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 탈출은 재능순 (5)
개발총괄, ‘임프리즈너’의 초대를 수락하자 장소가 뒤바뀌었다.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현대미술이 생각나네요.”
사방이 마치 모니터로 쌓은 벽 같았다. 대부분은 꺼져 있었지만 켜져 있는 모니터에는 여러 테마의 방이 비춰지고 있었다.
-와! 남백준 선생님 아시는구나!
-어쩌면 여기도 이런 테마의 방일지도 모름 ㅋㅋㅋ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구!
-아 ㅋㅋ 해명 들으시려면 탈출하시라고
-임프리즈너 ㅇㄷ?
시청자들이 그 말에 반응하는 사이 이경복은 중앙에 놓인 안락의자로 향했다.
서로 마주 보는 안락의자와 작은 탁자. 이경복은 이 또한 어디서 본 구도라는 걸 깨달았다.
“이것도 영화에서 본 거 같은데요?”
그 물음에 답한 건 시청자가 아니었다.
“네, 맞습니다. 빨간 약과 파란 약이 나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따왔습니다.”
목소리에 돌아보니 머리가 모니터인 사람 하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퍼플님. 이스케이퍼스 개발총괄을 맡은 임프리즈너입니다.”
그 말과 함께 모니터에는 웃는 이모지가 나타났다. 이경복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그가 내민 손을 잡고 흔들었다.
-컨셉 무엇?
-엌ㅋㅋㅋㅋㅋ 모니터헤드ㅋㅋㅋ
-흑막 컨셉 지대로 잡았누 ㅋㅋ
-이 정도 덕력이 있어야 개발총괄을 하는 구나!
-근데 내가 게이머면 이런 덕력충만한 개발자 좋을 듯 ㅋㅋㅋ
-ㄹㅇㅋㅋ 게임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느껴져!
악수를 마친 두 사람은 이내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그 목소리 중 하나네. 지금까지 계속 개발을 맡아왔다는 건가.’
이경복은 그의 목소리를 곱씹었다. 그는 신기로 읽어 낸 사념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 중 한 명이였다.
“정말 이렇게 귀한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니, 뭐 귀할 것까지 있나요.”
“아닙니다. 퍼플 님이 방송에서 밝혀 주셨지만, 혹시 마음 변하실까 얼른 게임을 선물할 정도였거든요.”
임프리즈너의 말에 이경복은 옅은 웃음을 흘렸다. 그 말에서 나오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냥 인사치레였다면 긍정적인 느낌도 전해지지 않았을 터였다.
“아, 물론 팬심으로만 드린 건 아닙니다. 당연히 광고 효과를 노리기도 했죠.”
“그거야 뭐 저희 시청자들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냥 공짜로 주는 게 어딨냐구!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이말이야
-오히려 공짜로 주면 의심해야 됨ㅋㅋㅋ
-ㄹㅇㅋㅋ 통수 플래그자너
-총괄양반 솔직하누 ㅋㅋㅋ
-갓직히 말단직원이었으면 이렇게 말 못할 듯 ㅋㅋㅋ
이경복의 말에 시청자들은 동의를 표했다. 임프리즈너는 웃는 이모지를 띄우다가 이내 땀 흘리는 이모지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이렇게까지 잘 하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수준에 이르면 막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해 보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총괄 앞에서도 기만숨결을?
-뭐지? 도발하는 것인가?
-임프리즈너 지금 속으로 욱했을듯ㅋㅋㅋㅋ
-킹치만 진짜 쉽게 깨버렸는걸?
-아 ㅋㅋ 사실인데 어쩌겠냐구!
-???: 몰랐으니까……! 퍼지컬이 그렇게 쩌는 줄 알았으면 그랬겠나!
-근데 진짜 ㅋㅋㅋㅋ 광고 방송 아니니까 솔직하게 나가버리누
-좋은 말 듣고 싶으면 입금 하시라구요 ㅋㅋㅋㅋ
-자본주의 파동에 눈 뜰락 말락
시청자들이 바로 이경복을 몰아갔지만 그는 대응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웃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원래는 그걸 가정하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이요?”
“예. 퍼플 님이 실패하면 사람들이 모일 게 분명했으니까요. 이 방탈출이라는 게 원래 보는 거랑 직접 하는 게 다른 만큼 퍼플 님이 실패하는 걸 본 시청자분들은 ‘아니, 이게 그렇게 어렵나?’ 하고 궁금해 하실 테니까요.”
