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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76화 (76/491)

76화- 설산 비룡 토벌 (1)

다음날.

많은 이들이 고대하는 이경복의 방송시간이 다가왔다. 채팅창은 벌써부터 시끌벅적했다.

-방송 10분 전인데 시청자 수 무엇 ㅎㄷㄷ

-와 ㅋㅋㅋ 벌써 8천 명 대기 실화?

-성장 속도 대체 뭔데!

-분점도 내고 언론에도 실린 머기업인데 무슨 문제라도?

-ㄹㅇㅋㅋ 메타게이머 정도면 트수들한테는 언론 맏따

-10분 왜케 기냐구!

그리 시청자들끼리 떠들기를 잠깐, 이윽고 방송 시작 1분 전.

검은 화면 위로 금빛 섬광이 터졌다.

-????

-뭐지? 뭐가 시작되는 것이지?

-오 ㅋㅋㅋ 인트로 바꿨나 봄

-로빈! 얼른 팝콘을 가져와라!

-착석! 착석하십쇼!

기존 인트로와 달리 엘든 소울 속 이경복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마주한 이는 바로 각성한 묘지기.

이경복이 그가 내지른 검기를 가르고 뛰어든다. 자욱해진 먼지가 가라앉으며 자연스럽게 화면이 전환된다.

뒤이어 나온 건 이클립스, 두 사람은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 화려한 검무 속에서 이경복이 승기를 잡았다.

쇳소리와 함께 높이 솟구친 검, 그리고 그 검이 다시 떨어졌을 때 상대는 이클립스가 아니라 뉴턴좌로 바뀌어 있다.

순식간에 달라진 전투양상,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뉴턴좌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그러나 베어진 건 뉴턴좌가 아니라 화면 그 자체. 일섬과 함께 찢어진 화면 뒤로 퍼펙트플레이 채널 로고와 함께 거친 글씨체로 휘갈겨 쓴 문구가 나타난다.

[‘엘든제일검’]

화면 속 이경복이 납검을 마치고 웃으며 인트로 영상이 끝났다.

-와씨ㅋㅋㅋㅋ 인트로 퀄 무엇?

-아 ㅋㅋ 이러면 방송 전부터 대기할 수밖에 없잖슴!

-편집자님 트렌드 반영 무냐구!

-(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

-진짜ㅋㅋㅋ 편집자도 퍼펙트 해버리누 ㅋㅋㅋ

-인트로만 봤는데 벌써 소름돋네ㅋㅋㅋㅋ

-역시 갓플 방송은 달라도 뭐가 달라

채팅창은 칭찬으로 가득해졌다. 인트로는 어차피 방송 전에 대기하는 시청자들만 보는 영상이었고, 그마저도 시청자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때문에 보통 인트로는 하나 만들어 놓고 우려먹는 게 대부분.

그러나 최병훈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디테일의 중요성을 아는 편집자였다.

“트하!”

이내 화면이 전환되며 이경복이 밝게 인사했다.

-퍼하! 퍼하!

-(퍼하콘)(퍼하콘)

-후배 엘붕이가 엘든제일검을 뵙습니다!

-아 ㅋㅋㅋ 한국제일검이라니깐?

-여기서도 무협컨셉 잡냐곸ㅋㅋ

순식간에 올라오는 채팅들.

그와 더불어 기다렸다는 듯 후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서역인도인정’님이 ‘3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영미권도 인정한 엘든제일검의 방송! 꿀맛!]

[‘60만원은없고’님이 ‘6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퍼튜브 채널 60만 돌파 추카추!]

[‘풀방송도꿀잼’님이 ‘2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분점 20만 넘어서 기념 선물 드림 ㅎㅎ]

많은 관심이 몰렸던 결투가 끝난 직후 퍼튜브 채널의 성장도 탄력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그 사실을 축하하며 후원을 쏟아부었다.

“아, 축하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어 메타게이머와 이클립스, 그리고 몰래 온 손님이었던 뉴턴좌에게도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이럴 때는 또 참 겸손하단 말이지 ㅋㅋㅋ

-그 와중에 뉴턴좌 낀 거 무엇?

-아 ㅋㅋ 사실상 뉴턴좌가 큰손이라굿!

-ㄹㅇㅋㅋ 후원 랭킹으로 따지면 뉴턴좌가 1등이지

-큐다리 뭐 하냐구! 이대로 1등자리 놓칠 거냐구웃!

