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8화 (8/491)

8화 - 스트리머 퍼플 데뷔 (1)

이경복이 방송을 끝내자마자 최병훈은 곧바로 그의 집을 찾았다.

“씨바! 내가 말했지? 응? 무조건 대박이라니까!”

그는 이경복을 보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친구를 보며 이경복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좀 느꼈다. 이거 각 나오네.”

“그래, 인마! 야야, 이거 함 봐라.”

최병훈은 빠르게 이경복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어 그가 보여 준 것은 ‘트나잇’의 핫클립 섹션.

“보이냐? 응? 보이냐고! 1페이지 입성만이 아니라 탑 파이브라고!”

“여기 뭐야? 성인사이트임?”

“아니, 19금 붙은 건 바크가 성인 겜이니까 그런 거고!”

사실 이경복이 오해할 만했다.

핫클립 섹션은 노출이 많은 ‘여캠’의 클립 영상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 19세 제한으로 블러 처리가 된 이경복의 영상이 있었다.

최병훈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이경복은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었다.

“와…… 3개 다 올라간 거?”

“고럼고럼. 내가 딱 각 나오는 것만 잘라서 올렸지.”

최병훈이 우쭐대며 말했다.

그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되겠다 싶은 장면들은 곧바로 업로드를 했다.

경찰 구출과 히든루트 개척, 큐요원의 첫 퀘스트. 그리고 클러스터의 깔끔한 처리까지.

“마지막 산드라 컷신도 올릴까 했는데, 그건 짧아서 생략했다. 그리고 너무 많이 올려도 반감이 생길 수도 있어서.”

“뭐, 그거야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이경복은 친구를 믿었다.

그 말에 기분이 더 좋아졌는지 최병훈이 바로 다른 페이지를 열었다.

바크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었다.

[바크 신 루트 떴다!]

[어그로 아니고 레알임. 초반에 경찰 살리고 열림. 클립 확인 ㄱㄱ]

[-경찰을 어케 살림?]

[-요즘 어그로는 성의가 없네.]

[-광고충 OUT!]

초반에 달린 댓글은 공격적이었지만, 그 아래는 완전히 달랐다.

[-이왜진?]

[-엌ㅋㅋㅋㅋ 개쩌네]

[-붐크 바는 온다……]

[-첨보는 스트리머인디?]

[-아니 이름이 기본계정인데?]

클립을 확인한 사람들이 댓글을 빠르게 달았다. 그만큼 조회수도 높아지면서 단번에 베스트 게시글로 등극하며 커뮤니티에 고정됐다.

“아, 이거 때문에 갑자기 시청자가 늘었구나.”

이경복은 그제야 깨달았다.

시청자가 갑자기 몰린 현상 뒤에는 최병훈의 노력이 있던 것이다.

“마! 내가 그냥 놀고만 있는 줄 알았제?”

“놀게 해 줘?”

“아닥하겠슴다.”

이경복의 농담에 최병훈이 웃음을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물론 그마저도 장난이었다.

“야야! 근데 이게 문제가 아니야. 진짜 개 쩌는 게 뭔 줄 아냐?”

아직 보여 줄 게 남아 있었다.

최병훈이 대박이라고 했던 진짜 이유.

“뭔데?”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최병훈이 곧바로 다른 페이지를 보여 주었다.

단문으로 소통하는 SNS, ‘트위티’였다.

[CAP COMPANY_official]

[@capcompany_official]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를 보여 줄 수 있게 됐습니다. LKB2202님, 감사합니다.]

[#Biocrisis #Korea #World1st #ThankstoLKB2202 #Trueend]

[2.6천 리트윗 / 1.9천 마음에 들어요.]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개발사, 캡 컴패니의 공식 계정이었다.

히든 루트가 열리면서 SNS에 이경복의 계정을 언급한 것이다.

“와씨…… 이거 실화?”

개발사가 직접 언급해 주다니 게이머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화지! 개피셜이야 개피셜!”

최병훈은 이경복의 반응이 썩 마음에 드는지 대소를 터트렸다. 그러나 이경복은 이내 미소를 지우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아…… 그냥 각 잡고 할걸. LKB2202라니.”

