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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91화 (91/491)

91화 - 분명 A/S를 맡겼는데? (3)

하이엔드 커스텀 모델 언박싱 방송 당일, 방송 몇 시간 전.

이경복의 집에 세 친구가 모였다. 첫 오프라인 방송이니만큼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엉? 뭐야? 왜 캡슐이 2개냐?”

“원래 있던 거 회수 안 해갔어?”

최병훈과 박주호는 방안에 놓인 2개의 캡슐을 보고 물었다.

“나도 몰라. 설치기사 님이 그런 소리 못 들었다던데?”

“어? 진짜? 뭐지? 그냥 준 건가?”

세 사람 모두 이해가 안가는 듯 눈을 굴렸다.

800만원 상당의 제품을 그대로 놔두다니? 비록 중고라고 해도 1달도 쓰지 않은 모델이지 않나.

“오히려 잘됐다.”

“뭐가?”

“경복이가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면 이 캡슐의 가치가 몇 배로 뛸 거다. 스타의 애장품 같은 개념으로.”

“오, 그러네! 스트리머 퍼플의 첫 캡슐. 크으, 이건 잘 보관해둬야겠다.”

두 친구의 반응에 이경복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뭔 애장품이야.”

“야, 이거 박스 안 버렸지?”

“어? 아마 저 구석 어디 있을걸?”

최병훈이 아랑곳하지 않고 박스를 찾으러 간 사이 박주호가 말했다.

“장난 아니고 진심이다. 중고월드나 캐럿시장에 팔지 마라.”

“거참……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기존 고급 모델을 포장해 빼낸 뒤 최병훈은 빠르게 방을 훑었다.

그리고 이내 창에 커튼을 치고 컴퓨터 모니터를 반대로 돌렸다.

그 행동에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뭐해? 모니터는 왜 돌려?”

“마, 다 너를 위해서 하는 거야. 이렇게 놔두면 특정당할 수가 있어요.”

“특정?”

대답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최병훈은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매섭게 눈을 돌렸다.

“세상에는 멀쩡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거든.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미친 것들이 많다 이 말이야.”

“미친 것들?”

“내가 이쪽 업계에서 또라이들 본 게 한두 명이 아니에요. 창밖에 보이는 풍경 보고 주소 찾고, 모니터나 거울 같은 거에 반사되는 내부 구조로 건물을 특정한다니까?”

“그렇게까지 한다고?”

이경복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 있던 박주호도 한 마디를 덧붙였다.

“실제로 스트리머 중에 스토킹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대부분 여성 스트리머지만 남자도 있긴 하지.”

“사생팬들이 연예인한테만 붙는 게 아니거든. 그리고 그런 스토킹 말고도 장난으로 배달을 보낸다거나 이런 식으로 피해를 주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이사 자주 다니는 스트리머도 많아.”

“……역시 얼굴 공개 미루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친구들의 말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오늘 방송은 이 방에서만 하는 거다. 분명 트수들이 집 구경 시켜달라고 할 건데 그런 말들은 그냥 무시해. 어차피 내가 카메라맨이니까 나가지도 않을 거지만.”

최병훈은 그리 말하며 카메라 위치와 구도를 잡기 시작했다. 그 사이 박주호는 스마트 링크로 홀로그램을 조정했다.

“경복아, 거기서 봐라. 잘 보이냐?”

그가 만든 홀로그램은 바로 커스텀 모델의 스펙설명을 위한 큐카드였다.

리얼리티 사에서 제공한 홀로그램을 토대로 그가 따로 제작해 온 것이었다.

이경복은 큐카드를 보며 살짝 눈가를 좁혔다.

“좀 투명한데?”

“이 정도는?”

“아, 그거 딱이네.”

“그럼 됐다. 큐카드에 있는 거 그대로 읽을 필요는 없어. 자연스럽게 언급만 해 주면 된다.”

“알았어. 후, 이거 오프라인 방송은 확실히 준비할 게 많네.”

그렇게 말은 했지만 두 친구가 준비를 도맡아 준 덕분에 정작 이경복이 해야 할 건 없었다.

“야, 저녁 뭐 먹을래?”

이경복은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열면서 물었다.

직원이 일을 하면 사장은 지갑을 여는 게 도리였다.

* * *

스트리머 퍼플의 채널.

-와씨ㅋㅋ 트수들 왜케 많어!

-대기하는 시청자가 8천이 넘누 ㅎㄷㄷ

-아 ㅋㅋ 1열에서 볼 거라고!

-1열 ㅇㅈㄹㅋㅋㅋㅋㅋ

-늦게 온 사람은 뒤로 빠져욧!

