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63화 (63/491)

63화 - 엘든 소울이 어렵다던데? (3)

인기작인 엘든 시리즈인 만큼 출시와 더불어 수많은 플레이어와 스트리머들이 엔딩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작부터 남다른 전개는 없었다. 이에 채팅창은 시끌벅적했다.

-진짜 갓플 방송은 레전드다

-5252! 바통령에 이어 엘통령 등극이냐굿!

-무슨 히든 루트 수집가도 아니고 ㅋㅋㅋ

-놀라운 건 운빨이 아니라 다 실력이라는 거 ㅋㅋㅋㅋ

-ㄹㅇㅋㅋ 여기 온 스머들 많았는데 아무도 발견 못 했자너

이경복 역시 고양감이 느껴졌지만 방송의 중심을 잡아야 했다.

“아직 컷신 안 끝났으니까 더 보죠.”

그제야 시청자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의 말대로 컷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주인공은 우두커니 서서 기사가 있던 장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대체…….”

그는 자신의 양손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ㄹㅇ 놀란 듯 ㅋㅋㅋ

-우리도 당황스러운데 정작 본인은 얼마나 놀랬겠냐굿!

-갓플 목소리로 당황하는 거 들으니까 색다름 ㅋㅋㅋ

-주인공 목소리랑 찰떡이라 위화감이 없자너 ㅋㅋㅋ

-갓플 보이스 팩 만들어줘잉!

시청자들의 깨방정에 이경복은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 사이 컷신 속 주인공은 긴장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소울을 남기고 사라진 기사가 바라보던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잠깐.

“이건?”

점차 넓어진 통로는 작은 공동으로 이어졌다. 그곳에는 나선형의 계단과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석판이 존재했다.

-오오옹! 심상치 않은데?

-분위기 좋고 좋고!

-와 ㅋㅋㅋ 묘지에 이런 곳이 다 있었누

-큰 거 온다!

시청자들은 기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주인공은 빠르게 석판으로 다가갔다.

“룬 문자인가? 하지만…… 모르겠군. 기억이 불분명하니.”

석판을 훑어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아무런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주인공이 무심코 석판에 손을 올리자 일부 문자에 금빛이 어렸기 때문이었다.

-오오오!

-큰 거 이즈 커밍!

-빅 띵! 빅 띵! 빅 띵! 빅 띵!

시청자들의 기대가 고조되었다. 하지만 섬광은 잠깐 반짝였을 뿐 이내 사그라들었다.

이에 채팅창이 실망으로 가득하려는 찰나.

“소울……! 소울에 반응하는 건가?”

주인공은 오히려 기쁜 목소리로 독백했다.

“과연! 내 잃어버린 기억과 소울을 되찾으면 이 석판을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아! 소울을 모아서 다시 돌아와야 되는 건가?

-묘지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와 ㅋㅋㅋ 진짜 아예 다르네

-진짜 미공개 스토리 맞는 듯

-그 와중에 대사는 주수리 배경답누 ㅋㅋㅋ

-ㄹㅇㅋㅋ 근원 탐구자 느낌 풀풀난다

-기억은 없는데 탐구심은 그대로인 거 로망 있다 그쟈?

주인공은 잠시 석판을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돌아섰다. 이어 그가 나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시야가 서서히 암전됐다.

“와, 이거 진짜 몰입감 좋네요.”

막간의 틈을 타 이경복이 멘트를 쳤다. 그러자 시청자들이 즉시 반응했다.

-갓플이 좋으면 나도 좋아!

-아 ㅋㅋ 엘든 시리즈는 분위기로 먹고 간다구!

-이것이 다크 판타지다 이말이야

-ㄹㅇㅋㅋ PC랑 콘솔에서 다크링 시리즈 할 때부터 분위기는 탑이었음

-게다가 도전이랑 성취감도 대박임 ㅋㅋ

-근데 퍼플은 너무 잘해서 그 맛은 못 느낄 듯 ㅋㅋㅋ

-맞말추 ㅋㅋㅋㅋㅋ

장소가 뒤바뀌었다.

“아, 다시 시작하네요. 집중하겠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통제권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컷신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

“창고인가?”

계단 끝에 도달한 주인공은 돌을 밀어내고 올라섰다. 바닥은 물론이고 사방이 반듯한 돌로 지어진 석실이었다.

그 벽면에는 삽과 등불이 걸려 있었고 구석에는 망자들의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장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

-여기 거기 아님?

-헐 ㅋㅋㅋ 숏컷이었누

-바로 나와버리네

-너무 빠른 거 아님? ㅎㄷㄷ

시청자들 중에는 이곳을 아는 사람들도 꽤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스포를 의식해서인지 그 이상 언급은 없었다.

주인공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빛이 들어오는 출구 쪽으로 향했다.