“음, 확실히 그렇겠네요.”
이경복이 고개를 주억거렸고 채팅창도 ‘ㅔ’와 ‘ㄹㅇㅋㅋ’가 무수히 올라왔다.
“네, 그렇게 되면 직접 도전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퍼플 님이 실패한 걸 성공하면 얼마나 큰 자랑거리가 되겠습니까?”
-갓플한테 자랑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있냐구!
-아 ㅋㅋ 상상만 해도 쩔듯
-퍼플보다 나은 부분이 있다? 가문의 영광이지 ㅋㅋㅋ
-비틱질은 찐따들이나 하는 거지만 갓플이면 또 얘기가 다르지
-퍼플보다 잘난 거 하나 있으면 무적권 ㅇㅈ이지
그 반응에 이경복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자랑거리가 된다고요?”
-이해 안 되는 표정 보소ㅋㅋ
-이 정도면 그냥 무호흡기만 아니냐구!
-??? : 고작 이런 걸로 자랑을?
-ㄹㅇㅋㅋ 숨 쉬듯 기만이 아니라 안 쉬어도 기만이 흘러나오네
-당신의 고작, 누군가에게는 POTG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같은 킹반인들한테는 천상계 공기 마신 것도 대단한 거라구!
-하여간 천재들이란!
-제발 눈을 좀 낮춰주세요!
이내 임프리즈너는 한숨을 내쉬었다. 모니터에도 그에 따라 축 처진 이모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다들 보신 것처럼 그 계획은 무산이 됐습니다. 진짜 피지컬만이 아니라 뇌지컬도 엄청나시더라고요. 제가 이쪽 장르만 파 왔는데도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아니, 그렇게 대단한 일은……”
“대단하죠! 대단한 겁니다! 튜토 끝내시자마자 엔드 컨텐츠 격인 경쟁 모드에 간 것도 모자라 그 경쟁 모드에서 한 번에 승리한 건 대단한 거예요! 게다가 그냥 클리어도 아니고 하이라이트 기능도 안 쓰셨잖아요!”
임프리즈너의 모니터에 거대한 느낌표 하나가 빠르게 점멸했다. 그의 격렬한 반응에 채팅창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대단한 거 왜 모르냐구! 왜!
-와 ㅋㅋㅋ 속이 다 시원하누
-명예 퍼청자로 인정합니다
-총괄도 개발 안 할 때는 킹반인이자너 ㅋㅋㅋ
-이 개발자, 쇼맨십이 대단하다!
-인방해도 될 텐션인데ㅋㅋㅋㅋ
-찐덕후 특) 자기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미친 텐션임
-맞말춬ㅋㅋㅋㅋ
이경복은 그 반응에도 놀라지 않고 웃음을 흘렸다. 비록 평범한 건 아니었지만 결국 그를 인정하는 의미가 아닌가.
“알겠습니다. 제가 대단했네요.”
-?
-엌ㅋㅋㅋ 킹가 갓단했네요
-이건 이것대로 킹받누 ㅋㅋㅋ
-맞말인데 왜 갑자기 킹받지?
-트수들 가불기 보소 ㅋㅋㅋ
-인정해도 킹받는다 ㅇㅈㄹ ㅋㅋ
그의 대답에 임프리즈너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습니다. 저희가 만든 테마가 꿀리는 게 아니거든요.”
“네, 그렇죠. 해명해 주신다고 하셨죠? 사실 저처럼 하면 안 된다고.”
“네, 맞습니다! 그냥 설명하는 것보다는 보면서 하는 게 좋겠죠.”
그 말과 함께 임프리즈너의 머리, 모니터 화면이 뒤바뀌었다. 그 안에는 이경복의 플레이 기록이 담겨 있었다.
“튜토리얼부터 파라오의 저주 테마 첫 번째 의식까지는 괜찮습니다. 워낙 빠르긴 한데 완벽한 풀이를 보여 주셨으니까요.”
이내 멈춘 장면은 스캐럽의 저주에 걸렸던 시점이었다. 무수한 갑충을 때려잡는 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경복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아, 이건 좀 다른 해결방법이었죠.”