-언박싱 방송 대기자 8천? 이게 말이 됨?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아직 방송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채팅창에는 이미 시청자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갓플 집은 어떠려나?

-운동 좋아하니까 백퍼 운동기구 있을 듯

-복싱했다는데 샌드백 있는 거 아님?

-블랙기업 사장인데 호화맨션이겠지 ㅋㅋㅋ

-호화맨션 ㅅㅂㅋㅋㅋㅋㅋ

-아 ㅋㅋ 랜선 집들이는 못 참지!

-다들 집들이 선물은 가져왔쥬?

-후원 딱 대!

-현실 조공 마렵누

정작 시청자들은 커스텀 모델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오프라인 속 퍼플의 모습과 그가 살고 있는 집을 구경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더 컸다.

그렇게 흥겨운 잡담을 나누는 와중 방송시간이 다가왔다. 까맣던 화면이 이내 전환되며 방을 비추었다.

-오! 한다한다!

-여기가 갓플의 방?

-이곳이 바로 엘든유일검의 거처인가!

-엌ㅋㅋㅋ 역시 운동기구 있네

-치닝디핑인가 그거 아님?

-이상하네? 옷걸이로 쓰는 게 맞는데?

-오 덤벨도 무게별로 있누

-무친ㅋㅋ 30kg짜리도 있는 듯 ㅋㅋㅋ

-와씨 ㅋㅋㅋ 컴퓨터도 있네

-모니터는 왜 돌아가 있냐?

-악질 대처 ON!

-저 박스가 커스텀 캡슐인가?

-의외로 큰데?

시작과 더불어 폭발하듯 올라오는 채팅창. 그러나 정작 화면에는 이경복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않이! 우리 갓플 어딨냐구!

-방장 나와! 얼른 나와!

-아 ㅋㅋ 장난치지 말고 빨리 나오라고

-퍼손실 멈춰!

-설마 목소리만 나오는 거 아니지?

-목소리 출현이면 리얼리티 주가 개떡락함

-재수 없는 소리 마라 ㅅㅂ

-엌ㅋㅋ 트수 중에 주주가 숨어 있었누.

-시크릿주주?

채팅창이 아우성으로 가득해지는 순간. 화면 앞에 한 사람이 등장했다.

“트하!”

익숙한 음성.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경복이었다.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친ㅋㅋㅋㅋ

-3D가면 뭔데!

-저거 임티에 나오는 거 아님?

-(퍼하콘)(퍼하콘)(퍼하콘)

-트수의 T 대신 퍼펙트의 P인 듯?

-엌ㅋㅋ 맞넼ㅋㅋㅋㅋㅋㅋ

-등장부터 임팩트 미쳤곸ㅋㅋㅋ

3D프린터로 출력한 이모티콘 가면을 쓴 이경복.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나도가면쓸거야’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혀엉!? 그거 어디서 파는 거야?!]

[‘퍼펙트굿즈’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퀄리티 뭔데! 퀄리티 뭔데! 퀄리티 뭔데!]

[‘뽐뿌온다진짜’님이 ‘3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거 자체 제작 맏찌? 설계도 얼른 팬페이지에 올려줘잉!]

[‘집들이선물’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변변찮지만 휴지 대신입니다.]

이어서 시작된 후원.

이경복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아, 후원 감사드립니다. 이 가면은 리얼리티 사에서 만들어 줬습니다. 아쉽게도 설계도는 저희 쪽에서도 몰라서요. 그리고 집들이 선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씨 ㅋㅋㅋ 리얼리티에 물어봐야 되는 거였누

-담당자님 보고 있죠? 방송 끝나면 설계도 올려주는 거 맏죠?

-퍼청자 버전도 하나 만들어줘잉!

-집들이에도 자본주의 파동이?!

-10만원어치 휴지ㅋㅋㅋㅋㅋㅋ

가면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시청자들의 관심은 이내 다른 곳으로 쏠렸다.

-와 근데 갓플 어깨 보소

-아 ㅋㅋ 저렇게 넓으면 옆으로 눕기 힘들다고

-ㄹㅇㅋㅋ 그래서 내가 운동 안함

-이제 보니 에이든이 아니라 갓플이 거인이었누

-그냥 츄리닝에 티셔츠인데 태 나는 거 무엇?

-역시 옷보다는 옷걸이가 중요하구나

-운동 좋아한다더니 참트루였누 ㅋㅋㅋ

-퍼지컬 ㅇㅈ합니다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아래 몸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긴 했지만 계속 이런 흐름으로 놔두어서는 안 됐다.

