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 뜻밖의 제안 (1)
이경복은 즐거웠다.
그의 시야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채팅창.
-이제 ‘퍼펙트’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야미와는 다르다, 그냥 야미와는!
-아 ㅋㅋ 하급닌자랑 호카게 차이 아니누 ㅋㅋㅋ
-아아, 이게 퍼펙트류 백도어란다.
-백도어(펜타킬)
시청자들의 깨방정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군이 이긴 게 아니라 ‘퍼플’이 승리한 것이다.
-뭘 봐 ㅆㅅㅋ.
-근데 이 쉑들은 언제 튀었누?
-치졸한쉑들 바로 빤스런했쥬?
-더럽고 추하게 도망가 버렸누 ㅋㅋㅋ
-더추빤 ㅋㅋㅋㅋㅋ
한 시청자의 채팅에 사람들의 주의가 팀원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게임이 끝나자마자 사과 한마디 없이 부리나케 게임을 종료했다.
-이러니까 정치질이나 하고 다니는 거지.
-ㄹㅇㅋㅋ 실력 없으니까 야부리만 털자너
-닉네임 다 박제됨 ㅋㅋㅋ
-삭제해라 애송이.
시청자들의 조롱이 이어졌다.
이경복도 비슷한 마음이었지만 놔두면 자칫 과열될 우려가 있었다.
“에이,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한타는 버텨 준 덕분에 제가 백도어 한 거죠.”
-이걸 커버 쳐 준다고?
-근데 갓직히 상대 5명보다 퍼플이 템플 녹이는 게 더 빨랐음 ㅋㅋㅋ
-빛빛좌……!
-인성 무냐고!
-ㄴㄴ 고기방패 역할 잘했다는 거임.
-아 ㅋㅋㅋ 유입들 뭘 모르누
-팀원들도 블랙기업 퍼플 해버렸다.
-아 고걸 몰랐네 ㅋㅋㅋ
그의 말에 채팅창은 감탄하는 이들과 이걸로 또 놀리려는 사람들로 나누어졌다.
물론 후자가 더 많았다.
이경복은 그 분위기에 편승해 한마디를 덧붙였다.
“결국 이겼으면 된 거 아닐까요?”
-맞말추.
-아 ㅋㅋ 일단 이겨야지.
-이래서 퍼튜브가 잘 돌아가는구나.
-편집자니뮤ㅠ
-도움이 필요하면 다음 영상에 당근을 넣어 주세요!
그리 훈훈한 와중이었다.
[‘Agent Q’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못 하는 게임이 있긴 하시죠……?]
불쑥 튀어나온 후원에 모두의 주의가 돌아갔다. 이경복이 열어 둔 건 아니었다.
최병훈이 후원을 받을 타이밍이라 판단한 게 분명했다.
“아, 큐다리님. 후원 감사합니다. 못하는 게임이라, 글쎄요. 아직은 없는데.”
-엌ㅋㅋㅋㅋ 큐다맄ㅋㅋㅋ
-또 또 숨 쉬듯 기만하쥬?
-근데 사실이라 할 말이 음슴ㅋㅋㅋ
-퍼플이 못 하면 아무도 못 하는 거 아님?
-ㅇㅇ 맞음.
시청자들은 그 말에 즉각 반응했다. 이경복은 웃으며 손사래를 내저었다.
“아니, 한국말은 좀 끝까지 들어주세요. ‘안 해 본 게임이 더 많다.’, 이 말 하려고 했어요.”
[‘미스틱도르우승’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안 해봐도 뻔하다.]
[‘퍼펙트한속내’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시시해서 안 해 본 게 많다.]
[‘양심의소리’님이 ‘2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게임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낮아서 해 보지 않았다.]
곧이어 쏟아지는 후원들에 채팅창은 ‘ㅋㅋㅋ’로 물결쳤다.
-아 그럭구나.
-기레기냐고 ㅋㅋㅋㅋ
-ㄹㅇㅋㅋ 왜곡수준 보소 블랙홀인줄
-???: 퍼플 난이도 나오면 해볼 것.
-드립치려면 돈 내고 치라굿!
-정보) 개껌은 퍼플 때문에 난이도 하향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다.
-이건 왜 진짜임?
이때다 싶어 놀리는 시청자들에 채팅창은 더욱 흥겨워졌다.
이경복은 쏟아지는 후원에 감사를 전하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이렇게?’