-이건 진짜 반박불가지 ㅋㅋㅋ
-뇌지컬이 아니라 순수 피지컬이었자너 ㅋㅋㅋ
-이게 어떻게 쫌이냐구! 완전 다르다구!
-킹직히 이건 갓플이 잘못했다 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한마음처럼 장난스럽게 이경복을 탓했다.
“아니, 여러분. 근데 그냥 죽을 수는 없잖아요? 안 죽을 수 있는데 죽을 이유도 없고. 저는 최선을 다해 플레이한 것뿐입니다. 시스템상 오류도 아니었잖아요?”
이경복의 항변에 의외로 임프리즈너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실제로 저주의 대상이 된다고 해서 죽는 메커니즘은 아니거든요.”
“그쵸?”
“물론, 퍼플님처럼 피지컬로 극복하는 경우를 생각한 건 아닙니다.”
“아.”
이경복은 짧게 탄사를 뱉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채팅창이 ‘ㅋㅋㅋ’로 가득해졌다.
“그럼 원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 남아야 되나요?”
“여기, 붕대 보이시죠?”
화면은 석실 바닥에 널브려져 있는 붕대를 확대했다.
“퍼플 님은 곧바로 의식 완성에 매진하셔서 확인을 안 하셨습니다.”
-석판 바로 맞추고 파바박 해 버렸자너
-진짜 석판 문구 보자마자 바로 의식 완성ㅋㅋㅋ
-붕대랑 모래는 필요 없는 물건 아님?
-나는 너무 빨라서 붕대 있는 것도 몰랐네 ㅋㅋㅋ
시청자들도 이제야 생각난다는 듯 채팅을 쳤다.
“실제로 의식 완성에는 필요 없는 물건이기도 하죠. 대신 이건 생존 용도로 배치해 둔 물건입니다.”
“붕대로 생존을요?”
“네. 이걸 조사해 보시면 붕대 어느 한 부분에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거든요.”
화면 속 붕대가 스르륵 펼쳐졌다. 그의 말대로 붕대 안에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믿음을 증명하는 자에게는 2번째 기회가 주어지리라]
상형문자는 이내 한글로 번역되었다.
“이걸로 고대 이집트 십자가인 앙크 문양을 만들어 주면 결계가 만들어집니다. 저주도 지속시간이 있어서 이 결계 안에서 나가지 않으면 살 수 있거든요.”
“아. 이거 제단에 새겨진 문양이네요.”
“네. 이처럼 방탈출의 기본은 물품 조사부터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이내 화면은 마지막 1:1 결승전으로 바뀌었다. 돌멩이를 잡자마자 끼우는 이경복의 모습이 나왔다.
“오벨리스크 숫자 야구는 달리 설명을 안 드려도 되겠죠.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제한시간 10분이 있었잖아요?”
“네, 그랬죠.”
“이 시간도 저희가 평균적인 클리어 시간을 고려해서 정한 겁니다. 최대한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승부가 나야 카타르시스가 커지거든요.”
“오, 그런 계산이.”
“……네, 근데 퍼플 님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으셨죠. 그냥 잡자마자 답을 아셨으니까. 아니,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네. 어떻게 0.1g 단위 무게 차이를 느끼실 수 있어요?”
임프리즈너는 진심을 담아 질문을 던졌다. 억울함이 섞인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재차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ㅋㅋㅋ 이분 개발자 텐션이 아닌데 ㅋㅋㅋ
-(게말콘)이 보인다 보여!
-이건 찐으로 억울한 거 맏따
-ㄹㅇㅋㅋ 이건 그냥 사람 자체가 치트 쓴 거임
-어떡계 이럴수가 잇어!?
-백퍼 퍼플이 잘못 했네 ㅋㅋㅋ
채팅창 반응에 이경복은 고개를 내저었다.
“잘못이라니, 섭섭하네요. 저는 최선을 다한 겁니다. 쉬운 길이 있는데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게 오히려 여러분이 말하는 기만 아닌가요?”
-고것도 맏찌 ㅋㅋㅋ
-ㄹㅇㅋㅋ 봐주는 거자너
-그렇게 나오면 또 할 말이 음슴
-누가 우리 갓플 섭섭하게 했어! 나와!
