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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28화 (28/491)

28화 - 트롤 아닌데 (3)

스트리머 ‘지놈(GENOME)’의 방송은 보통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GENOME]

[승리했소! 오늘 저녁은 한우로 하겠소!]

[랭킹#1 / 킬 17]

그의 오늘 1부 방송 컨텐츠는 ‘거너 그라운드’. 지놈은 결과표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아 또 1등이네. 얘들아, 요즘 저격은 예전 같지가 않다?”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가 전해지자 채팅창이 웃음으로 물들었다.

-저격러들 기강 씨게 잡누 ㅋㅋ

-않이;;; 형이 더 잘해진 거자너

-지놈 때문에 한국 소 다 죽겠다!

지놈은 낮은 웃음을 흘리며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아, 이거 좀 애매하네. 한 판 더 할까 했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2부를 조금 늦췄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2부 방송이 ‘광고’였던 바 시간을 엄수해야 했다.

일단 그는 거너 그라운드를 종료했다.

“얘들아, 시간 좀 붕 뜨는데 뭐 할까?”

-대회 썰 풀이 ㄱㄱㄱ

-고티 월드컵 32강 어떰?

-막간을 이용해서 밥 묵자

-미스틱 빡겜 한 판?

우루루 올라오는 채팅 중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하나였다.

“아, 미스틱 좋지. 빡겜 하면 딱이네.”

지놈은 곧바로 미스틱 리그를 실행했다. 랭크 게임을 선택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새로운 시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전 시즌의 결과를 기반으로 배치 평가가 진행됩니다.>

<‘GENOME’님의 전 시즌 랭크는 '플래티넘 4'입니다.>

“아, 맞다. 저번 시즌에는 좀 바빠서 다이아를 못 찍었지.”

지놈은 플래티넘과 다이아를 오가는 실력파였다. 하지만 이전 시즌은 다른 게임 스케줄에 밀려 상대적으로 미스틱 리그에 시간을 덜 쏟았다.

-플래티넘(아님)

-지놈 버스 가나요 ㅋㅋㅋ

-상대편한테는 트럭일 듯 ㅋㅋㅋ

-ㄹㅇㅋㅋ 지놈한테 치여 버리누

-거기 경찰서죠? 뺑소니 신고 좀 하려고요!

매칭이 잡히는 동안 시청자들이 깨방정을 부렸다. 이윽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로비로 뒤바뀌었다.

[>저 탑갑니다.]

[>아… 탑신병자네.]

[>일단 각자 원하는 거 픽하죠.]

[>어? 지놈? 찐이심?]

곧바로 올라오는 인게임 채팅창. 한 플레이어가 그를 알아보자 지놈은 가볍게 코를 찡그리며 채팅을 쳤다.

[>네, 찐입니다. 전 마지막에 고를게요.]

-캬! 이게 여유지

-내가 맞춰 주겠다.

-고품격 버스기사 ㅎㄷㄷ

-어? 상대 쪽에……

-응???

지놈은 팀원들 픽을 기다리며 채팅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대?’

그는 상대 팀 플레이어들의 아이디를 살폈다. 하지만 별로 이상한 점은 없었다.

-와 ㅋㅋㅋㅋ 이건 좀 재밌겠는데.

-옼ㅋㅋㅋㅋ

-같은 라인 걸리면 좋겠다.

그럼에도 채팅창에는 몇몇 눈에 띄는 반응이 보였다.

‘흠, 스트리머가 있나 본데.’

그는 눈치껏 이유를 알아차렸다.

지놈의 방송도 기본적으로 다른 스트리머 언급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태가 났다.

하지만 그가 아는 스트리머는 아니었다.

“누군지 몰라도 동업자신가 본데. 하필 배치 고사에서 날 만나네.”

지놈의 멘트에 시청자들의 관심도 곧 그쪽으로 쏠렸다.

-상대팀에 누구 있음?

-몰?루

-커뮤에서 본 적 있음

-나도 ㅋㅋㅋ 근데 개 쩔던데?

-미스틱을 했었나?

-엌ㅋㅋ 매콤한 맛 좀 보겠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극명한 반응. 지놈은 대체 그게 누군가 싶었는데.

“……야미?”

상대 플레이어 중 하나 ‘퍼펙트플레이’가 선택한 챔피언이 눈에 확 띄었다.

-엌ㅋㅋㅋㅋㅋㅋ

-배치 고사에서 야미가 왜 나와?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저 사람임?