이어 출구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자 화창한 햇살과 부드러운 순풍이 몸을 휘감았다.

그러나 이경복은 그 감각을 감상할 틈이 없었다.

‘살기……!’

서늘한 칼날을 댄 느낌이 전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누군가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사실을 모르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묘지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망자는… 아닌 것 같군.”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홱하고 시선이 돌아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커다란 삽을 바닥에 꽂은 채 앉아 있는 거한이 석관 위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전신을 가리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기에 사람인지조차 의문스러웠다.

“당신은?”

“질문까지 하다니 놀랍군. 정신이 온전한 ‘부서진 자’라니…… 이게 대체 얼마 만인지.”

그의 말에 채팅창이 바로 반응했다.

-저 호칭은 언제 들어도 느낌있어

-영문판으로 들으면 더 지림 ㅋㅋㅋ

-ㄹㅇㅋㅋ 브로큰 원이 더 멋져 보이자너

-엘든 시리즈 전통 아입니까!

-1편은 ‘Exile From Death’, 2편은 ‘Savior of Humanity’였음 ㅋㅋ

-약간 중2중2 하면서도 인게임에서 들으면 또 뽕이 살지 ㅋㅋ

-방구석 트수가 사실은 ‘죽음에게 추방된 자’와 ‘인류의 구원자’!?

-아 ㅋㅋ 현실 들이밀지 말라고!

게임 내 주인공을 부르는 호칭은 엘든 시리즈의 특징이었다. 이경복에게는 약간 낯간지러운 이름이었지만 3편인 엘든 소울의 호칭은 그나마 나았다.

“오늘은 묘지가 더 늘어나는 일이 없길 바랐거늘…….”

그 사이 거한이 몸을 일으켰다. 앉아 있어도 눈높이가 맞지 않았는데 일어서니 더 커 보였다.

-근데 보스전은 그대로 가는 건가?

-일단 달라진 건 없는 듯?

-하나둘셋! 갓플 파이팅!

-이건 오히려 묘지기 응원해야 하는 각 아님? ㅋㅋㅋ

-아 ㅋㅋ 묘지기 파이팅!

-제발 유다희 양 초청 좀!

이미 거한의 정체는 짐작이 갔다. 튜토리얼 지역의 보스, ‘묘지기’가 바로 그였다.

묘지기는 주인공만 한 크기의 삽을 어깨에 올리며 조용히 뇌까렸다.

“허나 더 이상 그대와 같은 이들을 밖으로 내보낼 수는 없네.”

그와 함께 통제권이 돌아왔다.

컷신이 끝나고 바로 보스전으로 돌입한 것이다.

“딱 봐도 한 대 맞으면 골로 가겠네요?”

이경복은 일단 거리를 벌리며 속으로 주술을 발현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동강난 장검은 묘지기의 삽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도 초라했다.

-주수리 정도면 스쳐도 한방 컷 맞음 ㅋㅋㅋㅋ

-와;; 이걸 동강난 장검만으로 상대해야 된다고?

-위압감 미쳤누 ㅎㄷㄷ

-저 안으로 어케 파고드냐고!

-그래서 초심자들은 마수리 배경으로 많이 함ㅋㅋ

-ㄹㅇㅋㅋ 마술로 원거리 요격하면 나름 쉽게 깰 수 있는디

-근데 주수리는 우짜누 ㅠㅠ

시청자들 중에는 엘든 소울을 플레이해 보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처음 보는 튜토리얼 보스에도 질겁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그들과 달랐다.

“그렇게 어려워 보이진 않는데.”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해지는 순간, 묘지기가 크게 삽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경복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안쪽으로 달려들었다. 부웅하며 세찬 파공성이 귀를 때렸다.

“쓸데없이.”

이경복은 바닥을 박차고 옆으로 몸을 돌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스쳐 가는 삽을 무기로 찍어 눌렀다.

“동작이 크네요.”

그 반탄력을 이용해 자세를 바로잡은 그는 곧장 드러난 허리를 베어 냈다.

-무친 ㅋㅋㅋㅋㅋㅋ

-내가 미쳤지 누가 누굴 걱정해

-야 묘지기! 퍼펙트 주수리가 간다!

-아 ㅋㅋ 묘지기 응원 간다!

-플레이! 플레이! 묘지기!

시청자들의 걱정은 단번에 날려 버린 일격. 채팅창은 오히려 묘지기를 응원하는 문구들로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거 너무하시네들.”

이경복은 웃으며 몸을 틀었다. 어느새 수직으로 떨어지던 묘지기의 삽이 그의 옆을 지나갔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먼지. 그 안에서 이경복은 재빠르게 삽자루를 잡았다.

묘지기가 다시 삽을 들어 올리자 그는 묘지기의 힘을 이용해 도약했다.

