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92화 (92/491)

92화 - 완벽의 기사 (1)

게임을 실행하니 장소는 그대로 알현실이었다.

“아, 종료 시점 컷신에서 바로 다시 시작이네요.”

이경복은 눈앞에 쓰러진 거체, 에이든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봐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진짜 어떻게 깨나 싶었는데 ㅋㅋ

-동강난 장검도 검이라는 걸 증명해버렸자너

-그게 엘든유일검이니까 (끄덕)

-하루 휴방 한 건데 왜케 오래된 것 같누

시청자들도 새삼 클리어 당시를 떠올렸다. 이경복은 부서진 에이든의 휘석으로 다가갔다.

그와 함께 사라지는 통제권.

[‘결정자, 에이든의 소울’을 획득했다.]

주인공이 휘석에 손을 대자 어려있던 빛이 흡수되었다. 그와 함께 갇혀 있던 알리샤가 풀려났다.

“아아……”

그녀는 탄식했다.

자신보다 몇 배는 큰 휘석의 파편을 끌어안고 어깨를 떨었다.

“결정자시여, 어째서……”

이내 그녀는 주인공을 돌아보았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나를 미워하지 않나?”

“대화를 거부한 것도 먼저 공격해 온 것도 결정자셨죠. 슬프지만 당신을 원망할 이유는 없어요.”

-고건 맏찌

-역시 미니 눈나야!

-갓직히 에이든은 아버지 자격 없지 않나?

-ㄹㅇㅋㅋ 추방하고 걍 침묵해버렸자너

시청자들도 이에 수긍했다.

주인공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알리샤와 거리를 가까이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어떻게 에이든이 당신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거지?”

그 물음에 이경복도 입을 열었다.

“아, 이거 궁금했는데 알려 주나 보네요.”

-역시 수양딸 아니겠음?

-뭐, 재능 같은 거 알아보고 주워온 건 아닐까.

-일단 사람은 아니니까 생물학적 아버지는 절대 아닐 듯

-아 ㅋㅋ 이제 알려주겠지

알리샤는 그 물음에 고개를 숙였다.

“사실, 저도 어떻게 태어났는지 몰라요. 기억이 있을 때부터 왕성에서 지냈죠. 결정자께서는 저를 딸이라고 ‘결정’해 주셨고 주변 사람들 모두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그런가.”

“물론, 결정자께서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 역시……”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주인공도 더 캐묻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

정적을 지워내려는 듯 알리샤가 다시 고개를 들며 말했다.

“당신은 엘든소울을 찾고 싶으신 거죠?”

“그렇지. 하지만 에이든이 영원히 침묵하게 됐으니, 내 발로 찾을 수밖에.”

주인공의 대답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헐 맞네

-엘든소울은 결정자만 안다고 하지 않음?

-그럼 어케 되는 겨?

-않이;;; 최종보스를 잡았는데 길이 막혀버리누

그러니 시청자들의 걱정은 한순간이었다. 알리샤가 다시 부서진 휘석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아뇨, 방법이 있어요.”

“방법?”

“제가, 결정자가 되면 알 수 있을 거예요.”

그 말과 함께 알리샤에게서 실처럼 가느다란 오러가 솟아났다. 이어 부서진 휘석에 새겨진 룬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 맞네! 눈나가 원래 후계자였자너

-이래서 눈나가 죽으면 배드엔딩인 거였누

-전개 상관없이 미니 눈나가 없으면 배드엔딩입니다만?

-엌ㅋㅋㅋ 그것도 맏찌 ㅋㅋㅋㅋ

마치 룬을 복제하는 것처럼 알리샤의 몸에도 룬문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오러 또한 에이든의 것처럼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뻗어진 가느다란 실들이 갈무리되자 주인공이 물었다.

“성공인가?”

“아……”

알리샤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엘든소울의 위치를,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실패라는 건가?”

“아뇨, 알고 있어요. 알고 있는데 말할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물론 채팅창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이거 엔딩 아니에요? 뭐지?”

-ㄹㅇㅋㅋ 엔딩인데 왜 답답하냐고!

-눈나 의지랑 상관없이 못 하는 듯?

-않이;;; 그럼 어케하라는 거임!

