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 메타게이머 라이브 인터뷰 (3)
뉴턴좌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질문을 위해 선금으로 500만 원을 지급한 상황.
신혜림도 시청자도 이경복이 그 제안을 바로 수락하리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경복은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거절하려는 건가? 아니겠지?’
자기 일이 아님에도 신혜림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이경복이 그녀에게 눈을 돌렸을 때 움찔 몸이 떨린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신 기자님?”
“네? 네?”
“이거 진행해도 괜찮습니까? 아무래도 인터뷰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걱정되는데요.”
이경복은 담담히 대답했다. 눈앞에 500만 원이 있음에도 아무런 욕심도 엿보이지 않았다.
신혜림은 그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와…… 배포가 진짜 남다르네.’
그녀는 이경복이 진짜 프로라고 느껴졌다. 그는 지금 이 방송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모두에게 주지시켰다.
‘역시 사회생활을 해 본 스트리머구나.’
신혜림 개인적으로는 당장 진행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메타게이머’측에서는 불쾌할 수 있다.
협의도 없이 멋대로 인터뷰 시간을 조정하는 셈이 아닌가. 그냥 진행했다면 누군가는 이를 ‘불편’하게 여기고 트집을 잡을 수도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방금 전의 질문으로 상황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돌아왔다.
‘현장 상황 판단은 담당 기자의 몫.’
신혜림은 신속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네, 기자님과 메타게이머의 양해에 감사드립니다.”
그 대답에 이경복은 방긋 웃었다.
‘메타게이머도 거절할 이유가 없지.’
이경복의 질문은 어디까지나 트러블을 방지하기 위한 예의상의 질문이었다.
그는 메타게이머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확신했다.
안 그래도 주목받은 이유가 뉴턴좌와의 일전이 아니었나. 그런데 그 두 주인공의 질문과 답변을 실황으로 중계한다?
‘이런 특종, 눈앞에서 놓치기는 싫을 테니까.’
이경복은 예상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웃으며 최병훈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진짜로? 그렇게 한다고? 오케 ㅋㅋㅋㅋ]
[>설정완료 ㅋㅋㅋ]
돌아온 답변에 이경복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후원 열었습니다. 편하게 질문해 주시죠.”
그 대답과 함께 채팅창도 술렁였다.
-지금 후원 가능?
-않이;;; 눈치 좀 챙겨!
-후원하면 밀리잖아!
-방송 방해되자너!
-끝나고 후원해!
이때다 싶어 후원하려는 시청자들과 이를 만류하는 다른 시청자들.
하지만 소란은 아주 잠깐이었다. 곧바로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엌ㅋㅋㅋ 어차피 못함 최소금액 50만원ㅋㅋㅋ
-뭔솔?
-엌ㅋㅋㅋㅋ 진짜네 ㅋㅋㅋㅋ
-자본주의 파동에 또 눈을 떠버린 거냐구!
-영상후원 하나에 50만원 무엇?
-500만원 줬는데 또 뺐냐구!
-아 ㅋㅋ 그건 질문권 가격이고! 질문 가격은 별도라고!
-역시 [블랙기업]이야!
-이 가격이면 뉴턴좌 질문 몇 개나 하려나 ㅋㅋㅋ
후원이 열리긴 했지만 최소 후원 가능 금액을 50만 원으로 한정했기 때문이었다.
본래 영상후원의 경우 영상 길이에 따라 금액이 산정되지만 지금은 1회당 50만 원이었다.
[‘뉴턴좌’님이 ‘500,000’원의 영상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런 시청자들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한 듯 바로 들어오는 영상 후원. 시청자들은 그 영상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1분짜리 영상이라고?
-1분에 50만원을 태워?
-무쳤다 무쳤어.
-이게…… 금수저?
-대체 정체가 무냐고!
이경복은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의 내용은 뉴턴좌와 이경복의 첫 만남이었다.
[기다릴 테니까 주력 총으로 바꿔]
뉴턴좌가 저격러를 팀킬하고 이경복을 마주한 뒤 전달한 메시지. 이에 이경복은 이렇게 답변했다.
[걍 ㄱㄱ]
-미친ㅋㅋㅋ 다시 봐도 웃음벨이네 ㅋㅋㅋㅋㅋ
-성의 없는 대답 무냐고!
-전혀 긴장감 없음 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총 안 바꿔도 이기는데 왜 바꿈?
시청자들은 새삼 그때를 회상하며 흡족함을 표출했다.
