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60화 (60/491)

60화 - MCN?

기자 신혜림이 거주하는 아파트.

인터뷰를 무사히 마친 후 그녀는 캡슐에서 나왔다. 하지만 아직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네, 팀장님.”

방송이 종료되자마자 걸려 온 전화. 평소라면 피곤함에 짜증이 밀려 오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 기자, 수고했어!>

“아닙니다! 그보다 이거 특종 맞죠?”

팀장 역시 인터뷰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의 격양된 목소리에 신혜림이 들뜬 목소리로 되물었다.

<당연하지! 이거 내가 어떻게든 부장님한테 푸시 넣을 거야. 우리 팀 섹션이 아니라 메인 기사로 넣어 달라고.>

“정말요!?”

신혜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메타게이머 사이트는 가상현실은 물론이고 모바일과 구시대의 PC와 콘솔 섹션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제공한다.

인플루언서 섹션도 그중 하나.

하지만 신혜림도 팀장도 이번 기사는 단순히 섹션에 게재될 기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 이제는 메인 기사 올라갈 일 없을 것 같았는데……>

메타게이머의 메인 페이지, 신문기사로 치면 1면. 가장 중요한 뉴스가 올라오는 자리였다.

대부분 주류인 가상현실 게임의 소식만이 자리하던 페이지에 인플루언서 팀은 딱 한 번 메인 기사를 게재했었다.

<이번 거는 충분해! 라이브라서 더 생생하고 솔직히 말하면 달타냥 인터뷰보다 재미도 있었으니까.>

바로 그 기사는 성공한 스트리머의 대표 주자, ‘달타냥’의 인터뷰.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보고 팀장은 확신을 얻었다.

<게다가 뉴턴좌 등판이라니……! 아무튼 고생했어. 기사는 마무리 됐으니까 컨펌만 받으면 돼. 이만 끊는다!>

“아, 네네! 감사합니다!”

신혜림은 통화가 끊어진 이후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는 기대와 함께 메타게이머의 메인 페이지를 띄웠다.

‘빨리 반응이 보고 싶어……!’

* * *

웹진 ‘메타게이머’의 메인 페이지.

[우연과 누락? <단풍이야기> 확률 조작 의혹 AGAIN]

[‘또 속냐 막내야?’ <혈통W>, 이름만 바꾼 컴플리트 가챠 도입]

[<바이오 크라이시스> 난이도 하향 업데이트 예고.]

국내외 굵직한 이슈를 다루는 기사 사이로 이질적인 썸네일의 기사가 올라왔다.

[<최초 라이브 인터뷰!> ‘퍼펙트’한 그를 만나다. 거기에 ‘뉴턴좌’를 곁들인.]

인플루언서 섹션의 기사답게 주의를 끄는 기사 제목. 그와 함께 조회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선리플 후감상]

[-스트리머 기사가 메인?]

[-그렇게 뉴스가 없나]

[-메타게이머 폼 다 죽었누ㅎㄷㄷ]

바로 달린 댓글들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했다. 기사도 읽지 않고 댓글을 먼저 단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댓글들은 달랐다.

[-퍼플이 누꼬?]

[-인터뷰를 라이브로 했다고? 이 과감성 무엇?]

[-아! 갓플 모르시는구나! 방송 겁.나.재.미.있.습.니.다.]

[-아씨 ㅋㅋ 글만 보니까 답답하네 ㅋㅋㅋ]

조금씩 늘어나는 댓글들.

마치 속기록처럼 인터뷰 전문이 글로 작성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은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아! 이 스머가 그 바크 진엔딩 본 스머였네.]

[ㄴ메인 기사에 뜬 그거임?]

[ㄴㅇㅇ 맞는 듯]

[ㄴ근데 왜 메인 기사에는 이름이 안 나와 있음?]

[ㄴ이름 쓰면 바이럴이라고 ㅈㄹ하는 놈들 때문이지 ㅋㅋㅋㅋ]

[ㄴ이거 퍼플 바이럴이네]

[ㄴ미친ㅋㅋㅋ 인터뷰인데 뭔 바이럴이냐고!]