생각보다 시간이 꽤 지났다.
특히 이번 게임은 그가 솔로 백도어를 준비하고, 팀원들은 킬뎃관리를 위해 장기전을 시도한 탓에 플레이 시간이 길어졌다.
‘그런데도 거의 2천 명이 넘게…….’
이경복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올랐다.
지놈 방송에서 넘어온 시청자들로 3천 고지를 뚫은 것도 기뻤지만, 이렇게 늦게까지 자신과 함께해 주는 사람들의 숫자가 2천이 넘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그렇게 쏟아지던 후원이 멈출 즈음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시간이 좀 많이 늦었네요. 다들 일이 있으실 텐데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닌뒈? 안 늦었는뒈?
-시간은 상대적인 거 몰라?!
-아 ㅋㅋ 새벽반은 이제 시작이쥬?
-나 직장 안 다녀!
-이런 플레이 보고 다른 방 어케 감? 책임져!
시청자들은 뭘 하려는지 직감하고 즉각 반응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신규 유입 시청자들의 희망이었다.
-유입들은 ‘퍼펙트’한 방종이 처음이지?
-어이, 나서지 마라. 베여 버린다구?
-퍼플의 방종각은 세계제이이일!
-방종마저 퍼펙트……!
-그립읍니다(눈물콘)(눈물콘)
-트바!퍼바!큐바!
기존 시청자들은 이미 순응하고 이경복의 인사를 기다렸다. 그런 반응들을 보며 이경복은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음 방송에서 다시 봐요. 트바!”
* * *
미스틱 리그는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따로 게시판이 마련될 정도로 대중적인 게임이었다.
‘MP.GG’.
그중에서도 가장 큰 커뮤니티의 이름이었다.
‘MP.GG’는 단순한 커뮤니티 사이트는 아니었다. 미스틱 리그의 플레이어 전적 확인을 제공하고 듀오부터 시작해 5인큐까지 팀원을 구하는 서비스도 제공해 준다.
때문에 ‘MP.GG’는 잠들지 않은 곳으로 유명했고, 늦은 시간에도 커뮤니티에 유저들이 상주했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는 지금 한 스트리머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그 당사자는 다름 아닌.
[오늘자 지놈 패배 영상.avi]
자타공인 피지컬 스트리머 ‘지놈’이었다.
그는 오랜 스트리머 생활로 인기를 끌었지만, 그만큼 분탕과 저격에 시달리는 스트리머기도 했다.
기나긴 방송 기간 동안 그의 성공에 시기심을 품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중 누군가 지놈이 졌다는 소식을 듣고 영상을 올린 것이다.
[-지놈쉑 꼴좋누 ㅋㅋㅋㅋ]
[-진짜 이 정도면 거품 아니냐?]
[-ㄹㅇㅋㅋ 최단퇴임]
약속이라도 한 듯 추천을 누르며 그를 조롱하는 댓글들. 하지만 지놈에게는 안티만큼이나 그를 좋아하는 팬층이 두터웠다.
[-아 ㅋㅋ 이쉑들 또 시작이네]
[-겜에서 만나면 입도 벙긋 못하면서.]
[-저격도 제대로 못 하는 것들이 또 나대누 ㅋㅋㅋ]
게시글의 의도가 뻔하기에 팬들은 곧바로 비추천을 눌렀다. 양쪽의 비율은 비등비등했고, 그만큼 관심도가 높아지며 이 영상은 대번에 인기글로 상승했다.
[-지놈이 그렇게 빨아줄 정도는 아닌 게 맞지.]
[ㄴㄹㅇㅋㅋ 지도 수준 아니까 입단 제의 거절한 거 아님?]
[ㄴ이쉑들은 해명해도 듣질 않누.]
[ㄴㄹㅇㅋㅋ 종겜스 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한 번 진 걸로 좋다고 낄낄대는 꼴 보니 안쓰럽다.]
[ㄴ찐들이 다 그렇지 뭐]
[ㄴ저격할 자신은 없쥬?]
[ㄴ뭣도 모르는 브딱이나 실딱이들이 빨아주는 거지 ㅋㅋㅋ]
[ㄴ꼬우면 라인전 붙으쉴?]
덕분에 댓글은 완전히 진흙탕 싸움이었다. 그렇게 팽팽히 대립하는 두 진영이었지만 하나만큼은 동감하는 게 있었다.
