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79화 (79/491)

79화 - 설산 비룡 토벌 (4)

설산비룡의 패배.

고장 난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것처럼 멈춰 있었던 것 같은 채팅창은 이내 제자리를 찾았다.

-헐?

-뭐? 뭐가 어케 된 거임?

-일격에 비룡이 죽어?

-이게 말이 됨?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용숨결 주술로 컨트롤 한 거지? 맞지?

-역시 엘든제일검……! 삼매진화의 경지까지!

-삼매진화 ㅇㅈㄹㅋㅋㅋㅋ

-퍼집중! 퍼집중! 퍼집중! 퍼집중!

-집중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사람 ㅇㄷ? 집중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사람 ㅇㄷ?

-독하다 독해 ㅋㅋ 이래도 갓플을 안 믿어?

-[퍼멘][퍼렐루야]

-미친ㅋㅋㅋ 상성도 씹어먹네

-팩트) 퍼펙트류 검술은 모든 적에게 유리하다

-팩트춬ㅋㅋㅋㅋ

채팅창은 열광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옅은 미소와 함께 검을 갈무리했다.

“아, 컷신 바로 들어가네요.”

통제권이 사라지며 주인공이 비룡의 시신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빛무리가 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설산비룡의 소울’을 획득했다.]

소울을 획득했다는 메시지.

이윽고 어깨 위에 있던 마녀 골렘이 폴짝 뛰어내려 시체로 다가갔다.

그녀는 끙끙거리며 비늘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이내 힘에 부친 듯 고개를 흔들었다.

“으으…… 이 몸으로는 안 되겠네요.”

“뭐 하는 거지?”

“용비늘은 귀중한 재료로 취급돼요. 챙겨 가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일련의 상황에 채팅창은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엌ㅋㅋㅋ 미니 눈나가 챙겨주네

-치명적인 미니 눈나의 커여움……!

-원래는 그냥 알아서 가져가는 건디 ㅋㅋㅋ

-눈나가 챙겨주니까 느낌이 확 다르누

-나도 챙겨줘 눈나ㅏㅏㅏㅏㅏ

-넘모 부럽고 ㅠㅠ

그 사이 주인공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주섬주섬 비늘을 챙겼다. 이윽고 시야가 깜빡이며 전환됐다.

[특수소재 ‘용비늘’을 획득했다.]

이경복은 메시지를 읽고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특수소재?”

-제작재료임!

-나중에 기사단 대장간 가면 장비 만들어 쓸 수 있음요

-용비늘이 좋긴 하지 ㅋㅋㅋ

-스탯도 스탯인데 내구도가 지림

시청자들의 즉답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게 점괘에서 말한 대길인가? 그런 것치고는 좀 모자란 느낌인데.’

이경복이 의아해하는 사이 컷신 속 주인공은 비룡의 레어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여기에도 다른 보상이 있을지도 몰랐다.

“아…… 뭐 없네요.”

하지만 안쪽에는 웬 갑옷을 입은 시체들만 가득했다.

-다른 판타지 게임처럼 레어에 보물이라도 있는 줄 알았음?

-대신 비룡의 시체 콜렉션을 드리겠습니다^^

-갓플 반응 커엽누 ㅋㅋㅋ

-늅늅이들 항상 기대하는 파트쥬? ㅋㅋㅋ

-그래도 설산비룡 잡을 정도면 뉴비는 아니지 ㅋㅋㅋ

-뉴비(썩은물)

이경복이 실망을 감추지 않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주의는 다시 컷신으로 돌아갔다.

“이건……?”

마녀가 내려와 시체의 갑옷을 살폈다. 마녀의 존재로 기존과는 다른 컷신이 분명했다.

그녀는 녹슨 갑옷에 희미하게 남은 문양을 가리켰다.

“이 사람들…… 비룡기사단이에요.”

“비룡기사단?”

“네. 어릴 적부터 새끼 비룡과 짝을 지어 유대를 맺어 온 기사들인데…….”

마녀가 말끝을 흐렸다.

그 사이 채팅창은 새로운 내용에 다시금 의문이 가득해졌다.

-비룡기사단? 그거 엘든 킹덤에 나오는 애들 아님?

-ㅇㅇ 맞음요

-협동컨텐츠때 도와준 NPC들인디

-갑자기 걔네들이 왜 나오누

-또 스토리 떡밥인가!

-프롬뇌 과열된다굿!

“비룡기사단은 해체된 지 오래에요.”

“해체?”

“네…… 비룡이 주인인 기사들을 해하는 사고가 일어났었죠.”

마녀가 씁쓸해하는 와중이었다. 주인공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이윽고 시체 틈바구니를 비집은 그의 손은 뭔가를 끄집어냈다.