[‘뉴턴좌’님이 ‘500,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때 왜 무기를 바꾸지 않았지? 내가 뒤통수라도 칠 거라고 생각했나?]
뒤이어 들어온 후원 메시지에 신혜림과 시청자들은 간과했던 사실을 깨달았다.
“……50만 원이 아니라 백만 원!”
바로 영상과 질문은 따로라는 사실. 실질적으로 질문 하나의 가격은 백만 원이었다.
“음, 이건 그때 한 대답 그대로인데. 그냥 해도 이길 것 같았거든요. 저 당시에는 그쪽 정체가 뭔지도 몰랐고.”
정작 이경복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함장님! 퍼기만 100% 충전됐습니다!
-퍼플기만빔!
-무슨 천마데스빔이냐곸ㅋㅋㅋㅋ
-???: 이런 대답 들으려고 백만 원을 냈나 자괴감이 들어……
-한 문장에 33만원 ㅋㅋㅋㅋㅋ
-이게 그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인가?
-말 중의 왕이라네~
-말이 그 말이었냐구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조롱에도 뉴턴좌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영상을 후원했다. 이번에는 양측의 사격 장면이었다.
[‘뉴턴좌’님이 ‘500,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부착물도 없는 샷건으로 날 어떻게 견제했지?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을 텐데.]
이번 질문에 채팅창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 이건 좀 궁금하긴 하다.
-몬순 때문에 폭우 쏟아지고 어두워졌자너
-사플도 안 되고 시야도 확보가 어렵긴 했음
당시 배경 맵인 쿠나스의 기후 효과 ‘몬순’ 때문에 먹구름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쏟아지는 빗소리와 거센 빗줄기, 그리고 어두워진 시야로 양측 모두 페널티를 부담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뉴턴좌는 총기 부착물인 스코프의 도움이 있었지만 이경복의 산탄총에는 부착물이 없었다.
더욱이 뉴턴좌는 시시각각 장소를 옮겼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이경복은 정확히 그 주변에 제압사격을 했다.
‘내 신기 덕분이지만 설명할 수도 없고 납득하지도 않겠지.’
뉴턴좌만이 아니라 시청자들도 대답을 기대하고 있다. 이경복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그쪽 실력이 무척 좋아서 알 수 있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채팅창에 무수히 떠오르는 물음표. 그리고 옆에 있던 신혜림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확실히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죠. 하지만 은엄폐 포인트는 구별이 가능합니다.”
이경복은 후원으로 들어온 영상을 조작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최적의 선택을 한다는 의미죠. 보다시피 정황은 뉴턴좌 쪽이 우세했습니다. 때문에 건물에 숨기보다는 저를 적극적으로 노렸고.”
신혜림은 홀린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실제로 영상 속 뉴턴좌는 이경복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였다.
“첫 포인트만 잡으면 쉽습니다. 일단 총성이 들린 쪽에 제가 제압사격을 하면 상대 쪽에서는 피할 수밖에 없죠. 그때 주변의 포인트를 확인하는 겁니다.”
“포인트요?”
“네. 엄폐하기 좋은 지점들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지점을 머릿속에 넣어 두는 겁니다.”
이경복은 여유롭게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는 카메라 너머에 있을 뉴턴좌를 향해 미소 지었다.
“당신 정도의 실력자라면 해당 포인트로 갈 거라고 믿은 거죠. 실제로 그렇게 했고.”
그 대답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너무 잘해서 예측이 됐다고?
-하긴 뉴턴좌가 실력으로는 좀 쩔긴 하지
-그건 부정 못 하지 ㅋㅋㅋ
-이게 천상계의 싸움? 내가 한 건 도대체……
-아 ㅋㅋ 심해에서 붕쯔붕쯔하는 거랑 같겠냐고!
-전부 갓플 손바닥 안이라는 게 더 충격적이네.
-ㄹㅇ 그 짧은 순간에 포인트를 다 파악하는 게 더 놀랍누
-확실히 어디로 갈지 예측되면 대응이 쉽긴 할 듯
시청자들의 감탄이 연신 이어졌다.
‘벌써 끝인가?’
뉴턴좌도 생각할 거리가 있어서일까. 이전과 달리 바로 영상 후원이 이어지지 않았다.
신혜림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슬쩍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이윽고 3번째 질문이 들어왔다.
“와…….”
신혜림이 영상을 보고 탄사를 흘렸다. 이번에 후원한 영상은 이경복이 샷건을 던져 총탄을 막은 장면이었다.
