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 완벽의 기사 (2)
이경복은 잠시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리마스터 소식? 내 이름이 언급돼? 갑자기?’
최병훈이 전해 준 소식은 한 번에 알아듣기에는 스케일이 컸다. 그러나 스케일이 큰 만큼 소식이 퍼지는 건 금방이었다.
-무친! 다크 룬 리마스터!
-엥? 뭔솔?
-공식 큐튜브에 떴다!
-헐ㅋㅋㅋㅋ 퍼플 채널 소개됨
-프피셜! 프피셜! 프피셜! 프피셜! 프피셜! 프피셜!
-ㅁㅇㅁㅇ 뭔데?
-프롬이 갓플을 알아봤다고?
-엘든유일검 월클되버리기 ㅋㅋ
-아 ㅋㅋ 이 악물고 월클 만들어버렸다고
-세계가 알아보는 갓플? 이건 못 참지 ㅋㅋㅋ
-퍼플 코인 호재인가요?
-혀엉! 축하해!
-나작스 퍼플 어디갔누 ㅠㅠ
-시작부터 떡상했는데 나작스 ㅇㅈㄹ ㅋㅋㅋㅋ
채팅창에 들불처럼 번지는 채팅.
이경복은 기쁜 한 편 위기감도 느꼈다.
“축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지금 제 방송 안 보시고 발표 영상 보시려는 거 아니죠?”
무척 좋은 소식이긴 했지만 시청자들의 이탈은 막아야 했다. 그의 멘트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아 ㅋㅋ 당연히 아니지 (뜨끔!)
-ㄹㅇㅋㅋ 갓플 라이브는 지금밖에 못 보는데 큐튜브 왜 봄?
-트수들 트라이랑 큐튜브 두 개 다 켜놓고 발뺌하쥬?
-갓직히 싱글코어인 트수들은 양심껏 트라이만 켜둬라
-진짜 ㅋㅋㅋ 갓플처럼 옥타코어 아니면 멀티플레이 하지 말라고
-난 갓플이랑 노는 게 더 조아!
다행히 시청자 수는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름이 언급된 탓인지 늦은 시간에도 유입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 이상 어쩔 수는 없지.’
채팅과 다르게 방송에 눈길을 두지 않는다고 해서 막을 방도는 없었다. 이경복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럼 믿고 다시 갈게요. 엔딩부터 마무리하고, 같이 한 번 발표 영상 보죠.”
이경복은 무심코 던진 말이었지만 채팅창에는 큰 파란이 일어났다.
-갓플이랑 같이 영상보기? 이건 못 참지 ㅋㅋㅋ
-이러면 큐튜브 바로 끌 수밖에 없자너!
-우리 갓플 리액션 영상 가는 거냐구!
-여기서 같이 보기를? 방송 천재인 것인가?
-여기서 또 방송각을 보네 ㅋㅋ
-아 ㅋㅋ 3부가 갑자기 생겨버렸쥬?
이경복은 딱히 영상을 만들려고 한 의도는 아니었지만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멈추어 두었던 컷신을 이어나갔다.
“부서진 자여.”
암전된 화면 속에서 알리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하며 풍경이 드러난다.
인기척이라고는 없었던 내성에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그 가운데 알리샤가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날, 당신이 사라진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그녀의 나레이션에 이경복과 시청자들은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 알리샤가 주인공한테 편지를 보내는 것 같네요.”
-ㅇㅇ 그런 듯
-시간이 좀 지났는 갑다
-엔딩 이후에 플레이어가 떠난 걸 표현한 듯?
-엌ㅋㅋㅋ 프롬뇌 또 굴러가쥬?
-어뜨케 눈나 옆을 떠날 수 있냐구!
알리샤는 내성 곳곳에서 정지된 숲지기 골렘들을 찾아냈다. 그녀의 주술로 다시 활성화된 골렘들은 본연의 임무인 작물 생장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인간들은 위태롭지만 그럼에도 노력하고 있어요.”
문득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알리샤의 목소리 외에는 들려오지 않았기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올라왔다.
이윽고 시야가 뒤바뀌며 쓰러진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검은 룬 문자.
