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 흐릿한 마녀 (2)
흥분한 시청자들과 당장 받아들이라는 분위기와 달리 컷신 속 주인공은 신중했다.
“주술이라면 내 소울, 내 기억을 되찾으면 자연스럽게 깨달을 텐데. 구태여 당신의 주술을 배워야 할 이유가 있나?”
“평범한 주술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죠.”
“……당신의 주술은 특별하다는 건가?”
“물론이죠.”
흐릿한 마녀는 자부심이 있는 듯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주인공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소울을 넘겨주지.”
묘지기가 그러했던 것처럼 주인공의 몸이 빛으로 휩싸였다. 이윽고 하나로 뭉쳐진 푸른 빛무리가 둘 사이에 부유했다.
“이건…… 예상보다 소울의 상태가 더 순수하군요. 설마 묘지기가 스스로 소울을 내어 준 건가요?”
“그것까지 알 수 있나?”
“영체인 상태로 오래 지내 왔으니까요. 뭔가 다를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당신의 그릇은 제 생각보다 더욱 깊은 모양이었네요.”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부드러워졌다. 이에 채팅창은 다시금 술렁였다.
-대사가 좀 다른데?
-아예 추가된 대사네 ㅋㅋㅋㅋ
-온전한 소울 효과 확실하고 ㅋㅋㅋㅋ
-소울 상태 언급하는 거보면 역시 갈래길이 맏따
-와 ㅋㅋㅋ 눈나 목소리 꿀떨어지누
-ㄹㅇㅋㅋ 원래 루트에서는 겁나 비즈니스티 팍팍내는데
-설마 허니드라처럼 허니눈나 되는 거?
-허니드라가 뭐임?
-바크 얘기임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마녀는 안개를 뭉쳐 문양을 만들어 냈다.
[‘용오름의 줄기’]
첫 주문을 배웠을 때처럼 안개문양은 이내 한글로 변했다. 덕분에 채팅창의 화두는 바로 바뀌었다.
-용오름? 드래곤 소환 주문인가?
-정보) 용오름은 이무기가 용이 되는 모습으로 토네이도와 유사한 우리말이다.
-오 ㅋㅋㅋㅋ 똑똑한 트수 칭찬해!
-로컬라이징에 힘 좀 썼누 ㅋㅋㅋ
-바람을 다루는 것인 듯?
-얼른 읽어줘잉!
새로운 주술이다 보니 그 정체를 추론하는 채팅들이 올라왔다. 이경복은 빠르게 주문을 속으로 외웠다. 그와 함께 상체의 통제권이 돌아왔다.
“아, 연습시간인 것 같네요.”
이경복의 멘트와 더불어 흐릿한 마녀가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내 형체를 만드는 데 사용한 주술이에요. 이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죠.”
그녀가 안개 손을 휘두르자 멀리 있는 나뭇가지들이 투두둑 부러졌다.
이경복은 가볍게 탄사를 뱉었다.
“오, 염력 같은 주술인가?”
원거리에서 적을 직접 공격할 수도, 주변 지형을 조작할 수도 있는 능력.
-이거 마술 중에 영혼채찍이랑 비슷한 듯?
-ㅇㅇ 그거 상위 버전 인가 봄
-않이;; 근데 이거 플레이어가 어케 씀?
-몰?루
시청자들의 예상처럼 제작사도 의식한 것일까. 흐릿한 마녀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바람을 채찍처럼 휘두른다고 생각하면 적응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와 ㅋㅋㅋ 영혼채찍도 겁나 빡센디
-ㄹㅇㅋㅋ 그냥 채찍도 휘두르기 어렵자너
-영혼채찍은 그래도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 ㅅㅂㅋㅋㅋㅋ
-바람은 안 보이는데 어케 휘두르냐굿!
-고인물 전용이라고 개 빡센 걸로 알려 주네 ㅋㅋㅋㅋ
-이건 진짜 무리수 아님?
