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73화 (73/491)

73화 - 기사의 결투 (3)

주문을 배제하고 오직 검술로만 겨루는 승부.

“으음, 안 그래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승부가 더 어려워졌네요.”

신혜림은 아미를 찌푸렸다.

시청자들 역시 그녀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아 이건 좀 에반데

-갓플이 쩔긴 하는데 피지컬만으로 커버가 되나?

-어렵다 어려워!

-어서 갓플이 이긴다고 말해! 내 전 재산 정배에 걸었다구!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배웠어?

-고니 등판 뭐냐고 ㅋㅋㅋㅋ

-아 ㅋㅋㅋ 역배각 날카롭다 날카로워

-ㄹㅇ 짐작이 안 가누

-트최입 뭐 하냐구! 어서 설명하라구!

지놈은 심각한 표정으로 짧게 숨을 들이켰다.

“쓰읍, 이거 어렵네요. 진짜 어렵습니다. 그래도 제가 아는 걸 좀 말씀드리자면 피지컬은 확실히 퍼플 님이 우세합니다.”

“그런가요?”

“네. 이건 이미 장인해부학으로 검증이 된 사실이죠. 솔직히 피지컬만 보면 퍼플 님 능가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퍼플님이 이길…….”

“아뇨,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지놈은 신혜림의 말을 끊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퍼플 님은 피지컬로 테스트를 압도적으로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클립스 님이 통과한 방식은 좀 달라요.”

“같은 테스트인데 다르다고요?”

“네. 이클립스 님은 퍼플 님처럼 상대의 숫자를 빠르게 줄이지는 못 했어요. 하지만 그보다 많은 다수를 상대로도 살아남았죠. 이건 경험에서 우러나온 건데, 확실히 경험 쪽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더 우세한 건데!

-혀엉! 얼른 날 안심시켜줘!

-갓플이 이기는 거 맏찌? 그치?

-정배들 정신이 들어?

-12년 짬바는 못이긴다니까 ㅋㅋㅋ

-이클립스가 괜히 레전드가 아니라 이 말이야

-지금 웃는 건 누구? 아무것도 안 건 바로 나!

-아 ㅋㅋㅋ 오히려 배팅 안 하니까 개꿀잼이누

채팅창은 혼란해졌다.

포인트 배팅으로 더욱 몰입한 시청자들 때문이었다.

“이 승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건 재능과 노력의 대결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재능 대 노력이요?”

“어느 쪽이 우세한지 설명하기 힘들죠? 저도 그렇습니다. 결국은 지켜보는 수밖에요! 모두 집중하세요!”

그리 채팅창에서는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고요했다.

이경복과 이클립스는 서로에게 검을 겨눈 채 대치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조용하네요?”

“겉보기는 그래도 지금 치열하게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시작하면 쉽게 뺄 수가 없다는 걸 둘 다 알고 있는 거예요!”

“아, 과연……! 선공은 누가 할까요!?”

“아마 이클립스 님일 겁니다.”

“네?”

“경험이 풍부한 쪽이 먼저 움직일 테니까요.”

지놈의 예측은 정확했다.

균형을 무너뜨린 건 이클립스 쪽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이경복은 곧장 그 검을 막으려 했다.

‘뭐지?’

하지만 이내 전신을 엄습하는 섬뜩함에 몸을 틀었다. 그와 함께 사선으로 떨어지던 검이 급제동하며 검로를 틀었다.

쐑하는 파공음이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목이 찔렸을 터였다.

‘집중해야 한다……!’

그 일격만으로도 경각심을 일깨우기에는 충분했다. 오감이 날카롭게 세워지며 육감을 전개했다.

이경복은 직감을 따라 검을 내질렀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양쪽의 검이 맞붙었다. 이클립스가 쓴 십자가 헬멧 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즐겁구려!”

검이 비틀렸다.

이경복의 의지가 아니었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이클립스의 뜻대로 검이 미끄러졌다.

그와 동시에 뇌리에 경고가 쏟아졌다. 이경복은 다급히 활로를 찾아 검을 틀었다.

‘좋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은 일순간이었다. 곧바로 새로운 위협이 육감을 자극했다.

“으음!”

이클립스는 그의 대응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탄사를 흘렸다. 그러나 아직 보여 줄 것이 많이 남았다.

‘이런!’

이경복은 깨달았다.

이 상황에 생각은 사치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과 그에 따른 활로를 따르려면 직감에 집중해야 했다.

“이건…… 이건 정말 놀랍네요! 엄청난 속도에요!”

