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54화 (54/491)

54화 - 퍼지데이 (5)

쿠나스의 리조트는 레안젤의 ‘학교’와 비슷한 차상위 파밍 장소였다. 그만큼 유적지나 훈련소처럼 플레이어가 몰리지는 않았지만 10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자리를 잡았던 곳이었다.

거기서도 가장 핵심 건물인 X자 숙소의 3층에는 한 남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11시, 하나 갑니다.”

저격소총의 스코프로 움직이는 적을 발견하고 무전으로 알렸다. 하지만 팀원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풀만먹는내인생 >>AK47M>> 네모네모스폰지잭 (HEAD SHOT!)]

위치를 알려 주자마자 떠오른 킬 메시지에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1시에 하나 더요.”

[풀만먹는내인생 >>AK47M>> 새벽3시햄버거뚱 (HEAD SHOT!)]

보고와 함께 또 다른 킬 메시지.

그는 자기도 모르게 탄사를 흘렸다.

‘와…… 진짜 실력 미쳤네.’

이걸로 리조트에 남은 인원들이 전부 사살됐다. 그중 절반 이상이 저 팀원의 손에 사라졌다.

‘퍼플이고 뭐고 다 잡겠어.’

그는 퍼플과 지놈을 노린 저격러였다. 하지만 그의 팀원은 저격러가 아니었다.

‘진짜 뉴턴좌가 맞나 보네.’

팀원의 정체는 용병이었다.

그것도 저격러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뉴턴좌’라는 별명을 가진 용병이었다.

저격 대상이 된 목표를 무조건 끌어내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었다.

‘근데 어떻게 매번 아이디가 달라지지?’

신기한 점은 매 저격마다 아이디를 바꾼다는 점. 신체 정보로 등록되는 캡슐의 특성상 아이디를 여럿 보유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돈지랄하는 거 보면 진짜 저격을 취미로 하나 보네.’

캡슐의 제조사 ‘리얼리티’는 VIP 등급 회원에게 멀티 아이디를 제공한다.

VIP는 제조사에서 직접 심사해 부여하는 등급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이었다.

‘피지컬 보면 나이는 어린 것 같은데…….’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제조사에서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 일반인도 원한다면 ‘VIP회원권’을 구매해서 멀티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었다.

‘금수저 생활 개 부럽네 진짜.’

그가 뉴턴좌가 금수저라고 판단한 이유.

VIP회원권의 가격은 달마다 1천만 원, 연간회원권으로 구매할 경우에는 1년에 1억이었기 때문이었다.

[클리어.]

[경계 지속 후 보고 바람.]

뉴턴좌는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채팅으로만 의사를 전달했다. 때문에 아직 정체가 무엇인지 실마리 하나 잡히지 않았다.

“예, 알겠슴다.”

저격러는 가볍게 대답하며 살짝 코를 찡그렸다.

‘그 넷이랑 같이 처리했으면 진즉에 방송 터졌을 텐데.’

원래는 다른 저격러 4명과 함께 협공을 기획했지만 뉴턴좌가 거부했다. 그가 합류하면서 내건 2개의 조건 때문이었다.

‘다굴은 너무 쉽다 이거지.’

첫 번째는 단체 저격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잊지마라.]

[퍼플은 내 몫이다.]

스트리머 퍼플을 자신이 처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네, 알고 있슴다.”

저격러는 그 의도를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결국 돋보이고 싶다는 거겠지.’

돈도 넘치는 금수저가 바라는 건 명예가 아니겠나.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퍼플을 잡아내면 그 명성이 수직 상승할 터였다.

그리 생각하던 와중 외부에 있던 방플러의 톡이 왔다.

[>오 개꿀 ㅋㅋㅋ]

[>리조트로 온다!]

[>대기타!]

퍼플과 지놈이 리조트로 향했다는 소식이었다.

*       *       *

이경복은 천천히 트럭의 속도를 줄였다.

“뭔가 조용하네요? 이쪽 정리도 끝났나?”

지놈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교전 중이라면 총소리가 날 법도 한데 고요하지 않나.

-슬슬 정리될 때가 되긴 했지 ㅋㅋ

-누군지 몰라도 불쌍허누 ㅠ

-ㄹㅇㅋㅋ 기껏 생존했는데 퍼지 조합 만나부렸쥬?

-진짜 개억울할 듯 ㅋㅋㅋㅋ

-고개를 들어라. 강자에게 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시청자들과 달리 이경복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가 먼저 트럭에서 내리자 지놈이 따라 내렸다.

“일단 살펴보죠.”

“넵, 가시죠.”