-다시 봐도 미쳤다 ㅋㅋㅋ
-우연히 맞은 거 아님?
-ㄴㄴ 하이라이트 보면 격발되기 전에 먼저 던짐
-미친 ㅋㅋㅋ 저걸 노리고 한다는 게 가능함?
-가능(퍼플) 불가능(트수)
-팩트) 다.
[‘뉴턴좌’님이 ‘500,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한테 총알 하나라도 더 있었다면 죽었을 거야. 왜 갑자기 모험을 한 거지?]
모험이라는 말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실제로는 남은 탄약의 개수까지 파악하고 계산을 끝낸 뒤의 행동이 아니었던가.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하지만 그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도박수처럼 보일 수도 있을 터였다.
“모험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뢰의 문제라고 할까요.”
이윽고 나온 대답에 채팅창은 다시금 의문에 빠졌다. 갑자기 신뢰라는 단어가 왜 나온단 말인가?
“당신은 공정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팀킬과 장비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그냥 이기는 게 목적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저는 당신이 원하는 게 단순히 승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뉴턴좌는 일반적인 저격러와 달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경복은 뉴턴좌의 성격을 간파했다.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게 목적. 저는 총성을 토대로 남은 탄약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 남은 탄환은 3발, 제가 달려들면 승부를 피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탄환을 셌다고……?!”
신혜림이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리다 화들짝 놀라며 제 입을 막았다. 이경복은 웃으며 다시 설명을 이어 갔다.
“그 이후는 앞서 대답한 것과 연관이 됩니다. 당신의 에임 역시 최적화가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뉴턴좌는 마치 기계처럼 정확하게 머리와 손을 노렸다. 단순히 재능으로 치부하기에는 힘든 움직임이었다.
“그쪽의 반응속도는 제가 지금껏 상대한 사람들 중 역대 최고입니다. 적을 인식하고 격발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려면 생각할 시간조차 줄여야겠죠. 제 예상이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가 뉴턴좌에게 관심을 가졌던 이유 중 하나였다. 과연 그녀가 어디까지 자신을 단련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노리는 곳을 안다면 막는 것도 쉽죠. 그러니 모험이 아니라 계산된 대응이었습니다.”
-않이;;; 그 짧은 시간에 저걸 다 파악했다고?
-설명하는 거 왜케 섹시함?
-강의 마저 [퍼][펙][트] 해 버렸다!
-피지컬만 뛰어난 거 아니였냐구!
-잘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
-갓직히 내가 갓플 정도 피지컬이어도 저렇게 생각까지는 못할 듯 ㅋㅋㅋ
-난 그냥 무지성으로 보이면 쐈는데……
-???: 이히히! 적이다! 발싸!
-갑자기 격 떨어지는 거 뭔데 ㅋㅋㅋㅋ
채팅창은 경탄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그 반응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래 이렇게 게임하는 거 아니에요? 다들 생각하시면서 하잖아요?”
-교수님 아시겠어요? 저는 그냥 게임하는 감자라구요!
-제가, 제가 빡대가리였습니다!
-않이 뭘 모르시네 ㅋㅋㅋㅋ 트수 머리는 장식용인데
-장식용인데 디자인이 초현실주의인 게 함정 ㅋㅋㅋㅋ
-??? : 엄청 신기하게 생겼네.
-사이버 폭력 그마내!
-이럴 거면 듀라한으로 태어날걸……
-듀라한 ㅇㅈㄹ ㅋㅋㅋㅋ
이번에야말로 마지막 질문인 걸까. 후원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경복은 슬쩍 신혜림을 돌아봤다. 그녀도 눈치껏 알아듣고 시청자 질문을 마무리하려는 찰나였다.
4번째 영상이 후원으로 재생됐다. 이번에는 양측의 근접전, 그리고 마지막에 이경복이 산탄총으로 그녀를 처리하는 영상이었다.
-이게 그 지옥 교육 자료 맞지?
-ㄹㅇㅋㅋ 신입 악마들도 보고 놀라서 관둘 듯
-진짜 인성질 무쳤다 ㅋㅋㅋㅋ
-이건 갓직히 인권위원회가 나설 사안임
-여기서 인권위가 왜 나오눜ㅋㅋㅋㅋㅋ
그런 조롱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뉴턴좌의 질문은 바로 이어졌다.
[‘뉴턴좌’님이 ‘500,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접전도 전부 앞서서 반응했는데 이것도 그 최적화 때문인 건가?]
