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97화 (97/491)

97화 - 몰래 온 손님 (2)

이경복은 느긋하게 누워 지놈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주제 파악은 좀 하자?>

조금 전까지 웃고 있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표정.

‘와, 문제 되겠다 싶으니까 바로 돌려 버리네.’

이경복은 지놈의 방송 진행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경력이 있는 만큼 배울 점이 많았다.

심각함도 잠시 지놈은 자신의 방송 흐름을 되찾았다. 이경복은 웃으며 방송에 집중했다.

“소인배라니, 진짜 놀려먹을 생각만 하네.”

지놈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부분에 채팅이 더욱 빨라졌다.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송을 진행하면서 봐왔던 채팅창과 달리 옆에서 구경하는 입장이 되니 느낌이 색달랐다.

‘보다 보니까 나도 끼고 싶긴 하다.’

채팅창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가끔 지놈이 몇몇 채팅을 읽으면서 반응해주니 곧바로 다른 시청자도 반응한다.

그냥 봐도 재미있지만 채팅에 참여한다면 더욱 생생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터였다.

“아니, 퍼펙트 비전은 또 뭐야. 이 형은 진짜.”

이경복은 작게 웃음을 흘리며 홀로그램에 손을 올렸다. 채팅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올라갔다.

이모티콘 하나 정도는 티도 안 날 것이다.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이걸 캐치하네?’

그 간단한 이모티콘 하나에 시청자들은 물론 지놈과 이클립스의 주의까지 끌어버렸다.

이대로 침묵하는 것도 이상한 상황. 이경복은 홀로그램 키보드로 인사를 건넸다.

-분석대상 ㄷㄷㄷㅈ!

-언제부터 보고 있던 거냐구!

-트수가 된 갓플? 이건 정말 희귀하네요

-킹플도 우리처럼 채널 포인트를 모은다는 건가?

-신이 잠깐 하계를 내려다보는 건 놀랄 일이 아니지 않슴?

-하계 ㅇㅈㄹ ㅋㅋㅋ

생각보다 호응이 심상치 않았다. 이경복은 그 환대에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생겼다.

‘어, 이거 혹시 내가 실수한 건가?’

아무리 그래도 이 방송의 주인은 지놈이다. 그가 게스트를 중심으로 방송을 진행한다고는 해도 상의 없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앗아가는 건 문제가 되지 않겠나.

그러나 그 걱정은 곧바로 사라졌다.

<자, 여러분 놀랍게도! 이건 전혀 연출이 아닙니다! 진심 나도 몰랐어!>

지놈은 프로였다.

채팅창에 누구도 연출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주의를 그쪽으로 돌렸다.

-역시 방송밖에 모르는 바보!

-아 ㅋㅋ 무슨 호랑이냐고

-제 말하니까 바로 와 버렸쥬?

-하긴 우리 형 연기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지 ㅋㅋㅋ

-진짜 ㅋㅋ 보고 있는 줄 알았으면 그렇게 노골적으로 빨대 꼽았겠음?

-아 맞네 ㅋㅋㅋ 그거 다 듣고 있었다는 거 아녀?

-어씨 왜 내가 부끄러워지냐

-이게 그 공감성 수치라는 거임?

덕분에 이경복은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근데 퍼플 님, 휴방이라면서요? 쉬는 거 아니었어요?>

방송에 참여한 이상 게스트라는 것일까. 지놈은 다시금 이경복에게 주의를 넘겼다.

이경복은 빠르게 채팅을 쳤다.

-퍼펙트플레이 : 쉬는 거 맞는데요?

-퍼펙트플레이 :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방송 보면서 쉽니다 ㅋㅋ

-고건 맏찌

-다른 ‘사람’처럼? 갓플이 사람이었다고?

-이것으로 인방을 보는 건 ‘퍼펙트-휴식’이라는 게 증명되었다.

