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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86화 (86/491)

86화 - 제일검, 그 다음 (2)

이경복이 제시한 1분은 마치 1초처럼 지나갔다.

“자, 집중하시고.”

타이머 종료와 함께 그는 초대코드를 공개했다. 그와 동시에 반투명한 실루엣들이 거울 속에서 우르르 튀어나왔다.

말 그대로 찰나였다.

10명의 플레이어가 초대코드를 입력하고 접속을 마쳤다.

-무친ㅋㅋㅋㅋㅋ

-속도 뭐냐구!

-10자리 바로 순삭이네ㅋㅋㅋㅋ

-1초도 안 지났는데 ㅅㅂ ㅋㅋㅋ

-갓직히 수강신청 때보다 집중했을 듯 ㅋㅋㅋ

-ㄹㅇㅋㅋ 이 기회 못 참지

-이게 그 티켓팅인가 그거냐?

-머기업은 역시 시참도 다르누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 상황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들의 주의는 이내 참여자들에게 집중됐다.

-와 ㅋㅋ 시참 클라스 뭔데

-와씨 30회 클리어는 뭐꼬

-최소가 5회네 ㅋㅋㅋㅋ

-고인물 사이에서도 급이 다르다 이 말이야

-않이;; 엔딩 봤으면 좀 떠나라고!

-아 ㅋㅋ 이게 진짜 망자지 ㅋㅋㅋㅋ

-망… 뭐요?

-제발 그 포인트 집는 거 그마내!

기존의 난입 시스템과 달리 왕성에서 ‘성령’으로 소환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했는데, 당연하게도 마지막 스테이지인 만큼 최소한 1회 엔딩을 본 플레이어만이 참여가 가능했다.

“아, 여기 머리 위에 뜬 숫자가 클리어 횟수에요?”

이경복은 채팅창을 읽고 모여든 성령의 머리 위 숫자가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가장 적은 숫자가 5였고 가장 많은 사람은 30이었다.

-네! 맞워요!

-근데 스토리만 밀어도 기본 플탐이 100시간 아님?

-ㅇㅇ 맞음요

-엥? 그렇게 오래 걸림?

-갓플은 이제 한 12시간 하지 않았나?

-아 ㅋㅋ 킹반인 기준이랑 신의 기준이랑 같겠냐고

-무친 ㅋㅋㅋ 그럼 저 사람은 3천 시간 이상 쏟은 거?

-스토리만 밀었겠음?

-제에발 현생을 살아주세요……

-이정도면 성령이 아니라 망령인데 ㅋㅋㅋㅋ

-아! 너무 무섭다!

이경복은 채팅창 반응에 실소를 흘리며 성령들을 돌아봤다.

‘그런데 왜 그런 사람들이 저격을 하러 온 거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경복은 알 수 있었다. 그의 신기가 성령들에게서 위협을 감지해 내고 있었다.

‘다행히 악질은 아니지만 작정하고 온 건 맞는 것 같은데.’

그나마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작위로 선별했다면 위협 정도가 들쭉날쭉한 게 정상이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지금 모인 성령들의 위협 수준은 엇비슷했다. 다시 말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모여 저격을 했다는 뜻.

‘일단 진행할까.’

하지만 그 사실은 자신밖에 몰랐기에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 즉석 초대임에도 불구하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간단하게 소개라도?”

이경복의 물음에 채팅창에 다시금 웃음이 번졌다.

-야한 냄새 뭔데!

-아 ㅋㅋㅋ 이래서 갓플 방송 못 끊지!

-플레이는 진짜 탈인간인데 갑자기 뉴비티 내버리기 ㅋㅋㅋ

-혀엉! 성령은 말 못 한다구웃!

-킹단하게 갓개라도?

시청자들의 말이 옳다는 듯한 박자 늦게 알리샤가 설명을 했다.

“아무래도 위상이 다른 세계에 있던 영혼들인 것 같아요. 일단 이쪽과 소통하려면 매개체가 될 육신이 필요해요.”

그 말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연스러운 반응을 위해 협력플레이와 배드 엔딩의 조건만 들어둔 터였다.

“아, 그래요? 그럼 아쉽지만 소개는 미루고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다행히 그의 말은 들리는 듯 성령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뭔가 예상했던 저격러들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네.’

이경복은 거울 회랑을 거닐며 생각했다. 친구들과 회의할 때 저격러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염두에 두었다.

그렇게 회랑을 빠져나오자 널따란 장소가 나타났다. 관리가 되지 않아 수북이 내려앉은 먼지로 공기가 텁텁했다.