“그렇습니다! 양쪽 모두 사람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 아니, 사전에 동선을 짜도 이렇게 빠르지는 않을 텐데요!?”

그 상황을 지켜보는 중계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채팅창은 그 전부터 난리가 나있었다.

-무슨, 이게 대체 무냐구!

-갑자기 엘든 소울이 무협영화가 되어 버렸누 ㅎㄷㄷ

-와 ㅅㅂ 간지 작살난다 진짜

-이게 초인의 결투……?

-주문 안 쓴 거 맞음? 서로 버프 걸고 싸우는 거 아님?

-않이;; 이클립스야 짬바가 있다지만 그걸 다 따라가는 퍼플은 뭔데!

-사람이 이런 움직임을 보일 수가 있다고!?

마치 급류가 휘몰아치듯 세차게 격돌하다가도 검을 맞붙여 힘 싸움을 한다. 그렇게 멈춰 있나 싶으면 다시 검로의 우위를 취하려는 듯 수 싸움을 벌인다.

화려함과 중후함이 공존하면서도 예측이 불가능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검투(檢鬪). 이에 시청자들이 열광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 그래도 역시 좀 밀리네

-경험의 차이는 어쩔 수 없나 ㅠ

-갓직히 지금까지 버티는 것도 미친 거임

-진짜 이정도 퍼포먼스면 전재산 잃어도 안 아깝다

-이클이 쩔긴 하는데 난 갓플이 더 대단하다고 봄

-ㄹㅇㅋㅋ 승패 떠나서 둘 다 레전드!

그러나 상황은 이경복에게 불리한 형국처럼 보였다. 역시 경험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일까.

“아…! 어후…… 끝인 줄 알았어요.”

“아슬아슬하게 승부가 나지 않습니다! 이클립스 경의 공세에도 쉽게 밀리지가 않아요! 탈압박 실력이 미쳤습니다!”

그럼에도 승부는 나지 않았다. 이제 끝인가 싶으면 이경복은 활로를 뚫고 패색을 지웠다.

상황을 살피던 지놈이 눈을 번뜩였다.

“지금 느끼셨습니까?”

“네? 느끼다니요?”

신혜림은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빠르게 올라왔다.

“퍼플 님이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적응? 적응이라뇨!?”

-뭔 솔?

-이클 공격에 적응하고 있다고?

-뭔 소리야;; 버티는 것도 개빡세보이는데

-혀엉? 지금 무리수 던지는 분위기 아니야!

-ㄹㅇㅋㅋ 트최입이라고 부담 안 가져도 된다구!

-이번 결투는 해설 안 붙여도 누구나 개쩌는 거 알지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였다. 하지만 지놈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 보세요! 밀리는 것처럼 보이긴 해도 초반이랑은 전혀 다릅니다. 처음 퍼플님의 공방 비율이 1:9였다면 지금은 3:7정도로 올라왔어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방어에만 급급했던 초반과 달리 이경복의 반격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ㅔ??

-그게 가능함?

-싸우면서 배운다고?!

-않이 ㅋㅋㅋ 무슨 소년 만화냐구!

-하지만 갓플이라면?

-어씨 ㅋㅋㅋ 왜 될 것 같누

시청자들은 반신반의했다.

정작 당사자인 이경복은 그런 반응은 살펴보지도 않았다. 그는 무척이나 생경한 감각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

이클립스와의 공방이 지속될수록 한두 개에 불과했던 활로가 점점 그 수를 불려 나갔다. 처음과 달리 생각할 여유까지 생겼다.

‘역시, 그런 건가.’

이경복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껏 그가 가진 육감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최선의 결과를 선보였다. 다시 말해 정보가 많을수록 그 힘이 더욱 강력해진다는 의미였다.

말 그대로 ‘아는 것이 힘’인 상황.

‘선순환이야.’

이경복이 활로를 개척하면 이클립스는 그에 해당하는 새로운 움직임을 선보인다. 그의 육감은 새로운 움직임을 수집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준다.

그리고 다시 반복.

그렇게 공방을 나눌수록 이경복은 점점 더 검로에 밝아졌고, 선순환이 반복될수록 우세를 점하는 속도에도 탄력이 붙었다.

“크읍……!”

이클립스의 입에서 탄사 대신 신음이 흘러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가 버겁게 느껴지는 건 당사자가 제일 잘 알았다.

‘대체 이 무슨……!’

이클립스는 한계가 다가옴을 느꼈다. 처음의 여유는 사라지고 손과 발이 어지러워졌다. 어디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그의 검은 어느새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종국에는.

