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83화 (83/491)

83화 - 밝혀진 마녀의 정체 (3)

순백으로 시야가 가득해진다.

그러나 그 앞을 푸른 화염이 가로막자 순백은 이내 기포를 터트리며 흑색으로 변해 떨어졌다.

보스의 공격은 단 하나도 이경복에게 닿지 못했다.

-와 저걸 다 요격해버리누

-완전 미친 퍼포먼스임ㅋㅋㅋㅋ

-감탄참기 Lv999

-속성공격이 먹히는 거랑 별개로 지림 ㅋㅋㅋ

-ㄹㅇㅋㅋ 엘붕이들은 같은 장비랑 주술로도 절대 못 막지

시청자들은 탄사를 멈추지 못했다. 검신에 일렁이는 푸른 화염과 더불어 6개의 푸른 채찍이 제각기 의지를 가진 듯 움직였다.

말 그대로 완벽한 컨트롤.

어떤 방향에서 공격이 날아들더라도 그의 화염을 뚫을 수 없었다.

-오? 보스 크기가 좀 줄어든 것 같은데?

-덩어리들이 못 돌아가서 그런 듯 ㅋㅋㅋ

-타조알쉑 까고 보니 별 거 없쥬?

-타조알 무냐고 ㅋㅋㅋㅋㅋ

-개같이 멸망해버렸자넠ㅋㅋㅋ

-킹직히 갓플이니까 허접해보이지 우리가 했으면 순삭임ㅋㅋㅋ

-저기까지 갈 수 있기나 한가? ㅋㅋㅋ

시청자들은 처음과 달리 완전히 여유를 되찾았다. 보스의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고, 이경복의 공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게 성옥인가.’

여유로운 건 시청자만이 아니었다. 이경복은 보스를 관찰하면서도 공격에 대응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크기가 줄어든 구체의 중심.

소피아의 말대로 성옥이 그 안에 있었다. 처음 보스와 마주했을 때부터 느껴졌던 약점이기도 했다.

‘저걸 박살 내면 끝이겠지.’

크기가 줄어들며 공세도 약해진 바, 이경복은 이 전투를 더 지속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가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6개의 줄기가 2개의 굵은 줄기로 변했다.

‘일점으로 뚫는다.’

짧게 들이쉰 숨.

이경복은 그대로 보스를 향해 돌진했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를 저지하기 위한 공격이 날아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조된 육감 덕분에 모든 공격의 궤도가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

-캬 ㅋㅋㅋ 끝나버렸쥬?

-여기 계란 후라이 단 하나!

-아 ㅋㅋ 후라이는 못 참지

-민둥산 형 빠른 퇴장 ㅠ

-???: 그럼, 안녕! 요호호~

시청자들이 유유자적 농담을 던질 때였다. 일순간 이경복의 뇌리에 경종이 울렸다.

‘뭐지?’

순식간에 증폭된 위협.

전신을 아우르는 불길한 예감에 그는 신속히 검을 수직으로 세우고 화염줄기를 펼쳤다.

보스의 몸이 팽창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어?

-뭐야?

-어어!?

갑작스러운 변화에 시청자들이 무어라 반응하려는 찰나.

콰아아하는 울림과 함께 마치 홍수가 난 것처럼 백색물질이 쏟아졌다.

넓은 지하 제단을 가득 메우며 주변을 밝히던 향초들까지 뒤덮었다.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 어둠.

그 가운데 이경복의 푸른 불꽃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와씨;;; 클날 뻔했네

-마지막에 자폭하는 타입이었누 ㅎㄷㄷ

-???: 응~ 계속 덤벼 봐! 자폭하면 그만이야!

-진짜 프롬 놈들 악랄하다 악랄해……

-ㄹㅇㅋㅋ 다 이겼다고 생각했을 때 함정 발동!

-하지만 갓플한테는 얕은 수였고ㅋㅋㅋ

-진짜 ㅋㅋㅋ 바로 대응하는 순발력 보소

-(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

-사람이 어떻게 반사신경이 저렇지?

-사람이 아니니까 저렇지ㅋㅋ

순간 당황했던 시청자들은 이경복이 건재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러나 정작 이경복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직 놈은 살아 있습니다.”

이경복은 검을 고쳐 쥐며 어둠을 응시했다. 푸른 화염이 밝혀준 시야 너머, 그 안에 더욱 강렬해진 위협이 느껴졌다.

