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56화 (56/491)

56화 – 인기 급상승 (2)

인기 급상승 동영상.

큐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섹션이었다.

기본적으로 큐튜브는 알고리즘에 따라 사용자에게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해 준다. 하지만 추천해 준 영상이 모든 사용자의 입맛에 맞지는 않다.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키워드를 검색하겠지만 특별히 보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을 때. 그런 상황에서 사용자는 ‘뭐 볼 거 없나?’라는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었다.

그런 사용자들이 향하는 곳이 바로 ‘인기 급상승 동영상’ 섹션이었다.

‘먹방 방송만 보던 사람이 음악방송에 끌릴 수도 있다는 거지.’

최병훈은 수시로 큐튜브 채널을 새로고침하며 생각했다. 해당 섹션에 영상이 노출되면 큐튜브 알고리즘을 벗어나 새로운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일단 조회수 상승은 순조로워.’

인기 급상승 동영상 순위 산정에는 당연하게도 기준이 있다. 큐튜브 측에서는 계산 기준을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안내 정도는 해 두었다.

‘하지만 조회수는 기본이야. 조회수 상승 속도와 외부유입이 중요하지.’

조회수가 오르는 속도, 그리고 외부로 공유된 링크와 그로 인한 유입 횟수까지 산정 기준에 포함이 됐다.

그런 면에서 이번 퍼플과 뉴턴좌의 대결 영상은 그 조건을 충족하기에 적합했다.

‘좋아, 슬슬 올라오기 시작한다.’

최병훈은 여러 게임 커뮤니티의 게시판 쪽을 확인했다.

[속보)뉴턴좌 첫 패배!(999+)]

[뉴턴좌 개같이 멸망 ㅋㅋㅋ(841)]

[뉴턴좌 평가 백만원 실화? (819)]

이미 각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뉴턴좌가 패배했을 때부터 소식이 전해졌었다. 편집 영상이 아닌 날것의 영상을 클립으로 따서 올린 글들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사람들은 이미 퍼플이 뉴턴좌에게 승리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편집 영상이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받을 수 있지.’

기존의 스타일이라면 큰 관심을 끌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 게임은 달랐다.

그 이유는 기존 인기글의 댓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니 뭔 클립이 20분이 넘누 ㅅㅂ]

[-초보 렉카임? ㅋㅋㅋ]

[-바쁜 사람은 19분부터 봐라]

이전과 달리 이경복은 상대를 바로 처치하지 않았다. 뉴턴좌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고 그만큼 대결 영상의 길이가 길어졌다.

커뮤니티 유저들 중에 그 긴 영상을 전부 보고 있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른 글은 결과만 퍼 왔지.’

선례를 본 다른 커뮤니티 유저는 클립에서 결과만 잘라 낸 영상으로 인기글에 올랐다.

[-뭔 그냥 이겼다고만 하누?]

[-어케 이긴 거?]

[-이건 또 왜케 짧아 ㅅㅂ]

[-대체 뭐가 대단한 거냐고!]

[-뉴턴좌가 천만 원 박는 건 대단함 ㅋㅋㅋ]

[-걍 퍼튜브 올라오는 거 기다려야겠다.]

결과만 알고 과정을 모르는 상황. 이런 마당에 올라온 편집 영상은 잔불 위에 쏟은 휘발유와 같았다.

[뉴턴좌 개발린 영상 하이라이트! (447)]

급속도로 추천을 받기 시작하며 인기글로 올라온 새로운 게시글. 최병훈의 광대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새로고침 한 번에 댓글이 분신술이라도 쓰듯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 ㅋㅋㅋ 뉴턴좌 팀킬하는 거 보소]

[ㄴ그래도 1:1만 하는 건 간지나긴 해]

[ㄴㅅㅂ 그래 봐야 저격러지]

[ㄴㄹㅇㅋㅋ 간지는 무슨 그냥 컨셉이지]

[-챗으로 걍 ㄱㄱ ㅇㅈㄹ ㅋㅋㅋㅋ]

[ㄴ기만 미쳤네 ㅋㅋㅋㅋ]

[ㄴ근데 이게 또 허세가 아님]

[ㄴ뉴턴좌 개빡침ㅋㅋㅋ]

영상의 첫 시작 부분의 반응은 평범했다. 하지만 교전 시작점부터 댓글창 분위기가 일변했다.

