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74화 (74/491)

74화 - 기사의 결투 (4)

이경복과 뉴턴좌가 각기 제자리로 향하는 사이 중계진은 바쁘게 입을 놀렸다.

“퍼플 님과 뉴턴좌, 이미 한 차례가 났던 승부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보시나요?”

“음, 확실히 종목이 달라졌습니다. 거너 그라운드와 엘든 소울의 교차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까요.”

“네, 게다가 저희가 주관한 퍼플 님의 라이브 인터뷰, 당시 뉴턴좌가 퍼플 님께 코칭까지 받았다는 사실. 하지만 아직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발전이 있었을까요?”

“아, 그건 좀 어렵다고 봅니다. 확실히 비싸게 주고받은 코칭이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건, 이게 또 다른 문제거든요!”

지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갓플이 잘 짚어주긴 했지ㅋㅋㅋ

-수련할 시간도 없지 않았겠음?

-뉴턴좌 금수저 아님? 그럼 시간 충분할 거 같은디 ㅋㅋㅋㅋ

-아까 자기 일하고 왔다고 그랬자너

-금수저가 일 해 봐야 얼마나 하겠누

-트수보다는 많이 할 듯 ㅋㅋㅋ

-트수는 일도 없고 돈도 없네?

-그마내! 과도한 팩트 폭격은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굿!

신혜림은 채팅창 반응을 살피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여기서 투표를 안 해 볼 수가 없죠? 퍼플과 뉴턴좌, 뉴턴좌와 퍼플! 과연 이번 결투의 승자는 누구일지!”

“지금, 투표해 주세요!”

[결투의 승리자는?]

[1. 퍼플] [2.뉴턴좌]

[1:00 후에 제출이 마감됩니다.]

이클립스 때와 마찬가지로 열린 투표 창,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1. 퍼플 – 99.9%]

[2. 뉴턴좌 – 0.01%]

너무나도 압도적인 격차.

“세상에…… 이렇게 되면 투표가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네요!”

“아, 여러분, 이건 인기투표가 아닙니다! 순수하게 실력만 보고 투표를 해 주셔야죠! 아, 물론 저는 퍼플 님에게 찍었습니다.”

지놈의 말에 채팅창에 ‘ㅋㅋㅋ’가 번졌다.

-이걸 정배를 안 해?

-0.01%는 뭐냐곸ㅋㅋㅋㅋㅋ

-여기서 뉴턴 코인을 산다고?

-정보) 진짜 뉴턴도 주식은 망했다

-HOXY 사과단이니?

-이거 ㅋㅋㅋ 이겨도 원금 고대로 받는 수준 아니냐 ㅋㅋㅋ

-1포인트는 벌 듯^^

-0.01%는 무적권 예금 저축만 해라ㅋㅋㅋㅋㅋ

-진짴ㅋㅋㅋ 말 그대로 만에 하나 아니냐

-0.01%면 혜자 아니냐?

-얼마나 가챠에 절여져 있는 거냐굿! ㅎㄷㄷ

-확률이 아니라 투표율이잖엌ㅋㅋㅋㅋ

시청자들이 흥겹게 0.01%를 놀리는 동안 두 사람은 각기 원에 도착했다.

“아, 지금! 결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는 누가 선공을 할까요?”

“실력은 퍼플 님이 우월하다는 판단이 드는데요. 과연 대치가 얼마나 갈지 지켜봐야 합니다!”

“어? 근데 퍼플 님, 검을 들지 않고 있어요!”

신혜림의 말대로 이경복은 결투가 개시됐음에도 검을 세우지 않았다. 대신 그는 편한 자세로 검을 내리고 여유를 부렸다.

“선수는 양보할게요.”

이윽고 그의 입에서 나온 발언.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해지기 전에 한 마디가 뒤따라왔다.

“도움이 됐다는데, 한번 얼마나 나아졌는지 보고 싶네요.”

자신의 코칭 결과를 보고 싶다는 의미. 그 말에 지놈이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아! 시작부터 세게 나오네요!”

“세게요?”

“방금 발언, 이거 이미 우위를 나눈 거거든요!? 나는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무친ㅋㅋㅋㅋㅋ 트최입ㅋㅋㅋ

-그건 로맨스 드라마 대사자넠ㅋㅋㅋ

-드립 미쳤냐곸ㅋㅋㅋ

-이런 대사하는 드라마가 있음?

