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62화 (62/491)

62화 - 엘든 소울이 어렵다던데? (2)

게임, ‘엘든 소울’의 첫 시작 장소인 묘지는 튜토리얼을 겸하는 장소였다. 하지만 어려운 게임이라 정평이 나 있는 시리즈인 만큼 그 튜토리얼은 여타 게임과 달랐다.

“무슨 묘지에 이렇게 함정이 많나 모르겠네요.”

이경복은 바닥에 부러진 화살들을 보며 말했다. 무너진 석관들로 길을 막고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통로에 설치된 함정이었다.

“도굴꾼들 잡으려고 만들었나? 진짜 죽으라고 만든 함정들밖에 없네요.”

그렇다고 맞고 버틸 정도로 약한 수준도 아니었다. 이경복에게 날아든 화살은 정확히 머리와 심장, 그리고 시간차를 두고 명치를 향해 날아들었다.

대응하지 못하면 죽음, 그것이 엘든 시리즈의 기본이었다.

-근데 님은 안 죽잖슴!

-날아오는 화살을 어떻게 보고 치냐굿!

-진짜 깜깜해서 뭐 보이지도 않는데 ㅎㄷㄷ

-아 ㅋㅋ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다니깐?

-팩트) 트수들은 알고도 죽는다.

-이거 경험하고 외길에서는 무조건 방패 앞세우고 감 ㅋㅋㅋㅋ

-제대로 배웠누 ㅋㅋㅋㅋ

이경복은 채팅을 보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가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내딛자 석관 뒤에 있던 망자들이 안광을 흩뿌리며 덤벼들었다.

방심은 금물이었다.

그리고 이경복은.

“보고.”

처음부터 방심한 적이 없었다.

붉게 달아오른 동강난 장검이 망자의 미간을 찔러 들어갔다.

“치면 된다니까요?”

절명한 망자는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이경복은 가볍게 시체를 걷어차며 검을 빼들고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ㅋㅋㅋ 그게 안 된다굿!

-또또 기만 들어가 버리쥬?

-갓직히 망자들도 저 말 듣고 울화통에 죽은 거임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딸피인데 기만브레스 맞고 사망

시청자들은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개중에는 진지하게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않이;;; 이걸 다 어케 통과함?

-킹직히 이거 예습했다 ㅇㅈ?

-ㄹㅇㅋㅋ 모르면 무적권 죽는 구간인데

-엘든 시리즈만 파는 이클립스도 여기서 3번은 죽었는데

그들은 바로 메타게이머 인터뷰를 보고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이었다. 아직 이경복의 실력이 익숙지 않았기에 의심이 앞선 것이다.

하지만 이경복이 이를 해명할 필요는 없었다.

-아 ㅋㅋㅋ 함정 돌파는 갓플 근본인디.

-ㄹㅇㅋㅋ 괜히 세계 1등이겠냐굿!

-세계 1등은 또 뭐임?

-캡슐 튜토 기록 세계 1위가 갓플임 ㅋㅋㅋ

-믿기지가 않쥬? 나도 안 믿겼음 ㅋㅋㅋ 근데 다 증거가 있다는 게 함정

-ㄹㅇㅋㅋ 장인해부학 편 보고 오면 이해됨

-한국 사람이라면 퍼튜브부터 정독하고 옵시다!

기존 시청자들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었고, 관련 컨텐츠도 진행한 바가 있던 덕이었다.

의문을 품은 소수 의견은 금방 묻혀 버렸다.

그 사이 이경복은 진행을 계속했다. 이윽고 어둑한 통로를 지나고 도착한 새로운 방.

‘이건 무슨 종합선물세트인가?’

밟으면 솟아오르는 철침, 날아드는 화살, 천장에서 쏟아지는 불길, 일정시간 속박되는 주문진 등등.

지금까지 오면서 경험했던 함정들이 촘촘히 배치된 함정의 방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망자들까지 숨어 있네.’

기존처럼 장애물 뒤에 숨어 있는 건 물론이고 석관에 잠복한 놈들과 함정에 죽은 시체 사이에 숨어 있는 망자까지.

플레이어의 허를 찌르는 그 배치는 제작사의 악의가 느껴질 정도였다.

-캬 ㅋㅋㅋㅋㅋ

-ㄹㅇ 여기가 진국이지

-스포 그만!

-아 ㅋㅋㅋ 쉿하라고!

-자, 퍼청자들 쌉소리 검지검지~

시청자들 역시 이 방의 악랄함을 알고 있는 듯한 반응이었다.

“여기는 좀 어렵나 보네요?”

이경복은 그 속내가 들여다보이는 채팅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 트수들 때문에 들켰자너!

-관리봇 무하냐굿!

-않이 ㅋㅋㅋ 이건 스포는 아니자너

-에헤이! 텄다 텄어!