-엘붕이들 얼른 설명해달라고!

그런 반응도 잠시, 시청자들의 주의는 곧바로 다른 곳으로 쏠렸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알현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룬에 제약이 걸려 있었어요.”

“……알리샤?”

그것은 바로 알리샤, 진짜 육체를 되찾은 그녀였다.

-눈나ㅏㅏㅏㅏ

-캬 ㅋㅋㅋ 여기서 리얼 눈나가 나와버리누

-리얼 ㅇㅈㄹㅋㅋㅋㅋ

-미니 눈나도 커엽긴 한데 리얼 눈나가 이쁘긴 해

작은 골렘이 아닌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기가 넘치는 그녀의 모습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떻게 된 거지?”

“이 골렘에는 제 영혼을 투영했을 뿐이에요. 당신을 도우면서 저는 제 육체를 만들고 있었어요. 완성하자마자 안개의 숲에서 성으로 출발했는데 이제야 도착했네요.”

“하지만 제약이라니……?”

“결정자의 룬은 영혼이 아니라 이 육신에 새겨져 있거든요. 제약 역시 마찬가지죠.”

알리샤는 그리 말하며 주인공의 손을 잡았다. 골렘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온기가 전해져 왔다.

“엘든소울의 위치를 알려드릴게요.”

그 말과 함께 시야가 암전됐다.

곧바로 채팅창이 반응했다.

-헐? 진짜 알려 준다고?

-와 ㅋㅋㅋ 정교회 루트랑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와씨ㅋㅋㅋ 원령골렘 스노우볼이 여기까지 굴러오네

-오 그러네ㅋㅋㅋ 선택보스된 원령골렘 안 잡았으면 또 엔딩 갈렸을 거 아녀?

-놀라운 건 갓플이 알고 한 것도 아니라는 거임 ㅋㅋㅋ

-진짜 방송의 신이라도 있나?

-아 ㅋㅋ 이게 유일등급 방송이지!

대부분이 엔딩을 본 유경험자들이었다. 이경복과 다른 시청자들은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엔딩이 많이 달라요?”

이경복의 물음에 채팅창에는 웃음이 번졌다.

-이게 바로 1회차의 품격?

-맏따 ㅋㅋㅋ 갓플 1회차지

-정보)정교회 루트에서는 엘든소울 위치를 아예 못 찾는다

-뭐임? 그럼 배드엔딩만 있는 거?

-알리샤 대신 결정자가 되는 엔딩도 있음

-정교회를 도와서 왕국 재건 루트도 있다구!

-킹치만 정교회는 사이비종교였구연

-혼자서 엘든소울 찾아 떠나는 방랑자 엔딩이 그나마 해피엔딩이었네 ㅋㅋㅋㅋ

엘든소울을 찾는 게 플레이어의 목표지만 정작 엘든소울의 위치를 알아낸 엔딩은 없었다.

채팅창이 떠들썩해진 사이 시야가 다시 돌아왔다.

전환된 배경은 그들에게도 친숙한 장소였다.

“어? 시작점인 묘지네요?”

엘든소울의 시작점, ‘부서진 자의 묘지’. 알리샤는 주인공을 그곳으로 데려왔다.

“이곳 지하에 비석이 하나 있어요.”

이어지는 그녀의 설명에 채팅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비석? 설마 그 비석?

-941생 구간 뚫고 찾아낸 거기?

-아 ㅋㅋ 역시 냄새가 좀 나드라니깐!(몰랐음)

-진짜 너무 뻔하자너~(까먹고있었음)

-ㄹㅇㅋㅋ 프롬이 괜히 만들어 뒀겠냐구웃!

-뭔가 있을 줄은 알았는데 사실 시작점이 도착점이었누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너무 어두웠고ㅋㅋㅋㅋㅋ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흡족해 했지만 엘든 소울의 엔딩을 본 이들의 감상은 달랐다.

-와…… 클리어 후에도 계속 게임 할 수 있게 만들어 둔 이유가 있었네

-정교회 루트 클리어하고도 비석 찾으면 엘든소울 찾을 수 있었네

-ㅇㅇ 나 소름 돋음

-이래서 프롬 겜을 못 끊지 ㅋㅋㅋㅋ

-혀엉! 얼른 가자구! 이거 누가 보면 최초공개 뺏을지도 모른다구!

