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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0화 (10/491)

10화 - 스트리머 퍼플 데뷔 (3)

결과적으로 시청자들과 이경복이 기대(?)하던 장면은 없었다. 키스가 끝난 후에 무드가 잡히긴 했지만 이내 시야가 암전됐기 때문이었다.

“아, 혹시 몰라서 방종해야 하나 고심했는데…….”

이경복이 짐짓 실망한 듯 말하자 채팅창이 ‘ㅋㅋㅋ’로 도배가 됐다.

-야! 퍼플도 남자야 남자!

-우리를 놔두고 할 수 있을 성 싶으냐?

-???: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잿더미로 만들겠다!

-멩스크좌……

-보기 아주 좋읍니다^^

-어허!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했거늘!

-이번만큼은 유교드래곤인 나의 승리다.

-내가 못하면 형도 못하는 거야…… 우리는 깐부자너……

“아쉽네요. 이 악물고 갓겜되는 걸 피하네.”

이때다 싶어 올라오는 채팅들. 물론 장난이라는 걸 알기에 이경복도 기분 좋게 받아쳤다.

-ㄹㅇㅋㅋ

-개발자는 반성하라! 반성하라!

-킹직히 추가했으면 바로 고티죠?

-ㄴㄴ 불편한 군단 바로 강림함

-게등위가 쥬지로 보여?

-한국은 삭제입니다 고갱님^^

-어차피 넣어도 퍼플만 할 수 있는 거 아님?

-아 ㅋㅋㅋ 그럼 안 넣는 게 맞지

그 사이 다시금 시야가 밝아진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온 모양.

존이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일어났다.

“깼어요?”

돌아보니 살가운 미소를 짓는 산드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됐다. 창가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 빛을 배경으로 쇄골이 보이도록 단추를 풀어 둔 셔츠,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정이 듬뿍 묻어나오는 눈빛까지.

“자는 모습도 귀여워서 좋았는데.”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채팅창이 들끓었다.

-와 ㅋㅋㅋ 눈에서 꿀떨어지누.

-서윗드라, 부끄드라, 이번에는 허니드라임?

-레알루 허니 되어 부렸자너 ㅋㅋㅋㅋ

-매도단 탈퇴하고 오늘부터 허니단 가입합니다.

-포상? 그딴 건 네들이나 처먹어!

-매도는 즉각매도! 매도는 즉각매도!

-왜, 왜 퍼플은 욕 안 먹어? 왜 나만 욕해? 왜……?

시청자들의 태세가 곧바로 바뀌었다. 그 사이 존은 그저 미소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면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옷을 입는 소리였다. 그것만으로도 둘 사이의 관계가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알 수 있었다.

-???: 잠자리는 물론이고 샤워도 할 수 있어요.

-아 ㅋㅋㅋ 이제야 대사의 의미를 알겠누

-그게 그 잠자리였어?

-왘ㅋㅋㅋ 히든루트 복선이 있었네 ㅋㅋㅋ

채팅창을 보며 같이 웃음 짓던 이경복은 이내 통제권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컷신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같이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출발 준비가 되면 다시 돌아와요.”

“그러죠.”

이경복의 대답에 그녀가 생긋 웃고는 다시 지도를 살폈다.

-오 ㅋㅋㅋ 이제 파밍탐이네.

-호텔 방 뒤져보면 회복약 같은 거 나옴

-아 퍼플이 알아서 한다고오!

-그새를 못 참고 훈수질 하누

채팅창을 확인한 이경복은 문을 나섰다.

“아무래도 다시 말을 걸면 바로 지하철로 갈 것 같네요. 좀 둘러보겠습니다.”

스위트룸을 나선 이경복은 곧바로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맞은편에서 생존자가 다가왔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아이였다.

“존, 여기 있었네요!”

아이는 존을 보며 짧은 발로 도도도 뛰어왔다.

-제가 찾던 존, 여기 있었네요

-바크 립버전 1.16.1 간편 설치

-뭔 립버전이야 ㅅㅂ ㅋㅋㅋㅋ

-엌ㅋㅋ 잼민이 왔누 ㅋㅋㅋ

-잼민이 특) 겁이 없음.

-로건이 ㅈㄹ해도 요 잼민이 때문에 버텼지.

-근데 왜 얘가 벌써 나옴?

시청자들도 익히 아는 얼굴인 듯 반갑게 맞이하는 분위기. 이경복은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어 주었다.

“무슨 일이니?”

“이거요.”

“……코인?”

아이가 내민 것은 은색 코인이었다. 아이는 자랑스러운 듯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주인 없는 물건은 경찰에 찾아 줘야 되잖아요.”

“아…… 그래, 고맙다.”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리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배시시 웃던 아이는 다시 복도를 내달리더니 계단 쪽으로 사라졌다.

-이걸 지금?