[-미스틱 리그 나뭇잎 마을로 만든 장본인 ㅎㄷㄷ]

[ㄴㄹㅇㅋㅋ 랭겜이고 일반겜이고 야미 투성이라 한동안 끊었자너]

[ㄴ근데 퍼펙트 야미는 좀 쩔긴 해]

[ㄴ고건 ㅇㅈ ㅋㅋㅋ]

[-뉴턴좌 바른 거 대단하긴 한데 그걸로 제목에 붙이는 건 좀……]

[ㄴ인플루언서 팀이라서 그런지 제목 낚시 쩌누 ㅋㅋㅋ]

[ㄴ발끈 무엇? 님 HOXY 사과단?]

[ㄴ아 ㅋㅋ 입이 근질근질하네]

[ㄴ영상 끝까지 보고 댓 달자 ㅋㅋ]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댓글은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1달도 안 된 스머였음?]

[ㄴㄹㅇ 성장속도 미침ㅋㅋㅋㅋ]

[ㄴ응애 한 번 울고 바로 패왕등극]

[ㄴ급성장 뭔데!]

[ㄴ노루 야캐요……]

[ㄴ돌크리트 현장에서 검거]

[-게임 다 쉬웠다는 거 뭐임;;;]

[ㄴ컨셉 킹받게 잡았누 ㅋㅋㅋ]

[ㄴ?]

[ㄴ저거 컨셉 아닌디 ㅋㅋㅋㅋ]

[ㄴ팩트) 진짜 쉬웠다.]

[-트수들 주접떠는 거 개 웃기네 ㅋㅋㅋ]

[ㄴ진짜 드립 하나만 보고 사는 사람들임ㅋㅋㅋ]

[ㄴ아아, 이게 바로 퍼청자라는 거다.]

[ㄴ팬티색 물어보는 건 어디나 똑같누 ㅋㅋㅋㅋ]

그러다가 갑자기 댓글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하나.

[-뭐여 ㅅㅂ 뉴턴좌 찐임?]

[ㄴㅁㅊ 500만원 바로 박는 거 뭐임?]

[ㄴ와앀ㅋㅋㅋㅋㅋㅋㅋ]

[ㄴ제목 낚시가 아니었눜ㅋㅋㅋ]

[ㄴ이래서 메인에 올라왔구나]

뉴턴좌의 등장.

비록 글자였지만 격양된 감정이 묻어나오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와…… 코칭 미쳤누 ㅎㄷㄷ]

[ㄴ뭔 돈지랄인가 했는데 받을 만하네]

[ㄴ처음에는 그냥 대충 돈 빨아먹는 줄 알았는데 갈수록 알차누]

댓글창은 이내 호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목소리 좋은 거 무엇?]

[ㄴ갓플이 학교 선생이었으면 하버드 입학 쌉가능이었을 듯]

[ㄴ아 ㅋㅋ 내가 그래서 하버드를 못 갔네]

[ㄴ옆에 기자님도 완전 홀린 눈ㅋㅋㅋ]

[ㄴ그래도 신은 공평하네. 얼굴까지 잘생겼으면 ㅅㅂ]

[ㄴ혹시 모르니까 제꼬삼]

[-퍼플한테 100만원 주고 코칭받기 vs 단풍이야기 100만원 큐브 돌리기]

[ㄴ이거 완전 밸붕아니냐 ㅋㅋㅋ]

[ㄴㅅㅂ 닥전이지]

[ㄴ가만히 있던 단풍이야기를 왜 끌어들임?]

[ㄴ-단-]

[-뉴턴좌가 후원한 영상 어디서 볼 수 있음?]

[ㄴ아 핑프쉑은 어딜 가나 있누]

[ㄴㅅㅂ 댓글창 바로 위에 퍼튜브 링크 있자너]

[ㄴ어그로임 먹이 ㄴㄴ]

새로 고침 할 때마다 수십 개씩 늘어나는 댓글들.

이윽고 인터뷰 영상이 마무리가 될 즈음, 시청을 완료한 사람들도 댓글을 추가했다.

