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0화 (20/491)

20화 - 뒤통수 크라이시스 (1)

이경복이 시작을 누르자 곧바로 컷신이 재생됐다.

예고편의 뒷부분 존이 제시카를 뿌리치려는 장면이었다.

“제시카? 전 산드라를 찾아야…….”

그러나 존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웅하는 진동과 함께 벽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오 ㅋㅋㅋ 바로 나오누

-뭘 보고 놀란 거냐구!

-즉.시.확.인

시청자들은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게 대체……?”

이내 벽을 보여 주는 컷신.

그 안에는 사람 하나가 들어갈 크기의 시험관이 빼곡히 정렬되어 있었다.

실제로 그 안에는 사람, 아니 ‘사람이었던 것’이 들어 있었다.

-하…… 뭔가 수상하다 했다.

-실험실에 시체는 국룰이지.

-이 정도는 예상했음 ㅋㅋㅋ

반투명한 녹색 배양액에 잠겨 있는 시체들. 시청자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좀비 장르에서는 클리셰와도 같은 장면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내 화면이 클로즈업 되면서 조금 더 안을 자세히 보여 주었다.

-뭐여?

-설마 살아 있는 거?

-어우, 이건 좀 색 다르네……

심장, 간, 폐와 같은 장기는 물론이고 팔이나 다리, 안구와 같은 기관까지.

시체들은 부패했지만 이상하게도 특정 신체 기관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기를 띄고 있었다.

“엘릭서의 실험 대상은 당신만이 아니에요.”

제시카의 말에 존이 고개를 돌렸다.

“엘릭서는 아무나 받아들일 수 없어요. 특정한 인자가 있어야 하죠. 이 사람들은 적합한 인자를 보유했지만…… 도중에 오염 되서 결국 불완전한 영생을 얻게 된 거예요.”

“적합 인자……?”

“네. 하지만 이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어요. 데이터를 토대로 리젠팜은 엘릭서를 개량했죠. 그리고 그 결과를 알려면 다시 실험을 할 필요가 있었죠.”

제시카는 담담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입을 열었다.

“그것도 대규모로 말이에요.”

“설마 이 모든 게 리젠팜의 실험이란 말입니까?”

“네. 리젠팜은 일반 약품에 엘릭서를 섞어 배급했어요. 병원은 물론이고 해열제, 감기약 같은 걸 사 먹은 사람들까지 모두 엘릭서에 노출이 됐죠.”

-와;;; 소름돋누.

-저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제시카가 더 소름임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경고 1회)>

-하…… 사랑했다 ㅅㅂㄴㅇ!

-시카단 뚝배기 다 깨졌쥬?

시청자들도 이제는 그녀가 내부고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오히려 리젠팜에 더 어울리는 인물, 악역이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엘릭서의 숙주가 된 실험체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생물의 피를 갈구해요. 그 안에 담긴 적합 인자를 찾는 거죠.”

제시카는 몸을 돌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까지가 USB에 담긴 내용이에요. 하지만 아직 더 아셔야 할 게 있어요.”

존은 미간을 찌푸리며 제시카에게서 멀어졌다.

“……아뇨, 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전 산드라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그녀와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에요.”

돌아서던 발길이 우뚝 멈추었다. 제시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두 사람, 이미 잠자리를 같이 하셨죠?”

“……뭐라고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아이를 잉태하는 건, DNA의 교류를 목적으로 해요. 자식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행위죠.”

그녀는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즉, 당신의 몸속에 있는 엘릭서는 이미 산드라 씨에게 전달됐다는 거죠.”

“그게 무슨……!”

“존, 당신은 괜찮아요. 하지만 산드라는? 그녀에게 적합 인자가 있다고 확신해요?”

그 물음에 존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허, 이건 좀 얼얼하긴 하네요.”

이경복의 말에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심정을 밝혔다.

-베드씬도 떡밥이었누 ㅎㄷㄷ

-백신 없으면 산드라도 좀비 될 각이네.

-시나리오 작가님? 선물 드린다니까요? 집 주소만 알려 주시면 된다니까요^^?

-트수들 뒤통수에 피 철철 흘리면서 보는 중 ㅋㅋ 일단 나부터 ㅋ

-왜! 존과 산드라는 햄보칼 수가 업써!

-뭐 때무네 이러능!

-언젯적 밈이냐곸ㅋㅋㅋㅋ

-안 사랑했다 ㅅㅂㄴㅇ!

그리 채팅창이 충격에 빠진 사이 제시카는 말을 이었다.

“백신, 당신이 가진 적합 인자를 추출할 수 있는 건 여기뿐이에요. 존, 신중히 생각해 봐요.”

