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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88화 (88/491)

88화 - 제일검, 그 다음 (4)

시청자들의 환호에도 이경복은 맘 놓고 기뻐할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가 막은 건 최초의 일격뿐, 이제야 본격적인 보스전의 막이 올랐던 터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에이든의 검격으로 밀려 나간 불사자들이 그를 에워싸며 덤벼들었다.

-어씨;; 저놈들 다시 오누

-불사 치트 뭔데!

-쪽수 장난 없네 ㅅㅂ

-인간적으로 쉬는 시간 정도는 줘야 되는 거 아님?

-프롬 : 대체 이걸 왜 깰려고 하는 건데! 리트하라고!

-응~ 돌아가~ 리트 안 해~ 바꿔줄 생각 없어~

무려 20명의 불사자들이 달려드는 장면은 확실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경복에게는 어디까지나 그렇게 ‘보이기’만 했을 뿐이었다.

“확실히 수는 많긴 한데.”

기다렸다가 포위당할 생각은 없었다. 이경복은 검을 가볍게 돌려 고쳐 쥐고는 마주 뛰어들었다.

5명의 불사자가 그를 향해 무기를 내질렀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그의 털끝 하나 스치지 못했다.

“AI라 그런지 허접하네요.”

그 한마디를 끝내자 불사자들이 쓰러지며 멈춰 버렸다.

순식간에 활로를 만들었지만.

“진짜는 역시 이쪽인가.”

뚫어낸 포위 너머로 에이든의 대검이 수평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불사자들이 그의 발을 묶는 동안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으헝허언!

-큰거 또 온다!

-ㅅㅂ 너무 크자넠ㅋㅋㅋ

-불사자라고 다 쓸어버리네 ㅋㅋ

-굴러! 지금 굴러!

공기를 찢으며 날아드는 대검은 마치 해일과도 같았다. 그 경로에 있던 불사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더욱이 수평으로 날아드니 흘릴 수도 없었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이경복이 바닥을 구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달랐다.

“당하기만 하는 건 제 성미가 또 아니라서!”

이경복은 에이든 쪽으로 뛰어가면서 주술을 발현했다. 푸른 화염의 채찍이 뻗어지며 에이든의 상완을 휘감았다.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낸 그의 신형은 그대로 에이든을 향해 날아올랐다.

하지만.

-어어어어?

-줄! 줄 끊어진다!

-뭐임? ㅅㅂ 뭐임?

-꽉 잡아! 떨어진다!

이경복은 미간을 찌푸렸다.

에이든의 몸에서 발산하는 황금빛 오러가 그의 주술을 상쇄시킨 것이다.

채찍이 끊어지며 그의 몸은 순식간에 하강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당황해서 아무 대처도 못 했겠지만.

“아, 한 방 먹이려고 했는데.”

이경복은 침착하게 불사자들의 몸을 주술로 잡아당겨 완충제로 활용했다.

-????

-대응 미쳤누 ㅋㅋㅋㅋㅋ

-불사자쿠션 성능 확실하고 ㅋㅋ

-인성 뭔데!

이경복은 버둥거리는 불사자를 검으로 찔러 정지시킨 후 어깨를 으쓱였다.

“안 죽으니까 괜찮잖아요?”

-와 ㅋㅋㅋ 이 상황에서 멘트 칠 여유까지 있누

-방송만 생각하는 바보……!

-블랙기업 사장 인성 나왔쥬?

-역시 평소에도 사람 갈아 쓰는 거 맏찌?!

-편집자님께 X를 눌러 JOY를 표하시오.

-않잌ㅋㅋㅋ 기쁜 거냐고 ㅋㅋㅋ

이경복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니 채팅창에도 전염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거 용줄기도 안 통하면 좀 난감하긴 하네요.”

이경복은 재차 검을 고쳐 쥐는 에이든을 보며 코끝을 찡그렸다. 언뜻 보기에는 에이든을 공격할 방도가 없지 않나.

-진짜 ㅅㅂ 이거 어케 깨라고 만든 거?

-스코빌 지수 너무 높고 ㅎㄷㄷ

-ㄹㅇㅋㅋ 매워도 너무 맵자너

이에 시청자들은 바로 공감했다. 그 상황에 이미 엔딩을 본 유경험자들이 나섰다.

-이거 도트뎀밖에 답이 없음

-ㄹㅇㅋㅋ 발이라도 치면 그래도 뎀지가 들가긴 하자너

-마술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은디;;

-활이나 석궁 챙겨 와서 쏘는 것도 방법임요!

-불사자 잡아도 괜춘 함!

