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7화 (7/491)

7화 - 신입 스트리머가 너무 잘함 (3)

박살난 조명,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 그 가운데 유일한 광원은 손전등 하나뿐이었다.

그마저도 출력이 별로 좋지 않아 가시범위는 제한되었다. 웬만큼 담이 큰 사람도 쉽사리 나아갈 수 없는 환경.

-지하가 좀 무섭긴 해.

-지놈이 억지로 열어 보겠다며 왔다가 비명 질렀는데 ㅋㅋㅋ

이경복은 태연한 표정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타스 언급은 노매너 아님?

-그건 맞지.

-아직 매니저가 없어서 그런가 채팅창 관리가 잘 안되네.

채팅창은 여전히 떠들썩했다.

뭔가 불편한 시청자들도 있는 듯 했지만 다른 채팅에 묻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경복은 게임 진행에 집중했다.

‘으흠…… 여긴 좀비가 좀 있네.’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민 순간 육감이 뇌리를 찔렀다. 그와 함께 지하에 존재하는 좀비들의 위치가 느껴졌다.

‘남은 탄환은 11발, 좀비는 10마리…….’

위치로 보아 아무래도 어둠을 더듬어 나가며 좀비들과 맞닥뜨리게 해 둔 모양이었다. 아마 깜짝 놀라는 스트리머를 보고 좋아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경복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색하게 연기하느니 차라리…….’

이미 알고 있는데 놀랄 수는 없지 않나. 이에 그는 다른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어어? 점마 뭐하누?

-마사카……!?

-에이, 아니지?

이경복은 한 손으로는 손전등을, 다른 한 손으로는 권총을 들었다. 흔히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볼법한 교차 자세.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사격대상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데도 이경복은 방아쇠를 당겼다.

-저, 저질렀다!

-저질러 버렸어!

-우리가 못하는 걸 태연하게 해 버려!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채팅창의 반응을 길게 살필 시간은 없었다. 총성과 함께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각지에 흩어졌던 좀비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경복의 기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음, 아무래도 두 손이 낫겠네요.”

이경복은 태연히 손전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안 그래도 좁았던 가시범위가 더욱 좁아졌다.

채팅창은 물음표로 도배가 됐다. 그러나 이경복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래도 시청자 분들이 보긴 봐야겠지.’

허공에 총질하는 걸로 보일 수는 없었다. 그는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했다. 그리고 손전등이 밝히는 빛, 그 중앙에 섰다.

이어 총구가 불을 뿜었다.

한 발, 한 발 탄환이 나아가며 주변을 밝혔다. 순간적으로나마 밝혀진 시야 그리고 그 총구의 끝에는 좀비가 있었다.

전후좌우, 어느 방향이든 상관없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면 좀비가 쓰러졌다.

그렇게 딱 10발 째.

이경복은 빈 탄창을 빼내고 총을 허리춤에 집어넣었다.

“알차게 썼네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하는 이경복.

-와씨……

-찢었다.

-지렸다.

-준나 섹시하네.

-역대급 레전드의 탄생이다.

-이걸 실황으로 본 나도 레전드.

채팅창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어디 그뿐인가. 후원메시지가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당신이최고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래전부터 당신 같은 사람을 기다려왔다우.]

[‘도내넘버원’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살아있어서 요카타……!]

[‘이게말이되냐고!’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당연히 말이 되죠오오~]

“어우, 후원 감사합니다. 뭐, 이런 걸 다.”

감사를 표하던 이경복은 후원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자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게임하는 시간보다 감사하는 시간이 더 많겠어요. 일단 더 진행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언뜻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었지만 채팅창은 순조로웠다. 그만큼 이경복이 보여 준 퍼포먼스에 매료된 것이다.

그 사이 어느덧 시청자의 숫자도 180을 돌파했다. 200 고지가 눈앞이었다.

“그럼 물품보관실부터 찾겠습니다.”