[-와 ㅋㅋㅋㅋㅋㅋ 역시 편집 영상은 다르누]

[ㄴ이 속도감 무엇?]

[ㄴ이거 편집 스타일이 매드거너 같은데?]

[ㄴ초반에는 뉴턴좌가 잘했누]

매드맨은 이번 영상에서 버릴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청자를 위해서라면 영상을 압축시킬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매드맨은 선택과 집중으로 영상미를 살리기로 했고,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이 바로 ‘속도’조절이었다.

[-뉴턴좌 ㅅㅂ 실력 개쩔긴 하네]

[ㄴ아니 근데 퍼플은 저걸 어케 피함?]

[ㄴㄹㅇㅋㅋ 겁나 아슬아슬함]

[ㄴ탄환 카메라로 슬로우 걸릴 때마다 움찔하게 된다 ㅋㅋㅋ]

영상에서 비슷한 장면들은 ‘가속’해서 빠르게 넘기고 아슬아슬한 장면은 ‘슬로우’효과를 주어서 부각시켰다.

[-미친ㅋㅋㅋ 총으로 총알 막기]

[ㄴ저게 됨?]

[ㄴ일부러 던진 거라고?]

[ㄴ난 생방 때 봤는데 진짜 노리고 막은 거임 ㅋㅋ]

[ㄴ와 ㅅㅂ 이 정도는 해야 이기는구나.]

[-엌ㅋㅋㅋ 총 고장남]

[ㄴ갑자기 칼전 뭔데!]

[ㄴ와씨 ㅋㅋㅋㅋ 둘 다 뭐하다 온 사람들임?]

[ㄴㄹㅇ 특전사출신 맞다니까ㅋㅋ]

[ㄴ갑자기 분위기 액션 영화]

[ㄴ아 슬로우 찰지다 ㅋㅋㅋ]

[ㄴ완전 개아슬아슬하게 피하누]

[-그 와중에 빗소리 제거해서 깔끔하니 좋네]

[ㄴㄹㅇㅋㅋ 이러니까 편집 영상 기다리지]

[ㄴ클립으로 봤었는데 괜히 시간 낭비한 기분임 ㅋㅋㅋㅋ]

[ㄴ이건 무적권 편집본으로 봐야 된다]

덕분에 영상은 더욱 박진감 넘치게 보였고,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 때문에 하이라이트 영상 글은 인기글 순위를 치고 올라갔다.

‘흐름이 좋다. 다른 커뮤에서도 렉카들 왔어.’

거너그라운드 커뮤니티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 커뮤니티에도 하이라이트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하나.

뉴턴좌가 저격한 대상이 모두 거너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뉴턴좌 참교육 떴다!]

[우리 순두부 저격했던 뉴턴좌 참패 ㅋㅋㅋ]

[휴먼캔디 형! 뉴턴좌 조졌어!]

최근 인기게임은 물론이고 예전에 스트리머들이 자주 했던 게임의 커뮤니티, 그리고 저격의 희생양이 됐던 스트리머의 팬 페이지에도 영상이 올라갔다.

‘상상 이상인데?’

최병훈은 커뮤니티 모니터링을 멈추고 큐튜브 페이지로 돌아왔다. 이내 그는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예상보다 영상의 확산과 조회수 상승 속도가 빨랐다.

[오늘의 인기 급상승 동영상#3]

이윽고 영상 하단에 붙은 문구.

그와 더불어 조회수 상승세는 더욱 탄력이 붙었다. 최병훈은 곧바로 섹션 쪽 노출을 확인했다.

“햐…….”

지상파 인기 예능 방송 사이에 떡하니 자리 잡은 영상을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헐? 이거 게임이었음?]