-예능방송하시나보네 ㅋㅋㅋㅋ

지놈의 생각도 시청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아무리 예능방송이어도 그렇지. 트롤 챔은 선 넘는데.”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같은 스트리머로서 어그로 끄는 건 이해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 아닌가.

-ㄹㅇ폴루 증말루다가

-ㄹㅇㅋㅋ 그냥 랭겜도 아니고 배치인디

-따끔한 맛 좀 봐야겠누

-혀엉! 혼쭐 내줄 거지!?

-상대팀 성불시켜주자구~

시청자들 역시 동감하는 가운데.

[‘참교육강사’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챔피언 ‘야미’ 10킬]

[성공 – 50,000원]

누군가 퀘스트를 제안했다.

-엌ㅋㅋㅋ 10킬?

-다른 챔은 몰라도 야미면 킹능성있다.

-ㄹㅇㅋㅋ 물몸이라 순삭이자너

-이정도면 그냥 용돈 이지 ㅋㅋ

-음~! 야미야미~!

-꿀맛!

[‘야미정식하나더’님이 퀘스트 보상금을 추가합니다.]

[누적 보상금 – 70,000원]

이윽고 하나둘씩 쌓이는 보상금.

지놈은 미소를 지었다.

“예능 한번 다큐로 만들어 줘야겠네.”

* * *

한편 퍼플의 방송.

-저거 찐이야?

-와씨 ㅋㅋㅋㅋㅋ MMR이 어떻게 된 거누.

-갓직히 한 판에 33킬이면 플딱으로 올라올 만하지 ㅋㅋㅋ

-ㅇㅈ또ㅇㅈ

-와 근데 어떻게 만나도 지놈을 만나냐ㅋㅋㅋㅋㅋ

-저 사람 종겜아님?? 종겜스가 티어가 왜 저러냐

-지놈은 그냥 겜잘잘임 잘하는 놈이 잘하드라;;

이경복은 채팅창을 보고 그들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놈 님 맞으신가? 사칭 아니고 진짜에요?”

그가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자 채팅창은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이건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형? 형이 규칙을 깨면 어케 함?

-매니저님 방장 밴해욧!

-모두 키보드에서 손 떼!

-속지마라! 공명의 함정이다!

-트수들 돔황챠!!

-벌써 트수들 기강을 잡는다고?

“아니, 그런 거 아니에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바이오 크라이시스 방송 초기에 몇 번 언급된 스트리머였다. 나름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하지만 계속 시청자들이 말을 돌리자 이경복이 말했다.

“그럼 이번 판은 지놈 님 언급 허용할게요. 대신 선은 지켜 주셔야 합니다.”

-진짜지?

-사실 오래전부터 지놈 언급을 기다려왔다우

-방장도그래!

-진짜루?

-뻥이야^^

-정보) 지놈은 스트리머 대회에서 우승 경력이 상당하다. 특히 미스틱 리그는 MVP만 5회 달성했다.

-바로 언급해 버리누 ㅋㅋㅋ

-ㅋㅋㅋ 입 근질거려서 어떻게참았냐

-랭겜에서도 쿼드라 킬 하고 그럼 ㅋㅋㅋㅋ

-지놈은 스트리머 하겠다고 입단 제의 거절함 ㅋㅋㅋ

-맞말인게 미스틱 말고도 웬만한 게임은 다 잘함

-피지컬에 게임 센스도 좋음 ㅋㅋ

-퍼플이랑 비벼볼 수 있음?

-퍼지컬이랑 비교는 쵸큼;;;

둑이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정보. 이경복은 채팅창을 확인하며 챔피언을 선택했다.

[>야미? 정신 ㅇㄷ?]

[>미치겠네, 상대 지놈인데.]

[>뭔 개트롤이야.]

[>아, 장난치지 마세요 진짜]

그와 함께 즉각적인 팀원들의 반응. 그와 동시에 채팅창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엌ㅋㅋㅋㅋ

-이게 정상이지

-갓직히 저번 판은 뉴비들이라 순했다.

-리폿당할까 봐 저것도 돌려 말한 거임

-킹난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안 보면 못믿을 듯 ㅋㅋㅋ

이경복은 차분히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채팅이 차단되었습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이경복은 눈을 껌뻑였다.

“응?”

그 모습에 채팅창은 더욱 흥겨워졌다.

