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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7화 (47/491)

47화 - Over The Perfect (4)

이경복의 육감은 가시로 콕콕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적의를 감지했다.

‘위치야 노출됐을 테고.’

사방에서 날아드는 살기는 이미 예상한 바였다. 그가 공중폭격으로 요란하게 등장한바, 다른 건물에 있던 저격러들과 상금 사냥꾼들이 그의 등장을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때문에 상대 쪽에서 먼저 저격을 시작한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총성과 함께 그가 엄폐한 건물 난간의 콘크리트 파편이 튀기 시작했다.

-와씨 ㅋㅋㅋ 존버하는 참가자가 왜 이리 많누

-이거 좀 어렵다 ㅎㄷㄷ

-ㄹㅇ 저격전은 선빵이 중요한데

-머리 내밀면 바로 끔살일 듯

몇몇 시청자들은 작금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저격전에서는 상대의 위치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이경복은 시작부터 위치를 완전히 노출시켜 버렸다.

더욱이 수적으로도 불리한 상황, 평범한 사람이라면 바로 패배를 직감했을 터였다.

-갓플은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완벽]할 것인가!

-[퍼렐루야]! 믿습니다!

-ㄹㅇㅋㅋ 아무튼 이길 거임

그러나 이경복은 평범이 아닌 비범한 사람이었기에 시청자들의 걱정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들 제 얼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저도 여러분들 얼굴이 보고 싶거든요.”

기대대로 이경복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멘트를 치며 곧바로 2층으로 내려갔다.

그 행동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물들었다.

-혀엉?

-않이;;; 이러면 더 불리하잖슴!

-각이 안 나올 텐데?

-일단 빼서 주의를 흩트릴 속셈인 듯?

-거알못들 왜이리 많누 ㅋㅋㅋ

저격전에서 또 중요한 것이 바로 고저 차이였다. 당연하게도 아래에서 위로 쏘는 것보다, 위에서 아래로 쏘는 게 더 쉽기 때문.

그런데 이경복은 다른 참가자들보다 더 낮은 2층 창가에 몸을 붙인 게 아닌가.

이어 그는 훅하고 숨을 고르더니 곧장 총구를 겨누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격발.

유리가 와장창 깨지자 이경복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자리를 옮겼다.

-????

-어디 감?

-페이크 친 거임?

-이제 뇌지컬도 보여주냐굿!

시청자들은 그가 일부러 위협사격으로 상대에게 혼동을 주려는 것이라 파악했다.

[퍼펙트플레이 >>AWM-300>> 무적아쌔이 (HEAD SHOT!)]

곧바로 킬 메시지가 뜨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뭐임? 어케 된 거?

-헤드샷이라고?

-않이;; 조금 전에 조준하긴 했음?

-줌 한 거 보지도 못 했는디 ㅎㄷㄷ

-거기서 각이 나왔다고?

채팅창은 물음표와 혼동에 빠진 심정으로 가득해졌다. 하지만 이경복은 설명 대신 창가를 옮기며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퍼펙트플레이 >>AWM-300>> 군필적고의 (HEAD SHOT!)]

[퍼펙트플레이 >>AWM-300>> 모래반지빵야빵야 (HEAD SHOT!)]

[퍼펙트플레이 >>AWM-300>> 네머리에납탄 (HEAD SHOT!)]

그리고 그가 자리를 떠날 때마다 킬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체 뭐냐구웃!

-핵? 아니 거그에 핵이 있나?

-갓플이 있는 곳은 초토화 되니까 핵이 맞긴 한데 ㅎㄷㄷ

-와씨 거그에서 패줌을 한다고?

-패줌 ㄴㄴ 이거 순줌임 ㅋㅋㅋ

혼란스러운 채팅창 속에서 몇몇 눈썰미가 좋은 시청자들은 이경복이 뭘 했는지 알아차렸다.

‘패스트 줌’, 혹은 ‘순간 줌’의 준말인 ‘패줌’과 ‘순줌’이 바로 그것.

정식 명칭은 ‘퀵 스코프’로 스코프를 통한 조준과 동시에 격발을 하는 기술을 의미했다.

-순줌이 거그에서 된다고?

-아니 ㅅㅂ 근거리도 아니고 저 원거리를?

-진짜 피지컬이 아니라 매지컬ㅋㅋ

하지만 이 기술은 탄도학이 세밀하게 적용되는 거너 그라운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기술이었다.

설령 사용한다고 해도 타격 지점이 넓은 근거리에서나 보이는 정도였다.