[-달타냥 급도 아닌데 욕하려고 했던 나, 반성합니다.]

[ㄴㄹㅇ 킹직히 욕하려고 들어왔는데 맘 바뀜 ㅋㅋㅋ]

[ㄴ갓직히 달타냥 기사도 팬심으로 본 거자너 ㅋㅋㅋㅋ]

[ㄴ이번 인터뷰는 꿀잼각 너무 많음 ㅋㅋㅋㅋ]

[ㄴ라이브 인터뷰, 오히려 좋을지도?]

[-진짜 신생 스머라는 게 믿기지가 않네]

[ㄴ1달도 안 됐는데 이 정도면 나중에 시총 1조 간다]

[ㄴ뭔 ㅋㅋㅋ 시가총액이 왜 나오누 ㅋㅋㅋ]

[ㄴ지금 퍼플 코인 타도 되나요?]

[ㄴㅇㅇ 킹전자산임ㅋㅋㅋ]

[-와 진짜 러브콜 오지게 받을 듯]

[ㄴㄹㅇㅋㅋ MCN들 지금 눈 뒤집힘]

[ㄴ이정도면 어디로 가려나?]

[ㄴ더트박스겠지 뭐]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조회수의 상승세는 박차를 가했다.

* * *

지놈은 웃으며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방송 끝내기 전 시청자들이 퍼플의 뉴스가 올라왔다는 걸 알려 줬기 때문이었다.

“진짜 이름값은 제대로 한다니까.”

스트리머 퍼플이 아니라 이경복, 경사와 복을 뜻하는 그 이름. 지놈은 아끼는 동생의 성공에 흡족해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표정은 굳어졌다. 진동과 함께 걸려 온 전화 때문이었다.

“예, 변 팀장님.”

<아, 전화 괜찮으세요?>

“네, 뭐. 방송은 끝냈으니까요.”

지놈의 방송은 저녁시간대에 시작해서 새벽녘에 끝난다. 때문에 사실 통화하기에 적합한 시간은 아니었다.

‘대충 목적은 짐작이 가는데.’

지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네, 다름이 아니……>

“퍼플님이랑 자리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면 거절하겠습니다.”

그는 선수를 치기로 했다.

통화 상대는 지놈이 소속된 MCN, ‘볼록 코리아’의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팀장이었다.

크리에이터의 영입과 관리를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역시 지놈 님이시네요!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하십니다.>

그만큼 상대도 호락호락 포기하지 않았다. 매몰찬 거절에도 그는 오히려 지놈을 칭찬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그렇게 금칠해 주셔도 제 결정은 바뀌지 않습니다.”

<음, 혹시 저희 쪽에서 뭔가 섭섭하게 해 드린 점이 있을까요?>

“아뇨, 달리 불만은 없습니다.”

<그럼……>

“그렇다고 적극 추천할 정도도 아니죠.”

지놈 정도 급이 되는 스트리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의 말에 불편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퍼플에게 접근하려는 건 더 몸값이 뛰기 전에 영입하려는 거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저도 이해합니다. 좋은 인재를 적은 비용으로 채용하려는 건 어느 회사나 원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거기에 제가 연관되는 건 다른 의미입니다.”

<다른 의미요?>

“팀장님, 제가 같은 소속사 스트리머들과도 거리 두는 거 아시죠?”

<네, 알고 있죠.>

“하지만 퍼플은 다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친구랑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거든요. 괜히 얽혀서 그 관계를 어지럽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팀장은 지놈의 인간관계가 철저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저희가 퍼플 님께 결례를 범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글쎄요. 그건 모를 일이죠. 다른 루트로 접근하실 거라면 준비 단단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준비요?>

“예. 그 친구, 그렇게 어수룩하지가 않거든요. 괜히 몸값 후려치다가는 아예 척을 질 수도 있습니다.”

통화 너머로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어느 정도를 예상하시는지?>

“제 계약금 기억하십니까?”

보통 일반적인 스트리머에게는 계약금을 주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스트리머는 달랐다.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결재한 내용인데요. 첫 계약에 1억, 재계약 때마다 3천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럼 그 정도를 준비하라는……>

“아뇨.”