-엌ㅋㅋㅋㅋ 칼차단 보소

-역시 플딱쯤 되면 반응속도가 빠르네.

-전원 차단 무엇 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한명이라도 차단 안하면 채팅 칠 수 있는디

-야! 우리 퍼플 오더 좀 하자!

-근데 이건 진짜 봐야 믿음 ㅋㅋ

이경복은 코끝을 찡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와, 진짜 정글 혐오가 심하긴 하네요. 뭐, 그래도 보여 주면 차단 풀겠죠.”

이윽고 그의 시선은 상대 팀의 지놈에게로 향했다.

“지놈 님 컷하면 좀 더 빠르려나?”

-ㅔ????

-지놈 컷 선언 ㅋㅋㅋㅋ

-이 자신감! 짜릿해! 늘 새로워!

-네임드 킬 따는 건 못 참지!

-큐튭각 날카롭고.

채팅창이 활화산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열기는 이내 하나로 귀결되었다.

[‘퍼플신용회복’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플레이어 ‘GENOME’ 노템 킬]

[성공 – 30,000원]

퀘스트 제안이 이경복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니, 그냥 하려고 했는데 또 퀘스트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채팅창의 반응은 달랐다.

-혀엉? 조건 본 거 맞아?

-노템킬 ㄷㄷ

-이거 큐다리 아녀? 당장 부검해!

-지놈한테 노템으로 붙으라고?

-그것도 야미롴ㅋㅋㅋㅋㅋ

-이 조건에 3만원 ㅋㅋㅋ

-ㄴㄴ 이거 퍼플이라면 갓능성있다.

[‘퍼플버스승객’님이 퀘스트 보상금을 추가합니다.]

[누적 보상금 – 80,000원]

그 와중에도 이경복을 믿는 시청자는 존재했다.

-아 ㅋㅋㅋ 올라탄다.

-그냥 야미? 아니죠 ‘퍼펙트’ 야미입니다.

-이게 맏따 ㅋㅋㅋ

[‘퍼펙트야미ON’님이 퀘스트 보상금을 추가합니다.]

[누적 보상금 – 100,000원]

[‘시청료상납’님이 퀘스트 보상금을 추가합니다.]

[누적 보상금 – 130,000원]

점점 높아지기 시작하는 액수.

그 사이 모든 플레이어의 준비가 끝나며 게임이 시작됐다.

“햐, 눈빛 살발하네요.”

본진에 모인 팀원들은 그에게 눈을 부라리더니 이내 각자의 라인으로 흩어졌다.

채팅이 차단됐기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분위기만으로 알 수 있었다.

-퍼알못 쉑들 ㅋㅋㅋ

-버스 타고 버스기사를 욕하는 승객이 있다?

-아이고 플딱들아……

-퍼플이 브론즈에서 바로 올라온 거 얘기할 기회라도 있었으면 ㅠ

이경복은 채팅창을 힐끗 확인하고는 정글로 향했다.

“일단 지놈 님 위치부터 파악할게요.”

수풀에 숨어 미니맵을 확인하던 그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없지?’

지놈이 선택한 챔피언은 ‘디스토티드 데스티니’, 통칭 ‘DD’라고 부르는 챔피언이었다.

디디는 카드패에서 무작위로 뽑은 카드를 무기로 삼는 매직 원딜러. 그렇기에 은신 스킬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라인에도 디디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동시에 불길한 육감이 그를 엄습했다.

이경복은 다급히 몸을 던졌다. 이어 쏵하는 파공성이 귓가를 스쳤다.

“오?”

이경복은 곧장 자세를 갖추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풀이 흔들리며 중절모에 카드를 든 챔피언, 디디가 나왔다. 두 사람은 서로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위치를 미리 짐작했다?’

‘예측 샷인데 어떻게 피했지?’

지놈은 그가 정글러 플레이 할 것을 예상했다. 이에 그가 숨을 만한 수풀에 미리 카드를 날려 본 것.

하지만 놀람도 잠시였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요. 퀘스트를 받아서.”

지놈은 신속히 카드패를 섞었다. 디디는 카드패가 섞일 때마다 5장의 무작위 카드가 주어진다.

카드를 던지는 피지컬은 기본이고 빠른 판단력과 분석력을 요구하는 챔피언이었다.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경복은 대답과 함께 스파크가 튀는 카드를 회피하며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땅에서 솟아난 덩굴이 지놈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곧바로 손에 쥔 카드를 던지자 카드가 증식하며 부채꼴로 이경복을 덮쳤다.