시청자들은 실망을 숨기지 않았다.

‘일단 통과는 해야겠는데.’

그의 신기에 감지되는 건 비단 위협뿐만이 아니었다. 제작사가 준비한 이 악독한 고난을 넘어서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라도 주어지는 것일까.

콕콕 찌르는 불쾌감을 대번에 상쇄할 정도로 달콤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이에 그가 막 움직이려는 찰나.

[‘이렇게된이상’ 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이번 방 넘어갈 때까지 무기 사용 금지]

[성공 – 50,000원]

시청자 중 하나가 퀘스트를 걸었다. 어떻게든 이경복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와 ㅋㅋㅋ 무기를 쓰지 말라고?

-유다희 양이랑 소개팅 가즈아!

-이거 완전 [블랙기업]다운 발상 아니냐?

-ㄹㅇㅋㅋ 장비도 제대로 지급 안 해주자너

-이게 퍼청자의 인성……?

-그스그시는 과학이다

-아 ㅋㅋㅋ 다 갓플한테 배운 거라굿!

다분히 즐거워하는 채팅창에 이경복은 흔쾌히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 감사합니다. 그럼…….”

이경복의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안내 메시지가 앞에 나타났다.

[퀘스트 진행 동안 ‘훈수금지’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퀘스트가 종료되면 다시 채팅창을 볼 수 있습니다.]

“오, 훈수금지까지. 어떻게든 제가 제대로 당하는 걸 바라는 분이신가보네요. 혹시 큐다리 님은 아니시죠?”

이경복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이경복은 무기를 거두고 가볍게 손을 풀었다. 그의 눈에는 채팅창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을 활발하게 대화에 참여 중이었다.

-큐다리 ㅋㅋㅋㅋㅋ

-갑자기 나와서 뺨맞는 큐다리쉑ㅋㅋㅋㅋ

-훈수금지까지 ㅋㅋㅋㅋ 노렸네 노렸어.

-엌ㅋㅋㅋㅋ 이거 개꿀잼일 듯

-이 구간은 진짜 악랄해서 답 없는데

-맞말인게 죽어도 여기는 함정이랑 망자 배치가 바뀜

-아나토미가 한 번 세어보지 않았나?

-ㅇㅇ 맞음. 패턴이 941가지 ㅋㅋㅋ

다른 방과 달리 이 공간은 재시도할 때마다 재설정되는 곳이었다. 때문에 단순히 도전 횟수를 늘린다고 통과할 수 있는 구간이 아니었다.

그리 시청자들이 기대심을 내비치는 사이 이경복이 움직였다. 쏟아지는 화살과 솟아오르는 철침을 유유히 피해 가는 모습.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와! 미쳤네!

-이거면 첫트에 걍 통과하겠는데?

-근데 통과해도 백퍼 어이없어함 ㅋㅋㅋ

-ㄹㅇㅋㅋ 원래 개구멍 찾아서 나가는 건디

-눈앞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곳이라 이말이야.

사실 이 구간은 함정을 돌파하는 게 공략법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방에 들어서기 전 통로를 살펴보면 부술 수 있는 벽이 있고, 그곳을 통해 우회하는 게 옳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근데 이거 통과한 스머도 있긴 있지 않나?

-있음 ㅋㅋㅋㅋ 외국 스머였던 걸로 아는데 리딧에 올라온 거였나.

-ㅇㅇ 개고생하면서 딸피로 통과했는데 끝에 막다른 길인 거 보고 빡종하는 영상 있음ㅋㅋㅋ

-진짜 프롬은 사탄숭배자 아닌가 의심해야 됨 ㅋㅋㅋ

이 고난을 넘어서도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뭐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한 거지?’

나아갈수록 달짝지근한 느낌이 진해졌다.

이경복은 짧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을 숙였다. 잠복해 있던 망자가 그를 덮치려다가 오히려 붙들렸다.

“잠깐만 버텨.”

이경복의 말과 함께 천장에서 불길이 떨어졌다. 그에게 붙잡힌 망자는 마치 우산처럼 그 불길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

-무친ㅋㅋㅋ 망자 쉴드 뭔데!

-ㄴㅇㄱ 상상도 못 한 망자 활용!

-꿀팁) 무기를 못 쓰면 함정을 쓰면 된다

-사람 갈리는 건 [블랙기업]에서 일상입니다만?

-망자가 불쌍한 건 또 처음이누 ㅠㅠㅠ

제작사의 집념이 느껴지는 배치도 이경복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그는 파악한 함정을 이용해 망자들을 처치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퀘스트 성공, 맞죠?”