-가만히 있던 큐다리 의문의 패배자행ㅋㅋㅋㅋ

이경복은 채팅창을 보며 웃음 지었다. 후원과 감사를 마친 그는 박수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 오늘은 이제 남은 엘든소울의 스토리를 진행하겠습니다.”

그가 막 게임을 하기 위해 후원을 막으려던 차.

[‘한국좋아요’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새로 왔습니다. 이전 방송 못 봤어요. 설명 조금 부탁해요.]

간발의 차이로 후원 메시지 하나가 떴다.

-않이 ㅋㅋㅋ 유입이면 퍼튜브를 보고 와야지

-후원으로 핑프질? 이건 딱 봐도 트롤인데 ㅋㅋㅋ

-걍 무시 ㄱㄱ

-ㄹㅇㅋㅋ 관종에게는 무시가 답임

-유료 밴 각이누 ㅋㅋㅋ

-그것도 겨우 만원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이경복 역시 이런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이어지는 후원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한국좋아요’님이 ‘1,000$’를 후원하셨습니다.]

이경복은 눈을 껌뻑였다.

‘달러라고?’

금액 표기가 ‘원’이 아니라 ‘$’로 되어 있었다. 혹시 오류인 걸까 싶었지만.

[죄송합니다. 한국 돈 환전 다 썼어요. 저는 미국인. 한국어 조금만 해요. 한국 친구 도와줘 했다. 6시간 통역은 불가능이었다.]

그 아래에 달린 후원메시지를 보니 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이건 짧게 설명만 해 드리고 갈게요.”

-앗… 아아……

-말을 잇지 못하는……

-조금 전 욕한 트수들 싹 다 박아!

-무친ㅋㅋㅋㅋ 풀영상으로 보려고 했누 ㅋㅋㅋㅋㅋ

-통역 6시간은 선 넘긴 했지 ㅋㅋㅋㅋ

-헐 1000원이 아니라 달러네? 그럼 지금 얼마임?

-대충 14만 원 정도 함 ㅎㄷㄷ

-이러면 킹정이지

시청자들의 분위기도 일변했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게임 할 거라 두 번 말 안 해요. 집중하세요.”

이경복은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이전 스토리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묘지기 상대하면서 기사라는 거 알게 됐고, 각성시켜서 온전한 소울 얻었죠. 그걸로 흐릿한 마녀랑 거래해서 마녀 주술 해금했습니다. 부가적으로 원령골렘까지 잡아서 마녀랑 동행. 수도에서는 기사단이랑 동맹 맺고 교회로 갈 예정입니다.”

-말로 설명하니 왜케 쉬워보임?

-그 과정이 안 간단하자너 ㅋㅋㅋ

-ㄹㅇㅋㅋ 탈인간급 퍼포먼스가 메인인데

-근데 그건 영상만 봐도 되긴 하니까 ㅋㅋㅋ

-요약설명도 퍼펙트 해버렸다

요점만 짚어 준 설명에 시청자도 후원한 사람도 만족했다.

[‘한국좋아요’님이 ‘500$’를 후원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이해했다. 열심히 한국어 공부! 나중에 드립? 하고 싶어요. 사랑해요!]

-캬 ㅋㅋㅋㅋ 갓플 진짜 글로벌 스트리머 다 됐누

-제발 지구인이라면 퍼튜브 구독합시다!

-무친ㅋㅋㅋㅋ 한국인이 지구인 됐누

-아 ㅋㅋ 나중에는 은하계 될 듯

-기껏 한국어 배워서 왜 드립 칠 생각이냐구웃!

-트수 지망 외국인? 어질어질하누 ㅋㅋㅋ

이경복은 그 반응에 웃으며 답했다.

“방송 봐 주신다면 국적이야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아, 근데 제가 영어는 잘 못 하거든요. 혹시 방송 보시는 다른 외국인분들 계시면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셔야 할 거예요.”

-엌ㅋㅋㅋ 본인이 공부할 생각은 없는 거냐구!

-아 근데 이게 맞지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아쉬운 사람이 배워야지

-한국인으로 태어난 나? 오히려 좋아

-이 방송에서만큼은 헬조선이 아니라 갓조선이니라

-세종대왕님도 기뻐서 구독하실 듯

-세계 인구 절반 손해봤어엇!

