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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4화 (44/491)

44화 - Over The Perfect (1)

이경복의 자신만만한 대답과 최병훈의 여유로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박주호는 여전히 경직된 표정이었다.

‘두 녀석 모두 낙관적인 성격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건 내 몫이겠지.’

친구의 실력과 천재성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박주호가 걱정하는 부분은 그 외의 요소였다.

“너는 문제없더라도 지놈 님 실수가 있을 수도 있지.”

지놈 역시 뛰어난 실력자지만 그는 ‘천재’가 아니다. 박주호는 그의 실수로 이경복이 가진 천재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걸 우려했다.

‘너는 완벽해야 한다. 그것까지 말하면 부담이 될 수도…….’

그가 심각한 표정을 유지하자 이경복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러면 이건 어떨까? 미리 연습을 해 보는 거야.”

“연습?”

“그건 또 뭔 소리냐? 저격러를 초빙이라도 하겠다고?”

두 친구가 의아해하자 이경복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해 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지금이 딱인 것 같다.”

이윽고 그의 설명을 들은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런 식이라면…….”

“이 자식 이거, 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바로 일감을 늘려 버리네.”

박주호, 그리고 말과는 달리 최병훈도 만족스러운 계획이었다.

* * *

퍼플의 팬들은 여느 때처럼 트나잇 게시판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때 새로운 방송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이벤트> 오버 더 퍼펙트(Over The Perfect) - 거너 그라운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말머리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안녕하세요, 채널관리자 겸 편집자입니다!

파트너 프로그램과 함께 수많은 시청자분들께서 저희 채널을 구독해 주셨는데요.

이에 보답 하고자 구독자 참여 컨텐츠를 안내 해드립니다!

<오버 더 퍼펙트(OTP) – 거너 그라운드!>

1. 소개

무려 1:99의 역대급 대전!

가장 마지막까지 퍼플의 마수를 피해보세요!

오래 살아남은 구독자 분들께 상금을 드립니다!

그리고 아주 희박하지만 퍼플을 ‘킬’했다면?

거액의 상금이 영광의 주인공에게 돌아갑니다!

2.상금

<바운티 헌터 상>

퍼플 킬! – 100만 원

*방플도 가능합니다!

<서바이벌 상>

생존 2등 – 10만 원

생존 3등 – 9만 원

생존 10등 – 2만 원

<게임 스타트 상>

퍼플의 첫 희생자 – 1만 원

3.참여조건

구독자 분들만 참여 가능합니다!

사전신청 – 50명 추첨

본방신청 – 49명 추첨

언제나 저희 방송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퍼플과 함께 게임을, 그리고 ‘완벽한 죽음’을 경험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당근콘)]

그 내용은 바로 시청자 참여 방송에 대한 안내였다. 당연하게도 반응은 뜨거웠다.

[-퍼플 실력 직관 기회 실화?]

[ㄴ아 ㅋㅋㅋ 무적권 신청한다]

[ㄴ아 ㅠㅠ 다른 날 하면 안 됨? 하필 오늘 당직이라고!]

[ㄴ응 안 돼, 안 바꿔줘 돌아가]

[ㄴㅉㅉ 현실에 충실하니까 그런 거임]

[ㄴㄹㅇㅋㅋ 찐 트수였으면 참여 가능했다.]

퍼플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이것도 일종의 팬미팅이라고 봐도 되지 않겠나.

[-무친ㅋㅋㅋㅋ 갓플을 잡아?]

[ㄴ사실상 불가능한 조건 ㅋㅋㅋ]

[ㄴ그림의 떡 뭔데!]

[ㄴ아 ㅋㅋㅋ 못 잡을 거 알고 금액 높이 거는 거 킹받네.]

[ㄴ이거 완전 킹전자산 아니냐?]

[ㄴ역으로 트수들이 당했누 ㅋㅋ]

[ㄴ천만 원 걸어도 못 잡을 듯 ㅋㅋㅋ]

[ㄴ방플 하라고 당당하게 쓰는 거 보소 ㅋㅋㅋ]

몇몇 이들은 불가능한 조건에 황당해했다. 지놈도 못 잡은 퍼플을 그들이 어떻게 잡겠는가.