핫클립도 그렇고 이 트윗도 그러했다. 이경복의 트라이 계정 이름, LKB2202로 공개가 되지 않았나.

“야야, 괜찮아. 어차피 이거 보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일단 팔로우 박고 있을 거다. 이름이야 바로 바꾸면 되지.”

“하긴 그러려고 방종한 거긴 하지.”

“그래. 아마 다음 방송은 시청자가 더 많을걸? 아마 최소 1천은 기본이다.”

“그래?”

“그렇다니까. 야야, 아무튼 그래서 내가 준비한 게 좀 있거든?”

최병훈은 가볍게 손을 털며 스마트 링크를 컴퓨터에 연동했다. 이어 조작을 마치자 모니터에 웬 프레젠테이션이 떴다.

“일단 네 플레이 보면서 후보 한번 정리해 봤다.”

“오올…….”

최병훈이 준비한 건 바로 스트리머 이름과 선정 이유였다. 다른 스트리머들과 겹치지 않으면서도 이경복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이름을 고민하며 만든 자료였다.

“한번 쫙 훑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같이 구상 좀 해 보자.”

“아냐, 나 지금 딱 눈에 들어온 거 있어.”

“오, 그래?”

“그래. 이걸로 하자.”

이경복은 웃으며 대답했다.

* * *

다음날.

바이오 크라이시스 커뮤니티는 물론 게임 관련 커뮤니티는 새로운 이슈로 뜨겁게 달구어졌다.

[최근 난리난 그 스트리머 업적 정리]

[3줄 요약은 힘들고 항목별로 정리해 봄.

1. 바크 스트리머 모두 포기한 경찰 구출해서 카드키 얻음.

2. 물품보관실에서 경찰 장비 얻음.

3. 큐요원 퀘스트 털려서 250만 원 뜯김. '키다리 큐'로 강제 개명행 ㅋㅋㅋㅋ (노 피해 지하 도착, 클러스터 근접전 클리어)

4. 근데 그 퀘스트를 HUD 없이 다 깸 ㅋㅋㅋㅋㅋ

5. 산드라 돌변, 포상 사라짐.

6. 개껌이 공식 인증해 줌.

7. 참고로 이 스트리머는 이게 첫 방임.

ㅅㅂ 내가 정리해도 안 믿기네.]

주목받는 이슈인 만큼 댓글도 상당했다.

[-지구 25의 이야기임?]

[ㄴ아 ㅋㅋ 평행우주라고 ㅋㅋ]

[-포상 ㅇㅈㄹ하네 ㅋㅋㅋ]

[ㄴ매도의 참맛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

[ㄴ산드라한테 욕 안 먹을 거면 바크 왜 함?]

[ㄴ그러면서 은근 챙겨주는 게 산드라 짱 빠는 이유 아님?]

[-키다리 큐로 돌리는 거 쩔었지 ㅋㅋㅋ]

[ㄴ후원금액 바뀌는 거 보고 개쪼갬 ㅋㅋㅋㅋㅋㅋㅋ]

[ㄴ돈지랄하다가 된통 당했쥬?]

[-왜케 빠진 게 많어? 기본 원샷원킬 어디 감?]

[ㄴㄹㅇㅋㅋ 이러면 렉카비 못 쳐 줍니다.]

[ㄴ근데 자세히 적으면 안 읽는 것들이 태반일 듯 ㅋㅋㅋ]

[ㄴ그냥 3글자로 정리하면 ‘레전드’]

물론 긍정적인 댓글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개중에는 뿔이 난 사람들도 있었다.

[-얘가 뭔데 어제부터 이지랄임? 바이럴 개 오지네.]

[ㄴ일단 방송부터 보고 오자.]

[ㄴ핑프쉑 왔누.]

[ㄴ클립 얼마나 길다고 그걸 안 보냐?]

[ㄴ개껌피셜 모름?]

[ㄴ먹이 ㄴㄴ 신고 박자]

[-순진한 애들 많네. 딱 봐도 개껌에서 하도 못 깨니까 AI돌린 거지.]

[ㄴ댓삭튀후 탈퇴할 계정입니다.]

[ㄴㅅㅂ AI 요지랄 ㅋㅋㅋㅋ]

[ㄴ그걸 왜 한국계정으로 함?]

