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 장인해부학 (5)
지놈의 말에 채팅창은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신인류?
-신을 잘못 말한 거 아님?
-혀엉? 드립 욕심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뭔 소리고 ㅋㅋㅋㅋㅋㅋ
-아 알겠다 ㅋㅋ 신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뜻임
-갓플은 신 맞는데?
“자자, 집중. 해부에 앞서 먼저 설명부터 해 볼게.”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에 지놈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게 잘못 들으면 오해할 수 있으니까 차근차근 짚고 넘어간다. 먼저 평범한 사람들도 당연히 오감은 깨어 있어. 근데 그 감각을 전부 신경 쓰지는 않아.”
지놈은 자기 머리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이 이었다.
“왜냐? 우리 두뇌로는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거든.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 안 되는 사람도 많잖아? 안 그래?”
-ㄹㅇㅋㅋ 이거 맏따
-친구 중에 그런 놈들 있음 ㅋㅋ
-친구 얘기는 뭐다?
-옛날에는 컴에 겜 여러 개 키고 하는 스머도 많았는데.
-아재요……
시청자들 반응에 지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람마다 달라도 한계는 있어. 그래서 이 뇌라는 건 선택과 집중을 한다 이 말이야. 응? 어떤 감각을 먼저 처리할지, 얼마나 거기에 신경을 쏟을지 결정한다고. 실제로 몰입하다 보면 다른 감각이 둔해지는 거 느껴 봤지?”
-대표적으로 겜이 젤 그렇지 않나?
-ㄹㅇㅋㅋ 하다 보면 시간감각 사라짐
-반대로 집중 안 되면 시간감각 겁나 살아남 ㅋㅋㅋㅋ
-세월이 너무 빠르면 플랭크를 하라는 말이 이따
-플랭크 ㅁㅊ ㅋㅋㅋㅋ
-거북목도 다 그래서 생기는 거임 ㅋㅋㅋ
-이거 맏따. 목이랑 어깨가 어느새 전진해있음.
시청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경험담을 풀었다. 지놈은 다시금 손뼉을 쳐서 주의를 집중시켰다.
“그래, 내가 예시를 하나 들어 줄게. 가끔 인터넷 하다 보면 이런 거 본 적 있을 거야.”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짧은 글이 튀어나왔다.
[님들 몸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음 ㅋㅋ]
[지금부터 숨 쉬기가 수동으로 전환됩니다.
지금부터 눈 깜빡임이 수동으로 전환됩니다.
지금부터 침 삼키기가 수동으로 전환됩니다.
지금부터 혀 위치가 수동으로 전환됩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야 이 게놈아!
-수동모드 효과 오졌고 ㅋㅋㅋ
-갑자기 불편해지누 ㅋㅋㅋ
-형? 지금 나랑 장난해?
-아 이건 쉴드 불가다
-않이;;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격렬한 채팅창의 반응에 지놈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손을 들었다.
“아, 미안해.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지? 원래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던 활동이 의식되는 순간 뇌는 그 감각을 깨닫거든. 이미 우리 뇌는 선택과 집중에 능숙하다는 증거지.”
이내 지놈은 웃음기를 지웠다. 이제부터는 퍼플의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자, 그런데 퍼플 님의 뇌는 모든 영역이 활성화됐다고 했지? 근데 이게 퍼플 님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의식적으로 컨트롤한다는 건 아니야. 그건 비효율의 극치니까. 다만! 퍼플 님이 의식만 하면 아주 세밀한 동작까지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지.”
-오오……
-5555……
-와 그래서 그렇게 개쩌는 동작이 가능한 건가?
-ㅁㅊㄷㅁㅊㅇ
-신인류 맞누 ㅋㅋㅋㅋ
-내 뇌도 업그레이드 해 줘잉!
-캬 ㅋㅋ 우리 형 해부학 솜씨 보소
-쩌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시청자들은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따로 있어.”
하지만 지놈의 분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이거보다 더 대단한 게 있다고?
-이미 충분히 개 쩌는 거 아님?
-모야모야 왜 재밌는데
-엌ㅋㅋ 기대되누
-아 ㅋㅋㅋ 이형 또 안 좋은 버릇 나오네
-방송 잘하는 거 아니까 어서 말해!
지놈이 뜸을 들이자 시청자들이 아우성쳤다. 그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글자를 띄웠다.
[공감각(synesthesia)]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 너머 눈을 껌뻑이는 시청자들의 모습이 상상될 정도로 반응이 극명했다.
-아! 나 이거 알아!
-아~ 공감각(모름)
-이거 그건데. 국어책에서 본 건데
-햇볕이 바삭바삭하다,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오 ㅋㅋㅋㅋ 맞네 공감각적 표현.
