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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6화 (16/491)

16화 - 유료 광고 포함 (2)

이경복은 힐끗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 그는 약속장소인 카페에 발을 들였다.

“어, 왔냐.”

“이 시간에 네가 깨어 있다니, 역시 자본의 힘이 위대하긴 하네.”

자신을 반기는 최병훈에게 이경복이 농담을 던졌다.

“마,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거지.”

“광고가 들어왔다라…….”

이경복은 스마트 오더로 미리 주문해 둔 커피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근데 갑자기 웬 광고래? 내가 갑자기 다른 게임을 할 것도 아닌데.”

“뭐, 바크에 대한 설명이랑 큐튜브 영상 관련이라는데…… 너도 봐서 알겠지만 광고 조건은 자세히 안 나와 있잖냐.”

최병훈은 살짝 코를 찡그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미 사전에 메일은 공유해 둔 터였다.

“대외비라는 거겠지.”

“그래, 대신 일정은 전부 우리한테 맞춰 준다니까. 이르면 오늘 오후에 봐도 된다고 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바이오리듬까지 깨면서 있는 거 아니냐.”

“참나, 생색도 특이하게 낸다. 바이오리듬은 무슨.”

“무튼,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냐? 오늘 볼까?”

“그럼 방송은?”

“방송 일정이야 공지로 바꾸면 되지. 그리고 이제 시간대 변경도 고려해 볼 타이밍이긴 해.”

“시간대를 바꾼다고?”

이경복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 시간대인 오후보다는 아무래도 저녁 이후가 시청자가 더 많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긴 한데, 이제 너도 인지도가 좀 쌓였잖냐.”

“붙어 볼 만하다?”

“그렇지. 그냥 찔러보는 식으로 바꾸면 트수들도 약간 짜증나겠지만 이번에는 구실도 있잖냐.”

“으흠…….”

이경복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오전 운동을 위해 일찍 자는 게 습관이 됐다. 방송 시간대를 옮기면 그 루틴이 깨질 수 있었다.

‘그래도 더 많은 시청자가 봐준다면…….’

하지만 친구가 말하는 메리트에 비하면 그건 사소한 문제. 게다가 확정도 아니었으니 한 번 시도해 봄 직했다.

“그래, 그럼 오늘 보자.”

“오케이! 그럼 바로 미팅 잡는다?”

“어.”

최병훈은 친구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방송 외적인 건 자신이 전담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이번 미팅에 이경복을 데려갈 생각이었다.

‘인간감별사가 옆에 있으면 덤터기 쓸 걱정도 없지.’

지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이경복의 사람 보는 눈은 틀린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 * *

이른 오후, 도심의 한 카페.

말끔한 투피스 정장을 입은 여성이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이어 책상 위에 떠오른 건 바로 홀로그램 계약서.

그녀는 바로 ‘CAP COMPANY KOREA’의 마케팅팀 직원이었다.

‘좋아, 이상 없네.’

재차 계약서 검토를 마친 그녀는 안도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퍼플…… 이상한 사람만 아니면 좋겠는데.’

그녀는 마른 입술에 립밤을 바르며 생각했다.

스트리머는 좋게 말하면 개성이 강하지만, 개중에는 비상식적인 사람들도 꽤 많았다.

‘저번처럼 야방을 하면서 오는 건 아니겠지?’

야외방송, 약칭 ‘야방’.

이전에 연락했던 스트리머는 약속장소에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당연하게도 광고 계약 내용은 대외비였고 그녀는 방송 중지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스트리머는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불공정 계약, 스트리머 말을 빌리면 ‘후려치기’를 하려고 그러는 거냐며 오히려 역정을 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아니면 그 거지같은 스트리머라든지…….’

당연하게도 광고 계약은 회사 쪽에서 먼저 요청을 한다. 때문에 몇몇 스트리머는 자신이 회사보다 ‘갑’의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노골적으로 비싼 대접을 요구하며, 그게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회사로부터 뜯어먹으려는 스트리머도 있었다.

‘역시 MCN이 없으면 불안하단 말이지…….’

중간에서 중개해 줄 회사가 있다면 그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약속한 ‘퍼플’은 아직 소속된 회사가 없었다.

‘방송에서는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그녀는 퍼플의 방송을 떠올렸다.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 그러나 나쁘게 보자면 약간 껄렁한 느낌.

혹시 현실에서는 양아치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제발 오늘은 무사히 지나가기를…….’

그녀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도착할 때가 되었다. 만약 약속 시간에 늦는다면 불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더 클 터였다.

그때,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두 남자가 들어왔다.

“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한 사람은 덩치도 크고 푸짐한 인상이었는데, 다른 한 사람은 옷 아래로도 다부진 체격이 느껴졌다.

