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유료 광고 포함 (1)
늦은 저녁.
종합게임 스트리머 ‘달타냥’은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이른바 ‘대기업’으로 여겨지는 성공한 스트리머 중 하나였다.
피지컬이 뛰어나거나 게임 센스가 좋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부드러운 성격과 온화한 말투는 즐거운 방송 분위기를, 부족한 실력에도 한 번 설정한 목표는 끝까지 이루어 내는 끈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달덩이들 어서 오고.”
달타냥의 인사와 시작된 방송은 순식간에 시청자 5천을 돌파한다. 하지만 이것도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게임 방송에 앞서 갖는 잡담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근황 토크부터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덧 시청자는 1만을 돌파.
더욱 흥이 오른 그때였다.
[‘형이못본산드라’님이 ‘30,000’원의 영상을 후원하셨습니다.]
누군가 보낸 영상 후원.
달타냥은 힐끗 시선을 돌렸다.
“어? 뭐야, 이거? 야한 거 아니지?”
-야한 거? 다 갖고 와!
-???: 아니네? 그럼 패스.
-내무부 장관님! 여기에요!
달타냥이 농담을 던지며 영상을 재생했다. 시청자들은 그 새를 못 참고 달타냥을 놀리기 바빴다.
“아, 산드라네. 바크 할 때 진짜 욕 많이 먹었지. 막 씻다가도 고함 소리 들리고 그랬다니까?”
-ㄹㅇㅋㅋ 욕 많이 먹었자너~
-고질적인 에임 문제……
-25시간 켠왕 중에 거의 7시간은 욕만 먹은 듯 ㅋㅋㅋ
“근데 내가 못 봤다는 건 또 뭔 소리야?”
프로답게 오디오를 채우며 영상을 보던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헐? 뭐야? 산드라 맞어? 이거 내가 알던 산드라가 아닌데?”
영상은 퍼플 큐튜브에 올라왔던 산드라 컷신 모음집. 시청자들 대부분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겜 아님?
-산드라가 어케 저렇게 다정함?
-아 ㅋㅋㅋ 이거 요즘 핫함
-쉿! 타스 언급은 밴이란다!
일부 시청자들은 아는 체를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달타냥이 타 스트리머를 언급하는 시청자를 제재하는 규칙을 세워 뒀기 때문.
“아니, 이게 뭔데? 어떻게 한 건데? 밴 안 할 테니까 말해 봐.”
그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함정카드발동!’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달타냥속마음’ 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타스 영상을 후원해? 한 번 기강 다지고 가야겠다.]
장난스러운 후원 메시지에 달타냥은 답답함을 표출했다.
“아, 아니라고오! 이것들이 속고만 살았나. 아 됐어! 내가 직접 찾아보고 말지.”
검색은 어렵지 않았다.
애당초 후원 영상의 제목이 아래에 같이 나왔기 때문. 그는 채널 페이지가 노출이 안 되도록 설정하고 퍼플의 큐튜브를 살폈다.
“와…… 이분 뭐야? 미쳤는데?”
그의 시선을 먼저 사로잡은 건 인기 영상으로 올라온 뽑기 영상, 그리고 퍼플의 액션 하이라이트 모음이었다.
-진짜 보고 있음?
-연기 아님?
-아 ㅋㅋㅋ 우리횽 연기 좀 하네
-팩트) 달타냥은 마피아 게임에서 가장 먼저 탈락했다.
-그마내! 형 HP는 이미 0이야!
시청자들이 그를 놀리는 사이 달타냥은 퍼플이 보여 주는 피지컬에 그저 감탄만 할 뿐이었다.
“아니, 아니. 내가 혹시라도 실례될까 봐 이름은 말 안 하겠는데, 진짜 개 쩔어. 내가 본 사람 중에 피지컬 원탑인데?”
그의 표정은 진짜였다. 억지로 꾸며 낼 이유가 없으니 당연했다.
그러자 시청자들도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기에 저럼?
-형 눈에는 다 쩔어 보이지 않나? ㅋㅋㅋㅋ
-정보) ‘그’ 스트리머는 개발사 인증까지 받았다.
