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 만억조경해
가짜 성녀.
새로이 주어진 키워드는 채팅창에 불을 붙이는 점화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교회 눈나가 가짜라고?
-않이;;; 원래 그렇게 비중 큰 캐릭터도 아니었는디
-갓직히 걍 성옥 셔틀 아니었음?
-셔틀 ㅋㅋㅋ 너어는 진짜 나빴눜ㅋㅋㅋ
-진짜 소피아는 할머니? 이게 맞아?
-그냥 교회눈나가 진짜였으면 ㅠ
-<관리 봇이 삭제한 메시지입니다. (경고 2회)>
-아씨 이것도 스포네
-이제 좀 떡밥이 맞춰지누
-아 ㅋㅋㅋ 엘붕이들 스포 좀 그만 하라고
-그러다가 밴 당하면 알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하지만 의문점은 하나가 아니었다.
-근데 마녀는 뭔데 저걸 다 알고 있음?
-내 말잌ㅋㅋㅋ 대체 무냐고!
-그냥 커여운 누나가 아니었던 것인가……
-피폐해진 엘붕이의 활력소 아님?
-고것도 맞지 ㅋㅋㅋ
-이건 무적권 스포라서 말 못함
-ㄹㅇㅋㅋ 마녀 정체는 얘기 안 하지
-엘붕이들 스포 검지검지~
-그냥 보면 알게 됨!
이 사실을 전부 알고 있는 마녀의 정체. 엘든소울 유경험자와 미경험자들은 각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컷신 속 주인공은 후자였다.
“당신은 어떻게 진짜 성녀에 대해 알고 있지?”
그 물음에 마녀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비밀이라는 건가.”
“아뇨, 저도 말할 수만 있다면 말해 주고 싶어요. 하지만 이건…… 제게 새겨진 ‘추방자’ 낙인의 금제 때문이에요.”
“금제?”
“네…… 하지만 당신을 속일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부서진 자여, 저를 믿어 주세요.”
마녀는 짐짓 울상이 되어 주인공을 올려 보았다.
-아ㅋㅋㅋ 이러면 믿지! 믿을 수밖에 없지
-이거 보고 의심한다? 사람이 아님 ㅋㅋㅋ
-난 무적권 미니 눈나 편임!
-역시 커여움은 최강의 무기다
-아무리 봐도 흑막하기에는 너무 커엽다 이말이야
이경복은 순식간에 믿음을 보이는 채팅창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확실히 마녀가 거짓말할 이유는 없어 보여요. 성녀가 가짜라고 거짓말해서 마녀한테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음!(안함)
-빛플 공인 마녀 갓캐 땅땅!
-아무튼 퍼펙트한 선택임!
-ㄹㅇㅋㅋ 마녀 눈나만 믿고 가즈아!
이경복이 힘을 실어 주자 채팅창은 더욱 활기가 넘쳤다.
그 사이 컷신 속 주인공은 마녀를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 성녀가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야.”
“믿어 줘서 고마워요…….”
“아니, 당신이나 비룡기사의 말을 전부 믿는 건 아니다. 말했듯 나는 내가 본 것만을 믿지.”
주인공은 마녀를 향해 손을 펼쳤다. 잠시 주저하던 마녀는 그 손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확실한 건 내가 만난 성녀는 내게 가짜 성옥을 주려 했다는 사실이다. 그것만으로 경계할 이유는 충분해.”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부탁대로 비룡은 처리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기는 꺼림칙하지.”
“그렇다면 블론도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건 어때요?”
그녀의 말에 주인공이 시선을 돌렸다.
“기사단장을?”
“네. 그 가짜 성녀의 목적이 무엇이든, 자칫하면 성역의 주민들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 블론도라면 그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적의 적은 아군이 될 수 있지.”
주인공은 그 생각에 동의하며 레어를 나섰다. 그와 함께 컷신이 끝났다.
-기사단 동맹루트 확실하고 ㅋㅋㅋ
-기사단 끌고 가면 든든허겠누 ㅋㅋㅋㅋ
-킹직히 혼자 가도 다 썰어버릴 것 같긴 함
-고건 갓플 한정이라굿!
