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0화 (40/491)

40화 - 거너 그라운드 찍먹 (1)

게임을 시작하자 거너 그라운드의 로고가 크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윽고 전환된 장소는 이경복에게도 낯이 익은 곳이었다.

“아, 여기가 사격장이네요. 지놈 님이 진짜 비슷하게 만드셨네.”

장인해부학에서 보았던 사격장과 유사한 장소, 거너 그라운드의 튜토리얼이었다.

-갓직히 현대 배경 FPS는 거너 그라운드만한게 읍따

-ㄹㅇㅋㅋ 다른 겜 찍먹해도 바로 돌아옴

-귀큰놈들이 레인보우 세븐만 잘 만들었어도 ㅠ

-아 ㅋㅋ 아직도 귀큰놈을 믿음?

-워필드도 나름 할만함!

-응 아니야~ 언 에듀케이티드는 그거 못 해~

-스킵하고 얼른 겜 ㄱㄱ

이경복은 채팅창의 말대로 스킵 버튼을 누르려다가 이내 돌격소총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 그런데 제가 권총이랑 샷건은 써 봤는데 라이플은 게임에서 안 쏴 봤거든요. 한번 맛만 보고 가겠습니다.”

그는 돌격소총을 잡고 빠르게 장전을 마치고 표적을 조준했다.

‘……음?’

잠시 눈을 찌푸린 그는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연달아 들린 총성과 함께 표적 정중앙에 총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서로 다른 거리에 있는 표적이었음에도 마치 복사해서 붙여 넣은 것처럼 한결 같았다.

-엌ㅋㅋㅋㅋ

-또또 [퍼][플]아이 나왔다 그죠?

-ㄹㅇ 처음 쏜 거 맞음?

-정확도 100%(처음)

-방송이력 보면 진짜 처음임 ㅋㅋ

-와…… 진짜 무쳤누

-그저 [장오장], 그저[퍼][펙][트]

역시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놀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커뮤니티 글을 보고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도 많았던 덕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경복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기울였다.

“음…… 잠시만요. 이거 약간 바크랑 느낌이 다른 것 같은데…….”

이내 그는 권총을 들고 다시 시험사격을 해 보았다. 역시나 결과는 백발백중.

-뭐가 다르다는 거?

-원래 바크에서는 잘 못 쐈음?

-ㄴㄴ 그때는 더 쩔게 맞춤

-ㄹㅇㅋㅋ 권총만으로 보스 갑빠 벗긴 건 레전드자너

-[장오장]말씀이니까 뭔가 이따.

-다 맞추지만 아무튼 다름!

-아 혹시 탄도학 적용 때문에 그런가?

시청자들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 채팅이 이경복의 눈을 사로잡았다.

“탄도학이요?”

그 물음에 채팅창의 분위기도 일변했다.

-아 맞네.

-정보) 거너 그라운드에 적용된 탄도학은 완전 현실적이다.

-ㄹㅇㅋㅋ 멀리서 쏘면 좀 위에 조준하고 쏴야 됨

-탄환도 포물선으로 떨어지자너

-아 ㅋㅋ 입거너들 왜케 많누

-바람세기도 잘 봐야됨 ㅋㅋ 그래서 난 쏘기 전에 손가락에 침묻혀 봄.

-뇌절 그마내!

-않이;; 그걸 지금 쏴보자 마자 알아차렸다고?

이경복은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그 미묘한 위화감의 정체가 뭔지 거슬렸는데 자신의 감각에 이상이 없다는 걸 알게 되니 안심이 됐다.

바로 그때.

-아 ㅋㅋ 이건 너무 좀 그렇다.

-이 거리에서 탄도학을 어케 실감하누 ㅋㅋㅋ

-미리 조사고 모른 척하는 거 아님?

-이런 걸 연출하네 ㅋㅋㅋㅋ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분탕들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들은 지금 이 상황이 연출이라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연출이요? 저는 그냥 느낌이 달라져서 말씀드린 건데.”