지놈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팀장은 이내 아차 싶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아, 실례했습니다. 그래도 지놈 님과 동급 대우는 역시……>

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지놈의 의도를 읽어 내지 못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시도조차 하지 마세요.”

<네?>

지놈이 판단한 이경복의 가치는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 몇 배는 준비하셔야 탈이 없을 겁니다.”

* * *

다음날.

팀 퍼펙트, 세 친구가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평소 찾던 단골 카페는 아니었다.

“갑자기 웬 참치래.”

“야야, 좋은 일 생겼으면 축하를 해야지.”

그들 앞에는 금가루를 입힌 선홍빛 참치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어제 방송 중에 최병훈이 예약한 고급 참치 전문점의 메뉴였다.

“낮이니까 술은 좀 그렇고, 사이다로 채우자고.”

최병훈이 싱글벙글 웃으며 음료를 따랐다. 이윽고 세 친구의 잔이 모두 채워지자 그가 잔을 들었다.

“퍼튜브 50만 구독 기념! 짠!”

“그래, 고생했다.”

“다들 수고했어.”

세 친구는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인터뷰 방송이 끝나고 기사가 게재된 이후 큐튜브 채널 구독자 50만을 돌파했다.

최병훈은 방송 중에 그 추세를 보고 미리 기념 회식을 준비했다.

“뉴턴좌가 사준 참치, 한번 맛보겠습니다!”

최병훈이 너스레를 떨며 참치를 김에 쌌다. 다른 친구들은 실소를 흘렸다.

이윽고 시작된 식사.

“매드맨도 불렀는데 부담스럽다고 못 온다더라.”

“그래? 아쉽네. 한번 얼굴 보면 좋은데.”

“생활 패턴이 너랑 비슷하다며.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들겠지.”

박주호의 말에 최병훈은 동감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나중에 기프티콘이라도 좀 쏴 줘. 나름 지분이 있는데 그냥 입 싹 닦기는 뭐하니까.”

“크, 비정규직 복지도 챙겨 주는 사장님.”

“뭐래.”

그리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최병훈은 아련한 얼굴로 말했다.

“야, 그런데 진짜 10만 달성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0만이라니.”

“엊그제까지는 아니고 2주 정도 전이었지.”

“미친, 그렇게 말하니까 더 기분이 묘한데?”

“어차피 흐름상 금방 될 거 아니었어?”

이경복의 물음에 최병훈이 손사래를 쳤다.

“야, 모르는 소리 마라. 사실 상승세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어.”

“어? 왜?”

“예전에 말해 줬었잖아. 초반에 우리 구독자 중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고.”

최병훈의 말에 박주호가 냅킨으로 입을 닦고는 말을 받았다.

“바크 이후로는 자막 달린 영상이 없었다. 그래서 외국인 구독자들이 이탈하고 있었지.”

“그래도 그보다 더 많이 구독자가 늘어났잖아?”

“그렇긴 한데, 이게 또 그런 식으로 간단히 계산되는 문제가 아니거든.”

최병훈은 락교 하나를 으적거리며 코끝을 찡그렸다.

“이놈의 알고리즘이 또 작동을 한다 이 말이야. 전체 구독자는 늘어도 이탈자가 생기면 알고리즘이 그걸 또 변수로 계산한단 말이지. 자세히는 몰라도 채널 인기도가 하락한다는 식일 거야.”

“그러면 영상 노출에 악영향이 갈 수도 있지.”

“뭐,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고. 오히려 체질 개선이 된 걸 수도 있어.”

친구들의 말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외국인 빠지고 한국인 구독자로 채워진 거고, 그만큼 허수가 빠졌다. 이 말이지?”

“그렇지.”

“그럼 뭐 걱정할 거 없겠네. 어차피 외국인들 보라고 하는 방송도 아닌데.”

이경복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 배를 채우자 후식이 나왔다.

“슬슬 안건을 이야기해 볼까.”

“하…… 좀 쉬었다 하면 안 되냐? 배가 너무 부른데.”

“어차피 결정은 경복이가 할 거니까 넌 듣기나 해.”

