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 거너 그라운드 찍먹 (2)
플레이어 ‘콩알탄사나이’는 골드 랭크의 실력자였다. 그는 언제나 랭크 게임에 임하기 전에 몸풀기로 일반게임을 시작했다.
“꺽!”
“이런 실력으로 군기에 오면 되겠어?”
그는 웃으며 기절한 플레이어를 향해 이죽였다. ‘기절’이라고는 해도 조작이 불가능해질 뿐, 진짜로 정신을 잃는 건 아니었기에 상대는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쯧, 파밍이라도 좀 제대로 해 올 것이지.”
그는 권총으로 기절한 상대를 마무리하고 저격소총으로 바꿔들었다.
“자, 어디 보자…….”
그가 있는 곳은 군사기지 내 3층 건물. 건물 내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을 모두 정리하고 저격 포인트를 잡았다.
‘이번 판은 잘 풀린단 말이지.’
초반부터 저격소총에 8배율 스코프까지 얻었다. 그야말로 스나이퍼 플레이를 하라고 떠밀어 준 격이었고, 그는 그것이 특기였다.
그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다른 건물들을 살폈다.
‘이쯤 되면 건물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을 거고.’
군사기지 초반 교전이 모두 끝났을 시점이었다. 다시 말해 쭉정이는 모두 걸러 내고 알맹이만 남은 상황.
“하나 걸렸고.”
그때 맞은편 건물 2층에 한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는 아직 자신의 위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곧바로 호흡을 멈추고 조준점을 맞추었다.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뭣?!’
탕하는 격발음과 함께 스코프 안에 있던 플레이어가 뒤로 고꾸라졌다.
[퍼펙트플레이 >>M4A1>> GG원탑 (HEAD SHOT!)]
동시에 나타난 킬 메시지.
‘엠포라고?’
저격소총이 아니라 돌격소총이다. 그렇다면 같은 건물 내에 있는 걸까.
그는 황급히 스코프 배율을 조절해 창가를 살폈다. 그때 다른 건물에서 창가를 내다본 플레이어가 시야에 사로잡혔다.
‘일단 이놈부터 잡…….’
그가 잽싸게 조준점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또 다른 플레이어의 죽음과 총성을 들었다.
[퍼펙트플레이 >>M4A1>> 만나면난사 (HEAD SHOT!)]
다시 나타난 킬 메시지.
그걸 보자마자 그는 본능적으로 엎드렸다.
‘씨발…… 이거 뭔데?’
첫 희생양과 같은 건물에 있던 게 아니었던 걸까.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쏘는 거란 말인가.
그의 눈동자가 방위를 나타내는 HUD로 향했다. 마지막 총성의 방향이 붉게 표시되어 있었다.
‘아니, 이쪽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방위에 표기된 방향에 위치한 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엄폐물이 적은 운동장뿐이었다.
거너 그라운드 뉴비라고 해도 은폐와 엄폐가 중요하다는 건 상식, 당연히 운동장은 기피하는 장소였다.
‘버그?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시스템이 잘못 됐을 리는 없다.
그는 짧게 심호흡하고 저격소총을 잡고 창가에 붙었다. 이어 운동장 쪽으로 스코프를 돌린 순간이었다.
“뭐…….”
확대된 스코프 안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이어 다시금 울리는 한 발의 총성. 쩍하는 소리와 함께 스코프가 깨지는 걸 마지막으로 시야가 암전됐다.
[그럴 수 있소. 뭐, 운이 없는 날도 있는 거 아니겠소.]
[퍼펙트플레이 >>M4A1>> 콩알탄사나이(HEAD SHOT!)]
그 위로 나타난 사망 메시지.
“아니! 대체 뭐냐고!”
플레이어 ‘콩알탄사나이’는 그저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 * *
이경복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왘ㅋㅋㅋㅋ 미쳤누
-엠포로 저격 뭔데!
-4배율도 아니고 ㅅㅂ 도트사이트로 잡누
-게다가 또샷또킬 ㅎㄷㄷ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 ㅋㅋㅋㅋ
-봤다고? 뭐가 보이기나 했음?
