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3화 (23/491)

23화 - 바통령 퍼플

방송이 끝난 새벽.

보통 이 시각에 방송이 끝나면 시청자들은 미뤄 둔 잠을 청했겠지만, 이경복의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달랐다.

그중에서도 특히 열의를 보이는 시청자들은 단연코 바이오 크라이시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사람들.

[산드라 좋아하는 사람 개추(999+)]

[(강스포) 시카단 나락 간 이유(999+)

[(강스포) 후속작 떡밥 정리(999+)]

[(강스포) 오늘도 퍼펙트했던 방송정리 (999+)]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은 방송에서 느꼈던 흥분과 감동을 공유하기 위해 몰렸다.

덕분에 커뮤니티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ㅅㅂ 뭔 일이 일어난 거임?]

[당직 교대 때문에 일어났는데 뭔 난리임?

왜 베글이 전부 스포로 바뀐 거?

퍼플 방송에서 후속작 떡밥까지 나옴?]

[-일어나자마자 바로 커뮤보는 진성 바붕이 칭찬해~]

[ㄴ(글쓴이) 칭찬은 됐고 뭔지 알려달라고!]

[ㄴ말 못함 ㅋㅋ 내용 하나하나가 전부 스포임ㅋㅋㅋ]

[-아 ㅋㅋ 아직 뒤통수 남아 있누.]

[ㄴ이거 ㄹㅇㅋㅋ 방송 보고 기절할 듯.]

[ㄴ(글쓴이) 뒤통수? 산드라 배신각?]

[ㄴ산ㅋㅋ듴ㅋㅋ랔ㅋㅋ뱈ㅋ신ㅋ]

[ㄴ엌ㅋㅋ 너 시카단이제?]

[ㄴ곧 뒤통수가 사라질 회원입니다]

개중에는 이제 일어나 상황을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게임 내에서 무슨 반전이 있는지 모르니 그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

그리고 방송을 봤던 시청자들은 그들이 보일 반응을 생각하며 놀리기 바빴다.

[개발자 반응 번역 떠옴(자작)]

[개발자 커뮤 리딧에 관계자가 글 올림 ㅋㅋㅋ

번역하느라 빡세서 3줄 요약 없으니까 알아서 읽어라.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희 개발진은 Cap Company 한국지사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았습니다.

한국의 스트리머, ‘퍼펙트플레이’가 우리가 준비한 진짜 엔딩을 봤다는 소식이었죠.

우리는 정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아무도, 정말 아무도 그 엔딩에 도달한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우리는 기뻤습니다.

사실 우리가 게임을 너무 어렵게 만든 게 아닐까, 지금이라도 업데이트를 통해 더 쉽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보았습니다.

스트리머 ‘퍼펙트플레이’가 보여 준 방법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일반 게이머들이 따라 하기는 힘든 방식이었죠.

덕분에 저희는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실수했다는 것을. 우리가 너무 게임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저희 ‘바이오 크라이시스’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게이머 여러분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립니다.

우리는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을 전체적으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로 인해 모든 게이머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좀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

근데 그거 알아차리면 네가 영어를 잘하는 거임.

그러니까 네가 번역 좀 해라 ㅅㅂ]

그때 누군가 가져온 게시글이 커뮤니티에 파란을 일으켰다.

[-와 ㅋㅋㅋ 무쳤네 ㅋㅋㅋ]

[ㄴ이건 진짜 대단한 거임]

[ㄴ스트리머 하나가 개발 방향에 영향을 준다?]

[ㄴ어마어마하다 진짜 ㅋㅋㅋㅋ]

[-이건 찐 개발자 피셜인데?]

[ㄴ개껌쉑들 ㅋㅋㅋ 이제야 정신 차렸누.]

[ㄴ아아, 퍼플은 ‘진짜’다.]

[-업뎃하면 나도 산드라짱이랑 탈출 가능?]

[ㄴ자네에게… 그럴… 능력은…… 있고?]

[ㄴ뼈 때리누 ㅋㅋㅋㅋ]

[ㄴ근데 맞말 아님? 산드라 평가도 좋아야 되고 회복약도 안 먹어야 되는데 ㅋㅋㅋ]

[ㄴ회복약은 뭔솔?]

[ㄴ중간에 구라시카가 말하잖슴. 회복약 먹은 적 있냐고.]