-ㄹㅇㅋㅋ 탄도학은 트수가 말한 건데 뭔

-분탕쉑들 꼭 티를 내요 또 ㅋㅋ

-능지처참 수듄 ㅋㅋㅋ

-패턴 뻔하네 ㅋㅋㅋ 트수들 중에 바람잡이 있다고 말하겠지

이경복의 대답과 함께 채팅창에서 반박이 튀어나왔다. 그럼에도 모처럼의 기회이기 때문일까.

분탕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뭔 ㅋㅋ 아니라는 증거 있나?

-여긴 뭐 말도 못 하게 하누

-그냥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님?

-않이;; 연출도 적당히 해야지

이경복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자신과 함께 즐기러 온 사람들이 아닌 시기와 질투에 눈이 먼 인간들. 자신보다 뛰어난 이들을 끌어내려 자존감을 충당하려는 못난이들.

‘빨리 치우는 편이 낫겠지.’

박주호가 처리하길 기다릴지 아니면 자신이 직접 언급할지 고민하는 찰나였다.

-아 ㅋㅋ 이 아만보들 뭐고

-바크에도 탄도학 적용되는 거 모름?

-정보) 웬만한 FPS겜에는 다 탄도학이 적용된다.

-ㄹㅇㅋㅋ 있고 없고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만 있는 건데.

-오히려 그게 대단한 거 아님? -육감이라는 게 진짜 있나 ㅎㄷㄷ

-갓반인들은 그런 거 모른다굿!

-분탕쉑들은 뭐 근거도 없으면서 ㅈㄹ하누.

방송에서 분탕이 날뛰는 걸 싫어하는 건 스트리머뿐만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에 분탕들은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매니저가 해당 시청자를 퇴장시켰습니다.>

-아 ㅋㅋㅋ 칼춤 추시게 만드네

-<매니저가 해당 시청자를 퇴장시켰습니다.>

-[블랙기업]이어도 일은 잘한다굿!

이내 박주호가 즉각 처리하자 사태는 바로 진압되었다.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잠깐 소란이 있었는데 그럼 바로 게임 가 보겠습니다.”

-자~ 잠시 소란이 있었어요~

-분탕들은 얼른 죽어버리렴!

-분탕 청소하고 깔끔해진 나

-내수용 드립 왜 쏟아지냐고 ㅋㅋㅋ

이경복은 다시 흥겨워진 채팅창을 보며 매칭을 시작했다. 사용자 수가 많은 인기게임답게 바로 매칭이 되며 주변 시야가 전환됐다.

“오.”

이경복은 어느새 군용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세찬 바람과 시끄러운 엔진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 주위를 둘러보니 그와 같은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학교 가즈아!”

“드루와! 드루와!”

그중에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도발하며 바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학교?”

이경복이 의뭉스레 묻는 사이 플레이어들이 하나씩 일어서서 밖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엌ㅋㅋㅋㅋ 갓플도 가쉴?

-그래도 늅늅인데 학교를 간다고?

-안전하게 다운타운이 낫지

-ㄴㄴ 뉴비면 업타운이 정석임.

-아 ㅋㅋㅋ [퍼][펙][트]면 군기로 가야지.

-ㄹㅇㅋㅋ [장오장]이면 군기가 딱이다.

채팅창은 이경복의 낙하지점 추천으로 혼란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군기’라는 장소를 추천했다.

“군기? 군기가 뭐죠?”

-왘ㅋㅋ 야한 냄새 오졌고.

-쓰읍… 뉴비냄새 너무조아…… 늘 짜릿해……

-갓플이라도 뉴비는 뉴비구나.

-군사기지 줄임말임 ㅋㅋㅋ

-꿀파밍 스팟임다!

-파밍하러 가즈아!

채팅창을 확인한 이경복은 신속하 인게임 내 스마트 링크를 작동시켰다. 홀로그램으로 표기된 지도가 눈앞에 나타났다.

“군사기지…… 아, 여기네요. 어이구, 지금 가야겠네.”

마침 비행기가 군사기지 쪽에 접근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말대로 파밍이 용이한 지역이기 때문인지 많은 플레이어들이 낙하를 시작하고 있었다.