-ㄹㅇㅋㅋ 갓플이 너무 빨리 쏴서 몰랐자너.
-이 세상에는 결과만이 남는다!
-그”그”그”그”그”
-ㄴㄷㅆ 드립 그마내!
시청자들은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들이 알던 상식과는 결이 달랐다.
“제가 괜찮다고 말했잖아요.”
이경복은 그런 채팅 반응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운동장 가면 원래 자살이 맞는데 ㅋㅋㅋ
-아 ㅋㅋㅋ 그건 갓반인들 얘기라구욧!
-ㄹㅇㅋㅋ 겁나 말리던 사람들 다 버로우 탔누
-갓플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야!
-상식을 믿지마! 갓플을 믿어!
-[퍼멘][퍼렐루야](기도콘)
이경복이 구태여 위험을 감수한 이유는 하나.
“언제 건물 하나씩 뒤져 가면서 잡습니까.”
탁 트인 장소로 향하면 적들이 알아서 머리를 들이밀 테니 처리가 쉽다는 논리.
-몰랐으니까…… 그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아 ㅋㅋㅋ 앞으로는 아닥하고 본다
-입거너들 싹 다물어버리게 만드는 실력 무엇?
-이게 바로 천재…?
-직접 보여주니 할 말이 없누 ㅋㅋㅋㅋ
-Please, Don’t try this at home.
-엌ㅋㅋㅋ 이건 진짜 경고문구 박고 방송해야 된다.
-않이;;; 근데 이거 진짜 어케 하는 거임?
시청자들이 흥겹게 채팅을 치는 사이 이경복은 얼굴을 굳혔다. 그의 육감이 아직 남은 적이 있음을 경고했다.
‘도망치는 건가?’
그러나 그 꺼림칙한 느낌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이경복은 곧바로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차량의 배기음이 들려온 건 그와 동시였다.
-어!
-도망친다!
-올 ㅋ 현명하누 ㅋㅋㅋㅋ
-ㄹㅇㅋㅋ 만나면 죽는데 튀어야지.
-생존을 위해서라면 이게 맏따.
-군사기지 올킬따나 했는데 까비
시청자들은 그 플레이어가 무사히 떠날 거라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량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고 거리도 상당했다.
아무리 퍼플이라도 그를 죽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잡을 수 있어.’
하지만 이경복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남자였다.
순식간에 집중 상태에 돌입한 그의 감각은 움직이는 차량에 몰입했다.
어깨부터 팔, 그리고 허리와 지지하는 다리의 근육세포 하나하나가 그의 의지를 따랐다. 마치 바위처럼 단단해진 그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흐트러짐 없는 조준을 가능케 했다.
‘노리고 쏘면 늦는다.’
이어 뻗어 나가는 육감은 정보를 수집해 전달해 왔다. 바람의 세기와 더불어 차량의 가속과 방향, 그리고 탄환이 나아가서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까지.
그 모든 게 결합되어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됐다. 마치 잔상처럼 움직이는 차량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었다.
이경복은 그것이 탄환이 도착했을 때의 차량의 위치라는 걸 직감했다.
‘여기다!’
나머지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조준, 그리고 격발만이 남았다.
이 과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걸 쏜다고?
-근데 어딜 조준하는 거임?
-허공을 왜 노리는 거?
-헐 ㅋㅋㅋㅋ 이게 된다고?
-퍼플이면 맞을 것 같은데 ㅋㅋㅋ
채팅창은 이경복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일부 시청자들만이 그가 무엇을 노리는지 알아차렸다.
이윽고 탕하는 격발음과 함께 쏘아진 탄환은 순식간에 공기를 갈랐다.
[당신의 ‘M4A1’을 사용한 헤드샷으로 ‘위기탈출남바완’이 기절했습니다!]
이윽고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
아무래도 상대는 헬멧을 쓰고 있었던 모양.
-?????
-뭐? 뭐고?
-이걸 맞췄다고?