-이거 맞아? 보상 맞아?
-엌ㅋㅋ 사실 난이도 높이려고 보상 안 주는 거임ㅋㅋ
채팅창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경복은 채팅창을 보며 한 마디 했다.
“이게 안 보여요?”
그 한 마디에 일순간 채팅창이 멈춘 것만 같았다.
-ㅔ?
-뭔 소리고?
-보인다니?
-인게임에서만 보이는 게 있나?
-뭐래 ㅋㅋㅋ 이게 인게임 시야인데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아 ㅋㅋ 신의 눈에만 보이는 게 있다 이거야
이경복은 더 설명하려다가 일단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그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나뭇가지가 뚝 부러졌다.
-헐?
-않이;;; ㅅㅂ 뭐임?
-한 번에 마스터 해 버렸다고!?
-어뜨케 된겨 어뜨케 된겨!
채팅창에 무수히 떠오른 물음표.
이경복은 가볍게 손바닥을 눈앞까지 올렸다.
“여기 보이시죠? 아지랑이처럼 몽글거리는 거.”
-벌써 노안이 왔나……
-어멈아, 돋보기안경 좀 다오!
-어…… 뭐가 있긴 한 거 같은데
-오! 있다 있어!
-와 미친 ㅋㅋㅋㅋ 저게 보인다고?
그의 말대로 손바닥 위에는 공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도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움직임이었다.
-않이;;; 이게 보여도 한 번에 해낸 건 에반데
-ㄹㅇㅋㅋ 시행착오 ㅇㄷ?
-(퍼도장콘) 우리 갓플 칭찬해
-갓플이 갓플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킹직히 갓플이면 해내야지 ㅋㅋ
-아! 나도 퍼펙트 하고 싶다!
-큰 소리로 말하지 마 ㅂㅅ아!
시청자들은 놀라긴 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그동안 이경복이 보여 준 모습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늘 그렇듯 예상을 뒤엎었다.
“이거 해 보니까 여러 개도 되겠는데요?”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기도 전에 이경복은 시범을 보였다. 그와 함게 투두둑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며 3개의 나뭇가지가 아래로 떨어졌다.
-한 번에 3개를 조종한다고!?
-멀티 태스킹 능력 뭔데!
-않이;;; 그냥 채찍도 3개를 동시에 못 휘두를 텐데
-아 ㅋㅋ 사실 갓플은 헥사 코어였던 거임!
-ㅁㅊ 우리는 싱글 코어냐곸ㅋㅋㅋㅋ
이경복은 그 반응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직접 해 보시면 알 텐데 별로 어렵지 않아요. 채찍이 아니라 손가락에 실이 연결된 거라 생각하면 되거든요. 근데 능력치 때문인지 3개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
-않이;; 지력이 주문 위력이랑 연관되는 건 맞는데
-시방 이게 뭔 소리여
-그럼 10개도 가능하다는 거?
-정리하면 갓플은 보이지도 않는 실 10개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거지?
-기만브레스가 용오름 급이누 ㅋㅋㅋ
-갓플! 나는 생각을 그만두겠다!
놀란 건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맙소사, 정말 놀라운 재능이군요! 당신에게 알려 주겠다고 말한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네요…….”
뒤이어 마녀마저 경탄하자 채팅창은 더욱 폭발했다.
-소울 기능 해금해주고 바로 빠이한 눈나 맞음?
-도도한 마녀 눈나 ㅇㄷ?
-내 눈나는 지적인 커리어 우먼 이미지였는데…… 이 목소리 뭐야…….
-ㄹㅇㅋㅋ 완전 비즈니스였는데
-칭찬해주는 대사가 있다고?
-나도, 나도 칭찬 받을 거야!
-응애 나 아기 트수, 칭찬해조.
-ㅅㅂㅋㅋㅋ 트수들이 이러니까 마녀가 칼차단 박지
-칼차단? 으윽……! 소개팅 트라우마가……!