두 사람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다부진 쪽은 핏도 딱 맞았고 세련되어 보였다.

무엇보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하나.

‘미친 존잘이네.’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약간 곱슬기가 느껴지는 헤어스타일, 그 아래로 드러난 뚜렷한 이목구비와 매끄러운 턱선, 남자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피부까지.

‘어딘지 몰라도 진짜 축복받은 직장이겠네.’

그녀는 두 사람이 잠시 쉬러 나온 직장인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넋을 놓고 쳐다본 탓일까. 남자 쪽과 시선이 마주쳐 버렸다.

흠칫 놀란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지만 이내 발걸음 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발걸음 소리가 커질수록 그녀의 심장 소리도 따라 커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내 그 미남의 입이 열렸을 때.

“혹시 퍼플 광고 계약 건으로 오셨나요?”

그녀는 말 그대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다행히 새하얗게 변한 머리가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아아! 스트리머 퍼플 님?”

“네, 맞습니다. 이쪽은 편집자이자 채널 관리자님이시고요.”

“안녕하세요!”

“아, 네네! 실례했습니다! 그 앉으, 아니아니. 음료 먼저 시키시죠!”

정신이 돌아오긴 했지만 당황은 숨기지 못했다. 이경복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 괜찮습니다. 오전에 커피를 마셔서.”

“야야, 이건 안 마시면 오히려 이분이 곤란하셔. 그리고 법인카드 쓸 때 직원분도 좀 좋은 거 마셔야지.”

“아, 그런가?”

“아하하…….”

직원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음료 주문과 함께 정신을 가다듬을 시간을 얻었다.

“흠흠, 그럼 여기 계약서 먼저 공유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스마트 링크로 두 사람에게 계약서를 전달했다.

계약서는 법적 용어로 범벅이 되어 있었기에 이경복은 힐끗 친구를 돌아봤다.

최병훈은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살피고 있었다.

“간단히 구두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저희가 요청 드리는 건 채널 내 영상에 대한 다국어 자막 지원입니다.”

“자막이요?”

“네, 물론 명시된 것처럼 자막 스크립트는 전부 저희 쪽에서 준비할 겁니다. 관리자분께서는 자막 등록만 해 주시면 됩니다.”

“음, 그러면 문제될 거 없죠. 저희 채널 쪽도 구독자가 더 늘 테고.”

자막이 지원된다는 게 외국 커뮤니티에 알려지면 구독자가 더 늘 터였다.

“네, 그리고 다음은 히든 루트에 대한 설명인데요.”

그녀는 잠시 눈을 굴리며 말을 골라냈다. 그리고는 약간 어색한 미소와 함께 설명을 이어 나갔다.

“먼저, 퍼플 님의 플레이는 저희 쪽에서도 예상한 범주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범주요?”

“네. 이건 예를 들어 설명 드리는 게 이해하기 쉬우실 거예요. 최근 챕터 3 보스전을 진행하셨잖아요?”

“자이간트 로건 말씀이시죠.”

“네네, 그게 사실 저희 개발진에서 예상한 시나리오는 로건이 죽는 게 아니었습니다.”

직원의 말에 이경복과 최병훈이 눈을 껌뻑였다.

“물론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희 개발진은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보스의 공격을 일정 시간 이상 회피 후 생존하는 경우를 상정했습니다. 그 조건이 충족되면 분노한 로건이 잔해에 돌진하고 길이 열리는 기믹이었죠.”

“그래요?”

“네. 물론 퍼플 님처럼 보스를 처리할 가능성도 염두에 뒀습니다. 개발진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가 전달받은 바로는…… 약 0.7%의 확률이지만 말이죠.”

그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히든 루트를 여는 플레이어는 대략 상위 5%, 그리고 그 5%의 플레이어 중에서도 로건을 직접 처리할 확률이 0.7%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인데……”

“그런데 해냈죠.

최병훈은 실소를 흘리며 이경복을 돌아봤다. 정작 이경복은 오히려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안 어렵던데.”

그 순간만큼은 최병훈과 직원이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흠흠, 이와 같이 히든 루트에도 여러 분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퍼플 님 방송과 영상을 보시는 분들에게는 이게 잘못 전달이 될 수 있거든요.”

“하긴, 시청자들이 다 미친 난이도라고 그러더라고요.”

“네네, 사실은 다른 해결책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오해를 해결하고자 설명을 요청 드리는 겁니다.”

“아하…….”

그제야 이경복도 이해가 갔다.

이대로라면 히든 루트는 일반 게이머가 아닌 스트리머 ‘퍼플’을 위한 전유물처럼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방송만 보는 사람이야 상관없겠지만 새로 게임을 시작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를 터였다.