두 사람은 정석대로 발소리를 죽이며 접근했다. 가까이 가보니 교전의 흔적이 여실히 보였다.

“어이구 많이도 죽…….”

지놈이 멘트를 치려는 순간.

이경복이 신속히 그를 낚아채 끌어당겼다.

그가 있던 자리에 탄환이 날아든 건 바로 직후였다.

“헙?!”

-뭐야? 뭔데?

-방금 뭐임?

-스나다!

-않이;; 어떻게 알았누?

-이게…… 신의 가호?

-반응속도 뭔데!

지놈과 시청자들은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경복은 설명 대신 엄폐하며 얼굴을 굳혔다.

‘저격러 중 하나. 자리를 잘 잡았네.’

그는 육감으로 저격러의 위치를 파악했다. 지놈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싶었지만.

‘그냥 플레이어인지 저격러인지 아직 구분할 근거가 없지.’

그는 알지만 지놈과 시청자들은 몰랐다. 그들을 설득시키는 것보다는 저격러를 잡는 게 더 쉬울 터였다.

이에 그가 신중히 때를 고르려는 찰나.

투둑하는 물방울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스콜이네요!”

지놈이 옆에서 낮게 소리쳤다.

-오 ㅋㅋㅋ 개꿀이구연!

-어쩐지 하늘이 좀 어둡다 했다.

-개꿀인거 맞음? 이러면 거의 사플 불가자너

-당연 개꿀 ㅋㅋㅋ 샷빨로 따지면 퍼지 조합이 압승아님?

-우리한텐 개꿀 아님 ㅠ 잘 안 보임요!

스콜 현상은 열대 섬을 배경으로 하는 쿠나스 맵의 기후 효과였다.

매서운 빗소리에 주변 소음이 먹먹하게 묻히고 천둥과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양동작전으로 가죠.”

이경복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분명 방플까지 하고 있겠지. 여기서 흩어져서 혼동시키는 편이 낫다.’

안 그래도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둘이 흩어지면 방플러도 정보 전달이 어려워질 터였다.

“앗, 버스 더 타고 싶은데……!”

-또또 날먹하려고!

-혀엉? 호스트라는 거 잊었어?

-아 ㅋㅋ 빨대 압수

-트최피(구)의 실력을 보여 줘!

-엌ㅋㅋ (구)붙은 거 왜케 아련하누 ㅋㅋㅋ

-이거 혹시 미끼로 쓰려는 거 아님? ㅋㅋㅋ

-[블랙기업]이면 그럴 수 이따!

지놈의 멘트에 시청자들이 그를 몰아갔다. 그러나 지놈 역시 실력에는 자신이 있는 바 어디까지나 방송을 위해서 약한 모습을 보인 것뿐이었다.

“어허, 누가 안 간데? 신탁이 내려왔는데 당연히 따라야지. 그럼 저는 이쪽으로 가겠습니다.”

“네, 조심하시고.”

그렇게 두 사람은 각기 따로 움직였다. 이경복은 외벽을 돌다가 기습적으로 벽을 잡고 뛰어넘었다.

-와씨 ㅋㅋㅋ 속도 무엇?

-야! 구렁이도 이렇게는 못 넘겠다!

-파쿠르 실력 무쳤네 ㅋㅋㅋㅋ

-???: 참고로 나는 서전트 점프가 1미터다!

-만신센세 보고 계십니까……!?

이경복은 착지와 더불어 더욱 감각에 집중했다. 다행히도 육감에는 다른 적은 잡히지 않았다.

‘분명 하나 더 있을 텐데.’

그는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의 아이디를 보고 킬 메시지를 되새겼다. 이들 모두가 한 사람에게 죽었고, 그 무기는 저격소총이 아니었다.

‘진짜 실력자는 그 사람이다.’

일단은 파악된 저격수를 제거하는 게 급선무. 그가 X자 숙소로 향하는 와중이었다.

<퍼플 님! 이쪽에 하나……>

무전을 통해 지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직후.

[풀만먹는내인생 >>AK47M>> GENOME (HEAD SHOT!)]

[팀원이 사망했습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혼자라도 최후의 생존자가 된다면 한우는 당신의 것!]

킬 메시지와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놈 님이?”

-헐?

-지놈이 죽어써?!

-아니 진짜 피지컬 다 죽었누;;

-입지컬에 온힘을 쏟은 업보가 또……

-ㄴㄴ 저 아이디 아까부터 킬메시지 쭉 떴음

-쌉고수인듯;;;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놀랐다.

-와 저쪽도 실력 미쳤음 ㄷㄷ

-지놈 조준보다 빠른 사람 오랜만에 본다.