[-지놈 바른 플레이어는 뭐임?]
[ㄴ영상 보니까 개쩔음 ㅋㅋㅋㅋ]
[ㄴ퍼펙트플레이? 이름값하누 ㅋ]
[ㄴ갓직히 저 정도 실력이니까 진 거지.]
바로 지놈을 이긴 플레이어, ‘퍼펙트플레이’의 실력이었다.
[-야씨 다른 챔도 아니고 야미로 ㅋㅋㅋ]
[ㄴ야미로 지놈 바를 정도면 미친 거 아님?]
[ㄴ지놈 수듄 드러나 버렸쥬?]
[ㄴ아니, 그냥 미쳤는데?]
[ㄴ야미로 궁 쓸 정도면 실력맏따.]
[ㄴ난 야미 궁 쓰는 거 겜에서 첨 봄]
게다가 다른 챔피언도 아니고 트롤 챔피언으로 여겨지는 ‘야미’가 아니던가. 커뮤니티 유저 중에 ‘야미’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헐 ㅋㅋㅋ 이분 전적 검색해 봄?]
[ㄴ안 해 봤으니까 얼른 말해!]
[ㄴ핑프쉑 나대누 ㅋㅋ]
[ㄴ그거 뭐 얼마나 걸린다고 안 하냐 ㅋㅋㅋ]
[ㄴ나도 안 했지만 윗댓들도 안 한 건 알겠다.]
[ㄴ(글쓴이) 이게 두 번째 판임.]
[ㄴ뭔 소리야?]
[ㄴ이왜진???]
지놈을 쓰러뜨린 플레이어는 얼마나 게임을 했을까.
호기심을 참지 못한 몇몇 사람들이 전적검색 기능으로 ‘퍼펙트플레이’의 전적을 본 것이다.
하지만 의문은 오히려 늘어났다.
[-아니, 내가 지놈 싫어하긴 하는데 이제 2판 한 뉴비한테 질 수가 있음?]
[ㄴ머리 뒤에 총 겨누고 있으면 그럴 수 이따.]
[ㄴ그건 뭘 하든 진 거 아니냐]
[ㄴ찾아보니까 같은 서터리머 던데?]
[ㄴ미스틱 스트리머인데 2판밖에 안 함?]
[ㄴ아니 걍 종겜 스트리머임. 큐튜브에 바크영상 올라와 있다.]
[ㄴ바크가 뭔데 씹덕새캬.]
[ㄴㅆㅂ 링크준다.]
방송을 직접 보지 못한 안티는 물론이고 팬도 납득할 수가 없는 상황에 스트리머 ‘퍼플’에 대한 탐구가 이어졌다.
그리 잠깐 소강상태가 되었을 즈음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지놈 사과 박았다!]
[지놈쉑 착한 척하다가 내 언젠가 걸릴 줄 알았다 ㅋㅋㅋ
경기 시작 전에 야미 픽했다고 상대 스트리머 깔본 거 딱 걸림
근데 까고 보니 개털렸쥬?
1대1로 못 까서 팀원들이랑 다구리 치려다가 궁에 개박살났쥬?
그렇게 추하게 져놓고 아차 싶었는지 게임 끝나고 바로 사과함 ㅋㅋㅋㅋㅋ
잘못은 했는데 광고 방송 바로 들어가 버리기 ㅋㅋㅋ
이미지 챙기고 싶은데 돈은 벌고 싶고 ㅋㅋㅋ
아주 그냥 지랄났다!]
지놈이 퍼플과의 게임을 끝내자마자 바로 사과를 한 영상을 클립으로 잘라 올린 것이었다.
[-내 이랄 줄 알았다 ㅋㅋㅋㅋ]
[ㄴ뭔가 했네 ㅅㅂ 사과 했자너]
[ㄴ상대가 받지도 않았는데 사과만 하면 끝남?]
[ㄴ인성수듄;;;]
[-악마의 편집 무엇? 광고 끝나고 또 사과할 거라고 했는데?]
[ㄴ풀영상도 아니고 클립으로 끊네 ㅋㅋㅋ]
[ㄴ응 아니야. 광고끝나고 걍 방종이야]
[ㄴ퍼플이 먼저 방종했구만 뭘]
[ㄴ나도 지놈 싫어하긴 한데 이건 좀 치졸하다.]