-들어봤으면서 이 악물고 모른 척하누 ㅋㅋ

-트수들 할배 비중 뭔데!

-난 청년인데 동년배들 다 이 대사 알고 있읍니다^^

중계진과 시청자들이 웃고 떠들었지만 당사자인 뉴턴좌는 웃을 수 없었다.

그녀는 한손으로 검을 굳게 잡고는 다른 한손으로 빠르게 가상 키보드를 쳤다.

[>사양은 하지 않겠다]

메시지 송신과 더불어 그녀가 바닥을 박찼다. 초기에 승세를 점하려는 듯 기세가 매서웠다.

그러나 이경복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날아드는 검격을 피했다.

뉴턴좌의 검이 곧바로 추격해 왔다. 이경복은 더욱 매서워진 일격에 검을 들었다.

“연습 많이 했나 봐요?”

그는 더욱 밝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물론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전투 중에 키보드를 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이경복은 맞붙은 칼날을 훑듯이 움직였다. 이클립스에게서 익힌 검술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움직임, 자석처럼 뉴턴좌의 검이 끌려갔다.

그녀는 움찔하며 검을 떼어 내려 했다. 이경복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순식간에 검이 떨어지며 뉴턴좌가 휘청거렸다.

이경복이 벼락처럼 검을 내질렀다.

놀란 뉴턴좌가 다급히 바닥을 굴렀다. 무적판정에 검은 미끄러지듯 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많이 나아지셨네. 시선 처리도 잘하시게 됐고요.”

이경복은 생긋 웃으며 검을 회수했다. 뉴턴좌는 대꾸하는 대신 경계심을 곤두세웠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너무 빨라서 못 봤어요!”

“아! 순식간에 엄청난 접전이 일어났습니다! 다들 잘 보시진 못했겠지만 누가 우월한지는 확실히 알게 됐어요!”

-역시 엘든제일검……!

-뉴턴좌 벌써 바닥 구르누 ㅋㅋ

-만유인력은 본인에게만 적용됐쥬?

-갓플이 ㄹㅇ 넘사벽이네 ㅋㅋㅋ

-역배들 정신이 들어? 역배들 정신이 들어?

잠깐 동안의 경합이었지만 승세는 확실했다. 중계진과 시청자들 모두 이경복의 승리를 예상했다.

적진 한가운데에 홀로 고립된 기분. 아무도 뉴턴좌를 응원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듯 검을 굳게 세웠다.

“잠시만요.”

그때, 갑자기 이경복이 손을 들었다. 모두가 의뭉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거, 이런 식이라면 계속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이어지는 그 발언에 채팅창은 물론 중계진도 술렁였다.

“어, 지금…… 퍼플 님이 결투 중지를 언급하셨는데요?”

“아, 이거 실력 차가 확연해서 시간 낭비라고 판단한 걸까요?! 다시금 패시브 스킬이 나온 겁니까!?”

이경복이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기만을 한 건 아닐까. 시청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채팅창은 웃음 일색이었다.

[>이게 무슨! 고작 한 번으로 승부를 결정한다고?]

뉴턴좌는 빠르게 메시지를 송신했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지놈은 이내 자신의 발언을 수정했다.

“어? 아닙니다! 그런 것 치고는 표정이 진지합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경복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그는 뉴턴좌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쪽이 쓰는 검은 힘이 아니라 속도로 승부하는 게 어울려요. 그런데 지금 걸친 중갑은 오히려 장애가 됩니다. 이런 식이면 페널티를 받고 싸우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 한 마디에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신혜림이 다급히 지놈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지놈, 지놈 님?!”

“아! 놀랍습니다! 뉴턴좌는 힘으로 싸우는 중검(重劍)이 아니라 속도가 중요한 쾌검(快劍)이라는 의미입니다! 조금 전 경합으로 스타일까지 파악했다는 걸까요?”

-그걸 한 번 맞대보고 안다고?

-헐ㅋㅋㅋㅋ 그게 말이 되누

-하지만 갓플이 한 말이라면?

-(게말콘)(게말콘)

-그러면 또 말이 되지 ㅋㅋㅋ

-무슨 마굿간이냐구!

