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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5화 (45/491)

45화 - Over The Perfect (2)

이경복은 빠르게 육감에 집중했다. 늘 그렇듯이 풍겨 오는 달콤한 향기 같은 느낌이 그를 자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속도가 더 중요하지.’

일반 게임과는 상황이 달랐다.

가장 좋은 아이템보다는 빠른 파밍을 통해 다른 이들의 숫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였다.

“낙하산에서 내리기 전에 수를 줄이는 게 낫겠죠?”

이경복이 웃으며 뛰어가자 시청자들도 따라 웃었다.

-엌ㅋㅋㅋㅋ 직관 기회 순살?

-사악하다 사악해!

-아 ㅋㅋ 직관도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지

-ㄹㅇㅋㅋ 팬들도 [퍼][펙][트]해야 한다 이말이야~

-이게 구독자를 대하는 마음가짐?

채팅창의 놀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나 학교 1층, 교실 바닥에 널브러진 총기와 탄창뿐, 아쉽게도 총기 부속품은 보이지 않았다.

-오잉?

-피구공이 왜 나옴?

-피구공은 보급템인데?

-어뜨케 된겨 어뜨케 된겨

시청자들은 곧바로 의문을 표했다. 보급템은 본래 하늘에서 떨어지는 ‘보급상자’에서만 나오는 아이템을 의미했다.

이경복은 물음표가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고 대답했다.

“이전 게임들이 다 보급템이 나오기 전에 끝났잖아요? 그래서 이번 게임 설정은 보급템도 스폰되도록 해 뒀습니다.”

일반 게임과 달리 연습 게임은 설정을 플레이어가 바꿀 수 있었다.

-아 맏따 이거 연습겜이지

-바로 보급템 찾는 운 뭔데!

-근데 이건 갓플한테도 불리하지 않음?

-ㄹㅇㅋㅋ 다른 참가자들도 보급템 먹을 거 아녀

-핸디캡? 오히려 좋아.

일반 게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1:99의 이벤트 매치가 아닌가. 모든 플레이어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건 곧 이경복에게는 불이익과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 정도는 해야 구독자분들도 의욕이 생기시겠죠?”

-엌ㅋㅋㅋㅋ 맞말추

-캬하! 패기 보소

-바보! 구독자밖에 모르는 바보!

-??? : 보급템까지 없으면 시시해

-??? : 템빨보다 중요한 건 사람빨

-??? : 뭘 가져오든 소용없어.

-트수들 배배 꼬인 거 보소 ㅋㅋ 꽈배기인줄 ㅋㅋㅋ

이경복은 시청자 반응을 웃음으로 넘기고 곧장 창가에 섰다. 서둘렀음에도 착륙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직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남아 있었다.

그들이 이경복의 목표였다.

“높은 게 무서워서 낙하산 일찍 펴신 거겠죠? 그 두려움, 제가 극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멘트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윽고 이경복이 방아쇠를 당겼다.

기관단총이라 그런지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탄환이 쏘아졌다. 하지만 킬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엌ㅋㅋㅋ 퍼플도 실수를 하누?

-실수가 아니라 놀래키려고 한 거 아님? ㅋㅋㅋ

-ㄴㄴ 신은 실수 안함 ㅋㅋ

-ㄹㅇㅋㅋ 뭔가 이따

시청자들이 그 행동의 의미를 추론하려는 와중이었다.

“우아아아아악!”

“어어어어어!”

“안 돼에에에!”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비명에 다른 의미의 물음표가 채팅창에 번졌다.

-갑자기 낙하산이 왜 끊어짐?

-헐? 설마 ㅋㅋㅋㅋㅋㅋㅋ

-않이;;; 피구공으로 낙하산 줄을 끊었다고?

-그게 말이 됨?

-이즈 잇 비커밍 호스?

-직역 트수 뭔데 ㅋㅋㅋㅋㅋ

-아 ㅋㅋㅋ 갓플이니까 말이 되지!

이경복은 채팅창을 확인하며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낙하산 줄 쏘는 건 수류탄 핀 맞추는 것보다는 쉽잖아요?”

-아 ㅋㅋㅋ 고건 맞지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반박할 수가 없다.

-레이저 사이트가 있긴 한데 ㅋㅋ 그걸로 되냐고!

