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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7화 (17/491)

17화 - 유료 광고 포함 (3)

게임 시작과 함께 컷신이 시작됐다. 존과 산드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무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무전을 받은 바로 다음인가 보네요.”

-그런 듯? 배경도 예고랑 똑같네.

-제시카 연락 받은 직후인 듯

-???: 오빠, 방금 그 여자 누구야?

-엌ㅋㅋㅋ 갑자기 분위기 청문회

-질투드라 오늘 보나요 ㅋㅋ

이경복의 멘트에 시청자들도 동감했다.

그사이 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비를 챙기는 그를 산드라가 붙잡았다.

“산드라?”

“이거 함정일지도 몰라요.”

그녀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제시카라는 여자도 결국은 리젠팜의 일원이에요. 이런 식으로 생존자를 유인해 제거하려는 걸지도…….”

그녀의 말에 채팅창이 떠들썩해졌다.

-킹리적갓심!

-역시 산드라짜응이야.

-ㄹㅇㅋㅋ 무전만 믿고 어케감?

-산드라 있으니까 확실히 다르긴 하네 ㅋㅋㅋ

산드라의 의견에 동조하는 시청자들. 하지만 그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바린이들 왜케 많누 ㅋㅋㅋ

-모르면 기존 루트부터 좀 깨고 오자.

-ㄹㅇㅋㅋ 제시카도 히로인인데 억까 보소

-존이 바람필까 바로 킬각 보쥬?

기존 루트를 클리어 한 시청자들은 그녀를 적극 변호했다. 그들은 제시카가 훌륭한 조력자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산드라, 나도 그녀를 전부 믿는 건 아니에요.”

“존…….”

“하지만 제시카가 어떻게 알고 우리에게 연락을 했겠어요?”

“그건…….”

“남아 있는 경찰들이 없다는 건,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산드라는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존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설령 함정이라 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당신을 지킬 테니까.”

“존…….”

촉촉해진 산드라의 눈동자가 존을 바라본다.

-산드라 바로 안심해 버렸쥬?

-아 ㅋㅋㅋ 제시카고 뭐고 내 상대 아니라고

-어차피 메인 히로인은 산드라다 이말이야~

-재주는 퍼플이 넘고 서윗함은 존이 다 가져가누 ㅋㅋㅋㅋ

-ㄹㅇ 억울하자너~

-이래놓고 베드 씬은 편집하냐!

-개껌쉑들 양심 ㅇㄷ?

시청자들 중 대부분은 이미 산드라의 팬이었기에 그 반응을 즐겼다.

“그리고…… 난 제시카를 꼭 만나보고 싶어요.”

하지만 이어지는 존의 대사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당당하게 환승을 요청하는 거신가 ㅋㅋㅋㅋㅋ

-갓직히 제시카 보면 맘 변한다 ㅋㅋㅋ

-우리 킹시카도 이쁘다구웃!

-시카단 떡상 가즈아아!

-오직 산드라만. 오직 산드라만. 오직 산드라만. 오직 산드라만.

-산빠들 그마내!

-나이스보트 엔딩인가……

이때다 싶어 득세한 제시카 팬들. 그리 채팅창이 혼란해지는 사이 존이 말을 이었다.

“제 몸…… 분명 리젠팜과 연관이 있을 겁니다. 만약 제시카와 접촉하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

산드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컷신 사이로 과거의 장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존을 보며 인간이긴 하냐고 묻는 그녀의 모습.

“알았어요.”

결국 산드라는 그를 따라 일어섰다. 이어 시야가 암전되며 컷신이 바뀌었다.

두 사람은 폐수가 줄줄 새고 있는 하수도 앞에 도착했다.

-어우, 하수도 왜케 리얼하누

-왜 냄새가 나는 것 같냐 ㅋㅋㅋ

-ㄹㅇㅋㅋ 갑자기 하수구 냄새 느껴짐.

-이게 그 공감각인가 그거냐?

“생각보다 강하진 않은데…… 불쾌하긴 하네요.”

이경복이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악취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기분 나쁜 냄새가 느껴졌다.

-퍼플은 몰입감 최고로 설정해서 그런 듯 ㅋㅋㅋ

-ㄹㅇㅋㅋ 불쾌한 감각은 보통 안 느껴지는 게 맞음.

