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 뒤통수 크라이시스 (3)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히든 엔딩.
누구도 보지 못했던 컷신이기에 채팅창은 기대로 가득했다.
-WA! 최초공개!
-지금까지 최초공개 아닌 게 있었냐고 ㅋㅋㅋ
-맞말추.
이어 시야가 밝아오자 채팅창은 ‘?’와 ‘ㅋㅋㅋ’로 도배가 됐다. 컷신 속 존이 로켓런처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해하실까 말씀드리는데, 원래 로켓런처 찾는 게 맞습니다. 저는…… 그냥 한 거고요.”
이경복의 멘트에 시청자들의 웃음은 더욱 커졌다.
-그냥(퍼플 말고 못함)
-퍼플 숙제 열심히 하누 ㅋㅋㅋ
-트수들 눈치챙겨^^
-아하. 로.켓.런.처가 필요하네?
-없었다니까요?
-있었다니까요?
그 사이 존은 로켓런처를 놔두고 쓰러진 산드라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몸에는 폭발에 휩쓸린 듯한 상처가 있었다.
“산드라, 괜찮아요?”
“괜찮… 읍…… 아요.”
누가 봐도 고통을 참는 얼굴.
당연하게도 시청자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않이;;;
-이건 좀 에반데?
-누가 보면 퍼플이 실수한 줄 알겠누.
-아 ㅋㅋㅋ 갑자기 확 깨네
다행히 시청자들의 주의는 금방 돌아갔다. 갑자기 아래에서 괴성이 울렸기 때문.
존과 산드라는 놀라 건물 아래를 살폈다. 기괴한 생체병기가 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고, 좀비들이 꾸역꾸역 건물로 밀려들어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ㅎㄷㄷ 엔딩 아니었누?
-아직 뭐가 더 남았나?
-뒤통수 크라이시스 수듄;;;
-존이랑 산드라 좀 행복하게 놔둬!
존은 황급히 산드라를 부축했다.
“이럴수가…….”
“일단 다시 구조를 요청해야 해요.”
그는 소파에 산드라를 눕히고 다급히 군대와 통신을 연결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바로 구조대를 파견할 테니 기다려 주십시오.>
“얼마나 걸립니까? 지금 좀비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존은 아득 이를 물었다.
하지만 재촉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의 복잡한 표정과 함께 시야가 어두워졌다.
-쓰읍 이거 시간 못 맞출 삘인데.
-아 ㅋㅋ 이런 진부한 클리셰 질렸다고.
-ㄹㅇㅋㅋ 그냥 바로 오면 안 됨?
-어차피 구해 줄 거면서 ㅋㅋㅋ
-구해 주는 거…… 맞지?
채팅창은 태연한 척하지만 걱정하는 말들로 가득했다. 이내 바뀐 장면.
존과 산드라는 다시 헬리포트에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존은 난간에서 아래에서 올라오는 생체병기들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산드라!”
“존…! 남은 탄약이……!”
그가 홱 고개를 돌렸다. 산드라의 절망 어린 얼굴이 보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쿵쿵거리는 소음에 돌아간 시선, 그 끝에는 바리케이드를 세워 둔 옥상 입구가 보였다.
“이런…….”
건물에 침입한 좀비들이 여기까지 온 게 분명했다. 사면초가의 상황, 떨어진 탄약, 그리고 무력한 두 사람.
-아 ㅋㅋ 진부하다니까. 진부하다고!
-클리셰 깬다고 주인공이랑 히로인 죽는 거 아니지? 그치?
-그냥 탈출하라고! 현기증 난다고!
-똥겜? 갓겜? 똥겜? 갓겜? 똥겜? 갓겜?
-이런 스토리 허락한 놈들 싹 다 갈아엎어야 함
-계속 뒤통수쳤으면 앞통수도 쳐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채팅창은 불안에 떨었다.
쾅쾅거리는 소음과 아래에서 들려오는 괴성이 더욱 커졌다. 존과 산드라의 표정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존…….”
그때 산드라가 존에게 남은 탄창 하나를 건넸다. 존은 곧바로 장전을 마쳤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는 사격대상은 좀비가 아니었다.
“괴물이 된 모습, 당신에게는 보여 주고 싶지 않아요.”
산드라가 총구를 잡고 자기 이마에 대었다.
-아, 제발……
-산드라 짱! 왜 그래!
-운다? 나 진짜 운다?
-나는 실패했다. 실패했다. 실패했다. 실패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존이 기겁했다. 그러나 산드라는 그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이미 전부 들었어요. 당신이 오기 전, 제시카한테…….”
“뭐라고요?”
“여길 빠져나가도 변이할지 모른다… 당신과 함께했기 때문에…….”