[ㄴ난 또 페이크사나이 다시 하는 줄]

[ㄴ무쌑! 스트리머 과정!]

[-무슨 영화 예고편인줄]

[ㄴ그러게요 ㅋㅋ 편집 대단하심]

[ㄴ게임 하시는 분들이 액션배우신가?]

노출의 효과 덕분인지 게이머가 아닌 일반인들의 댓글이 보였다. 최병훈이 흡족한 표정으로 댓글을 살펴보는 가운데 눈에 띄는 댓글 하나가 있었다.

[머슬갤러리]

[-아니, 정말로 따로 전문 훈련 받으신 거 아닙니까? 그냥 순수하게 게임으로 익힌 동작이 맞습니까? 진짜 너무 훌륭합니다! 역시나 퍼펙트!]

“아니, 이걸 이렇게 또…….”

최병훈은 웃음을 실실 흘리며 빠르게 그 댓글을 상단에 고정했다.

[ㄴ헐ㅋㅋㅋㅋㅋㅋ]

[ㄴ찐 또 등판 ㅋㅋㅋㅋ]

[ㄴ또슬갤러맄ㅋㅋㅋㅋ]

[ㄴ와우 친구들! 민머리 아저씨야!]

[ㄴ민둥산 형! 자주 보네!]

[ㄴ갓플 섭외 백퍼임 ㅋㅋㅋ]

[ㄴ민둥산 갓플 피지컬 보니 군침이 싹 도누]

[ㄴㄹㅇㅋㅋ 조만간 나오겠네]

영상에 모인 관심도를 증명하듯 순식간에 달린 댓글들.

조회수는 이미 백만이 넘었고 채널 구독자 숫자도 폭발적으로 치솟고 있었다.

25만을 넘어 30만을 향해 가는 구독자 숫자에 최병훈은 피로감을 잊은 듯 눈을 부릅떴다.

‘이 기세라면 진짜 200만을 노려 볼 만해!’

심지어 아직 해가 뜨기까지는 이른 시간이었다.

* * *

다음날, 팀 퍼펙트의 단골카페.

“……그래서 잠을 못 잤다는 거야?”

박주호의 물음에 최병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비록 그의 눈가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지만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아니. 이제 자야지, 자야지 했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 막 가슴이 두근거려서 미치는 줄 알았다. 난 오히려 이해가 안 되네. 너희들은 어떻게 그 상황에 잠이 오냐?”

“우리는 술을 좀 마셨으니까.”

이경복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박주호는 그 옆에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나, 이래서야 보조 편집자를 구한 이유가 없는데…….”

“아, 매드맨도 나랑 같이 밤 샜어. 걔도 진짜 좋아하더라고. 노력한 보람이 있다고 기뻐하더라.”

그 대답에 박주호가 눈가를 실룩였다. 그가 또 무어라하기 전에 이경복이 실소를 흘리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렇게 노력해 주시니 고맙네. 대신 감사 좀 전해 줘. 나도 오늘 아침에 결과 보고 진짜 놀랐다. 안 그러냐, 주호야?”

“……그래. 확실히 성과가 좋았지.”

박주호는 스마트 링크로 다시금 영상의 조회수를 확인했다.

“지금은 140만을 넘었네. 아마 이 정도면 하루되기 전에 200만에는 근접하겠어.”

“그래, 게다가 구독자 숫자도 40만을 넘었잖냐. 이게 다 노출이 잘 된 덕이라니까?”

최병훈은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 퍼튜브의 구독자는 40만을 넘었다.

하루아침에 앞자리 숫자가 2배로 늘어난 것이었다.

“야, 진짜 너희들은 그 기분을 모를 거다. 새로고침 할 때마다 막 숫자가 오르는데…….”

“일단 비즈니스 메일로 제안 온 것부터 이야기하자.”

“또 무시냐.”

박주호가 그의 말을 끊자 최병훈은 장난스럽게 코끝을 찡그렸다.

“놀러 온 게 아니니까. 이번에 머슬갤러리에서 다시 섭외 요청이 왔다.”