-대신 좋은 건 엄청 좋게 느껴짐 ㅋㅋ

-상호등가교환의 법칙 아시는구나!

-ㄴㄷㅆ

“아, 금방 사라지네요. 적응 된 건지 아니면 느낌만 주는 걸 수도 있겠네요.”

이경복은 바로 다음 멘트를 쳤다. 실제로 그렇게 바뀌기도 했고.

‘그래도 광고 방송이니까.’

괜히 게임이 나쁘게 여겨질 만한 발언을 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개발사로부터 이미 자유롭게 플레이해도 된다고 확인을 받았지만 도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나.

“정말 용병들이 하나도 없네요.”

“다행입니다. 근데 내부 조명은…… 없는 것 같네요.”

산드라가 주변을 경계하는 사이 존이 손전등으로 입구 쪽을 비추며 말했다.

음습한 하수도의 내부가 드러났다. 완연한 어둠을 물리치며 존과 산드라는 안으로 진입했다.

찰박, 찰박하며 걸을 때마다 물소리가 들렸다.

“제시카.”

존이 무전기를 켜며 말했다. 그러나 지직거리는 잡음만이 들릴 뿐 답은 없었다.

“역시 여기서는 연락이 안 되나 보네요.”

“네, 통신 거리를 맞추려면 더 들어가야겠죠.”

제시카와 다시 연락을 취하려면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내 시야가 돌아가 두 사람의 뒤, 하수도 입구 쪽으로 향했다.

조금씩 멀어져 가는 입구의 빛은 이내 꺼져가듯 사라졌다.

-무섭누 ㅎㄷㄷ

-뭐임? 닫힌 거임?

-ㄴㄴ 입구에서 멀어진 걸 표현한 듯

-백퍼 그냥 넘어갈 것 가진 않은디.

-ㄹㅇㅋㅋ 무적권 뭐 이따

-기존 루트에서는 본사 어케 들감?

-용병 차량에 숨어 들어갔음.

채팅창이 떠드는 사이 컷신이 다시 바뀌었다. 어둠 속 손전등에 의지하는 두 사람의 모습.

‘……아, 뭐가 나오나 보네.’

이경복은 그와 함께 느껴지는 불길함에 숨을 죽였다.

“제시카, 제시카?”

존이 재차 연락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지직거리는 소음, 찰박거리는 물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존?”

뒤를 경계하며 오던 산드라가 이내 덜컥 존과 부딪쳤다. 그녀가 돌아서며 묻자 존이 검지를 입에 올렸다.

“이 소리 들립니까?”

“소리요?”

-들린다니?

-뭐가 들림?

-아씨… 갑툭튀인가?

-아 ㅋㅋ 바로 음소거 간다.

-이럴 줄 알고 독순술을 배워 뒀지.

-독순술 ㅇㅈㄹ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뭔가 튀어나올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존이 들은 소리가 전해져 왔다.

기존과 다르게 촤악하는 물소리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가만히 서 있었으니 소리가 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존……!”

“뭔가 옵니다!”

그 외침과 함께 통제권이 돌아왔다. 이경복이 움직일 차례였다.

“이쪽!”

하수도는 단일 방향이 아니었다. 중간에 갈림길도 있었고 그와 산드라가 서 있는 곳은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아니 그게 정확히 파악이 되나?

-소리가 울려서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찍은 거 아님?

-이걸 사플을 하네 ㅎㄷㄷ

-아 ㅋㅋ퍼플은 된다고 ㅋㅋㅋ

이경복이 단번에 손전등을 돌리자 어두운 통로 너머로 뭔가가 꿈틀거렸다.

그림자였던 그것은 순식간에 손전등의 빛 안으로 들어왔다.

“쥐……!?”

산드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쥐였다. 오수에 오염된 검은 털과 붉게 충혈된 눈동자.

그러나 그것은 하나이되 하나가 아니었다. 축축이 젖은 검은 털 사이로 붉은 눈동자가 번뜩이고 있었다.

그것은 족히 수백 마리의 쥐로 구성되어 있었고, 쥐 하나하나가 마치 세포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와나 ㅅㅂ

-이거 디자인을 잘 뽑는다고 해야 할지……

-좀비 겜에 욕 나올 정도면 잘 한거임 ㅋㅋㅋㅋ

-클러스터랑 비슷한 놈인가?