달타냥은 채팅창에 올라온 정보를 놓치지 않았다.
“야, 개발사가 알아봤다고? 그럼 끝났네. 햐, 진짜 세상 대단한 사람들 많다.”
-머단하군!
-형도 대단하자너~
-에임이 다른 의미로 대단함ㅋㅋㅋㅋ
-회사로 영입각?
-더트박스 식구 늘어나쥬?
달타냥이 소속된 MCN, ‘더트박스’는 꽤 유명한 스트리머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달타냥은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야, 내가 무슨 사장이냐? 내가 뭐라고 영입을 해. 자자, 이제 그만. 괜히 또 이상하게 이야기 퍼지면 피곤해져.”
그 말에 시청자들도 서로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달타냥은 다른 화제로 전환하기 전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근데 이렇게 뜨시면 렉카들 많이 달려 드시겠네. 대처 잘하셔야 할 텐데…….”
-그만하자며!
-또 또 이런다 ㅋㅋㅋㅋ
-셀프밴 ㄱㄱ
“아, 진짜 끝! 끝! 자, 오늘 할 게임은~!”
달타냥은 빠르게 게임 방송으로 넘어갔다.
* * *
퍼플 큐튜브 채널에 새로운 섹션이 추가됐다.
[바이오 크라이시스 히든 스토리]
이전에는 영상 시간이 10분이 채 되지 않는 하이라이트 모음이 주였지만 챕터 3의 종료와 더불어 스토리 영상이 업로드 된 것이었다.
[-오 ㅋㅋ 스토리 떴네!]
[-트라이 킹시보기로 보기에는 좀 길긴 했음.]
[-편집자님 고생하셨습니다!]
최병훈의 편집 센스로 덜어 낼 건 덜어 낸 영상이었기에 스토리를 궁금해하는 구독자들로서는 안성맞춤.
하지만 모든 구독자가 만족하지는 않았다. 아니, 대부분의 구독자가 그러지 못했다.
[-Only Korean?]
[-English Sub Plz!]
왜냐하면 스토리 영상에는 외국어 자막이 없었기 때문.
퍼플 큐튜브의 과반수가 외국인 구독자였기에 자막을 요청하는 댓글이 추천을 받으며 빠르게 올라갔다.
[-내로남불 오졌고 ㅋㅋㅋ]
[-느그들은 한국어 자막 달아 줬냐?]
[-꼬우면…… 아시죠?]
[-ㄹㅇㅋㅋ 아쉬우면 한국어 배워 오든가]
[-큐튜브쉑 영어 댓글 일부러 올리는 거 킹받네.]
[-번역기 돌릴 노력도 안 하네 건방진 쉑들]
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외국 스트리머들 역시 굳이 자막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
일부 네티즌들은 이 상황을 캡처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커뮤니티는 이미 다른 화제로도 충분히 뜨거웠다.
[(강스포)바크 챕터 3 떡밥 정리 (999+)]
[귀큰놈 보고 있나? 이게 암살이지 ㅋㅋㅋ(878)]
[달타냥이 퍼튜브 보고 놀람ㅋㅋ(647)]
[제시카 vs 산드라 투표(593)]
새로이 공개된 복선과 퍼플의 활약, 그리고 달타냥의 리액션이 클립으로 돌아다녔고 2번째 히로인의 등장까지.
하지만 그 외에도 사뭇 다른 반응이 하나 있었다.
[씹건쉑 처형 챌린지 간다 ]
[갓플이 씹건쉑 시원하게 썰어주긴 했는데 도저히 분이 안 풀리더라.
그렇다고 내가 히든 뚫을 정도 피지컬은 아니고, 설령 뚫어도 자이간트 씹건은 도저히 못 잡잖슴.
그래서 포기할까 했는데……
ㅆㅂ 생각해 보니까 기존 루트에서도 씹건쉑 죽일 수 있잖아?
그래서 바로 바크 켜고 씹건 죽이는 챕터만 로드해서 처형했음 ㅋㅋㅋ
한 20번 정도 죽이니까 좀 속이 풀리더라.
나처럼 분 안 풀리는 바붕이들에게 추천한다.]
