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50화 (50/491)

50화 - 퍼지데이 (1)

지놈은 트라이에서 제공하는 팬페이지보다 자신의 팬 카페를 애용했다.

매일 방송 일정 공지 역시 그곳을 통했다.

[오늘 방송 – 1부 거너그라운드 듀오 랭크(Feat.퍼플) / 2부 –몰?루]

팬이라도 보통 방송 공지에는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제목만 봐도 내용을 유추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지는 달랐다.

[-와ㅋㅋ 바로 일정 잡아버리기~]

[ㄴ진짜 행동력 하나는 지린다]

[ㄴ지놈이 아니라 매니저님이 고생한 거 아님?]

[ㄴㄹㅇㅋㅋ 알고 보니 매니저님 행동력이었쥬?]

[-형 공지 제목 수정 좀 (랭크->버스)]

[ㄴ엌ㅋㅋㅋ 레알이자너]

[ㄴ게놈, 네 이놈! 승객이 어딜 감히 랭크라고 쓰느냐!]

[ㄴ제로백버스 기대된다 ㅋㅋㅋ]

[ㄴ이런 식이면 Feat에도 형 이름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님? ㅋㅋ]

[ㄴ맞말추 ㅋㅋㅋㅋㅋ]

[-2부가 왜 따로 있음? 어이없네 합방 풀로 가야 되는 거 아님?]

[ㄴ건방지게 2부 ㅋㅋㅋㅋㅋㅋ]

[ㄴ갓플이랑 합방한다고 같은 급 된 줄 착각한 듯?]

[ㄴ아 ㅋㅋ 이거네 ㅋㅋ]

[ㄴ그것도 킹받게 몰?루 써놨음 ㅋㅋㅋ]

[-2부 말고 다음 합방 일정도 미리 박자 ㅠ 나 오늘 못 본다고!]

[ㄴ나도 못 봄……]

[ㄴ인생 열심히 살기 vs 합방 라이브 챙겨 보기]

[ㄴ아 ㅋㅋㅋ 이건 닥후지]

[ㄴ찐 트수가 승리한 세계]

[ㄴ이게 졌지만 잘 싸웟다 그거냐?]

[ㄴ게놈들은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 거 아니었음?]

[ㄴ학생 댓글 내려^^]

단순한 공지 글이었음에도 댓글이 우후죽순 달렸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퍼플과의 합방을 고대했다는 의미기도 했다.

[-근데 그럼 누구 방송 볼 거임?]

[ㄴ아 고민되긴 한다 ㅋㅋㅋ]

[ㄴ의리 생각하면 지놈 형인디……]

[ㄴ갓플 방송가서 드립치기? 이건 못 참지 ㅋㅋㅋ]

한편 몇몇 시청자들은 난처함을 숨기지 않았다. 본래 지놈의 팬이었지만 퍼플의 방송 채팅에도 참가하고 싶은 이들이었다.

[-않이;; 멀티태스킹 모르냐고 ㅋㅋㅋㅋ]

[ㄴㄹㅇㅋㅋ 진성 트수라면 방송 4개씩 켜놓는 건 기본 아님?]

[ㄴ어차피 듀오니까 양쪽 다 켜놓고 봐도 무방함 ㅋㅋㅋ]

[ㄴ읭? 원래 제약 걸리지 않음?]

[ㄴ그거 걸리는 게임은 또 따로 있음.]

[ㄴㅇㅇ ‘위치위치’처럼 방플 하면 안 되는 게임만 시청 제한 걸림]

[ㄴ아 ㅋㅋ 후원 지갑이나 채워두라고]

방송을 오래 봐 온 시청자들은 간단히 해결책을 제시했다.

[-와 ㅋㅋ 근데 오늘은 진짜 핵꿀잼 예약일 듯 ㅋㅋ]

[ㄴㄹㅇ 피지컬 조합 미쳤자너]

[ㄴ역대급 방송 예상한다]

[ㄴ갓플 앞에서…… 피지컬!?]