-뺏기는 ㅋㅋㅋㅋ 941생 구간은 아무나 통과하는 줄 아나

-시간 넘모 충분하쥬?

비단 기사단 루트만이 아니라 정교회 루트로도 엘든소울을 찾을 수 있게끔 설정해 두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경복은 채팅창 반응에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저번에 비밀통로는 뚫어뒀으니까 바로 가겠습니다.”

이경복은 묘지기의 창고로 향했다. 다시 함정 구간을 통과할 필요는 없었다.

* * *

나선형의 계단을 내려와 다시 도착한 비석. 그 앞에 서자 다시 컷신이 시작됐다.

“맞아요. 이곳이에요.”

“이 석판이……”

알리샤의 말에 주인공은 진중한 목소리로 석판을 바라보았다.

이어 그가 조심스럽게 석판에 손을 올렸다.

[‘결정자, 에이든의 소울’과 ‘미지의 소울’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와 함께 나타난 메시지.

-아 ㅋㅋ 당연히 사용해야지

-캬 ㅋㅋㅋㅋㅋㅋ 제대로 왔누

-아 그래도 에이든 소울은 얻고 왔어야 됐네

-근데 미지의 소울 정체는 안 알려주나?

-프롬뇌를 위한 떡밥 아님?

-제발 그냥 좀 알려 달라구!

이경복은 당연하게도 확인을 눌렀다. 그와 함께 주인공의 몸에서 소울이 빠져나가 석판으로 스며들었다.

그와 함께 차오르기 시작한 룬문자들. 주인공이 그 문자들을 한눈에 담기 위해 물러났다.

“이건……”

“부서진 자여, 왜 그러시나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리샤는 놀란 기색이 없었다.

“이게 보이지 않나?”

“보이다니요……?”

그녀가 석판과 주인공을 번갈아 돌아봤다. 그저 의문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뭐지? 주인공만 보이나 본데요?”

-뭐지? 또 떡밥인가?

-떡밥으로 배 터진다구!

-아 ㅋㅋ 갓플이랑 동기화 한 거네

-동기홬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트수들이 못 보는 거 다 보는 갓플이랑 찰떡이누

주인공이 무어라 설명하기도 전이었다. 룬과 룬이 얽혀 더 큰 룬 문자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석판의 빛이 방출되며 시야를 가득 물들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빛이 잦아들자 주변은 완전 흑색뿐이었다.

알리샤와 석판은 물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

-??????

-뭐여? 어케 된겨?

-리얼 눈나 어디 갔어!

-설마 함정인가?

-뭔ㅋㅋㅋ 엔딩에 함정을 심겠냐곸ㅋㅋㅋ

-어! 저기 뭐 있음!

흑색 공간 중앙에 찬란한 황금빛을 내뿜는 실루엣이 보이자 시청자들의 아우성은 이내 잦아들었다.

“당신은……?”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 형체가 뚜렷해졌다. 주인공의 물음에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그 겉모습만으로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어? 이거 벽화의 엘든나이츠 아니에요?”

-엌ㅋㅋ 이번엔 찐인 듯?

-짭든나이츠랑은 확실히 포스가 다르누 ㅋㅋㅋㅋ

-근데 엘든나이츠는 1편 플레이어잖슴?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가장 오래된, 태초의 기사 엘든 나이츠의 모습에 주인공이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자 한 박자 늦게 답이 돌아왔다.

“나는, 너다.”

놀랍게도 그 목소리는 이경복의 것이었다.

-?

-형이 말한 거 아니지?

-음성합성인 듯 ㅋㅋㅋㅋㅋ

-어씨 ㅋㅋㅋ 갑자기 드립친 줄

-아 ㅋㅋ 방송 끝나면 트라이해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누

-새벽에 개고생해서 941생 뚫었는데 트수 목소리 들으면 현타오지 ㅋㅋㅋㅋ

-이거 보고 그냥 만족해야겠다

-1편 주인공이 플레이어라는 거 암시하는 듯?

주인공은 미간을 좁혔다.

“그게 무슨 뜻이지?”

“혼란스럽겠지. 하지만 사실이다. 나는 엘든소울의 일부였다.”