-퍼청자들ㅋㅋㅋ미쳐 날뛰눜ㅋㅋㅋㅋ

채팅창의 격한 반응에 이경복은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자, 그럼 진짜 게임 시작합니다!”

곧바로 전환된 배경.

엘든 소울의 로고가 지나가며 장소가 바뀌었다. 이전 방송을 끝마쳤던 기사단의 병영.

“그럼 교회로 가죠.”

기사단장, 블론도의 부탁대로 기사정교회의 성옥을 얻어야 했다.

* * *

이경복은 다시금 폐허가 된 마을을 지나왔다. 기사단으로 가는 길 반대편에는 높다란 대성당이 위치해 있었다.

특이하게도 대성당을 중심으로 커다란 돔 형태의 반투명한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보호막이네요.”

이경복의 멘트에 채팅창이 바로 반응했다.

-ㅇㅇ 맞음요

-기사단이랑 달리 정교회는 무력이 약해서 숨어있는 듯

-아 어디까지가 스포인지 모르니까 뭔 말을 못 하겠네 ㅋㅋㅋ

-그럼 그냥 보기나 하라굿!

-괜히 밴 당해서 방송 놓치면 후회함ㅋㅋㅋㅋ

시청자의 숫자는 많았지만 스토리에 관련된 언급은 적었다. 방향도 명확해졌기에 이경복은 주저 없이 걸음을 재촉했다.

“저기가 기사정교회의 성역이에요.”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어깨 위에 앉은 마녀가 속삭였다. 그렇구나 싶었는데 이경복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망자들인가?’

육감에 잡히는 위협과 질척한 불쾌감, 멀지 않은 곳에 적이 있었다.

그 예상이 옳다는 듯 몇 걸음이 채 지나지 않아 몸의 통제권이 사라졌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네요.”

“이상하다니?”

“정교회의 성녀는 권능에 능숙하죠. 하지만 저 성역의 크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능력을 뛰어넘었어요.”

마녀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니 눈나 너무 커여운 거 아니냐구!

-ㄹㅇㅋㅋ DLC로 팔아도 바로 산다 ㅋㅋㅋ

-아 ㅋㅋ 프롬 장사 못하네. 바로 공개하고 굿즈로 팔 생각을 해야지!

-눈나의 해설과 함께하는 엘든 소울 넘모 부럽고

-와 ㅋㅋㅋ 이걸 여기서 알려주누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 감상은 무척이나 짧았다.

“가 보면 알게 되겠지.”

주인공이 대답한 순간.

“끄어어억……!”

“이 천벌 받을…… 크악!”

“아, 안 돼!”

곧바로 비명과 쇳소리가 들려왔다. 주인공은 다급히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향했다.

그곳은 보호막의 경계였다.

“반역자에게는… 죽음뿐이다……!”

“길을 열어라!”

피칠갑이 된 기사들이 사제들을 학살하고 제각기 무기로 보호막을 파괴하려 하고 있었다.

-뭐임? 기사단 놈들임?

-이게 뭔;;; 개깡패들 아님?

-아 이건 기존 루트랑 똑같누

-이거 때문에 기사단 동맹했다기에 겁나 놀람 ㅋㅋㅋㅋ

-ㄹㅇㅋㅋ 진짜 기사단 동맹루트는 왜 있는 거지?

시청자들은 의아함을 숨기지 않았다. 주인공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들이 왜……?”

원래는 거기서 끝났어야 할 컷신.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부서진 자여, 저들의 영혼은 이미 오염됐어요.”

“오염이라니?”

“동료들의 죽음, 미래에 대한 불안함, 억눌린 욕망…… 이유는 다양할 거예요. 마모된 정신을 붙잡기 위해 사명에 매달렸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를 부른 거죠.”

마녀의 목소리가 깊이 가라앉았다. 숨길 수 없는 슬픔이 그 안에서 묻어 나왔다.

“사명에 대한 집념이…… 그들을 타락시킨 거예요.”

마녀의 설명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헐? 뭐임?

-그럼 기사단이랑 다른 건가?

-저 기사들은 망자라는 뜻?

-않이;;; 여기서 드리프트를 꺾누

반면 이경복은 그 설명에 저 기사들에게서 느껴지는 불쾌감의 원인을 이해했다.

그 사이 컷신은 계속 진행됐다.