-와 ㅋㅋㅋㅋ 리드샷 미쳤고 ㅋㅋㅋ
-단발 리드샷 실화?
-이건 진짜 레전드다 ㅅㅂ
-[장오장]에게는 기본입니다만?
-리드샷은 원래 연발로 하는 거아님?
-이게 나랑 같은 사람……?
리드샷(Lead Shot).
움직이는 적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쏘는 기술을 뜻했다.
적의 이동속도와 방향, 그리고 거리와 탄환의 도착 시기를 모두 예측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고난이도 기술이었다.
때문에 웬만큼 잘한다는 플레이어들도 리드샷을 쏠 때는 연발로 쏴서 적중확률을 높였다.
-이게 뭔 ㅋㅋ 특수부대 출신임?
-ㄹㅇㅋㅋ 북돼지 모가지 따려고 훈련한 분 아님?
-???: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도트 사이트로 단발 리드샷 ㅋㅋㅋ 미쳤곸ㅋㅋㅋ
-와…… 진짜 닉값 오지네
-퍼린이들 이제야 좀 눈이 뜨였누 ㅋㅋㅋ
-아 ㅋㅋ 레베루가 다르다 이말이야
-혀엉? 대체 어떻게 한 거야!
-퍼플을 알려 준 지놈, 감사하다.
시청자들이 흥분하는 사이 이경복은 가볍게 숨을 골랐다. 주변에 적이 없기 때문일까.
벼려졌던 육감은 마치 제 자리를 찾는 것처럼 신속히 갈무리되었다.
그는 힐끗 채팅창을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했냐고요? 그냥…… 보이면 쏘면 되는 건데.”
그는 간단히 대답했다.
이경복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어떻게든 설명한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이해할 리가 없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ㅋㅋ 이미 다 알려 줬는데 또 물어보누.
-인간의 눈으로 보지 말고 신의 눈으로 보라 이 말이야.
-정답은 환생이다.
-아 ㅋㅋ 리세마라가 답이었네.
-쓰알이랑 노멀캐가 같겠냐구 ㅋㅋㅋ
-이게 그 오픈북 테스트인가 그거냐
-ㄹㅇㅋㅋ 알아도 못 하자너
-가스가스가스! 기만 포화도 상승 중!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피식 웃고는 멈춘 차량으로 향했다.
운전석 문을 열자 기절한 플레이어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어유, 이 아저씨 술 많이 자셨네.”
-엌ㅋㅋㅋㅋㅋㅋ
-농락 무엇?
-또또 인성 나오쥬?
-[블랙기업]의 사장답다 ㅋㅋ
-퍼플/논란
-플랜트 위키에 박제 좀 해야겠누 ㅋㅋㅋ
그 모습이 인사불성인 취객 같아 농담을 던지자 시청자들이 덥석 물었다.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권총을 역수로 쥐었다.
“자, 그럼 안전하게 집으로 보내 줍시다.”
-안전귀가(깡콘)
-하다못해 총알이라도 써줘!
-아 ㅋㅋㅋ 총알 하나도 아까운 상대였누
-갓플씨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네.
-트수들 왜곡 보소 ㅋㅋㅋ
시청자의 깨방정을 보며 이경복은 기절한 적을 마무리했다. 이어 차에 타려는 순간, 쓰러진 플레이어의 허리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연막탄인가? 오, 수류탄도 있으셨네요.”
-않이;; 집에 보내준다면서욧!
-아리랑치기 무엇?
-ㅅㅂ 아리랑치기가 왜 나와 ㅋㅋㅋㅋ
-트수들 미쳤냐곸ㅋㅋㅋㅋㅋ
이때다 싶어 달려드는 시청자들에 이경복은 어깨를 으쓱였다.
“안전귀가 서비스가 무료라고 한 적 없는데요?”
그 말에 채팅창이 ‘ㅋㅋㅋ’로 도배되었다. 그는 가볍게 폭발물을 챙기고 차량에 올랐다.
“풀파츠도 얻었고 탄환도 넉넉하네요. 파밍은 이쯤 마무리하고 킬 따러 가겠습니다.”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엑셀을 밟았다.