말만 들으면 존을 책망하는 듯했다.
그러나 산드라는.
“하지만 단 한순간도.”
존을 바라보며 웃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을 후회하지 않아요.”
클로즈업 된 그녀의 얼굴, 그리고 눈가에 맺힌 눈물과 대비되는 미소.
당연하게도 채팅창은 폭발했다.
-산드라 펀치 ㅠ! 산드라 펀치 ㅠ!
-사망플래그 멈춰! 사망플래그 멈춰! 사망플래그 멈춰!
-우리 산드라 제발 살려만 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개껌쉑들아 얼마야!? 얼마면 엔딩 고칠 수 있는 거야!?
-내가, 내가 개가 될 게! 왈왈! 왈왈!
하지만 그들의 의사는 전달되지 않는다. 존은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방아쇠울에 넣었다.
“고마워요.”
산드라가 눈을 감았다.
이어 하늘로 올라가는 시야와 함께 들려온 총성.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채팅창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곧바로 내려온 시야 속에는 머리에 구멍이 난 채 떨어지는 생체병기가 있었다.
“산드라……! 봐요!”
존의 얼굴에는 어느새 희망이 돌아와 있었다. 이윽고 클로즈업 된 산드라의 몸.
그녀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 갔다. 존과 같은 증상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산드라 재생각 나왔쥬?
-엘릭서랑 적합 인자 같이 들어갔누 ㅋㅋㅋㅋㅋ
-아ㅋㅋ 이럴 줄 알았다니까(몰랐음)
-ㄹㅇㅋㅋ 이런 연출 이제 질린다, 질려 (떨어진 심장을 주우며)
-트수들 귀엽눜ㅋㅋㅋㅋㅋㅋ
그러나 그것도 잠시.
쾅하는 굉음과 함께 결국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며 좀비들이 튀어나왔다.
-아씨 ㅋㅋㅋ 안심을 할 수가 없누.
-돌겠네 (주웠던 심장을 내려놓는다)
-ㅅㅂ 심장을 왜 내려놔 ㅋㅋ
-그래도 엘릭서 빨로 살겠지?
존과 산드라는 황급히 사격을 개시했지만 댐이 무너지듯 쏟아져 나오는 좀비를 막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웅웅거리는 날갯소리가 위쪽에서 들려왔다. 두 사람이 뭔가 싶어 고개를 든 순간.
하늘을 나는 드론에서 누군가 뛰어내렸다.
쿵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떨어진 남자. 보호구와 헬멧으로 완전무장한 그는 곧바로 좀비들을 제거해 나갔다.
-오?
-해피 엔딩 각 떴다
-아 ㅋㅋㅋ 이제 좀 편안하누.
-근데 군대가 아닌디?
-리젠팜도 아닌 듯?
-뭐지?
시청자들의 의문이 커지는 사이 컷신은 계속 진행됐다.
“물렸습니까!?”
“저흰 멀쩡합니다!”
그의 물음에 존이 다급히 대답했다. 남자는 고개를 까딱이며 수류탄을 던지며 몸을 숙였다.
폭발과 함께 비산하는 좀비들, 남자는 그사이 빠르게 하늘로 조명탄을 쐈다.
곧이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헬기, 그러나 군용은 아니었다.
“엄호할 테니 서두르십시오!”
사다리가 내려오자 남자가 소리쳤다. 존은 산드라를 먼저 올려 보내고 그 뒤를 따랐다.
일반 좀비가 아니라 생체병기들도 나타났지만 남자의 상대는 되지 않았다.
그는 능숙하게 위협을 막아내며 사다리를 잡았다. 그러자 곧바로 헬기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구해 줘서 감사합니다!”
“저도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죠?”
산드라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헬멧을 벗었다.
-어? 어어어어?
-왘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 이런 통수는 환영이지!
-아 ㅋㅋㅋ 지려 버렸고
그의 얼굴이 공개되자 채팅창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이경복은 뭔가 싶었는데.
“저는 라이언 킴이라고 합니다. 한때는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이런 일을 하고 있죠.”
-갓겜! 갓겜! 갓겜! 갓겜!
-여기서 라이언이 나오누 ㅋㅋㅋ
-정보) 라이언 킴은 콘솔판 바크의 주인공이다.
-짬 대우 확실히 해 주넼ㅋㅋㅋㅋ
이어지는 채팅을 보고 이경복은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두 분에게는 들을 이야기가 많지만…… 지금은 푹 쉬시는 게 좋겠네요.”
라이언의 말에 존과 산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두 사람은 굳게 손을 잡았다.