-어이구 ㅋㅋㅋㅋㅋ

-급 아재 말투 뭔데 ㅋㅋㅋㅋ

-커엽누 ㅋㅋㅋ

-근데 잘못하면 파밍도 전에 죽는 거 아님?

-아무리 갓플이라도 총 없으면 순삭일텐데 ㅎㄷㄷ

-아 ㅋㅋ 믿음이 부족한 사람들 많네

-[퍼멘][퍼렐루야](기도콘)

이경복은 채팅을 힐끗 확인하고 미소와 함께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낙하와 함께 거센 바람 소리가 귓가를 가득 메웠다.

“우아아아아아아악!”

“와씨이이이!”

족히 두 자릿수는 넘어 보이는 플레이어들 중 몇몇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에 채팅창은 ‘ㅋㅋㅋ’로 물들기 시작했다.

-백퍼 거린이네 ㅋㅋㅋㅋ

-근데 진짜 첨에 뛸 때는 죽는 줄 알았음 ㅋㅋㅋ

-뉴비 거름망으로 유명하지

-갓플은 평온해 보이누 ㅋㅋㅋ

-어이구, 벌써 낙하산들 펴네.

가상현실인 만큼 그 공포는 차원이 달랐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도저히 못 하는 게임 중에 하나가 거너 그라운드였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결국 미리 낙하산을 펴고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야 더 빨리 갈 수 있구나.’

반면 이경복은 몸을 가누어 수직으로 낙하를 시도했다. 그보다 앞서 나가는 플레이어들의 자세를 보고 따라한 것이다.

-헐?

-첫판부터 수직 낙하를 시도한다고?

-ㅎㄷㄷ 간도 크누

-정보) 실제로 갓플은 자신의 간이 크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왜진?

-자세부터 [퍼][펙][트] 해 버렸다.

지면이 미친 듯한 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작게만 보였던 군사기지의 구조물들이 돋보기를 댄 것처럼 커졌다.

이에 이경복보다 앞서 나갔던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낙하산을 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러지 않았다.

-????

-뭐함?

-뭐야? 왜 낙하산 안 펴?

-왜 알림 안 나옴???

본래 일정 고도가 되면 시스템상 경고 알림 메시지가 출력된다. 대다수의 플레이어들 역시 그 메시지를 신호로 낙하산을 폈다. 하지만 이경복에게는 그런 알림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 HUD가 없네!

-뭐임? 어케 된 거?

-정보) 퍼플은 몰입감을 ‘최고’로 설정하고 게임을 한다.

-미스틱 때문에 깜빡했네 ㅋㅋㅋ

-와씨 이걸 감으로 해낸다고?

-첫판 추락사 각?

기존 시청자들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이전 미스틱 리그 플레이 때는 오더와 맵리딩을 위해 HUD를 켜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시청자들은 불안에 휩싸여 있었지만 정작 이경복은 집중상태라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하강할수록 강렬해진 육감은 그를 한계까지 몰아세우고 있었다. 이내 그 한계에 도달한 순간.

펄럭하는 소리와 함께 낙하산이 펼쳐지며 그의 몸이 거세게 흔들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반발력에 끌려갔겠지만.

‘됐다!’

이경복은 빠르게 방향을 조절해 힘을 흘려 내고 완벽하게 착지했다.

-왘ㅋㅋㅋㅋㅋ

-저게 된다고?

-착지도 [퍼][펙][트]한 건데 무슨 문제라도?

-아 ㅋㅋㅋ 이게 퍼펙트지 ㅋㅋ

-아놔 ㅋㅋ 구독해야 되나

“와, 벌써 재밌네요.”

이경복은 짧은 감상과 함께 낙하산 가방을 벗어 던지고 시선을 돌렸다.

‘……이건?’

벼려진 육감은 쉬이 수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땅에 발을 딛자 감각이 더욱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혹시 아이템인가?’