[ㄴ이게 바로 피지컬의 상대성 원리?]

[ㄴ상대성원리 ㅇㅈㄹ ㅋㅋㅋ]

[ㄴ갓플 앞에서는 지놈도 한낱 주둥아리일 뿐……]

[ㄴ트최피와 트최입이 만났다!]

그리 흥겨움과 기대 속에서 방송시간이 다가왔다.

* * *

방송시간에 맞추어 이경복은 지놈의 가상현실 스튜디오로 초대를 받았다.

퍼플의 방송은 잡담은 짧게 하고 바로 게임으로 들어가지만 지놈은 달랐다.

‘와 계속 오르네.’

방송시작과 더불어 치솟기 시작하는 시청자 숫자는 4천을 넘었다. 그럼에도 지놈은 아직 이경복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지도 않고 있었다.

-혀엉? 갓플님 어디 있어!?

-아 ㅋㅋ 현기증 난다고

-지금 장난 나랑 해?

-않이 ㅋㅋ 웃으면서 말하니까 장난인 줄 아네?

시청자들의 아우성에도 지놈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어쭈?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나 방송 못 한다? 퍼플님 그냥 돌려보내?”

-아유 당연히 우리가 기다려야죠^^7

-충성충성^^7

-인질이 너무 세누 ㅋㅋㅋㅋ

-갓플님 봐서 봐준다 진짜

-나중에 꼭 퍼플님이 호스트로 합방했으면……

채팅창 반응에 지놈은 코웃음을 치고는 손뼉을 쳤다.

“자, 그럼 오늘의 특급, 아니 갓급 게스트! 퍼플 님을 모셔보겠습니다!”

-큐하!

-편집자님? 여기서부터 쓰시면 됩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지튜브와 퍼튜브 구독 합시다!

-마참내!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고조되는 북소리와 함께 이경복의 시야가 번쩍였다. 이전 합방 때와 마찬가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위치가 조정되었다.

“트하!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미 두 번째였기에 이경복은 능숙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의 방송이 켜진 것도 동시였다.

-퍼플 방송 열렸다!

-하하! 잘 있어라 게놈!

-이제 당신은 필요 없어!

-트수들 엑소더스 보소 ㅋㅋㅋ

그와 함께 퍼플 방송의 시청자들이 폭증했다. 하지만 채팅과는 다르게 지놈의 방송 시청자 숫자는 크게 줄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퍼플 님, 잘 지내셨죠?”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정말 오랜만인 것 같네요.”

“크! 바로 그겁니다. 그만큼 퍼플 님과 제가 떨어져서는 안 될 사이라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

-버스 정류장이 여기서부터였누?

-탑승속도 보소 ㅎㄷㄷ

-추놈아 게하다……

지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웃으며 자리를 잡았다.

“자, 합방에 앞서 근황을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 제가 진짜 놀랐습니다. 저랑 합방 끝내자마자 다음날 거그를 시작하셨더라고요?”

“아, 네네. 방송에서도 말씀드렸긴 했는데 혹시 제가 구멍이 될까 해서요.”

근황토크는 이미 사전에 협의가 되어 있었던 터라 이경복은 여유롭게 답할 수 있었다.

-구멍ㅋㅋㅋㅋㅋ

-갓플이 짐이 된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일일 듯 ㅋㅋㅋ

-바늘구멍도 너무 크지 않나?

-나노미터 정도 구멍일 듯 ㅋㅋㅋ

-아 ㅋㅋㅋ 아무튼 구멍이라고

게임을 너무 일찍 시작하면 초반 부분을 못 보고 들어오는 시청자가 발생한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런 시청자 중 일부는 따로 올라오는 풀영상을 보겠다고 이탈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정작 풀영상이 올라올 즈음에는 흥미가 없어져 안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규모가 커지면 게임 시작을 좀 천천히 하는 게 좋다고 했지.’