이경복은 그 메시지를 읽고 작게 웃음을 흘렸다.
“아, 이건 좀 자의식 과잉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격은 뛰어났지만 근접전은 그 정도는 아니라서.”
-엌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이렇게 돌린다고?
-인성질 무엇? ㅋㅋㅋㅋㅋㅋ
-뉴턴좌 얼굴 지금 시뻘게졌을 듯ㅋㅋㅋㅋ
-이거 전부 메타게이머 기사에 올라가자너 ㅋㅋㅋㅋㅋ
-생각하니 그르네 ㅋㅋㅋㅋ
-흑역사 제대로 박제하누 ㅋㅋ
채팅창 반응에 이경복은 손사래를 쳤다.
“에이, 당연히 농담이죠. 사격이 더 뛰어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답변을 드리자면…… 음, 이건 제가 배운 복싱의 예를 드는 게 좋겠네요.”
그 말과 함께 이경복은 자세를 잡았다.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결국 먼저 움직이는 건 몸입니다. 그리고 힘을 제대로 실으려면 예비 동작이 필요하죠. 간단히 보여 드리면.”
이경복은 말을 끊고 벼락처럼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그 모습에 신혜림이 놀라 입을 벌렸다.
“보셨죠? 대표적으로 움직이는 건 어깨와 허리입니다. 몸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힘이 실리거든요.”
-이거 ㄹㅇ 트루임.
-나도 복싱 배웠는데 맞말임.
-팔 근육보다 중요한 게 허릿심이지 ㅋㅋㅋ
-위 트수들 다 줄넘기만 한 거 아님?
-아 ㅋㅋ 이건 나도 알지(모른다)
채팅창은 아는 체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웃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하나 더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이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시청자들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아는 체 하던 트수들 뭐하누 ㅋㅋㅋ
-갓플님 기강 잡으신다!
-괜히 입 털지 마라 이말이야 ㅋㅋㅋ
-다시는 아는 척 하지 않겠습니다!
-이실직고 빨랐쥬?
-자수해서 얼른 광명 찾아라 ㅋㅋㅋ
-부검 드르갑니다잉?
소란스러운 채팅창에 이경복은 피식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장난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의식하지 않는 이상 먼저 움직이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이 눈이죠. 정확히는 시선의 방향입니다.”
이경복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세를 풀고 영상 속 뉴턴좌를 가리켰다.
“여기 보시면 공격하기 전에 눈이 먼저 돌아가죠? 너무 ‘정직’해서 외면하기가 어려웠어요.”
“아, 진짜네.”
신혜림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경복은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물론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이게 자연스러운 거니까. 일단 자기 몸부터 속이는 걸 배워야 할 겁니다.”
-자기 몸을 속여? 그걸 어케함?
-몰?루
-거짓배고픔 뭐 그런 건가?
-아 ㅋㅋ 플라시보 이펙트네
-트수들 어떻게든 아는 거 총동원 하누 ㅋㅋㅋ
-ㄹㅇㅋㅋ 자기 몸 제대로 파악도 못 하는데 뭘 속임
-???: 몸아, 진짜 폐는 안 끼칠 테니까 보증 좀!
-아니 ㅋㅋㅋ 속인다는 게 그런 의미냐고
채팅창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하지만 뭔가 깨달은 게 있던 걸까.
[‘뉴턴좌’님이 ‘1,000,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역시 직접 물어본 게 정답이었네. 이건 감사 표시야. 다음에는 내가 이긴다.]
마지막을 암시하는 후원 메시지였다.
“천만 원……!”
신혜림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선입금 500만 원과 질문 4개, 그리고 마지막 감사까지.
뉴턴좌는 총 1천만 원의 후원금을 지불했다.
‘이거 진짜 특종이다.’
뉴턴좌의 평가 금액으로 100만 원을 받은 것으로도 이슈가 됐는데 그 10배의 금액이 나왔다.
그만큼 이경복의 가치가 배로 뛰었다는 뜻.
시청자들도 그 사실을 직감했다.
-와! 코칭 한 번에 천만 원!
-몸값 ㅎㄷㄷ 하누
-갓직히 신탁 받는 것치고는 싸다
-신탁 ㅇㅈㄹㅋㅋㅋㅋㅋ
-근데 이것도 알아듣는 사람한테나 가치가 있는 거지 ㅋㅋㅋ
-ㄹㅇㅋㅋ 트수들이면 1억을 줘도 못 깨달음
-팩폭 너무 아프고……
이경복은 자리로 돌아와 신혜림을 돌아봤다. 이제 남은 인터뷰를 진행해야 되지 않겠나.