그 중에 몇몇 시청자들이 아는 체를 하자 지놈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오, 예시 좋고. 우리 애들 의외로 좀 똑똑하다? 그 말대로 공감각은 보통 문학적 표현에 자주 적용되는 개념이야.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불러오는 거지.”
-근데 갑자기 그게 왜 나옴?
-아니 설마?
-퍼플은 오감이 모두 활성화 됐잖슴
-와 ㅋㅋ 갓플 감각이 공감각이라고?
시청자들은 이내 지놈이 말할 주제를 유추해 냈다.
“그래, 퍼플 님은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공감각을 가지고 계신 걸 수도 있어. 하, 이게 나는 이런 감각이 없으니까 설명이 좀 어려운데. 지금부터는 어디까지나 추론이니까 어디 가서 이상한 소리 말고 잘 들어 봐.”
지놈은 다시금 퍼플의 두뇌를 화면에 띄웠다. 그것은 여전히 스스로 광채를 뿜고 있었다.
“자, 모든 감각이 활성화된 건 모든 감각이 연결됐다는 의미가 될 수 있어. 다시 말하자면 퍼플 님은 소리를 ‘보고’ 혹은 냄새를 ‘듣는’, 그런 범인의 범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감각을 가지고 있는 거지.”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내가 소리를 본다?
-슈퍼히어로라는 거임?
-그, 옛날에 장님인데 소리로 다 파악 하는 영화 있었는데.
-데블데어 말하는 거?
-ㅇㅇ그거 맏따.
-아 그런 느낌인 건가?
채팅창이 부산스러워졌다. 지놈은 조용히 자료화면을 띄웠다.
“얘들아, 갓직히 나도 이상한 소리라는 거 알아. 근데 이걸 보면 내 심정 이해할 거야. 자자, 다들 집중해.”
그가 준비한 자료는 퍼플의 기초 피지컬 테스트 영상이었다. 지놈은 어두운 숲속에서 함정을 피해 내달리는 그의 모습을 가리켰다.
“방송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퍼플 님은 단 한 번도 함정에 걸리지 않았어. 사실 그게 가능한가 싶긴 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이야.”
-한 번도 안 걸렸다고? 실화?
-본방 사수 못 한 게놈이 여깄누 ㅋㅋㅋ
-진짜 겁나 신기했지.
-ㄹㅇㅋㅋ ‘퍼펙트’는 달랐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시청자들은 다시금 그 장면을 회상하는지 감탄을 터트렸다. 그 사이 지놈은 다른 화면을 띄웠다.
영상 속 퍼플의 눈을 클로즈업 한 화면이었다.
“자, 얘들아 이거 같이 봐봐. 지금 퍼플 님이 달려가면서 눈을 돌리잖아? 근데 놀랍게도 이거 함정을 본 게 아니야.”
지놈의 말에 다시금 채팅창이 물음표로 도배가 됐다. 그는 빠르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내가 이해하기 쉽게 다 시선을 표시해 놨어. 보이지? 지금 퍼플 님이 보고 있는 건 전부 최단 경로뿐이야. 함정에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고. 이게 뭘 의미하는 것 같아?”
-않이;;; 지금 함정을 보지도 않고 피했다는 거?
-그게 가능함?
-일단 봐야 피할 수 있는 거 아님?
-에이 멀리서 본 거겠지.
지놈은 채팅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 그래 말 잘했어. 나도 처음에는 ‘아, 멀리서도 함정을 보신 건가?’ 싶었어. 사실 그것도 엄청 대단한 거잖아? 실제로 시선이 멀리 있는 함정이랑 닿은 적도 있어. 그런데 그건 진짜 불가능해.”
그가 손을 움직이자 바로 자료화면이 달라졌다. 이경복을 중심으로 생긴 원형.
“현실이라면 가능했겠지. 근데 이건 내가 만든 스테이지란 말이야. 조명을 아주 극히 좁게 만들었거든. 다시 말해, 이 정도 거리에 있는 함정은 완전 조명도가 0이야. 빛이 없다고. 근데 빛이 없으면 시각이 작동을 하나? 아니, 안 한다고. 못 보는 게 맞다니까?”
-와씨 ㅋㅋㅋ 소름 돋누
-진짜 안 보고 함정 위치를 알아냈다고?
-그럼 그 공감각이 작동했다는 거?
-와 ㅋㅋㅋ 이건 진짜 역대급이네
채팅창은 경탄으로 가득해졌다. 지놈은 기세를 몰아 바로 다음 자료 화면을 띄웠다.
“자, 다음은 근딜 테스트. 이거 기억하지? 퍼플 님이 완전 순삭해 버렸잖아. 무려 0.5mm의 약점을 가진 더미 15마리가 먼지가 됐다고.”