“다크 룬, 망자의 징조. 아마 이것은 당신과 연관이 있겠지요.”
이에 질겁한 사람들이 물러나자 그 사이로 블론도와 기사들이 도착했다.
“블론도와 기사단은 충실히 의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예전과는 다르게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기사들은 쓰러진 사람을 붙잡아 이송했다. 알리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들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예전이었으면 바로 즉결처형이었는데 ㅋㅋㅋㅋ
-와 ㅋㅋㅋ 진짜 다크룬 나오는 거 보니까 프리퀄이었다는 게 실감이 나네
-그 와중에 기사단장쉑 ㅋㅋㅋ 표정 부드러워진 거 보소
-정교회 루트에서는 완전 엄근진맨이었는디 ㅋㅋㅋ
알리샤가 이내 내성 입구로 향하자 망자들이 거닐던 황폐한 마을의 모습은 사라지고 각종 공구를 든 사람들이 건축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에이든은 침묵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변화는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이윽고 시야가 점점 높아졌다. 조감도처럼 내려다보이는 왕국의 전경.
“부서진 자여, 들리시나요?”
알리샤의 목소리 또한 서서히 멀어져 간다.
“언제든 좋으니 돌아와 주세요.”
이내 시야는 대지가 아닌 하늘로, 황금빛으로 빛나는 태양으로 향한다.
“인간의 시대는 인간의 손으로, 우리가 만들어 낸 시대를 보여 줄게요.”
이윽고 주변 시야가 어두워지며 태양은 찬란히 빛나는 엘든 소울로 변화했다.
[Elden Soul]
이윽고 배경마저 어두워지며 떠오른 게임 로고.
그것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여운이 있는 엔딩이네요.”
이경복의 멘트에 채팅창도 동감을 표했다.
-크…… 이게 엔딩이지
-눈나랑 알콩달콩은 없는 거였누ㅠㅠ
-아쉽게도 다크 룬에서는 또 혼파망할 예정임
-아 ㅋㅋ 스포하지 말라구욧!
-킹치만 다크판타지인걸?
-리마스터면 스토리도 좀 달라지려나?
-아 그런 거 모르겠고! 무적권 필구임!
[‘월클등극’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월클스머가 킹갓소울을 플레이해줘서 감사하다!]
[‘두노퍼플?’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제 리딧에서 두유 노 퍼플 하면 되는 거지? 맏찌? 그치?]
[‘두유노클럽’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두유노클럽 심사단입니다. 퍼플 님 가입 승인 완료했습니다.]
[‘부서진자’님이 ‘2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 ㅋㅋ 부서진 건 내 지갑이었고]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후원.
엔딩을 본 시점이니 후원 제한이 풀렸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 밀린 후원이 좀 많네요. 약간 다르게 확인할 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현재 시청자 수가 1만이 넘었다. 그중 10%만 후원을 한다고 해도 후원 메시지가 1000개가 넘었다.
이에 이경복은 설정을 바꾸어 후원메시지 창을 동시에 8개가 나오도록 바꾸었다.
-무친ㅋㅋㅋㅋ
-후원메시지 동시 처리 뭔데!
-아아, 이건 퍼펙트 감사라는 것이다.
-옥타코어 활용 미쳤고 ㅋㅋㅋ
-저저 또 눈 돌아간다 저거 ㅋㅋ
-눈! 저 눈!
-다른 스머가 하면 뭔 미친 짓거리냐고 욕 박을텐데 ㅋㅋㅋ
-ㄹㅇㅋㅋ 퍼플이니까 다 볼 수 있자너
다른 방송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안 하느니만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이미 목도한 바, 오히려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발표 영상 같이 보시러 갈까요!”
이경복은 밝게 웃으며 게임을 종료하고 큐튜브를 열었다. 마치 영화관을 빌린 것처럼 거대한 스크린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프롬 스튜디오 공식 채널이라고 했죠?”
-네! 맞워요!
-착석! 모두 착석!
-아 ㅋㅋ 영화관 분위기 좋고좋고
-앞에 머리 큰 사람 좀 숙여욧!