-기사단에게 도움요청(필요없음)
-아 ㅋㅋ 스토리상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쥬?
-이게 그 문학적 허용인가 그거냐?
-마침 무기 제작도 해야 되는데 잘 됐누
-ㄹㅇㅋㅋ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자 이말이야
-용비늘 무기가 만들어져버렷!
시청자들 말에 이경복도 공감했다.
“확실히 다음에는 무기가 깨질 수도 있겠네요. 새 무기 구하는 것도 번거로울 텐데 이참에 제작까지 하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는 그리 말하며 레어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가 가는 방향은 산길 쪽이 아니었다.
-님?
-어디 가는 거?
-거기 내려가는 길 아닌데?
-아 ㅋㅋㅋ 설마 아니지?
이경복은 물음표를 그리는 채팅창에 어깨를 으쓱였다.
“기사단 가는 거잖아요? 여기가 가장 빠른 길이에요.”
그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길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대신 까마득한 산비탈만이 보였다.
-않이;; 그건 애당초 길이 아니잖슴!
-올라가는 거야 그나마 이해하는데 내려갈 때도 그렇게 가겠다고?
-계단 놔두고 빠르다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거 아님?
-무친ㅋㅋㅋㅋㅋㅋㅋ 비유보소
-근데 그걸 하는 사람이 갓플이라면?
-아 그러면 지름길이 맞지 ㅋㅋ
-갓플?(끄덕끄덕)
-엘든제일검 정도면 경공이야 우습지
-ㄹㅇㅋㅋ 허공답보 모르냐고
-천마군림보를 시전할 셈인가!
-엘붕이들 무협 드립이 마르질 않누 ㅋㅋㅋ
이경복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럼 돌아가죠!”
그는 자신 있게 말하고는 산비탈로 몸을 던졌다.
* * *
기사단 본영.
이경복은 단장실에서 다시 블론도를 마주하고 있었다.
“소피아가…… 기사들을 속였다는 건가?”
“이게 그 시신들과 같이 있었지.”
주인공은 가짜 성옥을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블론도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비룡기사단은 처음부터 정교회의 눈엣가시였네. 사제들은 어찌 괴물들과 인간이 손을 잡을 수 있냐며 극구 반대했지. 하지만 우리 기사단은, 나는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블론도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비룡이 기사들을 공격했을 때, 나는 그들의 죽음에 책임을 통감했지. 그런데 그게 정교회가, 성녀가 뒤에서 손을 쓴 거라고?”
“당신이 아는 성녀는 어떤 인물이지? 젊은 여성이 아니었나?”
“젊은 여성? 아니,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네. 성녀는 언제나 베일로 외면을 감추었어. 하지만 그 목소리는…… 노인의 것이었네.”
“그렇군. 그렇다면 역시…….”
시야가 깜빡이듯 암전됐다가 다시 돌아왔다. 블론도는 충격 받은 표정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다.
“아, 사정 설명이 끝났나 보네요.”
이경복의 말대로였다.
블론도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교회가 정체 모를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다? 이건 좌시할 수 없는 일일세. 우리의 사명을 위해서라도 협력을 약속하지.”
“어쩔 셈이지?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필요하다면.”
블론도는 즉답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죄 없는 주민들도 피해를 입을 걸세. 우리를 침략자로 간주하고 오히려 교회의 편을 들 우려도 있어.”
“그렇게 되겠지.”
“그러니 성역 근처에 병력을 주둔시켜 두겠네. 문제가 발생하면 개입하기로 하지. 자네는 자유롭게 성역을 드나들 수 있으니 시기는 일임하겠어.”
“알았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성역으로 향하도록 하지.”
주인공은 승낙과 함께 방을 나섰다. 그와 함께 통제권이 돌아왔다.
-백퍼 문제 생긴다는 떡밥이쥬?
-ㄹㅇㅋㅋ 문제가 없으면 이상한 전개임
-근데 무력차 보면 기사단 압살 아닌가?
-ㄴㄴ 정교회가 주민들 방패로 삼으면 또 모름
-오… 킹능성있다. 주민들 잘못 찔렀다가 바로 타락해서 난전되는 거 아님?