지금 이경복의 상황처럼 원거리, 그리고 고저 차이까지 있어 세밀한 조준이 필요한 시점에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술이었다.

-갓플! 그만 잘해! 갓플! 그만 잘해!

-않이ㅋㅋㅋ 어떻게 못 하는 게 없누 ㅋㅋㅋ

-전능한 거 보니까 역시 신이 맏따ㅋㅋㅋㅋㅋ

-개 쩌는 건 쏘고 나서 바로 이동함 ㅋㅋ

-???: 쏘면 맞는 게 [퍼][펙][트]니까.

이경복은 채팅창 반응을 보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탄창을 갈아 끼웠다.

‘좀 아쉽네.’

이내 그는 살짝 눈가를 찡그렸다. 육감으로 감지되는 적들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무래도 방침을 바꾼 듯 그들도 옥상을 버리고 건물 속으로 숨기 시작했다.

‘탄창에 더 여유가 있었으면 다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연이어 올라오는 킬 메시지에 저항을 포기한 게 분명했다. 상금을 목표로 참가했던 사냥꾼들은 킬 상금이 아니라 생존 상금을 챙기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

‘그렇다면 지금 이쪽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저격러라는 거겠지.’

하지만 개중에는 차지하고 있던 건물에서 나와 그가 있는 건물 쪽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불쾌한 감각이 더욱 강해졌다.

-어? 발소리 들렸다.

-저격전 포기했나?

-혀엉! 얼른 돔황챠!

-이거 백퍼 수류탄 각임;;

-않이 ㅋㅋㅋ 입거너들 훈수 보소

-아 갓플이 다 알아서 한다고.

이내 그중 하나가 시청자들도 알아차릴 정도로 가까이 접근했다. 상대 쪽에서 노리는 수는 모두가 알 정도로 뻔했다.

건물 내로 폭발물을 던져서 처리하는 방법. 그만큼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수이기도 했다.

캠핑, 혹은 부동산 메타는 투척무기에 취약하기 때문.

“제가.”

이경복은 곧바로 입을 열며 일어섰다. 그러나 그는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상대가 있는 창가로 달려갔다.

“이런 조공은.”

때마침 아래쪽에서 던진 수류탄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경복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프라이팬을 잡았다.

“부담스러워서요!”

그는 방긋 웃으며 마치 테니스를 치듯 수류탄을 향해 스매시를 때렸다.

쾅하는 폭음과 함께 손목이 저릿저릿할 정도의 반탄력이 느껴졌다.

만약 현실의 프라이팬이라면 막지 못했겠지만 거너 그라운드의 프라이팬은 완전 방탄이었다.

“크아아악!”

[쌉고수킬러 >>Frag Grenade>> 쌉고수킬러]

이윽고 아래쪽에서 비명과 함께 킬 메시지가 떠올랐다.

-헐?

-와 ㅋㅋㅋ 프라이팬으로 막는다고?

-않이;;; 이게 말이 됨?

-갓플방에서는 ‘말이 됨’ 금지~

-ㄹㅇㅋㅋ 계속 나오자너

-편집자님! 말이됨 콘도 만들어주세요!

-겁나 시원하누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진짜 방송 매순간 상상을 초월하네 ㅋㅋㅋ

-나도 우연히 총알 막아본 적은 있는데 수류탄은 ㅋㅋㅋ

-보면 바로 몸 던지는 게 정상 아니냐? ㅋㅋㅋ

-듣보잡? 아니죠, 듣보갓입니다!

-ㄹㅇㅋㅋ 듣도 보도 못한 갓플레이임ㅋㅋㅋㅋ

-않이;; 누가 수류탄을 칠 생각을 하냐굿!

-이거 또 챌린지 나올 각인데?

-수류탄 스매쉬 챌린지 딱이네 ㅋㅋㅋ

이경복은 채팅을 확인하고 가볍게 대답했다.

“보셔서 알겠지만 별로 어렵지 않아요. 그냥 침착하게 치시면 됩니다.”

-아 ㅋㅋㅋ 이제 안 속는다굿!

-기만의 신 갓플……!

-저기서 어케 침착하누 ㅋㅋㅋㅋ

-신의 관점에서는 어렵지 않겠죠^^

-트수는 뱁새라는 거 잊지 말자!

-ㄹㅇㅋㅋ 갓플은 황새도 아니고 종이 다른 기린급임.