-엘든제일검이 하는 말인데 어쩌쉴?

모두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당사자인 뉴턴좌조차 그러했다.

‘그걸 다, 그것도 한 번에 알아차렸다고?’

어떤 스타일이 더 몸에 맞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실제로 그녀는 힘으로 승부하는 쪽보다는 속도가 어울렸다. 하지만 정체를 숨기려면 두껍고 무거운 중갑을 입어야 했다.

그렇다고 경갑을 아예 배제해야 되는 건 아니었다. 엘든 소울은 다크판타지를 표방하는 만큼 장비 디자인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래도 경갑은 몸 선이 드러나는데.’

가릴 곳은 다 가리고 가죽을 덧댔기에 굴곡이 부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끄러운 옆선은 경갑으로도 숨길 수 없을 터였다.

“최선을 다해 승부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이경복의 물음이 그녀의 정신을 일깨웠다. 뉴턴좌는 이경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송 스케쥴도 많은데 이런 시간이 흔치 않잖아요?]

그녀의 앞에 나타난 프라이빗 메시지. 뉴턴좌는 그대로 돌처럼 굳어 버렸다.

[>걱정마요. 여자라는 거 들키지는 않게 도와줄 테니까]

이경복은 얼어붙은 그녀에게 생긋 미소를 보여 주고는 입을 열었다.

“사나이 대 사나이로서 후회는 남기지 맙시다. 나중에 뒷말 말고 붙어 보죠.”

뉴턴좌는 잠시 이경복을 바라보다가 납검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자 그녀의 모습이 뒤바뀌었다.

갈색의 얇은 가죽을 덧댄 장비 세트, 투구 아래의 얼굴은 검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어 드러난 몸선, 그와 함께 드러난 굴곡은 누가 봐도 ‘사나이’와는 달랐다.

“어……?”

“어, 잠시… 이게…….”

시끌벅적했던 중계석이 고요해졌다. 기자인 신혜림도 진행에 능숙한 지놈도 순간 말을 잊었다.

채팅창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

-엘소에 여성 방어구가 있었나?

-남캐가 여캐 옷 입을 수 있음?

-않이;; 성별 구분 없는데 뭔솔

-아무리 멀티 아이디라도 성별은 안 바뀌잖슴?

-그럼 저건 뭔데?

-설마?

-뉴턴좌가 여자였다고……?

-ㅗㅜㅑㅗㅜㅑㅗㅜㅑ

-뉴턴좌가 눈나? 실화?

-이럴 줄 알았으면 역배갔지!

-뉴눈나!

-ㄹㅇ 새로운 누나네 ㅋㅋㅋ

-무쳤누 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반응이 치솟았다.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래 성별을 숨기려고 했던 게 아니었나.

[>뭔가 오해 하나 본데, 난 딱히 내가 여자라는 걸 숨겨 왔던 게 아니야.]

그런 그 앞에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렇다고 밝히지도 않았잖아요?”

이경복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뉴턴좌는 가볍게 검을 돌려 쥐었다.

[>여자라고 방심하는 한심한 종자들이 꽤 많거든.]

[>당신 이전에 상대한 놈들은 전부 허접들뿐이라 이 정도는 감수하고 상대해도 충분했던 거지.]

한손으로 빠르게 채팅을 치던 그녀는 이내 자세를 낮추었다.

[>근데 이번에는 아니네.]

“칭찬 고맙네요.”

[>최선을 다하자며? 여자라고 봐주지는 않겠지?]

“물론이죠.”

이경복은 생긋 웃으며 검을 잡았다. 성별이 드러나는 걸 꺼려 하지 않는다면 동작도 위축되지 않을 터였다.

“그럼 제대로 붙어 보죠!”

뉴턴좌는 대답 대신 검을 빼 들고 덤벼들었다. 캉하는 쇳소리를 시작으로 공방이 시작됐다.

“와, 완전 다른데요!?”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입니다! 확실히 중갑보다는 경갑이 제약이 적어요! 가동범위가 더 넓어져서 다양한 공격이 나옵니다!”

-왐마;;; 진짜 다르네

-역시 갓플 말대로였누 ㅎㄷㄷ

-뉴턴좌 반응속도는 진짜 레전드긴 하다

-이클은 중검에 가까웠던 듯?