-간신밴좀 ㅋㅋㅋ
-당신 누구야! 우리 아가 퍼플 어디 갔어!
-아가(60만 큐튜버)
-지놈 방송 보더니 못 된 거 배웠누 ㅋㅋㅋ
-지놈이 퍼플에게 독을 풀었다!
-지놈: 뭐야? 트최입 자리는 내 건데?
이경복은 피식 웃고는 채팅창에서 다시 임프리즈너에게 눈을 돌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런 클리어 방식을 택할 수 있는 게 퍼플 님밖에 없다는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시청자분들이 오해하시지 않도록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여러분들 들으셨죠? 집중해 주세요.”
이경복이 재잘대는 채팅창에 말하자 시청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분고분해졌다.
“저희 이스케이퍼스는 퍼플 님이 하신 것처럼 피지컬이 중요한 게임이 결코 아닙니다. 궁리 끝에 해답을 찾고, 힌트와 단서들이 조합되는 그 순간,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지적 희열을 위해 저희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갓플 풀이 들었을 때 번쩍 하는 게 있긴 했지
-ㄹㅇㅋㅋ 머릿속에서 파바박 연결되면서 속이 뚫리잖어
-이거 직접 머리 굴렸으면 더 기분 쩔었을 듯 ㅋㅋㅋㅋㅋ
-다른 게임에서는 못 느끼는 맛은 맏따 ㅋㅋㅋ
시청자들도 이에 공감했다.
이경복이 순식간에 풀기는 했지만 살짝 약 올리듯 천천히 설명을 했기에 답답함을 느꼈던 터였다.
직접 풀었을 때보다 정도가 약하긴 해도 임프리즈너가 말한 ‘지적 희열’이 어떤 건지는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 퍼청자들도 이해를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이제 더 해명할 건 없는 것 같네요.”
이경복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나가려는 것처럼 보이자 임프리즈너가 그를 불러 세웠다.
“아니, 모처럼 모셨는데 이렇게 끝내서야 되겠습니까. 이제부터가 좀 더 중요한 이야기인데요.”
“중요한 이야기요?”
-나왔다!
-큰 거 온다 ㅋㅋㅋㅋ
-아아, 이쪽이 본론입니다만?
-아 ㅋㅋ 숙제는 받고 가셔야지!
-퍼플 코인 앞에 두고 못 참지 ㅋㅋㅋ
-백퍼 갓플도 알고 저러는 거임
-여기서도 지금 뇌지컬 쓰는 거냐구!
-계좌 벌려! 자본주의 파동 들어간다!
이경복은 일부러 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흠흠, 어떤 이야기를 또?”
당연하게도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계약사항이 오가지는 않을 터였다. 이경복도 임프리즈너도 그 정도 기본은 갖춘 사람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관심을 끌기 위한 자리였다.
“저희 이스케이퍼스가 시즌 패스를 판매한다는 건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얼티밋 시즌 패스를 선물 받았는데 모를 수가 없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즌 패스를 판매하면서 업데이트를 안 한다면, 그건 사기나 다름이 없잖아요?”
임프리즈너의 말에 채팅창이 즉각 반응했다.
-오 ㅋㅋㅋ 발언 센데
-공개 저격 무엇?
-근데 저거에 걸리는 게임이 한둘이 아니라서 ㅋㅋㅋ
-ㄹㅇㅋㅋ 저격이 아니라 난사임
-킹직히 시즌패스 개 같음
-님 자신? 자신 있나!?
-근데 이분은 자신 있을 만 함ㅋㅋㅋ
-업데이트 자주 함?
마치 시청자들의 의문을 읽어 낸 듯 그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희는 정기적으로 테마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최소 월 1회, 새로운 테마를 개발해 왔습니다.”
“월 1회요? 달마다 한 번이면 좀 적지 않나요?”
이경복이 아무렇지 않게 묻자 임프리즈너가 움찔했다. 반면 채팅창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않이 ㅋㅋ 이게 대체 몇 번째냐구!
-제발 킹반인 기준으로 판단을 해주세요!
-한 번에 깨는 건 당신뿐이라고오오오!
-‘리트’라는 개념이 없는 남자……!
-컨셉이 아니라서 퍼기만을 못 끊는다니깐!