-다리길이가 넘사벽이눜ㅋㅋㅋ

시청자들이 서로 떠드는 사이 이경복은 다른 곳에서 접근하는 이들을 처단했다.

그렇게 남은 건 다른 건물에서 숨어 있는 참가자들뿐.

“자, 이제부터 숨바꼭질할 시간인 것 같네요,”

이경복은 건물을 나와 그들을 추적하기로 결정했다.

‘가만히 기다리면 방송도 재미가 없을 테고…….’

무엇보다도 이왕이면 자신을 위해 참가해 준 진짜 팬들에게 생존 상금을 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엌ㅋㅋㅋㅋㅋ

-방플러들 얼른 돔황챠!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탕!

-아 ㅋㅋ 보이자마자 쏘냐고 ㅋㅋ

-바로 곰보겜으로 변해 버렸쥬?

-ㄹㅇㅋㅋ 이게 어떻게 배틀로얄?

숨어 있는 참가자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이경복은 차례차례 업타운 내의 생존자들 숫자를 줄여 나갔다.

“어디 보자…… 이제 한 분 남으신 것 같네요.”

그가 가볍게 숫자를 헤아린 후에 말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

-그걸 어케 아누 ㅎㄷㄷ

-당연히 신이라서 그런 거 아님?

-사실 투시 능력이 있었던 겈ㅋㅋㅋ

뿔뿔이 흩어져 건물에 숨은 사람들 숫자를 어찌 알아본단 말인가. 이경복에게는 육감이 있었지만 그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업타운으로 낙하할 때 몇 명인지 세어 뒀거든요.”

-않이;;; 내려올 때 그게 다 보였다고?

-엌ㅋㅋ 그럼 지금까지 속으로 킬 수 세면서 다녔던 거?

-내 머릿속 킬링 리스트 ㄷㄷ

-살인미소가 아니라 살인마미소였누 ㅎㄷㄷ

-독하다 독해!

-악마 : 네? 퍼플을 본받으라고요?

시청자들이 몰아가자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며 계단을 올랐다.

‘대기하고 있네.’

연이어 뜬 킬 메시지에 상대도 그가 숨은 참가자들을 사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터였다. 아무래도 계속 숨기보다는 회심의 반격을 준비한 모양.

계단에서 모습을 드러낸 순간 쏘려는 게 분명했다. 아쉽게도 다른 사람이라면 가망이 있겠지만 그의 상대는 이경복이었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던 그는 급작스럽게 속도를 높였다. 대기하고 있던 상대가 놀라 방아쇠를 당긴 순간.

이경복은 미리 들고 있던 프라이팬으로 탄환의 궤도를 틀었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튕겨 나간 도탄은.

“꺽!”

엎드려서 조준하고 있던 상대의 머리에 박혔다.

-뭐임?

-헐????

-않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이것도 계산한 거라고?

-무쳤눜ㅋㅋㅋㅋㅋㅋㅋ

-진심 소름 돋는다 ㅋ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자넠ㅋㅋㅋㅋ

밀물처럼 밀려드는 채팅을 확인한 이경복은 살짝 코끝을 찡그렸다.

‘이건 좀 심하긴 했나?’

육감을 통해 읽어 낸 궤적을 틀어 맞추긴 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보여 준 활약들이 쌓여 시청자들의 반응은 감탄을 넘어 경악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아니, 이건 저도 놀랐는데요. 이게 맞네?”

이에 이경복은 짐짓 황당하다는 듯 눈을 끔뻑였다.

-엌ㅋㅋㅋㅋㅋ

-갓직히 이건 운빨이지 ㅋㅋㅋ

-아 ㅋㅋ 신도 운빨은 받아야지

-팩트) 갓플은 원래 운도 [퍼][펙][트]했다.

-이거 맏따 ㅋㅋㅋ

-구독권 100장 딴 거 보면 모르냐굿!

-와 ㅋㅋㅋ 진짜 거를 타선이 하나도 없누

시청자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반응했다.

그렇게 정리를 마치고 게임이 정리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활성화된 자기장에 업타운까지 오지도 못하고 죽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사실상 구상 메타로 상금 갈렸네 ㅋㅋㅋ

-ㄹㅇㅋㅋ 갓플 있는 데 오면 바로 죽는 거임.

-킹직히 거리 둔 게 현명해따

-77ㅓ억! 상금 달달하고

사실상 생존 순위는 회복 아이템의 개수로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퍼펙트플레이]

[승리했소! 오늘 저녁은 한우로 하겠소!]

