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55화 (55/491)

55화- 인기 급상승 (1)

파죽지세(破竹之勢).

승승장구(乘勝長驅).

이경복과 지놈의 합방을 요약하는 말이었다.

혼자 남은 첫 게임은 물론 나머지 게임들 모두 이경복은 압승을 거두었다.

[배치평가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첫 듀오 랭크 게임이었던 만큼 5번의 게임이 끝나자 결과가 발표됐다.

[‘퍼펙트플레이’/‘GENOME’님의 랭크는……]

[‘플래티넘’입니다!]

[환상의 콤비네요!]

찬란하게 빛나는 훈장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엌ㅋㅋㅋㅋ 바로 플래따는 거 실화냐 ㅋㅋㅋㅋ

-퍼지 데이! 퍼지 데이! 퍼지 데이!

-역시 제로백 버스다 이말이야

-운전기사가 너무 강함ㅋㅋㅋ

-지놈 특혜 뭔데!

-아 ㅋㅋ 그래도 네비게이션 잘 했다고

-이달의 우수 가이드 지놈!

-ㄹㅇㅋㅋ 쉴 새 없이 입 터는 것도 쉬운 게 아님.

-오디오 플래티넘은 인정이지 ㅋㅋㅋ

-오디오 랭커는 또 뭔데 ㅋㅋㅋ

지놈은 격양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와! 여러분 보셨죠? 제가 그동안 방송하면서 버스라고 말했던 거 모두 잊으세요! 저는 그냥 마을버스였습니다. 이게, 이게 바로 버스죠!”

-엌ㅋㅋㅋ 마을버스 ㅋㅋㅋㅋ

-마을버스도 많이 쳐 준 거 아님?

-ㄹㅇㅋㅋ 자만이 심하시네

-갓직히 지놈은 관광버스 아님? 말은 겁나 하자너 ㅋㅋㅋㅋ

-중간에 자꾸 딴 길로 새는 거 보면 맏따.

-관광버스특) 이상한 가게에서 내려 줌

-패키지 여행이냐고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의 멘트에 정신이 쏠린 와중이었다.

[‘나도태워줘’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다음에는 OTP 말고 ‘퍼펙트 투어’ 어떰? ㅋㅋㅋㅋ]

새롭게 열린 후원에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배치가 끝나자 박주호가 후원을 연 모양이었다.

“만 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 투어 이벤트 괜찮은 것 같네요.”

그 대답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수금타임!

-아 ㅋㅋㅋ 후원 못 참지!

-자본주의 파동을 밀어 넣자!

-다 비켜! 내가 먼저야!

[‘버스비임니다’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지놈 대신 버스비 내줌 ㅋㅋ]

[‘숙청파티’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이거 공짜로 보면 범죄야 범죄!]

댐이 터진 것처럼 후원이 밀려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내용은 따로 있었다.

[‘뉴레전드’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뉴턴좌 패배 생방 직관 기념 조공]

[‘저격러는찐따’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격쉑들 혼쭐 내줘서 고마어!]

[‘참교육자갓플’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뉴턴좌는 무슨 ㅋㅋㅋ 그대로 유턴임 ㅋㅋㅋ]

바로 첫게임에서의 ‘뉴턴좌’와의 승부, 그리고 승리였다.

-아 이거 레전드였지 ㅋㅋㅋ

-유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그대로 돌아가시고

-큐요원은 큐다리, 뉴턴은 유턴이 되어 부렸누 ㅋㅋㅋㅋ

-그에게 쥐어지는 합격목걸이!

-샷건 고장 난 척은 상상도 못했다 진짜 ㅋㅋㅋ

-보는 내가 킹받음 ㅋㅋㅋㅋㅋ

-신입 악마 교육자료 베스트 탑10에 선정되셨습니다!

시청자들 역시 다시금 그 장면을 떠올리며 흡족해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이경복은 의문이 들었지만 그에 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이 후원이 도통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2부는뭐야’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2부 컨텐츠 뭐냐고 1번 물어봅니다……]

[‘퍼펙트야미’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2부에서는 내가 나설 차례인가?]

이어 조금씩 기세가 줄어든 후원은 2부에 대해 묻는 질문이 다수였다. 지놈은 손을 내저으며 그 옆에 섰다.

“어허, 얘들아. 공지 못 봤어? 2부는 몰루라니까! 예정이 없어요, 없어.”

-아! 형은 좀 빠져!