-와 ㅋㅋㅋ 갓플의 킬 선언
-왜 이리 무섭누 ㅎㄷㄷ
-살인미소(진짜 죽임)
-여포 메타 가즈아!
-그냥 여포 아니죠, [퍼][펙][트]여포입니다.
-얼른 돔황챠! 얼른 돔황챠!
차량은 곧바로 군사기지의 출구인 다리로 향했다. 버려진 폐차와 트럭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기에 속도를 많이 낼 수는 없었다.
‘음?’
다리를 중간쯤 건널 때였다.
미약하게나마 거슬리는 느낌이 뇌리를 자극했다. 그는 빠르게 눈으로 그쪽 방향을 훑었다.
누군가 숨어 있는 게 분명했다.
“군사기지에 사람 많이 몰리면, 여기서 매복하는 플레이어들도 있겠네요.”
이경복이 운을 떼자 시청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ㅇㅇ 맞음
-훈수충 될까 바 입꾹닫하고 있었는디 ㅋㅋㅋ
-요즘도 검문소 메타가 있나?
-일반 겜에는 아직 많음 ㅋㅋㅋ
“아, 그걸 검문소 메타라고 해요?”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며 속도를 줄이더니 완전히 정차했다.
“톨게이트 비용은 내기 싫으니까 준비 좀 해야겠네요.”
이윽고 그가 한 행동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무수히 떠올랐다.
-않이 ㅋㅋㅋㅋㅋ
-이게 대체 무엇?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이거시 [퍼][펙][트] 메타?
-엌ㅋㅋㅋㅋ 골때리누 ㅋㅋㅋㅋ
-방송천재냐구!
-큐하! 큐하! 큐하!
그러나 이내 결과물을 보자 시청자들은 모두가 즐거워했다.
* * *
다리의 끝, 버려진 트럭 뒤에는 한 플레이어가 대기하고 있었다.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됐는데.’
‘검문소’ 플레이는 나름 효율이 좋았다. 파밍 장소로 유명한 군사기지에서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을 노리는 만큼, 성공하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쏠쏠했다.
군사기지에서의 교전 위험은 감수하지 않고 이득만 취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군사기지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플레이어라면 나름 실력이 출중한바, 위험이 적은 건 아니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
그래도 유리한 쪽은 기습하는 플레이어였다. 다리를 건너오는 쪽은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하니 반응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경우는 상대가 차량을 타지 않고 오는 경우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본전이었다.
‘음? 온다……!’
그리 때를 기다리던 와중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그는 곧바로 돌격소총을 잡았다.
더더욱 가까워지는 차량의 소리. 그는 심호흡을 하고 상대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뭐, 뭐야!?”
그러나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웬 차량 한 대가 새하얀 연기를 피워 내며 오고 있는 게 아닌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지만.
‘연막탄? 연막탄을 터트린 거야?’
이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차량의 속도로 보아 직접 운전하는 게 아니라 관성을 이용한 게 분명했다. 연막탄으로 자신이 어디에 타고 있는지 숨기려는 속셈.
“이거 웃기는 놈이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방아쇠을 당겼다. 연달아 들린 총성과 함께 운전석과 조수석에 탄환이 날아들었다.
이내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탄창이 모두 비워졌다.
‘뭐지?’
그는 다급히 엄폐하며 탄창을 교체했다. 기절이나 사망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은 걸로 보아 아직 적은 건재했다.
‘내 쪽에서 서두를 거 없어.’
그는 신중히 소리에 집중하며 연막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연막이 모두 흩어지고 차량 내부가 드러났다.
“이게 뭔…….”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에도 사람이 없었다. 그는 곧바로 총구를 차량 뒤쪽으로 겨누었다.
‘차량은 미끼였나?’
조금 전의 사격으로 위치가 노출됐을 터였다. 탄창을 소모시키려는 의도였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진짜는 아직 다리를 건너고 있을 터, 그는 다급히 멈춘 차량 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운전석 쪽에 이상한 게 보였다.