-뭔ㅋㅋㅋㅋ 앞에 다 퍼펙트를 붙이냐고

-앞으로는 나를 트수가 아니라 퍼펙트 휴식러라고 불러다오

-아아, 해냈구나 트수.

-이 악물고 안 해버리기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곧바로 반응을 쏟아냈다. 이경복이 헛웃음을 흘리는 사이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퍼플 경, 보고 계신 줄은 몰랐소. 이거 무척 민망하구려.>

<네? 민망하시다니요?>

이클립스의 말에 지놈이 눈을 돌렸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은 격이 아니겠소? 부족한 견식을 내세웠으니 부끄러울 따름이오.>

그의 말에 이경복은 빠르게 채팅을 쳤다.

-퍼펙트플레이 : 아뇨, 전혀 아닙니다 ㅋㅋㅋ

-퍼펙트플레이 : 다른 사람 눈에 제가 어떻게 보이는지 듣는 것도 색달랐거든요 ㅎㅎ

그와 함께 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채팅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럼 직접 와서 들어보쉴?

-이럴 거면 오라구웃!

-아 ㅋㅋ 방송만 안 키면 휴방이잖슴~

-어차피 방송 볼 거면 직관이 낫지 않나? 아니, 그냥 그렇다고

-아, 이게 스튜디오가 2인 보다는 3인 구도가 딱인데

이에 지놈이 눈을 돌리더니 짐짓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너희들 톤 앤 매너 안 지켜? 어디 쉬고 있는 퍼플 님한테 부담을 줘, 부담을 주긴! 아, 근데 자리 하나 놓는 건 어렵지 않긴 해.>

화를 내는 건가 싶었는데 바로 태도를 바꾸자 채팅창이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역시 형이야!

-제대로 빨대 꼽으려고 하쥬?

-바로 각 재는 거 보소 ㅋㅋㅋ

-본인이 직접 출현한 분석 방송? 아 ㅋㅋ 떡상 못 참지

-오늘은 퍼지이 데이냐구!

이경복도 덩달아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가고 싶기는 한데.’

같이 어울리면 재미는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승낙할 수는 없었다.

‘녀석들 쉬는데 그냥 가 버리는 건 좀……’

휴방일에 멋대로 나섰다가 괜히 일을 만들면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지 않나.

바로 그때였다.

[>야? 합방 할 거?]

[>최병훈, 너도 보고 있었나]

방송화면 옆에 불쑥 떠오른 톡.

최병훈과 박주호, 팀 퍼펙트의 단톡방이었다.

이경복은 눈이 동그랗게 변해 그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뭐임? 어떻게 알았음?]

[>당연히 방송 보고 있으니까 알지 ㅋㅋㅋ]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엥? 나야 그렇다 치고 넌 가족모임이라며?]

[>가족모임이라고 해서 항상 붙어 있는 건 아니지.]

[>지금은 내 방에서 쉬고 있다]

두 친구 역시 지놈의 방송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경복은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ㅋㅋㅋ 진짜 블랙기업 직원임?]

[>휴일인데 제대로 쉬지도 않고 뭐하는 건데 ㅋㅋㅋ]

이경복의 물음에 친구들은 이렇게 답했다.

[>이게 한 달 동안 빡세게 하니까 ㅋㅋㅋ 쉬는 게 좀 이상해]

[>나도 그렇긴 한데, 너는 쉬어야지]

[>또 컨디션 얘기냐? 오늘 겁나 잤으니까 잔소리 ㄴㄴ]

[>ㅉㅉ 생활 패턴이 엉망이네]

두 사람 역시 이경복처럼 쉬는 게 어색하게 느껴진 것이다.

[>아 됐고 합방할 거?]

하지만 잡담도 잠시 본래의 주제로 돌아왔다. 이경복은 이내 한 박자 뜸을 들였다가 톡을 보냈다.