[-그래도 99명이 합심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ㄴ그러게 ㅋㅋㅋ 합법 티밍이자너!]

[ㄴ안 됨 ㅋㅋㅋ 이거 분명 중간에 배신자 나옴]

[ㄴ자네… 아직도…… 사람을 믿나?]

[ㄴ이거 ㄹㅇ임 ㅋㅋ 팀킬 무적권 나온다.]

[ㄴ사전신청으로 뽑힌 구독자들은 가능할지도?]

누군가는 희망을 내비쳤지만 회의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엌ㅋㅋㅋ구독하길 잘했누]

[ㄴ이모티콘 약간 아쉬웠는데 바로 보람 차버리자너 ㅋㅋ]

[ㄴㄹㅇ 미리 구독해서 다행이다 ㅋㅋ]

[ㄴ본방 신청은 경쟁률 개 빡실 듯 ㅋㅋㅋ]

[ㄴ미리 구독 안한 흑우 없제?]

[ㄴ역시 갓플님 충성충성 ^^7]

[-이거 보고 구독하기로 했다.]

[ㄴㄹㅇㅋㅋ 임티는 참아도 시참은 못 참지]

[ㄴ인질 겁나 세자너 ㅋㅋㅋ]

[ㄴ운 좋으면 돈도 벌겠누 ㅋㅋ]

[ㄴ가장 먼저 죽는 게 킹능성 이따 ㅋㅋㅋ]

[-우리 아가 퍼플이 구독자도 챙겨 주네 ㅠㅠ]

[ㄴㄹㅇㅋㅋ 너무 성장 빠르다굿!]

[ㄴ뒤에 겜만 따로 붙인 거 보면 정기 컨텐츠 각인데?]

[ㄴ아 ㅋㅋ 그럼 정기 구독 바로 박아야지]

[ㄴ그 와중에 편집자님 깨알 당근 보소 ㅋㅋㅋ]

[ㄴ???: 그만 좋아하고 얼른 신고해……!]

구독자들은 퍼플에 대한 만족을 밝혔고, 미구독자들은 이번 기회를 빌어 구독을 결심했다.

이모티콘만으로는 넘기 힘들었던 진입장벽이 전용 컨텐츠로 낮춰진 덕분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방송 시간이 다가왔다.

* * *

이경복은 방송을 켰다.

거너 그라운드 2일 차 방송이자 시청자 참여 컨텐츠의 날.

“트하! 반갑습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그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퍼하!

-갓하!

-추첨 바로 하나욧!?

-시참! 시참! 시참! 시참!

-ㅈㄴ 이날을 위해 나는 태어난 것이다!

-컨텐츠 준비까지 [퍼][펙][트] 해버리냐구!

인사와 함께 채팅창이 폭발하듯 올라왔다. 시청자 숫자는 순식간에 치솟기 시작했다.

[‘시참준비’님이 ‘1’개월 구독중입니다!]

[나 뽑아줘잉]

[‘이집장사잘하네’님이 ‘1’개월 구독중입니다!]

[이걸 어케 버티누 ㅋㅋㅋㅋ]

[‘진짜친구비였네’님이 ‘1’개월 구독중입니다!]

[구독하면 같이 놀 수 있는 거 맏찌? 그치?]

더불어 쏟아지기 시작하는 구독 메시지. 이경복은 그 광경에 긴장이 모두 풀렸다.

“아, 구독 감사합니다! 빠른 진행을 위해 전부 인사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추첨은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스겜 좋고좋고 ㅋㅋ

-후발대는 빠져!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있누 ㅋ

-국밥 그거 왜 먹음? 든든하게 퍼플 채널 1개월 구독하고 말지

이경복의 말과 함께 시야 한쪽에 구독자 목록이 나타났다.

“추첨은 저희 매니저님께서 해 주실 겁니다. 추첨이 모두 끝나고, 참여에 당첨되신 분들께는 연습게임 방 코드가 전달될 테니 그 코드를 입력해 입장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경복이 설명하는 동안 구독자들의 아이디가 하나씩 선정되기 시작했다.

-까비……!

-나 해줘잉!

-나나난나난나나나난!