[랭킹#1 / 킬 72]

이윽고 마지막 1인이 되자 결과 메시지가 나타났다.

-72킬ㅋㅋㅋㅋㅋ

-아무리 연습게임이지만 ㅅㅂㅋㅋㅋ

-자살로 처리된 거까지 포함하면 거의 80명 넘을 듯 ㅋㅋㅋㅋ

-걸어 다니는 핵 인증 ㅅㄱ

-ㄹㅇ 핵꿀잼임

결과가 나타났지만 게임방은 사라지지 않았다. 연습게임으로 만든 방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경복은 업타운 옥상에서 방송을 지속했다.

“자, 이걸로 첫 번째 OTP가 끝났네요. 참가해 주신 구독자 99명, 그리고 지금까지 봐주신 5천 명의 시청자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이경복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느덧 시청자 숫자는 5천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갱신했다.

“그리고 몇몇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는데요. OTP는 이번 거너 그라운드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비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는 저를 넘어선 분이 없어서 마음이 안 좋네요.”

-아 ㅋㅋㅋ 킹받누

-ㄹㅇㅋㅋ 자기 못 이길 거 알면서 멘트치는 거 보소

-지금 약올리는거 맏찌?

-기만 멈춰! 기만 멈춰! 기만 멈춰!

-내 살면서 오티피 우승자를 볼 날이 올까……?

-아 ㅋㅋ 어림도 없지! 죽어서도 못 봄 ㅋㅋ

-원래 죽으면 못 보는 거 아니냐? ㅋㅋㅋ

시청자들의 격렬한 반응에 이경복은 더욱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계속 도전해 주실 거죠? 왜냐하면 이번 대회의 상금은 다음 대회에 누적할 생각이거든요. 그리고 매 대회마다 우승자가 나오지 않으면 계속 적립됩니다!”

-헐?

-레알루?

-엌ㅋㅋㅋㅋ 퍼플이 뭘 좀 아누

-무슨 로또냐고 ㅋㅋㅋㅋㅋ

-로또는 당첨될 가능성이라도 있지 ㅅㅂㅋㅋㅋㅋ

-아 ㅋㅋㅋ 퍼플 이길 확률은 제로라고!

-금액 커지면 대기업들도 참가하는 거 아님?

-엌ㅋㅋㅋㅋ 그러면 개꿀잼일듯

기뻐하는 채팅창에 이경복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리고 제가 오늘은 하나 여러분들께 보여 드리려고 준비한 게 있거든요.”

그 한 마디에 시청자들의 주의가 곧바로 쏠렸다. 물음표로 가득해지는 채팅창을 본 이경복은 준비한 수류탄을 꺼내 바닥에 굴렸다.

“오늘 방송.”

동시에 이경복은 권총을 꺼내 수류탄을 겨누었다. 이윽고 격발과 함께 굴러가던 수류탄의 안전핀이 튕겨 나갔다.

“시청해 주셔서.”

이어 그는 곧바로 달려가며 프라이팬을 꺼내 던졌다. 그리고 바닥을 박차고 도약.

수류탄의 폭발에 맞추어 프라이팬 위에 올라섰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반탄력에 밀린 프라이팬을 타고 그는 하늘 위로 높이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트바!”

기지개를 켜듯 활짝 몸을 편 그는 빠르게 손을 흔들며 방송을 종료했다.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까지 레전드 찍눜ㅋㅋㅋㅋㅋㅋ

-이게 신의 퍼포먼스? 이게 신의 퍼포먼스?

-예술은 폭발이다! 예술은 폭발이다! 예술은 폭발이다!

-방송 터짐(진짜)

-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

-[블랙기업]다운 블랙아웃 엔딩 ㅋㅋㅋㅋㅋ

-매니저 : 이걸 진짜 하네.

-엌ㅋㅋㅋ 매니저님도 충격ㅋㅋㅋ

-개웃기네 진짜 ㅋㅋㅋㅋㅋㅋ

암전된 화면과 함께 채팅창이 미친 듯이 올라왔다.

* * *

늦은 밤.

퍼플을 노렸던 4인방, 홀리카우 팀의 숙소.

그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 미쳤네.”

“와…… 이게 진짜 같은 사람인가?”

“레알 갓플이 괜한 말이 아니라니까.”

“아, 겁나 아쉽네. 같이 학교 갈 걸 그랬나?”