마치 달콤한 향기를 맡는 기분이었다. 사방에서 솔솔 느껴지는 달짝지근한 느낌, 그중에서도 이경복은 가장 강한 쪽으로 움직였다.

-얼른 파밍!파밍!

-후발대 온다!

-아 ㅋㅋㅋ 군기는 이 맛이지.

-않이;;; 몇 명이나 온 거임?

-늅늅이들 포함하면 20명은 넘은 듯?

-오ㅋㅋㅋ 군수창고 좋지

-약간 멀지 않나?

이경복이 향하는 곳은 버려진 군수창고였다. 군사기지 내에서도 파밍이 잘 되기로 유명한 건물이었고 은폐와 엄폐할 구조물도 많아 다른 플레이어들 상대도 용이한 장소였다.

‘누군가 있다.’

이경복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달콤한 과자 사이에 비릿한 핏덩이가 끼어 있는 것 같은 불쾌함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세 명인가? 근데 왜 서로 싸우지 않고?’

충분히 서로 조우했을 만한 상황이었는데 교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자리 잡은 위치와 아이템의 위치를 파악한 순간 금방 상황이 파악됐다.

‘템은 미끼고, 일시적으로 팀을 꾸린 건가?’

그들은 이경복이 얻으려는 아이템 주변에 엄폐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파밍을 시도하면 끝이었을 터였다.

‘그렇다면……!’

3 대 1의 상황에 아직 장비도 없는 맨몸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도망치는 게 상책이겠지만 그는 달랐다.

“잡았다!”

커다란 박스 뒤에서 숨어 있던 한 플레이어가 기습적으로 권총을 겨누었다.

-뭐고!?

-낚시임?!

-군기에서 낚시메타가 나오누 ㅎㄷㄷ

시청자들은 즉각 죽음을 예지했다. 권총의 격발과 함께 이경복이 슬라이딩한 것도 그때였다.

“뭐…… 꺽!”

갑자기 사선에서 상대가 사라지자 당황한 사이, 이경복은 몸을 튕겨 내며 그의 턱을 걷어찼다.

-이 몸놀림 무엇?

-와 ㅋㅋㅋ 탄력 보소

-야미 : 내가 나설 때인가!

-않이;;; 미스틱 아니라굿!

-호카게 체술 뭔데!

“뭐, 뭐야 씹!”

이내 다른 곳에 숨어 있던 플레이어가 그에게 서브머신건을 겨누었다.

-하나 더 있다고?!

-이것들 솔로 게임에서 티밍했네

-어뷰징쉑들 빡치누.

-아 겁나 멋졌는데 죽네

-우지네 ㅅㅂ

-이건 신고각아님?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냥 권총도 아니고 서브머신건이 아닌가.

하지만 이경복은 쉽게 죽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비틀거리는 남자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겼다. 우레와 같은 총성과 함께 군수창고가 번쩍였다.

하지만 이경복은 멀쩡했다.

[한우가먹고싶다 >>Micro UZI>> 온니원그라운드]

총탄은 그의 몸에 닿지 않았다.

-와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플레이도 되는 거야?

-않이 ㅋㅋㅋㅋㅋㅋ

-프렌드 쉴드 발동!

-적이니까 에너미 쉴드임 ㅋㅋ

적을 1회용 방탄복으로 사용한 것. 이경복은 곧바로 죽은 플레이어의 손에서 권총을 잡아 낚아챘다.

“잠……!”

확장된 남자의 동공, 그 가운데로 한 발의 탄환이 날아들었다.

[퍼펙트플레이 >>P1911>> 한우가먹고싶다 (HEAD SHOT!)]

팍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쓰러졌다.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부터 레전드 ㅋㅋㅋㅋ

-어뷰징쉑 참교육 확실하누

-아 ㅋㅋ 낚시는 했는데 상대가 고래였쥬?

시청자들은 환호했지만 이경복은 안심하지 않았다.

‘아직 하나 더.’

적은 셋이었고 죽은 건 둘뿐이다. 이윽고 그의 예상대로 남은 플레이어 하나가 더 튀어나왔다.