다행히 물품보관실은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분명 카드키를 얻지 못한 게이머가 시간 낭비를 하는 걸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두구두구두구두구

-뭐가 있을까?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ㅈㄹㄴ

-예림이, 그 패 봐봐!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의 기대도 고조되었다.

“그럼 열겠습니다.”

이경복이 카드키를 꺼냈다. 삑하는 알림음과 함께 덜컥 문이 열렸다.

끼익 열린 문 안쪽은 캐비닛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열려 있었다.

“아무래도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람들이 챙겨 간 모양이네요.”

이경복은 시청자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멘트를 치며 열리지 않은 캐비닛에 섰다.

-오오오오오!

-55555555555!

-그“그”그“그”그“그”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도배충 쳐내!

그가 조심스럽게 캐비닛을 열었다. 그 안에는 경찰복과 권총, 그리고 탄창 3개 마지막으로 톤파 형태의 진압봉이 비치되어 있었다.

“흠…….”

이경복은 침음을 흘렸다. 의외로 별거 없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데.

-헐?

-경찰복?

-와 이게 여기 있네.

-스포 ㄴㄴ 스포 ㄴㄴ 스포 ㄴㄴ스포 ㄴㄴ

-챗창 보지 마! 챗창 보지 마! 챗창 보지 마!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경복은 황급히 채팅창에서 눈을 뗐다.

‘스토리랑 연관된 건가?’

히든 루트라지만 기존 스토리와 완전히 동떨어진 건 아닐 터였다. 다행히 시청자들은 서로 스포를 단속했다.

그 사이 이경복은 일단 물건부터 챙기기로 했다. 그가 캐비닛에 손을 뻗자 시야가 암전됐다.

“아, 옷 갈아입었네요.”

체감상 눈을 깜빡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어느새 복장이 바뀌어 있었다.

-와……

-핏 보소 ㅋㅋㅋ

-HUD도 없을 정도면 이거 현실 몸매 아님?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진짜 양심 있으면 얼굴은 못생겨라.

-아 ㅋㅋㅋ 어디서 인싸 냄새 안나냐?

널널한 환자복에서 몸에 딱 맞는 경찰복을 입으니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캡슐의 ‘몰입감’ 수치가 최고인 만큼 가상현실의 신체는 실제 신체를 반영했다.

“그냥 어릴 적부터 운동 좀 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경복은 어릴 때부터 겪어 온 ‘신병’ 때문에 부모님의 권유로 꾸준히 운동을 해 왔었다.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지만 그중에서 샌드백 치는 맛에 빠져 복싱을 주로 배웠다.

-왜 나는……

-유전자가 다른가?

-팩트) 될놈될, 안될안이다.

-팩트) 팩트다.

얻을 것도 얻었으니 이제 나갈 차례. 이경복은 권총을 새로 장전했다.

‘쌍권총도 재밌겠는데.’

경찰이 준 것과 발견한 것까지 합쳐서 권총은 2정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험해 보기로 하고 이경복은 권총 하나를 홀스터에 넣었다.

‘응?’

그리 정리를 마친 그가 보관실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이전과 달리 피부에 소름이 돋으며 강렬한 육감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이건 좀 불길한데.’

이경복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보관실의 문을 열었다.

-어?

-저거 뭐임?

-나만 보이는 거 아니지?

플래시로 비춰진 맞은편.

짙은 어둠 사이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이경복은 그것이 육감이 감지한 위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디자인 참…….”

이어 가시범위 안에 그것이 들어왔다.

거구의 시체, 그것도 여러 개의 시체가 엉겨 붙어있는 괴물이었다. 사지는 물론이고 머리도 여럿이었다.

-엌ㅋㅋㅋㅋㅋ

-네가 여기서 왜 나와?

-클러스터 어서 오고.

시청자들은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군집체 좀비, 클러스터(Cluster).

-바로 보스전 가나욬ㅋㅋㅋ

-얘 왜 일케 빨리 옴?

-그러게. 원래 병원 나갈 때 싸우는 건디.