‘2페이즈가 있었나.’

시청자들로서는 전혀 보이는 게 없었기에 무수한 물음표가 올라다.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균열이 일어났다. 크기는 줄었지만 여전히 알의 형태, 그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뭐임? 대체 뭐임?

-ㅅㅂ 누가 해치웠나 했었음?

-킹치웠나 아무도 안했다구웃! 그냥 좀 죽으라굿!

-무친 ㅋㅋㅋ 자폭이 아니라 2페이즈 예고였누 ㅎㄷㄷ

-1페이즈가 그렇게 빡쎘는데 뭐가 더 있다고?

이에 시청자들도 아직 보스전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윽고 균열이 더욱 커지며 빛이 터져 나왔다.

시야를 가득히 채운 섬광. 이윽고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내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광채를 발하는 순백의 기사였다.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알고 있었다.

“이거 벽화 속 기사랑 판박이네요.”

-오 ㅋㅋㅋ 맞네!

-엘든나이츠 짭이냐구!

-무친ㅋㅋㅋ 짭든나이츸ㅋㅋㅋㅋ

-ㅅㅂ 이건 엘붕이에 대한 모욕이다!

-야잇! 내가 그러라고 느그들 구해준 아나!

-개고생해서 구해줬더니 개짓거리를 꾸미고 있었누 ㅋㅋㅋㅋ

-엘딱들 대노한 거 보소 ㅋㅋㅋ

이경복의 시선은 이내 보스의 몸 중앙에 있는 금색 보주, 성옥으로 향했다.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디 한번 볼까.’

2페이즈에 진입했으니 패턴이 바뀌었을 터였다. 이경복은 검을 굳게 쥐고 순백의 기사를 향해 쇄도했다.

-인간형이면 이미 승부 끝이지 ㅋㅋ

-ㄹㅇㅋㅋ 그나마 아종이라서 좀 승산 있던 건데

-엘든제일검 앞에서 검을 논한다?

-어차피 몸은 그 덩어리쥬? 화염에 바로 순삭이쥬?

보스의 모습이 바뀌었지만 시청자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흑과 백의 검이 교차했다. 그 위로 피어오르는 푸른 화염이 백색을 덮쳤다.

그러나 상황은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

-불이 왜 꺼지누?

-뭐임? 버그인가?

-가스가 다 떨어졌나?

-가스 ㅇㅈㄹㅋㅋㅋㅋㅋ

화염이 닿자마자 소멸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보스의 체내에 있는 성옥이 번쩍이더니 마치 혈관처럼 금빛이 퍼졌다. 그와 함께 보스의 몸 위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경복은 미간을 좁히며 덮쳐오는 화염을 용비늘 검으로 받아치며 거리를 벌렸다.

용비늘의 화염내성 덕분에 피해는 없었다.

“흠, 이거 좀 까다롭게 됐네요.”

그 한마디에 시청자들도 상황을 파악했다.

-와앀ㅋㅋㅋ 설마 흡수한 거임?

-ㅅㅂ 이거 성옥 능력 빨이네

-않이;; 이러면 물공이랑 마공 전부 안 통하는 거 아님?

-프롬아 이게 맞아? 이게 맞냐고!

-진짜 공략 불가능 보스였다고?

채팅창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보스의 육체는 재생이 가능했고 속성공격은 성옥의 힘으로 흡수했다. 도저히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까다롭다고 했지, 못 이긴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퍼자감 ON!

-이걸 어케 이김?

-아 ㅋㅋ 그거네(모름)

-갓플이 그렇게 말하면 다 방법이 있다 이 말이야!

-우리 갓플은 다 계획이 있구나?

방법은 모르지만 그의 여유에 시청자들은 안도했다.

남들이 말하면 허세지만 이경복이 말하면 다르다. 이미 경험으로 증명된 사실이었다.

이경복은 검을 들어 순백의 기사를 겨누었다.

“성옥만 정확히 노려서 파괴하면 충분하죠.”

그의 신기와 육감이 가리키는 지향점은 하나뿐이었다. 유일한 약점인 성옥을 파괴하면 승리할 수 있었다.

-않이;;; 그게 어렵다구욧!

-짭든나이츠가 가만 있겠냐구 ㅋㅋㅋㅋ

-완전 초근접해야 되는 거 아님?

-저 작은 걸 노린다고?