-ㅇㅇ 불사 유지하는 게 에이든의 오러라서 불사자 죽을 때마다 오러 소모됨.

-엘딱들 바로 훈수 터지는 거 보소 ㅋㅋㅋ

-이거 완전 노가다 아님?

-뭘 선택하든 시간 개 오래 걸리겠누 ㅋㅋ

-방송이 길어져? 오히려 좋아!

이경복은 불사자들을 제압하면서 채팅을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럼 재미가 없는데.’

그는 시청자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약점만 노릴 수 있으면 된다.’

집중과 함께 고조된 육감과 그의 신기는 에이든에게도 약점이 있음을 알려 주었다.

문제는 그 위치가 에이든이 입은 갑주의 안쪽에 있다는 사실. 주술이 상쇄되어버리니 저 거체를 타고 오를 방법은 요원해 보였다.

‘제작사가 노리지 못할 약점을 만들 이유는 없지.’

그러나 이경복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약점을 만들어 뒀다는 건 누군가 그것을 공략할 방법을 찾아내길 바란다는 의미가 아니겠나.

“집중 좀 할게요.”

-집중 선언 떴다!

-퍼집중 ON!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아 그거네 ㅋㅋㅋ(모름)

-뭔지 몰라도 아무튼 개쩌는 건 확실하다

-다른 방법이 있다고?

-방송이라고 무리수 던지는 거 아니누?

-즐기시게 냅둬

그의 선언과 동시에 가라앉았던 채팅창이 다시 뜨거워졌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이경복은 단 한 글자의 채팅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길이 있을 거야.’

그가 뜻을 품자 신기가 그의 뜻을 따랐다. 준동하기 시작한 신기는 육감을 발현해 정보를 취합했다.

마치 멈춘 것 같은 시간 속에서 배경이 지워져 나간다. 에이든의 검격에 흩어져 버린 20명의 불사자들 중에서 일부만이 남는다.

이윽고 색을 덧칠하듯 붉은 카페트가 떠오른다. 그 끝에 놓인 철의 왕좌, 그리고 그 앞에 우뚝 서 있는 에이든의 거체.

‘보였다.’

왕좌는 에이든이 앉을 정도로 크기가 컸다. 그것을 이용하면 에이든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를 위해 불사자들의 포위를 뚫고 에이든마저 돌파해야 한다는 점.

위험천만한 방법이다.

‘하지만 재미있겠지.’

결정과 동시에 시간이 되돌아왔다. 이경복은 납검과 동시에 주저 없이 카페트 위를 내달렸다.

-갑자기 닥돌?!

-무기는 왜 집어넣으신?

-뭔데! 대체 뭔데!?

-집중한 결과 리트각밖에 없다고 본 듯? ㅋㅋㅋ

-아 ㅋㅋ 가랏! 몸통 박치기!

-아니 뭔 갓켓몬이냐고 ㅋㅋㅋ

-다시 큰 거 온다!

에이든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작은 인간을 향해 대검을 찍어 눌렀다.

이경복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양손을 펼쳐 주술을 발현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실패다!’

무형의 채찍이 불사자를 휘감았다. 양손으로 이를 잡아당기자 이경복의 몸이 탄환처럼 쏘아졌다.

그리 움직이는 와중에도 이경복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불사자에서 다시 불사자로.

불리한 조건이라 생각했던 불사자의 숫자가 오히려 득이 된 것이다.

-헐ㅋㅋㅋㅋㅋㅋ

-무친 회피 기동!

-불사자를 이렇게 써버리누 ㅋ

-이게 바로 엘든유일검의 초상비인가!

-정류장 메타 뭔데!

-정류장이 왜 나와 ㅅㅂㅋㅋㅋㅋ

덕분에 이경복은 순식간에 에이든을 돌파한 건 물론 왕좌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순탄하게 풀리지만은 않았다.

“너에게 그곳에 앉을 자격은 없도다!”

에이든이 어느새 몸을 돌린 채 대검을 다시 내려치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놀랄 틈도 없이 굉음과 함께 철의 왕좌가 박살이 났다.

그리고 이경복은.

“처음만 어렵지.”

재차 용비늘 검을 들어 대검을 흘려보냈다.

“2번은 쉽거든.”

이경복은 싱긋 웃었다.

철의 왕좌의 높이와 에이든의 공격, 그로 인해 맞춰진 눈높이. 그가 예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그는 주저 없이 도약해 검신을 타고 내달렸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

-설마 직접 올라가서 싸우려고 했던 거?

-미쳤냐고 진짜 ㅋㅋㅋㅋ

-(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

-아 ㅋㅋ 이게 엘든유일검이지!