“여기가 그랜드 홀이에요. 저 계단을 올라가면 알현실로 갈 수 있어요.”

알리샤가 어깨 위에서 설명을 덧붙였다. 그 말대로 정면에는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고 양옆에는 웬 갑옷이 도열해 있었다.

그 개수는 총 10개.

“그런데 왜 결계가? 으음…… 주위를 둘러보죠. 결계의 매개체가 될 물건이 있을 거예요.”

알리샤의 설명에 이경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누가 봐도 저 갑옷이 매개체가 되겠네요. 개수도 성령이랑 딱 맞는 걸 보면 아마 성령들의 매개체라는 거도 저거일 테고.”

-바로 알아 버렸쥬?

-ㄹㅇㅋㅋ 누가 봐도 알 수 있음

-이미 미로 정원에서 헤맸을 플레이어를 위한 배려라구!

-??? : 네? 그냥 뚫고 왔는데요?

-킹반인들은 미로 헤매고! 토템도 뿌시고! 마! 할 꺼 다 했어!

-자! 확인 드가자!

시청자들의 재촉에 이경복은 가장 가까운 갑옷으로 다가갔다. 그와 동시에 육감이 머릿속에 경고신호를 보냈다.

“역시.”

부웅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칼날이 어깨 위로 지나갔다.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면 치명상을 입었을 수도 있는 공격이었다.

이경복은 가볍게 거리를 벌리며 검을 잡았다.

“쉽게 길을 열어 주지는 않네요.”

검을 빼든 갑옷 속에서 녹색 오러가 불길처럼 피어올랐다.

알리샤가 크게 소리를 높였다.

“부서진 자여……! 이들은 결정자의 친위대에요! 조심하세요!”

-와 ㅋㅋㅋ 이걸 피해버리네

-여기가 진짜 개빡침 구간인데

-ㄹㅇㅋㅋ 기껏 미로 빠져나왔는데 유다희 만나고 입구로 리턴해버리자너

-하지만 갓플에게는 그런 거 없쥬?

-죽으면서 배우는 게임(0데스)

-기사단 루트라 10명인 거? 다른 방송에서는 7명인가 그랬는디

-ㄴㄴ 성령 10명 초대해서 친위대도 10명인 거

그 사이 알리샤는 황망한 표정으로 다른 갑옷들을 둘러보았다.

“자신들의 영혼을 매개체로 결계를……? 하지만 대체 왜?”

그 의문에 답할 사이도 없이 친위대가 덤벼들었다. 이경복은 슬쩍 다른 갑옷에 눈을 두었다가 친위대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 번에 하나씩 깨어나나 보네요.”

-ㅇㅇ 1명씩 깨우는 게 정석임

-성령 하나 끼우고 2:1, 3:1, 4:1 순으로 싸우는 식임

-요놈 하나만 정리하면 그 뒤로는 쉬워짐요!

-아 ㅋㅋ 훈수 안 해도 알아서 한다고!

-그래도 훈수는 못 참지 ㅋㅋㅋ

이윽고 캉하는 쇳소리가 울렸다. 이경복은 친위대의 검을 튕겨내고 빈틈을 찔렀다.

그러나 과연 친위대답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상대는 구르기로 몸을 빼내며 자세를 고쳤다.

“이거 하나씩 상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는 사이 이경복은 바닥을 박찼다.

그의 돌격에 친위대가 오러를 증폭시키며 반격을 감행했다. X자로 날아드는 녹색 검기, 하지만 이경복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가 왼손을 가볍게 까딱이자 날아들던 검기가 조각나며 비산했다. 이경복은 그 사이를 파고들며 검격을 내질렀다.

콱하는 소리와 함께 갑옷을 관통한 칼날.

불길처럼 피어오르던 녹색 오러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움직임을 멈춘 갑옷은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헐???

-용줄기로 검기를 잘라냄?

-무친ㅋㅋㅋㅋㅋㅋㅋ

-친위대 지금 죽은 거?

-오러 줄어드는 거 보면 죽은 듯?

시청자들은 순식간에 끝나버린 전투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친위대를 공략해 보지 않은 이들이었다.

-ㅅㅂ 이게 말이 되나?

-그냥 찍은 건가? 아니겠지?

-갓플이 찍었겠냐고 ㅋㅋㅋ

-그럼 봉인 룬을 바로 찾았다고?

-엘딱들 어질어질하누 ㅋㅋㅋㅋ

-갓직히 짭든나이츠보다는 못해도 이렇게 쉽게 죽을 게 아닌데 ㅋㅋㅋㅋ

-ㄹㅇㅋㅋ 최소 10번은 찔러봐야 아는 거 아님?