이경복은 새삼 방송에 대한 노하우를 되새기며 인터뷰에 집중했다.

“아니, 제가 또 퍼플님 활약을 챙겨 봤습니다. 그런데 구멍이라니요?! 1일 차 게임 전승에 평균 킬수 32명인 구멍도 있나요? 거의 플레이어 3분의 1을 쓸어버리셨는데?!”

“어? 제가 그랬나요?”

-킹가 갓랬나요?

-여포 중의 여포였으면서!

-[블랙기업]다운 발언

-때린 사람은 기억 못 하고 맞는 사람만 기억하는 건 국룰이지

-앗… 갑자기 트라우마가……

이경복의 반응에 지놈은 헛웃음을 지었다.

“또 기만 브레스 발사하시네요. 퍼플님이 했던 플레이 중 하나만 할 수 있어도 장례식 플레이리스트에 넣을 사람 많습니다.”

-고인의 생전 쩌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맞말추 ㅋㅋㅋㅋ

-30킬 이상에 한우까지? 영구 소장각이지 ㅋㅋㅋ

-그런 레전드를 밥 먹듯 하는 당신은 대체…

시청자들 역시 동조했다.

그러나 이경복으로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 중 하나였다.

“자, 여기서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왜 하필 여포 메타로만 플레이를 하셨는가? 혹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아, 그건…….”

이경복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단한 이유는 아닌데, 적을 빨리 죽이면 게임이 빨리 끝나고 여러 판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요.”

-이게 신의 사고방식……?

-아 ㅋㅋㅋ 틀린 말은 아니지

-고걸 몰라서 내가 게임을 많이 못 했누 ㅋㅋㅋㅋ

-내가 찾는 배틀로얄 빨리 끝내는 법, 여기 있었네요!

-그래서 상대도 빨리 죽어준 거자너ㅋㅋㅋㅋ

-접대받는 거였누 ㅋㅋㅋㅋ

-접대(강제)

채팅창 반응을 확인한 지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나! 오랜만에 봐도 퍼플은 퍼플 님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대답입니다. 그리고 다음, 이거 묻지 않을 수가 없는데. 구독자 이벤트, OTP를 그 다음날에 하셨다고?”

“아, 네네. 지놈님 방송을 보고 한번 해 보고 싶었어요. 시청자 분들이랑 소통을 정말 잘하셔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소통?

-고통이 오타 난 거 아님? ㅋㅋㅋ

-아 ㅋㅋ ㄱ이랑 ㅅ이랑 가까이 있긴 해

-???: 완벽한 죽음을 선사하겠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학살해 놓고!

-이게 바로 [퍼][펙][트]류 소통임 ㅋㅋㅋ

-근데 맞고 죽으면서도 즐기는 거 보면 소통이긴 해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곧바로 이경복을 몰아갔다.

“바라는 걸 해 드렸으니 소통이 아닐까요?”

그 반응에 이경복도 맞수를 놓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지놈도 감탄하며 인터뷰를 다시 진행했다.

“이벤트 결과가 정말 놀랍습니다. 99명 상대로 압도적인 우승! 게다가 레전드 장면도 미친 듯이 나왔었죠? 심지어 GGG 쪽에서도 댓글을 달았다고!”

“네, 그랬죠.”

“그런데 제가 진짜 놀란 건 따로 있습니다. 보통 한 달도 안 된 스트리머가 이벤트 열기라는 게 쉽지가 않단 말이죠.”

“아, 다른 스트리머 분들은 이벤트를 잘 안 하나요?”

이경복의 물음에 지놈은 말을 이어 가려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여러분들. 난 이게 진짜 무서워. 천재들은 다 이런가? 자각을 잘 못 해. 이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야.”