-형 방송 말하는 거 아닌데?

-ㄹㅇㅋㅋ 자기 보고 싶어하는 줄 아나 봐.

-지금부터 이 방송은 갓플이 차지한다!

-아 ㅋㅋㅋ 그럼 호스트랑 게스트 바꿔서 새로 1부하자고

채팅창은 2부를 원하는 의견으로 가득해졌다. 후원 역시 비슷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그저 담담히 감사만을 표했다.

“여러분이 이렇게 말씀까지 해 주시니 어쩔 수가 없네요.”

-오!

-드디어……!

-역시 자본주의 파동이야!

-아니, 저 표정은 그게 아니얏!

-아아, 이제 썰릴 때로군.

기대하는 시청자와 단념하는 시청자. 둘 중에 옳은 건.

“오늘 방송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다음에 더 재미있는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후자 쪽이었다.

-안 돼! 못 가!

-가지마아아악!

-않이;;; 이런 개 쩌는 걸 보여주고 그냥 간다고?

-가려면 날 밟고가라!

-이제 다른 방송가도 재미를 못 느끼는 몸이 되어버렷!

-트수들 돌았냐고 ㅋㅋㅋㅋ

이경복은 채팅창을 확인하고 밝게 웃었다.

“트바!”

그 한 마디와 함께 이경복의 모습이 사라졌다. 혼자 남은 지놈은 웃으며 돌아섰다.

“얘들아, 사실 2부 있어.”

아우성치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다시금 변했다.

-진짜?

-역시 형이야! 믿고 있었다굿!

-5252 꽤 하잖아!

-으휴, 이 장난꾸러기들 ㅋㅋㅋ

-이런 연출, 한 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아 뭔가 쌔한데.

-저 표정은 지놈에서 게놈 된 표정인데

-아씨 ㅋㅋㅋ 벌써 킹받네.

지놈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역시. 예리해, 예리해. 지금부터는 오직 나만 보는 2부! 퍼플님이랑 회식하러 간다! 트바!”

-야! 이 게놈아!

-내 이랄 줄 알았다! 으이!

-절대야방! 절대야방! 절대야방! 절대야방!

-버스 제대로 타누 ㅋㅋㅋㅋ

-내가 보는 앞에서 즐거워하라고!

지놈은 가뿐하게 채팅을 무시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심지어 호스팅도 하지 않아 까맣게 변해 버린 화면.

-아 ㅋㅋㅋ 알고 보니 숙청당한 건 트수들이었고.

-ㄹㅇㅋㅋ 이게 퍼지데이지.

-우리도 희생양이었누 ㅋㅋㅋ

-아씨…… 다시보기나 한 번 더 봐야지.

-트라이는 다시보기 불편한디……

-갓플은 풀방송 채널 없나?

* * *

늦은 밤, 번화가의 한 횟집.

가게 규모가 꽤 컸음에도 손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대관하면 너무 비싸지 않아요?”

“에이, 그렇게 안 비쌉니다. 온종일 대관하는 것도 아니라서요. 원하시는 거 마음대로 주문하시면 됩니다.”

이경복의 물음에 지놈은 너털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병훈이가 땅을 치고 후회하겠네.”

“오히려 없어서 다행이지. 녀석은 염치도 모르고 횟감을 거덜 냈을 거다.”

이경복이 아쉽다는 듯 말하자 옆에 있던 박주호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최병훈은 회식보다 보조편집자인 매드맨과 영상편집을 택했다. 그만큼 오늘의 합방에서는 건질 소스가 많았고, 작업량도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야, 봤냐? 너도 인마, 저런 열정을 좀 보여 봐라.”

“형, 열정은 지갑에서 나오는 거 몰라요?”

지놈이 장난스럽게 편집자에게 말하자 그가 즉답했다. 그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가볍게 술이 오갔다.

“아, 지놈 님. 하나 문의드릴 게 있었는데요.”

“아, 네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어느 정도 배부터 채운 뒤 박주호가 넌지시 물었다.

“혹시 좋은 세무사 아시는 분 계십니까?”

“세무사? 아, 맞네. 세금 신경도 쓰셔야겠구나. 같이 방송하다 보면 진짜 한 달도 안 됐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니까요. 야, 동민아!”

“네?”

지놈이 다른 테이블에 있던 매니저를 불렀다.

“퍼플 님 세무사 소개 좀 시켜 드려라. 우리, 그 저번에 어디지. 장 선생님이었나? 그분이 제일 잘해 주셨지?”

