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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5화 (25/491)

25화 - 방송은 돈이 된다 (2)

이경복은 숫자로 가득한 표를 살폈다. 놀란 친구를 보며 최병훈이 실소를 흘렸다.

“트라이에서 약 900만 원 정도 나왔지.”

방송 스트리밍 도중 얻은 수익이 900만 원에 육박했다. 처음 방송을 시작한 스트리머로서는 상상도 못 할 거금이었다.

“운이 좋았네.”

“그렇긴 하지. 큐요원이 내건 퀘스트로 받은 보상금이 거의 절반이니까.”

방송 중 ‘Agent Q’라는 시청자가 제시한 퀘스트로 인한 상금이 상당했다.

“그래도 그건 네가 퀘스트를 성공하지 못했다면 받지 못할 돈이었어.”

“흠, 별로 어려운 조건도 아니었는데.”

“……무튼, 로건 조질 때 다른 트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퀘스트도 하나 있었고. 그래도 퀘스트 제하더라도 순수 후원만으로 거의 200은 넘게 받았더라.”

최병훈의 설명에 이경복은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퀘스트는 그래도 ‘일’에 가까운 느낌이 있었지만 그냥 후원은 다르다.

‘순수한 응원만으로 이 정도라니.’

스트리머 ‘퍼플’이 좋아서 건넨 마음의 표현.

어디 사람 마음에 가격을 정하겠느냐만, 개인방송 업계는 그 말이 좀 다르게 적용된다.

아주 직관적으로 액수가 보이지 않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경복이 새삼 결의를 다지는 사이 최병훈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역시 이번 바크 방송은 큐튜브 수익이 더 크더라.”

“응?”

“페이지 넘겨 봐.”

그제야 이경복은 눈을 더 크게 떴다. 그의 앞에 있는 홀로그램 문서는 한 장이 아니었다.

“……허?”

이번에는 큐튜브 수익 현황 페이지였다. 그리고 그 금액은 트라이 수익보다 더 많았다.

“영상마다 조회수가 차이가 좀 있긴 한데 평균적으로 60만, 덕분에 개당 160만 원 정도 나왔다. 스토리 영상이 5개, 짧은 매드 무비 영상이 2개. 그래서 총 수익이…….”

“천만 원이 넘었다고……?”

이경복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친구를 바라봤다. 최병훈은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자식아. 게다가 놀라운 건 이게 일주일 치라는 거지. 물론 볼 사람은 다 봤을 테니 더 급상승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늘어나긴 할 거다.”

“여기서 더 받을 수 있다고?”

“그래! 돈이 복사가 된다고!”

최병훈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었다.

“이제야 사람들이 왜 큐튜버하겠다고 난리인지 실감이 나냐?”

“일주일에 2천만 원…… 실화냐…….”

“야야, 아무나 이렇게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너니까 가능한 거지.

“진즉에 방송할 걸 그랬네.”

“내 말이.”

두 친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거기에 이번 광고비로 받은 300만 원까지 합하면 깔끔하지.”

“아, 맞네. 광고비.”

이경복은 뒤늦게 남은 수익을 떠올리곤 웃음을 흘렸다.

‘방송 자체도 재미있는데 이렇게 돈이 될 줄이야…….’

이렇게 행복감에 젖어 본 적이 얼마만 일까. 그는 웃는 낯으로 친구를 돌아봤다.

“와, 그럼 이거 반띵만 해도 천만 원이 넘네.”

“……반띵?”

그런데 최병훈이 그 말에 눈가를 찌푸렸다.

“뭔 헛소리야?”

“헛소리라니?”

“그걸 왜 반띵해?”

“……그럼?”

“아이고, 이 자식아. 나는 편집자야, 편집자. 월급 받고 일하는 편집자.”

“아니, 그래도 우리는 좀 경우가 다르잖아? 비율로 나눠야지.”

“그래도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는 게 맞지. 그리고 너 나중에 방송 커지면 편집자 나 하나만 써서 감당이 안 된다.”

최병훈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웬만한 대기업 스머들은 아예 편집팀도 있어. 그런데 벌써 절반 비율 떼어 내면 나머지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도 개국공신 같은 건데.”