엘든나이츠는 그리 말하며 손을 뻗었다. 황금색 입자들이 흩어지며 다른 실루엣을 만들어 냈다.

“나는 인간들을 위해 영혼을 나누어 주었다. 내게 담긴 엘든소울의 힘을 받은 이들은 구원자가 되었지. 그리고 그 구원자의 영혼이 남긴 파편이 바로 ‘부서진 자’들이다.”

“……내가 구원자의 파편이라고?”

그 설명에 채팅창이 다시금 달아올랐다.

-오 ㅋㅋㅋ 이런 식으로 시리즈 주인공들을 다 묶어버리누

-엘든나이츠=구원자=부서진 자

-전부 플레이어라는 설정이쥬?

-내가 이런 메타요소 좋아하는 건 또 어뜨케 알구 ㅎㅎ

-크… 역시 프롬!

-엘붕이들 프롬뇌 굴러가기 시작하누 ㅋㅋㅋㅋ

-프롬뇌가 아니라 이건 킹리적 갓심임!

전작을 즐기지 않은 이경복으로서는 공감하기 힘들었지만 시청자들이 좋아하니 다행이었다.

“허나 네가 이곳에 왔다는 건, 에이든이 실패했다는 뜻이겠지……”

“실패?”

그사이 엘든나이츠가 슬픈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주의는 다시 컷신으로 집중되었다.

“경험해 보아라.”

엘든나이츠가 주인공의 손을 잡았다.

[‘엘든 킹덤’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초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헐? 엘든 킹덤이랑 연동되는 요소가 있다고?

-무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2편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나?

-큰 그림 뭔데!

-프롬 빅 픽쳐 오졌고ㅋㅋㅋㅋ

시리즈 팬이라면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시야가 전환되며 왕성으로 바뀌었다.

“어? 알현실이네요.”

왕성에 위치한 알현실.

그러나 시기가 다른지 왕좌의 크기는 인간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그 위에는 갑옷을 걸친 기사가 앉아 있었다.

“구원자시여……”

중앙에 카페트에 한 사람이 엎드려 그를 불렀다. 그 호칭으로 보아 왕좌에 앉은 건 2편의 주인공이 틀림없었다.

“왕국을, 우리 인간들의 나라를 지켜주소서.”

그 말과 함께 슬라이드처럼 장면이 지나간다. 왕국 외부에 도사리는 괴물과 이종들,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망자가 되는 사람들의 모습.

-2편 엔딩 이후인가 봄

-기껏 왕국 세웠는데 다 망해가누 ㅎㄷㄷ

-하긴 망자화를 막은 건 아니었으니까

-사실 해피엔딩이었으면 엘든 소울이 나오지도 않았지 ㅋㅋㅋ

이어 구원자 주변에 도열했던 기사들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어갔다.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구원자의 목소리 또한 이경복의 것이었다.

<끝나지 않는 전쟁. 죽고 또 죽기를 반복하는 삶.>

기사들이 전투 끝에 죽었는지 망자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 역시 언젠가는 굴복할지 모른다. 대책이 필요했다.>

배경이 전환되며 시야 가득히 거대한 형체가 들어왔다. 이미 눈에 익숙한 존재였다.

-헐? 에이든?

-에이든 만든 게 2편 주인공이었네

-아, 맞네. 골렘이면 쉽게 망자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원령골렘은 타락하지 않았음?

-그건 원래 숲지기였잖슴 ㅋㅋㅋ 망자들 처리를 못했던 거지

-프롬뇌 상시 가동이냐고 ㅋㅋㅋ

-ㄹㅇㅋㅋ 바로 추론해버리기

채팅창이 활발해진 사이에도 컷신은 이어졌다.

<인류에게는 승리가 아니라 생존이 필요하다.>

구원자는 밖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올라가는 내성벽, 그리고 그 안에는 정원과 숲지기 골렘들이 돌아다녔다.

-아 내성벽이 높았던 이유가 이거였누

-살려고 봉쇄한 거였네

-뭐지? 근데 기사단이랑 정교회는 밖에 있잖슴?

-떡밥! 더 많은 떡밥이 필요하다!