먼지구름을 뚫고 나온 이경복의 신형은 곧장 묘지기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크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비틀거리는 묘지기. 그 모습에 채팅창은 다시금 충격에 빠졌다.

-않이;;; 이 액션 뭔데!

-즈기요;; 엘든 시리즈 이런 겜 아니거든요?

-아 ㅋㅋ 또또 혼자 딴 겜 시작했누

-개같이 구르면서 허벅지랑 발목 치는 모습 ㅇㄷ?

-처절한 모습 어디 갔냐고!

-동강난 장검으로 크리를 먹인다고?

-이건, 이건 엘든 소울이 아니야!

-엘딱들 기함을 토하누 ㅋㅋㅋㅋ

-완전 클라스가 다르네 ㅅㅂ

당연하게도 기존 플레이어들은 이경복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 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이경복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뭔가 좀 이상한데.’

이미 그는 묘지기를 상대로 전혀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

애당초 튜토리얼 보스이기 때문일까, 공격 전에 예비 동작이 커서 신기나 육감이 없어도 타이밍이 전부 예측이 됐다.

그는 수월히 묘지기에게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살기는 확실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란 말이지.’

묘지에서 만난 망자들에게서는 살기 외에도 특유의 불쾌감이 풍겨졌다. 하지만 묘지기에게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이경복은 차분히 묘지기를 살피며 반격을 이어 나갔다.

-엘든 소울 매출 하락의 원인이 이렇게?

-매출 하락 원인은 또 뭔솔?

-아 ㅋㅋ 뉴비들은 묘지기 못 깨고 다 환불하자너

-이거 진짜임 ㅋㅋ 난 10트 해보고 환불 바로 때림

-근데 그건 사실 제작사 배려가 맏따

-ㄹㅇㅋㅋ 묘지기도 못 넘을 정도면 엘든 소울 하면 안 되지

-거름망 성능 확실하고 ㅋㅋㅋ

-하지만 [퍼][펙][트] 주수리는 다르다 이말이야

-묘지기야 미안해!

일방적으로 유린하고 있으니 시청자들도 승리를 직감했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예상보다 그 시기가 더 빨랐다는 점이었다.

“크으윽……!”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은 묘지기. 그 아래로 왈칵 피가 쏟아졌다.

-????

-헐 ㅋㅋㅋㅋㅋㅋㅋ 무쳤누

-묘지기 피 토하는 장면 있었음?

-이거 아마 일정 이상 크리 먹여야 되는 걸로 아는데

-ㅇㅇ 이거 실험 영상 있음

-아마 최소 20회인가 그럴 텐데 ㅎㄷㄷ

-동강난 장검으로 20회나 했다고?

-엌ㅋㅋ 오히려 동강난 장검이라 더 횟수가 많아진 거 아님?

-HUD도 안 쓰는데 약점 부위를 어케 알아냄?

-갓플이 또 갓플해 버렸다……

채팅창은 충격과 경탄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덩치가 크긴 해도 사람이잖아요? 약점 노리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신기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직 이종족 보스가 나올 타이밍은 아니었다. 튜토리얼부터 너무 어려운 난이도의 적이 등장하면 누가 게임을 하고 싶겠나.

물론 그마저도 어려워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않이;;; 사람이어도 어렵다구욧!

-묘지기 피 토하는 거 영상으로만 봤다고!

-지금 묘지기한테 막타로 기만 숨결 쓴 거 맞지? 그치?

-우리한테 쓴 것 같은데 ㅋㅋㅋ

-크리 터진 건 트수들이었고 ㅋㅋㅋ

이경복은 여유롭게 웃으며 묘지기를 돌아봤다. 체력이 다한 탓인지 그는 그저 가는 숨을 헐떡이고만 있었다.

-묘지기 빠이욥!

-아 ㅋㅋ 최단퇴 되어 버렸쥬?

-하필이면 상대가 갓플이라서……!

-ㄹㅇㅋㅋ 이렇게 쉽게 당할 묘지기가 아닌디

-어? 그럼 묘지기 소울도 얻을 수 있나?

-맞네! 이미 소울 기능 해금됐으니까!

-오 ㅋㅋㅋ 여기부터 달라지나 보다

-원래는 어케 얻음?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경고 1회)>

-엌ㅋㅋㅋ 스포 취급이네 ㅈㅅ

-일단 묘지 벗어나서 얻음

채팅창은 다시금 활발해졌다. 모두가 묘지기의 처형을 기대했다. 이경복은 그를 바라보았다.

무릎을 꿇은 덕에 오히려 눈높이가 맞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로브 안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처리하는 게 맞나?’

처치하고 진행을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경복을 고민하게 하는 건 위화감이었다.

묘지기를 상대하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이는 점이 있었다.