[ㄴ헐? 엔딩 조건에 그것도 포함인 건가?]

[ㄴ막판에 산드라 살리느냐 마느냐인 듯? 그전에 회복약 먹으면 적합 인자 변질되니까 못 살릴 듯.]

[ㄴ허미…… 업뎃해도 빡시네.]

[-와 근데 그럼 갓플은 진짜 레전드 아녀?]

[ㄴ뭐래. 언제는 가짜 레전드였음?]

[ㄴ업뎃 전까지 클리어 인증 없으면 갓플이 지금 난이도로 공략한 유일한 사람이잖슴.]

[ㄴ맞말추]

[ㄴ헐ㅋㅋㅋ 생각해보니 그르네]

[ㄴ소름 돋누 ㅋㅋㅋ]

유통과 로컬라이징을 맡은 한국지사가 아닌 본사가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열기는 아침까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렇게 화력 몰린 게 언제냐?]

[바크 반짝하고 곧바로 시들어져서 이제 이 시리즈도 한물갔구나 했는데 ㅋㅋㅋㅋ

알고 보니 게임의 진가를 확인하지 못한 건 바붕이들이 못나서였고 ㅋㅋ

히로인 산드라 밀면서 욕먹는 거 왜 좋아하냐고 변태 취급받았는데 완전 찐사랑이었고 ㅋㅋㅋㅋ

덕질하면서 이렇게 평가가 역전되는 경우가 없는데 ㅅㅂㅋㅋㅋ

바크 시리즈 팬으로서 준내 행복하다 진짜.

난 앞으로도 평생 갓플 팬 할 거임 ㅋㅋㅋ]

[-이거 맏따 ㅋㅋㅋ 갓플 없었으면 썩은 물만 남았을 듯]

[ㄴㄹㅇㅋㅋ 나도 초반 퍼플 방송 보고 유입됨]

[ㄴ썩은물도 다 증발했을걸? ㅋㅋㅋ]

[ㄴ잘못하면 차기작도 못 나올 뻔]

[-갓직히 이 정도면 존경을 좀 표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ㄴ그러게. 갓플은 어디서도 갓플일텐데.]

[ㄴ진짜 ㅋㅋㅋ 그 피지컬이면 어디서도 갓갓 소리 들음]

[-앞으로 갓플은 바통령으로 통일한다.]

[ㄴ바통령 뭔데 ㅋㅋㅋㅋㅋ]

[ㄴ어, 근데 괜찮지 않나?]

[ㄴ바붕이들 투표로 뽑은 거임 ㅋㅋㅋ]

[ㄴ바통령! 바통령! 바통령!]

그중 누군가 퍼플을 바통령이라 부르기 시작하자 불 번지듯 커뮤니티에 명칭이 퍼졌다.

[다 좋은데 좀 조심하자.]

[ㅅㅂ 저번에 바크벌레 기억남?

이상한 놈들이랑 싸잡아서 바붕이들 다 욕 먹었자너.

근데 이제 우리가 갓플을 바통령이라고 부르면 괜히 또 지랄날수가 있다.

ㄹㅇ 바크 팬이면 그런 놈들 보이면 단속해야 된다.]

[-이거 ㄹㅇ임 ㅋㅋㅋㅋㅋ]

[ㄴ뇌절하는 놈들 분명 이따]

[ㄴ뚝배기를 다 깨버려야지]

[-다음 방송에서 바크 해달라고 하면 안 됨]

[ㄴㅇㅇ 맞음. 바무새 되면 이미지 나락 간다]

[ㄴ바통령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게 맏따]

그렇게 형성된 여론은 어느새 단단하게 굳었다.

이경복의 첫 번째 충성 시청자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그들의 관심은 이제 하나.

[다음 게임은 뭐 하려나?]

[솔직히 바크 해 주면 감사하지만 안 할 것 같긴 함. 이제 와서 기존 엔딩 팔 이유도 없고 ㅋㅋㅋ]

[-바통령 피지컬이면 꿀릴 겜이 없는데.]

[ㄴ이제 좀 메이저한 겜 하겠지?]

[ㄴ바크가 마이너라고?]

