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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100화 (100/491)

100화 - 탈출은 재능순 (3)

이경복은 경쟁 모드에 진입해 게임 시작을 눌렀다.

[다른 탈출가들을 찾고 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오르자 채팅창이 즉각 반응했다.

-저질렀다! 저질러버렸어!

-이걸 진짜 해버리네 ㅋㅋㅋㅋㅋ

-튜토하자마자 바로 경쟁 ㅋㅋ

-퍼자감 하나는 진짜 인정임ㅋㅋ

-근데 이게 큐가 잡히나?

시청자들은 놀라움과 의문을 표했다. 이경복은 다른 이유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이거 테마 선택은 안 되는 거예요?”

그 물음에 채팅창에 웃음이 번졌다.

-여기서 이렇게 야한 냄새를?

-뉴비는 뉴비가 맏따

-뉴비(튜토 5분컷)

-경쟁모드는 선택해서 하는 거 아님ㅋㅋㅋㅋ

-랜덤 매칭이라구웃!

-직접 선택하면 이미 클리어 한 걸로 티배깅할 게 뻔하자너

다행히 시청자들 중에도 이스케이퍼즈를 즐긴 사람들이 있었다. 1인 탈출이나 협력과는 달리 경쟁 모드는 무작위로 테마가 정해진다는 설명.

-나름 PVP라서 MMR 비슷한 것도 있음

-ㅇㅇ 테마 별로 클리어 경력이란 시간 기록됨요

-탈출가 정보 보면 다 나온다 이말이야

-ㄹㅇㅋㅋ 최대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줘야지

-갓플은 쌩뉴비니까 적어도 클리어 0회만 매칭될 듯

이경복이 시청자들이 알려 주는 정보를 읽는 사이 매칭이 성사됐는지 쿵하는 효과음이 들려왔다.

“아, 정보 감사드립니다. 매칭이 그래도 빨리 되네요.”

이윽고 그 주변에 어두운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 숫자는 셋, 이경복까지 합하면 총 4인이 탈출을 겨루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 인디아나 킹스 님이랑 리매칭이네.”

세 사람은 곧바로 인사를 건넸다. 이경복도 이에 환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경쟁은 처음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인사에 실루엣의 고개가 곧바로 돌아왔다.

“네? 뉴비요?”

“뭐야? 진짜 뉴비에요?”

“와, 진짜네. 클리어 0회!”

세 사람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흘렸다.

-와씨 ㅋㅋㅋ 고인물들이잖슴!

-뭐임? 대체 뭐임? 왜 고인물들이랑 매칭?

-가장 적은 탈출가가 5회네 ㅋㅋ

-5, 17, 30회 클리어 ㅋㅋㅋㅋ

-아 ㅋㅋ 그만큼 뉴비가 없다는 거지

-화면에서 악취가 나는 데 정상인가요?

-ㅔ

-물비린내 미쳤고 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서로 자주 보기까지 하는 듯 ㅋㅋㅋ

예상과 달리 매칭이 성사된 건 경력이 상당한 유저들이었다.

“자, 잠깐. 이분 진짜 플레이 경력이 아예 없으신데?”

“퍼펙트플레이님? 튜토만 깨신 거예요?”

“어… 아니, 왜 경쟁을……”

그 사이 나머지 유저들은 이경복의 정보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그 반응에 시청자들은 다시금 웃음을 터트렸다.

-5252, 청정수 보고 놀란 거냐구!

-그냥 청정수도 아니고 1급수임

-근데 저분들은 퍼플 모르나?

-두유 노우 퍼플이 여기서?

-이스케이퍼스는 마이너 장르잖슴ㅋㅋㅋ

-ㄹㅇㅋㅋ 힙스터 중에도 힙스터 아님?

-월클이지만 로컬에서는 안 먹히쥬?

-로컬 ㅇㅈㄹ ㅋㅋㅋ

-아무리 갓플이라도 분발해야겠누 ㅋㅋ

이경복은 시청자 반응을 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자칫하다가는 이스케이퍼스 유저들에게 실례가 될 발언이 나올지도 몰랐다.

이에 그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네, 처음이에요. 경쟁 모드가 어렵다고 들어서 도전해 보러 왔습니다.”

그의 말에 다른 세 사람 모두 탄식을 내뱉었다.