-시작부터 계속 레전드만 찍누 ㅋㅋㅋ

그 설명에도 시청자들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SYSTEM >>Ground>> 퍼펙트펀치머신]

[SYSTEM >>Ground>> 퍼플가라사대]

이윽고 나타난 수많은 킬 메시지들. 그 숫자만 해도 9명이었다.

-무친 ㅋㅋㅋ 연발로 그걸 다 맞췄다고?

-피구공 첨 써보는 거 아님?

-ㅇㅇ 보급템 첨임ㅋㅋㅋㅋ

-처음(9킬)

-엄밀히 따지면 추락사임 ㅋㅋ

-혀엉? 게임 스타트 상 주기가 그렇게 싫어?

-게임 스타트 안 함(10명 사망)

-아 ㅋㅋ 상금 그렇게 주기 싫냐구웃!

-만원 아끼려고 일부러 추락사 시키는 거 보소 ㅋㅋㅋ

시청자들이 그를 짠돌이로 몰아가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이왕이면 저와 싸우다가 죽는 분께 드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팩트추

-명예로운 죽음만이 가치가 있다!

-추락사는 그냥 실수임니다^^

-ㄹㅇㅋㅋ 퍼플이면 낙하산에서 떨어져도 살아따.

-않이 ㅋㅋㅋ 살겠냐고 ㅋㅋㅋ

-왠지 살 것 같은데?

이경복은 흥겹게 떠드는 시청자들을 놔두고 바로 다른 교실을 뒤졌다. 아직 40명의 팬들이 그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탄환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경복이 찾은 기관단총은 다른 총기와 다르게 특수한 규격의 탄약을 사용했다.

-아, 역시 오칠탄은 잘 안 나오네.

-보급률 극악 답다 ㅋㅋㅋㅋㅋ

-그냥 오탄은 넘치는데 ㅋㅋㅋ

-보급템이라 그런 듯

-남은 탄으로 정리 가능하나?

-일단 권총이라도 찾는 게?

-어째 구상이랑 드링크만 나오누

-이번 판 운 별론데?

몇몇 시청자들이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아무리 그라고 한들 탄약이 부족한 상태에서 40명이나 되는 팬들을 상대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겠나.

하지만 이경복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 총기를 발견했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느껴지는 감각을 골라냈다.

‘……이거다!’

3층에서 느껴지는 감각.

그는 곧바로 계단을 뛰어올라 탄환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런데 그곳에는 탄약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

바닥에 웅크려 아이템을 줍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엌ㅋㅋㅋㅋㅋ

-바로 걸렸쥬?

-안 부딪치려고 위층부터 파밍하고 있었나보네 ㅋㅋㅋ

-깜놀한 표정 보소 ㅋㅋ

이경복은 그에게서 긍정적인 기운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이었고, 그 느낌이 아이템에서 느껴지는 육감과 중첩되어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순간 멈춰 있었던 것 같은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이경복은 팬이라도 자비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팬이기에 더욱 진심을 다해 대응했다.

팬이 놀라면서도 권총을 끄집어내자 이경복은 순식간에 널브러진 책상을 넘어 그에게 접근했다.

“우왓!”

“반가웠어요.”

이경복은 순식간에 그의 손목을 뒤틀어 총구를 돌렸다. 본래 이경복을 향해야 할 권총은 그의 미간을 노리고 있었다.

이윽고 탕하는 격발음과 함께 팬의 몸이 고꾸라졌다.

[한우보다치킨 >>D.eagle>> 한우보다치킨]

이어 나타난 킬 메시지는 자살로 처리가 됐다.

-뭐 일케 빠르누 ㅋㅋㅋ

-5초 만에 끝난 팬미팅 ㅋㅋㅋㅋ

-엌ㅋㅋㅋ 이것도 자살로 처리 되버렸네

-독하다 독해! 그렇게 상금이 주기 싫더냐!

-???: 내 총을 뽑지 못할 실력이면 상금 받을 자격 없어.

-아 ㅋㅋ 돈 벌고 싶으면 실력부터 갖추라고

순식간에 끝난 상황에 시청자들은 대경했다. 더불어 여전히 이경복을 짠돌이로 몰아세우는 채팅도 많았다.

“오, 그거 좋네요. 방플러분들 보고 계시죠? 제가 총을 뽑지 않으면 상금도 못 받으시니까 분발해 주세요.”

-이걸 받아?