“산드라가…….”

존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복잡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알겠습니다…….”

“잘 생각했어요. 일단, 혈액 샘플부터 채취하죠.”

제시카가 활짝 웃으며 주사기를 들고 왔다.

-막판에 고구마 뭐냐고!

-사이다, 준내 큰 사이다가 필요하다……

-대곰탕이야! 돔황챠~!

-윽? 이딴 게 스토리?

시청자들은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존!”

외침과 함께 이어진 연발의 총성. 그와 동시에 제시카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존이 경악한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숨을 몰아쉬는 산드라가 있었다.

“햐, 이래서 산드라를 좋아하는구나.”

-산드라 펀치! 산드라 펀치! 산드라 펀치!

-아 ㅋㅋ 내 남자는 내가 지킨다!

-캬 ㅋㅋㅋㅋ 타이밍 오졌누

-입 벌려! 탄산 들어간다!

-흑흑 산드라 님이 주신 사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경복의 탄사와 동시에 채팅창이 찬사로 가득해졌다.

“산드라?”

“설명은 가면서 할게요! 이쪽으로!”

존은 쓰러진 제시카를 돌아봤다. 하얀 가운이 피에 물들어 점점 붉게 변했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산드라를 따라갔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실험실의 안쪽이었다. 벽면에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이건?”

“원장실과 직결되는 엘리베이터에요.”

폐쇄조치에도 운행되는 이유가 있었다. 산드라는 곧장 버튼을 누르며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입구가 막혀서 어떻게든 올라갈 방법을 찾다가 발견했어요.”

“산드라…….”

존은 감격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참사랑이지

-으음, 아주 쥬시해.

-산드라 호재! 연일 상한가!

-바크 히로인이 둘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지?

-ㄹㅇㅋㅋ 히로인은 산드라 짱 밖에 없는걸?

이윽고 컷신이 전환됐다.

산드라의 회상인지 약간 회색빛으로 물든 시야.

그녀는 원장실에 도착하자마자 길이 잘못된 걸 알고 돌아가려 했다.

“원장의 사진을 봤어요.”

원장실에 걸려 있는 사진.

중년의 여성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얼굴, 낯이 익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보니…….”

이내 전환되는 화면.

제시카가 펜던트를 열어 USB를 건넬 때였다. 산드라는 그녀를 경계하며 뒤에 서 있었기에 펜던트 안을 볼 수 있었다.

제시카의 펜던트에는 원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제시카 나락 확정!

-원장 딸인 건가?

-근데 왜 내부고발 한 거임?

-릭트쇼였던 거임 ㅋㅋㅋ

-잘 뒤졌다! 퉷!

산드라 역시 시청자들과 비슷한 판단을 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통신장치를 이용해 군대와 연락을 취했다.

“증거가 있으니 헬기를 보내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바로 내려오니…… 그 뒤는 아는 대로에요.”

“산드라, 고마워요. 하지만…….”

존은 제시카에게 들은 이야기를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창이 떨리더니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오 ㅋㅋㅋ 벌써 왔나?

-군인쉑들 이제야 좀 활약하누.

-엔딩각 보이쥬?

시청자들은 당연히 군대에서 온 헬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아니었다.

‘마지막 챕터라면 쉽게 끝날 리가 없지.’

아래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됐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 군용이 아닌 리젠팜 엠블렘이 박힌 헬기였다.

그것도 기관총이 달린 모델이었다.

“숙여요!”

존은 산드라를 안고 다급히 바닥을 굴렀다. 유리창이 깨지며 탄환이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덜컹하며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큭!”

“이런!”

존과 산드라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둘이 곧바로 대응사격을 하자 헬리콥터가 빠르게 선회했다.

-무친……!

-장갑차에 이어 무장헬기까지 ㅋㅋㅋ

-이게 무슨 경호 병력이냐!

-용병들 터벅터벅 (이제 숨길 생각도 없음)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사이 컷신이 끝났다. 통제권을 되찾은 이경복은 권총을 잡았다.

“상황이 좀 불리하긴 하네요.”

-권총이랑 샷건으로 헬기를 어케 잡누 ㅎㄷㄷ

-게다가 바람까지 세게 불고 있음.

-개빡센 상황이네 ㄷㄷ

-이거도 로켓런처가 있다는 가정인 것 같은디?

-엌ㅋㅋㅋ 그거 맞는 듯

-로켓런처 있었음 한방 컷이긴 하겠다.

[‘CapCompany_kor’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넵, 맞습니다. 이후 진행은 모두 로켓런처를 소유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됩니다.]