-메모) 용줄기가 안 되면 직접 올라가면 된다

-메모해서 어쩔 건데 ㅅㅂ ㅋㅋ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업적 추가요!

-그거 하나만 보여 주는 거 아니었냐구 ㅋㅋㅋㅋ

-저격러 : 이집 서비스 낭낭하네요^^ 기분 팍 좋아져버려쓰

-알고 보니 업적 혜자 맛집이었쥬?

-아이고! 뱁새 다 죽는다!

시청자들의 극찬 속에서 이경복은 에이든의 팔에 도착했다. 당연하게도 에이든은 이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의 다른 손이 먼지를 털어내듯 이경복을 향해 들이닥쳤다.

-아……! 바로 막히누

-시도는 좋았다

-까비! 아깝소잉

달리 피할 곳도 없었고 주술 또한 상쇄되지 않나. 이번에야말로 시청자들은 끝을 직감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과감하게 바깥쪽으로 몸을 던졌다. 경악하는 채팅이 올라오기도 전에 푸른 채찍이 뻗어졌다.

그가 잡은 건 다름 아닌 펄럭거리는 망토였다.

-오!

-와 ㅋㅋㅋ 저걸 잡네

-아 맞네! 저건 괜찮네!

-눈썰미 뭔데!

-무친 시야 지렸다

갑주와 달리 망토는 장식품이라 오러가 깃들지 않았다. 이경복은 그대로 낙하하는 힘을 이용해 진자운동을 선보였다.

‘지금이다!’

이어 최적점에 도착하자 그는 주술을 해제했다. 공중에 떠오른 그대로 이경복은 검을 빼 들었다.

푸른 불길이 치솟으며 세로로 된 궤적을 그렸다. 황금빛 오러가 양분되고 흉갑위에 하나의 선이 그어졌다.

쿠쿵하는 둔중한 울림과 함께 떨어져 나간 흉갑. 이경복은 착지와 더불어 거리를 벌렸다.

-시방 지금 내가 뭘 본 것이여?

-않이;;; 서커스단 출신이신가?

-진짜 퍼지컬 수준 미쳤다 ㅋㅋ

-탈인간 퍼포먼스 ㅎㄷㄷ

그 일련의 광경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어?

-뭐여 저거?

-엥? 뭐임;;;

-헐ㅋㅋㅋ 에이든 거인 아님?

-ㄴㅇㄱ 상상도 못 한 정체!

-와 ㅅㅂ 골렘이었누

갈라진 흉갑 내부.

그 안에 있는 건 거인의 육체가 아니라 금색 룬으로 뒤덮여 있는 휘석이었다.

-어뜨케 된겨 어뜨케 된겨!

-우리 미니 눈나도 골렘임?

-골렘이 딸은 어떻게 낳았누;;

-수양딸이었던 거 아님?

-그럼 지금까지 골렘의 지배를 받았던 거 -아 ㅋㅋ 이거 완전 갓파고님 아니냐?

시청자들은 충격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경복은 담담했다.

이미 정보를 수집하면서 에이든이 생물이 아니라는 건 이미 파악했던 터였다.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역시 최종보스니까 뭔가 더 있을 것 같았어.’

불사자들에게 느껴지던 위협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이를 증명하듯 불사자들이 갑자기 풀썩 쓰러졌다.

그러나 뇌리에 전해지는 경고는 더욱 강렬해졌다.

-어? 점마들 왜 그럼?

-헐 바로 3페이즈 돌입하네

-3페이즈?

-무친ㅋㅋㅋ 스코빌 지수 폭발하네

-??? : 일본인은 정도껏을 모르나……

-여기서 또 뭐가 있다고?

의문의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에이든의 손과 검신에 붉은 룬이 떠올랐다.

이미 한 차례 봤던 종류, ‘즉사’효과가 있는 룬이었다.

-와씨 ㅋㅋㅋ 이제 공격이 즉사판정임?

-근데 이거 어차피 즉사 아니었나?

-ㄹㅇㅋㅋ 갓플 캐릭터는 종이 몸이라 한 방에 죽음

-근데 그런 몸으로 날아댕기는 과감성 무엇?

-새삼 생각하니까 얼척이 없누 ㅋㅋㅋ

의외로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게임 시작부터 어떤 공격이든 한 방만 맞아도 죽을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야.’

그러나 이경복은 얼굴을 굳혔다. 경고와 위협이 강해졌다는 건 단순히 즉사 효과의 추가 때문만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를 증명하듯 에이든은 다른 손을 들어올렸다. 이윽고 그의 손 앞에 오러가 응축되었다.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온 순간.