그 말에 채팅창이 웃음과 긍정으로 가득해졌다. 정작 이경복은 왜 그런 반응이 나왔는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한 달도 안 된 스트리머가 이벤트를 열 정도로 성공하는 사례가 거의 없거든요. 진짜 퍼플 님처럼 재능 넘치는 천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거든 이게.”

-퍼기만 멈춰!

-근데 진짜 초반에 접는 스머들 넘쳐남 ㅋㅋㅋ

-갓플은 접으려고 해도 접을 수가 없음

-ㄹㅇㅋㅋ 그렇게는 안 놔두지!

-아 ㅋㅋ 나 죽을 때까지만 하면 됨

-이렇게 된 이상 불로장생 약 찾는다.

-진시황이냐고 ㅋㅋㅋㅋ

“여러분들은 알지? 진짜 그렇다니까. 심지어 나도 방송 첫 달에는 진짜 관둘까 매일 같이 고민했거든.”

-또또 은근슬쩍 올려치기 하쥬?

-아 억울하면 지금 관두시던가 ㅋㅋ

-ㄹㅇㅋㅋ 이제는 못 도망치쥬?

-늙고 병든 형은 무적권 방송뿐이야!

이경복은 채팅창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툴툴대면서도 방송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이 귀여웠다.

“자자, 암울한 얘기 그만! 아,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지금까지 전부 게임 맵을 ‘레안젤’만 하셨는데 그것도 이유가 있을까요?”

거너그라운드의 맵은 하나가 아니었다. 크기는 물론이고 지형과 환경, 기후까지 다른 맵이 여러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 사실 합방이 이렇게 빨리 잡힐 줄은 몰랐습니다. 그 전에 맵 하나라도 제대로 익혀 둘 생각이었어요.”

“아하…… 이거 큰일이네요. 랭겜은 맵이 랜덤으로 바뀌는데.”

지놈이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방긋 웃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누굽니까? 거너그라운드 맵이라면 제가 또 빠삭하게 알고 있거든요! 이번 합방 안내는 제게 맡기시면 됩니다!”

-혀엉? 교전은? 총질은 갓플님한테 다 떠넘길 거야?

-엌ㅋㅋㅋㅋ 대놓고 버스 승객 선언

-네비게이션만 할 생각이었냐굿!

-네비야 네 방에는 뭐가 있니?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 엌ㅋㅋㅋㅋ

-고대원시전설유머 뭔데!

-아 원시인 밴 좀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에 지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아니, 님들.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나 버스 타려고 모신 거라니까? 그리고 퍼플 님이 내 몫 남겨나 주시겠어? 그냥 보이면 바로 킬 따실 텐데. 퍼플 님, 그쵸?”

“적이 보이면 죽여야죠.”

이경복은 간단히 대답했다.

그 대답에 채팅창에 ‘ㅇㅈ’이라는 글이 도배가 됐다.

“자자, 그럼 이제 슬슬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네, 버스 출발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가볍게 웃으며 게임을 실행했다. 배경은 스튜디오에서 거너그라운드 로비로 뒤바뀌었다.

“자, 그럼…….”

지놈이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빠르게 돌렸다. 이윽고 그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퍼플 님 잠깐 실례할게요.”

“아, 네네.”

대체 무슨 일일까.

이경복은 물론이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얘들아, 지금 제보 하나 들어왔거든? 일단 보면 알 거야. 매니저님?”

[‘지놈매니저’님이 ‘5,000’원의 영상을 후원하셨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영상 후원이 시작됐다. 누군가 오픈 톡방을 캡처한 화면이었다.

[>이번 합방에서 퍼플 조지면 지놈도 나락행 ㅋㅋㅋ]

[>맨날 천재 ㅇㅈㄹ 존나 병신 같자너ㅋㅋㅋㅋ]

[>웃긴 게 그 새끼는 부정도 안 함 ㅋㅋㅋㅋ 진짜 지가 천재인 줄 아는 듯]

하나씩 추가되는 채팅.