“아, 네네. 잠시만요. 연락처가…….”

“괜찮으시면 밖에서 이야기하시죠.”

박주호가 일어나 매니저와 함께 자리를 옮겼다. 덕분에 이경복과 지놈은 독대를 하게 됐다.

가볍게 잔을 나눈 두 사람.

정적을 지우려는 듯 지놈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퍼플 님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네?”

“실력도 실력이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을 빨리 찾은 것 같아서요.”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라서 더 잘해 주는 거예요. 제 방송 입문 계기가 편집자 친구기도 하고요.”

지놈이 빈 잔을 채워 주었고, 이경복도 마주 그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 지놈 님도 제게는 좋은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괜찮으시면 말 편하게 하세요.”

“아.”

지놈은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먼저 잔을 비웠다. 이경복이 약간 놀라서 맞추려 했지만 그는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는 혼자서 다시 잔을 따랐다.

“음, 제가 사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쉽게 놓는 편은 아닙니다.”

지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습이 달랐다.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에게도 편하게 말을 했지만 실제로는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에게도 꼭 존댓말을 썼다.

“제 편집자랑 매니저도 말 놓을 때까지 5년이 걸렸어요.”

“5년이나요?”

“예, 뭐. 이쪽 업계가 아시다시피 이직도 잦은 편이고. 그러면서도 좁다면 좁은 판이라 소문이 쉽게 퍼지거든요. 그래서 언행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너무 섣부르게 말했나.’

지놈에게서 느껴지는 육감이 이전보다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자신의 입장, 지놈에게는 다를 수도 있었다.

이경복이 실례에 대해 사과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지놈이 미소 지으며 잔을 들었다.

“퍼플 님이랑은 그런 시간이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 그래도 더 편한 사이가 되고 싶었는데 먼저 권해 줘서 고맙습니다.”

“아.”

이경복도 웃으며 잔을 받았다.

“그럼 말 편하게 하세요.”

“그래, 그럴게. 아니, 근데 너도 편하게 해 줘야지.”

“아, 맞네. 그럼 지놈 형이라고 불러야 되나?”

“밖에서는 그냥 이름으로 부르는 게 낫지. 아, 그러고 보니까 서로 본명을 모르네. 남지환이다.”

“이경복이야.”

“그래, 경복아. 짠 하자.”

둘이 다시금 잔을 나누었다.

“경복아, 내가 너 왜 좋게 보는 줄 아냐?”

“말해야 알지.”

“이 자식, 적응력 봐라? 뭐, 아무튼 넌 인성이 된 놈이야.”

“인성?”

“그래. 너처럼 실력 쩌는 데 남들 무시 안 하는 사람이 흔치가 않거든.”

“참나, 방송에서는 기만이라고 뭐라고 하면서.”

“그거랑은 다르지. 딱 너 보면 ‘얘가 진짜 방송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게 느껴진다니까?”

“그래?”

지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잔을 채웠다.

“솔직히 해 봤으니까 알잖아? 내가 합방할 때는 게스트 위주로 하는 거.”

“알지.”

“그래, 근데 오늘 방송에서 네가 어떻게 해 줬냐? 처음 판에서 미니건 나보고 쏘라고 했지? 그거 내 분량 챙겨 주려고 한 거잖아.”

방송에서는 푼수처럼 보였어도 그는 프로였다. 그리고 프로 방송인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는 법이었다.

“솔직히 거기서 네가 쏘겠다고 했어도 아무도 반대 안 했을걸? 아니, 오히려 더 환영했겠지. 그런데 넌 내 신경을 써 준 거야. 내가 거기서 진짜 놀랐다니까.”

지놈은 다시 생각해도 흡족한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그동안 합방을 많이 해 왔지만 다들 자기 분량 챙기기 급급했어. 왜냐? 스트리머는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이니까. 기회만 되면 부각되려는 게 당연한 거야.”

“그건 그렇긴 하지.”

“그래, 그런데 방송 한 달도 안 된 네가 날 챙겨 주기까지 해? 이게 보통 배포가 아닌 거거든. 내가 널 안 좋게 볼 수가 없어요.”

“그렇게 거창하게 얘기할 것까지야. 그냥 방송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런 건데.”

이경복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답했다. 실제로 그런 생각으로 한 행동이기도 했다.