[ㄴ인정할 건 인정하자 바붕아……]

[ㄴ뭔솔? 바통령이 메이저로 띄워줬는데 ㅋㅋㅋ]

[ㄴ아 ㅋㅋㅋ 고걸 몰랐네]

바로 이경복이 다음 방송에 할 게임이었다.

[-현대 배경 겜 했으니까 다음은 판타지 같은 거 아니겠음?]

[ㄴ킹능성 있네]

[ㄴ판타지 요즘 나온 거 뭐 있나?]

[ㄴ더 워쳐?]

[ㄴ바붕이 아니랄까 봐 고전겜 들고 오누 ㅋㅋㅋ]

[ㄴ바붕이식 ‘요즘’겜이라구?]

[ㄴ야! 더 워쳐도 현역이야 현역!]

[ㄴ겐트 한판 하쉴?]

더 워쳐(The Watcher).

괴물과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상을 무대로 워쳐, 감시자 일족인 주인공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특이하게도 게임 속 미니게임인 카드 게임, 겐트가 유명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스탠드 얼론 게임으로 발매가 됐을 정도.

인기도 상당해 미국에서는 드라마로도 나온 작품이었다.

[-바통령 피지컬이면 로우 파워지. 엘든 소울이 맏따]

[ㄴ엘든 소울…… 튜토도 못 깨고 바로 환불했는데]

[ㄴㄹㅇ 토 나오는 난이도임 ㅋㅋㅋ]

[ㄴ엘든 소울도 마법 있지 않나?]

[ㄴ캐스팅이 길어서 마법사가 오히려 더 어려움 ㅋㅋㅋ]

엘든 소울(Elden Soul).

암울하면서도 특유의 비장한 분위기가 일품인 ‘엘든’ 시리즈의 최신작.

웬만한 게이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난이도로 유명하지만 단계를 밟아 가며 얻는 성취감과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몬스터 디자인에 전 세계를 매료시킨 시리즈였다.

속된 말로 ‘간지’가 넘치는 작품이었다.

[-바통령 사격 솜씨 보면 거너 그라운드가 딱이지]

[ㄴ근데 그건 스토리가 없잖슴?]

[ㄴ배틀로얄 장르도 씹어먹긴 할 텐데]

[ㄴ거그는 운빨 요소가 좀 심하잖슴]

[ㄴ단차 뽑기로 골든 샷건 뽑았는데?]

[ㄴ아 맞다 ㅋㅋㅋㅋ]

[ㄴ배틀로얄이면 아웃로 유니버스도 좋은데.]

[ㄴ그거 너무 양키갬성임.]

[ㄴ근데 바통령이 PVE모드 하면 쩔긴 하겠다.]

거너 그라운드(Gunner Ground)와 아웃로 유니버스(Outlaw Universe).

배틀로얄 장르를 양분하는 대표적인 두 작품이었다. 전자가 현대화기를 중심으로 현실적인 전투를 표방한다면 후자는 우주를 배경으로 미래지향적이며 속도감 넘치는 전투를 구현해냈다.

트라이의 배틀로얄 장르 게임은 이 둘밖에 없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점유율이 상당한 게임이었다.

[-뭘 모르네. 좀비만 봤으니까 힐링겜 가는 게 맏따.]

[ㄴ힐링겜이 뭐꼬? 짐승의 숲?]

[ㄴ폴링 피플이 딱임 ㅋㅋㅋ]

[ㄴ아 ㅋㅋㅋ 그 힐링이었누 ㅋㅋ]

[ㄴ바통령이면 다른 참가자들 다 담글 듯 ㅋㅋ]

[ㄴ폴피가 캐릭터는 귀엽긴 하지 ㅋㅋㅋ]

폴링 피플(Falling People).

즐거운 장애물 달리기를 표방하는 작품. 그러나 그 실상은 마치 아귀지옥과도 같았다.

다른 게이머보다 늦으면 탈락하기에 귀엽고 상큼한 배경과 달리 플레이는 무척이나 치열했다.

일부 고인물 게이머들은 아예 처음부터 자리를 잡고 다른 게이머들을 탈락시키는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윗댓들 다 지들 보고 싶은 거 쓰네 ㅋㅋㅋㅋ]

[ㄴ그래서 님이 추천하는 겜은?]

[ㄴ그님추?]

[ㄴ풀메크가 최고지]

[ㄴ와 ㅋㅋ 네가 제일 악질이네.]