“모든 것은… 왕국의 수호를 위해……!”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

기사들은 사제들의 시체를 헤집어 소울을 흡수했다. 가려진 투구 속에서 형형한 안광이 뒤룩뒤룩 굴렀다. 이윽고 그 안광이 주인공 쪽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반역자다!”

포효와도 같은 외침에 타락기사들의 얼굴이 일제히 돌아갔다.

그와 함께 돌아온 통제권. 곧바로 전투로 돌입이었다.

-타락기사 쉑들 감히 누구한테 눈을 부라리누 ㅋㅋㅋㅋ

-아 ㅋㅋ 엘든제일검 앞에서 어딜 ㅋㅋㅋ

-ㄹㅇㅋㅋ 검으로 바로 순삭이지

-퍼펙트류 검술, 쬐금만 맛보아라!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이클립스를 상대로도 우월한 실력을 뽐냈는데 이런 적들을 상대로 곤란을 겪을 이유가 없었다.

분명 그렇긴 했는데.

-근데 갓플 장비는 동강난 장검 아님?

-어?

-헐ㅋㅋ 맞네ㅋㅋㅋ

-그래도 검은 검 아님?

-않이;;; 단검이랑 검이랑은 좀 다르지

-엘든제일검에게 검이 없다?

-아! 이거 결투가 아니지!

시청자들은 곧바로 문제를 깨달았다. 결투에서야 장비가 지급되었지만 스토리 진행은 아니었다.

이경복이 꺼낸 무기는 기본으로 지급되는 동강난 장검이었다.

채팅창에는 불안함이 싹텄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음, 저게 좋겠네요.”

이경복은 달려드는 기사들을 빠르게 훑어보고는 한 놈을 지목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차오르기 시작한 순간, 그도 바닥을 박차고 돌진했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이경복과 맞붙은 타락기사는 매섭게 검을 내질렀다.

“이건 뭐…….”

정작 이경복은 심드렁한 어투로 공격을 받아냈다.

이클립스에 비하면 하품이 나올 정도로 형편없는 검격. 그는 따로 집중력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능수능란하게 검을 받아냈다.

“크윽!”

타락기사의 신음과 함께 손아귀에서 검이 튕겨 나갔다. 이경복은 가뿐하게 투구의 틈을 비집고 검을 찔러 넣었다.

-캬! 역시 엘든제일검!

-아 ㅋㅋㅋ 동강난 장검도 검이라구!

-와씨 ㅋㅋ 단검으로 저걸?

-클라스 어디 안 가쥬?

-갓플에게 걱정은 뭐다?

-긴장감 넘치는 엘든 업계에 느슨함을 주는 갓플

-뭔 소리냐곸ㅋㅋㅋㅋ

채팅창은 감탄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장면에 감탄은 다시 물음표로 바뀌었다.

허공으로 튕겨 나간 타락기사의 검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것은 측면을 노리고 달려든 타락기사의 앞을 막았다.

-???????

-뭐야?

-헐?

-버그임? 왜 검 혼자 움직임?

-무친ㅋㅋㅋㅋ 설맠ㅋㅋㅋㅋㅋ

그냥 앞만 막아선 것도 아니었다. 검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타락검사의 검격을 받아쳐 냈다.

이경복은 죽은 타락기사를 걷어차며 코끝을 찡그렸다.

“음, 역시 주술로는 힘을 싣는 데 한계가 있네요.”

그 말에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와앀ㅋㅋㅋㅋ 용줄기로 검을 조종한 거?

-그냥 낚아챈 것도 아니고 검술을?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이게 그 어검술인가 그거냐?

-엘든소울은… 정통 무협이다…!

-무친ㅋㅋㅋ 드립이 아니라 진짜 무협이네ㅋㅋ

-어질어질하눜ㅋㅋㅋㅋㅋㅋㅋ

-퍼플… 그가 바로 천마다!

이경복은 시청자 반응에 실소를 흘리며 검을 회수했다. 그리고 가볍게 검을 고쳐 쥐며 타락기사들을 노려보았다.

“어검술? 아무튼 이건 능력치를 더 올린 뒤에 해 볼게요.”

그 말과 함께 붉게 달아오른 검.

이경복은 주저 없이 타락기사들 사이로 쇄도했다. 붉은 궤적이 유려한 선을 그리며 타락기사들을 관통하기 시작했다.