도저히 깰 수 없을 것처럼 보이면 판매가 감소할 테니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그녀는 다른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음, 뭐 특이사항은 없네요.”

최병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퍼플의 플레이 영상을 개발사에서 프로모션 용도로 사용한다든지, 만약 스트리머의 이미지가 실추되면 계약이 취소되는 건 물론 위약금이 발생한다든지 등등의 조항들.

일반적인 광고 계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광고 단가는 구독자 수 기준으로 측정됩니다. 현재 퍼플 채널의 구독자는 13.5만 명으로 집계가 됐는데요. 저희는 15만 명 기준, 300만 원을 지급해 드릴 겁니다.”

이경복은 최병훈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최근 단가랑 비교해도 적절한 수준 같습니다. 보통 30만 큐튜버가 약 700만 원 정도 받거든.”

“아, 그래?”

“그렇지. 물론 결정이야 네가 하는 거지만.”

최병훈의 말에 직원의 시선은 이경복에게 돌아갔다.

이제 결정만이 남은 상황.

그러나 이경복은 선뜻 입을 떼지 않았다.

‘음…… 불길하지는 않은데.’

그는 직원에게서 받는 느낌에 집중했다. 따로 신점까지 치를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만약 뭔가 문제 될 만한 게 있었다면 들어오자마자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뭔가 아쉽단 말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넙죽 결정지을 만한 느낌도 아니었다. 이내 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하나, 조건을 더 요청해도 될까요?”

“네? 아…… 일단 말씀해 주시면 바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녀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귀를 기울였다.

이어 이경복의 설명을 들은 그녀의 표정은 점차 밝아졌다. 이어 그녀는 잠시 통화를 한 이후 답했다.

“네, 문제없습니다. 특약으로 추가해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만족스러운 계약이 성사되었다.

* * *

해가 저물고 저녁이 찾아왔다.

이경복의 트라이 채널에는 벌써부터 시청자들이 모여 있었다.

-갑자기 왜 시간을 바꾼 거지?

-앞으로 이 시간대 고정이려나?

-급한 약속 때문 아님?

-아아, 퍼플은 ‘인싸’이기 때문이다.

-산드라 짱 버린 거냐구웃!

-트수분들 제발 현실을 살아주세요!

-지는ㅋㅋㅋㅋㅋ

접속이 여유로운 시간대로 바뀐 덕인지 방송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1천 대의 시청자가 모였다.

이윽고 약속된 시간이 되자 방송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전과는 좀 달랐다.

-오오?!

-인트로 생겼네 ㅋㅋㅋㅋㅋ

-편집자님 열일하시누 ㅋㅋㅋㅋ

바로 방송 인트로.

퍼플의 액션을 클로즈업해 만든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어 둔중한 효과음과 함께 화면 중앙에 새겨지는 문구.

[Perfect]

[PLAY]

힘과 속도가 느껴지는 거친 필체는 앞서 보여 준 액션씬과 찰떡이었다.

-크~ 상남자 냄새!

-이게 사나이지.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어 암전되었다가 밝아지는 화면. 그 안에 시청자들이 바라던 사람이 있었다.

“트하!”

이경복이 밝게 인사를 건네자 채팅창이 폭발하듯 올라왔다.

-퍼하!

-저녁 방송 너무 좋자너~

-지금 시간 딱이다!

-저녁 먹으면서 퍼플을 볼 수 있다? 이건 못 참지 ㅋㅋㅋ

-좀비 보면서 밥 먹기 무엇?

-인트로 무냐고!

-그 웃는 얼굴로 편집자님을 갈은 거신가……

-역시 살인미소 ㄷㄷ

-블랙기업 퍼플 ㅎㄷㄷ 하누

이경복은 환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자, 오늘도 공지드릴 게 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팬티색인가!

-않잌ㅋㅋㅋ 팬티 집착 그마내!

-당연 방송 시간 바꾼 이유겠지ㅋ

이경복은 빠르게 설정을 바꾸었다. 하나만 추가하면 되는 거라 무척이나 쉬웠다.

이어 설정을 끝내자 그의 시야 한 켠에 추가된 문구.

[유료 광고 방송입니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화면에도 적용되었다.

-WA! 숙제!

-무친ㅋㅋㅋㅋㅋㅋㅋ

-벌써 숙제를 받는다고?

-누구야! 누가 우리 퍼플이 숙제 줬어!?

-당연 개껌아님?

-개껌쉑들 후다닥 왔누 ㅋㅋㅋ

‘숙제’, 스트리밍 업계에서 광고를 칭하는 은어였다.

비록 광고라지만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광고라도 어쨌든 방송이 재미있기만 하면 되고, 퍼플은 이미 보장된 스트리머였다.