그의 시청자 중에는 지놈의 팬들도 있었으니 지놈의 활약도 보고 싶을 거란 판단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천재인 거야. 자기 욕심보다 방송, 아니지. 방송 흥하는 욕심만 챙기는 방송 천재라고.”

“이 형, 취하지도 않았는데 별소리를 다하네.”

“좋은 사람 앞에서는 내가 좀 이러니까 익숙해져라.”

“그럼 괜히 말 놨네.”

이경복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지놈은 실소를 흘렸다. 그 사이 밖에 나가 있던 매니저들이 돌아왔다.

“야, 좋은 소식이 있다.”

“형, 대박이야.”

두 매니저의 말에 이경복과 지놈은 의문을 표했다. 박주호는 먼저 말하라는 듯 눈짓했다.

“아니, 퍼플 님도 사전체험 이벤트 참가하신다네?”

“진짜? 아니, 왜 진즉 말 안 했어!”

지놈은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와, 진짜 대박이네. 경복아, 그럼 우리 팀 한 번 더 같이하자.”

“팀?”

“사전체험 이벤트는 스쿼드전이잖아. 지놈 님이 그 스쿼드 팀장이시라네.”

박주호가 옆에서 첨언했다. 지놈은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이라고 별거 없어. 대신 와일드카드를 뽑을 기회가 있는데, 그 카드 너한테 쓰면 딱이겠다.”

이경복은 잠시 눈을 굴렸다.

하지만 결정까지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퍼지 조합 한 번 더 가면 좋지.”

안 그래도 시청자들이 무척 좋아하지 않았나. 게다가 모르는 사람과 팀을 짜느니 아는 사람과 하는 편이 그에게도 좋았다.

“야, 이거 진짜 오늘 날이네. 그럼 나중에 다른 팀원들이랑 친목 도모 겸 합방 한 번 더 어때?”

“다른 팀원은 누구신데?”

“아, 그건 아직 모릅니다. GGG쪽에서 팀을 짜주는 거라서요.”

대답은 지놈의 매니저에게서 나왔다. 간단히 그의 설명을 들은 이경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파 한 명, 예능으로 2명, 그리고 와일드카드 하나가 팀이라는 거네. 근데 왜 우린 몰랐지?”

“팀장으로 뽑힌 사람한테만 먼저 알려 준 모양이더라.”

이경복이 미간을 찌푸리자 박주호가 답했다.

“무조건 합방 하자는 건 아니고, 아직 일정도 확정은 안 됐으니까 물어본 거였어. 팀원들끼리 사전에 친해지는 편이 방송 같이하기도 좋고, 홍보도 되니까.”

“그래, 상황 보고 결정되면 이야기해 줘.”

이경복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놈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라. 뉴턴좌도 잡았는데 너 싫어할 사람 아무도 없을걸?”

“아, 뉴턴좌.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 사람 뭐야?”

“채팅에는 저격러라고 하던데. 따로 검색해 보니까 꽤 유명한 네임드더라고.”

박주호의 부연설명에 지놈이 살짝 코를 찡그렸다.

“나도 방송 짬은 많이 먹었는데 도통 정체를 모르겠어. 그래도 확실한 건 있지.”

“뭔데?”

“승부욕이 미쳤어. 일단 목표로 찍으면 잡을 때까지 쫓아다니거든. 저격당해서 방종해도 아예 접지 않는 이상 승부를 보더라고.”

뉴턴좌의 저격을 피해도 그때뿐이었다. 어떻게든 승부가 날 때까지 저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승부가 판가름 나면 꼭 평가를 하지. 그것도 후원금 액수로. 너도 백만 원이나 받았잖아.”

“어, 그랬지. 우리 편집자가 오늘 안 온 것도 그것 때문이라던데.”

“이게 진짜 전례가 없는 액수거든. 애당초 뉴턴좌가 지금까지 무패였기도 했고. 근데 그 전설을 네가 깨 버린 거야.”

지놈은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와, 진짜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나도 저격당했을 때 30만 원 받고, ‘그래도 체면치레는 했네.’라고 생각했거든. 왜냐하면 그때까지 최고액이 50만 원이었거든.”

“50만 원? 누가 받았는데?”

“음, 그 스트리머 중에 문스트롱이라고 있어. 지금은 은퇴했는데 거그는 아니었고 게임은 ‘엘든 킹덤’이었지?”

지놈의 물음에 옆에 있던 매니저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그게 무슨 은퇴야. 빤스런 한 거지.”