-고정된 것도 아닌데 ㅅㅂ 어케 찌름?

-ㄹㅇㅋㅋ 빗나가면 바로 죽잖슴!

-근데 그 방법밖에 없긴 해ㅋㅋ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성옥은 작은 사과 정도의 크기였고 심지어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보스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 때문인지 물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흔들리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려를 앞세웠다.

-빗나간다니? 갓플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는데?

-아 ㅋㅋㅋ 갓플이면 가능하지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니깐?

-모두가 안 된다고 했을 때 해내는 게 누구다?

-갓플이 괜히 갓플인 줄 아나 ㅋㅋㅋ

그런 회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굳건한 신뢰를 보내오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이경복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렇게까지 위험하지는 않을 거예요.”

시청자들이 다시 의문을 표하려는 사이 이경복이 움직였다. 순백의 기사 쪽에서 팔을 변형시켜 가시를 쏘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내성이 생겼네.’

검으로 잘라냈지만 이제는 불타지 않았다. 이경복은 잘라낸 덩어리를 화염채찍으로 휘감아 멀리 내던졌다.

“그럼, 집중 좀 할게요.”

이경복은 자세를 추스르며 말했다.

-퍼집중 모드 ON!

-아 ㅋㅋㅋ 이러면 이겼네

-뭘 할지 몰라도 아무튼 이겼다!

-갓플이 집중하면 끝난 거지 ㅋㅋㅋ

-갑자기 마음 편해진 거 나만 그래?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

사고의 가속과 더불어 육감이 확산되며 정보를 선별해 낸다. 불필요한 정보들을 덜어내자 감각이 더욱 세밀해졌다.

눈앞에 순백의 기사와 자신.

오직 두 존재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가능해.’

상대의 공세는 물론 일렁이는 푸른 불씨들의 움직임까지 훤히 눈에 들어왔다.

이경복은 보스가 주술을 흡수하는 과정까지 알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친 그는 곧장 바닥을 박찼다.

일말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는 전력전진.

-간다간다간드아!

-퍼펙트류 검술 ON!

-헐;;; 너무 닥돌 아님?

-짭든나이츠 OUT!

-너무 무대포 아니냐구!

-난 믿어! 갓플 믿어!

우려와 응원 속에 다시금 흑과 백이 격돌했다. 그는 순백의 기사의 몸에서 쏟아지는 대량의 가시들을 베어 넘겼다.

순식간에 벌어진 공방에 시청자들은 채팅을 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침내 이경복이 공세를 뚫고 유효한 거리까지 접근했다. 흑색의 칼날이 빛을 가르려는 순간.

캉하는 쇳소리와 함께 흑검이 이경복의 손을 떠났다.

-으아!

-오쉣

-안돼!

-망했따

그 순간 시청자들은 패배를 직감했다. 검을 놓친 이경복은 무방비해 보였고 보스의 몸이 부글거리며 가시를 방출하려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경복은 웃고 있었다.

쐑하는 소리와 함께 가시가 쏟아졌다. 그는 재빠르게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해냈다.

-???????

-피했어?

-무친…!

-저거 스웨이 아녀?

-풋스텝 뭔데!

-갓플 복싱했다더니 자동반사로 나온 거 아님?

시청자들은 순간 놀랐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래도 암울한 상황이라는 건 변함이 없지 않나.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게, 무슨……!”””

순백의 기사는 기함을 토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아래에는 제 몸을 관통한 흑검이 놓여 있었다.

분명 튕겨냈을 용비늘 검이 뒤에서 성옥을 뚫은 게 아닌가.

-?

-뭐여? 저게 왜 나와?

-어뜨케 된겨 어뜨케 된겨!

-방송 렉 있었나? 아닌데?

-아 ㅋㅋㅋ 사기 치지 말라고

-빨리 알려줘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채팅창이 폭발했다. 이경복은 가볍게 숨을 고르며 웃었다.

“이런 거죠.”

이경복은 주술을 다시 읊었다.

그의 손에서 푸른 불꽃이 일렁이며 허공의 선을 따라 타올랐다. 그 끝에는 용비늘 검이 있었다.

-????

-용줄기라고?

-설마 튕겨나간 검을 조종했다는 거?

-무친 ㅋㅋㅋ 그것도 공격을 피하면서?

-근데 저거 관통할 힘이 안 될 텐데?

-ㅇㅇ 안됨 저번에 타락기사 상대할 때도 힘 딸렸잖슴!