이 게시글 역시 안티와 팬들의 싸움터로 변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조금 더 상세한 내막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다시금 의문을 표했다.
[-1:1 바른 건 봤는데 1:5를 발랐다니?]
[ㄴ야미로 5:1을 이겼다고?]
[ㄴ그냥 이긴 것도 아니고 펜타킬임 ㅋㅋㅋㅋ]
[ㄴ미친 그 맛좋은 야미 맞음?]
[ㄴ어디까지가 진짜야 ㅅㅂ]
[ㄴ오늘도 선날승이 1승을 챙깁니다.]
[ㄴ개답답하네 그냥 내가 다 보고 온다.]
그렇게 혼돈에 빠진 커뮤니티에 누군가 해결책을 가져왔다.
[퍼플, 이 사람은 진짜다.]
[먼저 영상부터 봐라.
<야미 템플 백도어 펜타킬 하이라이트>
ㅅㅂ 무슨 ㅋㅋ 제목부터 인지부조화 옴
무슨 ‘60년 전통 기원전 폴란드 순대국밥 전문점’같은 느낌임.
서로 붙어 있을 수 없는 단어 조합 아니냐?
근데 구라 아니고 일단 봐라 ㅋㅋ
지놈이랑 붙었던 판은 아니고 그다음 판임.
근데 퍼플이 야미 픽하니까 같은 편이 개지랄을 떰 ㅋㅋㅋㅋ
그거 꾹 참고 하는데 이것들이 MMR관리한다고 몸을 사린다?
ㅅㅂ 거기까진 이해했는데 보니까 완전 안전한 각이 나와도 안 도와줌
딱 보니까 트롤픽했다고 보복하는 거.
ㅅㅂ 그러면 차라리 탈주하는 편이 더 나은데 퍼플은 그냥 겜함.
묵묵히 파밍하다가 왕귀메타로 백도어침 ㅋㅋㅋㅋ
근데 이게 보면 알겠지만 피지컬이 진짜 신급임.
스치면 사망인데 스치질 않아 ㅅㅂ.
극뎀딜 세팅으로 타워 호로록하고 귀환타는 챔피언들도 호로록함 ㅋㅋㅋㅋ
순식간에 펜타킬하고 템플 녹여서 게임 셋.
이런 실력이면 ㅅㅂ 지놈 할애비가 와도 못 이기겠다.]
퍼플 큐튜브에 올라온, 최병훈이 최우선으로 편집한 영상이었다.
안 그래도 ‘퍼플’이라는 스트리머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 커뮤니티 유저들은 하나둘씩 게시글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도 알게 되었다.
[-와씨 ㅋㅋㅋ 이거 찐이네]
[-야… ㅅㅂ 이건 뭐……]
[-지놈이 이런 사람이랑 1대1을 했다고?]
[-이거 보니까 오히려 지놈이 더 잘하는 것 같다.]
[-같은 인간이 맞나?]
[-개허세인줄 알았는데 닉값 오졌고 ㅋㅋㅋ]
[-이건 그냥 감탄만 나오네.]
대부분이 지놈에게 시기심을 품은 안티였지만, 그들 중 퍼플을 시기하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수준의 차이가 극심하면 시기나 질투가 아니라 경외심이 드는 법.
모두가 미스틱 리그를 경험해 봤기에 퍼플이 보여 준 활약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팀원들은 뭐하는 새끼들임?]
[-ㄹㅇㅋㅋ 이 정도 실력을 따돌렸다고?]
[-플딱 수듄ㅋㅋㅋㅋㅋ]
[-눈깔 두고 뭐하누 ㅋㅋㅋ]
[-저쉑들 중 하나라도 팀에 있으면 무적권 닷지다]
[-진짜 븅신들 집합체네 ㅋㅋ]
그리고 이경복을 따돌렸던 팀원들은 그대로 커뮤니티 유저들의 머릿속에 박제가 되었다.
아주 안 좋은 의미로 말이다.
* * *
다음날, 이른 오후.
이경복과 친구들은 자주 가던 카페에 모였다.
“어떠냐? 영상 반응 괜찮지?”
비록 눈가에 생긴 짙은 다크서클이 안쓰럽긴 했지만 최병훈이 득의양양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며 그가 올린 영상의 댓글을 확인했다.
[-이게 말이 됨? 걍 캐릭터 소스 뽑아서 만든 거 아님?]