-히든 루트라서 그런 듯?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첫 번째 보스였다.

이경복이 미간을 찌푸리며 권총을 잡았을 때였다.

[‘Agent Q’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총기 사용 없이 클러스터 처치.]

[성공 – 1,500,000원]

메시지와 함께 게임이 일시정지 되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큐요원 벼르고 있었누 ㅋㅋㅋㅋ

-복.수.혈.전

-총기사용금지 ㅇㅈㄹ

-후원도 게임도 안하는 우린 뭘 하면 되죠?

-배트-팝콘을 가져와라 로빈.

이경복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총이 없으면 내가 쓸 수 있는 무기는 이 진압봉뿐인데…….’

저 거구의 좀비를 근접전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총을 써도 어려운 보스인데 ㅋㅋㅋ

-총알 떨어지면 바로 리트해야 됨 ㅋㅋ

-독수겜방이 한 50트 했지?

-금마는 똥지컬이잖수.

-지놈도 3트했다가 결국 HUD 켜고 1트만에 깸.

-타스 언급 좀 그만해라.

웬만큼 피지컬이 좋은 스트리머라도 총기는 사용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웬만큼’에 속하는 스트리머가 아니었다.

그의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

“키다리 큐…… 아니, 에이전트 큐님. 퀘스트 감사합니다."

-키다리? 키다리 아저씨 말한 거? ㅋㅋㅋㅋ

-아 ㅋㅋㅋ 든든하게 돈 찔러 주자너~

-키다맄ㅋㅋㅋㅋ 큐요원ㅋㅋㅋㅋ

이경복의 말 한 마디에도 시청자들은 건수를 잡은 듯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경복은 당황하지 않았다.

"에이, 감사의 의미죠. 그만큼 훌륭하신 분 아닙니까? 아무튼 이번에는 좀 더 재밌는 퀘스트네요.”

-재미요……?

-STAY! STAY!

-재밌네, 더 해 봐.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음.

-끔살 ㅅㄱ

채팅창은 다시금 떠들썩해졌다. 이전 퀘스트와 달리 이건 난이도가 너무 어려웠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경복은 아랑곳하지 않고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훈수금지’ 기능이 활성화되며 채팅창이 사라졌다.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뭐, 결국은 좀비니까 머리를 박살 내면 되겠죠.”

그는 멘트를 치며 진압봉을 거꾸로 쥐었다. 원래 용도인 ‘톤파’로 쓰기에는 리치가 짧았기 때문이었다.

-않이;;;

-그게 맞긴 한데……

-클리어 조건도 모르는데 퀘를 받았다고?

-근접전으로 본체 찾기 어케 함?

-그러니까 불가능이지 ㅅㅂ

클러스터의 약점은 여타 좀비와 마찬가지로 머리다. 다만 클러스트의 머리는 12개였고, 그중에 하나만이 본체와 연결된 머리였다.

원거리에서 도망치면서 머리 쏘는 게 일반적인 공략법.

-큐요원 제대로 물었네 ㅋㅋㅋㅋ

-괜히 뉴비은퇴기가 아니라구웃!

-설욕 지대로 하겠네 ㅋㅋㅋ

-어이, 신입. 그 앞은 지옥이다.

채팅창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누어졌다. 하지만 그들 모두 공통적으로 결과를 예상했다.

이경복이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각 나왔네.”

그 사이 이경복은 손전등으로 다가오는 클러스터를 비추더니 한 마디 했다.

행동은 즉각이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텐노반자이!

-기억해줘!

-기억할게!

이경복의 움직임에는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그는 그대로 클러스터를 들이박으려는 듯 속도조차 늦추지 않았다.

“기이이익!”

“가그가그그그!”

클러스터의 여러 머리가 동시에 기괴한 울음을 내뱉었다. 엉겨 붙은 몸에 붙은 스물이 넘는 팔이 그를 붙잡으려 움직였다.

‘역시 실속이 없어.’