“나라가 망하면 개국공신이 무슨 소용이야. 그리고 지금 금액이 커 보여도 저거 세금이랑 수수료 떼고 실수령액으로 환산하면 또 줄어든다?”

“으음, 그래도 그냥 월급쟁이는 좀 그런데…….”

이경복은 코끝을 찡그렸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는 친구가 아닌가. 그것도 그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믿을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럼 기본급에 인센티브로 받자. 편집 영상에서 나오는 수익에서 떼는 걸로.”

“그래, 그게 낫지. 나중에 다른 편집자 오면 의욕도 좀 날 거고, 나도 가오가 좀 살지 않겠냐?”

“나 참, 가오가 문제였던 거냐?”

최병훈이 실실 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이경복도 장난 섞인 대답으로 돌려주었다.

“당연하지, 인마. 무튼, 이 정도 수익 보여 주면 주호, 금마도 충분히 올 만하다고 느끼지 않겠어?”

“그러게.”

이경복은 이전과 달리 확신이 있었다.

“이왕 잘 될 거면 다 같이 잘 되는 게 낫지.”

“내 말이. 그럼 약속 잡는다.”

“그러자.”

이 정도 결과물이라면 박주호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 * *

박주호는 원룸형 오피스텔에 살았다.

그가 카드키를 대자 삑하는 알림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가지런히 정리된 신발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집안은 무척이나 살풍경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입주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가구가 적은 탓이었다. 그의 집에는 그 흔한 TV나 캡슐도 없었다.

필요한 것만 갖추고 사는 미니멀 라이프의 표본이라고 봐도 좋았다.

“후…….”

박주호는 가볍게 숨을 내뱉고 캐리어를 현관에 놔둔 채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먼저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씻었다.

가볍게 물기를 털어 낸 그는 찬장을 열었다. 찬장 안에는 각종 세면용품과 수건이 호텔방처럼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그는 가볍게 수건을 꺼내 손을 닦은 후, 비치해 둔 마른 행주로 세면대의 물기를 말끔히 닦아 냈다.

‘음?’

밖으로 나오니 벗어 둔 스마트 링크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는 알림을 확인하고 통화를 받았다.

“네, 어머니.”

<아들, 출장 잘 갔다 왔어?>

어머니의 살가운 목소리.

박주호는 옅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방금 집 도착했어요.”

<그래? 밥은?>

“대충 먹었어요.”

거짓말이었다.

그는 어머니를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출장이 좀 잦네.>

“어쩔 수 없죠.”

<그래. 그, 혹시 내일 저녁 시간 괜찮아?>

“내일 저녁이요?”

박주호는 가볍게 스마트 링크를 조작해 일정을 확인했다. 별다른 약속은 없었다.

그 사이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괜찮으면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하고.>

“……같이면, ‘아저씨’도요?”

<그, 불편하면 억지로 오지 않아도 되고.>

박주호의 눈동자가 약하게 떨렸다. 그는 아직도 어머니의 재혼이 익숙지 않았다.

“……네, 알았어요.”

<정말? 알았어. 우리 아들, 고마워.>

“네. 내일 봬요.”

대답과 함께 밝아지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박주호는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까지 거리를 둘 수는 없지…….’

통화를 끝낸 그가 짐을 풀려고 할 때였다. 웅하는 진동이 손목에서 다시 느껴졌다.

어머니일까 싶어 전화를 받았지만 들려온 목소리는 다른 이의 것이었다.

<어, 박 대리. 잘 올라왔나.>

“……예. 방금 올라왔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상사였다.

<그래, 그래. 고생했네. 근데…… 하, 이것 참.>

“무슨 일이십니까?”

<그…… 또 출장을 좀 가 줘야 할 것 같아.>

“……언제 말씀이십니까?”

상사는 짧게 입을 다셨지만 이내 말을 이었다.

<미안한데 내일 미리 좀 내려가야 되겠어.>

순간 그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속에서 뭔가가 욱하고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심호흡하며 감정을 다스렸다.

“……꼭 저여야 하는 겁니까? 이번에 간 출장지에서도 제가 할 일은 거의 없었는데요. 애당초 총무 팀이 직접 출장을 갈 이유도 없고요.”