[>ㅇㅇ 하고 싶긴 함]

[>방송이 일이기는 한데 나한테는 휴식이기도 한 것 같다 ㅋㅋ]

[>대신 오늘 합방은 큐튜브 올리지 말자]

[>ㅇㅋ?]

두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 답을 보냈다.

[>역시 우리 생각해서 바로 답을 안 했던 건가]

[>내 그럴 줄 알았다 ㅋㅋ]

[>배려는 고맙지만 지금 팀 퍼펙트를 이끄는 리더는 너다]

[>ㅇㅇ 일단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함]

[>재미있게 놀다 와라 ㅋㅋㅋ]

[>우리는 네 결정을 도와주려는 거지 막으려는 게 아니, 일단 방송에 답부터 빨리하는 게 좋겠다.]

박주호의 톡에 이경복은 눈을 돌렸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가 답을 하지 않아서인지 채팅창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었다.

-갓플 형? 가 버린 거야? 그런 거야?

-갑자기 침묵……

-에이든인줄 ㅋㅋㅋㅋ

-트수들이 괜히 부담 줘서 그런 거 아니냐구!

-시청자 1만이 넘으니까 트수 목록 뒤지는 것도 빡세누 ㅋㅋㅋ

-우리가 잘못했어! 나가지 마! 그냥 봐!

<이게 아무래도 즉흥적인 초청은 어렵거든요. 자자, 그럼 나중에 채팅 올라오면 다시 얘기하는 걸로.>

지놈도 계속 방송을 정체시킬 수는 없었는지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아씨 ㅋㅋ 괜히 미안허누

-잘 보고 있던 갓플 쫓아낸 기분

-이래서 리얼리티가 VIP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임

-ㄹㅇㅋㅋ 방송도 편하게 못 보자너

-이런 거 보면 멀티 아이디가 꼭 나쁜 건 아니긴 해

-진짜 좀 유명한 사람들은 쓸 수밖에 없는 듯

이경복은 그런 채팅창을 보며 가볍게 손가락을 놀렸다.

-퍼펙트플레이 : 저 안 갔는데 ㅎㅎ

-퍼펙트플레이 : 캡슐 키고 온 건데, 다시 끌까요?

고작 2번의 채팅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5252! 믿고 있었다제!

-트수가 잘못했네! 인내심이 없었네!

-히히 못 꺼! 절대 못 꺼!

-끼얏호우! 퍼지이 파티다!

-아 ㅋㅋ 이런 연출 식상하다고

-진짜 방송천재였누 ㅋㅋㅋ

-트수 조련 그마내!

-감사……! 압도적 감사!

-장례식인가요? 아니, 축제입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 * *

접속과 동시에 이경복은 스튜디오에 초대되었다.

“트하!”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스튜디오 컨셉에 맞게 그 역시 다른 두 사람처럼 중갑을 걸쳤다.

-와 ㅋㅋㅋ 엘소에서는 경갑만 보다가 중갑 보니까 색다르네

-안 그래도 어깨 깡패였는데 중갑 입으니까 피지컬 미쳤누 ㅋㅋ

-대체 안 어울리는 게 뭐냐구!

-이게 바로 엘든유일검의 품격입니다만?

-역시 중갑이 더 기사답다 ㅋㅋ

엘든 소울과는 다른 복장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이경복은 이내 지놈과 이클립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유, 당연히! 당연히 초대해야죠!”

“퍼플 경! 반갑소!”

그 중에도 이클립스는 격하게 그를 환대했다.

“내 서신으로 감사를 표했지만 꼭 직접 만나서 감사하고 싶었소. 덕분에 경사스러운 희소식이 만천하에 알려졌소이다!”

“네? 아, 저야 뭐 게임만 했을 뿐인데요.”

“허나 본인에게는 뜻깊은 일이었소이다. 그때의 감동은 계속 간직할 것이오.”

이클립스는 주먹까지 부르르 떨었다. 그리 인사를 마친 세 사람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중앙은 이경복의 차지였다.