-와씹 방광이 찰 틈이 없네

-방광 ㅇㅈㄹ미쳤냐곸ㅋㅋㅋㅋㅋ

-계속 지렸눜ㅋㅋㅋㅋㅋㅋ

친위대를 상대해 본 시청자들은 더욱 충격에 빠졌다.

친위대는 결정자 수호를 위해 자신의 영혼을 갑옷에 봉인시킨 자들로 갑옷 어딘가에 있는 봉인 룬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쓰러지지 않는 적이었다.

즉, 약점인 봉인룬의 위치를 찾기까지 시행착오가 필요한 게 정상이었다.

“룬이요? 보였잖아요?”

이경복은 채팅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 말에 채팅창엔 다시 물음표가 화산처럼 솟구쳤다.

“아까 오러가 피어오를 때 시작점이 있었거든요. 색이 좀 더 밝은 곳이기도 했고요. 나중에 다시보기로 한 번 보시면 될 겁니다.”

-ㅔ?

-그게 보인다고?

-않이;;; 눈이 대체 몇 프레임까지 잡아내시는 겁니까?

-눈! 저 눈!

-아 ㅋㅋ 갓플이 말하면 맏찌

-ㄹㅇㅋㅋ 어차피 킹시보기 봐도 갓플 말대로일 듯

채팅창을 살핀 이경복은 해맑게 웃으며 다른 갑옷으로 향했다.

-읭? 어디가유?

-혀엉? 성령한테 몸 주려면 다시 조사해야 된다구!

-성령 : 저기요? 방장님?

-아 ㅋㅋ 알고 보니 시참이 직관을 의미하는 거였고

-직관하는 것도 개꿀잼일 듯 ㅋㅋㅋ

시청자들은 웃으며 채팅을 쳤다. 하지만 곧바로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헐? 설마 아니지?

-진짜 다 깨워버린다고?

-아 ㅋㅋ 9:1 가즈아!

-역시 갓플이야! 태연하게 저질러 버려!

-패기 미쳤고 ㅋㅋㅋㅋ

이경복이 9개의 갑옷을 순회하듯 돌았다. 그와 함께 차례대로 피어오르는 녹색 오러.

9인의 친위대가 무기를 잡고 이경복을 포위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여유가 묻어나왔다.

“누가 먼저 할지 고르는 것도 일이니까요. 괜히 섭섭할 수도 있으니까 다 같이 하는 걸로.”

그 말에 성령들이 놀란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을 배려해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게 아닌가.

-성령들 화들짝!

-누가 먼저 할지 가위바위보 하려다가 놀란 듯 ㅋㅋㅋㅋㅋ

-가위바위보 ㅇㅈㄹ ㅋㅋㅋ

-배려심 뭔데!

-아아, 이건 실력에서 나오는 배려라는 것입니다만?

-퍼자감 ON!

그 사이 9인의 친위대가 이경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주변 일대가 녹색 빛으로 물들었다.

그 가운데 푸른 화염이 피어올랐다.

녹색 빛을 밀어내기에는 부족한 크기. 그러나 청염(靑炎)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친위대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격에도 이경복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물길을 끊어내고 비틀며 흐름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ㅁㅊㄷㅁㅊㅇ

-비주얼 지렸다

-저걸 어케 다 피하누 ㅎㄷㄷ

-그 와중에 용줄기 컨트롤 무엇?

-않이;;; 저렇게 정신없는데 저게 다 보인다고?

시청자들도 성령들도 넋이 나간 것처럼 그 광경에 빠져들었다. 녹색과 청색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화려한 색채, 그리고 서서히 녹색 오러를 잠식해 나가는 푸른 화염의 검무(劍舞)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끝을 맞이했다.

“후우.”

이경복은 짧게 숨을 고르며 검을 갈무리했다. 그의 주변에는 다른 상처도 없이, 오직 한 곳만 관통당한 갑옷들이 널려 있었다.

-큐튭각 제대로 나왔다

-이건 무편집으로 봐도 될 듯 ㅋㅋㅋㅋㅋ

-무슨 공연 본 느낌임ㅋㅋㅋ

-와…… 친위대 무기가 다 다른데 저걸 다 대응해버리네

-유일등급 스머 클라스 보소 ㅋㅋㅋㅋ

-진짜 ㅋㅋㅋ 이런 걸 어디서 보겠냐구!

-놀라운 건 그 와중에 전부 일격에 처리함 ㅋㅋㅋㅋㅋ

-방광드립 친 애 나와! 네가 옳았다!