-매니저 님 여기에요 여기!

-신이시여……! (기도콘)

-퍼플이시여……! [퍼멘][퍼렐루야]

-아 ㅋㅋㅋ 믿음이 부족하다고.

채팅창은 추첨을 바라는 채팅으로 가득해졌다. 그렇게 한 명씩 추첨되며 당첨자들이 명단에서 빠졌지만 구독자 숫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아, 구독 감사드립니다! 이거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률이 늘어나겠네요.”

-엌ㅋㅋㅋ 노렸네 노렸어

-본방추첨 의도가 드러나버렸쥬?

-자본주의 파동에 눈을 뜬 퍼플!

-아 너무 무섭다!

-수금마저 [퍼][펙][트] 해 버렸다!

-아 ㅋㅋㅋ 당첨률 높이고 싶으면 얼른 구독하라고!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채팅에 이경복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원래 인생은 타이밍 아니겠어요?”

-엌ㅋㅋㅋㅋㅋ

-지놈이랑 어울리더니 우리 아가 퍼플이 뻔뻔해졌어 ㅠㅠ

-게놈! 네 이놈!

-이것도 일종의 퍼자감이 아닐까?

-ㄹㅇㅋㅋ 패기 지렸고

그리 시청자들과 잠깐 잡담하는 사이 49명의 당첨자가 모두 결정됐다.

“자, 당첨되신 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감사를 담아 제가 확실하게 죽여 드리겠습니다!”

-ㅔ?

-맞말인데 뭔가 이상함ㅋㅋㅋ

-살인미소 그마내!

-구독자에게 살인예고하는 스머가 이따!?

-엌ㅋㅋㅋ 멘트 무쳤눜ㅋㅋㅋ

이경복은 채팅창 반응을 보며 흡족해했다. 이내 그의 시선은 시청자 숫자로 향했다.

‘역시 본방 컨텐츠를 준비하길 잘했어.’

이경복은 지놈과의 합방에서 배운 점을 응용해 보고 싶었다. 그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시청자 숫자가 3천을 돌파하며 치솟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 매니저 님? 코드 전송 됐나요?”

-매니저: 네. 코드 발송 완료했습니다

-엌ㅋㅋㅋ 매니저님 챗창 등판!

-난 왜 안 뽑아줬어!

-매니저님 미워!

-???: 트수가… 말대꾸!?

-???: 모조리 쓸어버릴까? 입도 벙긋 못하게 도륙을 내버릴 수도 있다!

-엌ㅋㅋㅋㅋ 왜곡 미쳤눜ㅋㅋㅋ

박주호의 확인에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네, 구독메시지가 많이 밀렸네요. 아쉽게도 참여 기회는 얻지 못하셨지만…… 방송 계속 봐주실 거죠?”

그가 웃으며 말하자 채팅창이 웃음으로 도배가 됐다.

-또 또 인성 나왔쥬?

-[블랙기업]본성이 나와버렷!

-그래도… 퍼플 사랑하시죠?

-엌ㅋㅋ 참여 노리고 온 사람들 쌉손해

-ㅉㅉ 애정이 없으면 구독 하질 말아야지!

-이왕 구독한 거 계속 보라 이 말이야

채팅창은 더욱 흥겨워졌다. 이경복은 이내 거너 그라운드를 실행했다.

“그럼 지금부터 첫 번째 시청자 참여 컨텐츠, OTP를 시작합니다!”

-엌ㅋㅋ 오티핔ㅋㅋㅋ

-또또 이상하게 줄이누 ㅋㅋㅋ

-오티피는 그 은행에서 쓰는 거 아님?

-지금부터는 오버더퍼펙트라굿!

이경복이 접속하자 곧바로 시야가 뒤바뀌었다.

군용 비행기에 모인 100명의 사람들. 그러나 이전 게임과 다르게 모두의 시선이 이경복을 향해 있었다.

“와! 오셨다!”

“퍼플 님!”

“와, 이거 실화?”

“퍼플 오빠!”

“여기 좀 봐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이경복을 향해 달려왔다.

-헐? 트순이도 있누?

-의외로 좀 있네?