네 사람이 보고 있는 건 이번 OTP의 리플레이 영상이었다. 직접 참가했던 그들은 게임 내 시스템 덕분에 편집 후 영상이 아닌 원본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퍼플과 자신들의 교전은 직접 경험했으니 따로 볼 필요는 없었기에 학교에서의 교전부터 살펴보는 중이었다.

“야, 나도 복싱 배울까?”

“배운다고 되겠냐?”

“나도 순간 혹했는데, 솔직히 실전에서는 근접전 할 일이 없어.”

“딱 봐도 줄넘기만 하고 끝날 게 뻔한데.”

한 친구의 말에 다른 친구들이 시시덕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표정은 다시금 진지해졌다.

“와…… 교실도 쩔긴 했는데 이게 진짜다.”

“그러니까 어떻게 이런 스텝을 밟지?”

“와, 표정 봐라. 멘탈 대박이야. 이걸 안 놀랜다고?”

“게다가 바로 방향을 틀면서 대응 사격까지…… 이거 분명 리드샷 생각한 거다.”

강당에서 급습을 받은 퍼플의 모습에 그들은 경탄을 숨기지 않았다.

“야, 너 이거 할 수 있겠냐?”

“뛰면서 헤드샷을 어떻게 하냐?”

“난 그냥 구르고 볼 거 같은데.”

“여긴 엄폐물 없어서 그러면 그냥 죽을걸?”

“그게 맞지. 차라리 못 맞춰도 이 사람처럼 제압사격 하는 게 오히려 생존률이 높을 거다.”

네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코, 코치님.”

“오셨습니까!”

“아니, 오늘 휴일이신데 왜…….”

그들 뒤에는 언제 왔는지 팀 유니폼을 입은 코치가 서 있었다.

“그러는 너희야말로 휴일이라고 좋다고 난리더니 무슨 분석을 하고 있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코치의 표정에는 흡족함이 묻어나왔다. 대학 리그 우승과 함께 새로 영입한 신인들이 열정을 보이니 기쁘지 않을 코치가 어디 있겠나.

“근데 이분은 누구시냐? 어느 팀 소속이야?”

“아니, 저 그게…… 프로게이머는 아니시고요.”

“응?”

코치는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솔직히 대답했다.

“퍼플이라고, 스트리머입니다.”

“……스트리머라고?”

코치의 미간이 바로 찡그려졌다.

아무리 게임을 잘하는 스트리머가 많아졌다고는 해도 프로게이머로서의 자부심이 있는 법. 어떻게 프로게이머가 스트리머의 플레이를 보고 배운단 말인가.

‘후, 그래도 아직 애들이니까…….’

코치는 이내 마음을 다스렸다. 아직 대학생이기도 하고 프로 업계에 발을 들인지 얼마되지도 않았다. 그러니 아직은 경계가 희미할 수도 있었다.

‘직접 차이를 알려 줘야겠어.’

코치는 이에 직접 리플레이를 돌려봤다. 퍼플이라는 스트리머에게서 부족한 점을 보여 주어 팀원들의 눈을 뜨게 해 줄 속셈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와…….”

어느새 그는 영상에 깊게 몰입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게 스트리머 실력이라고?’

코치 생활을 하면서 많은 프로게이머를 봐 왔지만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인재는 없었다.

그 표정을 살핀 홀리카우 팀은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약간 기세가 등등해졌다.

“코치님, 더 놀라운 게 뭔지 아십니까?”

“뭐?”

“이분, 거그 이제 2일 차세요.”

“뭐?!”

코치는 자기도 모르게 숙소가 떠나가라 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2일 차? 고작 2일 차라고?’

그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코치는 이내 엄격한 모습으로 팀원들을 돌아봤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네, 정말…….”

“이런 분이랑 같이 게임을 했으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네?”

“잘 됐다. 마침 다 왔으니까 바로 랭겜돌리자.”

코치의 말에 홀리카우 팀원들은 아차 싶었다.

“아니, 코치님……!”

“저희 오늘 휴일인데?!”

“이것도 빡겜했어요!”

“으아…….”

코치는 그들의 엄살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자식들, 이거. 너희들 팀 유티폼에 박힌 이게 무슨 뜻인지 몰라? ‘티어 원’, 최고가 될 각오하고 온 거 아냐?”

홀리카우 팀이 계약한 곳은 바로 대부분의 이스포츠 리그에서 1위와 2위를 다투는 ‘티어 원’이었다.

코치의 말에 네 사람은 결국 캡슐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퍼플이라…….’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두 글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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