“빤스런이요?”

“네. 뉴턴좌가 그 양반 저격을 2번 했거든요. 처음에는 꽤 만족스러웠나 봐요. 50만 원 후원하고 제대로 또 붙어 보자고 예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2번째는 뭔가 이상한 겁니다.”

“이상해요?”

“네. 처음이랑 달리 너무 실력이 허접한 거예요. 뉴턴좌가 완전 발라 버리고 나서 딱 천 원 후원했습니다.”

이경복과 박주호는 절로 눈이 크게 뜨였다. 50만 원과 천 원은 너무 큰 차이가 아닌가.

“후원내용이 ‘이 새끼 대리썼네.’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대리기사한테 플레이 시키면서 자기가 한 척 한 거죠. 근데 대리기사가 뉴턴좌한테 발리고 뭔 문제라도 생겼는지 구하질 못한 거고. 그때는 VIP회원권이 알려지지 않았던 때라서 완전 뒤집어졌죠.”

“……뭐, 그 뒤로는 난리도 아니었지. 문스트롱은 해명하겠다고 해 놓고 그냥 잠적해 버렸거든. 덕분에 다른 스트리머한테 불똥이 튀었고. 나도 한동안 대리 아니냐고 겁나 시달렸다.”

지놈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 사건 때문에 뉴턴좌가 확 떴어요. 무슨 정의의 사도처럼 포장이 되어 버려 가지고. 스트리머도 아닌데 팬덤까지 생겨서 ‘사과단’이라는 놈들까지 나왔다니까요.”

“사과단?”

“밑도 끝도 없이 대리 아니냐고, 사과 박으라고 해서 사과단입니다. 아주 악질이에요. 그 새끼들 때문에 방송 접은 스트리머도 꽤 많아요.”

그 말에 박주호가 안경을 고쳐 썼다.

“뉴턴이라는 이름 때문에 연관검색어에 사과단이 나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네, 그 뒤로도 뭐 저격러들이 아주 활개를 쳤죠. 뉴턴좌처럼 되고 싶다고 아주 지랄이 났었습니다. 형도 많이 타겟이 됐죠.”

“그런 잔챙이들이야 발라 버렸으니까 됐지.”

지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이윽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솔직히 다시 싸워 보면 결과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이번에 붙어 보니까 더 실력이 붙은 것 같더라. 완전 프로게이머 수준이던데? 반응속도가 진짜 미쳤어.”

“형이 나이 들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오늘 먹은 건 네가 내라.”

“아, 당연히 장난이지.”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이경복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확실히 실력이 괜찮던데. 차라리 방송을 하지.”

“……뉴턴좌한테 실력 괜찮다고 평할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지놈이 새삼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은 방송이랑 안 맞아. 남들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자기만 좋다고 날뛰잖냐.”

“맞습니다. 기껏해야 비슷한 악질들이나 좋다고 보겠죠.”

“그렇게 프라이드가 강한데 너한테 발렸으니까 지금 아주 피가 거꾸로 솟고 있을걸?”

“진짜, 퍼플님이 그 자식 놀려 먹은 거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라니까요.”

지놈과 매니저는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흘렸다.

“이번에 영상 올라가면 더 빡치겠지.”

* * *

한편, 최병훈의 오피스텔.

그는 벌게진 눈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

[>작업보다 구상이 오래 걸린 적은 오랜만임.]

[>진짜 잘라낼 부분이 하나도 없음.]

[>네 친구 진짜 ‘퍼펙트’맞음.]

업로드를 누르자 보조편집자인 매드맨으로부터 톡이 왔다. 최병훈은 가볍게 몸을 풀고 답장을 보냈다.

[>그걸 이제 알았냐?]

[>내가 괜히 너한테 부탁한 게 아니라니까.]

[>이런 소스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게 너밖에 더 있겠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최병훈은 매드맨이 고래는 아니지만 칭찬과 인정에 민감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쌉소리 ㄴㄴ]

[>그런 말 안 해도 ‘진심 편집’ 했음]

[>장담함]

[>하루 되기도 전에 백만 먹고 들어감]

최병훈은 실실 웃으면서도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매드맨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었다.

[>너무 소심한 견적인데?]

[>이거 분명 급상승 1위 먹는다.]

[>그러면 2백만도 가능ㅋㅋㅋ]

그리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모니터에 팝업 알림이 떴다.

[업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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