[ㄴㄹㅇ 혐한한테 먹이 줄 이유가 없지 ㅋㅋㅋ]

[ㄴ머가리 텅텅 인증 ㅋㅋㅋㅋ]

그러나 그러한 댓글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증거에 몰매를 맞거나, 댓글을 삭제하고 도망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한 게시글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건 다름 아닌.

[LKB2202 방송 언제 함?]

[트라이 채널에 공지가 뭐 암것도 없누. 큐튜브 채널도 안 팠고. ㅅㅂ 스트리머 맞나?]

다음 이경복의 방송 일정이었다.

[-아 이런 글 올리지 말라고!]

[ㄴ지금 개껌피셜까지 올라와서 부담감 오질걸?]

[-네가 죽였어……]

[-ㄹㅇ 첫방에 이렇게 관심받으면 누구라도 식겁함]

[-그냥 닥치고 팔로우나 박아.]

[ㄴ이게 맛따]

[ㄴㄹㅇㅋㅋ 방송 맡겨 놓은 줄.]

[-이런 글 쓰는 새끼들이 꼭 후원도 안 하고 본다니까.]

[ㄴ팩트) 다.]

혹여나 이경복이 부담을 갖고 방송을 하지 않을까.

첫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과 새 방송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렇게 점점 기대가 불안으로 바뀌어 갈 때였다.

[큰 거 왔다!]

[방송 켰다! 포탈 연다!]

이경복의 방송 소식이 커뮤니티에 전달됐다.

[-믿고있었다구우웃!]

[-가즈아아아아아!]

[-아 ㅋㅋ 이건 못 참치.]

[-내가 준비한 후원, 쬐금만 맛 보아라!]

그와 함께 시청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트하.”

이경복은 방송을 켜자마자 인사했다. 아직 입에 붙지 않아 어색했지만 그래도 이게 이쪽의 인사법이라고 최병훈에게 들은 덕이었다.

-하요!

-할롱할롱!

-킁카킁카 뉴비냄새

-어색해하는 거 귀엽누 ㅋㅋㅋ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내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눈물이 나네.

-도망치지 마! 맞서 싸워!

-얘! 여기는 하꼬 뉴비 방이라 코드립 모른단다!

-이제 하꼬 아닌뒈? 내가 그렇게 만들건뒈?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시작하자마자 시청자 수는 가뿐하게 200을 돌파했다.

게다가 그들 모두가 그의 방송을 벼르고 벼르던 터라, 채팅창은 미친 듯이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어우, 채팅창이 너무 빨라서 하나하나 다 답변 못 드리겠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경복은 억지로 채팅창을 읽기보다는 눈에 띄는 것만 살펴보기로 했다.

-양해라니! 다 저희 잘못입니다!

-채팅! 멈춰!

-않이 ㅋㅋㅋ 벌써 간신들 생겨버리누

-후원 왜 닫힘? 후원 왜 닫힘? 후원 왜 닫힘? 후원 왜 닫힘?

-방장! 문 열어! 방장 문 열어!

-지갑 벌려! 후원 들어간다!

하지만 그 말에도 채팅창의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후원을 열게 되면 더 혼란이 가중될 터였다.

아무리 그래도 돈을 내고 하는 말까지 무시하기는 힘들지 않겠나.

“후원은 차차 열겠습니다. 일단 먼저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제가 어제까지는 이름이 없었죠?”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채팅창은 ‘ㅋㅋㅋ’로 도배가 되었다.

-포브스 선정 이름 없는데 이름이 잘 알려진 스트리머 1위.

-원샷좌 아니었음?

-원샷이라는 스트리머 이미 있잖슴;;

-원샷, 의문의 떡상각.

이경복은 따로 채팅창에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스트리머가 채팅창에 끌려가면 방송이 엉망이 될 터였다.

“처음 시작이라 구독이나 큐튜브 채널, 이런 건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스트리머 활동은 계속할 거라 차차 만들겠습니다.”

-큰 거 왔다! 큰 거 왔다! 큰 거 왔다! 큰 거 왔다!

-바로 클립 땀 ㅋㅋ 이제 도망 못 감 ㅅㄱ

-방송 관두면 무슨 무슨 죄로 처벌할 거임!