하지만 그 모든 팔이 그에게 닿지는 않았다. 이경복은 날카로워진 오감과 이전보다 벼려진 육감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클러스터의 공격. 그러나 이경복은 간발의 차로 측면을 잡았다.

-헐?

-어……!?

-???: 아 잡았다고! (안 잡았다.)

시청자는 그 아슬아슬한 몸놀림에 경악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잡았다.”

이경복이 그대로 도약, 튀어나온 어깨에 진압봉 손잡이를 걸고 잡아 당겼다.

그 힘을 이용하며 살덩어리를 박차고 2차 도약, 클러스터의 머리들이 보이는 위치까지 높아졌다.

-저게 말이 되누 ㅋㅋㅋ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구!

-뚝배기 가즈아아아아아!

-12분의 1!

그러나 이경복은 직접 머리가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여기서 실패하면 다른 머리가 곧바로 그를 물어 버릴 터였다.

이경복은 망설임 없이 진압봉을 찍어 눌렀다.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하나가 함몰되었다.

그리고.

“아, 새 옷이었는데.”

이경복은 태연하게 다시 바닥에 착지했다. 경찰복에는 검붉은 핏방울이 약간 튀어 있었다.

그 뒤로 클러스터가 움찔움찔 몸을 떨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퀘스트 성공!]

[‘Agent Q’님이 ‘1,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어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와 활성화되는 채팅창.

-와.

-WA!

-또 원샷이라고?!

-운빨 오졌따.

-운만으로 되는 게 아님 ㄷㄷ

-어케 알음? 어케 알음? 어케 알음?

미친 듯이 올라가는 채팅창. 대부분이 이경복이 보여 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가 느끼는 육감을 모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설마하니 처음부터 클러스터의 약점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터.

그리고 또 하나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있었으니.

-큐요원ㅋㅋㅋ2퍀ㅋㅋㅋㅋㅋ

-???: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오늘부터 ‘큐요원’이 아니라 ‘키다리 큐’라고 불러다오.

-자선사업가 큐씨 ㅋㅋㅋㅋㅋ

-벌써 250 꼬라박아버렸쥬?

-지금 이빨도 다 나갔을 듯 ㅋㅋ

-치아보험 있나 몰겠네ㅋㅋㅋㅋ

바로 퀘스트를 제시한 큐요원이었다.

“키…… 흠, 에이전트 큐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방송이 더 재밌어지네요.”

이경복은 채팅이 과열되기 전에 멘트를 쳤다. 채팅창이 이내 ‘ㅋㅋㅋ’로 도배됐다.

[‘Agent Q’님이 ‘1,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인정합니다… 돈… 벌어 올게요.]

이전과 달리 자릿수가 바뀐 후원. 채팅창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엌ㅋㅋㅋㅋㅋ

-뉴비 털려다가 쌉 손해 ㅋㅋㅋ

-털린 건 자기 지갑이었고 ㅋㅋ

“아유, 그럼요. 언제든 퀘스트 환영합니다. 기다릴게요!”

이경복이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웃는 낯으로 침 뱉기 ㄷㄷ

-우는 아이 뺨때리기 ㄷㄷ

-야! 큐요원도 사람이야 사람!

-인성 무냐고!

시청자들은 그리 말했지만 다들 흥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 그럼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일단 1층으로 올라가죠. 이 자식은 비상계단을 뚫고 온 모양이네요.”

이경복이 손전등을 비추었다. 이전에는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던 비상계단이 열려 있었다.

이어 그가 계단을 통해 다시 1층에 도착하자 컷신이 시작됐다.

‘오…….’

1층 출입문에 쌓여 있었던 바리케이드도 무너져 있었다. 클러스터가 1층에서 나온다더니 아무래도 원래는 여기서 싸워야 했던 것 같았다.

“맙소사…….”

존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곳곳에 치솟는 불길과 검은 연기, 그리고 도로 가득히 파손된 차량들과 피로 낭자된 거리의 모습까지.