[‘숙제검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첫 숙제 축하해요! 승승장구합시다!]

[‘응애나아기퍼플’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자, 이제 누가 아가지?]

[‘머기업인증서’님이 ‘2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인증추.]

[‘고개드세요개발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퍼플에게 숙제를 줬다? 당신 아직 개껌 아닙니다.]

그와 함께 후원이 터졌다.

이경복은 광고임에도 반갑게 받아들여 주는 시청자들을 보며 충족감을 느꼈다.

“후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모두 여러분들의 관심 덕분입니다.”

진심이 담긴 목소리, 그리고 표정. 시청자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훈훈하누 ㅋㅋㅋㅋㅋ

-내가 다 기분이 좋자너~

-편집자 : 나는……?

-편집자님 의문의 1패.

-엌ㅋㅋ 이거 큐튭 영상 자막으로 무적권 나온다.

그리 흥겹게 시작된 방송.

시청자는 어느덧 2천을 돌파했다.

이경복은 슬슬 설명을 시작할 시기라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오늘 게임 시작 전에 잠깐 설명드릴 게 있습니다.”

-숙제 검사한다!

-숙제 안 해 온 사람 자진 신고해라~

-아ㅋㅋ 진짜 집에 두고 왔다구욧!

-말해 봐. 몇 대 맞을 거야?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너스레에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거대 자라크네도 자이간트 로건도 사실 죽이는 게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개발진 분들도 진짜 드문 경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보스를 한 번에 잡아 버려서 게임 볼륨도 좀 축소되었답니다.”

-무친ㅋㅋㅋㅋㅋㅋㅋ

-ㄹㅇ 개발자 피셜이누 ㅋㅋㅋ

-아 ㅋㅋ 어쩐지 너무 어렵다 했다.

-아, 그럼 나레이션 나온 것도 HOXY?

-오, 그러네. 완전 단축 루트로 가서 스킵된 듯?

-그럼 원래 그 이후에 다시 보스전이 있었겠네.

-이거 맏따. 무적권 중간에 보스 상대할 무기 얻었을걸?

-하지만 퍼플은 존재 자체가 무기랄까?

-랄까 ㅇㅈㄹ ㅋㅋㅋㅋㅋㅋ

-마! 이게 퍼플 클라스다!

개발자가 공식으로 인정한 실력자. 그 타이틀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근데 직접 해 보시면 생각 달라지실 거예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서.”

그러나 이어지는 이경복의 말에 다시금 분위기가 일변했다.

-??? : 이걸 왜 못하지?

-천상에서 굽어 보면 다 하찮은 것을……

-아 ㅋㅋ 다시 태어나면 할 수 있다고

-히든 루트 뚫음 가능. 뚫을 수 있으면 ㅋㅋㅋㅋㅋㅋ

-???: 저런, 가엾게도…… 똥지컬을 갖고 태어났군.

-또 웃는 얼굴로 침뱉쥬?

-ㄴㄴ 모드 말하는 걸 거임. 개발자 공식 모드 출시를 암시하는 거임.

시청자들의 웃픈(?) 채팅을 살펴보던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아, 하나 더 공지 드릴 게 있습니다. 아니, 메시지가 더 맞겠네요. 아마 제 방송을 직접 보고 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직접???

-누구한테 하는 말임?

-영상편지임?

-혹시 달……

-타스 언급 ㄴㄴ

-트수들 간보지 말라구웃!

시청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본 스트리머, ‘달타냥’을 떠올렸다. 혹시 그에 화답하려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곧 의문이 풀렸다.

“이제부터 제가 플레이하는 바크 영상은 물론 기존 영상 모두 개발사의 지원을 받은 영상으로 분류됩니다. 만약 무단으로 사용하시면 처벌받으실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바로 이슈 전문 채널, 속칭 ‘사이버 렉카’들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그 역시 지난 밤 사이 발생한 렉카 사태를 최병훈에게 들었고, 그 대책을 세울 필요를 느꼈다. 이에 개발사에 내건 마지막 조건이 바로 이것이었다.

-캬! 속 시원하누!

-엌ㅋㅋㅋㅋ 렉카충들 시동 꺼지는 소리 들리네

-뒷배 넘나 든든하쥬?

-앜ㅋㅋㅋ 처신 잘하라고!

-개껌 법무팀 맛 좀 볼래?

-팬 미팅 진행합니다! 법원으로 오세요^^

-싸인이 합의서 싸인이었누 ㅋㅋ

시청자들 중 대다수가 커뮤니티 유저를 겸했기에 모두가 기뻐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공지를 마친 이경복이 말했다.

“숙제 끝! 그럼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세계로 향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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