-의사 : 인방을 보고 요실금이 생기셨다고요?

-ㄹㅇㅋㅋ 이걸 어케 안 지리고 배기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의 감탄이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이정도 실력이면 솔플로 해도 되는 거 아님?

-진짜 ㅋㅋ 왜케 말린 거?

-ㄴㄴ 그래도 솔플은 안 됨

-이제 이 구간 넘어서 말하는데 솔플로 하면 미니눈나랑 떨어짐

-ㄹㅇㅋㅋ 미니 눈나가 친위데 결계 해제하려고 뒤에 남음요

-ㅇㅇ 솔플하면 전투 없이 바로 알현실 가게 됨

-아 ㅋㅋㅋ 그럼 안 되지

-하마터면 개쩌는 거 못 볼뻔 ㅋㅋㅋ

-그 뒤는…… 읍읍!

-자~ 엘붕이들은 스포 검지검지~

누군가 협력플레이에 의구심을 품자 곧바로 설명이 붙었다. 스포를 주의하던 경험자들의 설명에 이경복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기껏 시청자분들 초대했는데 돌아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갑옷 나누어드릴게요.”

이경복은 쓰러뜨린 친위대의 갑옷을 하나씩 조사했다. 그와 함께 알리샤가 주술로 성령들을 인도했다.

그와 함께 녹색 대신 주황색 오러를 발하며 일어서는 갑옷들. 마지막 한 명까지 육신을 차지하자 알리샤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요! 이제 결계가 사라졌어요.”

-크…… 드디어 최종보스!

-얼마 만에 보는 제로백 버스란 말인가!

-이번에는 무려 10인 탑승!

-않이 ㅋㅋㅋ 저분들도 고인물이라구!

-킹치만 갓플 앞에서는 평범한 엘붕이가 되어 버리는 걸?

-엌ㅋㅋㅋㅋ 고건 맏찌

-말투 개킹받누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기대심을 표출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성령들이 신속히 이경복을 포위했다.

채팅창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이경복의 표정은 차분했다.

“저격이면 보스전 중에 뒤를 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헐?

-저격이라고?

-않이;;; 저렇게 쌉 고인물들이 왜 저격을 함?

-여기서 저격이 들어온다고?

-하나도 아니고 10명이 전부 저격?

-단체 저격 무쳤누 ㅎㄷㄷ

-진짜 머기업 다 됐네 ㅅㅂ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채팅창이 술렁이는 사이 성령들 중 가장 클리어 횟수가 많은 이가 앞으로 나왔다.

“퍼플 님의 실력은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질투나 관심이나 받자고 이 자리에 모인 게 아닙니다.”

이경복은 그가 이들을 이끄는 리더임을 파악했다.

“변명처럼 들리시겠지만 우리에게는 당신을 막을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예.”

평범한 저격과는 다른 상황.

-뭐임? 대체 뭐임?

-저격 맞지?

-개꿀잼 몰카인가?

-이런 저격은 또 처음 보누 ㅋㅋㅋㅋ

-유일등급 스머 방송이라 그런 듯

-뭔ㅋㅋㅋㅋ 방송에 등급 옵션도 있냐고 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비난을 멈추고 추이를 지켜보았다.

“클리어 횟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고인물입니다. 이미 즐길 거 다 즐겨 본 저희의 낙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뉴비들을 도와주는 겁니다. 흔히 ‘소매넣기’라고도 하죠.”

속칭 ‘소매넣기’는 소매치기에서 파생된 말로 뉴비에게 고인물들이 퍼주는 문화를 지칭했다.

-여기서 소매넣기가?

-엌ㅋㅋㅋ 고건 맞말이지

-커뮤 보면 뉴비 찾는 망령들 널렸음 ㅋㅋㅋㅋ

-도와달라고 하면 무슨 입찰하듯이 달려들자너 ㅋㅋㅋㅋ

-댓글도 안 달고 초대코드만 보고 뉴비 NTR하는 건 유명하지 ㅋㅋㅋ

-아 ㅋㅋ 나 그 짤 본 적 있음

시청자들은 쉽게 공감을 표했다.

어렵기로 유명한 엘든시리즈인 만큼 ‘소매넣기’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던 덕이었다.

“퍼플 님이 방송을 하고 나서부터 많은 뉴비들이 입문을 했습니다. 덕분에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소매넣기의 기회도 많아졌죠.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알던 뉴비가 아니었습니다.”

“아니라고요?”