열린 출입구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세기말이었다.

이어 시야가 서서히 암전되며 글자가 나타났다.

[Chapter 1. ‘Awake’ End.]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제 1장이 끝난 것이다.

-크……

-처음 할 때 이거 보고 지렸지.

-쉿!

-아직 끝난 거 아님!

-모두 착석!

이어 암전된 시야가 다시 밝아졌다. 존은 조심스럽게 병원 밖으로 나왔다.

주차장을 지나 일단 거리로 나서려는 존. 그의 뒤로 좀비가 조용히 다가왔다.

“이런……!”

존은 뒤늦게 눈치채고 당황한다. 황급히 권총을 빼 들지만 도저히 조준은 불가능한 상황.

바로 그때,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좀비가 퍽하고 쓰러진다.

-갑자기 답답한 거 나만 그래?

-내가 할 때는 자연스러웠는데……

-플레이랑 컷신 괴리감 무냐고!

이경복의 플레이와 컷신 속 존이 일치되지 않자 채팅창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컷신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사이 존은 총성이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괜찮으세요!?”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것도 미모가 출중한 여성이었다.

헝클어졌음에도 윤기가 흐르는 금발,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 날카로운 눈매 아래 찍혀 있는 작은 점은 그야말로 화룡정점이었다.

패션 화보에나 나올 법한 외모 덕분인지 피로 더럽혀진 옷을 입고 있어도 태가 났다.

-산드라!

-드라드라 산드라짜응!

-언제 봐도 참 이뻐.

-ㄹㅇㅋㅋ

-성격만 좀 죽이면 괜찮은데.

시청자들에게도 꽤 사랑받는 캐릭터인 모양.

“감사합니다.”

그 사이 존은 다가온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행이네요. 아, 저는 산드라라고해요.”

“존입니다.”

“존이라, 흔한 이름이네요. 그나저나 경찰은 전부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어 산드라가 존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하자 채팅창의 반응이 일변했다.

-뭐임?

-우리 욕데레 산드라 짱이……!?

-당신 누구야! 우리 산드라 어딨어!

-산드라 호재인가요?

-와 ㅋㅋㅋ 진짜 히든루트 맞네

-초장부터 바로 달라지네.

채팅창에서 뭐라 하든 캐릭터들은 변하지 않았다. 산드라는 존의 설명을 듣고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의약품이라도 있을까 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괜찮으시면 저희 캠프로 돌아가죠. 아니면 달리 갈 곳이 있으신가요?”

그 질문과 함께 컷신이 정지했다.

[‘산드라’와 합류하시겠습니까?]

[1. Yes - “아뇨, 달리 갈 곳은 없습니다. 같이 가도록 하죠.”]

[2. No - ‘이런 상황에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

이윽고 나타난 선택지.

이경복은 그제야 통제권을 되찾았다.

-닥 전이지 ㅋㅋㅋㅋ

-스토리 보려면 1번이 맞음.

-후자는 프리플레이 모드임

-이건 뭐, 고민할 여지가 없지.

-11111111

채팅창 대다수가 당연히 1번을 고르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선택은 달랐다.

“첫 방인데 정말 많은 분이 와 주셨네요.”

시청자수는 이제 200을 돌파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 방송 짬이 되는 바, 이경복이 뭘 하려는지 직감했다.

-여기서 방종각을 본다고?

-아니지? 형 아니지?

-날 떠나지마아아아아

-히히, 절대 못가!

-즉시속행. 즉시속행. 즉시속행. 즉시속행.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이경복은 누구에게 휘둘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하, 아무래도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라서, 이름 같은 것도 안 정했거든요.”

그 말 그대로였다.

이경복은 아직 스트리머로서의 이름도 없었다. 설마하니 첫 방송부터 이렇게 사람이 몰릴 줄이야?

하지만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타이밍도 적당하고, 일단 기본적인 건 갖추고 오자.’

스트리머로서 시작할 타이밍이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 내일 또 뵙겠습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방송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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