[‘이렇게된이상’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경복이 통로 끝에 도착하며 말하자 곧바로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청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걸 진짜 첫트에 깨버리누 ㅎㄷㄷ

-와 ㅅㅂ 나는 중간까지 가 보는 데 20트 넘게 했는데

-ㄹㅇㅋㅋ 이 구간 클리어 영상 보면 기본 30분이 넘음

-편집 영상임? 라이브로 치면 기본이 1시간인데 ㅋㅋㅋ

-갓플은 3분 조금 걸린 듯ㅋㅋㅋㅋ

-아 ㅋㅋ 클립 따서 컵라면 알람으로 써야지

-않이ㅋㅋ 미쳤냐곸ㅋㅋㅋㅋ

이경복은 채팅창을 확인하고는 여유롭게 무기를 잡았다.

“자, 그럼 이 끝에 뭐가 있을지 한번 볼까요.”

그의 말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아 너무 기대된다.

-클립 일발 장전 준비 완료!

-벌써부터 개꿀잼이누 ㅋㅋㅋㅋ

-자, 편집점 잡습니다!

-큐튭각에 베여 버렸쥬?

-합죽이가 됩시다 합!

-합합!

하지만 다들 서로를 의식하듯 입단속을 했다.

이윽고 도착한 통로의 끝,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낭떠러지?”

지반이 무너진 듯 까마득한 나락이 펼쳐져 있었다. 애써서 넘어왔건만 다시 돌아가야 할 상황.

수많은 스트리머와 플레이어들이 좌절을 겪었고, 시청자들은 이경복도 그러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아래에 있는 것 같은데.’

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육감과 신기가 어우러져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에 그가 통로를 벗어나 가장자리에 발을 디딘 순간.

“그아아아아!”

모퉁이에 숨어 있던 망자가 그를 덮쳐 왔다. 제작사가 준비한 마지막 한 수였다.

위협이 사라졌다고 안심한 순간 같이 추락해 사망하고, 다시 플레이어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경복은 달랐다.

“어우, 시끄러워.”

이경복은 망자의 갈비뼈를 붉게 달아오른 무기로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거스르지 않고 망자를 낭떠러지로 집어 던졌다.

이윽고 넝마 같은 망자의 옷이 불길에 휩싸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이걸 반응한다고?

-여기서도 [퍼][펙][트] 해버리는 당신은 대체……!

-프롬마저 갓플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이 말인가……!

-프위갓! 프위갓! 프위갓! 프위갓!

-이러니까 게임이 쉽짘ㅋㅋ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

-그냥 트수한테는 헬 난이도라굿!

-아 ㅋㅋ 알겠다 헬 난이도가 문제네

-ㄹㅇㅋㅋ 지옥 출신인 갓플한테는 오히려 안성맞춤인 거임!

이번만큼은 좌절하는 퍼플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지자 시청자들은 즉각 체념했다.

그런데 정작 이경복은 미간을 좁힌 채 낭떠러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지기 시작하자 그는 등에 매고 있던 방패를 잡았다. 이어 그가 한 행동은 더욱 이상했다.

“오, 되네.”

그는 붉게 달아오른 동강난 장검으로 나무방패를 찍었다. 타닥거리며 연기가 나기 시작한 방패는 이내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데 이경복이 입을 열었다.

“아까 망자가 떨어질 때 아래에 뭔가 보여서요.”

-ㅔ?

-보이다니?

-뭔솔?

-않이, 설마;;;

이경복은 시청자들이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신속히 통로로 돌아가더니 돌아섰다.

타오르기 시작한 방패 덕분에 주변 시야가 조금 더 밝아졌다.

이경복은 가볍게 몸을 튕기며 낭떠러지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그는 먼저 불타는 방패를 던져 시야를 확보하고, 곧장 도움닫기를 했다.

-대곰탕이야! 돔황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않이;;; 이렇게 죽으란 건 아니라고!

-꽉 잡아! 떨어진다!

모두가 죽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죽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허리춤에 있던 손도끼를 잡고 눈을 부릅떴다.

‘지금!’

먼저 던진 방패가 벽에 부딪쳐 박살이 났다. 그 뒤로 동강난 장검과 손도끼가 벽을 파고들었다.

이경복의 몸이 덜컥거렸지만 더 이상의 추락은 없었다.

“후우.”

그는 짧게 숨을 내쉬며 아래를 내려 보았다. 박살난 채 떨어진 방패의 파편들이 잠깐이나마 바닥을 보여 주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망자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와나 식겁했네.

-이건 다른 의미로 지렸는데;;

-그냥 보기만 했는데도 오금이 저리누 ㅎㄷㄷ

-않이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큐튭각 이상하게 잡으시네

시청자들은 도통 이경복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그는 더 설명하기보다 몸을 움직였다.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경복은 작은 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뭐야?

-여기 어디임?

-않이;; 여기를 아까 망자가 떨어졌을 때 봤다고?

-ㄹㅇ 신의 눈이었누

-미공개 비밀장소임? 그런 거임?