‘……엠포?’
부속물까지 다 갖춘 돌격소총이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이게 왜 여기에 있나 싶은 바로 그 순간.
“언제 오시나 했네요.”
벌컥하는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열리며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기겁하며 몸을 돌린 순간.
단발의 총성과 함께 그는 뒤로 고꾸라졌다.
[퍼펙트플레이 >>P1911>> 파밍존망겜(HEAD SHOT!)]
이경복은 가볍게 트렁크에서 뛰어내려 손을 풀었다.
-엌ㅋㅋㅋ 낚여 버렸누
-않이 ㅋㅋㅋ 누가 트렁크에 숨었을 거라 생각하겠냐굿!
-무쳤다 무쳤어 ㅋㅋㅋ
-풀파츠 라이플을 이렇게 쓰는 건 당신밖에 없어!
-어떻게 연막탄을 차에 터트릴 생각을 하지?
-이게 거너 그라운드? 내가 하던 건 대체……?
-상대는 준내 억울할 듯 ㅋㅋㅋ
-트수들은 이런 거 따라하면 안 돼요. 알았죠?
-ㄹㅇㅋㅋ 트렁크 나오면서 헤드샷 쏠 자신 있으면 하던가.
그의 대응이 성공하자 채팅창은 환호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시청자들이 즐거워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전투지역이 축소됩니다! 서두르세요!]
바로 그때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 그와 동시에 마른하늘에 번개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오 ㅋㅋㅋ 자기장 가동 됐누
-평소보다 좀 빠른 느낌인데?
-갓플이 군기에서 싹 쓸어 버렸자너 ㅋㅋ
-ㄹㅇㅋㅋ 다른 사람들 킹리둥절할 듯
생존자 수 감소에 따라 자기장이 활성화된 것이었다. 이경복은 곧바로 홀로그램 지도를 펼쳤다.
“음, 좀 머네요. 일단 차 타…….”
안전구역 위치를 확인한 이경복이 차로 돌아서다가 말끝을 흐렸다.
-벌집 튜닝 해 버렸쥬?
-이거 타고 가면 중간에 터질 듯 ㅋㅋㅋㅋ
-그랜드 통풍 에디션
-통풍 드립 뭔데 ㅋㅋㅋㅋㅋ
-차 뽑자마자 폐차각 날카롭고 ㅋㅋ
미끼로 삼았던 만큼 차량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경복은 허허롭게 웃고는 돌격소총만 챙겼다.
“아, 저기 바이크 하나 있네요.”
다행히 검문소에서 매복한 플레이어가 타고 온 바이크가 남아 있었다. 일반 차량보다는 총격에 취약하겠지만 속도는 더 빨랐다.
이경복은 가볍게 바이크에 올라 손잡이를 잡았다.
-옼ㅋㅋㅋ 그림 좋누
-크… 이게 사나이지.
-마초 스멜난다 ㅋㅋㅋ
-아 ㅋㅋ 소드오프 샷건 마렵네.
-아니면 우지도 괜찮은디 ㅋㅋ
-ㄹㅇㅋㅋ 바이크 타면 한손으로 들고 쏘는 게 간지 터지는데.
-갓플이 여포니까 이건 적토마인가?
-적토맠ㅋㅋㅋㅋㅋ
-엌ㅋㅋㅋ 블레이즈 데칼까지 딱이네
시청자들의 채팅에 이경복은 곧바로 반응했다.
“자, 가자! 이럇!”
그 말에 응답하듯 바이크가 배기음을 내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엌ㅋㅋㅋㅋ 트수 드립 받아주네
-너무 서윗하자너~
-여포가 간드앗!
-사냥의 시간이다!
-네놈을 추격해 주마!
-돌크리트들 침투력 무엇?
-뉴비(7킬)
-엌ㅋㅋ 그러고 보니까 벌써 7킬
-앞으로 얼마나 더 죽을까?
시청자들은 흥겨워하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자기장의 형성은 곧 다른 사냥감들의 집합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