“자, 분석 허락에 있어 직접 찾아와주신 퍼플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제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죠? 에이든의 대검, 어떻게 받아내셨습니까?”

지놈은 곧바로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질문이었기에 이경복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여유롭게 정면을 응시했다.

“음, 분석 방송이니까 그냥 했다고 하면 욕먹겠죠?”

-퍼기만 일발 장전!

-역시 밀키트 보다는 쉐프가 직접 해주는 게 낫네

-밀키트 드립 일관성 뭐냐고 ㅋㅋㅋ

-기만 전문 쉐프냐고 ㅋㅋㅋ

-??? : 이게 설명이 필요한가?

-하여간 천재들이란 ㅉㅉ

시청자들 반응에 지놈도 웃으며 말했다.

“그냥 했다고 하면 솔직히 할 말은 없습니다. 왜냐? 당연히 되는 거니까. 그래도 저희를 위해서 최대한 눈높이를 맞춰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방송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설명할까 좀 생각을 했었거든요.”

“오! 희소식이네요! 여러분, 이런 기회 흔치 않습니다. 엘든유일검의 특강, 이거 돈 주고도 못 듣는 겁니다!”

지놈은 적절히 끼어들며 텐션을 올렸다. 채팅창에는 웃음과 기대가 가득해졌다.

시청자뿐만 아니라 이클립스도 몸을 기울이며 그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이클립스 경이 해 주신 설명을 좀 빌려 쓰도록 하겠습니다.”

“본인의 설명을 말이오?”

“오, 이러면 오히려 더 좋죠? 이클립스 경은 우리 눈높이에 맞춰 주셨거든요?”

양쪽에서 동시에 반응이 나오자 이경복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먼저 이클립스 경께서 검과 검이 맞닿는 최적점을 찾으셔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네, 맞습니다. 최적점과 각도, 그리고 완급조절이 핵심이라고 했었죠.”

“근데 사실 그런 건 필요가 없어요.”

이경복의 한 마디에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채팅창에는 무수한 물음표가 올라왔다.

지놈이 황급히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아, 그 이클립스 경 설명이 틀렸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아뇨, 아닙니다. 그 설명이 틀린 건 아니에요. 적어도 저는 ‘최적점’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이클립스는 이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고 지놈은 미간을 좁혔다.

“필요가 없다? 그게 무슨 뜻인지 좀 더 자세히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

“이클립스 경께서는 최적점이 아니면 불가능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셨거든요. 근데 최적이라는 건 ‘가장 쉬운 조건’을 의미하는 거지 이거 아니면 안 된다, 이런 의미는 아니거든요.”

“……쉽다고요?”

-벌써부터 어질어질하다

-역시 쉐프의 시그니처 기만은 남다르다니깐!

-으음, 짙은 기만의 향이 일품이야

-기만에 숨이 막히는데 정상인가요?

-ㅔ

-지놈 표정 = 내 표정

이경복은 주변과 채팅창 반응에 턱을 긁적였다.

“그래서 2번이나 3번도 가능하다고 방송에서 말한 거였거든요. 일단 맞붙기만 하면 흘릴 수 있습니다. 힘 조절은 말 그대로 미끄러지게만 유지해 주면 되고요. 어, 설명이 좀 부족했으려나요?”

“아뇨, 아닙니다! 충분해요! 너무 충분해서 돌아버릴 것 같아요!”

지놈은 진저리를 치듯 손을 내젓고는 눈을 돌렸다. 채팅창에는 이미 웃음이 밀려오고 있었다.

“자, 보셨듯 이미 ‘쉽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관점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설명, 이클립스 경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새삼 수준 차이를 절감했소. 더 수련을 해야겠다는 다짐만이 견고해지는구려.”

-이클립스도 절레절레하는 수준ㅋㅋㅋㅋ

-교수님도 갑자기 감자가 돼버렸쥬?

-이게 그 청출어람인가 그거냐?