“사라져라.”

에이든의 한 마디와 함께 광선이 방출됐다. 미리 예측하고 있던 이경복은 피해냈지만 광선이 지나간 자리에는 검붉은 룬이 남았다.

-ㅅㅂ 그냥 맞으면 죽는 게 아니네

-즉사영역 생성기 ㅋㅋㅋㅋㅋㅋ

-받아라! 천마데스빔!

-ㅅㅂㅋㅋㅋㅋ 데스빔ㅋㅋㅋㅋㅋ

-이왜진?

-이러면 사실상 타임어택 아님?

-선 넘네 진짜 ㅋㅋㅋㅋㅋ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나갈 것 같애!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이렇게 되면 시간을 끌수록 즉사영역의 확장으로 죽음은 확정이었다. 게다가 불사자들 마저 쓰러져 주술을 이용한 회피기동도 불가능했다.

-이거 진짜 깨라고 만든 거 맞음?

-원래 저 즉사영역은 성령들의 희생으로 정화할 수 있음

-엥? 갓플은 없자너?

-그러니까 문제지 ㅅㅂ ㅋㅋㅋㅋ

-아 저격만 아니었어도…… -이클님은 이걸 솔플로 깼다고?

-솔플로 들어오면 눈나가 대신 막아줌

-엥? 마녀 눈나가 그럼 희생하는 거?

-오 이제 스포 아니네

-그래서 솔플로 들어오면 배드엔딩 확정임

-않이;; 지금도 배드엔딩 꼴 나겠다구!

채팅창의 분위기는 암울해졌다.

휘석이 드러났다고 한들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시청자들은 아무리 이경복이라도 이런 상황에서의 공략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거의 다 왔어!’

고스란히 드러난 약점만 치면 이길 수 있다.

그는 진중한 얼굴로 광선을 피하며 주술을 발현했다.

여러 가닥이 아니라 하나로 응집한 푸른 불길, 이경복은 이어 용비늘 검을 튕기듯 던졌다.

그와 함께 푸른 불길이 살아 있는 것처럼 검의 손잡이를 휘감았다.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출하기도 전에.

“갑니다!”

이경복은 크게 몸을 틀면서 채찍처럼 휘둘렀다.

포탄처럼 쏘아진 용비늘 검은 콰직하는 파열음과 함께 그대로 휘석에 박혔다.

-무친ㅋㅋㅋㅋㅋ

-이런 수가 있었누!

-직접 못 가면 던지면 된다 이말이야!

-판단 지렸고 ㅋㅋㅋ

-갓플 우승! 갓플 우승! 갓플 우승!

-이걸 깨버리네

시청자들은 이에 환호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짧게 혀를 찼다.

그 이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에이든은 순간 덜컥거리긴 했지만 이내 제 휘석에 박힌 용비늘 검을 비틀었다.

“하지만 네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검신이 부러졌다.

‘조금 얕았나.’

적중과 동시에 이경복은 느낄 수 있었다. 휘석의 겉은 관통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에 닿지 못했다고.

-용비늘 검이 부러져?

-유일등급인데 부러졌다고?

-에이든 공격 2번이나 막았으면 그럴 만하긴 해

-다른 장비면 이미 박살나고 없지 ㅋㅋㅋㅋ

-아…… 이러면 진짜 게임오버네

-거의 다 왔는데 아쉽누 ㅠ

-엘든유일검이니까 이정도지 ㅋㅋㅋ

-이제 리트하면 바로 깰듯!

-ㅅㅂ 갓직히 저격만 아니었어도 진즉에 깼다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표출했다.

그 사이 에이든이 대검을 들었다. 마치 사형선고를 내리듯 마지막 일격이 떨어졌다.

이제 포기한 것일까.

이경복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우레와 같은 굉음이 울렸다. 채팅창은 그의 첫 실패를 애도하는 것처럼 일순간 멈춰 버렸다.

그런데.

-?

-유다희 양 왜 안 나옴? -뭐임? 어케 된 거?

-설마 맨손으로 막았을 리는 없는데 ㄷㄷ

-그럼 진짜 무협겜이지 ㅋㅋㅋ

-아! 그거 아님?

-그게 뭔데!

-어? 설마?

-무기 하나 남았자너!

-엌ㅋㅋㅋ 진짜 그걸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채팅창.

영문을 모르던 시청자들은 이내 한 가지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와, 빡시다 빡셔.”

이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암울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이경복이 아직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동강난ㅋㅋㅋㅋ장검ㅋㅋㅋㅋㅋ

-이게 지금 여기서?

-역시 고인물은 동강난 장검이지!