“이건……?”

먼지와 피로 얼룩져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성옥이 왜 여기에?”

푸른 보주, ‘성옥’.

성녀 소피아가 약속했던 물건이었다.

-헐?

-저게 왜 나옴?

-엥? 원래 루트에는 저런 거 없었는데

-뭔가, 뭔가가 일어나고 있음

시청자들은 대경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집중했다. 기존과는 다른 컷신이니 다른 전개가 이어질 터였다.

“원래 성옥이 여러 개인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성옥이라뇨?”

마녀의 목소리에 당혹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이건 성옥이 아니에요. 성옥은 파란색이 아니라 금빛을 띠고 있어요.”

그 말에 이경복은 왜 성옥에 신기가 반응하지 않았는지 알아차렸다.

‘가짜였다는 건가.’

소피아가 보답으로 보여 주었던 성옥은 가짜였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주인공은 마치 시청자들의 표정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채팅창 역시 충격으로 가득해졌다.

-???????????

-성옥이 가짜였다고?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경고 1회)>

-아씨 이거 스포구나 ㅋㅋㅋ

-와… 그래서……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경고 1회)>

-엘붕이들 스포 그마내!

-착한 엘붕이들은 ㄹㅇㅋㅋ만 치라구

충격적인 소식이었지만 아직 컷신이 끝난 건 아니었다.

가짜 성옥을 뺀 탓이었는지 일부 시체들이 스르륵 미끄러졌다. 그와 함께 마녀가 다급히 안에 깔려 있던 시신으로 향했다.

“부서진 자여! 이 기사에게는 아직 소울이 남아 있어요!”

아직 빛무리가 어려 있는 시신 하나가 드러난 것이다. 마녀는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 소울을 취하면 당신은 더 강한 존재가 되겠죠. 하지만 제 주술을 이용하면 소울이 흩어지겠지만, 조금이나마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당신은 어떻게 하길 바라나요?”

[‘비룡기사의 소울’을 획득한다.]

[마녀의 주술 사용을 허락한다.]

그 물음과 함께 2개의 선택지가 나타났다. 채팅창은 곧바로 폭발하듯 올라왔다.

-이건 무적권 닥후지!

-ㄹㅇㅋㅋ 새로운 루트인데 스토리 봐야지

-22222222222

-콩콩콩콩콩콩콩콩콩콩콩

-외쳐 EE!

-마녀 눈나 하고 싶은 거 다 해!

-주술 사용할 때까지 숨참습니다 흡!

의외로 의견은 거의 갈리지 않았다. 대부분이 2번을 원하는 상황.

마침 이경복도 이야기가 궁금하던 차였기에 선택하려는 찰나였다.

[‘엘붕아힘을모아줘’님이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조건 – 주술 사용 선택지 고르기]

[성공 – 50,000원]

누군가 제안한 퀘스트에 분위기가 일변했다.

-우회 후원 뭔데 ㅋㅋㅋㅋ

-후원에 부탁까지? 이건 못참지 ㅋㅋ

-아 ㅋㅋ 당장 참여 간다

-지금이 자본주의의 파동에 눈을 뜰 때다!

[‘미니눈나커여워’님이 퀘스트 보상금을 추가합니다.]

[‘콩라인은킹정’님이 퀘스트 보상금을 추가합니다.]

[‘지금안보면못봐’님이 퀘스트 보상금을 추가합니다.]

수없이 떠오르는 알림 메시지와 급증하기 시작하는 보상금.

‘원래 고르려고 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네.’

이경복은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흥분과 광기가 가라앉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성공 – 3,970,000원]

선택지 하나에 무려 4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모금되었다.

“아, 퀘스트 제안 감사드립니다. 실질적으로 퀘스트라기보다는 부탁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요.”

-부탁이 아니라 이정도면 청탁임 ㅋㅋㅋ

-ㄹㅇㅋㅋ 뇌물이 따로 없자너

-엘붕이들 화력 보소 ㅋㅋㅋ

-손가락 하나로 400만원을 버는 스머가 있다?!

-근데 그게 황금손임 ㅋㅋㅋ

이경복은 채팅을 보며 옅은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까지 해 주셨는데 응당 2번을 선택해야겠죠.”

그는 가볍게 선택지를 고르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당장은 더 강해질 필요가 없기도 하고.”

-아씨 ㅋㅋㅋㅋ 퍼기만 ON!

-여기서 기만 브레스를?!

-핫하! 방심했구나 퍼청자야!

-기만 크리 뭔데!

-400만원을 받고 기만해주는 스머가 이따!?