<박 대리, 나도 곤란해. 위에서 내려온 지시인데 어쩌겠어?>

상사는 따지듯 물어보는 그의 물음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난처하다는 어투였다.

“결국 제가 퇴사해야 된다는 건가요?”

<하아……>

박주호의 직설적인 말에 통화 너머에서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박 대리, 아니 주호야. 주말에 이런 말 하는 나라고 편하겠어? 나도 괴롭다. 이런 악역 맡은 거 엿 같고 힘들어.>

박주호의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말을 끊지 않았다.

<네가 잘못한 거 아니라는 거 모두가 알지. 하지만 더 버텨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팀장님, 전…….”

<너 조만간 지방 발령 날지도 몰라.>

굳게 쥐었던 주먹이 풀렸다.

불편한 침묵이 맴돌았다.

<주호야, 회사 생활이란 게 그런 거야. 꼼꼼하고 일처리 확실한 거 좋지. 그래서 나도 널 아꼈던 거고, 안심하고 맡길 만한 녀석이었으니까 끝까지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내가 도와줄 레벨이 아니다.>

“팀장님.”

<네가 고발한 횡령에 윗선도 엮어 있는 거겠지. 이렇게 널 내쫓으려고 하는 거 보면……>

통화 너머로 착잡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겁쟁이라서 미안하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내 가족은 나만 보고 살아. 난…… 너처럼 용기 있게 행동은 못 하겠다.>

박주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든 의미가 있을까.

<하…… 미안하다. 일정은 톡으로 보내 줄게.>

뚝하고 통화가 끊겼다.

죽은 듯한 고요가 찾아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머니에게 다시 연락해 약속을 취소해야 한다. 캐리어는 정리하지 않아도 좋겠지. 지방 발령이면 집을 또 새로 구해야 하나.

휘몰아치는 상념 속에서 박주호는 짙은 탈력감과 피로를 느꼈다.

‘……쉬고 싶다.’

수많은 상념을 비집고 올라오는 욕구는 하나뿐이었다.

그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 * *

삐빅하는 신호음이 울렸다.

박주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안경을 고쳐 썼다. 그 사이 삐빅하는 신호음이 다시 울렸다.

현관에서 난 소리, 누군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오려 했다.

박주호가 놀라 일어서자 동시에 문이 벌컥 열렸다.

“아, 이거 맞네.”

“진짜 징하다 징해. 그걸 다 기억하고 있냐?”

이어 들어온 건 최병훈과 이경복이었다. 박주호는 그 불청객들을 어처구니없다는 눈길로 바라봤다.

“어? 뭐야, 있었네?”

“갑자기 뭔데?”

박주호의 물음에 최병훈이 당당히 대답했다.

“하도 대답이 없어서 혹시 뒤졌나 싶어 확인하러 왔다.”

“대답?”

박주호는 그제야 벗어 둔 스마트 링크를 확인했다. 친구들의 부재중 전화가 쌓여 있었다.

그 아래에는 상사가 보낸 출장 일정도 있었다.

“……자느라 못 들었다.”

박주호는 씁쓸함을 애써 숨기며 대답했다.

“뭐, 아무튼 잘됐네. 밖에서 먹으려다가 그냥 안에서 먹기로 했다.”

“술도 있지롱.”

이경복은 웃으며 사온 음식 봉투를 보여 주자 최병훈도 맞장구를 쳤다.

박주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누구 마음대로…… 아니다, 됐다. 앉아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야, 근데 너네 집은 올 때마다 뭐 바뀌는 게 없냐.”

“내 말이. 어째 비밀번호도 예전 거더라?”

두 친구는 마치 제집처럼 식기를 찾아냈다. 박주호는 자기 물건을 멋대로 건드리는 걸 싫어하지만 두 사람은 예외였다.

그만큼 두 사람은 그에게 가족이니 다름없는, 어쩌면 그보다 더 가까운 친구였다.

순식간에 차려진 음식상, 그리고 세 남자는 대화보다 먼저 음식을 해치웠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후에야 최병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근데 현관에 캐리어는 뭐냐? 어디 여행 감?”

“출장 갔다 온 거다.”

이경복은 슬쩍 박주호의 안색을 살피고 미간을 찡그렸다.

“네가 저렇게 놔둘 성격이 아닌데, 뭔 일 있냐?”