-조심해서 가시고 집 도착하시면 답장 주세요^^ > 집이 없으신가?
-소개팅을 나가? 너희들 인싸야?
-아 ㅋㅋㅋ 또 나만 진심이었지
그리 격한 반응이 나오는 사이 통제권이 사라졌다. 시스템은 이경복의 연습 결과가 완벽하다고 판단한 게 분명했다.
“당신 같은 위대한 주술사와 연이 닿다니, 소울을 얻은 것보다 더 큰 영광이네요.”
“나는 그저 근원을 탐구해 나갈 뿐이야. 그런데 왜 소울을 얻었는데 육체를 만들지 않나?”
“아, 그건…… 아직 제가 숲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죠.”
주인공의 물음에 마녀는 씁쓸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 맞네! 갓플은 안개숲 보스 잡을 필요가 없어졌음
-ㄹㅇㅋㅋ 눈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깜빡했네
-뭔솔?
-도와줘요 스피드 왜건!
-원래 루트에서는 안개 숲 보스를 잡고 거래가 이루어짐
-아 근데 묘지기 소울을 먼저 들고 와서 바로 거래가 들어간 거구나
채팅창 반응 덕분에 이경복도 쉽게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떠날 수 없다니?”
“말 그대로예요. 이 토템과 나뭇가지로 만들어 둔 주문, 모두 보호 결계의 재료죠.”
“보호? 무엇으로부터?”
주인공의 물음에 마녀는 잠시 주저하다가 손을 움직였다. 다시금 돌풍이 휘몰아치며 안개를 끌어모았다.
이윽고 중첩된 안개는 큼직한 거인이 되었다.
“이 숲에는 거인이 있어요. 이 존재가 망자들의 몸을 이용해 괴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죠.”
“괴물이라면…….”
“당신도 뼈로 뒤덮인 괴물들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주인공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그 골각지네 말하는 듯?
-ㅇㅇ 맞음
-다른 종류도 많은데 갓플은 바로 도착해 버렸자너 ㅋㅋㅋ
-어우 ㅅㅂ 그런 것들이 더 있다고?
마녀는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만약 당신이 그 거인을 처리해 준다면 저도 안심하고 육체를 찾을 수 있겠죠.”
“다시 거래를 하자는 건가?”
“아뇨, 아니에요.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이니까요. 저는…… 그 위험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가 없어요.”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시간 앞에 모든 것은 변해요. 그 거인도, 이 숲도 그러하겠죠. 저는 다시 기다릴 거예요.”
“기다리겠다고? 얼마나?”
“하루가 될 수도 혹은 영원과 같을 수도 있죠. 하지만 괜찮아요. 제게는 당신이 준 소울이 있으니까.”
이윽고 서서히 그녀의 형체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목소리마저 아련하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부서진 자여, 부디 그대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그와 함께 컷신이 끝났다.
-오…… 이게 이런 식으로 나누어지네
-이번 루트에서는 안개숲 보스 처리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됐네
-다회차 컨텐츠라 숏컷 제공해 주는 듯?
-어쩌면 이것도 루트 갈리는 거 아님?
-그런 건 모르겠고 눈나 구해줘잉!
-아 ㅋㅋㅋ 오히려 대놓고 안 구해달라고 하니까 더 구해주고 싶누
-백퍼 프롬이 노린 거임 ㅋㅋㅋㅋ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건 보스 잡는 게 맞죠. 일단 보스가 어떤 놈인지 보고 싶기도 하고, 주술 하나만 배우고 땡인 것 같지도 않고요.”
-맞말추 ㅋㅋㅋ
-보스는 다 보고 가는 게 맛따!
-다회차 같은 1회 차? 오히려 좋아!
-ㄹㅇㅋㅋ 눈나한테 배우는 주술이 하나뿐일 리가 없음
반대하는 시청자는 없었다.
이경복은 웃으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 * *
초점을 잃은 머리가 흔들거리며 기괴한 소리를 내뱉었다.