‘일단 시도나 해 볼까.’

그는 결정을 내렸다.

묘지기를 지나쳐 다시 창고로 향했다.

-?????

-어디감?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뭔가, 뭔가 이따!

-갓플이니까 기대하게 되누 ㅋㅋㅋ

무수한 물음표가 채팅창에 범벅이 된 사이 이경복은 창고를 살폈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장비 중 눈여겨 두었던 걸 찾아 돌아섰다.

“묘지기랑 쭉 싸우면서 느낀 건데.”

그는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을 향해 설명했다.

“삽 대신에 이걸 휘두르면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가 손에 쥔 건 커다란 대검이었다. 비록 오래 방치되어 먼지투성이에 날도 무뎌졌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크기였다.

시청자들이 이에 무어라 채팅을 치려는 순간.

“이건 그대의 것인가.”

통제권이 사라지며 컷신이 시작됐다. 이경복은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

-뭔데! 이거 뭔데!

-헐 ㅋㅋㅋㅋ 컷신이 숨겨져 있다고?

-와… 설마 아까 컷신에서 창고에 있는 장비 보여 준 게 떡밥?

-이거 알아차린 갓플은 또 뭔데!

-피지컬 뇌지컬 다 가졌다! 갓플!

-엉엉! 나도 가져요!

-트수 가져서 어따 쓰누 ㅋㅋㅋ

-팩트(아프다)

채팅창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경복은 웃음이 나왔지만 컷신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다른 부서진 자들과는 다를 거라 생각했지만…… 대체 그대는 몇 번이나 부서져 온 것인가?”

그 사이 묘지기가 되물었다. 하지만 이 말은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선사했다.

-헐?ㅋㅋㅋㅋㅋㅋㅋ

-몇 번?

-무친ㅋㅋㅋ 이거 다회차 컨텐츠냐고!

-정작 갓플은 처음이었고 ㅋㅋㅋ

-다회차 컨텐츠 전문 스트리머(1회차)

-??? : 처음부터 해도 되는데 왜 다회차를 하지?

-인지 부조화 씨게 오누 ㅋㅋ

-와 ㅋㅋ 이걸 생방으로 본 내가 레전드다!

-방송천재, 그는 갓플인가!

-5252, 또 [퍼][펙][트] 해버린 거냐구!

그리 날뛰는 채팅창과 달리 컷신은 진중한 분위기였다.

“그걸 보여 준 저의가 무엇인가? 승리자로서 농락이라도 할 셈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는 묘지기에게 주인공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근원을 탐구하는 자.”

묘지기 앞에 대검이 놓였다.

주인공은 한 걸음 물러나 말을 이었다.

“그대가 손에 쥐어야 할 것은 삽이 아니라 검이라는 걸 알았을 뿐이다.”

그 말에 묘지기의 로브가 흔들렸다. 이윽고 어깨의 떨림이 강해졌다.

그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것은 핏방울이 아닌 맑은 물방울.

그것은 눈물이었다.

“부끄럽군. 나조차 잊었던 사실이었거늘.”

묘지기는 대검을 잡았다.

그와 함께 미약한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게는, 아직 기사의 영혼이 남아 있었는가.”

묘지기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둥둥거리는 북소리가 커지며 장엄한 배경음악이 시작됐다. 이경복은 그 음악에 따라 심장이 뛰는 것만 같았다.

“용서를 구하겠네, 부서진 자여. 그대의 조각난 영혼에 명예가 있음을 몰라보았네.”

묘지기는 대검을 제 가슴 앞으로 끌어당겨 수직으로 세웠다. 그와 함께 짙푸른 오라가 검신을 따라 흘렀다.

“나의 이름은 세월 앞에 잊혀졌으나 기사로서의 혼은 남아 있나니. 이름 모를 부서진 자여. 그대에게 명예로운 결투를 청한다.”

묘지기가 예를 표하고 기수식을 취했다.

폭발적인 기운에 로브자락이 휘날렸다. 마치 그에 응하듯 묘지 주변의 숲이 몸을 떨었다.

-와…… 묘지기가 기사였어?

-지금 보니까 공격 모션이 비슷한 거 같기도 함 ㅋㅋㅋㅋ

-근데 갓플은 기사 만나 본 적 없자너?

-그러니까 레전드지 ㅋㅋㅋㅋㅋ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경고 1회)>

-않이 ㅋㅋ 욕이 아니라 놀라서 그런 거임!

-ㅅㅂ 개미쳤다고!

-지렸다! 지려 버렸다!

-묘지기에 이런 연출이 있었다고!?

채팅창의 반응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이윽고 통제권이 돌아오며 보스전의 재시작을 알렸다.

이전과 비할 바 없이 강해진 살기는 전신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이제야 좀 재미있겠네요.”

이경복은 절로 미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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