-ㅇㅇ 맞음. 이클은 스텝 그렇게 많이 안 밟고 경합 위주였음

-와씨 뉴턴좌 발재간 보소 ㅋㅋㅋㅋ

지놈이 열띤 목소리로 해설했고, 시청자들도 감상을 표출했다. 누구도 뉴턴좌의 성별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폭풍 같은 공방에 비하면 그런 관심은 너무나 하찮았다.

“아, 뉴턴좌! 달라진 모습은 좋지만 역시 쉽게 승기를 잡지 못합니다!”

“퍼플 님이 너무 뛰어나네요!”

“그렇습니다! 뉴턴좌의 쾌검을 따라잡는 것도 놀라운데 그 안에 이클립스 님의 검술이 녹아 있거든요!”

“녹아 있다고요?”

“제가 ‘적응’에 대해 말씀 드렸었죠!? 퍼플 님 검이 상대의 검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전 결투와 마찬가지로 퍼플 님은 뉴턴좌의 속도에 적응까지 하고 있어요!”

지놈의 해설대로 이경복은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쾌검에도 중검과 같은 묘리를 선보였다.

일순간에 힘을 가해 균형을 무너뜨리고 상대의 검로를 제 뜻대로 틀었다.

이클립스와 같은 깊은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닌 바, 그녀가 금방 검을 놓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챙하는 맑은 쇳소리와 함께 검이 바닥을 굴렀다. 이경복의 검극이 그녀의 목을 겨누었다.

“지금 결과가…….”

“아! 결국 승부가…….”

중계진이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이었다.

뉴턴좌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등으로 칼날을 쳐내고 이경복을 노렸다. 승부가 결정됐다고 생각하며 방심한 순간을 노린 회심의 일격.

하지만 이경복에게 방심이란 없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그는 왼손으로 뉴턴좌의 공격을 흘려내고 허리를 틀었다. 동시에 사선으로 날아드는 검격.

뉴턴좌는 이를 악물고 바닥을 굴렀다.

그게 이경복의 노림수였다.

‘제대로 되네.’

처음 이클립스의 일격에서 배웠던 페인트 모션. 떨어지던 검은 덜컥 멈추어 서며 일어서려는 뉴턴좌를 쫓았다.

검극이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뉴턴좌는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경복의 눈동자와 가면 속 눈동자가 마주했다.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승부를 해보죠.”

이경복이 미소와 함께 말한 뒤 그녀의 몸이 광자로 변해 흩어졌다.

“아! 끝, 끝났습니다!”

“오오오오! 완벽한, 아주 완벽한 캐치입니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내지른 승부수에요! 이길 거란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말끔하게 이길 줄이야!”

-엌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멕이네

-혀엉! 뉴턴좌 운다구!

-역배 나락 가 버렸쥬? 역배 나락 가 버렸쥬?

-뉴턴좌 2패 경신! 뉴턴좌 2패 경신!

-(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

-??? : 또 하찮은 걸 베어버렸군……

-정통무협에 씹덕 묻히지 마라

-이게 왜 무협인 건데 ㅋㅋㅋㅋ

중계진과 시청자들이 흥겨움에 취했다. 하지만 개중에는 우려한 반응도 섞여 있었다.

-눈나 울지마! 눈나 울지마!

-아 ㅋㅋ 오늘부터 사과단 가입 가능?

-실력파 금수저 눈나 울리지 마라

-트수들 태세 전환 보소 ㅋㅋㅋㅋ

-뉴턴좌가 여자라고 안 밝히려는 이유를 알겠누 ㅋㅋㅋ

-ㄹㅇㅋㅋ 벌써 여자라고 들러붙는 육수들 보이누

-정작 뉴눈나는 사과단 개욕하자너 ㅋㅋㅋㅋ

-여자든 남자든 악질 저격러는 맞지 않음?

-하여간 육수쉑들 ㅋㅋㅋㅋ

다행히 그 수는 많지 않았고 시청자들이 바로 그런 채팅들을 단속했다. 이윽고 그들의 주의는 금방 다른 곳으로 쏠렸다.