“큭!”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불가항력(不可抗力).

이클립스의 머릿속에는 그 네 글자가 떠올랐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그의 손아귀를 떠난 검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의 목 앞에는 이경복의 검극이 멈추어 서 있었다.

“후우.”

그 격전 속에서도 경탄할 검로를 선보였음에도 이경복은 그저 짧게 숨을 골랐다.

해냈다는 자부심도 승리에 대한 도취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해야 할 것을 했다는 건가…….’

이클립스는 그 속내를 직감했다.

이경복은 그저 그 상황에서 검이 나아가야 할 길을 갔을 뿐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웠을 터였다.

“……졌소.”

그의 입에서 나온 짧은 두 글자.

하지만 그 여파는 짧지 않았다.

“아아아아아! 지금, 바로 지금 승부가 결정됐습니다!”

“세상에!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았어요!”

“정말, 정말 놀랍습니다! 퍼플 님이 이클립스, 전 엘든킹덤 듀얼 토너먼트 2회 우승자의 검을 꺾었습니다아아아아! 엘든제일검이 바뀐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지놈이 고래고래 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의 검투에 깊이 가라앉았던 텐션이 급속도로 치솟았다.

-엘든제일검ㅋㅋㅋㅋㅋ뭔뎈ㅋㅋㅋㅋㅋㅋ

-트최입 단어 선택 보솤ㅋㅋㅋㅋ

-진짜 무협이 되어버린 거냐구!

-지금부터 엘든소울은 정통 무협이다……!

-트최검! 트최검! 트최검! 트최검!

-속보) 척준경, 조선제일검 칭호 반납 선언! “내게 검을 하사한 스승의 이름은 퍼플.”

-ㅅㅂ ㅋㅋㅋ 갑자기 척준경 뭔데 ㅋㅋㅋㅋ

-(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

-역배들 정신이 들어? 역배들 정신이 들어?

-올인 성공이다아아악!

-추억이 복사가 된다고! 추억이 복사가 된다고!

채팅창 역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경복은 시야 한 켠을 가득 메우는 채팅들을 보며 납검을 마쳤다.

“진심으로 훌륭한 승부였습니다.”

그 한마디에 주의가 다시금 돌아왔다.

이경복이 이클립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클립스는 잠시 그 손을 응시하다가 굳게 맞잡았다.

“허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오.”

“예?”

“12년, 12년의 경험이 단 한 번의 결투로 따라잡혔소이다.”

중계진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 말에 멈칫했다. 지금 이클립스가 어떤 심정일지 도통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우려와 달리.

“아주 후련하구려.”

이클립스는 나쁘지 않은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내 명예를 걸고 말하건대, 단 한 번의 실수도 방심도 없었소. 본인은 이 결투에 모든 걸 쏟았고 패배했다. 그것이 전부요.”

전력을 다했기에 후회도 없었다. 이클립스는 이경복의 손을 굳게 흔들며 말했다.

“경과 검을 나눌 때마다 달라지는 실력을 느낄 수 있었소. 퍼플 경…….”

이클립스는 그의 손을 놓고 예를 취했다. 비록 검은 없지만 가슴 위로 높이 든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대는 진정한 천재요.”

지놈에 이어 이클립스까지.

이경복은 2번째로 천재라 인정받게 되었다.

-캬! 이게 로망이지!

-승패에 깔끔한 승복? 이게 기사지.

-이클립스야 말로 진정한 기사다!

-이게 바로 기사도……?

-끝까지 간지를 잃지 않누 ㅋㅋㅋ

-이클이 인정할 정도면 반박불가지 ㅋㅋㅋㅋ

-진짜 명승부였다 ㅋㅋㅋ

-오늘 연차 쓴 거 ㄹㅇ후회 없음 ㅋㅋ

-이게 바로 빅 띵이라 이말이야

시청자들이 소감을 표명하는 와중이었다.

[‘서명하시오’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엘붕이 일동은… 앞으로 갓플을… 기사로 대우한다……]

[‘집구석망자’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도…… 노력하면 기사가 될 수 있을까?]

[‘이제알았다’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경의를 표하기 위함이었다!]

갑자기 표기되는 후원메시지들.

승부가 나서 생긴 막간을 이용해 메타게이머가 메시지를 연동시킨 것이었다.

“아, 후원 감사드립니다!”

“고맙소! 가신들! 그대들 덕분에 이 자리가 있었소!”

이경복과 이클립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금이 후원 타이밍?

-후원이야? 나도 끼어야지!

-아 ㅋㅋㅋ 달린다!