“시시싯-!”
개과 짐승처럼 네 발로 움직이는 괴물, 골각늑대 무리였다.
이경복은 달려드는 골각늑대를 향해 주술을 발현했다. 놈은 바람 채찍에 발이 엉키며 옆에 있던 다른 골각늑대와 충돌해 나뒹굴었다.
이경복은 때를 놓치지 않았다.
연이은 타격에 골각 늑대들의 목이 부러져 나뒹굴었다.
-응용력 뭔데!
-적응력 미쳤고 ㅋㅋㅋㅋ
-와 진짜 ㅋㅋㅋ 이걸 바로 실전에 써버리네
-이렇게 템포 뺏는 용도로 쓸 수가 있누 ㅎㄷㄷ
-팩트) 갓플만 그렇게 쓴다
-ㄹㅇㅋㅋ 저렇게 빨리 달려드는데 다른 사람들은 못 맞춤
이경복은 가뿐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골각늑대의 소울을 흡수했다.
“일단 소울은 지력에 투자할게요.”
그 결정에 채팅창이 즉각 반응했다.
-?????
-와 ㅋㅋㅋ 여기서 지력을 올리네
-않이;;; 체력 안 올림?
-한방 컷 플레이 뭔데!
-한의사신가?
-한의사 ㅇㅈㄹㅋㅋㅋㅋㅋ
죽음이 잦은 게임인 만큼 일반 플레이어들은 최대한 죽지 않는 쪽으로 성장 방향이 치우친다.
하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어차피 안 맞으면 되잖아요?”
-캬! 내가 고걸 몰랐네
-ㄹㅇㅋㅋ 안 맞으면 무적 아님?
-무친 판단 ㅋㅋㅋㅋㅋㅋ
-무친? ㄴㄴ 퍼펙트한 판단임 ㅋㅋㅋㅋ
-(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
-설득력이…… 있어!
-진짜 ㅋㅋㅋ 다른 사람이면 쌉소리인데 갓플이 하면 다르누
이경복은 가볍게 주술을 발현해 보았다. 3개였던 채찍은 4개까지 늘어났다.
위력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진행하기를 잠깐.
‘이제 도착했나.’
안개 너머에서 전해져 오는 살기에 이경복은 얼굴을 굳혔다. 각성한 묘지기보다 더 강렬한 위협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보스가 확실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쿵, 쿵하는 둔중한 울림이 느껴졌다.
-오……!
-와 실루엣 크기 보소;;
-큰 놈 온다! 큰 놈 온다! 큰 놈 온다!
-ㄹㅇ 거인이자너 ㅋㅋㅋ
-와씨…… 얼마나 징그럽게 생겼을까
-골각괴물들 보면 개끔찍할 듯 ㅎㄷㄷ
이윽고 안개 사이로 커다란 실루엣이 보였다. 이경복은 미간을 찌푸렸다.
단순히 불쾌감 때문만이 아니라 다가갈수록 악취가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마침내 거인의 형상이 드러났다.
망자의 사지와 가죽으로 뒤덮인 거체, 그러나 ‘거인’의 정체는 생물이 아니었다.
팔과 다리는 뭉툭했으며 머리에는 이목구비가 없었다. 가슴 한가운데에는 피처럼 검붉은 휘석이 심장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으…… 개징그럽네
-뭐임? 살아 있는 게 아님?
-ㅇㅇ 사실 보스는 거인이 아니라 골렘임
-안개 속에 있어서 거인처럼 보인 거 ㅋㅋㅋ
-엘붕이들 스포로 경고 먹을까 봐 참느라 혼 났누 ㅋㅋㅋㅋ
기다렸다는 듯 경험자들이 설명을 쏟아냈다. 이를 확인한 이경복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정체가 뭐든 일단 처리부터 해야죠.”
그가 원령골렘을 발견했듯, 그것도 이경복의 존재를 인지했다.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컷신도 없이 바로 전투로 돌입했다.
