다. 사나운 울음과 함께 좀비견들은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돌진해 왔다.
좌우로 번갈아 움직이는 건 기본이고, 기둥까지 밟아 가며 2단 도약까지 하지 않나.
그러나 이경복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눈동자를 돌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두 발의 총성과 퍽하는 파열음이 연달아 들렸다. 달려오던 좀비견은 그 관성을 못 이기고 바닥을 나뒹굴며 이경복 앞에서 멈추었다.
“어우…… 저 개 좋아하는데.”
이어 툭 뱉은 이경복의 한마디가 얼어붙은 채팅창을 깨뜨렸다.
-!?!?!??!?
-또 원샷원킬이라고?
-않이;;;;
-탈모인들이 갖지 못한 ‘두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니 진짜 ‘그’ 존이야??
한편 일부 시청자는 깨달았다.
-ㅁㅊ HUD도 없었는데?
-그냥 맨눈으로 보고 쐈다고?
-헐 맞네.
-너무 놀라서 그것도 몰랐네 ㅅㅂ
-탈인간급 피지컬 ㄷㄷ
HUD, 헤드 업 디스플레이라 불리는 기능.
당연하게도 모든 게이머가 실력이 좋은 건 아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편의 기능을 준비하기 마련이었다.
그중에서도 HUD는 남은 탄약이나 조준점 등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인터페이스였다.
그런데 이경복은 그런 기능을 시작부터 꺼 두었다. 캡슐 설정 자체부터 ‘몰입감’ 항목을 최고로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편의 기능이 없으면 그만큼 게임이 어려워지기 마련.
-지금 최고난이도로 큐요원 퀘스트를 깬 거임?
-팔로우 달게 박습니다.
-와낰ㅋㅋㅋㅋ 레전드네 진짜.
-게다가 이거 무적권 피까이는 장소인데.
-ㄹㅇㅋㅋ
-지놈도 여기서 체력 10%는 깎였음.
큐요원이 당당히 거금을 걸었던 이유였다.
보통 게이머들은 좀비견을 피해 엘리베이터로 피신하게 되고, 낙하 데미지를 받게 된다. 피지컬이 좋은 스트리머라 해도 좀비견을 상대하다가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경복은 달랐다.
“또 없나? 그럼 내려갑니다.”
이경복은 아무렇지 않게 주위를 확인하고는 엘리베이터를 내려 보았다.
큐요원에게는 애석하게도 이경복은 바로 뛰어내리지 않고 엘리베이터 줄을 잡은 채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퀘스트 성공!]
[‘Agent Q’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어 나타나는 알림과 함께 다시금 채팅창이 활성화됐다.
-속보) 큐요원 빚쟁이에게 쫓겨.
-킹전자산 붕괴! 돔황챠!
-나만 아니면 돼에에에에에!
채팅창은 여전히 폭주했기에 이경복은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아유, 에이전트 큐님 감사합니다. 저 같은 뉴비 도와주시는 분인가 봐요. 다음에는 더 어려운 퀘스트에 도전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이경복의 말에 채팅창은 ‘ㅋㅋㅋ’로 도배가 됐다.
-뉴빜ㅋㅋㅋ도와주시는ㅋㅋㅋㅋ
-큐하! 큐하! 큐하! 큐하!
-큐요원 지금 ㅂㄷㅂㄷ
-빡쳐서 말도 없쥬?
-아 ㅋㅋㅋ 이미 샷건쳐서 키보드 끼우고 있다고
이경복은 눈을 껌뻑였다.
‘응? 이게 아닌가?’
뭔가 반응이 이상하지만 대부분 즐거운 모양이었다.
[‘Agent Q’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추크드르느드. 드그브스드…….]
잠자코 있던 큐요원의 메시지. 이경복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기다리겠습니다.”
지하는 조명이 모두 꺼져 있어 완연한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는 피가 묻어 있는 손전등이 떨어져 있었다.
“그럼 바로 가 보죠.”
이경복은 손전등을 주웠다.
이제 물품 보관실을 열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