몇몇 시청자들의 추리가 옳다는 듯 개발사의 후원이 들어왔다.

-근데 아니잖슴?

-아 ㅋㅋㅋ 이거 개발사 잘못이누

-레벨디자인 누구야!

-갓직히 퍼플이 항의해도 할 말 없다.

-직원님 운다구! 시말서 또 늘었다구!

-아 ㅋㅋㅋ 살살 패라고.

-그걸 믿었음? 트수킥!

하지만 시청자는 개발사의 편이 아니었다. 이경복은 채팅창 분위기를 확인하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로켓런처가 확실히 필요한 이유가 있긴 하네요. 어렵긴 하겠습니다.”

비록 계약상의 방송시간은 모두 채웠으니 의무는 끝났다. 하지만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이가 아닌가.

그의 말에 주의가 분산된 트수들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퍼플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하, 이건 역시 불가능인가.

-챕터 4 로드해서 로켓런처 구해 와야겠네.

-리트? 방송 시간 늘어서 오히려 좋아.

이경복은 채팅을 읽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직 그는 말을 끝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꼭 로켓런처 챙겨 두세요.”

그 말과 함께 다시 빌딩을 돌아 다시 나타난 헬기.

그는 기다렸다는 듯 권총으로 조종석을 겨누었다. 이어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당긴 방아쇠.

총성과 함께 조종석 유리가 쩍하고 갈라졌다.

“까비.”

그러나 아쉽게도 조종사는 죽지 않았다.

-뭐임?

-않이;;; 저걸 맞춘다고?

-바람이 저렇게 부는데 어케 맞췄누 ㅋㅋㅋㅋㅋ

-???: 야 이거 방탄유리야!

-이번 한 번만 살려드리는 겁니다?

-권총으로 헬기 잡나?

시청자들은 그 사격 실력에 새삼 놀라면서도 기대를 품었다.

이경복은 그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일단 사수부터 컷합니다.”

그는 선언과 동시에 옆으로 돌아온 기관총사수를 조준했다. 사수가 총구를 돌리기도 전에 그가 방아쇠를 당겼다.

단발의 총성과 함께 사수가 뒤로 쓰러졌다.

-사수 컷!

-탱고 다운! 탱고 다운!

-이제는 이게 더 자연스럽누 ㅋㅋㅋ

-조종사 : 야! 이게 게임이냐!

그게 당연하다는 듯 이경복은 곧바로 총구를 돌렸다. 그가 노리는 건 헬기 뒤편에 위치한 연료탱크.

그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파박하며 불똥이 튀기를 한차례, 이내 불길이 치솟더니 폭발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흔들렸다.

-이게 터지네?

-권총으로 헬기 폭발 ㅋㅋㅋ

-시걸좌 저리가라네 ㅋㅋ

-???: 로켓런처가 필요하네요. (아님)

-그런 건 킹반인들이나 쓰는 거지

-또 ‘퍼펙트’ 해 버렸다……

이경복은 생긋 웃었다. 하지만 이내 곧 눈을 돌렸다.

‘컷신으로 안 넘어가네?’

다시 말해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뜻. 그는 그게 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산드라!”

이 공간 자체가 불길함이 느껴졌다. 엘리베이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할 게 분명했다.

그는 산드라를 부축해 일으킨 후 신속히 천장을 열었다.

-곧 추락하나 봄 ㄷㄷ

-곧…… 뭐요?

-쫌ㅋㅋㅋ 그런 거 캐치하지 말라고!

-판단력이랑 행동력 미쳤고.

-나였으면 산드라한테 물어봤을 듯 ㅋㅋㅋ

-응애! 나 아기 트수, 산드라한테 다 맡겨!

시청자들이 안심하고 노닥거리는 사이 이경복은 산드라와 함께 엘리베이터 위에 섰다.

그는 케이블을 잡고 산드라를 돌아봤다.

“업혀요.”

“아, 알았어요!”

순간 주저한 산드라였지만 이내 그의 말을 따랐다. 그제야 통제권이 사라지며 컷신으로 넘어갔다.

쿠궁하는 소음과 함께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진 엘리베이터 순식간에 사라졌다.

-워메 ㅎㄷㄷ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산드라는 왜 바로 안 움직인 겨?

-무거울까 봐 그런 거자너~

-ㄹㅇㅋㅋ 몸무게 신경 쓰는 거 고증해 버렸쥬?

-아 ㅋㅋㅋ 고런 디테일이 또 있었누

시청자들의 말을 증명하듯 산드라가 존의 귓가에 속삭였다.

“고마워요.”