-누가 스마트 링크 켜놨어?!
-어? 거기 제 자린데요?
-아 자리도 많은데 그냥 아무데나 앉으세요
-폰진상 뭔데 ㅋㅋㅋㅋ
검색을 통해 채널에 접속하자 최신 동영상이 보였다. 바로 영상을 실행하자 한 남자가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했다.
개발자 대표라 소개한 그는 반갑게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일본어로 된 방송이었기에 이경복은 자막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다크 룬의 리마스터는 엘든 소울 개발 마무리 즈음에 결정했습니다.>
대표는 그리 말하며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저희는 이 기쁜 소식을 어떻게 플레이어분들에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여러 논의 끝에 우리는 주인공, 여러분들이 이것이 다크 룬의 프리퀄이라는 걸 깨닫게 된 시점에 공개하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설명에 이경복은 작게 탄사를 내뱉었다.
“와, 진짜 제 방송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이미 팀 화이트 회의 때 나왔던 이야기였다. 이제야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ㄹㅇㅋㅋ 역시 갓플방송 보고 공개된 게 맞았누
-캬! 이게 월클이지!
-내가 다 뿌듯허누 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주인공 = 플레이어 일관적인거 무엇 ㅋㅋㅋ
-프롬의 고집이자너 ㅋㅋㅋ
-이런 고집, 나쁘지 않을지도?
-최고의 게임사와 최고의 게이머가 만나 버렸다구!
시청자들 역시 흡족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저희는 어떤 엔딩이든 엘든 소울을 찾는 루트를 열어두었습니다. 그리고 때를 기다려왔죠. 예상보다 오래 걸리긴 했습니다만, 마침내 한 플레이어가 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대표는 해맑게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바로 한국의 ‘퍼펙트플레이’라는 스트리머입니다.>
이경복의 채널 이름이 언급되자 채팅창이 폭주하듯 올라오기 시작했다.
-와 ㅋㅋㅋㅋ 한글처럼 또박또박 읽으려는 정성 보소 ㅋㅋㅋ
-ㄹㅇㅋㅋ 그냥 퍼쿠펙토후레라고 할 줄 알았는데 ㅋㅋㅋㅋ
-이 정도는 신경 써주는 게 예의지 ㅋㅋㅋ
-무친ㅋㅋㅋㅋ 대놓고 박제해버렸누
-ㅁㅊㄷㅁㅊㅇ!
-월클 박제 이제 빼박이쥬?
-히히! 이제 도망 못가!
-아 ㅋㅋ 갓플 이제 죽을 때까지 방송해야 됨! 아무튼 해야 됨!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이경복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놀랍게도 이분이 진행한 루트는 저희가 준비한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난이도가 어려웠던 루트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공개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도 대표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역시 소식 발표에 기쁜 듯 들뜬 목소리였다.
<저희는 그의 플레이를 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된다!’라고 말이죠. 개발진 모두가 만장일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미리 발표 영상까지 녹화해 둔 겁니다.>
-코노 히토나라 야룬다!
-텐션 뭐냐고 ㅋㅋㅋㅋㅋㅋ
-프롬에서도 신나서 봤누 ㅋㅋㅋ
-아 ㅋㅋ 플레이 보면 모를 수가 없자너
-아, 맞네 ㅋㅋㅋ 공개시기 맞추려고 일부러 영상 녹화해둔 거네
-만장일치 미쳤네 ㅋㅋㅋ
이내 대표는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 번 리마스터 소식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를 도와주신 퍼펙트플레이 님을 위해 한 가지 준비한 게 있습니다.>
이어지는 그의 말에 이경복은 작게 탄사를 내뱉었고, 시청자들은 물음표를 떠올렸다.
‘아, 그래서 그 메일이 왔었구나.’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빅 띵 온다! 빅 띵 온다! 빅 띵 온다!
-빅띵이 크게 띵하는 거 맏찌?
-헐? 설마?
-혹시 이클립스랑 같은 케이스?
이윽고 화면에는 한 기사 캐릭터가 떠올랐다. 캐릭터 위에는 한자로 된 이름이 쓰여 있었고, 그것의 해석은 바로 자막으로 나왔다.