-이건 진짜 레전드임 ㅋㅋㅋㅋ
-그것도 건틀릿만으로 다 처리함
-와 ㅋㅋㅋ 이것도 극세 컨트롤로 한 거 아녀?
-ㄹㅇ 이건 예술이었다
-무술이 괜히 마샬 아츠가 아니었누 ㅋㅋ
지놈은 영상 재생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슬로우로 재생되는 화면.
“자, 내가 주목한 건 바로 이 장면. 퍼플 님이 더미 하나를 처리하려고 지금 훅 날렸지? 그때 양쪽에서 다른 더미들이 덤벼들었어. 그리고 뒤에서는 창이 날아들고 있었단 말이지.”
누가 봐도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러나 이경복이 이미 그 위기를 헤쳐 나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이거 직접 봤을 때는 너무 빨리 벌어진 일이라 몰랐거든? 근데 내가 차근차근 분석하면서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아니, 퍼플 님은 대체 뒤에서 창이 날아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거야 당연히 소리지.
-ㄹㅇㅋㅋ 이건 너무 쉬운 거 아님?
-아, 뭔가 다른 게 있을 것 같다.
-ㄹㅇㅋㅋ 형이 이렇게 말하는 거 보면 뭔가 이따.
-지놈! 나는 생각을 포기하겠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당연히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놈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근데 아니더라고. 자, 직접 들어봐.”
지놈이 소리를 키우자 재생속도에 맞춰 소리가 느리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건틀릿과 더미가 부딪치며 나오는 소음이 길게 울렸다. 이경복은 곧이어 양쪽에서 덤벼드는 더미까지 연달아 타격했다.
때문에 타격음은 한순간도 끊이지 않고 길게 울렸다.
“봤지? 그것도 지근거리에서 나온 소음이야.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는 묻히는 게 당연하다고. 이건 몰라야 되는 게 맞아. 근데 어떻게 됐어?”
영상은 곧바로 이어졌다. 양쪽 모두 제거한 이경복은 곧장 허리를 틀며 백스핀 블로우를 날렸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건틀릿과 창날이 부딪치며 궤도가 틀어졌다. 그리고 이경복은 아무렇지 않게 창을 든 더미의 약점마저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봤지? 그냥 알아차린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튕겨 내고 반격까지 했어. 이건 직접 눈으로 보고도 맞추기 힘든 동작 아니냐? 내 공감각 가설이 맞다면 이거, 창이 가른 공기의 흐름을 느낀 게 분명해.”
-않이;; 다른 장인들은 씹고 뜯으면 미숙한데 여긴 왜 더 쩔어?
-와 ㅋㅋㅋ 느리게 보니까 더 미쳤네
-아 ㅋㅋ 보면 모름? 뒤통수에 눈 달렸자너
-공기의 흐름을 느낀다고? 그게 참트루?
-어느 쪽이든 그는 신이야!
채팅창은 흥분과 혼돈의 도가니였다. 지놈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 다 양보하고 소리를 들었다 치자. 이정도로 정교한 거리감을 느꼈다? 이건 다른 의미로 미친 거지.”
지놈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와, 지금까지 나와 주신 장인 분들에게는 미안한데. 진짜 퍼플 님에 비하면 다들 갓반인이야.”
-ㄹㅇㅋㅋ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
-그저 ‘퍼펙트’하다.
-장인들 의문의 갓반인 행 ㅋㅋㅋ
-의문이 아니라 팩트네 ㅋㅋㅋ
-장오장이 아니라 사실 장인은 하나밖에 없었누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떠드는 사이 지놈은 빠르게 자료화면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화면을 띄웠다.
“근데 아직 하나 더 남았어. 이건 더 신기해.”
-ᅟᅦᆨ?
-엑?
-그만! 제발 그마내!
-오늘 무슨 오컬트 특집이야?
-여기서 또 놀란다고?
-여또놀 무엇 ㅋㅋㅋ
-혀엉? 이거 릭트쇼지? 맞지?
시청자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지놈은 바로 영상을 재생했다.
“원딜, 사격 테스트 장면이거든? 이건 사실 그 자체로 신급이라는 증명이긴 한데 내가 분석을 안 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이렇게 분석을 해 봤거든.”
자료이 2개로 분할되며 나누어졌다. 하나는 이경복이 쏜 탄환을 추적하는 카메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경복의 총구를 주시하는 카메라였다.
-또 슬로우 장면 나왔누 ㅋㅋㅋ
-또로우;;;
-갓플은 인간의 눈으로는 분석조차 불가능하다굿!
-ㄹㅇㅋㅋ 어제는 아무도 몰랐자너
-이렇게 보니까 매순간이 레전드였누
-캬 ㅋㅋㅋ 바로 정중앙 때려 버리기
-불스아이? 아니죠, 퍼플아이입니다.