-팬티 지르고 소리 벗어!

-ㅋㅋ 아무도 막을 수 없으셈.

이경복은 그사이 채널과 방 설정을 바꾸었다. 이제 더 이상 ‘LKB2202’라는 이름은 없었다.

“그럼 정식으로 소개드리겠습니다. 스트리머 퍼플, 퍼펙트플레이입니다!”

퍼펙트플레이, 완벽을 추구하겠다는 의미.

그것이 이경복이 선택한 이름이었다.

-무쳤냐고 ㅋㅋㅋㅋㅋ

-어울려서 킹받네 ㅋㅋㅋㅋ

-퍼하!

-내가 알던 뉴비는 대체……?

-큐요원 썰었으면 할 만 하지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다른 스트리머가 이런 이름을 내세웠다면 비웃음을 샀을 터였다.

그러나 이경복은 이미 한 차례 그의 실력을 보여 준 바 있었다.

“자,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가 볼까요!”

이경복은 바로 바이오 크라이시스를 실행시켰다. 시야가 뒤바뀌며 다시 선택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산드라’와 합류하시겠습니까?]

[1. Yes - “아뇨, 달리 갈 곳은 없습니다. 같이 가도록 하죠.”]

[2. No - ‘이런 상황에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

당연하게도 이경복은 1번을 선택했다. 그러자 존이 그 대사를 읊었다.

“다행이네요.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소중한 상황이니까요. 그럼 절 따라오세요.”

산드라가 맑은 미소를 보였다. 웃으니까 그 미모가 더욱 빛을 발했다.

-산드라가 웃어?

-소중하다고? 주인공이?

-와 찐 히든루트네……

-산드라 눈나! 나 죽어!

-이건 산드라가 아니야!

-경멸하는 눈빛이 진국인디……

-그건 님들 방 밖에만 나가도 느낄 수 있지 않음?

-그만해! 팩폭 너무 무서워……! 이러다가 다 죽어……!

최병훈의 말대로였다.

시청자 숫자는 어느덧 1천을 돌파했다. 채팅창이 시끌시끌해지는 사이 컷신이 전환됐다.

존과 산드라는 도로를 걸었다. 사고로 파손된 차량들이 많았고, 주변 건물들은 멀쩡해 보이는 게 없었다.

“잠깐.”

앞서가던 산드라가 목소리를 낮추며 주먹을 쥐었다. 존은 곧바로 허리를 숙이며 그녀와 함께 차량 뒤에 몸을 숨겼다.

“좀비에요. 1시에 하나, 11시랑 10시에 둘이네요.”

“그럼…….”

“아뇨.”

존이 권총에 손을 대자 산드라가 덥석 그 손을 잡았다.

-손을 잡아?

-나 때는 손날치기였는데?

-않이;;; 차별 뭔데;;;

-왜 ‘돌았어’라고 안 해 줘? 왜 ‘돌았어’라고 안 해 줘?

-산드라 갑자기 왜 청순해짐?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아!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아!

채팅창은 충격에 빠져 여러 가지 증언이 올라왔다. 하지만 하나하나 읽고 있을 새가 없었다.

산드라는 나이프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총성에 다른 좀비들이 몰려올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아니,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죠. 아무튼 좀비들을 캠프로 끌고 갈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처리해야 해요.”

“조용히.”

“네, 제가 둘을 처리할게요. 하나를 맡아 주세요. 먼저 움직이면 따라가죠.”

그 대사를 마지막으로 컷신이 끝났다. 통제권을 되찾은 이경복은 진압봉을 잡고 웃었다.

“혼자 처리해도 문제없겠네요.”

“뭐라고요?”

이경복의 말에 산드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곧바로 차량을 넘어간 그는 쏜살같이 좀비를 향해 달려갔다.

“그륵.”

발소리에 좀비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미 진압봉이 눈앞에 도달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두개골이 박살나며 핏물이 튀겼다.

“존……!”

뒤이어 들려오는 산드라의 목소리. 그러나 이경복은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다른 두 좀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정도야.”

그는 가볍게 바닥을 박찼다. 이어 가볍게 틀어진 허리.