‘카이팅이 능숙한데.’

이경복이 공격을 회피하는 사이 속박에서 풀려난 지놈이 거리를 벌렸다.

그가 곧장 추격했지만 지놈은 그의 접근을 허용치 않았다.

-캬 ㅋㅋㅋ 미쳤고 ㅋㅋㅋ

-잘하는 놈들은 서로를 알아보는구나……

-지놈이 잘하긴 해.

-정정당당히 붙자!

-디디로 근접전을 왜 하누 ㅋㅋㅋ

-카드 못 던지면 해야됨ㅋㅋㅋㅋ

-지놈 대 퍼플 공방 수준 실화냐?

-서로 한끗 차이로 다 피해 버리누

두 챔피언의 공방에 호강을 누리는 건 시청자들뿐이었다.

겉으로는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양상이었지만 당사자는 생각이 달랐다.

‘내가 불리하다.’

이경복은 지놈의 노림수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야미는 ‘차크라’를 소모하면 스킬을 쓸 수 없지만, 지놈은 카드 셔플로 스킬을 채울 수 있다.

물론 그 카드가 전부 소모되면 본진에서 보충해야 하는 패널티가 있지만, 당장 여유 있는 쪽은 지놈이었다.

‘소모전을 유도하고 있어.’

차크라를 회복하려면 평타를 치거나 시간이 지나길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접근을 허용치 않으니 차크라의 회복 속도가 더뎠다.

-어어, 이거 좀 안 좋은데?

-와 ㅋㅋㅋ 지놈이 이걸 노린 거네

-이거 상성이 좀 나빴다.

-일단 ㅌㅌ해야할 듯

-형! 일단 돔황챠!

-전략적 후퇴다!

시청자들도 한 박자 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불리한 싸움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몸을 뺐다가 나중에 갱킹으로 그를 노려도 되지 않겠나.

‘아니, 그러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어.’

이경복은 지놈과 붙어 보고 그의 실력이 남다름을 확실히 느꼈다.

‘이기고 싶다.’

지난 세월동안 잊고 있었던 승부욕이 지놈이라는 훌륭한 상대를 만나 다시금 부상했다.

학창시절, 게임은 ‘이기는 것’이라는 의식의 잔불이 다시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빼면 지놈은 더 강해진다.’

자신에게는 노템이라는 패널티가 있지만 지놈에게는 그런 게 없다. 그에게 시간을 주면 더욱 강해져서 다시 돌아올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경복은 눈을 빛내며 미소 지었다.

-아! 퍼플슨수! 웃고 있어요! 수세에 몰렸는데 지금 웃고 있어요!

-어어, 살인미소 나왔누.

-퍼플이 웃으면… 누군가는 죽는다……

-사신이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이경복의 머릿속에 지놈을 잡을 방안이 하나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 *

지놈은 다른 이유로 웃고 있었다.

“햐, 이거 예능 아니네. 찐인데?”

자신과 같은 MMR이라는 점에서 예능방송이라도 야미를 어느 정도 잘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었다.

-트롤은 아닌 듯?

-수인 맺는 속도 무냐고!

-저런 스머가 있었나?

-아크로바틱 선수 아님?

-ㄴㄴ 딱 보니까 호카게임.

-호카게 ㅇㅈㄹ ㅋㅋㅋㅋ

현재 그의 방송 시청자 숫자는 6천을 넘었다. 그 많은 시청자들이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그래도 야미는 야미, 이제 차크라 끝물이지.”

채팅창을 살필 틈은 없었다. 잠깐의 틈을 허용한 순간 거리 유지가 무너질 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놈은 프로답게 오디오를 비우지 않았다.

-이거 맏따 ㅋㅋㅋ

-카이팅의 승리다!

-야미 졌잘싸 각이쥬? ㅋㅋㅋ

-이번 야미 정식은 좀 질기네요.

-연육 작업 좀 해 줘야 할 듯 ㅋㅋ

시청자들은 지놈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의 말대로 야미는 한계에 도달했다.

수인을 맺었는데 도복의 문자가 반짝이기만 할 뿐 발동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야미는 멈칫하더니 수풀로 뛰어들었다.

“오케이, 컷 가자.”

지놈은 공세로 전환했다. 차크라가 소진된 게 분명했다.

-5252, 기다렸다구웃!