-마주치자마자 바로 몸샷 두발, 헤샷 한 발 먹음

-정확히 말하면 몸샷이 아니라 팔에 맞춤.

-ㅇㅇ 그것 때문에 갈린 거.

-와나 진짜 개고수네.

이윽고 제보가 쏟아졌다.

이경복의 방송과 지놈의 방송을 동시에 보던 시청자들이었다.

-이러면 2대1이네 ㅎㄷㄷ

-일단 빼야 되는 거 아님?

-ㄴㄴ 갓플이라면 할 수 이따!

-ㄹㅇㅋㅋ 저격러 4명도 씹어 먹었는데 뭘 빼 ㅋㅋㅋ

-이렇게 된 이상 숙청뿐이야!

-결코 복수! 결코 다시 복수!

-[퍼멘][퍼렐루야]

-아아, 그놈은 4천왕 중 최약체였지.

-지놈 하나밖에 없는데 뭔 4천왕이냐고 ㅋㅋㅋㅋ

일반적으로는 생존을 도모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플레이를 기대하지 않았다.

“한 명씩 처리하면 1대1이죠.”

이경복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으! 이거지!

-캬 ㅋㅋㅋㅋ 찢었다

-속보) 나폴레옹 충격 고백, ‘사실 퍼플에게 사전을 빌렸다’

-아 ㅋㅋ 갓플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드립 미쳤누 ㅋㅋㅋㅋㅋㅋ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저격러들에게 승리감 따위 주고 싶지 않았다. 이경복은 산탄총을 잡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벼려진 육감 속에 두 사람이 감지됐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풀만먹는내인생 >>AK47M>>  SSS급잼미니 (HEAD SHOT!)]

새로운 킬 메시지에 이경복은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엥?

-팀킬?

-이건 또 뭔데!

-않이;;; 게임이 어케 돌아가는 거여!

-스나는 3층에 있지 않았음?

-ㅇㅇ 고의팀킬임

-어뜨케 된겨 어뜨케 된겨

모두가 혼란한 사이 이경복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기다릴 테니까 주력 총으로 바꿔]

[제대로 붙자]

[너 잡고 천재 타이틀 내린다]

송신 아이디를 확인한 시청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헐 ㅋㅋㅋㅋㅋㅋ

-도전장 뭔데!

-퍼플 아는 거 보면 저격이네

-아직도 저격러가 남았누 ㅎㄷㄷ

-독하다 독해!

-그래도 얘는 찐따는 아닌 듯?

-ㄹㅇㅋㅋ 1대1 승부에 총까지 바꿔오라고 하누

-컨셉 제대로 잡았네 ㅋㅋㅋㅋㅋ

이경복은 코끝을 살짝 찡그리며 답장을 보냈다.

[걍 ㄱㄱ]

이에 채팅창이 ‘ㅋㅋㅋ’로 도배가 됐다.

-아 ㅋㅋㅋ 넌 샷건으로도 그냥 잡는다고!

-입만이 아니라 손가락에서도 기만이 나오누 ㅋㅋㅋ

-퍼기만(패시브스킬)

-퍼자감과 퍼기만! 늘 새로워! 짜릿해! 최고야!

-엌ㅋㅋㅋ 나였으면 개 빡칠듯ㅋㅋㅋ

-진짜 ㅋㅋㅋ 뒤에 자음 붙인거 왜케 킹받누 ㅋㅋㅋㅋ

실제로 화가 났는지 상대 쪽에서 먼저 달려와 총격을 개시했다. 이경복은 빠르게 몸을 숨겼다.

‘실력이 괜찮은데?’

이동 중 사격과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정확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만약 이경복이 아니었다면 대부분 당했을 터였다.

‘지놈 님이 당한 것도 이해가 될 정도야.’

그냥 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상대는 그를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신기하네.’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이 플레이어는 남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마치 뉴비를 본 고인물처럼, 재롱잔치를 기대하는 부모님처럼.

‘한번 어디까지 하나 볼까?’

이경복은 상대가 무엇을 보여 줄지 궁금했다. 이윽고 육감에 잡힌 탄환의 궤적이 변화했다.

뭔가 싶었는데 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야자수에서 열매와 나무대가 떨어졌다.

-헐?

-설마 노린 거?

-않이;;; 저게 원래 부러지는 거였누?

-저 얇은 걸 맞췄다고?

-위험해!

시청자들은 크게 놀랐다.

하지만 미리 예측하고 있었던 이경복은 가볍게 회피할 수 있었다.

주변 지형지물까지 활용한 플레이라니 이경복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럼 슬슬 압박해 볼까.’