별 제약을 두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협찬 광고가 아닌가.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그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자, 오늘 언박싱 방송인 거 아시죠? 사전에 공지를 해드렸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설명을 드리면, 리얼리티 사에서 저를 위해 커스텀 모델을 협찬해 주셨습니다.”

-숙제 모드 ON!

-얏호! 숙제 파티다!

-트수들 눈치 챙겨^^

-와.정.말.대.단.해

-역.시.리.얼.리.티

-이렇게 쓰면 되는 거지 형?

-리얼리티 님 충성충성^^7

장난스러운 시청자 반응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가면을 쓰고 있으니 따로 표정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억텐인 척하지 마세요. 솔직히 리얼리티 캡슐 엄청 좋잖아요?”

-고건 맏찌

-ㄹㅇㅋㅋ 리얼리티 캡슐 쓰면 다른 거 못씀

-여기서 팩트를 꺼낸다고?

-킹직히 좋긴 해 ㅋㅋㅋㅋ

-진짜 하루 만에 대처한 거 보고 놀랐자너

-찐으로 충성충성^^7

-최고리얼아 고맙다!

이경복의 한마디에 채팅창 분위기가 바로 바뀌었다. 그는 캡슐 박스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 그럼 언박싱을 시작해 볼 건데요. 엄밀히 말하면 이미 설치기사님이 오셔서 포장을 뜯었습니다. 그럼 바로 보여드릴게요!”

이경복이 가볍게 박스를 들어 옆으로 치웠다. 그 안에는 연보라색의 매끄러운 표면, 그리고 그 위에는 이경복의 큐튜브 채널 로고와 이모티콘이 래핑되어 있었다.

-55555555555

-와 디자인까지 커스텀해준 거?

-스펙만 바꿔준 게 아니었네 ㅋㅋㅋㅋ

-무친ㅋㅋㅋ 이거 진짜 한정판이네

-역시 유일등급 스트리머ㅋㅋㅋ

-퍼플이라 보라색으로 해줬누 ㅋㅋㅋ

-ㄹㅇ 색감 개이쁘다

-가면보다 더 뽐뿌오누 ㅋㅋㅋㅋ

-근데 이거 하이엔드급 커스텀이라 개비쌈

-ㅇㅇ 1500만원 넘음ㅋㅋㅋㅋ

-앗… 아아……

-구입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다!

-그냥 디자인만 따로 빼서 보급형으로 팔아주면 안됨?

-따로 래핑 옵션만 살 의향 있다 ㅋㅋㅋㅋ

채팅창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경복은 슬쩍 카메라 너머, 박주호를 바라봤다. 그는 가볍게 오케이 싸인을 보내왔다.

“디자인 잘 빠졌죠? 저도 처음 보고 감동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디자인만이 아니거든요.”

-아 ㅋㅋㅋ 진짜 숙제 시작구간이네

-(드르렁콘)(드르렁콘)(드르렁콘)

-여기 누우면 되나요?

-●▅▇█▇▆▅▄▇

-끝나면 깨워달라굿!

-전방에 꿀잼방지턱이 있습니다

캡슐 스펙 설명의 차례가 되자 시청자들은 장난스럽게 채팅을 쳤다. 이경복 역시 이런 반응을 이미 예상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먼저 제가 캡슐을 바꾸게 된 계기는 다들 아실 겁니다. 연산량 과부하가 문제였는데, 이번 커스텀 모델은 한계치가 약 5배로 높아졌습니다.”

-5배?

-개 많이 올렸누 ㅋㅋㅋㅋ

-와 ㅋㅋㅋ 하이엔드의 5배면 하이엔드 중에서도 하이엔드네

-그렇게까지 높일 필요가 있나?

이경복의 설명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약간 미적지근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당초 캡슐이 오버스펙이었던 만큼 시청자들에게는 연산량 한계에 대한 개념이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은 리얼리티는 물론 이경복 쪽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에 박주호가 빠르게 스마트 링크를 조작했다.

그가 띄운 홀로그램 그래프가 이경복 옆에 투사되었다.

“여기 그래프 보이시죠? 이게 캡슐 이용자 평균 최대 연산량입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제 최대 연산량 평균이고요.”

-?

-헐ㅋㅋㅋㅋ 차이 무엇?

-저렇게까지 격차가 크다고?

-뭐임? 저게 뭐임?

-와씨 ㅋㅋㅋ 이게 넘사벽이지

-저게 대체 몇 배인 거임?

직관적인 그래프로 보여 주자 시청자들은 그제야 스펙의 차이를 실감했다.

이경복은 그런 반응에 화룡점정을 찍듯 설명을 덧붙였다.