[>이번에 제대로 조지면 지놈쉑이랑 합방 아무도 안하겠지]

[>한번 엿을 처먹여 줘야 정신을 차림 ㅋㅋㅋ]

[>아 ㅋㅋㅋ 생각만 해도 개꿀잼이누]

[>마침 듀오는 둘 다 언랭이라서 저격도 개 쉬움 ㅋㅋㅋ]

[>제가 방송 보고 바로 위치 넣어드림]

그 안에 담긴 건 농후한 악의였다.

-아 이 찐따들은 또 뭔데!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ㅅㅂ 갓플 합방 노리고 저격?

-돌았나 진짜 ㅋㅋㅋㅋㅋ

-왜 저러고 사냐?

-인생에서 이룬 게 스머 저격밖에 없는 것들 ㅋㅋㅋㅋㅋ

-ㅅㅂ 저격쉑들 지금 이 중에 있을 거 아녀?

-방플 안 하면 덤빌 자신도 없는 ㅂㅅ들이 나대긴 준내 나대요 ㅋㅋㅋ

시청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지놈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경복을 돌아봤다.

“하, 이거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 따라온 저격들인 것 같은데…….”

“아뇨, 지놈 님이 죄송할 게 뭐 있나요.”

이경복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실제로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구독자 이벤트를 통해 이미 저격에 대한 경험을 쌓아 둔 덕이었다.

‘미리 연습해 두길 잘했네.’

만약 그 적응 과정이 없었다면 충격받은 모습이 현재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약 1만의 시청자들 앞에서 드러났을 것이다.

‘생각보다 더 심하구나.’

다만 자신에게 붙은 저격보다 지놈의 저격이 이 정도로 악질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럼 계속해도 될까요? 혹 부담되시면 끝내셔도 됩니다.”

-않이;;; 어떻게 기다린 합방인데!

-가지마!

-저격 ㅅㅂㄹ아! 썩 꺼져!

-근데 저런 악질 저격 달고 방송하는 것도 좀……

-뭔 ㅂㅅ들 때문에 이게 뭔 꼴이누

지놈의 말에 시청자들이 분노를 더욱 표출했다. 이경복은 그 상황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잘 됐죠.”

“네?”

그 대답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밀려들었다.

“직접 찾아오면 처리가 쉽잖아요?”

-엌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 이게 퍼자감이지

-저격이고 뭐고 보이면 다 죽는다 이 말이야~

-이 패기! 짜릿해! 늘 새로워!

-???: 적을 빨리 죽이면 게임이 빨리 끝나요.

-이맛에 갓플 방송 보는 거 아임니까!

채팅창의 분위기는 일변했다. 저격에 대한 분노가 컸던 만큼 기대심이 폭증했다.

“캬! 바로 이겁니다! 바벨탑이 무너진 이유! 신에게 도달하려던 오만한 인간들의 말로는 이미 증명이 끝났다 이거죠!”

지놈은 분위기를 읽어 내고 재빠르게 오디오를 채웠다.

-바벨탑 ㅇㅈㄹ ㅋㅋㅋㅋ

-진짜 이 형은 입지컬 노선 탔네 ㅋㅋㅋ

-싹다 발라 버리자!

-저격쉑들 ㅋㅋㅋ 기대랑 달라서 식겁했쥬?

“자, 좋습니다! 아, 그 전에 잠깐! 제가 퍼플 님과 합방을 한다고 준비한 게 또 있거든요.”

지놈은 빠르게 손가락을 놀렸다.

[‘GENOME’님이 선물을 보냈습니다.]

이경복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아, 이건가.’

물론 그는 사전에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기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선물을 확인했다.

[코스튬 ‘정장(Black)’을 받았습니다.]

[코스튬 ‘웃는 가면’을 받았습니다.]

선물의 정체는 바로 코스튬이었다. 이경복은 곧바로 선물을 수령하고 장착했다.