-바로 가챠각이 나오누 ㅋㅋㅋ

-로건 잡았으니까 받는 게 막따.

-아 맞네 ㅋㅋㅋㅋ 지금 호감도 최상일 듯

이경복이 코인을 살피는 사이 채팅창이 올라왔다. 눈치껏 코인의 용도를 알 수 있었다.

“아, 이거 뽑기 코인이에요?”

-ㅔ

-로비 자판기에 넣음 됨.

-원래 로건 밑에서 조뺑이 치면서 호감도 쌓아야 되는 건데……

-산드라도 생존자도 다 호감도 맥스 찍고 시작해 버리누 ㅋㅋㅋ

-다회차 전용 루트 맞다니까 ㅋ

-???: 다회차요? 그냥 하면 되는데?

다시금 히든 루트가 1회차를 깼다는 전제라고 확신하는 시청자들.

이경복은 일단 로비로 가 보기로 했다.

“뽑기는 못 참죠. 바로 가 보겠습니다.”

시청자의 말대로 로비에는 자판기가 하나 있었다. 안에는 물음표 마크와 다양한 크기의 상자가 진열되어 있었다.

“미스테리 박스 뽑기네요.”

코인을 넣으면 이 중에 하나가 나오는 모양이었다.

-퍼플이면 이것도 퍼펙트로 뽑나?

-뭔솔 ㅋㅋㅋㅋㅋㅋ 이건 걍 운빨이지.

-근데 퍼플은 운도 좋음 ㅋㅋㅋ

-클러스터 뚝배기 1트였자너 ㅋㅋ

-ㅁㅊ 12분의 1이랑 이거랑은 차원이 다르지

시청자들은 저마다 결과를 유추했다. 그 와중에는 자신의 경험담을 밝히는 이들도 있었다.

-근데 확률 ㄹㅇ 극악임.

-내가 세이브 로드 신공으로 30트해 봄. 그중에 절반이 회복약이었음 ㅋㅋㅋ

-아 ㅋㅋ 독수겜방 500트가 레전드인데.

-그래도 최고템 안 나옴 ㅋㅋㅋㅋ

-타스들이 이거로 큐튜브 영상각 많이 뽑았지.

-갓직히 이거 확률 조작이따.

-개껌쉑들 나쁜 것만 배웠쥬?

-가챠는 일본이 원조라구욧!

-패키지 겜에 뽑기를 왜 넣냐 ㅅㅂ

-팩트) 재밌다고 다 한다.

아무래도 뽑을 수 있는 아이템 중에 가장 좋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이경복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템은 뭔데요?”

어차피 뽑기이니 이건 훈수에 속하지도 않았다.

-그 외국 스트리머가 뽑은 거 있었는데.

-AnatomyQA 말하는 거 아님?

-걔 막따 ㅋㅋㅋ

-게이머가 아니라 레알 해부하자너ㅋㅋㅋㅋ

-순수 노가다로 게임 뜯어보는 미친 자임 ㅋㅋㅋ

-영상 찾음 ㅋㅋㅋ

한 시청자가 링크를 첨부했다.

하지만 굳이 영상을 보지 않더라도 썸네일만으로 대강 내용이 짐작됐다.

“39717? 저 숫자가 뽑은 횟수인 거예요?”

무려 4만 번에 가깝게 뽑기를 한 모양이었다.

-아 ㅋㅋㅋ 이거 맞음ㅋㅋㅋㅋ

-갈수록 피폐해지는 게 포인트임ㅋㅋㅋ

-ㄹㅇㅋㅋ 세이브 로드 하는데도 시간 꽤 잡아먹는디

-ㅅㅂ 영상이 무슨 4시간 짜리누

-팩트) 저게 편집본이다.

-오 ㅋㅋㅋ 골든 샷건 간지나누

썸네일에 박힌 황금색 산탄총이 아무래도 제일 좋은 아이템인 것 같았다.

“오, 황금 샷건…… 좀 끌리긴 하네요.”

이경복의 말에 채팅창이 ‘ㅋㅋㅋ’로 도배가 됐다.

-퍼플 도전?

-ㅈㄹㄴ 히든루트 봐야 됨

-우리 퍼플이는 이런 거에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이야.

-ㄹㅇㅋㅋ 템빨 필요 없는 피지컬인디.

-퍼플이 잡으면 뭐든 황금이지.

-간신이라 하기에는 너무 맞말이었다.

-트수들 서윗하눜ㅋㅋㅋ

이경복은 그 반응에 웃으며 코인을 집어넣었다.

"아, 이거 뽑을 거 같은데. 그럼 게임 너무 쉬워지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요."

-설레발 ON!

-스포) 회복약이다.

-아 ㅋㅋㅋ 스포 밴 좀

-응~ 꽝이야~

-통한의 리트각 날카롭고

채팅창 너머로 코웃음 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경복도 어디까지나 방송의 재미를 위해 한 말.