-갓파고 님이 안 잡는 거 보면 아닌갑다 ㅋㅋㅋㅋ
-코난 빙의하다가 밴 당할 수도 있다굿!
-아 그냥 보라고 ㅋㅋㅋ
채팅창은 이어질 전개를 예상하는 내용으로 가득해졌다. 이경복은 마치 들뜬 아이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스포가 문제가 되듯 그런 예측도 방송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법.
“자, 그럼 대장간으로 바로 가 보죠.”
그는 바로 주의를 돌릴 화제를 꺼냈다.
-아 ㅋㅋㅋㅋ 맞다! 용비늘 장비!
-뭐 만드실 거임?
-엘든제일검인데 당연히 검 아님?
-ㄹㅇㅋㅋ 집중 안하냐굿!
-퍼청자도 집중모드 ON 하라구!
-용비늘 검 간지 쩔 듯 ㅋㅋ
-용비늘이 또 검은 색이라 느낌 있지
시청자들은 그 의도에 따라 주의를 돌렸다. 대장간은 본영 건물에서 멀지 않았다.
“오오, 이건 용비늘이 아닌가!? 게다가 이렇게 상태가 좋다니?”
대장장이는 그가 꺼낸 소재를 보자마자 감탄을 토했다.
-단칼에 쓰러뜨렸으니까 당연하지 ㅋㅋㅋㅋ
-아아, 상처 없는 비늘은 처음인가?
-말끔한 용비늘,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와 ㅋㅋㅋ 이거 따로 대사도 있네
-난 개고생해서 갖다 주니까 만들다가 깨져도 책임 안 진다고 ㅈㄹ하던데
-님은 겁나 줘패서 잡았으니까 글치ㅋㅋㅋㅋ
-ㄹㅇㅋㅋ 용비늘 깨지기 직전인 거 갖다준 거 아님?
채팅창을 바라보며 웃던 이경복 앞에 메시지가 불쑥 튀어나왔다.
[직접 장비를 제작한다.]
[대장장이에게 위탁한다.]
“그래, 이거 직접 만들어 볼 텐가? 아니면 내게 맡겨 주겠나?”
이어 한 박자 늦게 돌아온 대장장이의 목소리.
“이거 뭐가 달라요?”
이경복은 제작이 처음이었기에 질문을 던졌다. 시청자들은 곧바로 채팅을 쏟아냈다.
-제작 장비는 ‘품질’ 있음요!
-숙련도랑 운 능력치 필요함
-일단 닥후!
-대장장이는 걍 랜덤임
이경복에게 아는 체할 수 있는 얼마 없는 기회. 시청자들의 조언에 채팅창에 순간 렉이 생길 정도였다.
‘대강 정리하자면…….’
이경복은 채팅에서 나온 정보를 빠르게 갈무리했다.
직접 제작할 경우 ‘숙련도’와 캐릭터의 ‘운’ 능력치가 반영되어 장비의 품질이 결정된다.
-숙련도 0에 주수리면 완전 최악조합임 ㅋㅋㅋ
-이제 와서 숙련작 하기는 좀 그렇잖슴!
-숙련작 그거 개 토나오는데 ㅋㅋㅋ
-ㄹㅇㅋㅋ 그냥 대장장이한테 맡기는 게 가장 좋음
숙련도는 제작 횟수에 따라 상승한다. 이에 플레이어들은 아이템 파밍으로 일반 아이템들을 분해하고 그걸 재료로 제작했다.
소위 ‘숙련작’이라는 작업이었다.
‘확실히 숙련도 높이겠다고 시간 쓰는 건 좀 아깝지.’
이경복은 이번이 처음 제작이었지만 숙련작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주술사 배경은 다른 배경과 달리 운이 최하치로 시작했다.
그러니 높은 품질이 나올 확률은 거의 없었다. 시청자들이 위탁제작을 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갓플 운도 미쳤는데
-ㄹㅇㅋㅋ 바크 할 때 골든 샷건 단번에 뽑는 거 보고 개놀랐잖슴!
-그거 레전드임ㅋㅋㅋㅋㅋ
-퍼튜브에 아직 아나토미 댓글 박제되어 있지 않나?