-갓직히 남자가 봐도 쩌는데 트순이들이 보믄 어떻겠슴ㅋㅋㅋ

-않이;;; 이건 좀 무서운데

생소한 광경에 그는 잠시 당황했지만 포위되지는 않았다. 게임 시스템상 비행기 내에서는 플레이어 간 접근이 제한된 덕분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치 질서정연하게 거리두기를 하는 것처럼 자리를 잡은 사람들. 덕분에 이경복은 편하게 감사를 전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몇몇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비행기에서 낙하했다. 그 모습을 보고 이경복은 바로 지도를 펼쳤다.

“아, 군사기지네. 여러분은 안 내리세요?”

꿀파밍 장소로 알려진 군사기지인데 내리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형이랑 같이 내릴 겁니다!”

“어디든 따라 갑니다!”

“저 먼저 죽여주세요!”

“오빠! 저 주먹 헤드샷 해주세요!”

“상금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그 물음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제각기 입을 열었다.

-트수들 광기 보소 ㅋㅋㅋㅋ

-않이;;; 이거 잘못 들으면 오해하겠는데?

-ㄹㅇㅋㅋ 죽으려고 모인 사람들이자너

-무친 ㅋㅋㅋ 9시 뉴스 각ㅋㅋ

-주먹 헤드샷 쳐달라는 거 개 웃기넼ㅋㅋㅋ

-아 나도 저기 끼고 싶다!

채팅창의 반응도 격렬했다.

이경복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행동조차 자신에 대한 관심이라는 걸 알기에 웃음이 나왔다.

‘이런 게 시참의 묘미구나.’

그는 그저 텍스트로만 존재했던 팬들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과 대면하니 만족감이 충만해졌다.

하지만 그가 이 컨텐츠를 기획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짜들은 슬슬 준비하고 있네.’

이경복의 시선은 그들 너머, 지도를 살피고 낙하를 준비하는 소수의 인원 쪽으로 향했다.

게임 시작부터 그의 육감은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팬들로부터는 긍정적인 느낌이 전해져 왔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불길한 위협이 감지됐다.

‘상금을 노리고 왔거나 아니면 저격이겠지.’

조금 씁쓸한 상황이었다.

참여 조건을 구독자로 한정 지었음에도 저격을 하러 왔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추락을 바란다는 뜻이 아니겠나.

하지만 그의 감상은 딱 거기까지였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집중하는 게 낫지.’

보다 나은 방송을 위한 저격 대응 연습도 목표 중 하나. 이경복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군기는 지났으니 학교로 가야겠네요.”

“학교 좋아요 오홍홍!”

“퍼플 센세!”

“다 비켜! 내가 먼저 죽을 거야!”

“퍼펙트 펀치! 퍼펙트 펀치!”

그의 한 마디에도 팬들은 반응했다. 자기들끼리도 웃긴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않잌ㅋㅋㅋㅋㅋㅋ

-육성으로 저런 말을 하냐곸ㅋㅋ

-아아, 이들은 ‘진짜’다.

-ㄹㅇ 혼모노 트수들이자너 ㅋㅋ

-아 ㅋㅋㅋ 벌써부터 역대급이라는 게 느껴진다.

채팅창에도 그 즐거움이 전해졌다. 이경복은 웃으며 비행기 밖으로 뛰어내렸다.

-와 ㅋㅋㅋㅋㅋ 미쳤누

-장관이네 진짜 ㅋㅋㅋㅋ

-대체 몇 명이 뛰어내리는 거?

-융단 트수 폭격!

-거의 절반은 되겠누 ㅋㅋㅋㅋ

그의 낙하와 함께 뒤따르는 팬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탄했다.

이경복을 필두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거너 그라운드에 익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캬 ㅋㅋㅋ 속도 차이 보소

-벌써부터 차이 벌어진다 그쵸?

-이정도면 퍼플이 먼저 착지해서 다 쏴버릴 듯

-무슨 클레이 사격이냐고 ㅋㅋㅋ

이경복처럼 수직낙하를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대다수는 완만하게, 혹은 겁에 질려 낙하산을 먼저 펼치는 초짜들이었다.

‘오? 여기서?’

그러나 그 와중에 이경복의 육감을 자극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이경복에게 접근하는 남자.