리더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술사 배경으로 시작하지 말라고 해도 듣지도 않고, 장비를 만들어줘도 전설급도 안 된다고 무시를 당했습니다. 게다가 보스 공략을 도와줘도 뭐 이렇게 오래 걸리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더군요.”

그가 말을 맺자 주변을 포위하던 다른 성령들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저는 검기도 못 벤다고 허접 취급을 받았어요!”

“생존기인 구르기로 상대하다 돌아보니까 이미 뉴비가 나가고 없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려도 기어코 영혼 채찍 배우더니 결국 1주일째 접속이 없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증언에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리더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 뉴비들이 모두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어…… 혹시 제 방송을?”

“네! 아무리 설명해 줘도 ‘퍼플은 되던데요?’이런 말이 나온단 말입니다!”

리더는 억울하듯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억울함과는 반대로 채팅창에는 웃음이 번졌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형적인 가랑이 찢어진 뱁새들이잖슴!

-않이;;; 갓플 플레이를 보고 따라할 생각이 드나?

-내 얘기도 있는 듯? ㅎㅎ ㅋㅋ ㅈㅅ;;

-뱁새쉑 현장에서 검거

-이게 그 평균의 함정인가 그거냐?

-ㄹㅇㅋㅋ 갓플이 고인물 평균 떡상시켜버렸자너

-저격인데 개유쾌하누 ㅋㅋㅋ

-바로 큐튭각이 또 나와버리네 ㅋㅋㅋㅋㅋ

채팅창처럼 이경복도 웃음이 나왔다. 저격인데 오히려 방송이 더 흥미로워지지 않나.

“사정은 알겠는데 그게 저를 저격한 거랑 무슨 상관이죠?”

“저희도 이런 방식이 실례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뉴비들의 환상을 깨 줄 필요가 있습니다.”

“환상?”

“악감정은 없지만, 최종 보스전은 퍼플 님 없이 저희만으로 성공해 보일 겁니다. 그걸로 퍼플 님의 방식만이 옳지 않다는 게 증명될 테니까요.”

그 말과 함께 리더는 무기를 잡았다. 다른 성령들도 바짝 긴장한 채 경계를 곤두세웠다.

‘이제부터가 진심이라는 건가.’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신기가 감지해낸 위협 수준이 커졌다. 그들은 어떻게든 이경복을 막아낼 생각인 게 분명했다.

그는 가볍게 자신을 포위한 성령들을 훑어보았다. 섣불리 나서지 않는 걸 보면 그의 실력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심일 터였다.

이경복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제가 다른 해결책을 알려드리죠.”

“……뭐라고요?”

리더가 순간 당황한 사이 이경복이 바닥을 박찼다.

“마, 막아!”

그가 향하는 방향은 다름 아닌 알현실로 향하는 계단.

놀란 리더의 명령에 성령들이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너무나도 쉽게 포위가 뚫렸다.

이경복은 단숨에 계단을 올라 문 앞에 선 채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누군가 절 따라 해서 생긴 문제라면.”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알현실의 문이 열렸다.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을 플레이를 보여 주면 되겠죠.”

그 말에 성령들은 물론 채팅창에도 의문이 가득해졌다.

-설마?

-그냥 솔플로 깨겠다는 거?

-무.친.선.언

-패기 미쳤고 ㅋㅋㅋ

-근데 솔플은 이미 이클도 하지 않았나?

-ㅇㅇ 맞음요

그런 채팅창 반응을 보며 이경복은 마지막 한 마디를 던졌다.

“최종보스랑 여러분 모두를 한 번에 상대하겠습니다.”

그 선언에 채팅창이 일순간 정지했다. 그 사이 이경복이 알현실로 들어서자 시야가 암전됐다.

[방송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

[혼자서 최종보스와 저격러를 모두 잡을 수 있을 리 없잖아, 무리무리!(※무리가 아니었다?!)]

곧바로 나타난 알림 메시지.

모니터링 하던 최병훈의 대처였다.

-무친 방제ㅋㅋㅋㅋㅋㅋㅋ

-실화냐고 ㅋㅋㅋㅋㅋ

-어그로 실력 뭔데!

-이게 유일등급의 어그로?

-당구장 표시 개킹받누 ㅋㅋㅋㅋㅋ

-클릭 참기 LV9999

-이렇게 되면 레이드 대상이 갓플인 거 아님?

-최종보스랑 성령이 같은 편ㅋㅋㅋㅋ

-쥐엔장! 방송천재냐고!

-어질어질하다 진짜 ㅋㅋㅋ

최종보스와 성령 10인의 팀업으로 11 대 1의 매치가 성립됐다. 처음 보는 상황에 시청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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