-엌ㅋㅋㅋ 그거 보고 개쪼갰는데
몇몇 시청자들은 그래도 이경복의 운이면 해 볼 만하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물론 단순한 운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은 그 내막을 몰랐다.
-ㄴㄴ 직접 제작은 그냥 뽑기 아님요
-ㄹㅇㅋㅋ 차라리 가챠면 오히려 낫지
-진짜 갓플 운 쓰려면 맡기는 게 맏따!
-진짜 ㅋㅋ 뽑기에 가까운 건 위탁쪽임 ㅋㅋㅋ
그러나 이경복은 대장장이에게 제작을 맡기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런 느낌도 느껴지지 않아. 아예 시스템에 맡기는 거라서 그런가?’
그의 신기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한 가지만 더 물어보기로 했다.
“혹시 직접 제작했을 때 실패하는 경우도 있나요?”
-ㄴㄴ 특수소재는 실패 없음
-프롬에게 남은 양심 ㅋㅋㅋ
-ㄹㅇㅋㅋ 보스도 개빡센데 제작 실패가 뜬다? 바로 게임 접음ㅋㅋㅋ
-어쨌든 장비가 나오긴 나옴
-아 이거 최하급 뜬다니깐!
-그냥 위탁해줘잉
다행히 장비가 사라지는 경우는 없었다. 이에 이경복은 방긋 웃으며 선택을 마쳤다.
“그럼 한번 만들어 보죠.”
채팅창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대장장이가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자네가 직접? 허…… 초심자가 다루기에는 까다로울 텐데. 뭐, 아무튼 알았네.”
-대장장이 맘 = 내 맘
-않이;;; 이걸 질러버리네
-아 ㅋㅋ 난 모르겠다
-근데 갓플이면 최하급이어도 충분하긴 해
-ㄹㅇㅋㅋ 템빨이 아니라 사람빨인데 뭘
-동강난 장검으로도 검기 써는 양반인데 누굴 걱정함?
-갓플의 운이 또 퍼펙트 해버릴 지도?
-아 ㅋㅋ 그건 무적권 아니지
채팅창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내 상황을 받아들였다.
시야가 깜빡하더니 배경이 뒤바뀌었다.
큼직한 모루와 그 위에 벌겋게 달아오른 검신이 보였다. 어느새 이경복의 손에는 망치가 쥐어져 있었다.
“5번만 내려치면 충분할 거야. 준비가 되면 시작하게나.”
뒤에서 대장장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래서 그냥 뽑기가 아니란 거였음!
-망치질 할 때마다 장비 색이 달라짐요 ㅋㅋㅋㅋ
-이건 파란색 각이다 ㅋㅋㅋ
-파란색이 뭐임?
-최하급이유 ㅋㅋㅋㅋ
-아 ㅋㅋ 그래도 하급은 노려볼 수 있을 듯
-정보) 최하급은 모두 실패 판정, 하급은 1번의 성공판정만 있으면 된다.
물끄러미 검신을 바라보던 이경복이 입을 열었다.
“가장 좋은 건 뭔데요?”
그 물음에 채팅창은 성실하게 응답해 주었다.
-대성공 연속 5번이면 유일등급임!
-근데 그거 안 나옴 ㅋㅋㅋㅋ
-아나토미가 능력치 운에 몰빵해서 만들지 않았나?
-ㅇㅇ 근데 그것도 일반소재로만 만든 거임
-ㄹㅇㅋㅋ 특수소재로는 유일등급 나올 수가 없음
-아나토미가 한 90번 넘게 시도하고 포기했던 걸로 기억함 ㅋㅋㅋ
-와 ㅋㅋㅋ그것도 징하다 징해 ㅋㅋㅋ
용비늘과 같은 특수 소재는 보스를 잡아야만 얻을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캐릭터마다 얻을 수 있는 특수 소재는 하나뿐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긴 다른 잡몹은 몰라도 보스는 잡으면 끝이니까.’
특수소재로 장비를 다시 제작하려면 새 캐릭터를 육성해서 보스를 잡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해도 상당한데 ‘유일’등급을 만들겠다고 숙련작과 ‘운’ 능력치를 올리면 그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터였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도 실패를 했는데 초기 상태나 다름없는 이경복의 제작이 성공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오 ㅋㅋㅋ 확률표 찾았음! 숙련도 0이랑 주수리 초기 운이면 성공이 0.1%, 대성공이 0.01%임!