-비룡 화염숨결 보다 뎀지 쎄누 ㅋㅋㅋㅋ

-ㄹㅇㅋㅋ 갓플은 한 마디로 1만명 넘게 쓰러뜨려 버리자너

그리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이경복은 선택을 완료했다.

마녀가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역시 당신은 다르네요. 저도 실망시키지 않겠어요.”

그와 함께 마녀의 몸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빛줄기가 뻗어져 나왔다. 그것들은 비룡기사의 소울을 휘감았다.

마치 뒤얽힌 실타래를 풀 듯 비룡기사의 소울이 흩어졌다. 그러나 이윽고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듯 빛의 실들이 촘촘히 뭉쳐 남성의 형태를 구축했다.

“뭐… 뭐가 어떻게…….”

이윽고 소울이 목소리를 냈다. 주술이 성공한 게 분명했다.

“여긴 대체? 당신들은 누구요? 괴물들은? 비룡들은 어떻게 된 거요?”

“더 이상 괴물은 없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지?”

주인공의 물음에 비룡기사는 안도하면서도 침통해했다.

“우리, 우리는…… 정교회의 청으로 설산의 괴물을 토벌하러 왔소. 성녀께서는 우리의 안전을 바라며 성옥을 내주었지. 만약 위급한 상황이 오면 엘든나이츠가 우리를 지켜 줄 것이라며…….”

그의 목소리는 이내 격정적으로 돌변했다.

“아아……! 하지만 가호는 없었소! 오히려 그것은 함정이었지!”

“함정?”

“성옥, 그 성옥이 분명했소! 갑자기 비룡들이 흉폭해졌고 내 전우들, 전우들은……!”

비룡기사의 형체가 노이즈가 낀 것처럼 흐트러졌다. 마녀가 짧게 신음을 흘리며 다시금 손을 움직였다.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기사여,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아, 아아…… 모두, 모두 죽었소. 오직 나와 내 비룡만이 목숨을 부지했소. 하지만 나도…….”

비룡기사는 그리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인공을 올려보았다.

“……그래, 그렇게 된 거였군. 본인도 이미 죽은 것이구려.”

주인공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는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그대들이 내 유해를 지켜 준 것이오? 망자나 괴물들에게 소울이 훼손당하지 않도록?”

“아니, 그건 아마도…….”

마녀는 말끝을 흐렸다.

시청자들은 그 대화만으로 상황파악을 끝냈다.

-헐……?

-설마?

-와… 이게 이렇게?

-말을 잊지 못하는……

“설산비룡은 주인을 계속 지키고 있었다는 거네요.”

이경복의 멘트에 채팅창은 우는 이모티콘으로 가득해졌다.

“이곳을 지키던 비룡은 죽었다. 내가 죽였지.”

주인공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일순간 기사의 영혼이 흔들렸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고맙소.”

그는 분노하지 않았다. 대신 감사를 표했다.

“주인을 잃은 비룡은 언젠가 사람들을 노렸을 것이오. 괴물이 되기 전에 안식을 찾아 주었음에 대신 감사드리겠소.”

비룡기사의 영혼이 가슴께에 손을 올려 예를 취했다.

“이만 나도 전우들 곁으로 돌아가야겠소. 그리고 그곳에는 나의 형제도 있겠지. 이름 모를 기사여, 그대의 은혜에 깊은 감사를 드리오.”

그 말과 함께 빛무리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마녀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비룡기사는 같이 자라온 새끼 비룡을 형제라고 불러요. 부디 그들이 함께하기를…….”

그녀의 목소리에 슬픔이 묻어나왔다.

-허미… 교회가 뒤통수친 거 였누

-이거 괘씸하그등요?

-이래서 기사단 동맹 루트인건가

-눈나 울지마!

-ㄱㅊ 골렘이라 눈물은 안 나옴

-과몰입 방지턱 딴딴하누 ㅋㅋㅋ

시청자들이 제각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컷신이 끝난 건 아니었다.

“성녀님이 비룡기사단을……?”

마녀는 도통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반면 주인공은 냉철했다.

“대성당에서 그녀가 내게 보여 준 성옥도 이와 같은 것이었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야.”

진짜가 아닌 가짜를 내어 주려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된 상황이었다.

마녀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소피아 할머니는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와 함께 분위기가 일변했다.

“……할머니라고?”

-??????

-뭐임?

-교회눈나가 왜 할머니?

-뭐지? 무엇을 또 암시하는 것이지?

-갑자기 급커브 뭔데!

주인공도 시청자들도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지? 성녀 소피아는 젊은 여성인데.”

“네……?”

마녀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어요.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내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당신이 만난 사람은 성녀가 아닐 거예요.”

성옥만이 가짜가 아니었다.

그걸 건넨 성녀도 진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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