“제가 받은 커스텀 모델은 평균 이용자들의 약 50배 정도의 연산량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아마 앞으로는 지난번 같은 경고메시지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50배라고?

-않잌ㅋㅋㅋㅋ 누가 50배나 넘는 스펙이 필요하냐구!

-와씨 ㅋㅋㅋ 진짜 기기가 갓플을 못 따라잡는 거였네

-이게 바로 만해의 비결이었누

-이 정도면 찐으로 유일등급 아니냐?

-(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

-지놈 말이 맞았네 ㅅㅂㅋㅋㅋㅋ

-ㄹㅇㅋㅋ 진짜 신인류였자너

-보고 있나 뱁새들?

-이거보고도 갓플 따라하면 능지 이슈임 ㅋㅋㅋㅋ

-뭔ㅋㅋㅋ 언박싱도 레전드냐고!

지루할 거라 예상했던 시청자들은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경복은 이 기세를 몰아가기로 했다.

“이렇게 뛰어난 스펙인데 하이엔드급이라 편의 기능도 미쳤습니다. 우리가 캡슐 쓰면서 가장 불편한 게 바로 실제 몸의 상태변화거든요.”

최병훈이 빠르게 위치를 잡았다. 이경복과 캡슐 모두 나오면서도 내부를 보여 줄 수 있는 구도를 위해서였다.

“제가 원래 사용하던 건 고급 모델이었습니다. 캡슐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쾌적하게 쓸 수 있었죠. 그런데 하이엔드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추가 됐습니다.”

이어 그가 버튼을 누르자 캡슐 뚜껑이 열리며 내부구조가 드러났다.

“수분 공급을 위한 정수기에 접속 중에도 근육을 자극해 주는 마사지 기능도 있고, 이쪽에는 미니 로봇청소기도 있어서 자동으로 청소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건…… 긴급 상황을 위한 건데 배설물 자동 처리 장치입니다.”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친ㅋㅋㅋ 괜히 비싼 게 아니었네

-마사지 기능도 있다고?

-헐ㅋㅋㅋ 안마의자 따로 살 필요가 없누

-똥 싸면서 게임 쌉가능 지렸고

-않이;; 이거 완전 폐인제조기 아니냐고 ㅋㅋㅋㅋ

-아 ㅋㅋ 이게 하이엔드지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경복은 여유롭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이엔드의 핵심은 바로 ‘항상성’을 유지하다는 점이거든요. 현실의 몸 상태를 쾌적한 상태로 지속시키는 데 이만한 물건이 없습니다.”

-와…… 근데 이게 진짜 맞말임

-보급형은 진짜 접속만 할 수 있어서 불편하긴 해

-ㄹㅇㅋㅋ 게임하다가도 덥거나 추워지면 바로 몰입 깨지자너

-진짜 겜 하다가 목마르거나 화장실 가고 싶어지면 개빡침ㅋㅋ

-킹직히 고급형 모델만 해도 개꿀이다 싶었는데 ㅋㅋㅋ

-하이엔드 보니까 생각이 싹 바뀌누

-와…… 개부럽다 진짜

-이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함 ㅋㅋㅋ

채팅창은 공감과 경험담으로 가득해졌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상현실 내 자극보다 현실의 자극을 우선하기에 몰입이 깨지는 게 다반사였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의 부러움에도 이경복은 담담했다.

“그런데 게임을 오래하면 좀 물리지 않나요?”

그의 물음에 채팅창 분위기가 일변했다. 무수히 올라오는 물음표에 이경복은 어깨를 으쓱였다.

“하이엔드 급 모델은 최장 12시간까지 쾌적한 접속을 보장해 주거든요. 근데 12시간이면 거그나 미스틱은 30판 정도 할 텐데, 좀 지겨워지지 않나 해서요.”

-않이;;; 그건 님 기준이잖슴!

-킹반인은 1시간에 1판도 버겁다굿!

-숙제방송에서도 기만 숨결을?

-오프라인에서 기만 브레스 ㅋㅋ

ㅋㅋ

-킁카킁카, 으음 이 맛이야!

-퍼기만 보충은 못 참지 ㅋㅋㅋ

-한결같다 증말!

-남의 돈으로 기만을 하는 스머가 이따?!

-광고에 기만을 섞어버리네 ㅋㅋㅋㅋ

-아아, 이건 퍼펙트류 광고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 멘트에 즐거움을 숨기지 않았다. 오프라인이나 가상현실이나 퍼플은 퍼플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12시간 방송하는 거 맏찌? 그치?