“늦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저 안 무거워요?”

“전혀요.”

그 대답에 산드라가 존의 등에 더 몸을 붙였다. 이내 존이 케이블을 오르며 시야가 암전됐다.

-찐이네 ㅋㅋㅋ

-너희들은 그런 거 어떻게 알아? 우리 다 모쏠 아니었어?

-아 ㅋㅋㅋ 또 나만 진심이었지.

-밴 사유) 인싸.

-인싸특) 아싸 거 다 뺏어감.

채팅창에 잠깐 소란이 일어났지만 이내 컷신이 전환되자 시청자들도 집중했다.

원장실에 도착한 두 사람.

‘어?’

그런데 곧바로 또 통제권이 돌아오지 않나.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은 이쪽이에요.”

산드라가 그를 재촉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곧바로 그녀 뒤를 따르지 않았다.

“뭐 찾아야 되는 게 있나 봅니다.”

그가 작게 속삭이자 시청자들도 동의했다.

-원장 사진 뒤에 뭐 있는 거 아님?

-다시 군대에 연락을 해야 하나?

-일단 컴퓨터부터 뒤져 봐야지.

-숨겨진 템이라도 있나?

이경복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원장실을 가볍게 뒤져 본 그는 이내 컴퓨터를 바라봤다.

“이거, 패스워드가 걸려 있네요.”

그는 불현듯 떠오른 단어를 입력했다.

[Elixir]

엘릭서.

리젠팜이 궁극적으로 추구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엔터를 누르자 화면이 넘어갔다.

-오 ㅋㅋㅋㅋㅋ

-리젠팜의 구린 비밀 같은 게 있으려나?

-원장이랑 제시카 관계일 수도 있겠다.

-얼른 뒤져 봅시다!

이경복은 빠르게 바탕화면을 확인했다. 여러 폴더와 자료들이 있었지만.

“아, 이거 파일이 전부 암호화가 되어있네요. 엘릭서로는 안 열리고.”

아쉽게도 열어 볼 수 있는 파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암호화되지 않은 파일도 있었다.

“이거 한번 보겠습니다.”

‘CCTV’라 적혀 있는 폴더와 그 안에 있는 영상 파일.

이경복이 파일을 재생하자 시야가 컷신처럼 변했다.

-어?

-오 ㅋㅋㅋ 제대로 찾은 듯.

-원장실 CCTV네.

엘리베이터가 아닌 원장실 입구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더니 곧 통신장비 쪽으로 뛰어왔다.

<이거다. 여기에 USB를 꽂으면……>

그는 중얼거리며 USB를 삽입했다.

-어?

-잠깐, 이거……

-헐?

몇몇 시청자들은 그 영상을 안다는 투의 채팅을 쳤다. 이경복은 일단 컷신을 전부 보기로 했다.

영상 속 남자는 통신장비를 통해 군대에 구조를 요청했다.

<협력 감사드립니다. 병력을 곧 보낼 테니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통신이 종료되고 긴장이 풀린 걸까. 남자는 소파에 앉아 고개를 젖혔다.

<드디어 여길 빠져나갈 수 있게 됐어……>

그 대사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다.

-이거…… 기존루트 엔딩인데?

-뭐지? 이게 왜 나옴?

-어씨…… 또 싸해지는데.

기존 루트의 엔딩 씬을 CCTV의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제보였다.

하지만 영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남자의 몸은 이내 스르륵 기울더니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방독면을 쓴 용병들이 들어왔다.

그 뒤에는 마찬가지로 방독면을 쓴 제시카가 있었다.

<클리어.>

<실험체 확보했습니다.>

용병들은 익숙하게 남자를 붙들었다. 그러자 제시카가 USB를 빼며 말했다.

<실험체 이송하고 다시 외부회선으로 바꾸세요.>

그 대사만으로 시청자들은 상황을 짐작해냈다.

-무쳤네 ㅋㅋㅋㅋ

-ㅅㅂ 기존 루트 주인공 맞네

-이걸 이런 식으로 엮는다고?

-USB 꼽으면 내부회선으로 돌아가는 거?

기존 바이오 크라이시스를 플레이한 게이머들이 본 엔딩.

무사히 탈출했다고 생각한 해피엔딩의 정체는.

-아 ㅋㅋㅋ 군대가 아니라 용병한테 연락한 거네

-짜잔! 제시카의 릭트쇼였습니다!

-와…… 기존 루트는 실험체 엔딩이네?

-바붕이들 뒤통수 오목해진 거 보소 ㅋㅋㅋ

실험체로 납치되는 배드 엔딩이었다.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