<‘완벽의 기사’>
그와 함께 바로 옆에 ‘일식의 기사’가 하나 더 추가가 되었다. 이어 들려오는 대표의 목소리.
<이전 엘든 킹덤에서 이클립스 님의 기념캐릭터처럼, 퍼펙트플레이 님을 기념하여 엘든 소울에 NPC 캐릭터가 추가됩니다.>
설마 했던 사실이 확신이 되자 채팅창이 다시금 요동쳤다.
-ㅅㅂ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야?
-퍼펙트나이츠 뭔데에에에에!
-여기서 또 박제를 한다고?
-개발사가 아니라 박제사냐곸ㅋㅋㅋㅋㅋㅋ
-뭐지? 전 세계급 몰카인 것인가?
-다 들켰다니깐? 얼른 카메라 나오시라니깐!
-아 ㅋㅋ 엘든유일검이면 박제할만하지
<물론 기념 캐릭터인 만큼 별다른 기능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말을 걸면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줄 겁니다.>
대표의 말과 함께 화면은 완벽의 기사에 집중되었다.
이윽고 놀랍게도 영상에서.
<함정에 걸려 본 적은 없는데.>
<비룡에게는 역린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
<미로를 빠져나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길을 직접 만드는 거지.>
<크다고 해도 검은 결국 검일 뿐이다.>
이경복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NPC, 완벽의 기사가 내뱉는 대사는 그의 업적을 나타냈다.
-야잌ㅋㅋㅋㅋㅋㅋㅋㅋ
-인게임에서도 기만을?
-캐릭터 파악이 너무 확실하고 ㅋㅋㅋㅋ
-역시 월클 개발사다 이말이야
-아 ㅋㅋㅋ 이제 퍼기만 보충은 걱정 없누
-ㄴㄴ 저건 양식이라 자연산보다 질이 떨어짐
-양식 ㅇㅈㄹ ㅋㅋㅋㅋㅋㅋ
-기만함량치 미달이라구욬ㅋㅋ
-갓플 눈 동그랗게 변한 거 커엽누 ㅋㅋㅋㅋ
-상상도 못한 기념 ㄴㅇㄱ!
-에이든도 못 놀라게 했는데 여기서 놀라버리누 ㅋㅋㅋㅋ
설마 이렇게까지 해 줄 줄이야.
이경복이 놀란 표정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어 캐릭터들이 사라지고 다시 대표의 얼굴이 나왔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공교롭게도 엘든 킹덤과 엘든 소울 모두 한국인 플레이어가 기념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역시 한국은 게임 강국이라는 걸 보여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저희는 더 기쁜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무리 멘트와 더불어 채팅창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한국인? (끄덕끄덕)
-이게 바로 K-게이머인가 그거냐?
-아 ㅋㅋㅋ 또 국뽕렉카들 난리 나겠누
-‘[긴급속보]전미가 열광하고 일본열도를 뒤흔든 K게이머! 게임사도 나서서 고개 숙여 난리난 상황’
-미친ㅋㅋㅋ썸네일 바로 나왔누
-현직 렉카신가요?
-이건 뭐 떡상을 안 할 수가 없네 ㅋㅋㅋㅋ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며 이경복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거 얼떨떨하네요. 이렇게 기념할 정도로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그의 말에 무수한 물음표가 채팅을 대체했다.
-아 ㅋㅋ 이게 자연산이지!
-으음! 역시 양식이랑은 급이 다르다니깐!
-갓직히 이 정도면 HACCP 마크 붙어야 됨
-뭔ㅋㅋ 해씹이야 ㅅㅂ ㅋㅋㅋ
-(퍼도장콘)(퍼도장콘)(퍼도장콘)
-퍼기만,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유일등급 기만은 못 따라오지 ㅋㅋㅋ
곧바로 흡족해하는 시청자들을 보며 이경복은 큐튜브도 종료했다. 주변 풍경이 초기 상태로 돌아오자 시청자들도 직감했다.