기본 복장이 사라지고 말끔한 정장과 가면이 손에 들렸다.

-엌ㅋㅋㅋㅋ 코디까지 준비했누

-슈트 핏 뭔데!

-핏마저 [완벽]한 거야 당연한 거 아님?

-아니 이 몸에 슈트는 반칙이지!

-작을 거야. 작아야만 해……!

-미쳤냐고 ㅋㅋㅋ 뭐가 작아 ㅋㅋㅋ

-메모) 신은 슈트를 입는다.

-무슨 악마는 르파다를 입는다임? ㅋㅋ

-이게 바로 [블랙기업]의 정장인가……!

시청자들의 반응에 지놈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어느새 정장과 우는 가면을 손에 들고 있었다.

“오늘 우리 조합이 뭡니까? 퍼플과 지놈, 퍼지 합방 아닙니까! 그래서 딱 맞는 코스튬을 제가 준비를 해뒀죠.”

“아, 저도 그 영화 좋아하는데.”

예전에 ‘퍼지 데이(Purge Day)’라는 단 하루,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날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가 인기를 끌었었다.

시청자들은 그제야 지놈의 의도를 깨달았다.

-아 ㅋㅋㅋ 퍼지데이 컨셉이누 ㅋㅋㅋ

-무쳤다!

-와 ㅋㅋㅋ 찰떡이네 진짜.

-지놈이 방송을 잘하긴 해

-퍼지데이 저격 참교육 각 지렸고

-큐튭각 미쳤다 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오늘이 바로 퍼플과 지놈, 퍼지의 날! 퍼지데이 입니다!”

“그럼 퍼지버스 출발하겠습니다!”

이경복도 덩달아 흥을 내며 소리를 높였다. 같이 듀오를 맺고 게임 시작을 누르자 어깨에 보라색 피아인식표가 형성되었다.

이윽고 시야가 뒤바뀌며 두 사람은 예의 비행기에 앉아 있었다.

‘와, 숨 막히네.’

이경복은 엄습하는 불길한 육감에 눈가를 꿈틀거렸다.

랭크게임이기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더 진지하게 적의를 품는 거야 예상했지만, 그중에서도 유별난 이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저격러인가.’

그 사이 지놈은 빠르게 지도를 펼쳤다.

“오호, 여기 쿠나스네요?”

쿠나스(Koonas)는 열대의 섬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맵이었다.

-쿠나스? 오히려 좋아.

-엌ㅋㅋㅋㅋ 쿠나스에 퍼지조합?

-미쳤다 미쳤어 ㅋㅋㅋㅋ

-이건 무적권 레전드다

-와 ㅋㅋㅋ 게임 끝났네

시청자들은 이에 뛸 듯이 기뻐했다. 이경복으로서는 왜 그러나 싶었는데.

“퍼플 님, 여기는 레안젤보다 맵 크기가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아, 진짜네요.”

지놈의 설명에 이경복도 지도를 확인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만큼 플레이어끼리 자주 만날 수밖에 없고 교전 중심의 플레이가 이루어지죠.”

“아하.”

이어지는 지놈의 설명에 이경복은 시청자들이 왜 좋아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지놈을 돌아봤다.

“지놈 님, 오늘 1부 방송 언제까지죠? 컨텐츠 따로 준비하신 거 더 있나요?”

“네? 그건 갑자기 왜……?”

지놈이 되묻자 이경복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이번 게임이 너무 빨리 끝날 것 같아서요.”

-그 발언!

-너무나 신빙성 있는 발언!

-스겜 메타 뭔데!

-퍼자감 ON! 퍼기만 ON!

-여포 중 여포를 위한 판!

-여중여 뭐냐곸ㅋㅋㅋㅋ

-퍼지데이! 퍼지데이! 퍼지데이!

-얏호! 숙청파티다!

-트수들 단체로 돌았누 ㅋㅋㅋㅋ

그 발언에 다시금 채팅창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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