-지갑기사 나가신다!

-지갑기샄ㅋㅋㅋ는 뭐냐곸ㅋㅋㅋ

자극받은 시청자들이 후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감사를 전하던 이경복은 이클립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더 감사합니다, 이클립스 경. 지금까지 한 전투 중에서 패배를 걱정해 본 건 처음입니다.”

-왘ㅋㅋㅋㅋㅋㅋ

-패배를 걱정한 게 ‘처음’?

-이거 완전 극찬 아니냐?

-이게 바로 퍼펙트류 칭찬?

-무친ㅋㅋㅋㅋ 칭찬에 기만이 담겨 있냐구!

-퍼기만은 패시브 스킬입니다만?

-ㄹㅇㅋㅋ 액티브인 줄 알고 있었누

시청자들은 그 발언에 즐거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클립스 역시 뿌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경을 긴장시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할 만한 업적이라 생각하오.”

“아하하, 오해하시지 않으셔서 다행이네요.”

-아 ㅋㅋㅋ 개꿀잼이네 진짜

-이거 라이브로 못 본 놈들은 진짜 인생 손해봤다

-한동안 또 엘붕이들 검만 잡고 있겠누

-이거 보고 검을 안 잡아 볼수 있나?

-ㄹㅇㅋㅋ 붕쯔붕쯔하더라도 일단 흉내내 봄

-이거 끝나고 다시 스토리 가나?

-설마 방종은 아니겠지 ㅎㄷㄷ

채팅창은 이내 이벤트가 끝나리라 예상했다. 채팅창을 살피던 신혜림은 지금이 적기임을 깨달았다.

“여러분! 아직 끝이 아닙니다!”

불쑥 끼어든 그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몰래 온 손님이 한 분 계시거든요!”

“몰래 온 손님이요?”

옆에 있던 지놈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습격 기능도 그렇고 이번에도 역시 듣지 못했던 바였다.

이에 신혜림이 재빠르게 지놈에게 무어라 속삭였다. 그와 동시에 지놈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실화입니까!?”

“네, 실화입니다! 그럼 지놈 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ㅁㅇㅁㅇ?

-아직 끝난 거 아니라는 뜻?

-착석! 엘붕이랑 퍼청자들 착석하세요!

-뭐가 더 있다고!?

-이집 서비스 미쳤누 ㅋㅋㅋ

-에피타이저에 메인 디쉬 나왔는데 자꾸 뭐가 나와!

-메인디쉬가 이 정도인데 또 뭐가 있어?

이제 주의는 지놈에게로 돌아갔다. 그는 빠르게 눈을 굴리더니 멘트를 정리한 듯 입을 열었다.

“와, 이런 손님이 올 줄은 몰랐네요. 몰래 온 손님! 모든 것에는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귀하신 곳에 이런 누추한 분이 왔습니다!”

-어? 어어?

-뭌ㅋㅋㅋ쳤ㅋㅋㅋㅋ곸ㅋㅋㅋ

-귀하신 곳에 누추한 분ㅋㅋㅋㅋㅋㅋㅋ

-만유인력? 이거?

-설마?

그 소개 멘트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정체를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때문에 지놈은 소개를 길게 끌지 않았다.

“퍼플 님에게 고배를 마시고 개인 코칭까지 받은 바로 그 사람! 뉴턴좌가 이곳에 왔습니다아아!”

그 말과 함께 결투장에 새로운 인물이 착지했다. 검은 중갑에 얼굴을 완전히 가린 헬멧을 걸친 도전자, 뉴턴좌였다.

‘……역시 비슷해.’

뉴턴좌가 내뿜는 살기에 반응한 육감은 그 갑옷 내부를 훑었다. 이경복은 그 몸 선을 보며 새삼 광고 속 걸그룹 멤버를 떠올렸다.

‘이름이 뭐였지? 나라였나?’

이경복은 잠시 고민하다가 프라이빗 메시지를 열었다. 방송에는 송출되지 않는 개인용 메시지였다.

수신자는 최병훈이었다.

[>야, 혹시 스위티즈라는 걸그룹 아냐?]

[>ㅇㅇ 근데 갑자기 웬 걸그룹?]

[>혹시 최근 스케쥴이 뭔지 알 수 있음?]

[>스케쥴? 잠만 기달.]

그 사이 채팅창 쪽은 난리가 났다.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트루? 참트루 뉴턴좌?