-갓직히 오래 버텼다 ㅋㅋㅋ

-강자에게 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지놈 아니었으면 해볼만 할 듯 ㅋㅋ

-저 정도면 진짜 죽어라 야미만 연습했을 텐데 불쌍하누

-어? 저 사람 지금 두 번째 판인데?

-뭔솔?

물밀 듯 올라오는 채팅창.

그러나 지놈은 모든 신경을 야미를 쫓는 데 쓰고 있었다.

‘이쪽이다.’

그중에서도 그가 집중하는 건 바로 청각.

본래 수풀에 챔피언이 숨으면 형체가 사라진다. 은신 효과가 적용되면서 소리도 없어진다.

그러나 수풀 자체가 흔들리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재빠른 손목스냅과 함께 날아가는 카드. 캉하는 소리와 함께 일순간 야미의 형체가 드러났다.

“오, 금속성 수인까지?”

도망치면서 회복한 차크라를 쓴 것일까. 야미는 재차 다른 수풀 쪽으로 몸을 던졌다.

지놈은 확신했다.

“얘들아, 이제 컷한다.”

조금 전 맺은 수이니 최후의 수단이었을 터. 이제 따라가서 잡아먹을 일만 남았다.

이에 그는 과감히 그 뒤를 쫓았다.

‘이쪽…… 음?’

신경을 집중하던 지놈은 순간 혼란스러웠다. 수풀 소리가 갑자기 증식이라도 한 것처럼 여러 곳에서 들렸기 때문이었다.

비록 닌자를 본뜬 야미에게 분신술 같은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어 지놈의 머리가 번쩍였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그는 카드를 내던졌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은색 늑대가 카드에 맞고 고꾸라졌다.

“크립……!”

정글에 존재하는 중립 몬스터, 크립(Creep).

-????

-뭐임?

-버그야?

-뭐꼬?

시청자들은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본래 제 영역을 지켜야 할 놈들이 왜 여기에 나타났단 말인가?

“아씨, 당했네.”

그러나 지놈은 눈치챘다.

이 모든 게 야미의 계략이었다.

그에게 달려드는 다른 크립들 너머, 불쑥 몸을 드러낸 야미의 모습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크립 건드려서 어그로도 끌고 차크라 회복까지라.’

지놈은 신속히 카드를 뽑았지만 차마 던질 틈은 없었다. 야미의 수인과 함께 섬광과 폭염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 * *

[퍼펙트플레이 GENOME]

이경복의 착지와 더불어 떠오른 킬마크.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

[퀘스트 성공!]

[‘퍼플버스승객’ 외 27 명이 ‘37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바로 단체 퀘스트의 성공메시지였다.

-왘ㅋㅋㅋㅋ 크립을 써 버리눜ㅋ

-다이아 랭커를 노템으로 발랐다?

-자 이제 누가 다이아지?

-큐하! 큐하! 큐하! 큐하!

-그 찐따 같던 야미가 맞나? 웅장이 가슴해진다.

-퍼밑지! 퍼밑지! 퍼밑지! 퍼밑지!

-퍼플! 난 엄마가 될래요! 퍼플! 난 엄마가 될래요!

-엄마가 왜 되누 ㅅㅂㅋㅋㅋㅋ

-???: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지놈 출세했네 ㅋㅋㅋ 퍼플이랑도 맞붙어 보고

-도모 미나상, 퍼펙트 야미데스!

채팅창은 열광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가볍게 남은 크립들을 제거한 후 여유를 찾았다.

“칭찬 감사드립니다. 아직 게임 안 끝났으니까 다시 집중할게요.”

그의 말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일변했다.

-크흐 진국이누.

-아 ㅋㅋㅋ 버스운전 아직 안 끝났다고

-다들 꽉 잡아! 종점 간다!

-이번 정류장은 승리, 승리입니다.

-매 게임에 진심인 퍼플? 오히려 좋아.

그렇게 이경복이 다시 갱킹 타이밍을 확인하려 할 때였다.

[>죄송합니다. 혹시 프로 준비하시는 분이셨어요?]

눈앞에 뜬 인게임 채팅창.

팀원 중 한 사람이 차단을 푼 것이었다.

[>트롤인줄 알고 차단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성급했네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곧이어 다른 팀원들도 사과와 함께 채팅을 쳤다.

그들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하나.

[>정글러 포지션이시면 오더도 되시나요?]

[>갱킹 하실 때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그들 역시 승리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승리의 열쇠가 바로 이경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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