시야가 멀어지며 도시의 전경이 펼쳐진다. 좀비로 가득해진 도시를 뒤로하며 헬기가 날아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서서히 시야가 어두워진다.
[Chapter 5. ‘EXIT’ End]
그와 함께 나타난 엔딩 문구, 그리고 바이오 크라이시스의 로고가 뜬다.
-최고로 High한 기분이다!
-ㄹㅇ 찢었다 ㅋㅋㅋㅋㅋ
-고티죠? 고티죠? 고티죠? 고티죠?
-이게 게임이지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이경복도 흐뭇해하다가 다시금 밝아지는 화면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또 뭐 있네요?”
아직 컷신이 끝난 건 아니었다. 그의 말에 채팅창이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쿠키 영상인가? 시간이 좀 지난 모양입니다. 일단 계속 볼게요.”
폐허가 된 리젠팜 본사.
그 옥상에 군용 헬기가 도착한다.
“클리어.”
“클리어!”
이어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내린 한 남자. 그는 곧바로 원장실로 향했다.
원장실 역시 난장판인 상황. 군인들이 안전을 확인하고 빠르게 정리를 시작했다.
그사이 남자는 찢겨 나간 원장의 사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시카, 결국 실패했나.”
그 말에 채팅창에 무수한 물음표가 떠올랐다.
-뭐임?
-헐? 설마?
-제시카가 원장 가족이 아니었네 ㅋㅋ
“와…… 제시카가 원장 본인이었나 보네요.”
이경복의 말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왔다.
-엌ㅋㅋㅋㅋㅋ 마지막까지 통수
-엘릭서로 젊음 유지하고 있었네.
-시카단 오열 ㅋㅋㅋㅋ
-허니단 창설할 때 빨리 갈아탔어야지 ㅋㅋㅋ
-시카 코인 상폐인줄 알았더니 스캠이었누 ㅋㅋㅋㅋㅋ
그 사이 군인들이 정리를 마쳤다. 남자는 몸을 돌려 컴퓨터를 켰다.
이경복은 암호화되어 열지 못했던 파일, 그러나 남자는 손쉽게 파일을 열어 확인한다.
이윽고 모니터로 전환된 장면.
알 수 없는 그래프와 수치, 그리고 세포 변이를 표현하는 그림들이 가득한 문서.
[Project Eternal.]
그 상단에 적힌 제목을 보며 남자가 미소 지었다. 그와 군인들이 자료를 챙겨 원장실을 나가자 서서히 암전되는 화면.
[Thank You For Playing!]
진짜로 끝났다는 걸 알려 주는 문구가 나타났다.
-오 ㅋㅋㅋ 후속작 떡밥인갑네
-하…… 진짜로 끝났네.
-군대 내에 내통자가 있었는 듯?
-다음은 스케일 좀 더 커지겠누
-와ㅋㅋ 이게 이제야 밝혀지네.
-ㄹㅇ 꿀잼이었다 ㅋㅋㅋㅋ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시청자들은 그제야 안심하고 엔딩을 받아들였다.
“와…… 차기작도 진짜 재밌겠네요.”
이경복도 한마디 거들었다.
바이오 크라이시스 방송이 즐거웠던 만큼 진심이 묻어 나왔다.
-아 ㅋㅋㅋ 퍼플이 군대 농락하는 거 보고 싶누.
-그 피지컬이면 뭘 해도 재밌을 듯 ㅋㅋㅋ
-오버로드도 그냥 잡아 버리기~
[‘약속한거다?’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형! 바크 2도 해 주는 거지! 클립 따놨어]
[‘고마워요’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형! 켠왕해 줘서 고마워! 학생이라 이게 최선이야 ㅠ]
[‘이대사가내마음’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을 후회하지 않아요.’]
물밀 듯이 후원이 밀려왔다. 최병훈이 다시 후원을 열어 둔 모양이었다.
“후원 감사합니다. 저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여러분들과 함께 이런 좋은 게임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 ㅋㅋㅋ 서윗서윗하누.
-ㄹㅇ 후회는 없다.
-아 ㅋㅋ 피곤한 건 내일의 나라고!
-날짜 넘어가서 오늘임 ㅋㅋㅋㅋ
-앞으로도 무적권 본방사수 간다!
비록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느라 피곤함이 느껴졌지만.
‘이게 방송의 맛이구나.’
시청자들의 진심 어린 반응에 이경복의 마음은 행복으로 충만해졌다.
“자, 그럼 오늘 방송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다음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형! 고생했어!
-트바~
-큐바~
-그립읍니다 ㅠㅠㅠ
-매번 최고지만 오늘도 최고였어!
이경복은 언제나처럼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은 밤 되세요, 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