-0.1%? 혜자아님?
-하급은 나올만 하다니까 ㅋㅋㅋ
-아니 ㅋㅋㅋ 가챠겜이냐고
-무친 ㅋㅋㅋ 확률로 보니까 유일등급 절대로 안 나오겠네
-만 분의 1확률 5번이면 얼마임?
-만의 5제곱이 뭐지?
-만억조경해니까 ㅋㅋㅋㅋ ㅅㅂ
-1해분의 1? 프롬아 이게 맞냐?
-헐ㅋㅋㅋ 태양 말고 다른 의미로 해 써본 게 얼마만이누
연속으로 대성공이 5번 나올 확률은 무려 1‘해’분의 1이었다. 당연하게도 시청자들은 유일이라는 결과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아, 정보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게요.”
이경복은 그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내 그는 검신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뽑기랑은 달라.’
바이오 크라이시스에서 자판기를 돌렸던 것 그리고 장인해부학에서 룰렛을 돌렸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육감을 통해 긍정과 부정의 기운이 구분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그래도 느껴지긴 해.’
매 시도마다 적용되는 대성공 확률은 ‘0.01%’, 말 그대로 만에 하나다.
그리고 이경복의 시각에는 검신이 만 조각으로 나누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제각기 조각들이 그와 공명하듯 울림을 내뱉었다.
이경복은 그중에서 울림이 가장 강한 조각 하나에 집중했다.
‘제대로 치기만 하면 된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만 개의 조각 중 단 하나인 그것은 시시각각 위치를 바꾸었다.
그의 신기와 육감만이 아니라 정확한 타격을 담보할 수 있는 육체적 능력까지 갖추어야 했다.
다행히 그는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지금!’
그는 힘껏 망치를 내리쳤다.
쩡하는 명쾌한 울림과 함께 검신의 색이 더욱 밝아졌다.
-?????
-어?
-이거 대성공일 때 나오는 반응 아님?
-무친ㅋㅋㅋㅋㅋㅋ
-중급으로 바로 떡상해버렸쥬?
-와 ㅋㅋㅋㅋ 갓플 운은 진짜 킹정한다 ㅋㅋㅋㅋ
-0.01%도 혜자라니깐!?
-가챠 비교 그마내!
시청자들은 놀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난리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모바일 게임과 한국 온라인 게임의 극악한 뽑기와 강화 확률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이경복은 심호흡하며 다시금 타격점을 살폈다.
-왜 안 치는 거?
-기세 좋을 때 바로 쳐야지!
-ㄹㅇㅋㅋ 비기너스 럭은 금방 사라진다구?
-설마 뭐 노리는 거있나?
-뭔솔ㅋㅋㅋㅋ
-근데 바크에서도 이런 식으로 뜸들이긴 했는데?
-방송천재라서 그런 거 아님?
-아 ㅋㅋㅋ 고건 맏찌
-설마 1억분의 1이 된다고?
이경복은 예고 없이 망치질을 했다.
2번째 쩡하는 명쾌한 울림, 그리고 검신의 색깔은 이내 황색으로 변했다.
“맙소사! 정말 처음이 맞나!?”
대장장이마저 놀라자 채팅창은 말 그대로 광란에 휩싸였다.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
-WA! WA! WA! WA! WA! WA!
-대성공 연속 2번!?
-그는 (찍)신이야! 그는 (찍)신이야! 그는 (찍)신이야!
-이게 말이 되냐고 ㅋㅋㅋㅋ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게말콘)
-아씨 ㅋㅋㅋ 구독해야겠네
-[퍼멘][퍼렐루야]
-무친ㅋㅋㅋ 또전드각 나왔다
-유하! 유하! 유하! 유하! 유하! 유하!
이경복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이번에는 2번을 연달아 내리쳤다.
보는 시청자들은 그 과감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
검신은 이제 샛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아! 갓플 슨수 가가매요! 아! 갓플 슨수 가가매요!
-1경 분의 1! 1경 분의 1! 1경 분의 1!