구원자는 에이든을 기동시켰다. 그리고 그는 홀로 조용히 왕성을 떠났다.

<그들의 안식을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미지의 소울이 구원자임!

-ㅇㅇ 이거 맞는 듯

-부서진 자들이 망자화 되면 막아준 듯?

-묘지에서 참회하고 있었던 거였누

-하긴 사실상 책임을 버린 걸로도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아직 회상은 끝나지 않았다.

“오? 에이든 이야기도 있네요.”

장면은 이내 에이든의 시점으로 돌아갔다. 에이든은 만들어진 목적에 따라 인류의 보존을 위한 결정을 내려왔다.

<창조주와 달리 이들은 나약하다.>

에이든의 음성과 함께 장면이 전환됐다. 스스로 내성벽을 뛰쳐나가는 이들, 봉쇄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타락하여 망자가 된 이들.

<인류를 보존하라.>

에이든은 망자들의 영혼에서 타락하지 않은, 멀쩡한 부분만을 추려내어 인간으로 돌려냈다.

하지만 이내 에이든은 혼란을 겪었다.

<과연 이들이 내가 지켜야 할 ‘인간’인가?>

망자를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았지만 그들의 영혼은 불안정했다. 인간의 모습임에도 그들은 망자와 다름없는 행동을 하곤 했다.

-프로그래밍 오류 났누 ㅎㄷㄷ

-이게 그 테세우스의 배인가 그거 아님?

-영혼에서 망자화 된 부분 빼고 다시 조립한 식이네

-게임으로 철학하기 무엇 ㅋㅋㅋ

이에 에이든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나의 사명을 유지할 수 있는 ‘순수한 인간’이 필요하다.>

결정과 더불어 에이든은 망자화 된 인간을 되돌릴 때 영혼의 파편을 조금씩 모았다. 서로 다른 영혼의 파편들을 조립해 완전히 순수한 영혼을 만들어 냈다.

<내가 지켜야 할 인간, 알리샤.>

-헐?

-눈나가 여기서 나온다고?

-그래서 에이든이 아버지라는 거였누 ㅎㄷㄷ

-와 이제야 알겠다! 알리샤가 태어나면서 에이든은 다른 인간을 지킬 필요가 없어진 거임

그 이후의 장면은 플레이 도중 알아낸 내용들과 다르지 않았다.

에이든은 성장한 알리샤를 추방하고 침묵했다. 그 결과 기사단과 정교회는 남은 사람들을 이끌고 내성에서 벗어나 외성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침묵이 인간을 위한 것이다라는 게 이런 의미였누

-에이든 입장에서는 눈나 빼고 나머지는 인간도 아니었던 거ㅋㅋㅋ

-그래서 그냥 죽게 놔둔 거임? 그럴 거면 직접 죽이지 ㅅㅂ

-ㄴㄴ 그래도 인간인 부분이 남아서 못 죽인 듯

-이거 약간 SF갬성인데? ㅋㅋㅋ

-엌ㅋㅋ 로봇 3원칙인가

-다크판타지에 SF 한 스푼? 오히려 좋아!

시청자들이 내용을 채우는 사이 시야가 다시 돌아왔다. 엘든나이츠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이든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변수……?”

“그래, 바로 너다.”

엘든나이츠는 그리 말하며 손을 움직였다. 배경을 새로 덧칠하듯 흑색이 지워지며 황금빛으로 가득해졌다.

엘든나이츠의 뒤에는 태양처럼 거대한 금색 구체가 있었다.

“나의 후손, 나의 파편, 그리고 나의 일부여.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설마 저것이……”

“엘든소울, 태고의 영혼이자 모든 것의 출발점이지.”

엘든나이츠는 몸을 돌렸다. 그는 양손을 들며 경건한 태도로 엘든소울을 숭배했다.

“지금 너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엘든소울과 세계가 다시 연결되었다. 에이든이 알리샤를 탄생시킨 것처럼, 이 힘을 이용하면 ‘인간’인 영혼의 부분만을 모아 순수한 인간들을 다시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을 거둔다는 것인가?”

“그로 인해 다시 인간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엘든소울과 세계를 이어주는 너의 의지만 있다면.”

-허미;;; 이거 인트로 대사 아님?