“자,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시청해 주셔서 감사하고, 저는 더 재미있는 방송으로 찾아오겠습니다! 트바!”
-오늘 고생해쓰요!
-1부 광고도 좋았고 2부 엔딩도 좋았고 3부 같이보기는 미쳤다!
-이거보다 더 재미있는 방송이 있다구요?
-(트바콘)(트바콘)(트바콘)
-아 진짜 ㅋㅋ 다른 방송 어케 보누
-그립읍니다ㅠㅠ
-혀엉! 오늘도 레전드였어!
-진짜 인방계에 역사적인 날이었다 ㅋㅋㅋ
-빠잇!
모두의 환호 속에서 이경복은 방송을 끝냈다.
* * *
이른 새벽.
엘든 소울 최대 커뮤니티 ‘엘소메타’. 그 외에도 다른 커뮤니티는 많았지만, 오늘만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그 이유는 하나.
메타게이머에서 발 빠르게 특집 기사를 올린 덕분이었다. 그 내용은 여타 다른 게임 웹진의 것과 같이 ‘다크 룬’의 리마스터 소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모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메타게이머 바로 갓플 코인 타는 거 보소 ㅋㅋㅋ]
[-미리 인터뷰 해 둔 게 신의 한수였누]
[-인터뷰 진행한 기자님 인생 바로 폈을 듯]
[-퍼플 인터뷰 보러 온 사람 개추! 일단 나부터 ㅋㅋㅋ]
특집 기사 하단에 같이 첨부한 퍼플과의 라이브 인터뷰 영상. 그것은 다른 웹진에서는 볼 수 없는 독점 콘텐츠였다.
[하이엔드 캡슐 개부럽다 진짜]
[갓플 다크 룬 리마스터 플레이 기원 1일차]
[완벽의 기사 업뎃 언제 하냐?]
[프롬은 갓플 보이스 팩을 내놔라!]
한편 이미 영상을 봤던 팬들은 커뮤니티에서 즐거움을 나누고 있었다.
그 와중 누군가 새로운 게시글을 올렸다.
[두유 노우 퍼플?]
[해외 웹진 기사 제목만 따왔다
1. ‘Europlayer’ (영국)
<다크 룬 리마스터, 퍼펙트플레이는 누구?>
2. ‘IGM’ (미국)
<한국의 스트리머와 함께 다크 룬 리마스터가 공개되다.>
3. ‘Gotaku’ (미국)
<다크 룬이 돌아온다. 그리고 프롬 스튜디오는 엘든 소울의 ‘완벽의 기사’를 소개했다.>
4. ‘4Gameplay’ (일본)
<ダークルーンリマスターが発表! 傑作は復活する!>
<다크 룬 리마스터 발표! 걸작이 부활한다!>
갓플 두유노클럽 진짜로 가입하게 됐음ㅋㅋㅋㅋ
이제부터 두노퍼는 공식이다]
엘든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이었고 그 전작인 다크 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전 세계의 게임 웹진은 다크 룬의 리마스터 소식을 알렸다. 그 내용에 퍼플이 포함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와씨 ㅋㅋㅋ 영국은 대놓고 퍼플 이름 갖다 박았네]
[ㄴ근데 쟤네들은 이클 때도 그랬음 ㅋㅋㅋ]
[ㄴ이클이랑 퍼플이 같음?]
[ㄴ뭐 다를 게 있나?]
[ㄴㅅㅂ 너무 다르지 ㅋㅋㅋ]
[ㄴㄹㅇㅋㅋ12년차 스트리머랑 1달차 스트리머인데]
[ㄴ144개월 커리어 1달 만에 따라잡기 너무 쉽죠?]
[ㄴ갓직히 이건 이클이 못난 게 아니라 퍼플이 너무 쩌는 거]
[-와 ㅋㅋㅋ 이거 뉴스까지 나왔으면 이제 양키렉카들이 리액션 영상 올리겠누]
[ㄴ발표영상 리액션은 국룰이지]
[ㄴ와ㅋㅋ 그럼 갓플 이름 또 거기서 알려지는 거 아님?]
[ㄴ그러니까 월클이 맞다니깐!]