-인성 무엇;;;

-[블랙기업]에서 돈이 순순히 나올 거라 생각했음?

-ㄹㅇㅋㅋ [블랙기업][퍼][플]에서 돈 빼먹는 게 쉽겠냐고

-자연스럽게 방플러한테 메시지 전달하는 거 보소 ㅋㅋㅋㅋㅋ

-아 ㅋㅋ 이게 자신감이지

이경복은 멘트를 끝내고 죽은 팬의 몸을 뒤졌다.

“와 되게 알차게 파밍하셨다. 구상은 제가 많으니까 됐고, 권총이랑 섬광탄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런 게 팬 조공이라는 거죠?”

-이게 조공……?

-조공(강제)

-저세상 조공 뭔데 ㅋㅋㅋㅋㅋ

-우리는 그걸 ‘삥’이라고 부르기로 사회적으로 합의를 했어요;;

-[블랙기업] 손에 걸리면 쪽쪽 빨려 버린다굿!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웃다가 눈을 크게 떴다. 죽은 팬의 몸에서 의외의 아이템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곧바로 그것을 들며 물었다.

“이게 그거죠? 완전 방탄템?”

그 아이템은 바로 거너 그라운드 고인물의 상징, ‘프라이팬’이었다.

* * *

한편, 학교에 도착한 팬들 모두에게 파밍의 기회가 돌아간 건 아니었다. 파밍을 하고 싶어도 남은 템이 없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50명의 인원이 한 지역에 몰리는 현상은 거의 없었으니 아이템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파밍이 실패한 팬들이 노릴 수 있는 건 먼저 죽은 다른 팬들의 아이템뿐이었다.

이에 팬들은 격전지인 학교 건물로 몰려갔지만, 플레이어 ‘퍼펙트구경꾼’은 그마저도 포기했다.

‘괜히 일찍 죽는 것보다는 숨어서 직관하는 겐 낫지.’

그녀는 유일하게 주운 아이템인 8배율 스코프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녀가 있는 체육관에서는 학교 쪽이 잘 보였다.

‘진짜 예술이다 예술이야…….’

동그란 스코프 중심에 그녀의 우상, 퍼플이 있었다. 그는 마치 영화 속 특수부대원처럼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완벽한 자세로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계단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들을 정확히 사살한다.

‘겁나 섹시해.’

군사지식에 문외한인 그녀가 봐도 감탄이 나왔다. 총구에서 불이 번쩍이면 상대는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바닥에 드러눕지 않나.

‘우리 퍼플 님한테는 안 되지!’

개중에는 그녀처럼 총기를 얻지 못한 팬들도 있었다. 그들은 교실에 숨어 있다 퍼플에게 기습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퍼플은 그런 그들을 발로 걷어차거나 총기를 휘둘러 기절시켰다.

‘진짜 완벽하다. 어쩜 저렇게 멋있지?’

어디 그뿐인가.

총기로 기절시킨 상대를 휘감은 채 방패로 삼고, 불편한 자세에서도 복도 너머에서 나타난 적을 사살한다. 그 행동 하나하나에는 실수는 물론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그 뛰어난 실력에 학교로 들어선 사람들 중 다시 나온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학교 쪽은 다 정리된…… 어?!’

그녀가 배율을 조정해 다른 팬들을 찾으려던 순간이었다. 1층에 있던 한 사람이 수류탄을 뽑더니 3층 창문으로 던졌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

그녀가 눈을 크게 뜬 순간 퍼플이 망설임 없이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게 보였다.

“어떡해!”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육성을 내며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곧 무색해졌다.

퍼플이 곧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2층 창틀에 매달렸기 때문이었다.

“미친……!”

다시금 그녀는 육성으로 탄사를 뱉었다. 저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부정할 수도 없었다.

쾅하는 폭음과 함께 3층 복도 창이 전부 깨지며 유리조각들이 흩뿌려졌다. 그 사이 퍼플은 2층에 매달린 채 권총을 쏘았다.

수류탄을 던졌던 팬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와…… 진짜 간지 터진다.”

그녀는 전신을 타고 오르는 소름에 진저리를 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곧장 스코프에 눈을 붙였다.

‘헐, 지금 이쪽으로 오는 거야?’

1층에 착지한 퍼플이 곧바로 운동장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이제 곧 퍼플과 마주한다는 생각에 그녀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퍼플이 방향을 틀었다. 뭔가 싶었는데 그가 있던 자리에 총격이 쏟아졌다.