“아니, 그…… 무시하는 건 아닌데 일단 솔플이나 협력부터 하고 오시는 게 좋아요.”

“네네, 괜히 재미도 못 붙이시면 안 되는데.”

“안 그래도 저희 겜 유저가 그렇게 많이 없어서요. 이게 취향 맞으면 진짜 재미있는데 경쟁은 취향이랑은 또 별개라서.”

-고인물들 뉴비 떠날까 화들짝!

-않이 ㅋㅋㅋ 찐으로 걱정하는 거라서 더 웃김ㅋㅋㅋㅋ

-저분들 지금 거의 만 명이 방송을 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려나

-갓직히 경쟁 모드 유저보다 퍼청자들이 더 많을 듯 ㅋㅋㅋ

-갓플 방송 아니면 만 명이나 보겠냐고 ㅋㅋㅋㅋㅋ

이경복 역시 그들의 반응에 미소가 나왔다. 개발진이나 유저들이나 게임에 대한 애정이 상당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대로는 매칭이 성사되지 않을 우려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경복에게는 그들을 설득할 무기가 있었다.

“게임 접을 걱정은 안 하셔도 좋습니다. 저 시즌 패스도 있거든요.”

바로 개발진이 선물해 준 시즌패스였다. 그 말에 다른 유저들이 움찔하더니 이내 탄사를 내뱉었다.

“어, 진짜네?”

“와……! 얼티밋으로 사셨구나.”

“아니, 이거 커뮤에서도 사시는 분들 많이 안 계신데.”

다시금 이경복의 정보를 확인한 그들은 이내 안심했다. 30만 원까지 투자했으니 쉽게 게임을 접지는 않을 터였다.

“네, 걱정하지 마시고 시작하죠.”

“음, 좋습니다.”

“그래요, 뭐. 경쟁 한번 해 보면 일단 솔플하고 싶어질 테니까.”

“뉴비라고 봐주지는 않을 거예요?”

네 사람 모두 준비를 마치자 배경에 있던 문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엌ㅋㅋㅋ 킹비라고 갓주지는 않는다

-이렇게 또 선량한 고인물이 희생 당합니다 ㅠㅠ

-이스케이퍼스는 또 모름 ㅋㅋㅋ

-ㄹㅇㅋㅋ 피지컬은 넘사벽이라도 뇌지컬은 다르자너

-아모른직다!

-보는 우리는 개꿀잼이쥬?

이윽고 테마가 정해졌는지 들썩이던 문 중 하나가 벌컥 열렸다. 그와 함께 섬광이 비치며 주변 배경이 바뀌었다.

[파라오의 저주]

석판에 새겨진 상형문자가 한글로 바뀌며 사막이 드러났다. 그 위에 세워진 거대한 피라미드.

<당신은 동료들과 함께 피라미드를 발굴했습니다. 모든 게 희망에 차 있었습니다. 명예와 부, 모두 손안에 들어온 기분이었죠.>

전문 성우의 나레이션과 함께 화면이 뒤바뀌고 거대한 석실에 비치된 파라오 석상이 보였다.

<그러나 희망은 사라졌습니다. 피라미드의 주인은 불청객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그 분노가 당신을 덮쳤죠.>

쾅하는 굉음과 함께 주변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이윽고 서서히 타오르는 횃불과 함께 시야가 돌아왔다.

<파라오의 분노를 잠재우려면 영혼을 바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이 아닌 누군가의 영혼을 말이죠.>

나레이션이 끝나자 통제권이 돌아왔다.

-오 ㅋㅋㅋ 나름 설정도 있누

-나레이션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다큐 쪽에서 들어본 듯 ㅋㅋ

-와 ㅋㅋ 나름 투자 많이 했네

-K 게임 치고는 괜찮은 듯?

-뽑기 없는 것만 해도 혜자자너 ㅋㅋㅋ

시청자들이 즐거워하는 사이 이경복은 잽싸게 눈을 굴렸다.

“경쟁이니까 바로 탐색 갈게요.”

그가 갇힌 석실에는 꽤 많은 물건이 있었다.

쌓여 있는 모래와 부서진 석판, 더러워진 붕대가 널브러져 있었다. 석실에 같이 매장한 것인지 금은보화가 구석에 쌓여 있었고 벽에는 횃불이 일렁이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중앙에는 제단처럼 보이는 구조물도 있었다.