시청자들은 실마리는 얻었지만 여전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확실히 힘이 좀 부족하죠. 그래서 성옥을 역이용했습니다.”

성옥은 주술을 흡수했다.

관찰 결과 주술은 성옥에 흡수했다가 다시 방출하는 형태, 이경복은 그 과정에서 활용법을 찾아냈다.

“성옥이 용줄기를 흡수할 테니까 빗나가지도 않을 거고, 그 힘도 이용할 수 있거든요.”

-헐ㅋㅋㅋㅋ 그럼 검도 일부러 놓친 거였누 ㅋㅋㅋ

-어쩐지 ㅋㅋㅋ 갓플이 그렇게 쉽게 검을 놓칠 리가 없다 했다

-무친ㅋㅋㅋ 이런 공략은 상상도 못했다 진짜

-깜짝 릭트쇼 무냐구웃! 청자들도 다 속았다굿!

-않이;;; 어검술을 진짜로 쓰시면 어떡해요!

-역시 엘든제일검이야!

-이것은 구파일방이 높이 평가

-구파일방이 갑자기 왜 나와 ㅅㅂ ㅋㅋㅋㅋ

의문이 해소되자 시청자들은 안심하고 기뻐할 수 있었다. 이경복은 무릎 꿇은 순백의 기사에게 다가갔다.

그가 몸에 박혀 있는 검을 빼내자 통제권이 사라졌다.

컷신의 시작, 보스전이 끝난 게 명백해졌다.

“““어리석구나! 부서진 자여……!”””

원망 섞인 목소리와 함께 기사의 형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성옥에서는 빛 무리, 소울이 새어 나왔다.

“““나는, 나는 구원이다! 내가 바로 세계를 바로잡을 구원자다!”””

발작적인 외침과 함께 기사의 몸이 양분됐다. 주인공은 얼굴을 찌푸리며 덮쳐오는 공격을 피해 냈다.

“부서진 자여!”

“이런……!”

알리샤의 외침에 주인공이 다급히 눈을 돌렸다.

이제 어린아이 정도로 작아진 기사는 성옥을 움켜쥐고 출구로 달려가고 있었다.

-짭든나이츠가 도망친다!

-더추빤 ON!

-저게 뭔 구원자라고 ㅅㅂ ㅋㅋㅋㅋ

-않이;;; 저걸 왜 놓치누!

-갓플이었으면 바로 잡았쥬?

-뭐여? 끝이 아녀?

-설마 3페이즈?

주인공과 알리샤가 다급히 그 뒤를 쫓았다.

“소울을 다시 채우려는 거예요! 주민, 주민들이 위험해요!”

알리샤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시야가 암전됐다. 어느새 지하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

그것의 흔적을 쫓기란 어렵지 않았다. 순백의 덩어리들이 핏자국처럼 늘어져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어, 어어……! 이쪽으로 온다!”

밖에서 들려오는 주민들의 목소리. 주인공은 다급히 그 뒤를 쫓았지만.

“““구원을 받아들여라!”””

통제가 불가능해진 듯 튀어나오는 각종 신체 부위와 여러 형태의 얼굴들. 그것은 겁에 질린 주민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런!”

“안 돼……!”

주인공이 그 뒤를 쫓았지만 시간을 맞출 수는 없어 보였다. 알리샤는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개고생을 시켜놓고 고구마 전개라고?

-않이;;; 개 답답하누 ㅅㅂ

-갓플이었으면 진즉에 끝났음

-다크 판타지라고 억지 전개 에반대

-지금 뭐하자는 거냐구!

시청자들은 황당함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황에 채팅창 분위기는 일변했다.

쩌저적하는 소리와 함께 겁에 질린 주민들의 뒤편에 있던 보호막이 갈라졌다.

“그렇게 놔두지는 않겠다!”

박살난 빛의 파편 사이로 뛰어 들어온 건 바로 기사단장, 블론도였다.

짙은 남색의 오러를 일으킨 그의 검이 백색 괴물을 막아냈다.

“이쪽으로!”

“피하십시오!”

뒤이어 뛰어 들어온 기사들이 주민들 앞을 가로막으며 방어를 굳혔다.

-캬! 타이밍 지렸고!

-기사단 등장!