총구에서 불이 뿜어지며 느릿하게 날아가는 총구. 이윽고 탄환이 표적에 닿은 순간이었다.
“여기!”
지놈이 발작적으로 소리치며 화면을 멈추었다. 채팅창은 그의 말에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자, 더 느리게 재생한다.”
지놈은 영상 재생속도를 조절했다. 무려 ‘0.000001’초에 가까운 극히 짧은 순간이 잡혔다.
-어?
-뭐야?
-헐ㅋㅋㅋㅋㅋㅋ
-지금 총구 돌아가기 시작한 거?
-이 정도로 속도로 반응을 한다고?
-???: 어렵지 않은데?
표적에 탄환이 닿자 총구가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놈이 보여 주고자 한 건 이게 아니었다.
“얘들아, 이건 그냥 맛보기야. 다음이 더 쩔어. 자, 이거 봐라.”
그의 말과 함께 화면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처럼 보였기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표했다.
“여기서 확대해 보면. 이거, 이거 보이지?”
이윽고 화면이 클로즈업되자 지놈이 미리 표시해 둔 작은 조각이 눈에 띄었다.
이윽고 느리게 재생되는 영상과 함께 조각이 증식하며 표적지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날아든 탄환이 표적을 꿰뚫었다.
-와씨 ㅋㅋㅋㅋㅋㅋ
-지금 저 작은 조각만 보고 위치를 파악했다는 거?
-아 ㅋㅋㅋ 릭트쇼네
-합성이네 ㅅㄱ
-혀엉? 이거 우리 놀리려는 거지? 맞지?
-이것이 신의 관점……?
채팅창은 경악으로 가득해졌다. 하지만 지놈이 준비한 건 아직 더 남아 있었다.
“아니, 본 게 아닌 것 같아. 이거 나도 처음 안 건데.”
지놈은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였다. 그러자 영상이 되감기며 표적 조각이 나타났을 때로 돌아왔다.
이윽고 옆에 나타난 오디오 표시.
“이거 표적이 만들어질 때 소리가 나더라. 지금처럼 따로 뽑아내지 않는 이상 이건 알아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작아.”
-???????
-저걸 들었다고?
-ㄴㄴ 총성 때문에 들릴 리가 없음.
-그럼 공감각 그거임? 소리를 봤다는 그거?
-와 ㅋㅋㅋ 이건 진짜 인간 아니네 ㅋㅋㅋ
-아 ㅋㅋ 알겠다 퍼플은 렙틸리언임.
-휴, 난 또 신인 줄.
-신이 아니라 외계인이었누 ㅋㅋ
-게놈들 정신줄 놔 버렸네 ㅋㅋㅋ
혼란에 빠진 채팅창에 지놈은 허허롭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료 화면들과 두뇌 이미지도 모두 사라지고 화면에는 지놈만이 남았다.
“자, 얘들아 집중. 너희들도 알다시피 내가 이런 적이 없는데, 이번 해부는 포기해야겠다.”
지놈의 포기선언.
장인해부학 컨텐츠 사상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애당초 해부를 포기하면 ‘해부학’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지 않나.
그럼에도 포기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퍼플 님 피지컬은…… 내 이해를 벗어났어. 아니, 다섯 가지 감각이 모두 융합된 걸 내가 어떻게 설명하겠냐? 이건 완전 새로운 거야. 6번째 감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ㄴㅇㄱ 식스센스급 반전!
-ㄹㅇ 식스센스누 ㅎㄷㄷ
-와… 진짜 신인류라고 한 게 이해가 되네.
-갓플님 다시 초대해서 설명해달라고 하면 안 됨?
지놈은 채팅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아마도 퍼플 님도 이거 설명 못 할걸? 너희들 육감이 뭔지 표현할 수 있어? 없잖아. 이건 표현할 말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어. 그래서 나도 최대한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찾아본 거야. 그중에 공감각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 거고.”
-오늘따라 우리 형 맞말만 하누
-ㄹㅇㅋㅋ 입지컬 노선으로 갔다니까.
-와… 대체 무슨 느낌일까.
-개부럽다 진짜.
-육감적인 남자 퍼플……!
-작겠지… 작을 거야……
-않이 미쳤냐고 ㅋㅋㅋㅋㅋㅋ
지놈은 손뼉을 치며 시청자들의 주의를 모았다.
“자자, 아무튼 이번 해부는 좀 명확하지 않아서 미안하긴 한데 하나는 확실하다.”
그는 화면을 직시하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 퍼플 님은 진짜 전설적인, 하늘이 내려 준 천재야.”
범인의 범주를 넘어선 인간.
이경복과 같은 사람이야말로 천재라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