“자, 그럼 뽑아 보겠습니다.”

이어 그가 자판기의 레버를 잡은 순간이었다.

‘……응?’

기이한 느낌이 전신을 관통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이 무척이나 예민해졌고 마치 누군가 간지럽히듯 기묘한 육감이 전신을 휩쓸었다.

‘뭐야 이거?’

다만 이전의 육감과 다른 게 있다면 그 정도가 시시각각 바뀐다는 사실.

어떤 때는 연인의 손길처럼 부드러운가 싶은데 어느 순간 할퀴는 듯한 건 물론이고 아예 피부가 벗겨지는 건 아닐까 하는 아찔함마저 느껴질 때도 있었다.

‘……설마 이거? 확률인가?’

그 생경한 육감에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다.

-롸잇 나우!

-큰 거 왔다! 큰 거 왔다! 큰 거 왔다!

-아 ㅋㅋ 어차피 똥템이라고

-설마 피지컬로 느껴지나?

-뽑기에 뭔 피지컬이옄ㅋㅋㅋ

그저 방송의 재미를 위해 뜸들이겠거니 했던 시청자들. 그러나 이경복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자 채팅창의 분위기도 조금씩 변했다.

-퍼플 집중하는 것 같은데?

-슬마……

-만약 황금 샷건 뽑으면 레전드.

-되겠냐고 ㅋㅋㅋㅋㅋ

-우리나라에서 아무도 못 뽑았음 ㅅㄱ

-4만 번 할 거 아니면 그냥 당기자.

이경복은 잠시 고민했다.

시청자들은 몰랐지만 그는 느껴지는 육감의 정도를 구분하고 있었다.

비슷하지만 집중하면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는 상자의 개수랑 같아.’

총 27개.

그 결과 이경복은 자판기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상자들의 개수와 육감의 구분되는 정도가 같다는 걸 깨달았다.

‘이거 되겠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긍정적인 느낌은 하나뿐이었다. 최고로 기분 좋은 것이기에 확연히 구분이 된 덕이었다.

이경복은 그것이 대박임을 직감했다.

“여러분 저…….”

그가 호기롭게 선언하려는 순간.

[‘Agent Q’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10번 이내로 황금 산탄총 뽑기.]

[성공 – 2,000,000원]

[실패 – 산드라가 짜증내면서 욕할 때까지 질척거리기]

퀘스트가 날아들었다.

-엌ㅋㅋㅋ 큐요원 돈 벌어왔누

-큐요원? 아니죠, 키다리 큐입니다.

-키다리 큐는 기니까 그냥 큐다리라고 하자.

-큐다맄ㅋㅋㅋㅋㅋㅋㅋ

-10트안에 뽑기 무쳤냐곸ㅋㅋㅋ

-운빨겜 나오니까 바로 들어오쥬?

-피지컬 쓰는 거엔 호되게 당했자너~

-실패조건 보소 ㅋㅋㅋㅋ 큐다리쉑 매도단이었누 ㅋㅋㅋㅋ

채팅창의 반응에 이경복은 레버를 놓고 활짝 웃었다.

“큐다, 아니 에이전트 큐님 오셨네요. 이번에도 재미있는 퀘스트 감사합니다.”

이경복이 퀘스트를 하려는 뉘앙스를 풍기자 채팅창에도 즉각 반응이 왔다.

-이걸 받으려고?

-아무리 퍼플이라도 무리수 아님?

-난 퍼플 믿어!

-네가 더 나빠……

-매도단이여 일어서라!

-빡대가리 아니면 당연 거절하지 ㅋㅋ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돈이었다.

-ㄹㅇㅋㅋ 이백에 10트 정도면 할만한데?

-나만 아니면 돼에에에에에!

채팅창은 혼돈 그 자체.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이경복에게는 단순한 운이 아닌 승부라는 것을.

“그럼 큐다리, 아니 에이전트 큐님의 퀘스트 시작하겠습니다.”

이경복은 퀘스트를 수락했다.

딱히 훈수가 영향을 주는 퀘스트는 아니었기에, 이번에는 훈수금지 기능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

-이제 대놓고 큐다리라고 하누 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플 인증 큐다리 ㅋㅋㅋㅋㅋ

-퍼인큐 무냐고!

-퍼플/인성/논란

시청자들이 떠드는 사이 이경복은 눈을 감고 레버를 잡았다. 보다 정확한 타이밍을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할 생각이었다.

-이왜진? (이거 왜케 진지함)

-응 어차피 회복약.

-아모른직다.

-ㄴㄴ 겜잘스라도 운빨은 신의 영역임

-하지만 퍼플은 다르달까?

-달까 ㅇㅈㄹ ㅋㅋㅋㅋ

-근데 집중하는 거 보니까 뭔가 될 것 같기도 하고

-갓직히 퍼플이면 뭔가 할 거 같음.