‘온다!’
원령골렘은 곧바로 제 몸에 붙어 있는 시체를 붙잡아 이경복에게 던졌다.
이어 갑자기 시체가 부풀더니 폭탄처럼 터지며 뼛조각들이 튀어나왔다.
-않이;;; 무슨 수류탄이냐고!
-호 안에 수류탄!
-수류탄!!! 피해욧!!! 구석으로!!!!
-엌ㅋㅋㅋ 킹방제과 대사 ㅋㅋ
-이번에야 말로 구를 수밖에 없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뼛조각 세례. 체력이 약한 주술사로서는 회피기만이 살길이었다.
시청자들의 생각은 그러했다.
“이런 식이구나.”
이경복은 다시금 예상을 깼다.
그는 바닥을 구르는 대신 날렵하게 손을 뻗었다. 동시에 갑자기 그의 몸이 위로 솟구쳤다.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갑자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반면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동기로도 쓸 수가 있어.’
용오름의 줄기로 두 번째 공격을 준비하는 원령골렘의 팔을 휘감아 도약했던 것.
그러나 그의 대처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중에서 몸을 가눈 이경복은 쇄도하는 뼛조각들을 향해 다시금 손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날아든 돌풍이 뼛조각들을 휘감아 골렘 쪽으로 방향을 되돌렸다. 이에 다음 공격을 준비하던 골렘은 신속히 휘석을 손으로 가렸다.
“역시 약점이 뻔하네요.”
그사이 가뿐하게 착지한 이경복.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채팅창은 혼란으로 가득해졌다.
-헐!?
-뭐임? 대체 뭐임?
-어떻게 한 거냐굿!
-처음 손 뻗은 방향 보면 골렘한테 주술 써서 점프한 듯 ㅋㅋㅋㅋ
-저걸 이용할 생각을 했다고?
-무슨 거미맨이냐곸ㅋㅋㅋㅋㅋ
-뼛조각을… 쓸어 담는 건…… 말이 되고?
-않이 ㅋㅋㅋㅋ 이게 뭔 엘든소울이야!
-엘딱들 환장하겠누 ㅋㅋㅋㅋ
인기 있는 히어로 무비의 주인공을 떠올리는 채팅에 이경복은 방긋 웃었다.
“아, 그 히어로 영화 얘기하니까 마침 실험해 보고 싶었던 게 있거든요.”
그 발언에 다시금 채팅창은 의문문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그 실험의 정체가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재 속의 불씨.’
주문을 발동시키자 손아귀에 있던 공기의 흐름이 크게 일렁거렸다. 곧이어 서서히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바람.
4줄기의 돌풍이 그의 손 위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폭풍의 채찍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오, 된다.”
이경복은 해맑게 웃으며 채팅창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뭔가 기대한 반응과는 달랐다.
-뭐야 ㅅㅂ?!
-주술이 겹쳐진다고!?
-버그임? 이게 왜 되는 거임?
-않이;;; 마술이랑 주술은 한 번에 하나씩만 쓸 수 있는데;;;
-와 ㅋㅋㅋㅋ 지렸다
한 시청자가 그 이유를 알려 주었다. 본래 마술과 주술은 여러 종류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흐릿한 마녀의 주술은 달랐다.
-와 설맠ㅋㅋㅋㅋ 특별하다는 겤ㅋㅋㅋ
-눈나가 최고야! 눈나가 최고야! 눈나가 최고야!
-우리 눈나가 당당한 이유가 있었누 ㅋㅋㅋㅋㅋ
-마녀 눈나 나 살어! 마녀 눈나 나 살어!
-주수리 갓캐 등극! 주수리 갓캐 등극! 주수리 갓캐 등극!
-ㅅㅂ 간지 미쳤다 ㅋㅋㅋㅋㅋ
-닥터 주수리 뭔데! 닥터 주수리 뭔데! 닥터 주수리 뭔데!
마녀의 주술은 다른 주술과 융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