-와씨 ㅋㅋㅋ 진짜 튜토랑은 규모부터 다르네

-않이;;; 여기서 뭐가 중요한지 어케 아누

-나였으면 멍때리기 10분 쌉가능

-ㅁㅊㄷㅁㅊㅇ

-하이라이트 키면 그래도 금방 찾는디

-아 맞네! 다른 사람들은 하이라이트 키고 하는 거 아님?

-ㅇㅇ 이미 물건 챙기고 있을 듯

-너무 불리한 거 아니누 ㅎㄷㄷ

채팅창 분위기는 곧바로 어두워졌다. 그러나 이경복은 달랐다.

이미 신기가 필요한 물품들을 파악해둔바, 그는 곧바로 움직였다.

“이거 석판이랑 조각들 먼저 맞춰 볼게요.”

그는 부서진 석판과 주변의 조각들을 빠르게 주웠다. 일종의 직소 퍼즐을 맞추는 느낌과 비슷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완성된 형태를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거 맞아? 지금 이거 맞추는 게 맞아?

-않이;;; 상형문자 미리 배워야 되는 거 아님?

-ㅁㅊ 그걸 어디서 배워 오냐고ㅋㅋㅋㅋ

-모래 쌓여있는 것도 수상함요!

-진짜 안에 뭐 숨겨져 있는 거 아님?

-벌써 뇌정지 온다 ㅋㅋㅋㅋ

-그거 말고 보물부터 뒤져보자구!

-와 ㅋㅋ 진짜 경쟁 모드 맵기 미쳤누

이경복은 시청자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각을 맞추었다. 그의 손에는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그렇게 잠시 후, 그의 손에는 맞춰진 석판이 들려 있었다.

이윽고 완성된 석판을 바라보니 테마의 로고처럼 상형문자가 한글로 바뀌었다.

[일렁이는 어둠이 죄인을 삼키리라]

번역은 됐지만 해석이 필요했다.

시청자들은 다시금 머리를 굴렸다.

-벌써 맞췄어?

-와씨 ㅋㅋㅋ 뇌지컬 지렸다

-이게 다 퍼펙트-눈썰미가 있기에 가능한 거임 ㅋㅋㅋㅋ

-뭐지? 힌트인가? 뭘 암시하는 거지?

-죄인은 아마 탈출가를 말하는 거인 듯?

-어둠? 횃불 꺼야 되는 거 아님?

-오 킹능성있네 ㅋㅋㅋ 어두워야 보이는 게 있다든지?

-아 ㅋㅋ 야광 미라는 못 참지

-야광 미라 ㅇㅈㄹ ㅋㅋㅋ

-않이! 어둠이 죄인 삼킨다잖슴! 이거 사망플래그라고!

-아 그냥 ㄹㅇㅋㅋ만 치라고

그 실마리의 해석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그러나 이경복은 채팅창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신기가 다시금 사념을 읽어내고 정보를 가져온 덕분이었다.

‘그런 거였나……!’

깨달음과 동시에 그는 눈을 돌렸다. 시청자들에게는 그 과정이 10초도 걸리지 않아 보였기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뭐야? 뭔데?

-뭐 알아냈음?

-않이? 이걸 보면 그냥 안다고?

-진짜 뇌 쓰는 게 다른갑네 ㅋㅋ

-연산량이 5배잖슴 ㅋㅋㅋㅋ

-나는 그냥 갓플만 믿음!

-(퍼도장콘)(퍼도장콘)

이경복은 불쑥 쌓여 있는 보물을 헤집었다. 금화의 산이 무너지고 그의 손에는 한 장식품이 들려 있었다.

기다란 뱀의 형상을 지닌 장식품이었다.

-오, 이거 아펩인데?

-아펩? 그게 뭐임?

-이집트 신화의 악신임 ㅋㅋ

-오? 이집트 사람이신가요?

-뭔ㅋㅋㅋ 외국 신화 알면 외국사람이냐고

-이게 힌트랑 관련이 있나?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하는 사이 이경복은 장식품을 제단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주변의 횃불을 모아 제단 앞에 꽂았다.

횃불의 불빛에 제단 뒤쪽에 뱀의 그림자가 생겨났다. 이경복은 일련의 동작을 끝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일렁이는 어둠, 이거 그림자를 뜻하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횃불을 이용해야 하겠구나 라고 생각했죠.”