-1경 ㅅㅂㅋㅋㅋ
-무슨 국가예산이냐구웃!
-갓플님! 로또 되게 해주세요! [퍼멘] [퍼렐루야]
-여기가 성지 맞죠? 여기가 성지 맞죠? 여기가 성지 맞죠?
-아 ㅋㅋ 앞으로 새해에는 퍼튜브 영상 보고 기도한다
1만 분의 1이 4연속으로 적용되자 광기는 더욱 거세졌다. 정작 당사자인 이경복은 그저 은은한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할 만하네.’
시청자들에게는 경이로운 확률이었지만 이경복에게는 달랐다. 그에게는 그저 1만 개의 두더지 잡기를 하는 기분이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남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설마 5연속?
-아 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그게 되겠냐고
-1해가 우스워?
-무친ㅋㅋㅋ 1해라는 말이 왜케 어색하누
-진짜 뭐가 보이나?
-혀엉! 이미 영상각 제대로 뽑았어!
-자 시마이 합시다 시마이!
이경복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 시청자들은 조금씩 진정됐다. 하지만 그는 채팅창을 볼 여념이 없었다.
모든 정신을 마지막 한 번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웅, 웅웅, 웅웅, 웅, 웅웅. 검신에서 전해져 오는 울림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마지막이다.’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정보 중에 하나 잘못된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대성공이 연속 4번으로 나올 경우 마지막 확률은 달리 적용된다는 점이었다.
지금 그에게 보이는 검신의 조각은 만 개가 아니라 얼추 10만은 넘어 보였다. 그만큼 타격점은 미세해졌고 망치의 끝으로 쳐야 할 정도였다.
‘기회는 올 거야.’
최고의 지점이 변하는 속도마저 달라졌다. 그 지점이 머무는 시간은 0.1초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런 극한의 환경이었기 때문일까. 이경복의 집중력은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마치 시간을 앞서는 것만 같았다. 최고의 지점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그는.
‘찾았다.’
알 수 있었다.
순식간에 쩡하는 울림이 퍼지며 집중이 흐트러졌다. 멈춰 있던 시간은 급속도로 돌아와 현실을 일깨웠다.
-쳤습니다! 마지막 한 수!
-과연 신의 한수가 될 것인가!?
-해버렸다! 태연히 해버렸어!
-유일 떴냐!?
시청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헀다. 그러나 검신의 색은 변화가 없었다.
-아… 역시 안 됐나
-와 이게 안 뜨네
-않이 ㅋㅋㅋ 뜨겠냐곸ㅋㅋㅋ
-트수들 욕심보소 ㅋㅋㅋ
-이미 전설등급임 ㅅㄱ
-ㄹㅇㅋㅋ 전설 등급도 개쩌는 건데
-무기도 전설이고 이번 방송도 전설임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그때였다.
노랗게 물들어 있던 검신의 표면이 마치 알이 깨지는 것처럼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균열 사이에서 더욱 밝은 황금빛이 새어 나왔다.
-헐???????
-설마? 이거?
-아니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야?
-무친ㅋㅋㅋㅋㅋ 설마 유일이라고?
채팅창은 다시금 광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이윽고 빛의 균열이 무너지며 찬란한 황금빛이 발산했다.
-와… 살다보니까 특수소재로 유일 등급을 다 보네
-갓플! 방송해줘서 고마워요! 갓플! 방송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최고야! 당신이 최고야! 당신이 최고야! 당신이 최고야!
-속보) 충격! 올림푸스 절도 사태! ‘누가 내 망치를 훔쳤다.’ 헤르메스는 범행 부인해.
-아 ㅋㅋ 헤파이스토스 망치였눜ㅋㅋㅋㅋ
-진짜 신의 망치였자넠ㅋㅋㅋㅋ
-그 와중에 도둑의 신 헤르메스 디테일 ㅅㅂㅋㅋㅋㅋ
-갓플 당신이야 말로 유일등급이야! 갓플 당신이야 말로 유일등급이야!
-왜 그러지? 퍼펙트하지 않나? 왜 그러지? 퍼펙트하지 않나?
이경복은 밝게 웃었다.
유일 등급의 확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