그에게서는 위협적인 기운이 풍겨 왔다.

-어?

-뭐임? 육탄돌격임?

-헐ㅋㅋㅋㅋ 설마 공중에서 싸우려고?

-아! 이런 방법도 있네 ㅋㅋㅋ

시청자들도 그를 발견했고 그의 노림수를 알아차렸다. 당연하게도 이경복 역시 그 의도를 눈치를 챘다.

“저랑 같이 추락하시려는 모양이네요!”

“죽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느껴지는 육감의 정도로 보아 저격은 아니고 상금을 노린 게 분명했다. 그는 이대로 이경복을 끌어안고 낙하산을 펼치지 못하게 할 속셈인 것이다.

“일찍 끝내면 다른 분들이 실망하셔서!”

이경복은 오히려 빠르게 몸을 틀어 그에게 접근했다. 설마 반대로 접근해 올 줄은 몰랐는지 그는 무척이나 당황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혼자 가셔야겠어요!”

이경복은 가뿐하게 그 손을 잡아 꺾어 상대의 뒤를 잡았다.

“커헉……!”

제 팔에 목이 졸리기 시작한 그는 컥컥거리며 저항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와 ㅋㅋㅋㅋㅋㅋㅋ

-무쳤누 ㅎㄷㄷ

-공중에서 저런 움직임이 가능함?

-역습 지렸다 ㅋㅋㅋㅋ

-엌ㅋㅋ 눈 뒤집어진다.

시청자들은 그 짧은 공방에 경탄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저항하는 손짓이 느려지더니 이내 몸이 축 늘어졌다.

[당신의 ‘주먹’을 사용한 헤드샷으로 ‘BJ로드리고’가 기절했습니다]

이윽고 나타난 메시지에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이것도 주먹 헤드샷으로 적용되네요. 머리 쪽에 데미지가 들어간 거라서 그러나?”

-엌ㅋㅋㅋㅋ 그러네

-BJ라고? 엌ㅋㅋ 하꼬인갑네

-BJ붙이는 거보면 세렝게티TV 인 듯 ㅋㅋㅋ

-와ㅋㅋ 상금 노리고 온 거네 ㅋ

-상금은 받긴 받았네 ㅋㅋㅋ 1만원이지만.

-홍보효과 달달하누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의 아이디를 보고 다른 방송 플랫폼의 방송인이라는 걸 유추해 냈다.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그를 떠나며 낙하산을 펼쳤다.

“아, BJ로드리고 님! 아쉽지만 이건 제 킬로 인정이 안 됩니다. 참여 감사했어요!”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SYSTEM >>Ground>> BJ로드리고]

시스템상 그는 추락사를 당한 것이기 때문.

-엌ㅋㅋㅋㅋ 1만원 손해

-본전치기라고 계산했는데 실패했쥬?

-77ㅓ억!

-아 ㅋㅋㅋ 갓플 방송 잘 보시고

채팅창에는 웃음꽃이 만개했다. 그 사이 이경복은 빠르게 착지하며 고개를 돌렸다.

“와, 진짜 많네요.”

아직 수많은 팬들이 그 뒤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저들은 생존 상금을 노리지 않고 오는 이들이니 분명 팀을 꾸릴 터.

“이러다가 혹시 제가 질지도?”

이경복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내자 채팅창에 ‘ㅋㅋㅋ’가 밀려들었다.

-인성질 그마내!

-ㅈㄱ ㅈㅈㄷ? ㅈㄱ ㅈㅈㄷ?

-아 ㅋㅋㅋ 이길 거 아는데 킹받네

-기만 포화도 상승한다 그쵸?

-퍼자감 ON! 퍼기만 ON!

-아 ㅋㅋ 어질어질하누

-이집 방송 잘 하네 ㅋㅋㅋ

이경복은 그 반응을 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에이, 그래도 1:49인데요.”

그는 훑어본 것만으로 따라온 팬들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했다.

“손님맞이 준비, 확실히 해야겠습니다. 바로 파밍하러 갈게요.”

이경복은 곧장 움직였다.

절반에 가까운 팬들에게 죽음을 선사해 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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