한 놈은 진압봉으로 치고 다른 한 놈은 신고 있던 워커로 걷어찼다. 마치 무술영화에서나 볼법한 움직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좀비가 고꾸라졌다.

-허?

-ㅁㅊㄷ ㅁㅊㅇ

-와앀ㅋㅋㅋ 피지컬 뭔뎈ㅋㅋ

-닉값 오졌고 ㅋㅋㅋㅋ

-와…… 이걸 다 처리해 버리네.

뒤늦게 도착한 산드라가 어안이 벙벙해져 그를 바라봤다. 이경복과 그녀의 시선이 부딪쳤다.

-산드라가 뭐라고 하려나?

-ㅅㅂ 이거 아무리 봐도 욕할 분위기가 아닌데.

-???: 차라리 자살하는 편이 낫겠네요. 아, 그럴 용기조차 없으려나?

-엌ㅋㅋ 한 놈도 못 처리하면 나오는 말 아니누

-정보)영문으로는 ‘Kill Yourself moron.’이다.

여기서 활약한 것에 따라 산드라의 대사가 달라졌다. 모두가 기다린 끝에 산드라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네요.”

거기다 그녀는 약간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서윗 산드라! 서윗 산드라!

-서윗드라 이놈! 당장 산드라 몸에서 나가!

-와…… 고막 녹는다 진짜.

-엄마, 왜 난 퍼플이 아니에요? 엄마, 왜 난 퍼플이 아니에요?

-와씨 ㅋㅋ 지놈도 ‘어디 가서 죽지는 않겠네요.’ 이거였는데 ㄷㄷ

생전 처음 보는 산드라의 반응에 채팅창은 다시금 과열됐다.

“별거 아닙니다.”

이어지는 이경복의 대답에 채팅창은 물음표로 마비가 될 정도였다.

-팩트) 별거다.

-ㅎㅎ 꼬우면…… 아시죠?

-ㄹㅇㅋㅋ 퍼플처럼 해 보던가.

-???: 산드라가 욕을 해요? 난 들어본 적 없는데?

-ㅅㅂ 큐튜브에 욕 모아서 만든 메들리 영상도 있는데.

-아 그거 나도 즐겨 들음 ㅋㅋ

-그걸 왜 즐겨 들어 ㅅㅂ ㅋㅋㅋ

채팅창이 과열되는 사이 다시금 컷신으로 넘어갔다.

장면이 전환되며 존과 산드라는 거대한 빌딩 앞에 섰다.

“저기에요.”

“호텔이군요.”

산드라와 생존자들이 머무는 장소는 바로 호텔이었다.

“네, 나름 비축한 식량도 남았고 잠자리는 물론이고 샤워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의약품이 부족해서…….”

“네, 그래서 제가 나왔던 거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아가던 와중이었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산드라의 표정이 일변했다. 존은 눈치껏 몸을 숨겼다.

그녀가 검지를 입에 올렸다. 존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들려온 건.

“정말 생존자가 여기서 목격됐나?”

사람의 말소리였다.

존은 의뭉스러운 눈으로 산드라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드뎌 나왔구만.

-이놈쉑들.

-원래 좀비보다 사람이 무서운 법이제.

-스포 아님?

-어차피 바로 나옴.

시청자들도 산드라와 비슷한 마음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보고받았습니다.”

“빌어먹을, 보이는 건 그 역겨운 시체들뿐인데.”

“얼른 끝내고 이 엿 같은 곳을 빠져나가야 할 텐데 말입니다.”

“쯧, 일단 보고하러 돌아가자고.”

목소리가 멀어졌다.

존은 슬쩍 차 밖을 살폈다.

방호복과 중화기, 그리고 방독면까지 갖춘 이들이었다.

[Regen Pham.]

어깨에 박혀 있는 엠블렘과 그 아래에 적힌 글자가 클로즈업 됐다.

소리가 잦아들고 나서야 산드라가 숨을 돌렸다.

“큰일 날 뻔했네요.”

“저들은 누굽니까?”

“리젠팜에서 고용한 경호병력이에요. 하지만 실상은 용병이나 다름없죠.”

“용병이요?”

“방금 들었죠? 생존자들을 찾는다는 거?”