채팅창에서도 긴장이 맴도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무척이나 급작스럽게 나왔다.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이경복이 갑자기 레버를 당겼기 때문이었다.

-와씨! 깜놀했네.

-예고 없이 당기기 무냐고!

-심장에 무리 온다……

-그 정도면 바크 방송 어케 보누 ㅋㅋㅋ (팬티를 갈아입으며)

-잠깐, 상자 크기가 좀 큰데?

그 사이 자판기 내에서는 기계 팔이 미스테리 박스를 고르고 있었다.

무작위로 움직이는 듯한 기계 팔은 이윽고 가장 큰 상자 앞에서 멈추어 섰다.

-???????

-뭐임? 지금 뭐임?

-어? 어어? 어어어어?

-크기가 딱……

-샷건인디?

-밐ㅋㅋㅋ쳤ㅋㅋㅋㅋ곸ㅋㅋㅋ

기계 팔이 덥석 잡은 상자.

그것의 크기는 다른 어느 상자보다 컸다. 이윽고 기계 팔이 조심스럽게 투입구 쪽으로 상자를 옮겼다.

“운이 좋군.”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상자를 꺼냈다.

-킹이갓군ㅋㅋㅋㅋㅋㅋ

-그냥 좋은 수준이 아니자넠ㅋㅋ

-언박싱 바로 가나요!

-첫트에 나왔다고? ㅅㅂ 이게 게임이냐?

-레전드 또 나와부렸누 ㅋㅋㅋㅋ

-개껌관계자 보고 있는 거 아냐?

-실시간 확률주작 ㅅㄱ

-편파 해명해! 편파 해명해! 편파 해명해!

모두가 그 내용물을 짐작했다.

이경복은 가볍게 포장을 벗기고 내용물을 잡았다.

“이야, 썸네일로 본 것보다 더 쩌는데요?”

그의 손에는 황금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산탄총이 들려 있었다.

-퍼플! 신은 그인가!? 퍼플! 신은 그인가!?

-갓플!갓플!갓플!갓플!

-큐다리 OUT! 큐다리 OUT!

-킹전자산 붕괴! 모두 돔황챠! 킹전자산 붕괴! 모두 돔황챠!

-만약 이 모든 게 현실이라면? 미친 과학자가 없다면?

-나는 무적이다. 퍼플은 ‘신’이고. 나는 무적이다. 퍼플은 ‘신’이고.

채팅창이 광기가 가득한 채팅으로 도배됐다. 이경복은 읽기를 포기했다.

그가 봐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퀘스트 성공!]

[‘Agent Q’님이 ‘2,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다름 아닌 퀘스트 성공 메시지.

“큐다리, 아니 에이전트 큐님. 소중한 상금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가 지금 후원을 닫아서 아쉽네요. 매번 한 마디씩 꼭 해 주셨는데.”

그의 한 마디에 채팅창 분위기는 일변했다. 무수히 올라오는 ‘ㅋㅋㅋ’사이로 ‘Agent Q’의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Agent Q – 와,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

[Agent Q – 이 정도면 큐다리 해야죠……]

큐요원이라는 별명을 버리고 겸허히 큐다리라는 새로운 별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것.

“아, 그러면 앞으로는 큐다리라고 불러도 된다는 의미로 알겠습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무친ㅋㅋㅋㅋㅋ 확인사살 ㅋㅋ

-계속 해 놓고 허락받는 거 무엇?

-인성질 무냐고!

-말로 사람을 죽이는 스트리머가 있다?

-큐다리가 불쌍한 건 또 처음이누 ㅋㅋㅋㅋㅋ

그리 한 차례 상황을 정리한 이경복은 황금 산탄총을 등에 멨다.

-시강 뭔데 ㅋㅋㅋ

-와씨 ㅋㅋ 남자 냄새 난다.

-상남자 포스 개쩖

-아, 샷건! 아주 훌륭한 대화수단이지!

-ㅅㅂ 좀비들 다 주겄다

그는 다시 계단을 오르며 다른 방에 있는 아이템들을 챙겼다. 황금 산탄총을 뽑은 것 때문일까.

산탄총의 탄약을 꽤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회복약은 다 어디 갔누?

-최고템 뽑아서 또 난이도 올라간 듯?

-이거 맏따

-바크는 장비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난이도 조절됨 ㅋㅋㅋㅋ

-와씨 ㅋㅋ 그럼 지하철 꿀잼각 섰네

이경복이 다시금 스위트룸 앞에 섰다.

“아 그래요?”

채팅을 확인한 그가 밝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럼 이제 좀 더 재밌어지겠네요.”

열린 문 너머로 장비를 갖춘 산드라의 모습이 보였다.

생존자 이주에 앞서 지하철을 조사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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