그러나 상대는 이경복을 노리지 않고 다급히 바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경복은 그 뒤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틱틱 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어? 탄환이 없네.

-HUD 없으니까 모르겠자너!

-까비……!

-와 ㅋㅋ 그럼 아까 거 빗나갔으면 퍼플이 죽었겠네?

-빗나가? 그런 건 [퍼][펙][트]하지 않아.

시청자들이 한숨 돌린 사이였다. 도망치려던 상대가 멈칫하더니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어, 점마 뭐하누

-독기! 독기다!

-탄창! 빨리 탄창!

-일단 빼!

그는 다른 둘에게 밀려 총은 얻지 못했지만 근접무기인 ‘손도끼’를 들고 있었다. 이경복이 탄환이 떨어진 걸 알고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죽엇!”

이경복은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상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애당초 이경복은 권총의 탄환이 떨어진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냥 도망쳤으면 조금 더 살았을 텐데.”

그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손도기까 부웅하는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갈랐다.

말 그대로 갈라진 건 공기뿐이었다. 이경복은 풋워크와 위빙으로 그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깔끔하게 이어지는 훅이 상대의 턱을 강타했다.

“꺽!”

외마디 비명과 함께 상대는 풀썩 주저앉았다.

[당신의 ‘주먹’을 사용한 헤드샷으로 ‘자기장이너무셈’이 기절했습니다]

이윽고 나타난 메시지에 채팅창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뭐임? 이게 뭐임?

-않이;;; 버그임?

-미쳤ㅋㅋㅋㅋ곸ㅋㅋㅋㅋㅋ

-주먹으로 헤드샷이 원래 나옴?

-뚝 있을 때만 나오는 거 아님?

-엌ㅋㅋㅋ 이거 대체 뭐고 ㅋㅋㅋㅋ

-[퍼][펙][트]펀치! [퍼][펙][트]펀치!

-갓플의 매콤 주먹 맛 봐버렸누 ㅋㅋㅋ

기절은 흔히 헬멧, 게임 은어로 ‘뚝’ 혹은 ‘뚝배기’를 쓴 상황에서 총기로 헤드샷을 맞았을 때를 의미했다.

“아, 그래요? 원래 주먹은 헤드샷이 없어요?”

이경복은 태연하게 물으며 빈 권총을 거꾸로 쥐었다. 그는 그대로 기절한 상대를 강타해 처리했다.

[퍼펙트플레이 >>P1911>> 자기장이너무셈 (HEAD SHOT!)]

이윽고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에 채팅창은 웃음과 물음표로 뒤섞였다.

-않이 ㅋㅋㅋㅋ 이거 판정이 어케 된 거누?

-총알로 처리 안 해도 되는 거야?

-들고 있는 무기 기준인가 보네 ㅋㅋㅋㅋ

-이렇게 헤드샷 뜨는 거 보면 주먹도 되는 게 맞는 듯?

-엌ㅋㅋㅋㅋㅋ 버그가 아니라고?

당연하게도 명확하게 답을 내려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경복은 곧바로 목표했던 아이템이 들어 있는 녹색 상자를 찾아냈다.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상자 안에는.

“오, 맞춤 세트네요.”

돌격소총 1정과 도트 사이트, 수직 손잡이와 퀵 드로우 탄창이 들어 있었다.

-WA! 엠포!

-풀파츠 파밍 실화?

-미쳤누 ㅋㅋㅋㅋㅋ

-않이;; 보통 부속물은 하나나 둘인데 ㅋㅋㅋㅋ

-운마저 [퍼][펙][트] 해버렸다

-아 ㅋㅋ [완][벽] 그 자체!

-총 없이도 쩔었는데 이거 있으면 다 씹어먹겠누 ㅋㅋㅋㅋ

육감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단순히 천운이라고 생각했다. 이경복은 채팅창의 반응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총기와 부속물을 조립했다.

이내 그는 더욱 짙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슬슬 다른 곳도 파밍이랑 정리가 끝났겠네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길한 감각,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까지.

본격적인 군사기지 교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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