“하여간 너희들한테는 뭘 숨기질 못하겠네.”

박주호는 담담히 사정을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곧바로 얼굴이 구겨졌다.

“뭐야, 그럼 계속 뺑뺑이 돌리고 있는 거?”

“와…… 진짜 악질이네.”

“나였으면 어차피 잘릴 거, 바로 들이박았다.”

최병훈이 진짜로 들이박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이에 음식이 상 위에 튀자 박주호는 물티슈로 그걸 닦으며 대답했다.

“지방 발령 나기 전까지는 버티면서 이직 준비해야지.”

“이직?”

“관둘 생각은 있다는 거네?”

이직이라는 키워드에 이경복과 최병훈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윽고 이경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저녁에 어머니랑 식사하기로 한 거, 아직 취소 안 했지?”

“그렇긴 한데, 말씀드려야지.”

“취소하지 마라.”

“……뭐?”

박주호는 의아한 눈으로 두 친구를 바라봤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사뭇 표정이 진지하지 않나.

“이직 자리 알려 줄게.”

“뭔 소리야?”

“우리 둘이 같이 방송 시작했거든.”

이어지는 두 친구의 설명.

박주호의 미간이 주름이 깊어졌다.

“그래서 날 매니저로 스카우트 하겠다고?”

“그래.”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지만 지금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만큼 박주호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스트리머 매니저라니…….’

말이 좋아 매니저였지 실상은 비정규직이나 다름없었다. 스트리머라는 직종 자체가 불안정한데, 그 아래에서 일하는 매니저가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따로 경력으로 취급하기도 애매했다.

박주호가 처음부터 개인방송 업계에 뜻이 있었다면 모를까, 혹 재취직이 필요해지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경력이었다.

‘이건 거절하는 게 맞다.’

박주호는 자신이 남들보다 이성적이라 자부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해 본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이경복이 아니었다면.’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감정도 없는 로봇 같은 사람이란 뜻은 아니었다.

박주호는 학창시절 이경복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언젠가는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바.

‘충분히 감수할 만한 일일 수도 있지.’

자신의 미래와 친구에게 받은 은혜. 저울에 올라온 추에 그의 마음이 이리저리 기울었다.

“야, 이거 아무한테나 하는 제안 아니다?”

하지만 최병훈은 그 속내를 읽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준비한 자료를 보여 주었다.

박주호는 뭔가 싶어 그것을 보고 눈이 크게 뜨였다.

“……뭐야 이거?”

그 반응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최병훈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봤냐? 바로 답 나오지? 이 자식이 천재야 천재.”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인데, 네 사정 들으니까 꼭 데려가야겠다.”

반면 이경복은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그런 대접 받을 녀석이 아니라는 거 너도 알고 우리도 알잖아.”

“……옛날 생각나네.”

박주호는 신속히 수익표를 훑어보고 미소를 지었다.

“고딩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에게 이경복과의 만남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뭔 소리야. 쉽게 말해. 같이 한다는 거지? 그치?”

최병훈의 재촉에 이경복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니면 휴가라도 내고 일주일만 해 봐.”

“휴가라고?”

“어차피 회사에서 너 쳐내려고 한다며? 휴가를 반려하지는 않겠지.”

“……그렇긴 하지.”

“그래. 그리고 휴가 기간 동안 매니저하면서 직접 경험해 봐라.”

이경복의 말에 최병훈도 옆에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 그거 좋네. 진짜 이건 직접 봐야 아니까.”

“그래. 그리고 일 관둔다고 해도 바로는 힘들잖냐. 휴가 중에 전달하면 회사 쪽도 알아서 준비하겠지.”

“마치 내가 관둘 거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박주호의 물음에 이경복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면 알게 될 거다.”

“……그래, 그거 나쁘지 않네.”

그 확신에 찬 표정에 마음의 저울이 완전히 기울었다.

“오케이, 거기까지! 자자, 짠 하자 짠!”

최병훈이 웃음소리로 말을 끊으며 술을 채웠다. 다른 두 사람은 웃음을 흘리며 잔을 받았다.

“잘 부탁한다.”

“재미있을 거야.”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은 환하게 웃었다.

세 친구의 잔이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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