‘아, 강당!’

홱 돌아간 시선은 이내 강당 쪽으로 돌아갔다. 퍼플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대기하던 팬들이 사격을 퍼붓고 있었다.

‘진짜 신인가? 저걸 다 어떻게 피해!?’

놀랍게도 퍼플은 한 발 앞서 사선에서 벗어났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달리면서도 강당 쪽을 향해 대응 사격을 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강당 쪽에서 사람들이 픽픽 쓰러졌다.

‘실력이면 실력, 멘탈이면 멘탈.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네, 진짜.’

달리는 와중에도 기관단총으로 정확한 사격 실력을 뽐낸다. 쏟아지는 화망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한다. 그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순발력과 판단력은 또 어떠한가.

도저히 반할 수밖에 없는, 보고 있자니 황홀해질 수밖에 없는 남자였다.

‘온다, 온다! 어떡해! 나 어떡하지!?’

그런 그가 정리를 마치고 체육관으로 오고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던 그녀는 신속히 아래로 내려갔다.

퍼플과 직접 마주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거세게 박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체육관 문이 열리고 그가 등장했다.

“어? 비무장이시네?”

퍼플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말이었다. 그는 맨손인 그녀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란 모양이었다.

반면 그녀는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어떡해!? 뭐라고 해야 되지?’

처음 비행기에 있을 때에는 다른 팬들에 섞여 말을 꺼내기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1대1로 대면하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음, 일단 반갑습니다. 근데 이분 그냥 죽이면 진짜 제가 나쁜 놈 같지 않아요?”

반면 퍼플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다. 그녀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그는 방송 중이었고, 그에게는 시청자를 즐겁게 해 줄 의무가 있었다. 퍼플은 그녀가 독차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와 같은 공간에 있는 건 그녀 하나뿐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 안녕…….”

이에 그녀가 용기 내어 입을 벌린 순간이었다. 퍼플의 뒤로 보이는 창 너머, 강당 지붕에 엎드린 사람 하나가 보였다.

‘스나이퍼!’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경고하려 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창이 깨졌다.

놀란 그녀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어 들려오는 건 매우 이질적인 소리였다.

‘깡?’

웬 쇳소리에 그녀는 감았던 눈을 떴다. 퍼플이 살짝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웬 프라이팬이 그녀 눈앞에 있었다.

‘설마 날 구해 준 거야?’

궤도로 보아 저격소총의 탄환의 도착지는 퍼플이 아니라 자신이었던 게 분명했다.

“스나 연습은 더 하셔야겠네요.”

그는 그 말과 함께 프라이팬을 집어넣고 곧바로 기관단총을 잡았다.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지붕 위 저격수가 스르륵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 * *

이경복은 저격수의 죽음을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않이;;; 어케 알고 막음?

-스나가 뒤에서 쏜 걸 프라이팬으로 막았다고?

-사실 난 통속의 뇌가 아닐까? 전부 미친 과학자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아 알겠다. 그 미친 과학자가 사실 퍼플인 거임 ㅋㅋㅋ

-파란 약이랑 바뀐 것 같은데 빨리 빨간 약 주세요!

-이 모두가 전부 릭트쇼였다 이말인가?

-굿 모닝, 굿 애프터눈, 굿 나잇.

-트수들 영화드립 터지누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작금의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애당초 체육관 안이었고 거리상으로도 총성조차 들리지 않을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이경복은 정확히 저격을 프라이팬으로 막아냈다.

“아, 이번에는 이분 덕을 좀 봤습니다. 이분 시선이랑 표정 보고 알아차린 거거든요.”

그런 시청자들에게 이경복은 태연하게 말했다. 채팅창은 다시금 물음표로 채워졌다.

-그게 됨?

-사실 갓플 방송에서 되냐고 묻는 게 가장 멍청한 일 아닐까?

-ㄹㅇㅋㅋ 신한테 되냐 안 되냐 따지고 있누

-이미 했는데 왜 묻는 거? ㅋㅋㅋㅋ

-않이;; 납득이 안 되잖아 납득이!

-아재요, 요즘 애들은 납득이 모르거든요?

채팅을 본 이경복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애당초 설명할 방법도 없었다.

대신 그는 눈앞에 팬에게 집중했다.