더 짜내면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까. 이경복은 기대와 함께 태세를 바꾸었다.

‘일단 거리를 줄여야 한다.’

그의 육감으로도 확실히 처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육감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게 아니라, 미처 몰랐던 가능을 일깨워 준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조건이 성립되면 길이 보일 터였다.

-움직임 무엇?

-않이;;; 지금 총알 보고 피하는 거 아님?

-맞을 것 같은 데 안 맞네 ㅋㅋㅋㅋ

-상대 진짜 더 빡칠 듯 ㅋㅋㅋ

-이거 일부러 약 올리는 거 아니냐?

-엌ㅋㅋㅋㅋㅋㅋㅋ 능욕잼

-오히려 거리를 좁히고 있음 ㅋㅋㅋ

제3자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지만 어쨌든.

‘더 보여 줬으면 좋겠는데.’

이경복은 견제사격과 함께 착실하게 거리를 줄여 나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육감은 더욱 예민해졌다.

‘남은 탄환은 이제 8발.’

무려 상대의 탄창에 남은 총알의 숫자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탄이 교체되며 나는 미세한 소음마저 그의 육감에는 잡혔기 때문이었다.

상대 쪽도 이경복의 접근을 경계하듯 엄폐물 뒤에서 사격했다.

이경복은 가볍게 숨을 고르며 숫자를 셌다.

‘이제 5, 4, 3……!’

그리고 탄환이 3발이 남았을 때.

이경복은 주저 없이 앞으로 뛰었다.

동시에 육감이 최고조로 달하자 쏟아지는 빗방울이 공중에서 멈추었다.

이경복은 그렇게 느려진 시간 속에서 상대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바이저로 얼굴을 가린 헬멧과 방탄복, 그리고 그 아래 전술요원 복장의 코스튬.

이어 자신을 향해 겨누어진 총구와 뒤이어 쏘아질 탄환의 궤적이 눈에 들어왔다.

‘할 수 있다……!’

상대는 지놈을 3발로 쓰러뜨렸다. 그렇기에 이경복은 이 타이밍을 기다렸다.

장전과 사격 사이에서 갈등하려는 시점에 뛰쳐나가 잠깐의 시간을 벌었다.

상대는 곧바로 사격을 택했지만 그 짧은 시간은 이경복이 대응하기에 충분한 여유를 주었다.

마치 멈춘 것 같은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며 연달아 총성이 들렸다. 그러나 빗방울을 뚫고 날아온 총알은 이경복에게 닿지 않았다.

이경복이 들고 있던 산탄총을 던져 그 궤적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3발의 총알은 옆으로 튀어 나갔다.

-(게말콘)(게말콘)(게말콘)(게말콘)

-지금 총으로 총알 막음?

-프라이팬만 되는 거 아니었냐굿!

-미쳤다 ㅅㅂ 진짜 미쳤어!

-어 진짜 좀 샌 거 같은데;;; 축축함;;;

-아씨 ㅋㅋㅋ 더럽게 ㅋㅋㅋㅋㅋ

-신 : 네? 저보고 저걸 하라고요?

-속보) 세계견권위원회, ‘우리는 그만 쩔어 있고 싶다’

-아 ㅋㅋㅋ 개쩌는 걸 어떡하라고!

마주 선 두 사람은 일순간 멈칫했다. 먼저 움직인 건 상대 쪽이었다.

장전을 포기한 상대는 정글도를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오?’

그냥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닿기만 해도 치명상이 될 정도로 예리했다.

이경복은 아슬아슬하게 칼날을 피하며 바닥을 굴렀다. 일어선 그의 손에는 아까 떨어뜨린 산탄총이 있었다.

“큭……!”

상대는 흠칫하며 낮은 신음을 뱉었다.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지만.

“어?”

탁탁하는 소리만 나는 게 아닌가?

-뭐야!

-헐?

-아까 총알 맞은 거 때문에 그런 거 아님?

-왜 하필 지금!

숨죽이고 있던 시청자들의 경악과 더불어 상대도 상황을 파악했다. 다시금 날아드는 공격에 이경복은 얼굴을 굳히며 산탄총으로 막아냈다.

쇳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이경복의 눈이 크게 뜨였다.

‘……여자?’

전해지는 완력은 상당한 수준이긴 했지만 남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윽고 예민해진 육감은 그의 예상이 옳다는 걸 증명했다. 전술요원복장 안쪽에서 스치는 소리가 일목요연하게 상대의 굴곡을 전달했다.

‘꽤나 단련된 몸이다. 평범한 사람은 아니야.’