놈들 역시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저항은 그의 검술 앞에서는 너무나 미약했다. 단 1합만에 검을 놓치거나 붙잡고 있어도 이미 붉은 선이 그어졌다.

모든 타락기사들이 쓰러지기까지는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경복은 마지막 타락기사를 쓰러뜨린 후 가볍게 숨을 뱉으며 납검했다.

-와 ㄹㅇ 지렸다

-진심 미쳤닼ㅋㅋㅋㅋㅋㅋ

-무친ㅋㅋㅋ 기사 12명 처리하는데 3분도 안 걸리누

-아 ㅋㅋ 이러면 라면 타이머로 못 쓰잖슴!

-이것이야말로 천마군림보!

-천마 펀치! 천마 펀치! 천마 펀치! 천마 펀치!

시청자들의 환호가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이경복은 옅은 실소를 흘렸다.

‘음?’

그의 육감 안에 다른 느낌이 감지됐다.

‘적은 아닌 모양인데.’

다행히 위협은 아니었다. 그가 눈을 돌리자 보호막 안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사, 살았어……?”

“기사들이 죽었다……!”

“구세주가 오셨다!”

“아아! 감사, 감사합니다!”

초췌한 얼굴의 시민들이 이경복을 향해 넙죽 절을 했다. 이게 대체 뭔가 싶었는데.

-헐 ㅋㅋㅋㅋㅋㅋㅋㅋ

-왘ㅋㅋㅋ 이것도 연출이 다르네

-진짜 갓플 방송은 독보적임ㅋㅋㅋ

-다른 방송에서는 못 보는 게 계속 나오누 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갓플 어리둥절한 거 커엽 ㅋㅋㅋㅋㅋ

-정보) 원래는 타락기사가 보호막 뚫고 주민들 죽임. 이번 전투는 일종의 타임어택!

-스피드왜건추

-이거 이클립스도 다 구하진 못했는데 대박이누

시청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설명을 붙여 주었다.

본래 이번 전투에서는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 타락기사들이 성역에 진입, 희생자가 발생했었다. 하지만 이경복은 순식간에 다 처리를 해 버렸으니 전혀 다른 연출이 나온 것이다.

“부서진 자여, 당신의 대처에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어요.”

그때 어깨에서 들려온 목소리.

마녀 골렘이 미소와 함께 그를 올려보고 있었다.

“어쩌면, 저들의 말처럼 당신은 구세주일지도 모르겠어요.”

그와 함께 마녀 골렘이 살포시 머리를 기대어 왔다. 그 행동에 채팅창은 다시금 불이 붙었다.

-미니 눈나ㅏㅏㅏ 나주거ㅓㅓㅓ

-이게… 제일검의 삶?

-ㅁㅇㅁㅇ 분위기 ㅁㅇ

-나도! 나도 미니 눈나 골렘 줘!

-대신 커여운 원령골렘 드렸습니다^^

-갓플 방송은 마녀 눈나만으로 그 값어치를 한다 이말이야

이경복이 보기에도 마녀 골렘은 귀엽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감상만 할 수는 없었다.

우웅하는 울림과 함께 보호막이 좌우로 벌어졌다. 그 의미는 명백했다.

-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들어가는 연출도 다르네 ㅋㅋㅋ

-ㄹㅇㅋㅋ 원래는 좀 구질구질하게 찢어진 틈으로 들어갔는데

-군자대로행이란 말 모름?

-아 ㅋㅋ 엘든제일검이 어디 모양 빠지게 틈 비집고 가겠냐고

원래는 타락기사가 찢어 둔 보호막의 틈으로 진입해야 했지만 이번에도 상황이 달랐다. 멀쩡한 보호막을 찢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대신 준비한 연출이 분명했다.

이경복은 담담히 그가 처리한 기사들을 훑으며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데 얼떨떨하네요. 그냥 장비 파밍용 잡몹인 줄 알았는데.”

-ㅔ?

-키따!!!!!!!!

-아 ㅋㅋ 기만브레스가 빠지면 섭하지

-킁킁, 순도 100% 진품이 맞군

-기만감별사 뭔뎈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 어처구니가 없는데 갓플한테는 맞말이라 2차로 어처구니가 없음

-더블 어처구니 뭐냐고 ㅋㅋㅋㅋ

채팅창은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도 따라 미소 짓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럼 성녀를 만나러 가 보죠.”

그는 당당하게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성역으로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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