-퍼펙트 풀이 ON!

-오 ㅋㅋㅋ 맞네

-아 일렁인다는 말에 더 집중해야 되는 거였구나!

-그게 어떻게 바로 떠오름?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시청자들의 수긍에 이경복은 설명을 이었다.

“파라오는 여기서 왕이나 신이잖아요? 아마 후자에 가깝겠죠. 나레이션에서 영혼을 바치라고 했으니까 제단이 장소가 맞겠고.”

-와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다고?

-엌ㅋㅋ 난 대충 흘려 들었는디

-나도 ㅋㅋㅋ 걍 컨셉 설명인줄

-근데 힌트가 숨겨있었던 거?

이경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벽면에 비친 그림자가 크기를 불려 나갔다.

“네, 그림자를 만들어 내야 되는데 뭘 이용해야 하나 싶었죠. 모래나 붕대는 아닐 테니까 패스. 그래서 제단에 올릴 만한 게 있을까 보물 쪽을 살펴본 거죠. 이거 딱 보자마자 ‘죄인을 삼킨다’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죄인을 삼킨다? 그게 왜?

-아! 맞네!

-와씨 ㅋㅋㅋ 풀이 들으니까 바로 알겠네

-뱀이 먹이 먹을 때 그대로 삼키잖슴!

-헐 ㅋㅋ 나 리얼 소름 돋음ㅋㅋ

-미쳤다 진짜 ㅋㅋㅋㅋㅋ

-다 연결이 돼네 ㅅㅂ

-문구 하나 보고 그게 다 파바박 떠오름?

-진짜 퍼지컬은 전설이다 ㅋㅋㅋ

-아 ㅋㅋ 이게 퍼펙트지!

흠잡을 데 없는 명쾌한 설명에 시청자들은 탄사를 흘렸다. 이윽고 그림자가 붉은 안광을 발했다.

[‘퍼펙트플레이’님이 의식을 완성했습니다!]

[‘아펩의 저주’가 한 탈출가를 덮칩니다!]

그와 함께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동시에 시야가 뒤바뀌었다.

“뭐, 뭐야? 벌써 완성이라고?”

이제야 석판을 다 맞췄는지 쪼그려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이윽고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쉬식거리는 뱀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난가? 나야?”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돌벽 틈 사이로 뱀이 꾸물꾸물 기어 나오고 있었다.

-ㄴㄱ?

-엌ㅋㅋㅋㅋㅋㅋ 당첨이요!

-파라오 : 로켓 저주 배송 정말 좋네요^^

-와 ㅋㅋ 고인물도 이제 석판 맞췄는데 차이 무엇?

-빠잇!

-오 ㅋㅋ 이게 이스케이퍼스식 킬캠?

-개발진이 뭘 좀 아누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즐거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경복도 대놓고 웃지는 않았지만 미소가 지어졌다.

승자의 권리는 유쾌한 법이었다.

“아니, 분명 뉴비셨는데? 대체 어떻게……!”

그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다급히 횃불로 뛰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발걸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억!”

쐑하며 달려든 독사가 그를 물었다. 마치 뻣뻣한 나무처럼 그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위로 뱀들이 스멀스멀 다가오며 화면이 어두워졌다.

[‘집에서는안나감’의 영혼이 제물이 되었습니다]

이윽고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는 그의 탈락을 명확히 했다.

-죽을 때까지 어리둥절잼ㅋㅋㅋ

-근데 진짜 억울하겠다 ㅋㅋㅋㅋ

-다른 고인물도 아니고 뉴비한테 ㅋㅋㅋㅋ

-아 ㅋㅋㅋ 뉴비는 맞지

-청정수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독극물이었쥬?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수 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시청자들은 흡족해했다.

이윽고 화면은 다시 이경복의 석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통제권.

“아, 방이 조금 달라졌네요?”

다음 저주를 찾아내라는 뜻인지 물건의 배치와 구성이 달라졌다. 이경복이 다시금 행동에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뭐지?’

느닷없이 엄습하는 섬찟한 감각. 이스케이퍼스에서는 겪으리라 생각지 못한 위협이었다.

‘하나가 아니라 수백이다……!’

그는 급히 눈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인디아나 킹스’님이 의식을 완성했습니다!]

[‘스캐럽의 저주’가 한 탈출가를 덮칩니다!]