“저, 퍼플 님.”
“네.”
“그런데 이렇게 세세하게 알려 주셔도 괜찮나요? 메시지로 보면 복수전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요.”
신혜림의 물음에 채팅창도 동감을 표했다. 따지고 보면 적을 도와준 셈이 아닌가.
그러나 이경복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답변은 하지 않았나요?”
“네?”
“몇 번을 해도 제가 이깁니다.”
-아 ㅋㅋㅋㅋ 이거지!
-ㄹㅇㅋㅋ 어차피 이길 건데 알려 주는 게 뭐 대수냐고!
-킁카킁카! 퍼자감 순도 100%! 너무 조아!
-자신감 파티다!
-주모오오오! 퍼뽕 한 사발 주소!
채팅창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축제를 즐기는 시청자의 숫자는 무려 8천이 넘었다.
‘뉴턴좌 왔다는 말에 유입이 더 된 모양이네.’
이경복은 그 숫자에 흡족해하며 말을 이었다.
“조금 더 사심을 보태자면 실력이 나아지길 바랍니다.”
“네?”
“지금까지 게임 하면서 가장 재미있었거든요.”
그는 쉬운 것보다 어려운 게 좋았다.
* * *
“자,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 할 시간이 왔네요.”
라이브 인터뷰의 막바지가 다가왔다.
“오늘 인터뷰를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랑을 이어 나갈,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실까요?”
“계획이라.”
이경복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사실 단기간에 많은 사랑을 덕분에 여러 제안은 많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신중할 필요를 느끼고 있고요. 당분간은 좋아하는 방송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과연 퍼펙트한 답변이 아닐까 싶네요! 저희가 오늘 인터뷰로 퍼플 님의 플레이를 못 보여 드렸는데요. 모여 주신 시청자분들을 위해 다음 방송 콘텐츠 예고,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네. 안 그래도 새로운 게임으로 고려해 둔 게 있습니다.”
이경복의 말에 채팅창이 활활 타올랐다.
-제발 로아! 로아 가즈아!
-아웃로 유니버스 찍먹 한 번만!
-오레노 턴! 듀얼이다!
-돌겜할 때까지 숨 참습니다!
-곰보겜도 괜찮을 것 같은데 ㅋㅋㅋ
-익스트림 스포츠는 어떰? 라이더스 네이션 괜찮은데!
-트수들 취향강요 뭔데!
-아 ㅋㅋ 갓플이 하고 싶은 거 한다고!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주장을 보며 이경복은 미소 지었다.
“다음 할 게임은 바로…….”
모두가 그의 입에서 나올 말에 집중했다.
“엘든 시리즈 최신작, 엘든 소울입니다!”
-엌ㅋㅋㅋㅋㅋㅋ 찢었다.
-어려운 겜 찾더니 내 이랄 줄 알았다!
-갓플이 하는 엘든 시리즈? 이건 못 참지.
-레알 개간지일 듯 ㅋㅋㅋㅋ
-벌써부터 군침이 싹 도누 ㅋㅋ
채팅창은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올랐다.
‘뉴턴좌는 아직 방송을 보고 있겠지.’
이경복은 확신했다.
승부욕이 강한 만큼 이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상대를 파악하는 건 기본일 터였으니.
“물론 그냥 하면 재미가 없겠죠. 침입은 모두 허용하겠습니다. 오늘 배운 거 잘 익혀서 오세요.”
이경복의 이어지는 말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ㅁㅊㅋㅋㅋㅋ 공개 저격 허용?
-패기 넘치는 거 뭔데!
-패기가 알고 보니 암령들 패는 거였누 ㅋㅋㅋ
-아 ㅋㅋㅋ 망자들 다 죽었다 이제
-암령들 돔황챠!
다른 누구도 아닌 퍼플의 발언. 그리고 시청자들은 또 하나의 인물을 떠올렸다.
-뉴턴좌한테 한 말 맞지?
-엌ㅋㅋㅋ 이거 완전 초대장 아니냐.
-갓플 대 뉴턴? 엘든소울에서 리매치라고?
-갓대뉴 2차전 ㅎㄷㄷ
-이건 무적권 본방 봐야지 ㅋㅋㅋ
모두가 만족할 만한 인터뷰의 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