-아 ㅋㅋ 스승 뛰어넘는 건 이미 흔한 클리셰라고

-교수와 대학원생 역전 세계 ㅋㅋㅋ

-갓플이 뭔 대학원생이냐고 ㅋㅋ

-둘 다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맞지 않음?

-너어는… 진짜 나빴다 ㅋㅋㅋ

채팅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지놈은 손뼉을 쳐서 주의를 끌었다.

“자자, 분석 결과가 바로 나왔네요. 엘든유일검은 누구다? 바로 이 퍼플 님이다. 그 외에는 없다 이 말이야.”

-3줄요약추 ㅋㅋㅋㅋㅋ

-역시 우리 형이 정리를 잘해

-아 ㅋㅋ 이게 1타강사지

-이래서 사교육, 사교육 하는 거구나

-사교육이 왜나오냐고 ㅋㅋㅋㅋ

이에 시청자들은 격하게 동의했다. 지놈은 웃음을 흘리며 이경복을 돌아봤다.

“자, 그럼 예정에는 없었지만 퍼플님이 방문해 주셨을 때 진행하는 즉석 코너! ‘엘든 소울 감상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감상회요?”

“네. 엘든 소울 팬들도 많이 오셨을 거거든요? 우리 퍼플 님은 어떻게 즐겼을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어떻게든 갓플 분량 늘리려는 거 보소 ㅋㅋㅋ

-ㄹㅇㅋㅋ 빨대를 몇 개나 쓰는 거냐구!

-근데 궁금하긴 해

-퍼플크리틱 새로 나왔나요?

-이제부터 고티 대신 퍼티가 기준이 된다.

-오 ㅋㅋㅋ 의외로 나쁘지 않은데?

-나중에 모아서 이상형 월드컵 하면 큐튜브 영상 뚝딱이지 ㅋㅋ

시청자들은 놀림과 동시에 기대를 품었다. 지놈 말마따나 엘든 소울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클립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다시금 몸을 기울여 이경복의 대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솔직히요?”

“아, 물론이죠! 솔직하게! 진짜 가감 없이 얘기해 주시면 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게임 중에 이 정도로 짜릿한 적은 없었습니다. 전투와 손맛이 일품이에요.”

이경복은 솔직히 감상을 표했다.

-크! 정확한 단평이누

-ㄹㅇㅋㅋ 프롬 겜이 전투가 진짜 쫄깃하자너

-근데 갓플 실력이면 손맛은 다 일품 아니냐 ㅋㅋㅋㅋ

-달리 말하면 미스틱 리그에서 지놈이랑 붙었을 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 말해 놓고 뭔 여기까지야 ㅅㅂㅋㅋㅋㅋ

-근데 퍼펙트하게 바르긴 했음 ㅋㅋㅋㅋ

지놈은 시청자들의 놀림을 무시하며 눈을 빛냈다.

“세상에 장점만 있는 게임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런 건 아쉬웠다는 점은 없을까요?”

“아쉽다, 아쉽다라…… 아, 그건 있었어요.”

“뭔가요?”

“무엇이오?”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이경복의 대답에 두 사람이 물었다.

“엘든 시리즈가 3부작이잖아요. 근데 제가 전작들은 물론이고 다크 룬도 안 해 봤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스토리에 몰입하는 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첫 패키지 게임인 바이오 크라이시스 보다는 스토리 상 만족도가 아쉬웠습니다.”

이경복의 대답과 함께 채팅창이 요동쳤다.

-잊고 있지 않았구나!

-혀엉! 우리 허니드라 기억하고 있던 거지!

-윅씨 가문의 존은 전설이다!

-그는…… 바통령이야!

-바통령! 바통령! 바통령!

-엌ㅋㅋㅋ 숨어 있는 바붕이들 나오는 거 보소 ㅋㅋㅋ

-그럼 이참에 엘든 시리즈 전작 정주행 하쉴?

-엘든 나이츠랑 엘든 킹덤도 해줘잉!