[ㄴ소스 뽑아서 만들어도 대단한 거임]
[ㄴ진짜 맞음 ㅋㅋㅋ 킹시보기 다 남아있음]
[ㄴ아직도 팔로우 안 박음?]
[-진짜 닌자 데려와도 이거 보단 못할 듯 ㅋㅋㅋㅋ]
[ㄴ진짜 닌자 ㅇㅈㄹ ㅋㅋㅋ]
[-아씨ㅋㅋㅋ 새벽에 갑자기 트롤픽이 왜케 늘어났나했네.]
[ㄴ엌ㅋㅋㅋ 나도 이거 보고 해봄]
[ㄴ트레이닝에서 수인 맺다가 떄려침]
[ㄴㄹㅇㅋㅋ 나뭇잎 마을 온줄 알았다]
큐튜브의 댓글들은 경악과 호평 일색이었다.
“커뮤 쪽에서 화제가 된 모양이야. 구독자 수 증가세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이 눈을 돌렸다.
[퍼펙트 플레이]
[구독자 16.9만 명]
바이오 크라이시스 공략 후 뜸했던 구독자 수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이경복의 광대는 도통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며 박주호가 안경을 고쳐 썼다.
“그리고 지놈 쪽에서 연락 온 거 말인데.”
“아, 그거 어떻게 된 건데?”
“일단 네가 자는 동안 상대 매니저랑 얘기를 좀 해 뒀어.”
“매니저랑?”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최병훈을 돌아봤다. 너도 알고 있었냐는 듯한 눈빛.
최병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말했잖냐. 방송 외적인 걸로는 신경을 덜 쓰는 편이 좋아.”
“물론 그렇다고 네 결정 없이 일이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두 친구는 방송을 마친 이경복을 더 붙들어 놓을 생각이 없었다. 몸은 지치지 않는다고 해도 정신적인 피로는 누적되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얘기가 오갔지만 핵심만 말하면 단순한 사과나 친목도모는 아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뭐, 보니까 각 잡고 사과하실 정도는 아니던데.”
이경복은 지놈의 사과 영상을 봤다. 친구추가 메시지로 온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정중하고 정석적인 사과였다.
그리고 그 문제가 된 발언의 수위는 스트리머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준이었다.
“그래, 저쪽에서 원하는 건 ‘합방’이다.”
“음… 역시 그런가.”
합방, 합동방송의 준말.
여러 스트리머가 같은 방송 컨텐츠를 진행하는 걸 의미했다.
“그럼 뭐, 미스틱 듀오로 돌리고 그러자는 거야?”
“아니,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게스트로 모시려고 한다는데.”
“……게스트?”
“그래. ‘장인해부학’이라고 들어봤어?”
“……해부라고?”
박주호의 물음에 이경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봐라. 얘도 모르잖아.”
“그래, 아는 내가 이상한 거다.”
최병훈은 이마를 짚고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간단히 말해서 ‘장인’, 실력 좋은 게스트를 초빙해서 노하우를 배우는 방송이야. 게스트 쪽은 인지도를 높이고, 지놈은 자기 피지컬을 부각시키는 거지. 서로 윈윈인 컨텐츠라 괜찮은 제안이야.”
“아, 그런 거야? 그럼 내가 바크를 알려 줘야 되는 건가?”
이경복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자신이 ‘장인’이라고 불릴 정도의 게임은 미스틱 리그보다는 바이오크라이시스라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발사가 인정하지 않았나.
“아니, 근데 이번에는 반대야.”
“반대? 나가지 말라고?”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이 되물었다.
“그 반대가 아니라 게스트 역할이 반대라고.”
“……그건 또 뭔 소리야?”
“자세한 건 직접 만나서 상의해 봐야 알겠지만, 이번에는 지놈이 노하우를 알려 주는 ‘장인’ 쪽이 되겠다고 했다.”
“그럼 내가 따라하는 쪽이고?”
“그래.”
“아니, 왜?”
이경복은 혼란스러웠다.
왜 지놈이 자신의 방송에서 호스트 자리를 넘겨준단 말인가.
최병훈은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지놈도 깨달은 거지.”
“깨닫다니?”
최병훈은 그 제안을 듣자마자 지놈의 의도를 눈치챘다.
“자기가 따라하지도 못할 거라는 거.”
지놈은 퍼플을 따라할 수 없다.
그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