박주호는 최병훈에게 눈총을 주고 이경복을 돌아봤다.

“일단 엘든 소울 예고 때문인지 관련 합방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합방?”

“지놈 님이랑 한 합방이 꽤 반응이 좋았으니까. 아마 그런 느낌을 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 말에 이경복은 미간을 좁혔다.

“그럼 별론데. 일면식도 없는데 다짜고짜 합방이라니.”

“나도 동감. 그런 것들은 노골적으로 빨대 꼽으려는 거지.”

최병훈이 손을 들며 동의했다.

“대충 거절해 줘. 아직 게임 파악도 못 했는데 합방은 좀 그렇다는 식이면 될 것 같네.”

“알았다. 그건 내가 처리하지. 그리고 다음은 MCN쪽 오퍼야.”

“MCN? 그 신생들 아직도 질척거리냐?”

최병훈의 물음에 박주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좀 큰 곳이다.”

“크다니?”

박주호는 대답 대신 홀로그램을 띄워 메일을 보여 주었다.

“더트박스, 탈렌트 헌터, 볼록…….”

“와씨……! 진짜 큰 곳이네.”

배부름에 늘어져 있던 최병훈이 벌떡 일어나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렇게 대단한 데야?”

“큐튜버나 스트리머만이 아니라 연예인이 소속된 곳들이기도 하거든.”

“연예인이?”

“요즘에는 연예인들도 큐튜브 하잖냐.”

이경복은 작게 입을 벌렸지만 이내 시큰둥해졌다.

“흠, 인정받은 거야 좋긴 한데. 뭔가 끌리지는 않네. 지금 우리가 MCN이랑 계약할 필요가 있나?”

그 물음에 두 친구는 눈을 굴렸다. 먼저 입을 연 건 박주호였다.

“나는 필요 없다고 본다. 얼마인지는 몰라도 계약금까지 준다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상세한 계약 사항은 미팅을 해야만 알 수 있었다. 박주호는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계약금이 클수록 제약도 클 가능성이 높다. 사측에서도 계약금을 회수하려고 혈안이 될 테니까.”

“그것도 그렇고, 나도 좀 이른 시점인 것 같긴 하다.”

최병훈도 입을 열었다.

“지금 채널 몸집이 이렇게 커졌고, 충성 층도 모이는 시점이잖냐. 이때 딱 내실을 다져서 콘크리트 층을 만들어야 되거든. 근데 MCN이 끼면 방송에 비즈니스향이 좀 세질 텐데, 별로 좋을 것 같진 않다.”

“이견이 없어서 다행이네. 거절하고 일단은 방송에 집중하는 걸로 하자.”

이경복이 웃으며 말하자 친구들도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가 아쉬울 게 뭐 있냐? 우물은 저쪽에서 파야 된다 이 말이야.”

“확실히 안달 난 건 저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네 몸값은 더 비싸질 테지.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아.”

그 대답에 이경복의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MCN이 없더라도 그의 곁에는 믿음직한 친구가 있었다.

* * *

스트리머 퍼플의 방송시간이 다가왔다.

-ㅗㅜㅑ 왜케 사람 많누.

-5천명 대기 뭔데!

-머기업 방송 수듄ㅋㅋㅋㅋ

-나작스 퍼플은 이제 없어……!

-메타 보고 유입된 사람들 손!

방송 시작도 전에 시청자 수가 5천을 돌파했다. 덕분에 채팅창은 검은 화면에도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이내 방송 인트로와 함께 시청자들의 주의가 돌아갔다.

“트하!”

이윽고 이경복의 반가운 인사와 더불어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퍼하!

-큐하!

-천만 코치! 천만 코치! 천만 코치!

-밀리언 달러 스트리머 ㅎㄷㄷ

-5252! [퍼][펙][트] 코칭은 비싸다구?

동시에 후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50만원은없고’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은 후원 쌉가능!]

[‘50만의1인’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퍼튜브 50만 구독! 추카추카추!]

[‘어제성불’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제 성불시켜 주신 팬티충입니다. 오팬무?]