[ㄴ퍼플 테마주 좀 알려줘! 급해! 제발!]
[ㄴ뭔 테마주 ㅇㅈㄹㅋㅋㅋㅋ]
[-그 와중에 일본놈들은 갓플 이름 쏙 빼놓는 거 무엇?]
[ㄴ킹리적갓심이쥬?]
[ㄴ내용도 보니까 이름은 빼고 스트리머라고만 써져 있는데?]
[ㄴ아 ㅋㅋ 사실만 전달할 거라고]
[ㄴ하지만 이미 대표가 한국인이라고 박아버렸쥬?]
[ㄴ근데 저짝 동네는 좀 이해가 되지 극우들이 개판 칠게 뻔한데ㅋㅋ]
[ㄴ진짜 ㅋㅋㅋ 프롬 정도 되는 개발사 아니었으면 바로 폭격당할 듯]
그러나 영원히 이어지는 축제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흥분이 가라앉자 사람들도 평정을 되찾았다.
[갓플은 엘든 소울 이제 안 하겠지?]
[갓플의 엘든 킹덤 플레이 원하면 개추 ㅋㅋㅋ]
[엘든시리즈 정주행 안 해 주나?]
[엘붕이들 행복회로 타는 냄새 미쳤고 ㅋㅋㅋㅋ]
몇몇 이들이 희망을 피력했지만 대부분 그런 일은 없으리라 예상했다.
이제 퍼플의 엘든 소울은 끝이다. 그는 한 게임만 파고드는 이클립스와 달리 종합게임 스트리머가 아닌가.
[킹직히 보내주는 게 맞음ㅋㅋ]
[이 정도면 엘딱들 전부 성불시킨 거 아님?]
[아 괜히 나대다가 정떨어지면 오히려 손해라고!]
[엘크리트 ㅇㅈㄹ 하면 진짜 끝임]
[아 ㅋㅋ 다크 룬 나오면 돌아올 거라고]
커뮤니티의 화제는 이내 전작 플레이 요구 찬반으로 쏠렸다. 그러나 양쪽 모두 다 동의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퍼플, 그 외에 엘든유일검은 없다!]
[갈! 엘든유일검의 결정에 어딜 불복하느냐!]
[무림동도들이여! 다크유일검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평화를 유지하시오!]
엘든유일검, 퍼플.
그를 뛰어넘는 플레이어는 없으며, 결국 모두가 그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 * *
다음날.
“으음……”
이경복은 기분 좋은 침음을 흘리며 일어났다. 하지만 그가 깨어난 곳은 침대가 아니었다.
‘역시 돈값을 하긴 하네.’
방송을 끝내고 시범 삼아 하이엔드 캡슐에서 잠을 자 보았다. 편의 기능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 보았던 근육 마사지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진짜 푹 잤다.’
몸 상태를 체크하는 캡슐의 시스템과 연동되어 마사지가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절이 됐다.
이경복은 웃으며 캡슐을 나왔다. 아침 운동에 앞서 그는 스마트 링크를 먼저 찾았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바로 큐튜브 채널. 밤사이 영상이 업로드 됐는지, 그 반응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
이내 홀로그램을 바라본 이경복의 눈이 크게 뜨였다.
‘6시간 만에 7만이나 증가했다고?’
구독자수는 어느덧 67만.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이거 왜 이렇게 많아?”
가장 최근에 업로드 한, 엘든 소울이 다크 룬의 프리퀄임이 밝혀진 엔딩 스토리 영상의 조회수가 이상했다.
“300만이라니……?”
다른 영상들도 적은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 수치는 아니었다. 게다가 업로드 5시간 만에 조회수가 300만을 넘는 건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이경복은 홀린 듯 영상을 클릭했다. 내용이야 알고 있었으니 그의 시선은 곧바로 하단에 있는 댓글 창으로 향했다.
“5천 개가 넘었어?”
절로 입이 벌어졌다.
그 댓글 창에 적힌 건 한글만이 아니었다.
영어는 물론이고 같은 알파벳을 사용하는 프랑스나 독일어로 추정되는 댓글도 있었다. 거기에 일본어와 러시아어도 섞여 있었고, 극히 적긴 하지만 아랍 문자도 섞여 있었다.