이경복의 뒤를 이어 다른 탈출가도 완성을 시킨 것이다.

-헐?

-와씨;;; 역시 30회 클리어는 다르누

-이쪽도 뇌지컬이 만만치 않네 ㅋㅋㅋㅋ

-짬바 뭔데!

-나는 갓플이 저 사람보다 빠른 게 더 놀라운데ㅋㅋㅋㅋ

-진짜 ㅋㅋㅋ 저 사람은 하이라이트 썼자너

시청자들은 그 메시지를 보고 웃다가 이내 조금 전 유저가 뱀소리를 들은 것처럼 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우리 갓플이 늅늅이긴 하네 ㅠ

-경쟁모드에서는 빨리 답 찾는 게 능사가 아님

-완성 타이밍도 각을 잘 재야됨요

-ㄹㅇㅋㅋ 갓플이 하나 제껴서 원래는 3분의 1확률이었는데 2분의 1확률 된 거임

-까비 아깝소잉

-그래도 처음 하면서 퍼스트 킬 딴 건 엄청난 거임!

시청자 중 이스케이퍼스 경험자는 이경복을 위로하듯 채팅을 쳤다.

이윽고 벽면에서 검은 갑충들이 우글우글 튀어나왔다. 이경복은 얼굴을 굳혔다.

-아 ㅠㅠ 잘했는데 운이 없누

-50% 확률은 근데 할 말 없다

-큐다리 쉑 한숨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려!

-그랜절이 신의 한수였누 ㅋㅋㅋ

-않이 이거 진짜 억울하네 ㅅㅂ

-ㄹㅇㅋㅋ 실력으로는 진짜 퍼펙트했는데

-아무리 갓플이라도 운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가챠가 없는 줄 알았더니 여기서 가챠가 나와버리네 ㅋㅋㅋㅋ

-아 ㅋㅋ K겜 수듄 어디 안 가쥬?

-똥겜이네 ㅅㄱㅇ

시청자들은 패배를 직감했다. 실력으로 밀린 상황도 아니라서 그들은 더욱 억울해했다.

하지만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아뇨, 이거 게임 잘 만드셨는데요?”

그는 바닥에 박아 둔 횃불을 양손에 잡고 제단에 올랐다. 벽에서 밀려 나온 갑충들이 바닥을 채웠다.

그것들은 이경복을 노리며 제단을 스멀스멀 기어올랐고 일부는 날개를 펼치며 덮쳐왔다.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보니까 꼭 죽으라는 법도 없거든요.”

이경복이 미소를 지으며 날아드는 갑충을 후려쳤다. 빡하는 소리와 함께 갑충이 터지며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갑충은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위협감지와 동시에 고조된 이경복의 감각은 해답을 찾아냈다.

둔탁한 충격음이 리드미컬하게 들려오고 그 소리와 함께 갑충이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그 상황에 채팅창이 물음표로 범벅이 되었다. 대체 누가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시청자들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

-뭐임? 저거 잡을 수 있음?

-헐ㅋㅋㅋ 설맠ㅋㅋㅋㅋㅋㅋ

-않이;; 진짜 이게 된다고?

이경복은 덤벼드는 갑충을 제거하며 여유롭게 웃었다. 수만 많다뿐이지 엘든소울에 비하면 애들 장난인 수준.

“이거 다 처리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위협으로 감지가 된다는 건 대처가 가능하다는 뜻. 이에 시험해 보니 통했다.

-여기서 퍼지컬이 또?

-아 ㅋㅋㅋ 갓플이면 되지

-큐튭각 제대로 서 버렸쥬?

-뉴비(엘든유일검)

-갑자기 리듬게임 되는 거 뭔데!

-이게 그 큰북의 달인인가 그거냐?

-이야 ㅋㅋㅋ 이스케이퍼스 갓겜이었누

-ㄹㅇㅋㅋ 미니게임도 숨겨져 있었자너

-갓플만 할 수 있는 미니게임ㅋㅋㅋ

-진짜 혼자 다른 겜 하는 거 전문이라니깐!

-무친ㅋㅋㅋㅋㅋ 개꿀잼ㅋㅋㅋㅋ

-핫하! 파라오 쉑 이건 몰랐지!?

-탈출(물리)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경복이라면 가능하다.

그는 퍼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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