[‘뉴턴좌’님이 ‘2,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패배를 인정하지. 하지만 그건 지금뿐이야. 다음에는 기필코 이겨 주겠어. 당신을 쓰러뜨리는 건 나다.]

승부와 함께 다시 연동된 후원메시지 덕분이었다.

“아……?”

“아, 지금 제가 보는 게 맞나요!? 뉴턴좌의 평가, 평가가 2배로 뛰었습니다! 퍼플 님의 평가 금액이 200만 원이 되었습니다!”

-무쳤눜ㅋㅋㅋㅋㅋㅋㅋ

-백만원도 개놀랐는데 2백이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오늘 결투 보니까 이해가 됨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개쩔었자너 ㅋㅋㅋㅋ

-전에는 백만원이나 받는다고? 였는데 지금은 이백? 끄덕끄덕

-또전드 찍어버리누 ㅎㄷㄷ

-돈많은 뉴눈나? 너무 호감이고 ㅋㅋㅋ

-갓플 정도 아니면 꿈도 꾸지 말 것

중계진과 시청자들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 하지만 아직 후원이 끝난 건 아니었다.

[‘뉴턴좌’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건 오늘 코칭비다. 중검보다 쾌검, 제대로 봤네. 승부에 도움이 됐어.]

평가금에 이어 들어온 코칭 대가. 이에 다시금 장내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아! 이것도 코칭으로 쳐 주네요!”

“그렇습니다! 매번 만날 때마다 퍼플 님이 뉴턴좌에게 가르침을 주는군요!”

-결투 한 번에 300만원을 태워?

-역시 갓수저……

-아 ㅋㅋㅋ 코칭비 아직도 100만원 인줄 아네?

-ㄹㅇㅋㅋ 평가금 올렸으면 코칭비도 올려줘야 되는 거 아니냐구!

-퍼청자들도 자본주의 파동 제대로 눈떴누 ㅋㅋㅋ

-마! 그스그시 모르나!

-갓플 코칭비는 싯가인 거 모름?

-싯가 ㅇㅈㄹㅋㅋㅋㅋㅋ

이경복은 채팅창 반응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약간 입막음 비용도 섞여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녀가 걸그룹 멤버인지 슬쩍 떠보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성별에 관한 것만이었다.

‘들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야.’

여자라 밝혀져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설마 연예인이라고 콕 집어 말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재미있네.’

그렇다고 이경복이 이 사실로 뭘 어떻게 해 보려는 생각은 없었다.

현역 걸그룹 멤버가 가상현실에서는 유명한 저격러였고, 그 목표가 자신이라는 상황.

이 상황이 그저 흥미로울 따름이었다.

“자! 이번 승부는 결국 퍼플 님의 전승으로 끝났네요. 승자의 소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죠?”

그 사이 신혜림과 지놈이 중계석에서 내려와 무대로 들어왔다. 이클립스도 그 뒤를 따라왔다.

“퍼플 님! 이클립스와 뉴턴좌, 두 분과의 결투에서 승리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이크 대용인 걸까, 신혜림은 단검을 거꾸로 잡아 뭉툭한 손잡이 쪽을 내밀었다.

이경복은 옅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가슴 뛰는 승부를 펼쳤습니다. 이클립스 경을 보면서 새삼 노력의 가치를 깨닫게 됐습니다. 저도 앞으로 노력하는 스트리머가 되겠습니다.”

-오늘은 겸손하누 ㅋㅋ

-겸손? ㄴㄴ 저 안에도 기만이 숨어있다 이말이야

-오랜만에 가슴 뛰었다 = 이전까지는 가슴 뛸 일이 없었다.

-앞으로 노력하겠다 = 예전에는 노력 안 했다.

-엌ㅋㅋㅋㅋ 트수들 몰아가는 거 보소

-이게 그 노력하는 천재인가 그거냐?

-천재가 노력하면 킹반인은 어떡하냐구!

이경복의 겸양에도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상황을 몰아갔다. 채팅창을 살피던 지놈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저처럼 천재가 나타나면 얼른 빈자리를 찾아 주세요. 유전자 레벨로 입 터는 남자, 지놈이었습니다!”

-소개 멘트 바로 바꾸는 거 무엇?

-이 시대의 기회주의자 지놈……

-추놈아 게하다!

-트최입! 트최입! 트최입! 트최입!