-이렇게 좋은 캡슐 놔두고 칼방종 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지?

-12시간 연속 방송? 하루의 절반을 갓플과 함께?

-진짜 인생의 절반 손해보겠눜ㅋㅋㅋㅋ

이내 시청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12시간 방송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당황하지 않았다.

“아, 12시간 방송이요? 지금 카메라 들고 있는 사람이 편집자거든요. 야, 12시간 방송 편집 자신 있어?”

그 물음에 화면이 격하게 흔들린다. 이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지자 이경복이 다시 입을 열었다.

“12시간 방송 편집하면 얘 진짜 죽습니다. 자꾸 블랙기업, 블랙기업 하시는데 제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블랙기업을 만드는 거라니까요?”

-가불기 들어왔쥬?

-태극권 뭔데!

-갓직히 12시간 방송 편집하려면 편집자님 요절각일 듯

-후, 이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아씨 ㅋㅋㅋ 이 밈을 무기로 써버리누

-블랙기업 주주들도 다 블랙이었던 거임!

-답변 좀 치누 ㅋㅋㅋ

-이게 1개월차 스머의 말솜씨?

-응애 퍼플 어디갔냐구!

이경복의 답변에 시청자들도 바로 납득했다. 그리 분위기가 훈훈해졌을 때가 적기였다.

시청자들이 집중했을 때 기능 시연까지 간단히 끝내고 이경복이 마무리 멘트를 말했다.

“자, 보셨듯이 리얼리티 캡슐. 1등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거든요. 앞으로도 좋은 방송, 리얼리티 캡슐과 함께하겠습니다. 언박싱 라이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 박주호가 눈짓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링하던 리얼리티 사로부터 확인을 받았다는 신호.

그와 함께 화면 위에 나타났던 유료광고 방송 문구가 사라졌다.

-숙제 끝!

-슬레이트 치겠습니다! 짝!

-아이고, 고생들 하셨습니다.

-어이 트씨! 오늘 연기 좋던데?

-아따, 요즘에는 숙제가 자주 안들어온다야.

-다음 숙제 방송은 어디여?

-리액션 담당 10명! 선착순!

광고가 끝나자 시청자들은 바로 농담을 던졌다. 이경복은 그 방정맞은 모습에 웃음을 흘렸다.

-근데 설마 이렇게 방종하는 거 아니지?

-1시간도 안 지났는데 설마 방종하겠음?

-2부 있는 거 맏찌?

-하루 휴방 퍼손실 책임져!

-오프라인 방송이어도 부족하긴 해

이어지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히 2부 방송 있습니다. 캡슐을 받았으면 시연도 해야죠. 2부는 엘든 소울 엔딩입니다!”

그 말과 함께 이경복이 캡슐을 열자 채팅창은 흥분으로 가득해졌다.

단순히 2부 방송 때문만은 아니었다.

-5252 믿고 있었다구웃!

-얼굴 공개 가나요!

-아 ㅋㅋ 캡슐에 저 가면 쓰고 어떻게 들어가냐고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이게 진짜 메인이지 ㅋㅋㅋㅋ

-갓플 용기 칭찬해!

-갑자기 초고교급 미남 나오는 거 아님? ㅋㅋㅋ

-초고교급이 뭔데 ㅆㄷㅅㅋ

시청자들의 기대대로 이경복은 돌아서서 가면을 벗었다. 그와 함께 헝클어진 머리가 흩어지고 채팅창은 숨을 죽인 듯 일순간 멈추었다.

이내 이경복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

-뭐꼬?

-아 ㅋㅋㅋ 당했눜ㅋㅋㅋㅋ

-가면 안에 또 가면을 쓰고 있었네 ㅋㅋㅋㅋㅋ

-릭트쇼 뭔데!

3D가 아닌 평면으로 된 이모티콘 가면이 있었다.

“리얼리티 사에서 2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줬었거든요.”

이경복이 무슨 문제가 되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와 ㅋㅋㅋ 독하다 독해!

-그 와중에 머리 작은 거 무엇?

-ㅅㅂ 어깨가 넓어서 그런 게 아니네

-저 정도면 모델급 머리 크기인데

-아씨…… 왠지 잘생긴 거 같은데

-아 ㅋㅋ 설마 그렇게 다 가졌을 리가 있나

-ㄹㅇㅋㅋ 신도 양심이 있으면 그렇게는 안함

-신 : ㅎㅎ ㅋㅋ ㅈㅅ;;

이경복은 웃음을 흘리며 캡슐로 들어섰다.

“자, 그럼 엘든소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 인사와 함께 화면이 꺼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곧바로 엘든 소울 방송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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