-동강이 나도 그것은 검이다!

-이게 그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거냐?

-유일검의 경지? 너무 미쳤고 ㅋㅋㅋ

-퍼세! 퍼세! 퍼퍼세!

-뭔 ㅋㅋㅋ 퍼세 ㅇㅈㄹ ㅋㅋㅋ

‘동강난 장검’, 고인물의 상징이자 가장 튼튼하기로 유명한 무기.

이경복은 그 짧은 날붙이 하나로 에이든의 대검을 흘려보낸 것이었다.

그는 짧게 호흡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제가 골렘은 한 번 잡은 적 있죠?”

이경복은 에이든에게 다시 공격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다시금 동강난 장검을 주술로 휘감아 던졌다.

용비늘 검은 부러졌지만 휘석에는 부러진 파편이 아직 남아 있었다.

쏜살처럼 날아간 날붙이는 그 파편에 정확히 적중했고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벌어지며 황금빛 광채가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에이든의 거체가 서서히 무너졌다.

-WA!WA!WA!WA!WA!

-와 ㅋㅋㅋㅋ 진짜 이걸 클리어해버리네

-갓플 우승! 진짜 우승! 갓플 우승! 진짜 우승!

-5252 믿고 있었다제! 5252 믿고 있었다제!

-(게말콘)(게말콘)(게말콘)

-당연히 말이 되죠~! 당연히 말이 되죠~! 당연히 말이 되죠~!

-유일검 펀치! 유일검 펀치! 유일검 펀치!

-아아, 이건 ‘퍼펙트’라는 것이다. 갓플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지.

-ㄹㅇㅋㅋ 최악의 조건인데 바로 클리어 해버리기!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음 ㅋㅋ 최단시간 스피드런인데 노 생존기랑 노데스 클리어임

-와씨 ㅋㅋㅋ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그게 바로 엘든유일검이니까(끄덕)

승리가 결정되자 채팅창의 반응은 곧바로 터져 나왔다. 덕분에 이경복은 흡족한 표정으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후, 확실히 최종보스전이라 그런지 어렵기는 했습니다.”

그의 멘트에 시청자들의 주의는 곧바로 그에게 돌아왔다.

-진짜 고생했음!

-ㄹㅇㅋㅋ 역대 최악의 보스전이었는데

-하지만 최고이기도 했다 이말이야

-팩트) 다

-계속 이러면 다른 방송 못 보게 된다구웃!

-머기업에는 이유가 있다

-유일등급 스트리머 클라스 ㅋㅋ

그 반응에 이경복은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가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삐이익하는 경고음이 길게 울렸다.

[경고!]

[연산 과부하 감지!]

[기기 이용을 즉시 중단하시는 걸 권장 드립니다.]

[과부하가 지속될 경우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기기가 강제로 종료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눈앞에 뜬 메시지.

이경복도 시청자들도 어리둥절했다.

“과부하? 이게 뭐죠?”

-뭐지? 또 다른 퍼펙트 버그인것인가?

-엘든소울에서 나온 게 아닌데?

-캡슐 자체 경고인 듯?

-캡슐에 이런 경고메시지도 있었음?

-뭔데 이거 ㅋㅋ 처음 봄요ㅋㅋ

-안전 얘기하는 거 보면 위험한 거 아님?

-방종각 날카롭고

-헐? 방종이라고?

쏟아지는 채팅에도 해당 현상에 대한 해결책은 없었다.

[>매니저입니다.]

[>메뉴얼을 확인해 보니 캡슐 내 프로세서에 과부하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뇌와 연관된 만큼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방송을 종료해야 하니 시청자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어 이경복의 앞에 박주호가 보낸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주기 위함인지 프라이빗 메시지는 아니었다.

“아,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해야겠네요.”

-?

-ㅔ?

-안전문제라는데 뭔 갈고리를 치고 앉았누 ㅋㅋㅋ

-매니저님! 지금 갈고리 치는 놈들 밴 때려요!

-ㄹㅇㅋㅋ 갓플 문제 생기면 어쩌려고

-엔딩이야 쉬엄쉬엄 보면 되지!

-끊는 타이밍 지렸다 ㅋㅋㅋ

-이 정도면 방송의 신도 갓플의 재능을 알아본 것

-이런 방종은 또 첨이네 ㅋㅋㅋ

-갓플 어디 캡슐 쓰나? 리얼리티 건가?

-이런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퍼바콘)(퍼바콘)(퍼바콘)

-내일 또 봐잉!

이전과는 다른 경우였기에 시청자들도 순순히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자, 그럼 저는 내일 엔딩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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