시청자들은 그 좀비의 정체를 추측했다. 미공개 루트였던 만큼 좀비도 새로운 종이었기 때문.

그 사이 이경복은 신속히 장비를 교체했다. 그는 양손으로 황금 산탄총을 들고 놈을 조준했다.

손전등은 산드라도 들고 있기에 시야 확보에는 무리가 없었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우레와 같은 소음과 함께 산탄이 좀비쥐 떼를 휩쓸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피떡이 된 쥐 떼.

-바로 끔살당했쥬?

-생긴 거만 징그럽고 실속이 없누.

-이 정도로 퍼플 잡겠냐고오~

-넘모 쉬웠고.

-갑자기 응애난이도 뭔데 ㅋㅋ

시청자들은 그렇게 바로 문제가 해결됐을 거라 생각했다.

“아뇨, 아직입니다.”

이경복은 다르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하나로 응집되어 있던 불길함이 곧바로 사방으로 퍼졌기 때문이었다.

멀쩡했던 쥐들이 분리되어 천장과 벽을 타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ㅅㅂ 분리도 됨?

-탈착형 좀비 무냐고!

-않이;; 이걸 어케 잡누.

-또또 선 넘네.

-오히려 터트리면 잣되는 거였네

-화염 방사기 같은 거 없나?

시청자들은 우글거리며 덤벼드는 좀비쥐들을 보며 불만을 표출했다.

바로 그때였다.

[‘CapCompany_kor’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무조건 잡는 적 아니에요! 도망가셔도 됩니다! 안 그러면 후회하실지도 몰라요!]

후원과 함께 메시지가 재생됐다.

-어? 후원 열림?

-엌ㅋㅋㅋ 개껌 어서 오고

-뭐임? 왜 개껌만 됨?

-방장! 문 열어줘!

-후원 차별 뭔데!

몇몇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출했다. 이경복이 실수를 한 것일까?

당연히 아니었다.

‘아, 그건가.’

이경복은 일반 시청자의 후원은 막아 두었지만 개발사 계정의 후원은 예외로 해 두었다.

자이간트 로건과 같은 경우가 발생했을 때 이경복이 직접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분기를 알고 진행하면 방송의 흥미가 떨어지니, 개발사 쪽에서 모니터링 하다가 후원으로 분기점이 있다는 걸 알려 주기로 합의를 봤기 때문이었다.

-숙제방송 처음 봄?

-트린이들 많누 ㅋㅋ

-후회는 또 뭐꼬?

-일해라절해라 하지 마세요;;

-퍼플 마음대로 다 해!

다행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런 형식의 광고 방송에 익숙했다.

때문에 이경복은 따로 게임을 멈추지 않아도 되었다. 이대로 후원 메시지대로 해도 좋겠지만, 선택권은 어디까지나 그의 몫.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도망치게 만들고 싶었으면.”

그는 산탄총 대신 한 손에는 컴뱃나이프, 다른 한 손에는 권총을 들었다.

그리고 언제든 반응할 수 있도록 몸을 약간 낮춘 후 양손을 교차하듯 자세를 잡았다.

“센 놈을 데려오셨어야지.”

그 발언에 채팅이 화산처럼 솟구쳤다.

-설마 이걸 다 처리하겠다고?

-방송이라고 너무 무리수 두는 거 아님?

-개껌피셜 도망치는 루트인디 ㅋㅋㅋ

-불신자들 왜 이리 많누?

-퍼렐루야! 퍼렐루야!

-인간의 눈 말고 퍼플의 눈으로 보라 이말이야~

-개발사를 믿지마! 퍼플을 믿어!

그러나 이경복은 그 채팅에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어두운 통로 속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와 붉은 눈, 빠른 템포로 사방을 울리는 발소리, 일렁이는 공기 사이로 풍겨 오는 악취까지.

예민해진 오감이 정보를 수용하기 시작했고, 곤두선 육감이 일대를 장악했다.

그와 동시에 덤벼드는 쥐들의 모습이 느껴졌다.

“각 나왔네요.”