[-아 ㅋㅋㅋ 고런 방법이 있었누]
[-너…… 천재냐?]
[-씹건쉑 각오해라 30트 간다]
[-창의적 바붕이 칭찬해~]
바로 생존자 몰살의 원흉, 로건의 처형에 관한 게시글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한 챌린지 인증은 바이오 크라이시스 커뮤니티의 트렌드가 되었다.
[피지컬 고자 바붕이들을 위한 모드]
[챌린지 참여하고 싶은데 로건 처형까지 못 가는 바붕이들 위해 노력 좀 했다.
사실 한 번에 하나씩 죽이는 거 감질났는데 급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만듦 ㅋㅋㅋㅋㅋ
바로 바크 좀비 모델링에 로건 소스 덮어씌우는 모드임 ㅋㅋㅋㅋ
특수좀비는 안되고 일반 좀비만 되긴 하는데 어차피 상관없을 듯?
무료 배포하니까 잘 써라잉.]
[-엌ㅋㅋㅋㅋ 미쳤고 ㅋㅋㅋ]
[-능력자는 닥추야!]
[-77ㅓ억! 벌써부터 속 시원하누]
[-씹건 처형에 진심인 바붕이들……]
[-비추 준 놈은 씹건이니?]
[-형님, 퍼플 모드는 안 만들어 주시나요?]
심지어 로건 처형을 위한 모드까지 만들 정도. 이런 노력은 다시 이슈가 되어 각 커뮤니티로 퍼졌다.
그렇게 게임 커뮤니티들이 바이오 크라이시스로 떠들썩해졌을 때였다.
[올 것이 왔다 ㅅㅂ]
[렉카들 시동걸기 시작했누.]
새로이 올라온 글.
그리 길지 않은 내용에 걸린 링크는 큐튜브 영상 채널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핫한 이슈를 짜깁기해서 올리는 정보 전달 채널이었다.
[-갓직히 걸릴 만하지.]
[-<하루만에 10만 큐튜버가 된 미친 피지컬 스트리머, 거기에 개발사가 인증한.>]
[-렉카들 제목 잘 뽑긴 하네 ㅋㅋㅋㅋ]
[-이 정도야 애교 아니냐?]
[-날고 있는데 추진체 달아주는 거지 ㅋㅋㅋ]
처음에는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퍼플의 활약을 요약해 전달하거나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하는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퍼플의 팬이 대부분인 커뮤니티 유저들은 오히려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모든 채널이 그를 좋게 보지는 않았다.
[ㅅㅂ 이건 뭐냐?]
[퍼튜브 보는데 끝에 관련 영상으로 나옴.
<바크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밝혀진 떡밥으로 알아낸 바크 스토리.>
<혜성같이 나타난 스트리머, 개발사 지원을 받았다?>
여기 사용된 영상들 다 퍼튜브 건데 이렇게 써도 됨?]
[-뭐여 ㅅㅂ 내용 뭐 암 것도 없네?]
[-이딴 식으로 영상 만드니까 렉카가 욕먹지.]
[-얼척이 없누 ㅋㅋㅋㅋ]
[-의혹 제기해 놓고 아님 말고 이딴 식이네]
[-글삭해라. 조회수 늘려주면 렉카들만 좋아함]
보다 더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으로 지은 제목, 그에 비해 부실한 내용물.
사람들이 불쾌히 여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퍼피셜 떴다!]
[퍼튜브 채널 관리자한테 문의했는데 답변 왔음.
렉카쉑들 영상 사용 허락받지도 않았더라.
ㅅㅂ 렉카가 아니라 도적놈들이었누ㅋㅋㅋㅋㅋㅋ]
그리 불씨가 지펴진 마당에 누군가 기름을 부었다.
[-싸이버 렉카쉑들이 다 그렇지 뭐.]
[-어째 발전이 없누 ㅋㅋㅋㅋ]
[-자 드가자~]
[-무지성 신고 간다.]
[-노딱 맛 좀 봐라!]
명분이 갖춰지자 행동에 나선 사람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영상이 삭제되거나 수익 창출 불가 판정을 받게 됐다.
[속보) 큐튜브 무단 신고 반려!]