-아 ㅋㅋㅋ 맞다 이클립스가 초청했지

-ㄹㅇㅋㅋ 결투가 개쩔어서 깜빡했네

-올ㅋㅋㅋ 안쫄았누

-쫄보 되기 싫어서 얼른 온 듯 ㅋㅋㅋ

-근데 아까 저격러들이랑 같이 안 오고?

반응을 살피던 신혜림은 재빠르게 설명을 붙였다.

“아, 뉴턴좌는 무례한 저격러들과는 다르게 저희 메타게이머 측에 양해를 구하고 참전을 희망하셨습니다.”

[뉴턴좌> 기분 나쁘니까 그런 머저리들이랑 나랑 같은 급으로 놓지 마.]

그녀 역시 불쾌한 듯 메시지를 띄웠다. 여전히 정체를 숨기기 위함인지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모두의 주의가 그녀에게 쏠린 사이 이경복은 최병훈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10분 전에 브이캐스트가 마지막 스케쥴임.]

[>브이캐스트?]

[>연예인 전용 개인방송이라고 보면 됨ㅋㅋ 이번에는 모바일 콘서트였음]

[>그럼 지금은 스케쥴이 없다는 거네?]

[>그럴 듯? 아니, 근데 걸그룹은 왜……]

[뉴턴좌> 퍼플, 다시 승부다. 이번에는 지지 않아.]

프라이빗 메시지 위로 뉴턴좌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경복은 친구에게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녀를 직시했다.

“코칭은 좀 도움이 됐나 모르겠네요?”

그 물음에 그녀가 움찔했다.

[뉴턴좌> 도움은…… 되긴 했지.]

시청자들은 그 반응에 웃음을 흘렸다.

-아무렴ㅋㅋㅋㅋ그 코칭이 얼만뎈ㅋㅋ

-갓직히 오늘 보면 천만 원도 싼 거임 ㅋㅋㅋㅋ

-지놈과 이클립스 공인 천재의 개인강습? ㅁㅊㄷㅁㅊㅇ

-ㄹㅇㅋㅋ 평단 천만 원이면 남는 장사임 ㅋㅋㅋ

-평단ㅋㅋㅋㅋ 퍼플 강습료 떡상가나요?

-뉴턴좌 판단 재평가행 ㅎㄷㄷ

-완전 가치투자였자너 ㅋㅋㅋㅋ

그 사이 이클립스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퍼플 경은 나와의 일전으로 최상의 상태가 아니오. 그런 상대를 노리는 건 불명예가 아닌가 싶은데.”

그 발언에 시청자들이 즉각 동의했다. 뉴턴좌는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뉴턴좌> 그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 하지만 나 역시 일을 마치고 바로 온 참이다. 내 상태도 최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그리고 난 승부에 허튼수작 따위는 부리지 않아.]

그녀의 메시지에 이경복의 눈은 더욱 가늘어졌다.

‘……진짜 아이돌인가?’

상황이 너무 절묘했다.

하지만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렴 어때.’

상대가 걸그룹 멤버이든 누구든 승부는 승부다. 이경복은 싱긋 웃으며 메시지를 쳤다.

[퍼펙트플레이> 걍 ㄱㄱ]

뉴턴좌는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기시감이 드는 메시지.

-엌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이렇게 멕인다고?

-인성 뭔데!

-속보) 솔로몬, 레메게톤 개정서 출간! “최근 새로운 73번째 악마를 발견해.”

-ㅁㅊ ㅋㅋㅋ 이 정도면 제 1악마로 넣어야지 ㅋㅋㅋㅋㅋㅋ

-역시 엘든제일검……! 벌써 심검을 쓰다니!

-심검ㅇㅈㄹ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이에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뉴턴좌> 더 이상 말은 필요 없겠지.]

뉴턴좌는 주먹을 굳게 쥐더니 돌아섰다. 이클립스는 이경복을 돌아봤다.

이경복은 그 시선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웃음지었다.

“괜찮습니다.”

“경이 그렇다면야…… 알겠소.”

결투는 1대1이 승부인 만큼 이클립스는 자리할 수 없었다. 그가 사라지자 다시금 검의 무덤에 두 개의 원이 형성됐다.

[뉴턴좌> 당신이 승리해서 다행이야.]

이경복 역시 자리로 향하던 도중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가 의아해하며 돌아서자 다시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뉴턴좌> 당신을 꺾는 건 내 몫이니까.]

[뉴턴좌> 이전의 나라고 생각하면 후회하게 될 거다.]

이경복은 그녀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 저도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그는 금빛 원 위에 올라서며 말했다.

“저도 달라졌거든요.”

이클립스의 검술이 그 안에 녹아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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