이경복은 눈을 껌뻑이며 자동번역을 눌러보았다.
[-공식 영상을 보고 왔습니다. 당신은 정말 놀라운 플레이어입니다!]
[-이런 결말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나는 감동했다.]
[-완벽의 기사는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당신의 활동을 살펴보았습니다.]
[-어이, 형씨! 미친!]
[-당신은 한국인 중에서도 한국인이다]
[-어두운 룬 개정판 활동을 기대합니다]
어색한 번역이었지만 그 의미 정도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경복은 얼떨떨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나, 관종이었네.’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으면 부담스러울 만도 하건만, 오히려 기쁨과 의욕이 샘솟았다.
그는 내려가던 스크롤을 다시 올렸다. 최병훈이 상단 고정해 둔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다른 외국어 댓글과는 달리 익숙한 한국어로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댓글을 단 사람의 계정은 더욱 눈에 익었다.
[이클립스]
[안녕하시오 퍼플 경!
밤사이 가신들로부터 경탄할만한 소식을 전해들었소.
본인이 기사를 꿈꾸게 해준 역사적인 작품이 다시 발매된다는 소식 말이오!
더욱이 그 경사가 퍼플 경의 활약으로부터 비롯되었다니 본인의 기쁨은 더욱 배가 되었소이다!
경과 검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거늘, 경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음이 더 기쁠 줄이야!
진심으로 경의와 찬사를 보내고 싶소이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이 되길 바라겠소!]
바로 이클립스가 남긴 감사의 댓글이었다. 프롬 스튜디오의 골수팬이었던 그에게는 다른 누구보다도 이 소식이 기뻤던 게 분명했다.
이경복이 거기에 대댓글을 달까 고민하는 와중. 우웅하는 진동과 함께 홀로그램이 떨리며 통화 알림을 보내왔다.
“여보세요?”
<어, 경복아! 일어났냐?>
“당연히 일어났으니까 전화를 받았지.”
통화 상대는 지놈이었다.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아니, 내가 혹시 깨웠냐는 거지. 아무튼 축하한다! 완전 대박 났던데?>
“그러게. 좀 얼떨떨해.”
<그냥 얼떨떨하고 끝?>
통화 너머로 지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진짜 강심장이다 강심장이야. 이런 상황에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냐.>
“아직 실감이 안 나서 그렇지 뭐.”
<지금 조회수가 300, 아니 이제 310만 넘었는데 실감이 안 날 수가 있나. 솔직히 기분 쩔지?>
“아, 그거야 당연하지.”
구태여 숨길 이유가 없었다. 이미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은 채 통화 중이지 않나.
“근데 형 지금 잘 시간 아냐? 어제 방송 안 했어?”
<아니, 했지.>
“설마 나 축하해 주려고 계속 기다린 거?”
<당연하지. 자고 있어서 몰랐다면 모를까, 아는데 축하는 해 줘야지. 잠이야 뭐 나중에 좀 더 자면 되는 거고.>
지놈의 방송 시간을 고려해 보면 피로가 몸을 짓누르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축하를 건네주기 위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는 말에 고맙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맙네. 형은 요즘 뭐 별일 없지?”
<뭐 아직 별일이야 없지. 거너 그라운드 이벤트 쪽도 아직 말이 없어서.>
“일정 아직도 안 나왔나?”
<뭐 건너건너 듣자니 이벤트 NPC들 조정하는 데 약간 일정이 더 소요된다네?>
그 말에 이경복은 잠시 뜨끔했다.
‘내 데이터 넘긴 거랑 관련이 있나?’
지놈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이경복도 구태여 이야기할 이유는 없었다.
이어 간단히 잡담을 나눈 뒤 통화를 마치려고 할 때였다.
<아, 그리고 경복아.>
“어.”
이경복은 순간 떠올렸다.
지놈은.
<혹시 괜찮으면 네 최종보스전으로 분석 콘텐츠 짜 봐도 될까?>
시류를 읽을 줄 아는 남자라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