-역시 퍼지 조합 ㅋㅋㅋ 넘모 재밌고

-ㄹㅇㅋㅋ 퍼지 조합이면 개꿀잼 이자너

그 덕분에 부드러워진 분위기.

신혜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네, 오늘 저희 메타게이머가 준비한 중계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이벤트로 찾아뵙겠습니다!”

“아주 즐거웠소!”

“여러분 트바!”

그녀에 이어 이클립스와 지놈까지 인사를 마쳤다.

-헐?

-이렇게 방종한다고!?

-게임 더 안 하냐구!

-다 가고 갓플만 남아!

-그립읍니다ㅠㅠㅠ

-(퍼바콘)

-오늘 결투 보면 킹쩔수 없긴 해

ㅋㅋㅋ

-ㄹㅇㅋㅋ 정신력 소모 오질 듯

-갓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5252, 이미 방종 선언을 해 버렸다구?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출했지만 대부분 방종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에 이경복도 밝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다음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트바!”

* * *

중계방송은 끝났지만 메타게이머 인플루언서 팀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으…… 평소보다 오래 걸리시네.”

신혜림과 함께한 제작팀은 가상현실 속 회의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기사를 작성하자마자 팀장에게 보고하고, 팀장은 다시 편집부에 보고를 하러 갔다.

인플루언서 팀은 그 결과를 듣기 위해 대기하는 중이었다.

“아, 역시 이번 거는 약간 좀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영상편집을 맡은 직원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뭐? 그 저격러들 때문에요?”

“네. 사실적시 명예훼손 때문에 아이디랑 얼굴도 다 모자이크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그림이 안 좋잖아요.”

그 말에 직원들의 얼굴이 우중충해졌다. 하지만 신혜림은 여전히 눈을 빛냈다.

“아니에요. 내가 직접 중계하면서 봤는데 이번 거 진짜 대박 중에 대박! 게다가 뉴턴좌가 여자라는 것까지 밝혀졌잖아요! 이전 라이브 인터뷰보다 더 반응 좋을 거라니까요?”

“그러면 좋긴 하겠지만…….”

“그러니까 기도하죠.”

“기도요?”

“네, 지금 우리가 믿어야 할 신은….”

신혜림이 무어라 더 말을 잇기도 전에 회의실에 불쑥 팀장이 나타났다.

보고를 끝내고 접속한 것이다.

“팀장님! 어, 어떻게 됐어요? 편집부에서 뭐래요!?”

신혜림이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그러나 팀장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아…….”

“역시 2연타는 좀 힘들었나.”

다른 직원들은 그 표정에 체념했다. 이윽고 팀장이 한숨을 푹 내시며 머리를 짚었다.

“이거 대표님한테까지 보고 들어갔어. 그래서 늦은 거야.”

“……네?”

“대표님이요?”

“대표님이 저희 기사를 직접 보셨다고요?”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마를 짚은 손 아래, 팀장의 입가가 양옆으로 벌어졌다.

이윽고 그가 소리가 나도록 탁자를 가볍게 치고는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대로 먹혔어! 메인페이지는 물론이고 포상으로 유급휴가 하루 추가까지!”

“네?”

“유, 유급휴가요!?”

“아니, 그럼 왜 아까 표정이…….”

팀장은 헤실헤실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이거 휴가받았다고 팀 전체가 쉴 수가 없잖아. 이거 어떻게 계획을 짜야 되나 싶어서 머리가 아파서 말이지.”

“아, 팀장님……!”

“놀랐잖아요!”

“메인페이지에 또 내 기사가……!”

다른 직원과 달리 신혜림은 휴가 얘기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팀장은 실소를 흘렸다.

“신 기자.”

“네? 네!”

“지금부터는 대표님 지시야.”

“네……?”

“아직 ‘V-STAR’ 기획안 올라갔잖아.”

V-STAR, 국내 최대의 게임쇼.

메타게이머는 이전부터 스트리머와 함께 취재를 기획해 오곤 했었다.

“퍼플 님, 앞으로 문제없으면 다음 ‘V-STAR‘ 취재 때 섭외할 예정이야. 그러니까 이슈 체크 잘하라고.”

이번에는 그 대상이 퍼플로 잠정적으로 결정됐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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