“아, 댓글 봤었는데 또 왔어?”

이경복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전에 섭외가 한 번 왔었지만 거절하지 않았나.

“이번에는 얼굴 공개까지는 안 하고 민둥산처럼 가면을 쓰고 나와도 좋다고 하던데.”

“가면……?”

이경복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민둥산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큐튜버였다. 그는 대신 선글라스와 가면을 쓰고 컨텐츠를 제작했다.

“흠,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

잠시 고민했던 이경복이 대답했다.

“민둥산님처럼 계속 그런 캐릭터로 갈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아직은 얼굴 공개는 하고 싶지 않아.”

“그럼 이유를 말해 줄 수 있을까?”

박주호의 물음에 다른 두 친구가 눈을 돌렸다.

“아니, 얼굴 공개를 강요하려는 건 아니야. 미리 이유를 알아 두면 앞으로 비슷한 제안이 왔을 때 내 선에서 거절할 수 있으니까.”

“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달라?”

최병훈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작 이경복은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이유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긴 좀 뭐해서.”

“음?”

“얼굴을 공개하면 혹시라도 시청자 중에 날 알아보고 다가오지 않을까 싶거든.”

“그게 왜?”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는 사람을 잘 보잖아.”

“아…… ‘그거’와 관련된 거야?”

최병훈의 물음에 이경복이 머리를 끄덕였다.

“아직은 오프라인에서 팬을 만나고 싶지 않다. 날 좋아해 주는 팬이 ‘불길’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 기분이 좀 복잡해질 것 같거든.”

채팅창으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상현실 내에서 마주했던 팬들은 게임과 관련된 느낌만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팬들을 마주하는 건 다른 의미였다. 이경복은 그들을 불가피하게 ‘판단’해야 할 터였다.

두 친구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하긴…… ‘그거’에 따라서 반응이 또 달라지면 뭔 말이 나올지도 모르고.”

“그것도 그렇고 생각해 보니 얼굴이 알려지면 경복이 아는 놈들이 빨대를 꼽을 수도 있겠는데.”

“아, 맞네. 학교 다닐 때도 그랬잖냐. 어중간하게 인싸랍시고 인마한테 찝적대던 새끼들 기억나지?”

“노리는 게 뻔했지. 여자애들 꼬시려고 끌어들이려다가 생각대로 안 되니까 뒷담화나 까던 머저리들.”

최병훈이 꺼낸 옛 기억에 박주호가 동감했다. 이에 이경복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걔들도 철이 없었을 때니까.”

“철이 없기는. 그 새끼들 별 아양은 다 떨다가 너희 할머님이 무당이신 거 알고 바로 손절했잖아. 지금 생각해도 토 나오는 새끼들이라니까.”

최병훈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경복에게 친해지자고 접근했던 반 친구들은 그의 할머니가 무당이라는 걸 알고 태도를 바꾸었다.

딱히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었지만 무당집 자손이라니 그를 꺼려한 것이었다.

이경복은 피식 웃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처음부터 기대도 안 해서 별로 상관없었어.”

“하여간 멘탈은…….”

최병훈은 이경복보다 더 열이 뻗쳤지만 본인이 괜찮다는데 더 성낼 수는 없었다.

“얘기가 딴 데로 샜는데. 아무튼 내 말은 지금 당장 방송을 순수하게 즐기는 게 우선이라는 거지.”

“그래, 머슬갤러리가 좋고 규모도 크긴 한 데 아직 우리랑 접점은 크게 없으니 무리할 이유는 없다.”

최병훈의 말에 이경복은 가볍게 미소 짓고는 박주호를 돌아봤다.

“주호야, 일단 그 건은 거절해 줘.”

“알았다. 그럼 접점이 있는 제안 쪽은 신중히 생각해 봐야겠군.”

“음?”

“인터뷰 요청이다.”

박주호는 그리 말하며 메일 하나를 두 사람에게 보여 주었다.

“메타게이머에서 인터뷰 기사를 쓰고 싶단다.”

메타게이머.

한국 1위 규모의 게임웹진에서 온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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