-아 ㅋㅋ 이러면 억지 아님

-기사단 동맹 루트인데 왜 활약이 없나 했다 ㅋㅋㅋ

-프롬쉑 미쳤냐? 라고 할 뻔~

시청자들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기사단을 부각시켜 주기 위한 연출임을 깨달은 덕이었다.

“블론도!”

블론도의 공세에 이어 주인공이 뒤에 합세하자 결국 그것은 생을 마감했다.

“““이럴 수는…….”””

부글거리며 곤죽이 된 백색물질 위로 갈라진 성옥이 덩그러니 남았다.

이어 깜빡이며 시야가 전환됐다. 블론도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소피아가 그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아무래도 상황을 설명한 이후 인 모양이었다.

블론도는 한숨을 돌린 후 주민들을 돌아봤다. 다행히 그들은 겁을 먹었을 뿐 다친 이들은 없었다.

“모두 자네 덕분일세. 모두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하네.”

그는 정중히 예를 표했다. 주인공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기 약속한 훈장이네. 돌려주지 않아도 좋아.”

블론도는 금색 훈장을 건네주며 미소 지었다.

“이번 일로 깨달았네. 결정자께서는 나를 기사단장으로 결정해 주셨지만, 기사는 직위나 사명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무슨 뜻이지?”

“기사이기에 약자를 지키는 게 아니야. 약자를 지키기에 기사인 것이지. 태고의 기사, 엘든나이츠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블론도는 후련한 표정으로 주인공의 어깨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그런 면에서 자네도 훌륭한 기사겠지.”

-캬! 역시 엘든 시리즈 근본 어디 안 가누

-옼ㅋㅋ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를 띄워주네

-전작 주인공 대우는 킹정이지!

-블론도쉑 ㅋㅋㅋ 은근히 주인공한테 묻어가려는 거 아님?

-아 ㅋㅋ 숟가락 하나만 놓으면 된다고!

시청자들은 농담을 던지면서도 흡족해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친 주인공은 왕성 주변을 감싸고 있는 내성벽을 바라보았다.

“이제 문을 열 수 있을 거예요.”

알리샤의 말에 주인공은 시선을 돌렸다.

“훈장이야 괜찮지만 성옥은 망가졌는데, 열쇠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

“그건 걱정하시지 않아도 좋아요. 한 번 다시 확인해 보세요.”

주인공의 물음에 알리샤는 당당히 대답했다. 이에 그는 다시 성옥을 꺼냈다.

“오?”

이경복은 짧게 탄사를 흘렸다.

여전히 성옥에는 균열이 벌어져 있었지만 이전보다 작아진 상태였다.

“이건?”

“성옥에는 불사의 영혼이 담겨 있었죠. 덕분에 ‘복원’의 권능을 발휘할 수 있었죠.”

알리샤의 설명에 시청자들은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아 그래서 짭든나이츠가 그렇게 재생을 한 거네

-성역 보호막도 그래서 딴딴한 듯?

-ㄹㅇㅋㅋ 안 부서지는 게 아니라 회복 속도가 너무 빠른 거였누

주인공은 서서히 복원되는 성옥을 보며 말했다.

“그럼…… 소피아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겠군.”

“꼭 그렇지만도 않을 거예요.”

“무슨 의미지?”

“문제는 그 힘이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사람이니까요.”

알리샤는 주인공을 올려보며 미소 지었다.

“저는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요.”

이경복은 이에 짧게 멘트를 쳤다.

“진짜 말 이쁘게 하네요.”

-눈나ㅏㅏㅏㅏㅏ

-크윽! 심장에 무리가……!

-역시 미니 눈나가 최고야!

-무한신뢰 뭐냐구!

-아 ㅋㅋ 이렇게 믿어주면 절대 안하지 ㅋㅋㅋ

-커여운 눈나가 옆에 있는 게 바로 구원 아닐까요?

-엘붕이들 주접 보소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만족이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그 사이 시야가 깜빡였다.

주인공과 알리샤가 기사단과 주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성역을 떠났다.

뒤이어 전환된 장면은 바로 내성 입구 앞.

-햐……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높네

-하늘도 안 보일 정도임 ㅋㅋㅋ

-철통보안 오졌고 ㅋㅋㅋㅋ

-저거 골렘임?

-ㅇㅇ 맞음요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은 내성벽과 거대한 철문, 그리고 그 양옆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 골렘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왕성을 지키는 수호골렘이에요. 열쇠를 끼우면 문을 열어줄 거예요.”