산드라의 말에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라디오로 생존자를 찾고 있어요.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면서 꼬드기는 거죠.”

“그런데 왜…….”

“다 거짓말이에요. 저는 봤어요. 놈들은 생존자들을 처리하고 있다고요.”

“처리?”

“네. 분명 이 사태랑 리젠팜이 연관이 있는 거겠죠. 그 증거를 덮으려고 생존자들을 모두 죽이려는 거고.”

“리젠팜…….”

존이 다시금 그 이름을 곱씹자 산드라가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아무튼 이 사실을 알려야겠어요.”

-산드라 너무 이쁘자너 ㅋㅋㅋ

-근데 이거 어투도 달라지네 ㅋㅋㅋ

-말투 왜 나긋나긋한데……!

-개처럼 뒤지기 싫으면 조심하라고 하던 산드라 어디?

-엿 같은 리젠팜 새끼들 다 죽여 버릴 거라고 하던 패기 어디 갔누.

-아 ㅋㅋㅋ 퍼플 앞이라서 이미지 관리하자너

-야! 산드라도 여자야 여자!

-지구 27의 산드라입니다.

도통 산드라가 달라진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는 채팅창. 그 사이 다시금 시야가 암전되며 화면이 전환됐다.

‘호텔이네.’

존과 산드라가 호텔로 입성했다. 망을 보던 사람들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산드라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 사람은 누구야?”

“세상에, 경찰이잖아?”

“아직 경찰이 있었구나…….”

생존자들이 놀라자 산드라가 미소를 지었다.

“자세한 건 로건을 만나고 이야기해 줄게. 로건은?”

“아, 스위트룸에 있어.”

“알았어. 나중에 봐.”

두 사람은 곧바로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로건, 산드라에요.”

“아! 들어오게.”

산드라가 가볍게 노크하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문을 열자 지도를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군!”

“그래야죠. 아, 소개할 사람이 있어요.”

“소개?”

“존, 들어와요.”

산드라의 말에 존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로건이 곧바로 경직됐다.

“다, 당신은…….”

존도 로건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왜냐하면 그 역시 경찰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로건이 틀렸네요. 아직 살아 있는 경찰도 있었다고요.”

산드라에게 경찰이 모두 죽었다고 한 건 바로 로건이었다.

“아, 아아…… 그렇지.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

로건이 크게 웃었다.

-로건쉑ㅋㅋㅋㅋㅋ

-우서?

-그 상대는!

-웃기냐? 나도 웃기다 ㅋㅋㅋㅋㅋ

-뚝배기 돌아가는 소리 들리쥬?

-스포 하지 마라 ㅅㅂ

-지들만 아는 걸로 신났누.

-이게 뭔 스포임?

시청자들은 그런 로건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채팅을 쳤다. 스토리와 뭔가 연결이 된 듯했지만 스포라고 하기도 애매한 반응들이었다.

‘이 캐릭터…… 뭔가 꺼림칙한데.’

한편 이경복은 컷신을 보면서 불쾌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좀비 같은 적은 소름이 돋는 것처럼 오싹한 느낌에 가까웠다면, 로건에게서는 하수구 냄새 같은 걸 맡았을 때와 유사한 불쾌함이 느껴졌다.

“듣고 보니 얼굴이 좀 낯이 익군. 오다가다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아.”

이어지는 로건의 말에 이경복도 그리고 스토리를 모르는 시청자들도 직감했다.

‘이 자식, 경찰이 아니구나?’

마치 그 생각이 옳다는 듯.

[‘로건’의 정체를 밝히겠습니까?]

[1. Yes - “당신 경찰복, 제 거랑은 좀 다르군요.” (안주머니에 있던 로건의 수배전단을 발견한다)]

[2. No - ‘그는 생존자들의 리더야. 분명 이유가 있겠지’]

선택지가 나타나며 시간이 정지했다.

-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여기서 밝힐 수 있네!

-닥전!닥전!닥전!닥전!

-자, 드가자~

-참교육 각 날카롭고 ㅋㅋㅋㅋ

-기존루트에서는 발암이었는데 시원하누 ㅋㅋㅋㅋ

이 역시 히든 루트의 메리트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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