[‘민초단의분노’ 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민초는 치약이 아닙니다!]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감사를 전했다. 그렇게 밀려든 후원에 반응하면서 잡담을 나누기를 잠시.

시청자 숫자는 7천을 돌파했다.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이러다가 후원 인사만 하다가 끝날 것 같네요.”

-1부 방송 컨텐츠 감사하기 ㅋㅋㅋㅋ

-이게 다 업보임! 평소에 후원을 하게 해줬어야지!

-어제 인터뷰에서 후원 못 해서 더 열불남 ㅋㅋㅋㅋ

-하지 말라면 더 하려는 청개구리 트수들……

-하지마라면 하지마루요!

-ㄴㄷㅆ 쳐내!

이경복은 웃으며 후원 대기창을 열었다. 가볍게 목록을 훑은 그는 짐짓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오늘은 뉴턴좌 안 오셨나요? 출석했으면 후원으로 알려 주세요.”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선생님 출석 확인 하신다!

-뉴턴좌 화장실 갔어요!

-아 ㅋㅋ 바로 땡땡이 쳤냐고

-그렇게 수금하고 또 수금을!?

-역시 [블랙기업]의 수금력은 세계제이일!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은 손을 내저었다.

“에이, 농담이죠. 코칭 한번 받았다고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아마 진득이 연습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자자, 아무튼 그럼 이제 후원 끊고 게임 시작할게요!”

이경복은 설정을 마치고 게임을 실행시켰다. 순식간에 주변이 어두워졌다.

-오오오오오오옹

-시작한드앗!

-갓플의 킹든 소울 ㅎㄷㄷ

-큐하!

-슬레이트 치겠습니다~

-아조씨! 카메라에 잡히니까 나오세요!

-무친 게임과 무친 스트리머의 만남 ㅋㅋㅋ

시청자들은 부푼 기대심을 안고 방송에 집중했다.

이어 스산한 바람소리와 함께 검은 화면 위로 제작사의 로고가 나타났다.

[FROM STUDIO]

새하얀 고딕체의 글자.

단순하지만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은 회사의 이름.

이윽고 하얀 글자가 먼지처럼 흩어졌다. 이윽고 금빛 여명이 어둠을 지워 나갔다.

“와…….”

광활한 대지와 장엄한 자연,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쇠락한 왕국의 모습.

이경복은 이내 보이는 풍경에 감탄을 토했다.

-캬 ㅋㅋㅋㅋ 다시 봐도 뽕 차오르누

-이게 전율이지 ㅋㅋㅋ

-프롬은 진짜다!

-갓플도 어쩔 수 없는 게이머였어!

그러나 곧바로 시야가 암전됐다.

<부서지고 또 부서지리라.>

이어 들려오는 나레이션.

-어?

-아 ㅋㅋㅋ 맏따

-갓플 몰입감 최고로 해 둬서 그럼.

-정보) 주인공 목소리는 플레이어 목소리다.

-와 지린다 ㅅㅂㅋㅋㅋ

-준나 잘 어울리네ㅋㅋㅋㅋㅋ

이경복은 놀랐지만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이미 한 차례 바이오 크라이시스 때 경험한 바였다.

<허나 육신은 부서질지언정 영혼은 견고할지니.>

다만 자신의 목소리로 낯간지러운 대사를 듣는 건 곤욕이긴 했다.

이윽고 둔중한 울림과 함께 교향곡과도 같은 배경음악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영혼을 손에 넣으면.>

커다란 거인, 오오라를 휘감은 기사, 여러 개체가 뒤섞인 혼종, 썩어 문드러진 시체들 등. 마치 고속 슬라이드 사진처럼 형상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런 놈들이랑 싸워야 하는 건가.’

이경복은 그것들이 자신이 상대해야 할 적의 일부라는 걸 쉬이 짐작했다.

이윽고 다시 시야가 어두워졌다.

<다시, 인간의 시대가 오리라.>

어둠에 균열이 생기며 금빛 섬광이 새어 나왔다. 이어 검은 조각들이 떨어져 나가며 알파벳의 형상을 취했다.

[Elden Soul]

그것으로 오프닝의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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