-바통령 보다는 엘든유일검이 더 대단하다구!

초창기부터 팬이었던 바이오 크라이시스 플레이어들과 엘든 소울 플레이어들이 갈라져 채팅창을 채웠다.

“본인은 당연히 엘든 시리즈에 한 표를 던지겠소.”

“아하하, 지금은 어떤 게임이 더 우월하다는 걸 정하는 건 아니거든요? 퍼플 님은 두 게임 모두 재밌게 하셨다는 거죠!”

이클립스도 이에 동조하자 지놈이 신속히 멘트를 쳤다. 서로 웃고 있을 때 주제를 바꾸어야 했다.

“자! 말 나온 김에 물어보죠. 엘든 시리즈를 더 플레이하실 계획은 있으신가요?”

“으음…… 아무래도 당장은 그러기가 힘들죠. 이제 방송 한 달차인데 한 가지 장르만 파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로 해 보고 싶은 게 많으니까요.”

이경복의 대답에 이클립스가 움찔했다. 채팅창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하긴 3부작 중에 엘든 소울이 가장 재미있긴 해

-종겜스니까 뭐라 할 수가 없네 ㅋㅋㅋ

-아, 그래도 좀 아깝쓰 ㅠ 엘든 시리즈 정주행해야 제맛인디

-그래도 다크 룬 리마스터 나오면 하겠지 ㅋㅋㅋ

-어서 와, 엔딩만 보고 떠나는 퍼플은 처음이지?

-박수 칠 때도 아니고 박수 더 쳐줄 수 있는데 떠나버린다굿!

-ㄹㅇㅋㅋ 바크도 프리플레이 하면 재미있는 거 많은데

-갓직히 바크2도 발매되면 해줄 거지? 맏찌?

-바붕이들 미리 겪어봤다고 훈수 두는 거 보소 ㅋㅋㅋ

-엘붕이나 바붕이나 같은 처지 되는 거 개웃기네 ㅋㅋㅋㅋ

동병상련.

지놈의 걱정과 달리 둘로 나누어진 채팅창은 다시금 화합했다. 이에 그는 안심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다음 방송에서는 새로운 게임을 만나 볼 수 있겠네요. 혹시 무슨 게임을 할지 결정해 두셨나요?”

“아, 아직은 미정입니다. 이제 친구들이랑 회의를 해 보려고요.”

“오, 그래요?”

지놈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장난기 가득한 웃음에 이경복이 눈을 크게 떴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사실 방송을 보다 보면 스트리머가 잘하는 것도 좋지만 좀 곤란해 하는 모습도 보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엌ㅋㅋ 그건 맏찌

-갓직히 괴로운 거 보는 게 더 꿀잼임 ㅋㅋㅋ

-괜히 스머들이 그지 같은 똥겜을 플레이 하는 게 아니지

-게놈들은 압도적 후자 아니냐?

지놈이 운을 떼자 시청자들이 공감을 표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이경복을 돌아봤다.

“그런 점에서 좀 궁금해집니다. 과연, 퍼플 님은 이 게임도 잘 할 수 있을까? 괜찮다면 이 게임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게임인데요?”

“그것은 바로……!”

지놈은 한 차례 호흡을 끊으며 손짓했다.

그와 함께 화면에 게임 하나가 나타났다.

“방탈출 게임, ‘이스케이퍼즈’ 입니다!”

비상구를 알려주는 초록색 픽토그램과 그 아래에 적힌 제목.

[Escapers]

‘방탈출이라?’

기존에 플레이 했던 것과는 다른 장르, 퍼즐 중심의 게임이었다. 지놈과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반응을 기대했다.

‘어쩌면……’

그러나 이경복은 당황하지 않았다.

‘신기의 새로운 활용법을 알아 낼 수도 있겠네.’

전혀 다른 게임이니만큼 그 해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거, 재미있겠는데요?”

모두의 예상과 달리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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