-튜토지역에도 미공개가 있다고!?

-최초공개각 날카롭고 ㅋㅋㅋㅋ

채팅창에 쓰나미처럼 채팅이 밀려들었다. 이경복은 손도끼를 갈무리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기는 와 본 사람이 없나 봐요?”

마치 인력에 따라 달라지는 썰물과 밀물처럼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ㅇㅇ 없음

-ㄹㅇㅋㅋ 여기 꿀잼스팟이라 수십 번 봤는데 발견한 스머 못 봄

-준나 개 빡쳐 있는데 비밀장소가 보이겠냐고 ㅋㅋㅋ

-쿠글링 해도 안 나오는 거 보면 찐 최초 맞는 거 같은데?

-영어로 검색해 봐야 정확함

-cemetery랑 hidden, wall 섞어서 검색했는데 안 나옴 ㅋㅋㅋ

-진심 또 레전드냐구!

충성스러운 시청자들의 보고에 다른 시청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 검색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확인해 보러 가죠.”

이경복은 감사와 더불어 걸음을 옮겼다. 기껏해야 사람 하나 들어갈 것 같았던 굴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넓어졌다.

“누가 있는 것 같은데요?”

어슴푸레 보이는 실루엣에 이경복이 속삭이듯 말했다. 적의는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흡족한 느낌은 그 실루엣으로부터 느껴졌다.

-누구지?

-뭐임? 대체 뭐임?

-갑옷 입고 있는 것 같은디.

-히든 템인가?

-어쩌면 적일 수도?

-선빵필승!

-얼른 가줘잉!

-아 갓플이 다 알아서 한다고!

채팅창은 추측과 재촉으로 뒤섞였다. 이경복은 스스럼없이 발을 옮겼고 이내 실루엣의 정체가 드러났다.

“기사?”

검은 갑옷과 헬멧을 쓴 기사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자리에 오랫동안 있었는지 갑옷은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기사는 양손으로 검을 수직으로 세운 채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당신은 누굽니까?”

그와 동시에 통제권이 바뀌며 컷신이 시작됐다.

-갓플이 물어본 거?

-ㄴㄴ 말투가 약간 어색함

-헐? 컷신임?

-컷신이 있는 비밀장소라고!?

-와씨 ㅋㅋㅋ 미쳤다 미쳤어

-착석! 착석!

-자리에 좀 앉으라구웃!

시청자들은 더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 채팅창이 시끌벅적했지만 컷신 속 상황은 고요했다.

기사가 대답하지 않자 주인공은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휘날리는 먼지처럼 기사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무슨……?!”

갑옷은 물론이고 검까지 모래알갱이처럼 흩어졌다. 하지만 모든 게 사라진 건 아니었다.

기사가 있던 자리에는 정체 모를 빛 무리가 떠다녔다. 주인공은 마치 홀린 것처럼 빛 무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치 물줄기처럼 빛이 주인공의 몸을 타고 흘렀다.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은 빛 무리는 찬란한 금빛을 발하며 스며들었다.

[‘미지의 소울’을 획득했다.]

그와 동시에 나타난 메시지.

-미지의 소울?

-그게 뭔데!

-모르니까 미지의 소울이지 ㅋㅋㅋㅋ

-뭔지 몰라도 대박의 감이 느껴진다.

-무쳤다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흥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메시지가 이어졌다.

[‘소울’기능이 해금됩니다.]

[이제부터 ‘소울’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끝난 컷신.

이경복은 약간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게 끝인가?’

소울은 성장에 사용되는 재화와 같은 개념으로 적을 쓰러뜨리면 얻을 수 있었다. 플레이어는 획득한 소울을 소비해 캐릭터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이경복은 이미 최병훈에게 설명을 들었던 사항이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능이니만큼 히든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하지만 채팅창의 반응은 달랐다.

-벌써 소울이 해금된다고?

-이게 왜 지금 나와?

-게다가 해금되는 것도 완전 다름 ㅋㅋㅋ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경고 1회)>

-트수들 스포 자제해!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경고 2회)>

-얼른 키보드에서 손 떼!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경고 1회)>

-다들 흥분 멈춰!

-않이 이게 뭐가 스포임?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해당 사용자는 채팅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경고 3회)>

-셀프 밴 뭔데 ㅋㅋㅋㅋ

-갓파고님 충성충성^^7

난리가 난 채팅창은 이내 서서히 잦아들었다. 채팅 관리봇의 경고로 몇몇 시청자들이 추방, ‘밴(Ban)’조치를 당하자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 자제한 덕이었다.

일련의 상황 덕분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깨달았다.

“아직 엘든 소울에도.”

그가 단순히 이 장소만 처음으로 공개한 게 아니라.

“밝혀지지 않은 엔딩이 있나 보네요.”

게임 스토리의 새로운 전개를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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