“자, 퍼펙트구경꾼 님? 학교의 마지막 생존자시네요. 뭐 원하시는 거 있으세요?”

그 말에 시청자들의 관심은 즉시 전환됐다.

-서윗한 거 뭔데!

-우리 퍼플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팩트) 퍼플은 원래 부드러운 남자다.

-ㄹㅇㅋㅋ 산드라 짱도 녹여 버렸자너

-퍼튜브 정독 안 한 트수들은 대가리박자.

이때다 싶어 놀리려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이경복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비무장이시잖아요. 만약 덤비셨으면 바로 처리했죠.”

“저, 그…….”

눈앞의 팬이 수줍게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경복은 귀를 기울였다.

“아, 네네.”

“비행기에서도 얘기, 했는데요. 그, 괜찮으시면 주먹으로 헤드샷 한 번만…….”

그녀의 말에 이경복은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아, 그분이시구나!”

-엌ㅋㅋㅋㅋㅋㅋㅋ

-비행기에서 외치던 트순이였누ㅋㅋㅋㅋㅋ

-광기, 내 오랜 친구여!

-무쳤냐고 ㅋㅋㅋㅋㅋ

-아아, 트순이도 [퍼][펙][트] 해버렸다.

비행기에서 육성으로 소리치던 열성 팬 중 하나가 바로 그녀였다. 그 생각이 옳다는 듯 시청자들도 그녀를 기억해 냈다.

“저, 실례라면 죄송…….”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아까 교실에서는 덤비면서 오늘 팬티 뭐냐고 묻는 분도 계셨거든요.”

그녀가 울상을 짓자 이경복은 손사래를 쳤다.

-ㄹㅇㅋㅋ 겁나 웃겼음

-오팬무맨 집착 무섭다굿!

-아까 수류탄 던질 때도 오홍홍 조와용 이러면서 던졌자너 ㅋㅋㅋㅋ

-진성 트수들 여기 다 몰려있었고 ㅋㅋㅋㅋ

-아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진짜 개 쪼갰는데.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열성 팬들도 이미 만났기에 적응을 끝낸 상황이었다.

이경복도 새삼 그들을 떠올리며 실소를 흘리고는 이내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음, 근데 아무리 그래도 비무장에다가 덤빈 것도 아닌 사람을 때릴 수는 없죠. 그러지 마시고 생존 상금을 노려보시는 건 어떠세요?”

“상금은 필요 없어요! 정 그러시다면……!”

다른 열성 팬들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을까. 순간 결연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곧바로 이경복에게 덤벼들었다.

그것으로 그녀는 바람을 이룰 수 있었다.

-카, 카운터 히트!

-바로 소원성취 뭔데 ㅋㅋㅋㅋ

-아 ㅋㅋㅋ 덤비면 상관없는 거였냐굿!

-인성 뭐냐곸ㅋㅋㅋㅋㅋ

-???: 난 내게 덤비는 인간을 용서치 않는다.

-트수고 트순이고 알게 뭐냐! 내게는 카운터펀치가 있다!

-역시 [블랙기업]이야!

이경복이 깔끔한 카운터 훅으로 그녀를 기절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는 멋쩍게 웃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뒤처리는 자기장에 맡기겠습니다. 그럼 얼른 빠져나가죠.”

40명이 죽은 시점부터 이미 자기장이 활성화되어 안전구역이 축소되는 중이었다.

이경복은 곧바로 체육관을 빠져나와 육감을 따랐다. 이윽고 그 끝에 발견한 차량은 다름 아닌.

“학교답게 스쿨버스가 있네요.”

노란색 학교 버스였다.

-엌ㅋㅋㅋ진짜 버스기사행

-제로백 버스 기사 보여 줘!

-템 운은 없는데 차량 운은 있누 ㅋㅋㅋ

-내구도 원탑 차량 ㅁㅊㄷㅁㅊㅇ

-승객 없는 버스 뭐냐고 ㅋㅋ

“그러게요. 다음에는 스쿼드 시참도 고려해 보겠습니다.”

이경복은 채팅에 멘트를 치며 운전석에 올랐다. 그리고 지도를 펼쳐 안전구역의 중심을 확인했다.

“자, 다음 정거장은 업타운, 업타운 역입니다.”

다운타운과는 다르게 3층과 4층 빌딩이 많은 시가지.

업타운이 목적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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