[ㄴ아 ㅋㅋ 격겜 누가 함?]

[ㄴ뉴비 오면 학살하는 거기?]

[ㄴ근데 바통령이면 격겜도 씹어 먹긴 하겠다]

풀 메탈 크루세이더(Full Metal Crusader)

콘솔 시장에서 유명한 격투 게임 ‘철각(鐵脚)’이 가상현실 도입과 더불어 만든 신규 시리즈였다.

가상현실의 특성상 게이머의 피지컬이 반영되면서 격투게임이 쇠락하자 기갑로봇을 내세운 작품이었다.

로봇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콘솔 시장의 ‘커맨드’와 가상현실 시장의 ‘피지컬’을 동시에 충족한 성공작으로 평가받았다.

그 게임성이 ‘철각’과 유사해 기존의 격투게이머를 많이 흡수했지만 그만큼 갈라파고스화 되어 버린 작품이기도 했다.

[-시참도 가능한 거 하면 좋겠다. 바통령이 운전하는 버스 타보고 싶음 ㅋㅋㅋ]

[ㄴ옼ㅋㅋ 시청자 참여 좋지]

[ㄴ이거 혹한다.]

[ㄴ와 ㅋㅋㅋ 바통령이랑 겜을?]

[ㄴ부족한 피지컬에 부끄사할 듯…]

[ㄴ코옵 되는 거 뭐 있지?]

[ㄴ라이프 포 데스?]

[ㄴ라포뎈ㅋㅋㅋ 또 좀비 추천하누 ㅋㅋ]

[ㄴ킹치만…… 좀비가 좋은걸!]

라이프 포 데스(Life 4 Death)

좀비로 들끓는 스테이지를 4명의 게이머가 헤쳐 나가는 협동 게임.

기본적으로 좀비의 숫자가 많고 다양한 특수 좀비가 섞여 나온다. 협동 게임이기에 동료 게이머들이 제압당하는 경우가 많고, 혼자서는 공략이 불가능한 공간이 있어 난이도가 높았다.

그만큼 지인들이 모여 플레이 하는 게 정석이었다.

[-완전 코옵 보다는 경쟁이 보는 맛이 있지. 그런 고로 데바엑추]

[ㄴ여기서 데드 바이 엑소시스트를?]

[ㄴ음…… 그건 뉴비 받기에는 너무 고였는데]

[ㄴ하지만 바통령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ㄴ바!]

[ㄴ통!]

[ㄴ령!]

[ㄴ바붕이들 잘 노누 ㅋㅋㅋㅋ]

[ㄴ근데 바통령이 어떤 플레이 할지 기대되긴 한다.]

데드 바이 엑소시스트(Dead By Exorcist)

5명의 지박령과 1명의 퇴마사가 대결하는 코옵 대전 게임이었다. 술래잡기와 비슷한 룰로 단순하면서도 이해가 쉬워 많은 유저들을 모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출시된 지 꽤 시간이 지나 퇴마사의 종류도 많아졌고, 도망쳐야 할 지박령들이 오히려 퇴마사를 괴롭히는 이른바 ‘악령’플레이를 하는 고인물 게이머도 많았다.

[바붕이들 다 다른 겜 얘기하누 ㅋㅋㅋ]

[하지만 바통령이니까 ㅇㅈ]

[-ㄹㅇㅋㅋ 관리자도 안 자르자너~]

[-바통령 얘기가 곧 바크 얘기입니다^^]

[-(관리자) 맞말추]

[-엌ㅋㅋㅋㅋ 찐 등판]

그렇게 기묘하게도.

바이오 크라이시스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활발해졌다.

그리고.

[퍼튜브에 다음 게임 투표 떴다!]

[편집자님이 여기 눈팅하시나? ㅋㅋㅋ

투표 받아서 참고하시겠다네.]

[-않이;;; 시간이 몇신데.]

[ㄴ편집자니뮤ㅠㅠㅠ]

[ㄴ블랙기업퍼플의 희생자……]

[ㄴ이건 바통령이라도 쉴드 못 치지 ㅋㅋㅋㅋ]

[ㄴ취직시켜주면?]

[ㄴ바로 충성충성^^7]

[ㄴ참고 한다는 게 참으신다는거? ㅋㅋㅋ]

편집자, 최병훈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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