이경복은 그 말과 동시에 손을 움직였다. 컴뱃 나이프는 떨어지는 쥐를 양분하고 총구를 떠난 탄환에 피가 터졌다.

어디서 놈들이 튀어나오든 상관없었다. 이미 이경복의 칼날과 총구가 먼저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으므로.

-무친ㅋㅋㅋㅋ

-피 튀기는 거 보소 ㅋㅋㅋ

-속도 실화냐?

-공중에 그림 그리는 줄 ㅋㅋㅋ

-역대급이네 ㄷㄷ

한 시청자의 말처럼 언뜻 보면 이경복은 나이프가 아니라 붓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튀어 오르는 피보라가 허공을 수놓았고, 번쩍거리는 총구는 마치 폭죽처럼 다채로운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와…… 퍼플 눈동자 봐.

-ㅁㅊㄷㅁㅊㅇ

-지금 저걸 다 하나씩 보고 처리하는 거?

-엌ㅋㅋㅋ 진짜 인간 아니네.

이어 시청자들이 놀란 건 바로 총구가 불을 뿜을 때마다 보이는 이경복의 눈동자였다.

미세하게 떨리는 그 눈동자의 모습은 일견 신비롭기도 했고 두렵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세상에…….”

이경복은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산드라도 따라 그 뒤로 물러나며 이경복의 무위(武威)를 직관했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놀란 탓일까. 그녀는 발아래로 다가오는 위협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얕은 물 아래 몸을 숨긴 채 접근해 온 좀비쥐들이 그녀를 향해 덤벼들었다.

미처 대비할 틈도 없었던 순간.

그러나 그때 이경복이 홱 돌아서며 권총을 휘둘렀다.

착하는 소리와 함께 산드라의 옆구리에 있는 홀스터에 끼인 그의 권총, 그는 곧바로 그녀를 잡아당기고 그 힘을 이용해 나이프를 휘둘렀다.

촥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는 쥐들.

-뭐야? 방금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

-산드라 죽을 뻔함 ㅎㄷㄷ

-갑자기 쥐들이 산드라한테 몰림.

이경복은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미묘하게 뭔가가 어긋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산드라를 집중적으로 노린다?’

육감을 통해 전해지는 쥐들의 움직임이 뒤바뀌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그는 남은 쥐들을 나이프로, 때로는 워커로 걷어차거나 찍어 눌러 처리했다.

-찍찍이쉑들 산드라만 겁나 노리네

-원래 죽는 루트인 거 같은데?

-이거 맞는 듯 ㅋㅋㅋ

-개껌이 말한 후회가 그 후회였네 ㅋㅋㅋ

-근데 저걸 살렸다고?

-후회(안함)

그렇게 하수도의 오수가 붉게 물들고 나서야 전투가 끝났다.

-또전드 ㅋㅋㅋㅋㅋ

-퍼렐루야! 퍼렐루야! 퍼렐루야!

-???: 도망가셔도 됩니다. (진짜로 한 말)

-아 ㅋㅋ 이길 수 있는 데 누가 도망침.

-큐하! 큐하!

-큐튭각 날카롭고 ㅋㅋㅋㅋ

-트나잇 핫클립 딱 대!

시청자들은 곧바로 반응했다.

그 사이 다시 컷신이 시작됐다.

“산드라, 괜찮아요!?”

“네, 네네…… 좀 놀라긴 했지만 괜찮아요.”

존의 물음에 그녀가 호흡을 고르며 말했다. 이내 그녀의 시선이 쥐 떼의 시체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하수에 바이러스가 섞여 있는 모양이에요.”

“그런 거겠죠.”

하수도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두 사람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때 지직거리며 노이즈가 들렸다.

<존? 존? 거기 있어요?>

제시카의 목소리였다.

존은 산드라와 시선을 나누었다.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무전을 받았다.

“네, 있습니다.”

<아, 다행이다! 하수도에는 도착하셨나요?>

“……예. 근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더군요.”

<문제요?>

존은 좀비쥐 습격에 대해 설명했다. 무전기 너머 그녀는 무척이나 놀란 기색이었다.

<조, 좀비가 하수도에?! 저, 전혀 몰랐어요>

“정말인가요?”

잠자코 듣고 있던 산드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산드라 짱 견제구 던졌습니다!