-와… 이게 이런 뜻이었누

-상상도 못한 전개 ㄴㅇㄱ!

-않이;; 그러면 지금 살아남은 인간들은 어케 되는 거?

-다시 리셋하겠다는 거니까 죽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엔딩이 결정된 건 아니었다.

주인공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거절하겠다.”

“……인간을 버리겠다는 것인가?”

“누군가 그러더군. ‘이름은 결국 존재의 편린에 불과하다’고, 인간이라는 이름 또한 그렇겠지.”

-이거 눈나랑 만났을 때 나온 대사 아님?

-이게 또 여기서 나온다고?

-않이;;; 복선을 얼마나 깔아둔겨 ㅎㄷㄷ

-역시 디테일의 프롬이었누

-ㅁㅊㄷㅁㅊㅇ

“언젠가는 망자가 될지 모르지. 그러나 그 근원에는 아직 인간성이 남아 있다. 인간으로 있고자 한다면 그들은 인간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엘든나이츠를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인간의 시대는 끝난 적이 없었다.”

-캬 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이게 인간찬가지

-와…… 이건 시리즈 팬이면 무적권 감동 먹고 간다

-진짜 1편부터 3편까지 인간의 시대는 끝난 적이 없다구!

-엔딩이란 이런 것!

엘든나이츠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너의 뜻이라면 그것은 나의 뜻이기도, 그리고 엘든소울의 뜻이기도 하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무엇이지?”

“엘든소울이 모든 인간의 영혼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그들의 영혼이 망자가 되기 전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렇다.”

“만약, 망자가 되기 전의 징조를 알게 된다면 인간의 피해를 막을 수 있겠지.”

주인공의 대사와 함께 시청자들이 술렁였다.

-어……? 어?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설마……?

-않이;;; 뭔데 그러냐고!

-엘붕이들 또 지들만 아는 걸로 그러냐구!

엘든 시리즈 팬들이 무어라 설명하기도 전이었다. 엘든나이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그의 손 위에 빛무리가 떠올랐다. 이윽고 빛무리는 서서히 검게 변색되더니 재처럼 타들어 가며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그 손 위에 남은 건 검은 룬 문자였다.

-WA!WA!WA!WA!WA!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진짜로 나와버리네?

-와…… 나 진짜 개소름돋음

-프롬 진짜 미쳤네 ㅋㅋㅋㅋ

그와 함께 터질 듯이 올라오는 채팅창. 하지만 이경복도 팬이 아닌 시청자들도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게 뭔데요?”

결국 이경복이 대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다크 룬.”

주인공의 입에서 나온 짧은 단어. 하지만 그 단어가 가져온 파장은 짧지 않았다.

-나왔다! 나와버렸다!

-와씨 ㅋㅋㅋㅋ 엘든 시리즈가 프리퀄이었누

-다크 룬이 어떻게 나온 건지 이렇게 풀려 버리고 ㅋㅋㅋㅋ

-엘딱들 성불가즈아!

-엉엉 고마워요 프롬 ㅠㅠ

-갓플 덕분에 알 수 있게 된 거라굿!

-역시 엘든유일검이시다!

-프롬도 갓플도 전부 레전드다 이말이야!

-평생 충성충성^^7

다크 룬.

이경복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거 이클 님이 하셨다는 콘솔 게임이잖아?’

가상현실이 도입되기 전, 프롬 사의 명성을 견인했던 게임.

다크 룬의 탄생을 다룬 이야기가 바로 엘든 시리즈 였던 것이다.

프롬 스튜디오의 팬이라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여파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야! 야야! 대박! 대박났다!]

미친 듯이 올라오는 채팅창 위로 프라이빗 메시지가 날아왔다.

최병훈이 보낸 메시지였다.

이경복이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다음 메시지가 날아왔다.

[>프롬이 다크 룬 리마스터 소식을 발표했어!]

콘솔 시장에서 인기 있었던 게임을 가상현실로 재발매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바이오 크라이시스 또한 그런 경우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것이 최병훈이 경악할 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이경복의 방송으로 다크 룬과 엘든 시리즈의 연관성이 밝혀진 것과 프롬사의 발표 시기가 겹친 건.

[>거기에 우리 채널이 언급됐다고!]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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