그리 파악하는 와중에도 그녀의 공격은 계속됐다. 정글도가 코끝을 스쳐 지나가고 목덜미를 스쳤다. 연격에 쇳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이경복은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거나 산탄총으로 막아냈다.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않이;;; 이거 총겜이라고!

-슈퍼히어로 영화 보는 줄 ㅋㅋㅋ

-ㄹㅇㅋㅋ 슈퍼솔져들 근접전이냐고!

-갓플 잘하는 거야 당연한데 상대는 왜케 잘함?

-무슨 특수부대 출신인가?

-ㅅㅂ 그런 사람이 왜 저격을 하고 앉았누

두 사람의 격전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일방적으로 이경복의 편이 되어야 할 시청자들마저도.

그러나 결국 먼저 지친 건 상대 쪽이었다. 그녀는 강하게 정글도를 휘두르고는 거리를 벌렸다.

“후욱… 후욱…….”

헬멧 안에서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반면 이경복은 천천히 호흡을 고를 정도로 여유가 흘렀다.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걸까. 이경복은 저릿저릿할 정도로 강한 적의를 느꼈다.

‘슬슬 끝내야겠네.’

상대의 실력이 어디까지일까 궁금했다. 그러나 이제 밑천이 보인 상황, 더 이상 이 싸움을 지속할 이유가 없었다.

달려오는 그녀를 향해 이경복은 총구를 겨누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해지자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슬쩍 총열을 맞추었다.

“사실 이거 고장 안 났어요.”

그는 말을 맺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가 불을 뿜으며 산탄이 그녀를 덮쳤다.

[퍼펙트플레이 >>S686P>> 풀만먹는내인생]

이윽고 떠오른 킬 메시지.

-??????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계속 농락한 거?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ㅋㅋㅋ 나 소름돋았다 진짜

-악마 : 아니, 이런 악행을 보고만 있으라는 겁니까!

-너어는…… 진짜 나빴다 ㅋㅋㅋㅋㅋㅋ

-레게놐ㅋㅋㅋㅋㅋㅋ

대번에 날아가 쓰러진 그녀를 보며 시청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아니, 진짜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강했어요.”

이경복은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그 때 마침 비가 잦아들며 햇빛이 그를 향해 비추었다.

이경복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놈 님,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시길…….”

짐짓 아련한 표정과 함께 멘트를 치자 채팅창 분위기가 일변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예 보내버리기~

-??? : 어씨, 다시 나오면 안 되는 건가?

-이건 또 무슨 클리셰냐고ㅋㅋㅋ

-방송천재 갓플! 게임천재 갓플!

-아 ㅋㅋㅋ 천재 하나만 하라고!

-예능감 뭔뎈ㅋㅋㅋㅋㅋ

-백퍼 편집할 때 하늘에 지놈 사진 붙인다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투명도 60%가 적당함

-투명도 뭐냐곸ㅋㅋㅋㅋ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된 줄 알았던 그때.

[‘뉴턴좌’가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야! 뭔 스트리머가 후원도 안 열어놔? 인성질 역대급이네 진짜. 다음에는 꼭 목 따러 갈 테니까 딱 기다려라.]

[성공 – 10,000,000원]

불쑥 튀어나온 퀘스트 메시지에 이경복도 시청자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퀘스트 실패……]

[‘뉴턴좌’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메시지에 채팅창이 흥분으로 가득해졌다.

-뉴턴좌? 설마 그 뉴턴좌 맞음?

-와씹ㅋㅋㅋㅋ 이건 또 역대급이넼ㅋㅋㅋㅋ

-매 순간이 역대급이야 ㅁㅊㅋㅋㅋㅋ

-라이브로 이걸 본 내가 레전드다!

-백만 원 주겠다고 천만 원 박은 거 부러운 건 나만 그래?

-ㄹㅇ 뉴턴좌 쌉부자였네

이경복은 채팅창 반응에 어리둥절해졌다. 뉴턴좌는 뭐고 돈 애기는 또 왜 나오는 걸까.

-엌ㅋㅋㅋ 맏따

-갓플 따돌림을 멈춰 주세요!

-나와라 스피드왜건!

-정보) 뉴턴좌는 악질 네임드 저격러로 저격이 끝나면 후원금으로 상대를 평가한다.

-정보추

-ㄹㅇㅋㅋ 무조건 끌어내린다고 뉴턴좌임ㅋㅋㅋㅋ

-뉴턴좌한테 백만 원 받아본 스머 있었나?

-ㄴㄴ 없음. 지놈도 30만 원 받음 ㅋㅋㅋㅋ

-뉴턴좌 최초 패배 직관 무엇?

이로써 스트리머 퍼플의 업적에 새로운 페이지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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