-제시카 여우느낌 확 난다잉

-ㄹㅇㅋㅋ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 같은데?

-또또 억까들 나왔쥬?

-제시카 얼굴 아직 안 나왔으니까 이런 거임 ㅋㅋㅋ

-산드라도 좋긴 한데 욕 안 하는 시카짱이 더 좋음 ㅎㅎ

채팅창은 산드라와 제시카, 양패로 갈라져 투닥거렸다.

<정말이에요. 하지만…… 그 하수도는 약물실험에서 폐기된 동물들을 처분하는 곳과 연결되어 있어요.>

“실험?”

<네. 아무래도 쥐들이 그 시체를 먹은 게 아닌가 싶어요. 어쩌면 쥐들이 전부가 아닐지도 몰라요.>

“그걸 지금 이야기해 주는 거예요? 이쪽은 죽을 뻔했는데?”

산드라가 따지듯 묻자 무전기 너머로 울먹이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죄송해요…… 정말 몰랐어요. 일단 다시 돌아가세요! 제가 다른 경로를 찾아볼게요>

그 말에 존과 산드라가 다시 눈빛을 나눈다. 이내 산드라가 먼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요. 어쩌면 그때는 기회가 아예 없을지도 모르고. 길이나 제대로 안내해 줘요.”

<네, 네! 알았어요. 그, 하수도 벽면에 보시면 L로 표기된 통로가 있을 거예요. 그 통로만 따라오면 연구실로 이어져요!>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하죠.”

존이 대답과 함께 무전을 끊었다. 그와 함께 시야가 암전됐다.

그 막간의 틈을 타 후원이 들어왔다.

[‘CapCompany_kor’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 도망치면 나오는 컷신도 있고…… 나름의 처리방법 기믹도 있고요. 그리고 이러면 게임 볼륨이 또…… 아니, 아닙니다. 흑흑.]

그 후원에 채팅창은 ‘ㅋㅋㅋ’로 도배가 됐다.

-개껌쉑 귀엽누 ㅋㅋㅋ

-아 장문충 에반데

-ㄹㅇㅋㅋ 장문은 금액 5만 원은 돼야지.

-(드르렁콘)

-볼륨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 센 놈을 데려오셨어야지.

[‘CapCompany_kor’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장문 죄송합니다 흑흑…… 근데 일단 제 사비로 후원하는 거라서요. 바크 예쁘게 봐주세요…… 아 그리고 퍼플님 파이팅! (참고로 개인적으로 저는 산드라 파입니다)]

-개껌 대기업 아니누… 왜케 짠하누……

-5만 원 트수 대가리 박아!

-5만 원 낸 김에 꽉꽉 눌러 담는 거 보소 ㅋㅋㅋ

-산드라 편애 뭔데!

-시카단이여 봉기하라!

이경복은 그 반응을 보며 한마디 했다.

“그래도 재미있는 스테이지였습니다. 산드라가 죽을 뻔하긴 했지만, 다행히 제가 구했으니까요. 아마 더 호감도가 올라갔겠죠?”

-이걸 돌리네;;

-ㅋㅋㅋㅋ 웃는 얼굴로 침뱉기 어디 안 가쥬?

-개껌쉑들아! 산드라 좀 놔둬!

-우리 드라짱 건드리지 마라!

-갓직히 이거 퍼플 아니면 못 깸ㄷㄷ

-ㄹㅇ 개발사가 도망치라고 말한 이유가 있었누

-하지만 어림도 없지! 바로 살려버리기~

-퍼플 아니었음 산드라 짱 계속 못 볼 뻔했자너~

시청자들은 반은 장난으로 반은 진심으로 항의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시청자들에게 이경복이 말했다.

“광고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퍼펙트’하게 플레이해 볼게요.”

너무나 가볍게 입에 담은 말.

그러나 그 말을 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이경복이기에.

-패왕색? 아니죠. 퍼플색 패기입니다.

-왜 어울리는 데에!

-퍼멘! 퍼멘!

-산드라 데리고 끝까지 가즈아!

-개발사 시나리오가 다 뭐냐! 우리는 퍼플이 있다!

-퍼플 코인 안 탄 흑우 없제?

시청자들은 그 말을 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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