거대한 철문에는 성옥과 훈장이 들어갈 수 있는 홈이 있었다. 주인공이 알리샤의 안내에 따라 두 물건을 끼웠다.

그와 동시에 둔중한 울림과 함께 수호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쇳소리와 함께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기사단 동맹 루트는 여기 전개도 다르네

-뭐가 다름?

-원래는 저 수호골렘이랑 싸움 ㅋㅋㅋ

-지금까지는 골렘이 오작동한 줄 알았자너 ㅋㅋ

-까고 보니 소피아가 준 게 가짜성옥이어서 그런 거였구연

시청자들이 기존 루트와 동맹 루트를 비교하는 사이 문이 완전히 열렸다.

그 안으로 보이는 풍경에 이경복은 감탄을 표했다.

“와…… 여기도 느낌 있네요.”

오래 방치되어 미로처럼 변해버린 왕실정원, 그리고 그 너머에는 오래된 유적지처럼 식물과 이끼들로 뒤덮인 왕성이 보였다.

-약간 아포칼립스 같은 느낌이랄까?

-않이 ㅋㅋㅋ 세계관 자체가 약간이 아니라 완전 아포칼립스자너

-요런 감성 아주 좋고 ㅋㅋㅋㅋ

-다크하다 그쟈?

시청자들도 이경복에게 동감을 표했다.

“……아무도 없는 것 같군.”

“그런 것 같아요.”

주인공과 알리샤는 주변을 둘러보며 안으로 들어섰다. 이내 알리샤가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아……!”

“왜 그러지?”

“결계가……? 제 추방자 낙인이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대성당에서처럼 튕겨 나가야 정상이었다는 뜻.

-오? 그러네?

-뭐지? 어떻게 된 거임?

-아 ㅋㅋㅋ 스포주의라구!

-엘붕이들 다 키보드에서 손 떼!

알리샤는 그 상황에 기뻐하지 않았다.

“대체 왜……? 결정자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이제 곧 알 수 있겠지.”

주인공은 불안해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그와 함께 통제권이 돌아오며 컷신이 종료됐다.

-ㅗㅜㅑ;; 심상치 않은데?

-장인어른한테 무슨 변고라도?

-장인 ㅇㅈㄹ ㅋㅋㅋㅋㅋ

-엘붕이를 받아주는 게 변고가 아닐까?

-않이 ㅋㅋㅋ 애 울겠다! ㅋㅋㅋ

-(와꾸가)부서진 자!

-가만히 있던 난 왜? 스플뎀 멈춰!

-여긴 더 빡세겠지 ㅎㄷㄷ

시청자들이 채팅을 치는 사이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오늘은 전보다 좀 많이 달렸네요.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어느덧 새벽이었다.

게임 상에서도 방송을 끝내기에도 적절한 시점이라는 판단이었다.

-퍼펙트류 검술 칼방종이 나와버렸누

-뭐야? 왜 새벽임?

-헐? 나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아 좀만 더 해줘잉!

-난 백수라 출근 안 해!

-누가 갓플 방송에 시계 갖다놨어! 다 치워!

-갓플도 쉬어야 내일 방송을 하지! 이 백수들아!

-비룡이랑 짭든나이츠 하루 만에 다 잡으면 피곤하긴 하지 ㅋㅋㅋ

-아 ㅋㅋㅋ 오늘 방송 개꿀잼이었고

-라이브로 봐서 진짜 다행임 ㅋㅋㅋ

-(퍼바콘)(퍼바콘)

-그립읍니다ㅠㅠ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출했지만 대부분 상황을 받아들였다. 방송이 길어진 만큼 거의 이틀 치를 본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오늘 방송 봐 주셔서 감사하고 저는 내일 다시 찾아올 게요! 퍼펙트한 밤 되세요! 트바!”

이경복은 웃으며 다음 방송을 기약했다.

까맣게 변해버린 화면에도 시청자들은 바로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퍼펙트한 밤 ㅋㅋㅋㅋ

-5252 퍼청자라면 퍼펙트 수면을 할 줄 알아야 한다구?

-아 ㅋㅋ 오늘은 퍼집중해서 잔다

-오늘도 레전드한 방송이었다…

-ㄹㅇㅋㅋ 매순간이 거를 타선이 없는 방송

-미니 눈나나 다시 보고 자야지

즐거운 방송에는 그만큼의 여운이 뒤따른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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