-갑자기 훅 들어오니까 어질어질하누 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에 이경복은 아차 싶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크흠, 죄송하지만 퍼플 님 실력 기준으로 업데이트를 하면 저희 직원들 죽습니다.”
임프리즈너는 시청자 반응에 힘을 얻은 듯 그리 말하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튼 마침 퍼플 님이 저희 게임을 시작해 주셨는데, 이번 테마 업데이트가 코앞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 추가될 테마로 시청자분들과 함께 플레이 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 시청자 참여 이벤트로군요.”
이경복은 눈을 빛냈다. 그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참이벤트? 나도 끼어야지!
-아 ㅋㅋ 이건 무적권 좋지
-이번 티케팅은 제발 되게 해주세요!
-무지성 참가 박는다
-않이 ㅋㅋㅋ 방탈출겜에 무지성이면 안 되잖엌ㅋㅋㅋ
-나는 이때를 위해 구독 값을 저축했던 것이다!
-이러면 구독 연장 갈 수밖에 없자너 ㅋㅋㅋ
달이 바뀌면서 시청자들 역시 트라이 구독을 갱신해야 되는 시점이었다.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창에 이경복은 밝게 웃었다.
“일단 느낌은 좋네요. 자세한 사항은 따로 얘기하시죠.”
“네,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오늘 방송에 자리해 주신 개발총괄, 임프리즈너 님께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경복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채팅창에도 손뼉 치는 이모티콘이 가득해졌다.
이에 임프리즈너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퇴장했다. 이윽고 배경이 뒤바뀌며 메인 메뉴로 돌아왔다.
“오늘 나온 이벤트 얘기는 나중에 확정이 되면 따로 공지 드릴게요.”
이경복은 방송을 마무리하려다가 뭔가 떠오른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아, 그런데 아직 퀘스트 정산이 안 됐네요? 큐다리 님?”
그의 말에 채팅이 급격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엌ㅋㅋㅋㅋㅋㅋㅋ
-까먹은 줄 알았쥬?
-안심하던 큐다리 화들짝!
-아 ㅋㅋ 뇌지컬 갑인데 놓치겠냐고
-ㄹㅇㅋㅋ 블랙기업 우습게 보지마라
-블랙기업 특) 나갈 돈은 어떻게든 막고 받을 돈은 귀신같이 받아냄
시청자들이 곧바로 그를 놀리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그랜절 하셔도 안 됩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ㅁㅊ 이걸 돌리네 ㅋㅋㅋㅋ
-그랜절까지 하고 백만 원을 잃은 사람이 있다고?
-아 ㅋㅋ 그런 사람이 대체 어딨냐고
-에이 설마 ㅋㅋㅋ 그런ㅋㅋㅋ 일이 ㅋㅋㅋㅋ
-그런데 ㅋㅋㅋ그것이ㅋㅋㅋ 실제로 일어났습니닼ㅋㅋ
-너희들은ㅋㅋㅋ진짴ㅋㅋㅋ나빴닼ㅋㅋㅋ
-걱정하는 척 하면서 ㅋㅋㅋ는 다 박아놨누
-나 놀리는 건 못 참아도 남 돌리는 건 못 참지!
-다 못 참냐곸ㅋㅋㅋㅋ
잠시 후, 큐다리의 답이 돌아왔다.
[퀘스트 성공!]
[‘Agent Q’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채팅창을 통해서는 아니었다.
“역시, 큐다리 님이십니다. 여러분들 이렇게 믿을 수 있는 분이 흔치 않아요.”
-아 ㅋㅋ 끝까지 돌리네 ㅋㅋ
-보는 사람은 꿀잼이자너 ㅋㅋㅋ
-갓플한테 돌려지는 건 오히려 포상이 아닐까?
-퍼튜브에도 박제해주고 얼마나 좋냐구!
이경복은 환한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자,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트바!
-혀엉! 이벤트 잘 해줘잉!
-돈도 받고 시참도 하고 얼마나 좋냐구!
-아 ㅋㅋ 이게 숙제지
-ㄹㅇㅋㅋ 숙제는 같이 돌려보는 게 국룰이지
-혀엉! 오늘도 퍼지컬 쩔었어!
-ㄹㅇㅋㅋ 갓플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제 2회 OTP 가나요 ㅋㅋㅋ
이경복의 인사에 시청자들 모두 흡족하게 방종을 받아들였다.