[그런 거 없다 렉카야 ㅋㅋㅋ
(진동 미소 개구리콘)
무슨 일이 있어도!
(비웃는 개구리콘)
절대!!!
(그윽한 미소 개구리콘)
복구 안 해준다 렉카야 ㅋㅋㅋ
(춤추는 개구리콘)
엌ㅋㅋㅋㅋㅋㅋㅋㅋ
(마법사 개구리콘)
느그들은 좀 처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주먹질 개구리콘)
다 봤으면 꺼져.
(담배피는 개구리콘)]
[-ㅋㅋㅋ 바붕이 좀 치누]
[-개웃기넼ㅋㅋㅋㅋㅋ]
[-렉카들 비추실명제ㅋㅋㅋㅋ]
[-오늘 꿀잠 자겠닼ㅋㅋㅋ]
바이오 크라이시스 커뮤니티는 승리를 만끽했다.
* * *
한편, 최병훈은 커뮤니티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이제 트나잇 쪽은 따로 올릴 필요가 없겠네.’
트라이 채널 커뮤니티, 트나잇의 ‘핫클립’ 섹션. 1페이지에는 퍼플의 클립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이전과 달리 최병훈이 직접 올린 게 아닌, 다른 시청자들이 만든 클립 영상들이었다.
이어 그는 큐튜브 쪽을 살폈다.
착실하게 올라가는 영상 조회수와 구독자. 어느덧 채널 구독자는 13만 명을 돌파했다.
성장세가 순조로웠다.
더욱이 사이버 렉카들이 달라붙었다는 건 궤도에 안착했다는 증거였다.
“쯧쯧, 아무리 그래도 상도덕은 지켰어야지.”
그는 항의 댓글과 신고에 시달리는 채널을 보며 혀를 찼다.
만약 영상 사용 허락을 구했다면, 그리고 내용을 협의했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이와 관련해서는 이경복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타 채널에 영상 사용 허락에 대해서는 합의를 봤다.
‘그러면 서로 윈윈이었을 텐데.’
왜냐하면 이런 이슈 영상으로도 유입되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GSL님도 문의를 하는데 느그들이 뭐라고.”
구독자 50만이 넘는 게임 스토리 전문 정리 큐튜버 ‘Game Story Lounge’, 약칭 ‘GSL’에게도 문의 메일이 왔었고 흔쾌히 수락했다.
‘GSL’의 영상은 퀄리티가 높아 인기가 많았고 그만큼 퍼플의 채널과 이름이 노출되면 인지도 상승효과가 톡톡할 터였다.
‘게다가 퍼플을 까려고 해? 도저히 놔둘 수 없지.’
퍼플의 활약을 알려 주는 영상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조회수를 뽑겠다며 괜히 시비를 거는 영상들.
이런 시도가 먹히면 그런 영상이 늘어날 터였고, 그대로 놔두면 큐튜브의 알고리즘이 난잡해질 터였다.
‘다들 도와줘서 다행이지.’
문의 인증 글이라며 커뮤니티에 올린 것도 최병훈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내린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영상의 저작권은 스트리머가 아니라 게임 개발사에게 있기 때문. 스트리밍 영상으로 수익을 내는 건 어디까지나 개발사가 용인하는 덕분이었다.
‘그래도 일단 본보기를 보여 줬으니까 주춤하겠지.’
사이버 렉카 채널이 이 정도로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슈가 먹힌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 편집을 거쳐 영상을 업로드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으으으으…… 얼른 끝내자.”
최병훈은 카페인 음료를 들이키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려 했다.
그때 작은 알림음과 함께 메일 도착을 알리는 팝업 메시지가 나타났다.
“음?”
최병훈의 눈이 빛을 냈다.
팝업 메시지와 연결된 계정은 퍼플 큐튜브 채널 관리를 위해 새로 만든 메일 계정이었다.
“오 마이 갓…….”
그것도.
[안녕하세요, ‘퍼펙트 플레이’ 큐트브 채널 관리자님.
‘CAP COMPANY KOREA’ 마케팅 팀입니다.]
비즈니스를 위한 목적으로 만든 메일.
스트리머 퍼플의 첫 번째 광고 문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